산에서...

투덜일기 2014. 8. 27. 17:11

지난 주말에 경기도내 어느 산엘 갔는데 거기서도 가짜 땡중을 보았다. 전철역이나 사람 많은 데 불전함 놓고 꽝꽝 목탁두들기는 사람들 대부분 승적도 없이 그냥 옷만 어서 사다입은 가짜 땡중이라고 주변에 주의를 시키는데, 그런 사람들이 산중턱에도 있었다! 어휴... 대개 산속에 절이 있으니 사람들이 의심없이 믿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날 산봉우리를 세개나 넘어야 한대서 삐질삐질 땀흘리며 헉헉대고 계단을 오르다 뜬금없는 목탁소리에 엥~ 쳐다보니 역시나 불전함 앞에 놓고 결식아동 돕는 성금으로 쓴다는 표지판과 함께 명함도 한 갑 놓여 있었다. 멀리서도 꽝꽝 요란하게 두들기기만 하는 목탁소리를 들으니 분명 제대로 교육받은 적 없는 땡중임이 분명한데, 결식아동돕기 팻말과 명함에 잠시 의구심을 갖던 찰나, 결정적인 사기꾼 증거가 땡중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마하반야바라밀다 수리수리마하수리... 아제아제 바라아제...

크하하핫.. 그럼 그렇지!


불교에 대해서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목은 들어본 적이 있을 법한 <반야심경>과 <천수경>. 이 둘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듯 절에서 드리는 '예불'에 빠지지 않고 외는 불경들인데 반야심경의 첫소절이 바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반야심경의 정식 이름이기도 하고. ^^; 강수연이 주연했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제목이기도 했던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반야심경의 맨 마지막 반복구절. 


그렇다면 천수경의 첫소절은 '정구업진언 수리수리마하수리...'로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엄마 따라 하도 절에 다녀서, 그리고 고등학교땐 따로 학생회 활동도 좀 했던 덕분에 지금까지도 외고 있는 구절인데... ㅋㅋㅋ 그 땡중은 둘을 아무렇게나 뒤섞어서 읊어댄 거다!  그것도 사람들 귀에 익숙한 구절만 쏙쏙 뽑아서 반야심경 한 줄, 천수경 한 줄, 또 반야심경 한 줄... 아 놔...  그 노력을 가상하다고 해야할지, 이왕 외울 거 좀 더 신경써서 외우지 그랬냐 핀잔을 줘야할지... 암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교회엘 열심히 다니는 친구에게 가짜중이란 증거를 이야기하며 올라가다보니 200미터 쯤 뒤에 똑같은 땡중이 한 명 더 있었다. 한 패거리겠지? 


쯧쯧쯧... 승복 사입으려면 비쌀텐데 투자비 꽤나 많이 들었겠다, 불전함 매고 산꼭대기까지 올라오느라 애썼지만 흥,  망해라, 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첫번째 산봉우리에 거의 당도하니 이번엔 우렁찬 '아이스께끼~' 외침소리가 우릴 반겼다. 산꼭대기까지 갖고 올라가서 음료수며 아이스께끼며 엄청 비싸게 받아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 나는 절대 외면하는 편인데(먹고난 쓰레기 사람들이 사방에 막 버리는 것도 싫다!) 누군가 값을 물어보니 1500원이란다. 엇, 다른 산에선 2천원 받던데! 단 거 먹으면 더 목말라진다고 주장하는 편이었으나, 그날은 슬슬 당떨어질 때도 됐고 또 일행이 사주신다고 해서 다리도 쉴 겸 낼름 받아먹었다. 중간에 막대기 버릴 데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휴식을 취하며 끝까지 다 먹고 버리고 가야한다고 우겨대면서. ^^


아직도 낮엔 꽤나 뜨거운 날씨에 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고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땡중과 아이스께끼 아저씨 둘 다 서울 근교 산을 생계의 터전으로 삼아 무거운 상자를 짊어지고 등산로를 올랐겠지만 본인의 자부심도 그렇겠고 참 얼마나 가치가 다른가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설마 산중턱 아이스께기 장사에도 정해진 영역이나  자릿세 같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달랑 1500원짜리 멜론 맛 아이스께끼를 먹으며 노동의 소중함이니 부가가치니 소비효율이니 하는 얘기까지 막 덧붙이며 께끼 아저씨한테는 온갖 칭찬이 쏟아졌었다. 물론 좀 전에 우리가 지나쳐온 땡중에게 시주하는 이는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었다. 당연히 수입도 엄청 차이가 나지 않을까? 목탁을 두들기며 불경을 외는 것도, 아이스께끼를 목청껏 외치는 것도 똑같은 노동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기꾼의 눈속임과 엄연한 상업 행위를 동등하게 바라볼 순 없다. 물론 국립공원 관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상업행위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ㅎㅎ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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