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또 피곤해도 잠이 안오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래서 다시 동네 앞산엘 올라갔다. 숲의 기운을 받으면 바짝 땡겨진 뇌주름도 좀 느슨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감기몸살 기운도 좀 남았고, 시간도 별로 없고 해서 정상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솔숲과 메타세콰이어숲에서 나름 절반의 효험은 얻고 온 것 같다. 하지만 기분 전환으로 찾은 산에서도 싫은 사람들을 종종 맞닥뜨려 와락 짜증이 인다. 아... 공기 좋고 호젓한 숲길 좋고 야생화 예쁘고 가을 하늘도 푸르른데 꼭 사람이 공해다 공해.


첫째는 휴대용 라디오나 mp3로 크게 음악틀고 다니는 사람들! 주로 할아버지들이 많이들 그러는데, 할머니들도 더러 있다. 음악은 거의 어김없이 조악하게 녹음된 뽕짝. 하기야 며칠 전엔 나름 우아한 경음악(엘리베이터에서 많이 들려오는;;) 을 틀고 가는 아주머니도 만났고, 가끔 야구중계 dmb를 크게 틀고 가는 아저씨도 있었다. 아 당췌 시끄러워서 원! 이런 분들은 이어폰이 없어서 그런다기보다는 뭔가 자랑삼아 더 그러는 것 같다. 종묘나 종로3가 주변엔 어르신들을 위해 아예 뽕짝 수천곡이 이미 다 들어있는 저렴한 mp3 겸 라디오를 판다던가... ㅎ 그러니깐 그런 분들 사이에선 요란하게 음악을 틀고 다니는 게 나름 신문물의 얼리어댑터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아닐지...


둘째는 먹을 거 잔뜩 싸와서 아무데나 돗자리 펴고 질질 음식물 흔적 남기는 사람들. 서울 근교나 멀리 설악산엘 가도, 동네 앞뒷산을 가도 먹거리 싸와서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의 '소풍' 기분을 모르는 바 아니나 과일껍질과 나무젓가락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숲에다 투척하는 꼬라지를 보면 확~ 때려주고 싶다. 농약과 왁스 묻은 귤껍질, 바나나 껍질 그런 건 수십년 지나도  안 썩는다는데! 나무젓가락도 마찬가지고! 으으으... 게다가 남은 반찬도 그냥 막 내버리고 가서 숲속에도 벌과 나비 대신 X파리들이 막 날아다닌다. ㅠ.ㅠ (난 안 올라갔지만 글쎄 설악산 중청휴게소 주변에도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파리떼가 엄청나단 얘길 들었다;;)


셋째는 술 먹고 등산하며 마구 떠드는 사람들. 얼린 막걸리나 맥주캔 하나 둘 싸가지고 가서 정상에서 캬~ 입맛 다시는 것까지 뭐랄 순 없지만 음주를 위해 등산하는 사람들이 가만 보면 꼭 있다. 중턱에서 널브러져 술판 벌리는 족속들은 뭐 서울 근교 산에 가면 어디나 볼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대개 등하산할 때도 떠들썩하니 시끄럽다. 어쩜 입을 한번도 안 쉬고들 놀리는지... ㅠ.ㅠ 그저 피하는 게 상책이다.


넷째는 요즘 가을 되면서 출몰한 족속인데, 바로 산에서 불법으로 밤과 도토리를 채취하는 사람들이다. 다람쥐랑 청솔모 같은 들짐승 먹이니깐 가져가지 말라고 곳곳에 팻말과 플래카드가 붙어있는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등산로 아닌곳까지, 노란 테이프로 막아놓은 곳에도 굳이 넘어가서 위험스레 구석구석 나뭇잎을 파헤친다. 어디선가 꺾었는지 주웠는지 굵직한 나뭇가지로 만든 지팡이겸 막대기를 들었다는 것이 내가 관찰한 그들의 특징. -_-;; 국립공원에선 그런 사람들 단속하는 이들도 있나본데, 동네 산이야 어차피 밤나무, 도토리나무가 대규모로 자라지도 않으니 단속까진 하지 않는 것 같고 그래서 아주 신들이 나셨다. 하지만 요샌 소나무 재선충 방재작업이 워낙 전국적으로 실시되므로 함부로 숲에서 도토리나 밤 주워다가 먹으면 맹독성 농약에 노출되어 큰일날 수도 있다던데... 어휴. 하긴 들짐승들도 농약 묻은 도토리나 밤을 먹으면 무사하지 못하려나? 째뜬 아슬아슬한 비탈길이나 벼랑 쪽으로 내려가서 도토리나 밥 줍는 어르신들(이런 분들은 또 할머니들이 많다;;) 위태위태해서 못보겠다. 제발 쫌!!! 


사람 공해 싫다고 내 몸 위한 운동을 아주 안할 순 없고... 그런데 또 스트레스 풀려고 오른 숲에서 저런 사람들 때문에 나는 또 스트레스를 받고... 젠장. 아예 남들에게 시선을 아예 안주고 무시하면 그뿐인데 문제는 결국 내 오지랖인가?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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