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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9.04 엄마들은 왜 그럴까 1 1
  2. 2021.08.22 양양연진 이야기 4
  3. 2021.06.10 나의 코로나 백신일기 3
  4. 2021.04.09 2021 벚꽃일기 3월30일 만개
  5. 2021.01.21 남겨두고 싶은 기분 6
  6. 2020.11.18 남해 보리암 + 남해바래길
  7. 2020.10.02 시든 꽃 1
  8. 2020.07.09 화병(火病)
  9. 2020.06.29 르네 마그리트특별전
  10. 2020.05.12 재난지원금 기부 실수 3

몇년 전부터 비혼 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노모를 봉양하며, 혹은 여전히 노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살고 있다. 독립해서 20년도 넘게 홀로 잘 살던 친구는 엄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자의가 3할, 타의가 7할의 비율로 집에 다시 들어갔고 무급 가사도우미로 구박 받으며 살고 있다고 종종 푸념을 한다. 

암튼 뭐 그건 각자 집안의 사정이 있을테고 내가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는 것 같으니 그저 셋이 모였을 때 서로 어쩜 그리 똑같냐고 놀라워했던 공통점을 적어본다. 

엄마들은 대체 왜 그러는지 잘 모르겠는데, 양념 간장을 너무나도 아끼신다. 예를 들어서 두부 부침이라든지 부추전이라든지 뭔가 부침개라도 만들어 먹는 날  양념 간장을 만들어 찍어 먹고 나면 기름도 둥둥 뜨고 당연히 버려야 맞지 않나? 근데 노모들께선 그걸 절대 못 버리게 한다. 랩으로 씌워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담에 또 찍어먹어야한다고. 아깝다고. 버리겠다고 하면 펄펄 뛰신단다.

해서 어느 날은 대여섯 개 쯤 되는 간장종지가 그릇장에서 한개도 보이지 않는 사태가 생겨난다. 찾아보면 다 냉장고에 들어 있고, 어떤 건 간장이 다 말라붙어 소금기만 남아 있기도 한다. 고추장 양념은 검게 굳어 언제부터 냉장고 구석에서 굴러다녔는지 알 수 없다.  물론 친구들의 어머니는 친구와 함께 살림살이를 분담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고 우리집은 내가 거의 전담하기 때문에 간장종지가 몽땅 다 냉장고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울 왕비마마께서는 랩을 씌워 반찬을 치운다든지 하는 가사일을 절대 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 내가 바빠서 설거지라도 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식탁에서 미리 벗어나 외출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식탁에 양념장 간장종지만 고대로 놓여 있다. 반찬 뚜껑을 대충 덮은 채로...

궁상 떨지 말고 양념장 좀 버리시라고 버럭 소리치면, 엄마의 반응은 똑같다. "아깝잖아." 

나름 추측한 이유는 몇 가지 있다.

1) 전쟁을 겪으신 세대라서 엄마들의 절약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2) 음식을 함부로 버리면 죄받는다, 나중에 죽어서 지옥에 가 버린 음식을 다 먹어야 한다는 믿음. (울 엄마와 H의 어머니는 불교신자이시지만, Y의 어머니는 아닌데?)

3) 메주를 쑤어 간장 된장을 만들어 먹던 세대 분들이라 간장 한 종지가 너무나도 소중하다. 저렴한 양조간장 사먹는 우리와는 시각부터 다른 거다. (그러나 말라붙은 종지에 든 간장은 분명 양조간장이라는 점)

간장종지뿐만 아니라 울 엄마는 김치 탕기에 담긴 김칫국물도 못 버리신다. 간편하게 사느라 자른 포기 김치를 밀폐용기에 담아두고 매 끼니마다 꺼내먹고 또 넣어놓고 반복하는데 김치는 다 먹고 국물만 남아도 당연히 뚜껑을 덮어 고스란히 냉장고 행이다. 아 대체 왜??? 엄만 그릇을 씻지 말고 거기다 다시 또 김치를 잘라 넣으면 되지 않냐고 하신다. 김치국물 아깝잖아... 

어휴. 난 지옥 같은 거 믿지도 않아! 실제로 있다면 나중에 지옥에 가서 내가 다 먹을 게요. 제발 버립시다! 엄마 몰래 오늘도 나는 남은 김치국물과 두부 찍어먹은 참기름 간장을 설거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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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만 해도 스노우캣 블로그에 올라오는 냥이 사진도 무서워서 잘 쳐다보지 못하던 나는 이제 없다. 주변에 반려묘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귀여운 모습을 담은 사진들부터 차츰 익숙해지다가, 아깽이를 입양한 지인네 집에 가서 실물까지 알현하고 나니, 고양이는 무서운 영물이 아니고 (과거 공포증은 모두가 어려서 본 <전설의 고향>과 에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탓이다!) 키우고 싶지만 역량이 모자라서 그냥 지켜보며 함께 살아가는 생물이 되었다.

그 때문일까 몇달 전 고양이들에게 집사로 선택되는(선배 냥집사들의 표현이다. ^^;;) 일이 벌어졌다. 중학생들에게 현재 자기 머릿속에 어떤 생각들이 있는지 그림으로 그려보라고 종종 요구하는데, 요즘 내 머릿속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길냥이 가족인 "양양연진" 이 생각이 거의 절반은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므로 2021년 6월 7일부터 시작된 "양양연진"과의 인연을 적어보기로 한다. 

엄청 오래된 다세대주택인 우리집의 구조가 좀 독특해서 집 바로 뒤가 축대이고, 내 방 창문을 열면 아래층 뒷베란다 지붕이 축대와 건물을 연결하고 있다. 그런데 초여름 활짝 열어둔 창문 밖에서 아주 가느다란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야옹'이라고 표현하기에도 어려울 만큼 들릴듯말듯 흐느끼듯 작은 울음소리. 방충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자, 아기 고양이 두 마리한테 젖을 물리고 있던 어미 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사실 이 사진은 첫날 찍은 게 아니고 며칠 뒤다. ^^; 첫날엔 당연히 당황해서 서로 숨고 도망치기 바빠 (나는 왜?;;) 사진 찍을 겨를이 없었다.

너무나도 작은 새끼고양이와 어미냥에게 뭐든 먹여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황태포를 잘라 물에 적셔서 마실 물과 함께 내다보며 계속 동향을 살폈다. 그러나 이틀간 냥이 가족은 다시 오지 않았고 플라스틱 통에 담아준 황태포도 그대로였다. ㅠ.ㅠ 나 때문에 보금자리를 떠나 도망친건가 몹시 걱정하며, 혹시 모르니 외출했다 돌아오며 고양이 통조림을 사온 날 냥이 가족은  다행스럽게도 다시 나타났다. 나의 집사생활이 시작된 거다. ^^; 

근엄한 어미냥 양양이

얼른 사료와 츄르를 주문하고 본죽 통으로 사료와 물을 담아줄 식기를 삼아, 아침 저녁으로 밥을 주었다. 냥이들을 보며 떠오른 대로 이름도 지어주었으니.. 어미냥은 양양, 아깽이들은 색이 연해서 연이, 진해서 진이. 합해서 '양양연진'. 냥이들 사진을 주변에 자랑하면 셋다 미묘라고 칭찬이 자자한데 사실 양양이는 사진발을 잘 안받는다. 표정이 늘 시크하고 뚱해서 ^^; 실물보다 사진이 별로임. ㅋㅋ

처음엔 보기만 해도 하악질을 해대던 양양이는 열흘쯤 지나자 사료 셔틀을 하는 인간임을 대충 짐작했는지, 내가 방충문을 열고 말을 걸며 사료준비를 시작하면 경계의 눈빛으로 쳐다보고만 있게 되었다.

 

 

아깽이들은 물론 문여는 소리만 나도 도망치기 일쑤지만 가끔 몰래 접근해서 엄마냥과 함께 노는 모습을 사진에 담거나 축대를 짚고 쭉쭉이를 하는 귀여운 모습도 포착했다. 

얼굴 반쪽에 무늬가 들어간 요 녀석이 바로 진이다.

처음엔 진이가 더 활발하고 잘 노는 것 같더니만... 나중엔 연이가 더 몸집도 크고 잘 돌아다닌다.

21년 6월 17일 비온 뒤 털을 말리고 있는 양양이
미묘의 정석 연이 ㅠ.ㅠ 

비오는 날 비 피할 곳을 마련해주어야 할 것 같아 스티로폼 상자에 구멍을 뚫고 차양도 덧댄 다음 안에 수건을 깔아주었는데, 수건이 엉망진창으로 접혀 더러워진 걸 보니 애들이 들어가기는 하는 모양인데, 자주 이용하진 않는 것 같다. 비가 올 것 같으면 암튼 저 안에 사료통을 놓아준다. 

진이 & 연이:  도망치다말고 사랑스럽게 쳐다봄 ㅠ.ㅠ 21. 7. 9. 
드물게 찍는데 성공한 가족사진. 21. 7. 11.
양양이 독사진. 21. 7. 13. 의젓하다
역시 21년 7월 13일 가족사진. 

7월 내내 연일 35도를 넘나들던 폭염 속에서도 연진이는 쑥쑥 자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몸집이 한배 반쯤 커졌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료를 먹는 양은 점점 줄었다. 입맛이 없는 건가 병이 난 건가 염려했더니 집냥이들도 그런다는 듯해서 조금 마음을 놓았으나... 똑같은 사료 양을 주어도 이틀이나 갈 정도로 먹는 게 시원찮은 것 같았다.

그러다 이유를 깨달았다. 양양이가 사라져버린 거다. 고양이 기척만 나도 내다보기를 며칠이나 반복했으나 늘 연이와 진이 뿐... 양양이는 아깽이들을 버리고 떠난 것 같았다. 

 엄마냥의 부재를 내가 확실하게 인지한 건 8월 1일. 아직 어리고 연약한 새끼들을 두고 양양인 어디 간 걸까, 얘들이 벌써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될까, 잠깐 어딜 다니러 간 걸까... 걱정스러워서 밤에 잠이 다 오질 않았다. 

이 왼쪽 사진이 바로 8월 1일에 찍은 것. 

고아가 되었다고 느껴서 그런지 둘 다 표정이 불안하고 측은해보인다. 처음과 달리 진이는 겁이 엄청 많아서 가까이 오는 일도 거의 없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달아난다. 사료를 줄 때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연이 혼자일 때가 많았다. 해서 나는 또 진이가 어디 병이 난 건가, 다른 길냥이한테 공격을 당한 거나 아닌가 별 걱정을 다하게 되었다... ㅠ.ㅠ 

 

 8월 10일 홀로 나타난 연이

 

간간이 나타나는 침입자 고양이 때문이었는데, 급기야 8월 17일 새벽 5시 반. 창밖에서 요란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짝짓기때 우는 소리와는 또 다른 뭔가 급박하고 공격적인 울음소리였다. 무더위 탓에 창문을 활짝 열고 잔 터라 후다닥 잠이 깬 나는 달려가 뒷 베란다 창문을 확 열어보았다. 축대와 아래층 베란다 지붕 틈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미친듯이 울어대고 있는 검은 무늬 성묘 한 마리!

아니 이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내가 나타나 위협하자 녀석은 줄행랑을 쳤지만 성묘답게 멀리 떨어져서 계속 노려보는 것 같았다. 잠을 자는둥마는둥... 무슨 기척만 들리면 창밖을 내다보느라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연진이는 만 하루 동안 모습을 감추었고 사료 주는 시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츄르를 듬뿍 부어주면 금방 냄새 맡고 나타나는 녀석들이 한밤중이 되도록 사료를 멀리하다니. 난 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다음날 연이와 진이는 다시 씩씩하게 사료를 먹으러 나타났고, 오늘도 침입자 고양이의 공격 시도가 있었으나 내가 쫓아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 녀석도 꽤나 예쁜 길냥이인데;;; 양양연진이 구역이라 내가 지켜주는 수밖에 없다. 뒷 마당에 사료를 부어준 적도 있는데 그건 또 입도 대지 않았다. 양양연진이가 사는 곳이 아늑해보여서 빼앗으려는 걸까. 어휴. 연진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연약해서 성묘의 공격으로 다치거나 쫓겨나게 될까봐 걱정이다.

두달 넘게 자랐는데 너희 언제 성묘 될래... 엄마 양양이는 돌아오라 돌아오라! 인간지킴이는 아직 두 아깽이 보호에 자신이 없단 말이다. 흑흑. 어쟀거나 오늘도 수북하게 사료를 담아주었다. 

21년 8월 21일 바로 어제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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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뒀던 블로그 부활은 역시 코로나. ㅎㅎ

5/31 잔여백신 신청. 설악산 스케줄 때문에 더 미리 신청 못한 게 속상.
네이버와 카카오톡에 동네 병원 몇군데 나누어서 예약알림 신청하고도 못미더워 평소 다니던 내과엔 친히 전화로 연락처 남김.
이른바 3중 예약 ^^;

6/9 오후 3시반
열흘만에 처음으로 동네 이비인후과로 네이버 알림이 떴으나 ㅠㅠ 4시까지 병원가야 한다는데 하필 포천에서 출발해 운전중이었음. 엄청 아까워 발만 구름.

6/10 오늘 오후 5시반
전화로 명단 예약했던 내과에서 잔여백신 있다고 연락와서 15분만에 튀어감.

평생 독감주사 한번 맞은 적 없는 오십대 중반 인물인 내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완료.

주사바늘 무서워서 ㅜㅜ 소형주사기 보지도 못하고 외면했는데 주사 들어가는 줄도 모르게 안아팠음.

2시간 경과 현재로선 아무 느낌 없는데
의사샘 설명으론 발열은 8시간 이후부터 날 거고
애매한 나이인 오십대의 심한 면역반응(근육통 고열 몸살) 평균 비율은 50:50이라고. 과연 나는 어느쪽일지 궁금하다. AZ 백신 맞은 주변 친구나 선후배들 대체로 하루 이틀은 아팠다는데 아예 멀쩡했단 사람도 없진 않으니 과연?

예후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뭔가 되게 큰 빽이 생긴 느낌이다. 2주만 조심하면 항체 생기겠지! 나 백신맞은 사람이라규.
2차 접종은 8/26 예정임.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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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에 가장 먼저 피었다는 서울 벚꽃
집앞에도 3/29일부터 활짝 피었더니
3/30일에 가장 예뻤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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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어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삶이 따분하고 지겨워져 뭔가 막 더 배우고 싶어서 동네 도서관과 구청 교육 프로그램을 뒤졌던가? 아, 기억났다. 친구가 동네 구청 취미 프로그램에서 단돈 몇만원에 몇달간 베이킹을 배우는데, 재미도 있고 수업 끝나면 그날 만든 맛있는 빵을 한 아름씩 갖고 온다며 나도 찾아보라고 권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동네엔 구직을 위한 프로그램밖에 없었고, 그나마도 신청 시기가 안 맞았다. 그러다 눈에 띈 마을강사 양성 교육 공문.

4주였던가.. 여름 방학 내 꽤 긴 기간 교육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의 수업을 들었고, 각자 다양한 아이디어로 자유학기제를 위한 프로그램을 짜서 제출하면 인근 학교와 연계해주겠다고 했다. 할까말까 망설이다 대충 요식행위로 만들어 낸 프로그램은 당연하겠지만 아무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알바도 아니고 자원봉사도 아니고 부업도 아니고 몹시 어중간한 시도는 관두고 본업에나 충실하자 싶었다. 그러다 돌연 다음해에 한 학교에서 수업 의뢰를 받았고, 그렇게 시작한 자유학년제 수업이 올해로 벌써 5년째다.

해마다 관둘까 말까, 들이는 시간과 품에 비해서 형편없는 강사료를 생각하면... 종종 본업에 지장을 주는 스케줄을 생각하면 그만두는 게 맞다 싶다가도, 또 불안한 미래를 1년 전에 미리 상상해보면 뭐라도 하고 있는 게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까도 싶고, 일단 학교에서 만나는 예쁜 아이들이 주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ㅠ.ㅠ 물론 재작년 같은 경우엔 몇몇 거친 아이들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도 있고,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좌절을 겪기도 했다. 근데 또 그러다가 한두 명에게라도 묵묵히 위로를 받으면 다시 버텨나갈 힘이 생기고...

코로나바이러스로 전 세계가 흔들렸던 2020년 학교는 정말 위기상황이었고,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수업도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서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병행한 학교도 있지만, 아예 전면 온라인수업으로만 결정한 학교도 있어서, 난생 처음 온라인수업을 여러가지 종류별로 준비해야하는 나로서는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구청측에서 여러가지 심화교육도 마련해주고, 먼저 온라인수업을 경험한 동료 선생님들이 쏠쏠한 노하우를 공유해주시고, 유튜브로 온갖 온라인플랫폼을 찾아 독학을 하고... 밤새워 PPT와 동영상을 만들었다 지웠다 반복하며 8월 내내 미쳤지 미쳤지, 이짓을 내가 왜 하고 있나 징징 울고 싶었던 것 같다.

째뜬 구글클래스룸과 EBS온라인클래스와 줌 화상수업을 오가며, 헐떡였던 2학기 자유학년제 수업이 1월 4일로 마침표를 찍었다. 창의적인 글쓰기와 번역 문장 연습을 주로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대면수업이 아니면 학생들과 소통하기가 엄청 어려울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온라인 수업이어서 좋은 점도 꽤 있었고, 2020년에 만난 아이들은 역대 최고로 성실하고 뛰어난 학생들이었다. 교실에서 만났더라면 더 뛰어난 성과를 얻었을 것 같아서 아쉽지만, 반대로 온라인으로 소통해서 내가 더 편견없이 공정하게 아이들을 대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 발표력 좋고 참여도 좋은 몇몇 학생들 위주로 소통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물론 매시간 활동지를 쓰게 하면서 일일이 들여다보고 격려하고 어떻게든 뭔가를 써내게 하려고 나로선 온갖 수단을 쓰지만;; 한 학기 내내 입 꼭 다물고 비협조적인 아이들에게는 나도 골이 나서 포기하기 쉽다.

온라인 수업을 듣고 연계 과제를 제출해야 출석으로 인정된다고 서슬퍼런 경고를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도 당연히 있다. 당당히 백지를 매번 내는 식이다. 교실 수업이었다면 활동지 써주기 전엔 집에 안보낸다고 복도에서 기다린다고 협박을 해서라도 받아내는 편인데, 온라인 댓글로는 아무리 피드백을 신경써도 결국 제대로 글쓰기를 못시킨 경우가 있다. 줌으로 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엔 담임 선생님이 전화로 아무리 깨워도, 자느라고 못 들어온 아이도 있었고. ㅠ.ㅠ  그 학생은 다음 주 홀로 학교에 등교해 종일 학교 컴퓨터로 화상 수업을 들었지만,  그 다음주엔 그 수법도 통하지 않았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비대면 수업을 한 학기 경험한 소감은, 나름대로 보람찼다는 것이다. 열네살 아이들은 아직도 참 어리고 순수하지만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깊은 생각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교실 수업이든 온라인 수업이든 똑같이 훌륭한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나도 동영상 수업을 들어보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자꾸 딴 생각을 하거나 슬며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부끄러운 적이 많다. 어른도 그럴진대 진짜로 재미있는 수업이 아니면 아이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글쓰기를 시키는 수업이라니!  나로선 재미나게 해본다고 최선을 다하지만 그 마음이 과연 통할지는 미지수였는데... 놀랍게도 많은 아이들이 열심히 피드백으로 내게 용기를 주었다. 쌤 수업 재미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수업을 하시나요.. 등등... 음화홧. 

나로선 당연히 힘이 나서 아이디어를 짜내고 PPT 자료도 더 열심히 다시 만들고, 구글설문지나 문서로 받을 과제도 정성들여 이리저리 고치고 최대한 활기차게 동영상을 녹화했다. 아이들이 낸 과제물엔 열심히 댓글로 피드백을 달고, 개성을 파악해 기록해두고는 계속 관심을 쏟았다. 물론 일일이 댓글로 응원을 보내고 조심스러운 글 한 줄에도 마구 칭찬을 날리느라, 당연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서 속으로 또 미쳤지 미쳤지 왜 이러고 앉았나 후회도 했지만...

그런 정성에 대한 보답일까, 아이들도 과제 댓글로, 수업 피드백으로 여러가지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해주어 기뻤는데 8주차 마지막 수업 마지막 과제 끝에는 한 학생이 제법 긴 쪽지를 적어두었고, 그걸 읽으며 난 주책맞게 눈물이 핑 돌았다. 우와....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공을 들인 노력과 진심이 통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던 것 같다. 

더보기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캡쳐해놓음 ^^;; 

글쓰기를 원래도 잘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고만고만한 문장력이라도 좀 더 생각을 깊이 했다거나 정성을 들인 표현은 금세 표가 나고 점점 발전하는 게 보이는 아이들이 있으면 덩달아 나도 신이 난다. 처음엔 힘들어하다가 막판에 잠재력을 쑥 펼쳐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감동하는 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칭찬의 중요성을 정말 매번 느낀다. 위에 쪽지를 보낸 아이도 그랬지만, 한두번은 칭찬을 해주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괜히 해보는 소리겠거니 싶은걸까? 그럴 땐 뭉뚱그려 참 잘했어요, 라는 칭찬은 안통한다.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어느 문장과 표현이 마음에 드는지 콕 찝어 말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걸 기억했다가 다음번에 또 이어서 칭찬해주고... 아 물론, 강사 주제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는 게 쉽진 않다. 가성비를 따진다면 그야말로 허튼짓일 수도 있고.... 

지금 하는 번역 일을 사랑하지만 힘들고 지칠 때면 그 옛날에 첫 직장 다니지 말고 그냥 교사를 했어야하는 건데, 그럼 지금쯤 당당히 명예퇴직을 하고 연금으로 먹고 살텐데,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으나 이렇게 유사 교사체험을 한 뒤론 그 생각이 쏙 들어갔다. 일주일에 몇 시간 수업 준비로도 이렇게 진이 빠지는데;; 난 아마 뼈를 갈아넣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교사 선배들의 짐작이 맞을 것 같다. 학교 선생님들 모두 존경스럽다!

암튼 본업도 마감 못 맞추고 헐떡대면서, 딴짓하는 건 괜한 뻘짓 아닌가 싶다가도 또 어디가서 이런 보람을 느껴보겠나 싶은 마음에 2021년에도 결국 또 자유학년제 수업을 맡기로 했다. 번역가를 직업으로 추천하기에는 사실 현실적으로 너무도 막막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중1 아이들을 데리고 번역 수업을 해보면 해마다 장래에 번역가가 되어볼까 흥미가 생겼다는 아이들이 몇명씩 꼭 나온다. ㅋㅋ 해마다 영업 성공?! 그 아이들이 진짜로 번역가가 될지 그건 장담 못하지만, 그럴 생각에 글쓰기와 책읽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면 나로선 더 바랄 게 없다. 올해는 또 어떤 개성 넘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두려움 반 설렘 반이지만 온라인 수업 노하우도 얼추 생겼겠다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는 수업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오래 버려두었던 블로그에 또 이렇게 끄적거리는 이유는 분명 또 일이 하기 싫어서일 것이다. 마감에 왜 일이 하기 싫을까. ㅠ.ㅠ 어쨌거나 뿌듯하고 벅찼던 느낌이 다 휘발되기 전에 이렇게라도 남겨두게 돼서 다행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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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15일까지 밤차로 떠나 1박 3일. 코로나 상황에 자랑할 건 아니므로 사진만 남겨둔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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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 꽃

아픈 손가락 2020. 10. 2. 18:58

간만에 리시안서스 한다발을 사다가 꽂아두고 하도 예뻐서 연일 감탄하고 있다. 주로 식탁에 놓아두고 밥 한숟갈 먹고 씹으며 쳐다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데, 희한하게도 엄만 나와 계속 시각이 다르다.

원래도 엄만 꽃을 좋아하면서도 '절화'를 별로 탐탁히 여기지 않으신다. 생명을 똑 잘라 죽여서 꽃아놓기 때문이란다. 불자의 마음이라 그러려니 하면서도, 예쁜 꽃 좀 곁에 두고 보려고 사온 나로선 좀 심술이 난다.

이번에도 신이 나서 꽃다발을 꽂아두고 이쁘지, 이쁘지? 묻는 내게 엄만 대뜸 "꽃이 꼭 조화같다"고 대꾸했다. +_+ 꽃도 잎도 모두 조화처럼 생겨서 신기하다고. 시니컬하시기는...

리시안서스가 좀 하늘하늘한 꽃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리어카 좌판에서 산 거라 덜 싱싱했는지 사온지 사흘째부터 한두 송이씩 좀 말라가며 시들기 시작했다. 난 가끔 시든 꽃도 거꾸로 말려 오래 두고보는 인간인지라 별 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엄만 연일 가위를 들고 시든 꽃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내 눈엔 아직 멀쩡해보이는 꽃도 꽃잎 가장자리가 말랐다며 어서 잘라버려야겠다고. 아니 왜?!

오늘로 닷새째. 아침 저녁으로 두번씩이나 시든꽃을 솎아낸 꽃은 처음 저날보다 거의 3분의 1은 줄어들었는데;; 오늘 저녁 식탁에서도 엄만 밥을 먹는 내내 매의 눈으로 또 잘라버릴 꽃을 찾는 눈치였다. 아 놔 진짜! 아직 다 멀쩡하구만. 엄마, 그냥 제일 싱싱하고 예쁜 꽃만 보면 안돼? 왜 예쁜 꽃 놔두고 계속 시든 꽃만 쳐다봐요? 내가 따지듯이 물었다. 누가 우울증환자 아니랄까봐! 설마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 거야? 

사과를 한 상자 두고 먹을 때 썪은 사과부터 먹는 사람과 제일 잘 익고 맛있는 사과부터 먹는 사람이 있다나 뭐라나, 그게 삶의 태도일 수도 있다는 우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썪은 사과는 물론 미리 다 골라내 멀쩡한 사과를 보호해야겠지만... 좋은 거, 맛있는 걸 늘 제일 마지막에 먹으려고 아끼는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다. 그러다가 다 썪히기 십상이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을 때도 엄만 젤 덜 단 과일부터 먹는다. 예를 들면 방울토마토, 사과, 참외 등의 순서. 먼저 단 과일을 먹으면 다음 과일은 맛이 없어진다나. 의도적으로 노력을 했던건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나는 제일 먼저 좋아하는 과일을 먹는다. 새콤달콤한 과일을 좋아하므로 사과, 참외, 토마토의 순이기 쉽다. 달지 않은 토마토를 맨 마지막에 먹어야 입가심도 될 것 같고. 

우울증 환자의 특징인지, 아니면 없이 산 기억이 있고 아끼는 것이 생활화된 구세대 여성의 특징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반찬을 앞두고도 엄마의 태도는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 내가 기껏 솜씨를 부려 새로 만든 메인 요리를 앞에 두고도 엄마의 첫번째 젓가락질은 '없애버려야 할' 오래된 반찬을 향하기 일쑤다. "저거부터 다 먹어치우자"라는 논리인데, 어차피 그게 마지막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냥 새 반찬은 좀 아껴야겠다는 심리일까? 인지능력이 약간 떨어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지 반찬도 눈앞에 있는 것만 공략하는 느낌이라 요샌 아예 식판처럼 큰 접시에 반찬 할당량을 정해 밥과 함께 담아드린다. 그러면 또 군말없이 새 반찬부터 드시는 걸 볼 수 있다. 

울 엄만 정말 연구대상이다. 나로선 아무리 탐구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명절을 앞두고 엄마 친구들이 안부 전화를 걸어왔을 때, 엄마의 대꾸방식도 참 여전하다. 엄마 친구분들은 병든 엄마를 오래전부터 챙기는 나를 대견해하고 칭찬하시는데, 엄만 맞장구를 치다가도 곧바로 딸 흉을 본다. 소곤소곤 뒷담화가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니 듣건말건 상관없다는 태도다.  "맞아, 내가 딸 때문에 사는 거지. 쟤 없었음 벌써 죽었겠지. 근데 쟤가 성질이 드러워서 나랑 맨날 싸워. 잔소리가 말도 못해..."  거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매번 대꾸가 똑같다. 저렇게 자기 의견에 솔직한데 왜 우울증이지 싶을 때도 있다. 저것도 방어기제인가?

암튼 난 하필 시든 꽃만 유심히 바라보고 매번 썩은 과일부터 골라 먹는 그 비관적 태도에 물들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중이다. 내 눈에 꽃은 대체로 시들어도 예쁜데.  드라이플라워도 있구만요. 남은 것중에 제일 맛있는 사과를 골라 먹으면 매번 끝까지 제일 맛있는 것만 먹을 수 있다는 낙관론, 눈 가리기 아웅이라도 좀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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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병(火病)

투덜일기 2020. 7. 9. 21:23

원래도 간간이 불면이지만 월요일 이후 며칠째 잠을 잘 못자겠다. 옥스포드사전에도 우리말 발음 그대로 올라있다는 '화병'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범죄자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는 나라에서 오늘은 현직 고교 교사가 여자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뉴스는 "호기심에 그랬다"는 성범죄자의 서사와 변명을 그대로 뉴스에 옮겨준다.

도대체 왜 드럽게 남이 대소변 보는 장면을 몰래 찍어 소장하고 보고싶어하는지 나로선 죽었다 깨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건 '호기심'이 아니라 그냥 변태성욕이고 범죄다. 왜 뉴스도, 사법부도 늘 성범죄자의 입장을 대변할까? 기자나 데스크 책임자가 남자라서? 그런 언론의 태도 역시 성착취범 공화국이 되어버린 이 나라의 성범죄 카르텔을 공고하게 만들며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사법주권? 개풀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다는 욕밖에 안나오는 웰컴투비디오 손정우의 미국송환 무산으로 앞으로는 더욱 더 많은 꿈나무 성착취범이 나올 거라는 예측에 공감한다. 1년간 감옥에 들어가는 대가로 10억을 준다면 어떡하겠느냐고 남자 청소년들에게 물으면(어른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일 거다) 거의 100퍼센트 감옥에 다녀오겠다는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인생 한 방이지! 라면서.

손정우는 소아성애자들이 생후6개월, 돌쟁이 아기들의 내장이 파열될 정도로 잔인하게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포함하여, 12세 미만 남녀아동의 성착취 영상물로 44억을 벌어들였고, 결혼을 핑계로 감형을 받기 위해 베트남 여성 매매혼으로 단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 뻔뻔한 얼굴 하나 공개하지 않은 채 자유의 몸이 되었다. 범죄 수익의 환수는 개뿔, 더러운 범죄 수익은 대한민국 최고 변호사들을 고용해 풀려나는 비용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N번방의 피의자들중 십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마어마하다. N번방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에도 그 수법을 따라 십대 소녀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판매하려 시도한 아이들도 있을 정도다. 디지털과 IT 강국의 아이들은 성범죄와 성착취도 놀이처럼 접근한다. 손정우 사건으로 과연 아이들은 무얼 배웠을까. 컴퓨터만 있으면 가장 쉽게 인간을 착취해서 돈버는 방법이 있고, 이 나라는 그런 범죄에 엄청난 선처와 이해와 호응을 보내준다는 걸 배웠을 거다.

판사, 의사, 정치인, 경찰, 교사,교수, 기자, 군인, 공무원, 은행원, 회사원, 학생.... 성착취범들의 직업은 이 세상의 직업 종류만큼이나 다양해진 것 같다. 그냥 공기처럼 어디에나 도처에 다 있다는 뜻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외출했다가 어디든 화장실에 들렀을 때 혹시 불법카메라가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불안해지는 이유는 그냥 병적인 강박증이 아니다. 애들 학교에도 선생이란 놈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는 상황인걸!

거기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대통령은 성착취범 정치인에게 조화를 보내며 든든한 뒷배임을 자인했다. 장례식장은 웬만하면 가지도 말라 질본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이 시국에 성착취범 안희정은 당당하게 정치인들의 조문을 받으며 세를 과시했다. 출소 뒤 얼마 후에 여우 같은 그 ㅅㄲ가 다시 정치판에 기웃거린대도 놀라울 게 없는 나라다.

그뿐인가. 임신한 여교사에 대한 성판타지가 어쩌구저쩌구 돼지발정제 못지않은 왜곡된 여성관을 지녔을 뿐더러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걸 책으로도 써낸 ㅌㅎㅁ을 자꾸만 청와대로 불러들일 때부터 물론 알만했다. 알만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너무나 실망스럽다.

트위터에선 청와대 주소 문재인대통령 앞으로 책 <김지은입니다>를 보내자는 통쾌한 아이디어가 공감을 얻고 있다. 책꽂이가 꽉 차서 나도 당분간 더는 책을 안 살 작정이었는데 나도 그 책을 주문했다. 이 울화와 격분을 담아 뭐라도 행동을 해야할 것 같은데 그거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고 말테다.

사법정의는 언제나 약자들 앞에서 죽어 있었지만, 성범죄의 피해자에겐 특히나 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상은 심지어 죽은 뒤에도 인터넷에 떠돌지만 가해자들은 A모씨, B모씨로 언급될 뿐 떳떳하게 잘만 살아간다. 엊그제는 N번방 유료회원 중 성인 두 사람은 사회적 지위를 감안하여 신상공개가 기각되었다. 사법부는 성범죄를 예방하려는 의지가 아예 없는 집단일까? 평생 뒷바라지 속에 공부나 하면서 달달 법조문이나 외운 것으로 친 시험으로 얻은 자들이 휘두르는 권리가 너무 거대하다.

손정우 미국송환을 기각한 가ㅇㅇㅅ 판사가 대법관 후보라는 소식에 그걸 막으려는 청와대 청원은 40만명을 넘어섰다. 1심에서 성범죄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구하라의 자살을 이끌어냈던 Oh ㄷㅅ 판사가 N번방 사건을 맡았을 때도 청와대 청원으로 물러나게 한 적이 있지만, 정말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려면 너무도 고달프다.

코로나19 대처로, 재난지원금으로 약간 차오르려던 국뽕은 아 그럼 그렇지, 하는 체념으로 금세 바뀌었다. 소시오패스가 틀림없는 것 같은 이상한 대통령을 갖고 있는 나라 미국에서도 성범죄자들은 최소한 이름과 얼굴이라도 노출되지 않나 말이다. 대체 왜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그렇게 범죄자들의 인권을 높이 사주었지? 국회의원들은 부디 정치 세싸움하지 말고 입법 의무에 충실해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법과 범죄자인권보호법부터 좀 없애주기 바란다.

오죽하면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했을라고. 죽어버린 사법정의를 믿지 못하므로 자꾸만 사적 복수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몇년 전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뉴스에 대한 포스팅으로 글이 삭제당하는 일을 겪었던 터라, 미리 깨갱하듯 이 글에도 판사 이름을 이니셜로 바꾸면서 짜증이 버럭 난다. 이거야 말로 개인적 의견의 자유 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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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국에 비행기도 못뜨는데 어떻게 마그리트의 대작들이 한국에 왔을까 의아했었는데, 당연히 원작 전시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입장료가 15000원? 미친거 아니야? 씩씩댔으나 30% 할인받을 방법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일단 보기로 하고 볕좋은 날 일행과 인사동에서 만났다.     

그 동안 인사동은 상전벽해... 곳곳이 낯설었고, 전시회가 열리는 인사센트럴뮤지엄은 규모가 조계사 앞길까지 이어진 초대형 '복합문화공간'(?) 같은 곳이었다. 마당에서 기웃기웃 옷구경도 하고 기념품가게도 들여다보고... 드디어 지하전시장으로 입장. 

주말 오전인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마스크를 쓰고도 사람들과 간격을 유지하느라 제법 신경을 써야 했다. 대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전시를 알고 잘도 찾아오는지. 

전시장을 둘러보니, 가족과 연인끼리 온 관람객들이 꽤 많았고 다들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치.. 마그리트 작품이 사진빨이 잘 받긴 하지. ^^;;

원화가 아니라 프린트니 사진찍기가 자유로워서 그게 장점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작품 크기도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전시장 벽 크기에 맞춰 작품을 집어넣어놓은 구성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래는 코로나 시대의 연인과 키스를 뜻하는 거 같다며 많은 연인들이 인증샷을 찍던 작품이다. 으음. 당연히 그림 제목 다 까먹음. 생각날까 싶어서 설명문도 같이 찍었으나 역시 기억 안난다. ㅠ.ㅠ 

 

투덜투덜 꿍얼꿍얼 트집을 잡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시장 디지털 영상 속을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과 줄 서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을 보며, 결과적으로는 나도 즐기고 있었다. 그래 뭐 이 정도라도 나름의 문화생활 즐기는 거 좋지 아니한가. ㅎㅎ 

9월 13일까지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전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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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가 실수로 기부했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니 왜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좀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척 하며 의아했었다. 

바로 어제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신용카드 회사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해드렸고, 버퍼링도 없이 공인인증서나 회원가입 절차도 없이 단번에 금세 끝나는 간편한 과정에 흐뭇했다. 그런데 뉴스에 등장하는 기부금란 표시 화면을 보니 어째 느낌이 쎄~~~ 했다. 금액을 적어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금액을 적으면 그 금액을 기부한다는 뜻이었어! 어어... 나도 금액 적었는데...

째뜬 나는 오늘 신청일이라 무사히 재난지원금 신청을 마치고서 금액 확인 문자까지 받은 뒤, 왜 울 오마니는 어제 바로 재난지원금 신청되었다는 확인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불안해하며 다시 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ㅠ.ㅠ 실수로 몽땅 재난지원금 기부해버린 똥 멍청이가 바로 나였다! 내 지원금도 아니고 엄마 지원금을! 헉! 

재빨리 검색해보니 당일 밤 11시30분까지는 곧장 다시 홈페이지에서 착오로 인한 기부금 취소와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도 취소 불가능하다며 각종 포털과 SNS에서 강제기부를 유도한 정부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었다. 에이, 설마. 난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기부는 어차피 강제가 아닌데 어떻게 취소가 불가능하겠어? 뒤늦게라도 시스템 보완이 됐겠지... 

불안한 마음에도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러나 취소 안 되면 어쩌나 엄청 쫄렸음을 고백한다. 내 실수를 털어놓자 대인배이신 엄마는 40만원 어치 떡 사먹은 셈 치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게 아니죠! 헛똑똑이+똥멍청이 인증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그런 실수를... 😭콜센터 전화 연결은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사람들 탓인지 30분을 넘겨 1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 대기상태였지만 기다림의 끝은 달콤했으니...

결국 기부금 취소 신청이 가능했다! 다만 확인문자를 따로 보내주진 않을 거라 이틀 뒤쯤 재확인해보라고 함. 평소에 사람들이 왜 한글을 읽고도 이해를 잘 못하냐고 노상 궁시렁거렸는데 남탓 할일이 아니었다. 빤히 읽고도 손이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제대로 읽었다고 읽었어도 머리에서 이해가 안되는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다시는 문해력으로 남들 손가락질 하지 않으리! 

째뜬 카드사마다 기부금과 신청금 항목이 좀 헷갈리는 건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강제 기부, 착오 기부를 유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항목을 구성했다고 비난하는 언론도 보이던데--그러니까 정부 욕하며 특히 주의해야한고 알리는 단체 카톡방 공지도 2개나 받았다--진짜로 그랬을까? 돈 나눠주며 굳이 욕을 먹으려고 그런 짓을? 그냥 한 페이지 안에서 직관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려다가 그런 폐단이 생겼을 거라 믿고 싶다. 그러니 앞으로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하실 이웃분들은 주의깊게 잘 살펴보시기를... (참고로 오마니의 신청 카드사는 BC카드였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고 한심스러워서 트위터에도 남겼지만 여기다 구구절절 반성을 해야 바보짓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못되면 내 잘못보다는 남탓을 하는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가도 요번에 새삼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 역시 항목 헷갈리게 해놓은 페이지 구성과 기부 취소 어렵게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엄청 욕했으니 말이다. 며칠 내로 착오 기부금 취소와 관련된 메뉴가 더 잘 보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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