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회사 홈페이지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가 실수로 기부했다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는 뉴스를 보면서, 아니 왜 그런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좀 전까지만 해도 잘난 척 하며 의아했었다. 

바로 어제 나는 엄마를 대신해서 신용카드 회사에 재난지원금을 신청해드렸고, 버퍼링도 없이 공인인증서나 회원가입 절차도 없이 단번에 금세 끝나는 간편한 과정에 흐뭇했다. 그런데 뉴스에 등장하는 기부금란 표시 화면을 보니 어째 느낌이 쎄~~~ 했다. 금액을 적어서 신청하는 게 아니라 금액을 적으면 그 금액을 기부한다는 뜻이었어! 어어... 나도 금액 적었는데...

째뜬 나는 오늘 신청일이라 무사히 재난지원금 신청을 마치고서 금액 확인 문자까지 받은 뒤, 왜 울 오마니는 어제 바로 재난지원금 신청되었다는 확인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불안해하며 다시 카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해보았다. 그랬더니.... ㅠ.ㅠ 실수로 몽땅 재난지원금 기부해버린 똥 멍청이가 바로 나였다! 내 지원금도 아니고 엄마 지원금을! 헉! 

재빨리 검색해보니 당일 밤 11시30분까지는 곧장 다시 홈페이지에서 착오로 인한 기부금 취소와 재신청이 가능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도 취소 불가능하다며 각종 포털과 SNS에서 강제기부를 유도한 정부 욕을 바가지로 하고 있었다. 에이, 설마. 난 그럴 리 없다고 믿었다. 기부는 어차피 강제가 아닌데 어떻게 취소가 불가능하겠어? 뒤늦게라도 시스템 보완이 됐겠지... 

불안한 마음에도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러나 취소 안 되면 어쩌나 엄청 쫄렸음을 고백한다. 내 실수를 털어놓자 대인배이신 엄마는 40만원 어치 떡 사먹은 셈 치면 된다고 하셨지만 그게 아니죠! 헛똑똑이+똥멍청이 인증도 아니고 어떻게 내가 그런 실수를... 😭콜센터 전화 연결은 아니나 다를까 나 같은 사람들 탓인지 30분을 넘겨 1시간이 다 되도록 계속 대기상태였지만 기다림의 끝은 달콤했으니...

결국 기부금 취소 신청이 가능했다! 다만 확인문자를 따로 보내주진 않을 거라 이틀 뒤쯤 재확인해보라고 함. 평소에 사람들이 왜 한글을 읽고도 이해를 잘 못하냐고 노상 궁시렁거렸는데 남탓 할일이 아니었다. 빤히 읽고도 손이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제대로 읽었다고 읽었어도 머리에서 이해가 안되는 수도 있다는 걸 이번에 크게 깨달았다. 다시는 문해력으로 남들 손가락질 하지 않으리! 

째뜬 카드사마다 기부금과 신청금 항목이 좀 헷갈리는 건 사실이다. 많은 국민들에게 강제 기부, 착오 기부를 유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항목을 구성했다고 비난하는 언론도 보이던데--그러니까 정부 욕하며 특히 주의해야한고 알리는 단체 카톡방 공지도 2개나 받았다--진짜로 그랬을까? 돈 나눠주며 굳이 욕을 먹으려고 그런 짓을? 그냥 한 페이지 안에서 직관적으로 다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려다가 그런 폐단이 생겼을 거라 믿고 싶다. 그러니 앞으로 재난지원금 온라인 신청하실 이웃분들은 주의깊게 잘 살펴보시기를... (참고로 오마니의 신청 카드사는 BC카드였습니다). 

스스로가 너무 멍청하고 한심스러워서 트위터에도 남겼지만 여기다 구구절절 반성을 해야 바보짓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무슨 일이든 잘못되면 내 잘못보다는 남탓을 하는 본능이 얼마나 강력한가도 요번에 새삼 깨달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나 역시 항목 헷갈리게 해놓은 페이지 구성과 기부 취소 어렵게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엄청 욕했으니 말이다. 며칠 내로 착오 기부금 취소와 관련된 메뉴가 더 잘 보완되면 좋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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