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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26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
  2. 2021.12.26 제주 여행 (21/11/18~20) 5
  3. 2021.12.26 연이 홀로 2
  4. 2021.12.25 엄마들은 왜 그럴까 4 6
  5. 2021.11.14 엄마들은 왜 그럴까 3 11
  6. 2021.10.31 펄쩍펄쩍 6
  7. 2021.10.10 연진이 새집 장만 1
  8. 2021.09.25 연이진이 3
  9. 2021.09.13 엄마들은 왜 그럴까 2 2
  10. 2021.09.11 진전 3

2022년 첫 전시 관람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러시아 이콘 전시회였다. 지인 한 분이 이곳에서 해설 봉사를 하시는데 수년째 오란 말씀 안하시더니 요번엔 정말 꼭 볼만하다며 와보라고 홍보를 하셨다. 호객행위처럼 직접 찍은 동영상 하나를 틱 보내주셨는데 오오옷.. 단번에 가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콘'이라는 말도 처음 들었는데, 짐작할 수 있듯이 '아이콘'과 같은 말일 테고,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유래했다고. 특히 '이콘'이라고 하면 동방정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그리스도 신앙을 담은 성화를 의미하는 듯.
위로의 방이라고 해야하나 콘솔레이션 홀이라고 적힌 별도의 공간에서 3차원 디지털영상을 틀어주고 있던데, 그것만 보아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 나 같은 무종교인은 똑같은 기독교라도 천주교 공간은 개신교 공간보다 마음이 덜 불편하다. 그 또한 일종의 편견이겠지만 암튼. 이콘 전시를 보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holy'한 마음이 든다는 후문을 종종 들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예수나 성모의 존재자체보다는 그 초월적 존재를 성스럽게 떠받들고 소망하는 인간들의 경건한 모습과 노력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게다가 알고보니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 자체도 예술! 게다가 이콘전시뿐만 아니라 상설전시, 기획전시도 볼 거리가 많았다. 한파가 몰려왔던 1월 12일 오전, 1시간정도 둘러보면 되겠거니 얕잡아봤다가 결국 다 못보고 나중에 다시 오자며 주린 배를 달래러 나와야했다.

지하1층 전시장 입구
손으로 만들지 않은 구세주..라나 제목이 이해되지 않아서 해설하시는 분에게 설명을 들었지만 역시나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ㅋㅋ 번역 오류라고 생각했음. 손으로 그리지 않은 예수.. 정도였다면 어땠을까.

이콘 성화들을 돌아보며, 예수는 물론이고 동방박사들도 아시아 유색인이란 건 확실한가보다고 속삭였다. ^^;

러시아정교 제대는 5단으로 꾸민다던가.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고 암튼 계단식 성당 공간과 이콘 장식을 재현해놓았는데 아마도 천주교인이었다면 저절로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었을 것 같다. 그저 앉아있기만 해도 좋은 공간.

상설전시실. 내부 구조도 고딕성당 나무 형상 골조를 닮았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떠올랐던 안뜰 예술품

곳곳에 놓인 예술품이 엄청나다. 디지털 화면으로 얼굴이 표현된 피에타도 멋졌는데 사진은 여기 안올리겠음. ㅎㅎ (티스토리 사진 편집 방식이 바뀌어서 엄청 불편하닷!) 이콘 전시실 나와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폭포와 파도와 모세의 기적까지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되던 옥외 설치미술도 좋았고, 나중에 천주교 성지 관련 답사를 한번 더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는 무료이고, 2022년 2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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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일도 못 지키고 노상 바삐 허덕이는 가운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제주여행까지 다녀왔으니 창피하기도 하고 민망해서 어디도 자랑 못했던 제주 여행기를 후딱 적어보련다.

여행멤버는 나 포함 넷. 놀랍게도 엄마랑 아줌마들 따라서 여행 가고 싶어했다는 친구1의 중학생 딸이 합류하게 되었다. 과거 1박2일 여행 경험상 이 친구들은 그냥 집을 떠나 공간이동을 했고 가사일에서 해방되었다는 것에 더 방점을 찍는다는 걸 알기에 나도 뭘 많이 보고 경험해야겠다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제주도인데 뭐... 뭘 한들 안 좋겠어! 

숙소가 제주시 근처 대명콘도 소노벨이고 일정도 2박3일이라 여행코스는 북동부로 제한하기로 원래 계획을 세웠다. 길바닥에서 운전하며 보내는 시간 아까워! 4명이 각자 하나씩 꼭 가고픈 여행지를 지정하기로 하여, 사전 미팅에서 정해진 곳은 1 스누피가든(나) 2 우도(친구1) 3 성산일출봉(친구2). 그러나 중학생인 친구딸이 키티 광팬이라, 남쪽으로 좀 치우치긴 했지만 마지막날 헬로키티아일랜드가 일정에 추가되었다. 

첫날. 11월 18일(목). 이 얼마만에 타보는 비행기던가 두근두근 설렘설렘. 여행은 준비하고 미리 상상할 때 더 설레는 듯도 하다. 수능날 탓인지 5분씩 10분씩 스케줄이 뒤로 밀려 제주에 도착하니 거의 1시가 다 되었다. 렌터카 픽업후 곧장 제주 시내에 있는 유리네로 갈치조림 먹으러 갔다가 스누피 가든으로! 3시쯤 도착했는데 바로 앞 주차장은 만차이고 건너편 주차장도 얼추 꽉 차 있었다. 핫 플레이스 맞구먼. 

첫날: 11월 18일(목) 일정에 맞춰 스누피 후드티 입고 가서 더 신남 ㅋ

6시까지 3시간 꽉 차게 놀면서도 후반부엔 시간이 모자라 친구들은 기념품가게로 먼저 향하고 나 혼자 대표로 헐레벌떡 뛰어다니며 스탬프를 찍어야했다. 실내보다 실외 정원이 훨씬 더 좋았고 입장료 아까운 줄 모르고 신났었다. 친구2도 스누피 광팬이라 모든 일정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첫째날. 저녁으론 숙소 근처에서 검색해 흑돼지+해물구이를 먹었다. 

둘쨋날. 11월 19일(금) 우도+성산일출봉. 

우도에는 렌터카를 못 가져가는 것으로 알고 당연히 성산항에 주차후 우도행 배를 탔는데 의외로 배에 실리는 렌터카가 많았다. 미니전기차 운전에 자신이 없었던 친구들은 이때부터 불만을 표함. 렌터카 들어가도 되네! 어 그러네;; ㅎㅎ 민망. 예전처럼 우도에서 미니전기차를 3시간 빌려서 한 바퀴 일주를 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친구1이 초보운전자이고 겁이 많아 절대 속도를 못낸다는 것. 친구2는 운전면허증은 있으되 아예 운전할 엄두도 못냄. 내 파트너는 친구딸 ^^; 우리 둘은 신나게 속도를 높여 해변을 달리는데 친구네 차는 좀처럼 따라오질 못하고;; 결국 가다 서다 기다리다 서로 잃어버리고 헤매고 ㅋㅋㅋ 

우도+성산일출봉

제대로 바다구경도 못하고 허겁지겁 시간 맞추느라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았으면 우도를 가지 말걸 그랬나 싶을 정도였다. 아니 이렇게 바다가 맑고 깨끗하고 예쁜데. 고객님들은 죄다 1분 컷. 사진 찍고 이제 가자고 하심. ㅠ.ㅠ  해물짬뽕과 소라짜장면, 땅콩아이스크림에 대한 고객님들의 만족도도 그저그랬음. ㅎㅎ 그나마 검멀레 해안에서 모터보트가 우릴 위해선지 괜히 한바퀴 뺑 돌며 동그란 궤적을 남겨주어 뿌듯.

암튼 우도에서 나와 성산일출봉으로 향하며 내게 가장 시급했던 건 카페인! 아침에 숙소에서 한잔 내려 마시고 오긴 했지만 멀미하는 친구딸래미 신경쓰며 렌터카로 살살 운전하려니 이래저래 스트레스. 진한 커피로 속을 달래고 이제 좀 제대로 걷나보다 싶었더니 성산일출봉을 꼭 가고픈 코스로 꼽았던 친구2가 자긴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_+ 엥? 친구를 어떻게 혼자 두냐. 그럼 나도 같이 있을까? 하고 나서는 친구1 (역시 걷기 싫었던 것;;) 다행히 (그리고 놀랍게도) 딸래미가 나서서, 아니 카페에 앉아 있을 거면 제주도까지 뭐하러 왔느냐고 ^^;; 해서 얼결에 두 모녀+나만 성산일출봉에 올라갔다 내려옴. 숙소 들렀다가 저녁은 함덕 <다퍼주는 횟집>에서 모듬회+방어특선+산낙지. 역시나 검색했는데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엄청 화려하진 않았고, 나름 배불리 흡족.

마지막날. 11월 20일(토) . 숙소 바로 앞이 함덕해수욕장인데 코앞에서 내다보이는 해변을 결국 한번도 안 걷고 갈 수는 없다며 아침에 친구 딸래미 씻는 사이 나 혼자서라도 나갔다 오겠다고 했더니 친구2가 마지 못해 따라나섬. 카페 델문도에서 저녁에 커피 한잔 했으면 좋았겠다 싶었으나 결국 못함. 이제껏 어떤 여행 멤버든 원래 내가 젤 게으른 편이었는데;; 요번엔 내가 젤 조바심을 냈던 것 같다. 제주도가 아니고 어째 서울 근교로 친구들 모시고 다니는 느낌 같아서;;  

셋째날은 애당초 일단 비워뒀던 일정에 키티아일랜드가 추가된 거라 아침 일찍 서귀포쪽으로 내려갔다. 소노벨제주 로비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입장료 할인해 미리 끊을 수 있음! 스누피가든(여긴 오히려 현장에서 할인받은 듯)처럼 실내외로 전시장이 나뉘고 루프가든도 있고 뭐 그런 줄 알았는데 ㅋㅋ 달랑 건물 하나에 주로 유치원생이나 초등생 아가들이 주고객층인듯 어른들이 우르르 온 팀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래도 친구딸래미가 신나서 사진과 동영상을 오백장쯤 찍어달라고 (첫날부터 내가 그녀의 쓸만한 찍사로 선택됨) 해서 열심히 협조했고, 아이가 키티애호가로서 정말로 기뻐하니 우리도 흐뭇.  

11월 20일(토) 아침의 함덕 해변과 키티아일랜드와 새별오름

 점심은 수제피자를 먹었는데 이름 까먹음. +_+ 맛은 괜찮았으나 신발 벗고 들어가는 좌식 테이블이라 좀 낯설었던 기억이 있다. 서울행 비행기는 6시, 렌터카는 4시까지 반납하기로 한 터라 시간도 넉넉하니 억새밭으로 유명한 새별오름엘 들르자고 즉흥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는데... 막상 주차장에 차를 대니 친구1, 2모두 올라가지 않겠다고 선언. 여기서 본 걸로 충분하다나. 그나마 중학생소녀는 멋진 사진을 더 남기겠다는 일념으로 나와 둘이 오름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경사가 가팔라지는 5분의1지점쯤(정확히는 나도 모름. 총 왕복 시간 대비 짐작만 할 뿐이다) 갔을까, 날아드는 벌레(하루살이)가 많다며 정상까지 가는 건 포기. 에효. 사실 새별오름은 지난번 친구들+친구언니들과 함께 왔을 때도 딱 거기까지만 가고 돌아섰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아주머니들은 왜 그렇게 걷는 걸 싫어하시는지. 째뜬 소녀의 바람을 무시할 순 없으므로 아쉬워하며 그만 돌아서고 말았다. 제주도에 왔으면 최소한 오름을 2개는 봐야지 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자 괜한 욕망이었던 것. ㅎㅎ

이젠 시간이 너무 붕 떠버리고 말았다. 해서 굳이 서쪽으로 향해 애월해변을 굽이굽이 돌아 바닷가 드라이브를 한 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서 모래사장을 좀 걸을까, 물으면 다들 되셨다고... 신발에 모래 들어가는 거 싫다고 ㅎㅎ), 렌터카 회사에서 멀지 않은 용두암에라도 갈까 다시 방황 시작. 그러나 고객님들의 시큰둥한 반응에 용두암을 가기 전에 현무암 해변을 발견하고 그냥 차를 세웠다. 

뭔가 계속 아쉬웠던 나와 달리, 마지막날은 거의 패키지 제주여행 온 것처럼 알차게도 돌아다닌다며 고객님들 즐거워하심. ㅎㅎㅎ 그럼 되었다! 

일찌감치 렌터카 회사에 차를 돌려주고는 제주공항에 들어갔는데 우와;;; 면세점이며 터미널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쇼핑에 신이난 세 여인들과 달리 나는 그만 혼이 빠져버리고 말았고 ㅠ.ㅠ 먼저 탑승구 앞에 가서 기다리게 있겠다고 슬그머니 달아났다. 거의 산소부족을 느꼈음. 그러나... 주말 비행기는 계속 연착되고 사람들은 바글바글... 결국 7시40분이었던가.. 햄버거로 저녁을 대충 떼우고서야 서울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홀로 가이드에 운전까지 완벽했다며 친구들은 칭찬과 감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나는 완전 기진맥진. 여행으로 에너지가 차오르는 대신 완전 방전되는 요상한 느낌의 여행이었다.

부디 다음번에 제주도를 간다면 훨씬 더 여유롭게 올레길도 좀 걷고, 한라산도 오르고, 오름도 걷고, 숲길도 많이 다니고 제대로 힐링하고 싶으다. ㅠ.ㅠ 그러려면 이 멤버들과는 취향이 넘 다르다. 이 친구들은 요번에 못간 남서쪽 제주투어를 내년에 다시 계획하겠다고 하심. 중학생소녀와 나의 쿵짝이 너무나 잘 맞았는지, 그 소녀도 단1초의 망설임 없이 또 따라가겠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성사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진짜로 가게되면 아마 그때도 난 고객님들의 '니즈'에 맞춰 열심히 다니고 나서 투덜투덜하겠지. ㅎㅎ  

아참. 요번에 느낀 점. 1) 제주도 렌터카 전기차 빌리기 그리 쉽지 않다! 가격도 비싸고 제일 먼저 없어짐. 충전소 걱정에 빌려도 되나 좀 걱정했었는데 너무 일찍 알아볼 땐 아예 예약날짜가 안뜨더니 열흘쯤 전에 예약하려니 불가. 아이오닉 한번 타보고싶었는데 아쉬웠다. 꿩대신 닭으로 빌린 렌터카는 소울. 차 괜찮더군. 기록용으로 남기자면 이용한 렌터카 회사는 '제주속으로'  2) 우도에 렌터카도 진입하고 전기차에 자전거에 씽씽이까지, 어휴 정신없어서 길도 좀 헤맸다. 예전엔 아무 어려움 없이 한바퀴 일주했는데 요번엔 막 중간에 길 잃어버리고, 친구 찾아 삼만리하고 ㅠ.ㅠ 째뜬 대여료는 2대 7만원. 3시간이었던가 3시간 30분이었던가. 넉넉하다고 했었는데 점심먹고 헤매고 그러느라 빠듯했음. 우도 땅콩 안 사온 건 후회. 3) 제주 해변 경치는 북쪽보다 남쪽이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거 같다. (하긴 거의 잘 보고 다니지도 못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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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 홀로

양양연진 2021. 12. 26. 11:44

진이는 결국 자취를 감추었다. 어디선가 새로운 터를 잡고 무사히 잘 살고 있기를 바라지만 성묘들한테 겁 없이 달려들고 싸우던 진이의 성향을 돌이켜보면 걱정이 많다. 생각할수록 나쁜 상상이 커져서 그냥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홀로 남은 연이의 혹독한 겨울나기가 걱정스러워 11월에 고보협에서 공구하는 겨울집을 구매했다. 작년 모델보다 더 튼튼하고 보온에도 신경을 썼다는 것 같다. 앞쪽 입구에도 아크릴비닐 같은 걸 붙여서 바람이 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안엔 등산용 깔개 위에 담요를 접어서 깔아주었었는데 나중에 포근한 발방석을 하나 더 넣어드림.

관찰해보니 연이가 저 비닐 밑으로 잘 드나든다
간식으로 유도했더니 별 어려움 없이 입주 성공.
아침마다 사료를 담아주며 관찰해보면 연이가 참 많이 컸다.
연이는 어떻게 이리도 미묘이신지
츄르 먼저 먹고 입맛 다시는 중
이것이 바로 고양이 세수?
폭설이 내린 날 내다보니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간에도 영하 7도가 넘어가는 날엔 핫팩을 하나씩 집안에 넣어주었었는데;; 올들어 최대한파가 예고된다니 걱정스러워서 캠핑하는 사람들이 쓴다는 방석형 핫팩을 주문했고 다행히 어제오늘 최대한파가 몰아치기 전에 당도해 어제 처음으로 핫팩이 8개 붙어 있는 방석을 집안에 깔아주었다. 확실히 뜨끈뜨끈한 느낌. 그러나 시간이 유지 시간이 14-16시간이라 애매하다. 추워도 어딘가 쏘다니는 것 같은 눈치라서 연이가 핫팩을 가장 잘 이용할 시간대가 언제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 지금으로선 그냥 가장 추운 시간에 맞춰서 주는 수밖에. 올 겨울 추위를 연이가 홀로 잘 견뎌야할 터인데;; 걱정이다. 사료 줄 때 이젠 코앞에서 기다리며 독촉하는 정도는 되었지만 한번 만져볼라고 손이라도 뻗을라치면 후다닥 축대 너머로 아예 달아나 버린다. 핫팩 깔아줄 때도 멀찍이 도망침. ㅋㅋ 겁쟁이...

근데 길냥이는 어차피 인간을 계속 무서워하는 게 옳으므로 적당히 사료 셔틀로서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맞겠지. 앞으로 얼마나 더 혹한이 올지 모르겠으나 부디 삼한사온이기를 강력히 촉구하는 (누구한테?) 바이다. ㅎ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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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은 왜 속마음을 선뜻 털어놓지 않으실까. 표본의 수가 엄청 적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노모 얘기를 하다보면 역시나 공통되는 푸념 하나가 엄마의 말뜻을 어떻게 이해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최소한 세번은 권해야한다는 쓸데없는 '국룰' 때문일까? 바쁘게 돌아가는 21세기에, 모녀지간에 아직도 그러는 건 시간낭비 감정낭비 아닌가?!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요번 엄마 생일에 맛있는거 외식할까요? 아니 됐다. 귀찮게 뭘 나가 먹니. 간단히 집에서 먹자.... 근데 또 열심히 설득에 나서면, 영 싫은 눈치도 아니다. 물론 까칠한 딸의 설득이라는 것이 조근조근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라서, 아 몰라! 집에서 밥 차리기 내가 힘들다고요! 뭐든 나가서 먹을 거야! 한중일양식 중에 고르세요. 안 고르면 내 맘대로 정할거야!... 이런 식으로 반협박을 하면 엄만 또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선다. 솔직히는 원래도 그럴싸한 데 가서 외식하고 싶으셨던 게 아닐까?

사실 울 엄만 본인의 욕망을 늘 감추고 살며 인고의 삶을 표방하는 어머니상은 아니다. 오래 우울증, 조울증을 겪으시면서 자기방어기제가 생겼는지, 아니면 늘 엄마를 중심으로 (이건 작고하신 아버지의 아내 사랑 영향이 크지만) 위해바치는 태도가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종종 내가 "울 엄만 모성애가 부족해!"라고 투덜거릴 만큼 본인 중심의 사고방식을 시전하실 때가 많다. 나의 두 할머니들이 극진한 손주사랑으로 뭐든 손주 먼저 챙겼던 태도와 너무도 달라서 나로선 신기할 정도다. 또 예를 들자면, 울 할머니들은 과일이든 간식이든 웃 어른으로서 제일 먼저 챙겨드리면, 그걸 대체로 나나 어린 손주들에게 양보하셨다. 아니면 아껴두었다가 우리더러 더 먹어으라고 주신다든지. 근데 울 엄만 혹시라도 옆에서 빨랑 먹고 싶어 징징 우는 조카들에게 먼저 간식이나 과일을 챙겨주었다가는 엄청 뭐라고 하셨더랬다. 어른(당신)이 먼저지! 애들이 어디 버릇 없이!!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고는 실제로도 엄마 입으로 가장 먼저 들어감. ㅠ.ㅠ 딸기공주였던 큰 조카와 왕비마마 울 엄마의 은근한 알력 다툼 때문에 ㅋㅋ 옛날엔 따로따로 담은 딸기와 케이크를 동시에 딱 가져다 드리거나, 큰 접시에 공유용으로 내갔을 땐 양손으로 동시에 포크로 찍어 나눠드렸을 정도다.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위해 언제나 희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성애도 결국 사회를 위한 세뇌이자 이데올로기라는 데 동조함. 그렇기에 울 엄마의 당당한 가모장 태도를 응원하긴 하는데, 먹거리 장유유서와 관련된 원칙은 중시하면서 그 외 사안엔 왜 본인의 속마음을 단번에 내보이는 건 어려워하시는지 모르겠다. 모녀 여행이라도 떠났다가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반응 때문에 얼마나 속이 터졌던가. 이거 먹을까, 저거 먹을까, 여기 더 들렀다 갈까, 말까, 뭘 살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 앞에서 엄마의 첫 대답은 늘 "됐어." "괜찮아." 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짜증나서 쌩 돌아서기라도 해보면 섭섭한 눈치시고! 어휴.  

엄마도 이젠 내 더러운 성질머리 아실 때도 됐는데, 아직도 습관처럼 "엄만, 됐다. 니 마음대로 해."라고 하는 반응 때문에 속이 문드러진다. 그래서 요새 내가 도입한 방법은 질문하기 전에 먼저 협박(?)을 한다는 거다. 엄마, 딱 한번만 물을 거예요. 잘 생각하고 대답하세요.... ㅎㅎ (물론 이 방법도 잘 안 통할 때가 많다. +_+) 내가 너무 못됐나? 엄마들도 제발 이제 좀 자기가 원하는 것, 바라는 것, 좋고 싫은 것을 단숨에 입밖으로 내뱉으셨음 좋겠다. 여든살에도 맘대로 못하고 살면 넘 억울하지 않으시냐고요!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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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는 어려워도 암튼 물건 정리하기 원칙 중 1년간 안 입은 옷은 버려라, 가 정답이라는데 동의하지만 코로나 시국에 외출을 삼가다보니 1년간 안 입은 옷을 추려낸다면 아마 절반도 넘을지 모른다. 그러니 옷 버리기는 코로나 시국에서 벗어난 다음으로 하기로 하고...

그래도 엄마옷들 중에는 1년이 아니라 3, 4년간 꺼내보지도 않은 옷들이 더러 있어서 몇 개 버리려고 꺼내놓았다가 한판 싸움이 났다. 모녀간의 싸움이라는 것이 뭐 서로에게 잔소리를 연달아 늘어놓고 반항하는 정도이긴 하지만, 엄마는 내가 안 입는 옷 좀 정리해서 버리자고 하면 꼭 "나도 갖다 버려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웃기는 건 또 내가 엄마 안 계실 때 몰래 버린 옷은 없어진 줄도 아예 모르신다는 점! 

노인들이 오래된 물건을 자신과 동일시하기 때문에 -- 자신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느끼신다고 --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아니 진짜로 어깨뽕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 연두+주황 체크무늬 재킷 같은 건 안 버리면 대체 어쩌시겠다는 건가? +_+  그나마도 요샌 버리는 게 아니고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할 거다, 옷 수거함에 넣어두면 수출된다더라 살살 달래서 설득해 엄마의 허락을 받을 때가 많지만, 도무지 입을 일 없을 것 같은 여우털 달린 (무거운) 롱코트라든지 엄청 비싸게 장만했으나 10년도 넘게 안 입은 무스탕이라든지, 버버리 롱트렌치코트 같은 건 아직도 옷장을 차지하고 있다.

"아예 나도 갖다 버려라!"와 함께 세트로 엄마가 부르짖는 말 또 하나는 "앞으로 죽을 때까지 옷을 절대 사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간 못 버린 옷들을 다 껴안고 계시니 옷장이며 서랍장이며 옷방에 옷이 오죽 많겠나. 그러니깐 유행 지나서, 혹은 너무 무거워서 안 입는 옷들 싹 다 정리하고 새로 갑삭하고 편한 옷들로 몇 개 새로 장만하시자고 아무리 얘길 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금 있는 옷만 다 돌려 입어도 죽을 때까지 다 못입겠다나. 

그치만 오십대인 나도 이젠 무거운 옷 어깨 허리 아파서 못 입겠고 아무리 예뻐보여도 꽉 끼는 옷은 손이 안가게 마련인데 팔십대 노인이 무거운 옷들을 대체 어떻게 입으시겠다는 것인지... 엄마 옷 정리 문제로 싸웠다고  친구들에게  푸념했더니 역시나 그들도 깔깔 웃었다. 칠, 팔십대 엄마들 죽을 때까지 옷 안 사시겠다는 레파토리는 왜 다들 똑같으냐면서. 쳇.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작년 겨울에 편하게 입을 경량패딩을 사드렸고, 당연히 엄만 요새 가끔 병원 나들이 할 때 갑삭하니 거추장스럽지 않은 그 옷만 입으신다. 새옷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어휴. 

아끼는 삶이 습관과 태도가 되신 엄마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 좀 그러지 마십시다. 계속 좀 누리고 사시라고요!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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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쩍펄쩍

양양연진 2021. 10. 31. 03:20

우리 집은 2층이고 연이와 진이가 살고 있는 곳은 아래층 뒷베란다의 지붕이다. 매일 아침 내방 창문을 열고 연진이의 새집이 무사한지 또는 밤새 애들이 별일 없었는지 내다보고는 다시 뒷베란다로 이동해 사료와 물을 내려준다. 창턱이  높아서 사료통을 내려주고 올리고 할 때 집게 사용은 필수. 

이해를 돕기 위해 대충 그림을 그려보면 이런 식이다. ㅋ 근데 아침에 베란다에서 바스락바스락 사료 줄 준비를 하고 있으면 연진이는 이미 밥 달라고 마구 울어대고 있거나 슬며시 집에서 나와 기다릴 때도 있는데, 요샌 아예 급한 성미를 보이려는 건지 묘기를 보이려는 건지, 아니면 집 내부가 궁금한 건지 연이와 진이가 종종 방충문에 매달리기도 한다.

처음엔 고개를 들다가 어찌나 놀랐는지 옴마야.. 뒤로 엉덩방아를 찧을 뻔 했는데; 이젠 벌써 도약을 준비하는 애들의 발소리로 짐작이 된다. 요 녀석들 또 뛰어올라와서 들여다보겠구나 싶어지는 것.

펄쩍 뛰어 창문에 매달리는 연진이와 마냥이와 준집사

사료와 츄르를 담은 밥통을 집게로 집어 내려주고 있노라면 어느새 나타난 성묘 마냥이(새끼 3마리의 엄마임이 드러나 이 녀석 가족도 사료를 던져주고 있다.)가 축대 위 철망 안쪽에서 구경을 하기도 한다. 마냥이가 위협적으로 아래까지 내려와 접근하면 연진이도 죽어라 울어대지만, 이젠 철망 건너편에 와 있을 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눈만 마주치면 우는 연이. 고양이 번역기 필요하다  
동작이 굼뜨다! 빨리 내놔라! 혼내는 표정 같으심 

그나저나 진이가 통 보이질 않고 사료 줄어드는 양도 연이 혼자만 먹는 듯해서 걱정이다. 진이가 호기심도 많고 어디 멀리까지 놀러다니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며칠만에 한번씩 돌아와 사료를 싹 비우고 아침 일찍 연이랑 같이 밥 빨리 내놓으라고 울어대던 전적이 많았으나, 안 나타난지 일주일이 다 되는 것 같다. 마냥이 가족을 위해서 종이에 싼 사료뭉치를 열심히 축대 위 철망 너머로 던져 놓고 있으니 그걸 먹는 걸까? 

구청이나 보호단체를 통해서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면 혹한기도 피해야하고 뭔가 회원활동을 오래 해야하는 것 같던데 연진이 정도 자라면 체중 기준인 2킬로그램이 넘어 수술이 가능할까? 애들을 포획 의뢰하는 게 과연 가능은 할까? 내가 틀을 놓아야하나? 계속 염려와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일단 중성화수술을 해서 길냥이들의 개체 수를 인위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다. 인간과 길냥이는 이미 공존해야하는 사회라면서...

터키에 갔을 때 보니 온 도시에 길냥이들과 길강아지들의 천국이던데. 당국에서 관리를 한다고는 들었지만 다들 귀 안 잘렸던데. 점점 생각도 많아지고 어렵다.  째뜬 고보협에 신상 겨울집도 주문해놓았고, 비닐 온실 같은 것까지 구비하면 연진이가 겨울을 무사히 나게 해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엄마냥 없어도 건강하게 계속 쑥쑥 자라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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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 검냥이는 아직도 거의 매일 연진이를 위협한다. 애들을 위협하는 건 아니고 그냥 사료만 노리는 것일지 모르지만 암튼 녀석이 다가오면 밤이고 낮이고 연진이가 자지러지게 울기 때문에 나로선 후다다닥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며칠 전엔 한밤중에 12시 넘어 기괴한 울음소리가 (아마도 검냥이의 위협이었던 듯) 들려서 놀라가지고 장식장 위로 뛰어올라 창문을 열고 내다보며 잠자리채 같은 양파망 도구(원래는 살구 딸 때 쓰던 것 ㅎㅎ)로 철망을 후려쳐 침입자 냥이를 쫓았다. 그러느라고 안경테를 밟았다는 것이 문제. 가느다란 티타늄테는 안경접으면 90도로 꺽여있을 만큼 사태가 심각했다.

얼마 안 남은 재난지원금을 또 안경테 사는데 보태야하는건가 고민하며 안경점에 갔더니, 망가질 확률이 더 크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ㅠ.ㅠ  그러나 또 운이 좋았는지 펜치(?)로 바로잡은 테는 코팅이 좀 까졌을 뿐 얼추 원상복구되어 무료로 해결되었다! 기분이 좋기도 했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야매로 만들어준 스티로폼 집은 덧댄 차양이 다 깨져버려 집을 새로 사줘야하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고민을 하던 차에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관계로 일단은 저렴한 다이소에 가서 스크래처와 이삿짐박스를 하나 사왔다. 

길냥이 겨울집으로 검색해서 찾아본 이미지들은 대체로 이렇다. 

 

실외에서도 포근하고 좀 따뜻한 집을 원했는데;; 나름 방수도 되고 안쪽은 극세사 천이나 방석으로 덧대어져 있는 것 같다. 이 정도 집으로도 길냥이들이 한겨울 영하 15, 6도 되는 강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

 

 

 

 

 

 

 

이 가운데 집은 방수가 된다지만 조립식이라 지붕을 따로 얹는 식인데;; 비가 새진 않을까 염려됨. 

 

 

 

 

 

 

 

 

 

 

제법 튼튼해보이는 제품이지만, 저 글씨는 왜 새긴 걸까.. 마음에 안들고 시커먼 색인 것도 좀 그렇고... 

하여간 이 고양이집을 본 순간 이삿짐 박스 사다가 내가 만들어주면 되겠네!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실은 가성비를 먼저 생각했음 ㅎㅎ)

 

 

 

안경도 무료 수리되었겠다;; 흐뭇한 마음에 스크래처(2천원)도 한번 사보았다. 애들이 좋아하려나, 사용할 줄 알까 일단 저렴이 버전으로 골라옴. ㅎㅎ 야외용 간이방석 방석(천원)과 이삿짐 박스(5천원)로 일단 집장만 끝. 

이삿짐 상자라서 양옆에 손잡이 구멍이 뚫려 있어 그 부분을 다시 셀로판지 대고 테이프로 막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창밖에 내놓기 딱 좋은 크기의 집이 완성되었고, 방석과 담요와 스크래처를 놓아드린 뒤 두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연어 간식을 던져놓았더니 연이가 망설임없이 입주!

플라스틱 냄새가 좀 나서 과연 연이 진이가 금세 적응할까 염려했는데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몇시간 뒤에 내다보니 진이도 연이랑 같이 새집에 들락날락 신나게 놀았고 마침 비도 쏟아져 어찌나 마음이 놓이던지.... 아 물론 스크래처는 그냥 올라 앉아 쉬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 같다. ^^; 한쪽이 살짝 내려앉은게 보임. 

오늘은 날씨가 더 쌀쌀해졌고 바람도 미친듯이 불어, 집 방향을 바꿔주었다. 혹시나 낯설어할까봐 옆에 나란히 놓아주었던 스티로폼 상자는 오늘 강풍에 홀라당 날아가 마당에 떨어져 버리려고 치워두었다. 일단은 이 박스로 살게 두다가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이 상자 안에 다시 보온되는 집을 넣어주면 되지 않을까. ㅠ.ㅠ 

엄마는 놀랍게도 한겨울엔 집안에 (베란다에) 들이면 되지... 라고 하시던데 나 원 참..  집에 들이는 건 완전 입양이라 병원 검진도 해야하고 완전 둘을 책임지는 거거든요! 전 못해요. ㅠ.ㅠ 애교덩어리 연이는 눈 마주칠 때마다 야옹야옹 울면서 뭔가 엄청 애원하는 느낌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중이다. 일단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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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진이

양양연진 2021. 9. 25. 12:16

양양연진 가족과 만난지 어느덧 백일이 지났고 110일쯤 되었다.
동네에 살고 있는 주변 길냥이들은 여전히 기웃기웃 매일같이 엄마냥에게 버려진(?) 혹은 강제 독립당한 연이와 진이를 위협했다. 심상치 않게 우는 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면 검정 성묘가 다가왔거나 어느틈에 남은 사료통를 차지하고 먹다가 달아나는 식이었다. 연이진이 둘이 합심해도 아직은 성묘 침입자를 이길 수 있을리 만무하다. 내가 노려보고 쫓아도 한참을 안가고 버티는 녀석이니…  녀석도 가엾이 여겨 사료를 랩에 싸서 몇번 멀리 던져주기도 했는데, 어쩌면 그런 행동이 다른 길냥이를 연이진이 주변에 불러들이는 행동 같아 자제하고 있다. 일단 나는 연이 진이를 지켜야해. ㅠ.ㅠ

째뜬 어제는 나도 냥이들 지킴이에서 벗어나 일주일만에 문밖에 나가 종일 외출할 일이 있었다.
해서 일찌감치 8시쯤 사료통에 츄르와 사료를 담아줬는데, 이상하게 두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다른 때는 먼저 기다리고 있거나 좀 이따 냄새 맡고 오곤 했는데 좀 걱정됐다. 밤새 무슨 일이 생긴걸까.

오늘 아침 사료통을 확인해보니 사료양이 거의 그대로 남았고 위에 얹었던 츄르만 사라졌다. 요샌 연이 진이 따로 사료통을 두 개 놓아주는데… 흠. 사료가 무사했다는 건 침입자냥이 와서 애들 쫓아내고 다 먹어버리진 않았다는 의미다. 

오늘 아침엔 다시 통 하나에만 사료를 쏟고 츄르를 얹어 내놓고 한시간 쯤 기다렸을까… 연이만 홀로 나타나 츄르만 할짝대고 먹더니 저만치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낚싯대로 같이 놀기를 시도해보았으나 움직임이 시원찮다. 귀찮고 졸리고 그런 느낌..  그래 그럼 어여 가서 쉬거라, 하고 물러났는데 진이는 어디 갔는지, 잠시 모험을 떠난 것인지, 무슨 일이라도 당한 것인지 다시 걱정모드. ㅠ.ㅠ


2021. 9. 25. 사료먹던 연이가 찰칵 소리에 돌아봄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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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가든 외가든 할머니댁에 놀러 가보면 온 집안이 깜깜했다. 전깃불을 아끼느라고 혼자 계시거나 할아버지랑 두분만 계시면 낮엔 좀처럼 전등을 켜지 않는 게 일상이었던 거다. 역시나 전쟁 세대의 습관인 것 같다. 7, 80년대까지도 종종 비가 많이 오거나 벼락치면 정전사태가 났으니 학교에서 전기 절약에 관한 표어를 만든 적도 있다. 

암튼 여름방학때 외가에 놀러가 며칠 지내다보면 외할머니는 심지어 전깃불을 켜면 덥다고 얼른 끄라고 소리치셨다. 예전 30촉, 20촉, 100촉짜리 (이런 말 아는 사람은 옛날 사람이다. ㅠ.ㅠ) 백열등에 익숙한 사고방식이었을 거다. 진짜로 백열등은 오래 켜두면 뜨거워서 손을 델 수도 있다. 그치만 형광등은 안 뜨거워진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외할머니에겐 안 통했다. 해서 여름 낮엔 어둠컴컴한 방안에서 선풍기만 휘휘 돌아가는 풍경이 그려진다.

문제는 우리 엄마도 여전히 전깃불을 몹시 아끼신다는 거다. 이번 여름에 하도 더워서 에어컨을 밤새 트는 날은 있었을지언정, 방에 전등 켜는 건 잘 볼 수가 없다. 집이 동남향이라서 오후엔 좀 거실이 어두워지는 편이라 글씨라도 읽을라치면 난 전등을 켜야 속이 시원한데 엄마는 굳이 베란다 창에 비춰가며 그냥 뭔가를 읽으신다. 화장실 갈 때도 낮엔 전등을 켜지 않으신다. 문 닫으면 당연히 어두우니 볼 일 보면서 문을 열어두는 식이다. ㅠ.ㅠ 엄마나 나나 각자 공간에서 따로 살지만 난 혼자 있어서 화장실 문 열고 볼 일 보는 건 상상도 안 되는데, 엄만 참....  

짜증이 나는 건 엄마가 뭔가 안방이나 옷방에서 물건을 찾아야할 때다. 낮에도 옷장이나 서랍에 든 물건을 찾으려면 전등을 켜야 마땅하건만, 엄만 깜깜한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뒤져놓곤 "암만 찾아도 없다"고 그냥 나오신다. 내가 전등 스위치만 올려도 바로 보이는 물건을 도대체 왜?!!

놀랍게도 전등을 잘 안 켜는 것 역시 친구의 어머님들도 공통으로 보이시는 행동이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시야가 좁아지는지 물건을 잘 찾지 못하면서도, 굳이 전기요금을 아끼는 습관... 참으로 괴롭다. 우리나라만큼 전기요금 싼 데도 없다고, LED등이나 형광등은 전기요금도 얼마 안 나온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없다. 반면에 조카들은 가는 곳마다 전등을 켜두는 게 일상이다. 어두운 걸 못 견디는 거다. 혼자 있을땐 더더욱! 그래서 조카 ㅈㅁ이가 우리집에서 지낼 땐 전등 스위치 안 내린다고 할머니한테 잔소리를 엄청 들었다. 화장실도 늘 켜놓고 냉장고 들락날락해야하니 부엌도 켜놓고...  ㅎㅎ

신체리듬을 자연에 맞추려면 낮엔 태양광으로만 살고 밤엔 전등의 도움을 약간 받다가 깜깜하게 끄고 잘 자는 게 좋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냐고! 전등은 잘 안켜고 깜깜하게 사시지만 그보다 전기요금은 훨씬 더 많이 나오는 TV는 온종일 틀어놓으신다는 것 또한 엄마들의 공통점이다. 아 진짜, 엄마들은 왜 그럴까. (그렇지 않은 어머님들의 사례 구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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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양양연진 2021. 9. 11. 18:12

귀여운 길냥이 남매/형제/자매(성별 모름 ㅠ.ㅠ) 연진이와 만난지 어제(9월 10일)로 만 세 달이 지났다. 어미냥 양양이는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연이와 진이만 우리집 창밖에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름 우리 사이에도 진전이 있는 듯 해 기쁘다. 척박한 환경에서 야생성을 잃지 않고 사는 것이 중요하므로 인간과 넘 친해지지 않아야 옳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연진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은 버릴 수가 없다. 째뜬 영리한 연진이는 매일 밥 주는 시간이 되면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오전 9시쯤 사료와 츄르를 담아주는데, 어느날인가 전날 과음으로 내가 좀 게으름을 부렸더니 창밖에서 와다다다 와다다다 쿵쿵 뛰어다니다가 (축대 담벼락에서 뛰어내리면 쿵 소리가 남) 덜그럭 덜그럭 밥그릇 내팽개치는 소리가 들렸다. ㅋㅋㅋ 미안미안.. 얼른 일어나는 수밖에.  아니나 다를까 창밖으로 내다보니 본죽 통이 저 멀리 구석에 거꾸로 처박혀 있고, 연이 진이 두 녀석이 나를 딱 기다리고 있었다. (두번째 사진 ^^;;) 영리한 녀석들. 

(티스토리 뭔가 이상한지 사진이랑 본문 편집 잘 못하겠다. ㅠ.ㅠ) 

8월 말즈음인가, 아직도 내가 모습을 보이면 밥 먹다 말고 도망치는 연이 모습 포착함. 위협적인가 아닌가 돌아서서 살피는 듯하다. 어쩜 이리도 미묘이신지. 

낚시 놀이기구로 처음 놀아본 날. 연이만 호기심을 보임

축대 위 담장은 어미냥인 양양이가 늘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던 곳인데, 거기가 햇빛 맛집인지 연이 진이도 종종 거기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창문을 열면 귀찮은 듯 눈을 뜨고 달아날까 말까 고민하는 녀석들. ㅎㅎ 미안. 

9월 9일이 한국 고양이의 날이라길래 한참 놀아주기 시도! 첨엔 뚱하게 관찰중. 
진이는 겁쟁이인지 놀이에 관심 없고 연이만 열혈 참여.

깃털 달린 물고기 인형이 먹을 수 없는 장난감인 걸 연이는 알아차린 것 같다. 오늘도 잠깐 같이 놀았는데;; 진이는 올듯말듯 아직도 망설이고 연이는 거침없이 달려들어 탁 낚아챈 뒤, 다시 나더러 들어올리라는 듯 쳐다본다. ㅋㅋㅋ 춤추는 것처럼 나온 연이 사진 넘 귀엽고 예쁘다. 

용인에서 1년 넘게 활약하고 있는 캣맘 친구는 밥 주기 전에 이름 부르면 서너마리는 이름 알아듣는다고 하던데, 연이 진이는 택도 없다. 그냥.. 칩입자 냥이들 피해가며 잘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지. 지난주에 한번 더 집사의 도움으로 검냥성묘 물리쳤는데 다른 고양이들이 다시는 얼씬거리지 않는 듯하다. 다행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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