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火病)

투덜일기 2020. 7. 9. 21:23

원래도 간간이 불면이지만 월요일 이후 며칠째 잠을 잘 못자겠다. 옥스포드사전에도 우리말 발음 그대로 올라있다는 '화병' 때문으로 짐작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성범죄자 소식이 뉴스를 장식하는 나라에서 오늘은 현직 고교 교사가 여자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구속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뉴스는 "호기심에 그랬다"는 성범죄자의 서사와 변명을 그대로 뉴스에 옮겨준다.

도대체 왜 드럽게 남이 대소변 보는 장면을 몰래 찍어 소장하고 보고싶어하는지 나로선 죽었다 깨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건 '호기심'이 아니라 그냥 변태성욕이고 범죄다. 왜 뉴스도, 사법부도 늘 성범죄자의 입장을 대변할까? 기자나 데스크 책임자가 남자라서? 그런 언론의 태도 역시 성착취범 공화국이 되어버린 이 나라의 성범죄 카르텔을 공고하게 만들며 사람들을 세뇌시킨다.

사법주권? 개풀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다는 욕밖에 안나오는 웰컴투비디오 손정우의 미국송환 무산으로 앞으로는 더욱 더 많은 꿈나무 성착취범이 나올 거라는 예측에 공감한다. 1년간 감옥에 들어가는 대가로 10억을 준다면 어떡하겠느냐고 남자 청소년들에게 물으면(어른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일 거다) 거의 100퍼센트 감옥에 다녀오겠다는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인생 한 방이지! 라면서.

손정우는 소아성애자들이 생후6개월, 돌쟁이 아기들의 내장이 파열될 정도로 잔인하게 성폭행하는 동영상을 포함하여, 12세 미만 남녀아동의 성착취 영상물로 44억을 벌어들였고, 결혼을 핑계로 감형을 받기 위해 베트남 여성 매매혼으로 단 1년 6개월을 감옥에서 보낸 뒤 뻔뻔한 얼굴 하나 공개하지 않은 채 자유의 몸이 되었다. 범죄 수익의 환수는 개뿔, 더러운 범죄 수익은 대한민국 최고 변호사들을 고용해 풀려나는 비용으로 사용되었을 뿐이다.

N번방의 피의자들중 십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마어마하다. N번방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근에도 그 수법을 따라 십대 소녀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판매하려 시도한 아이들도 있을 정도다. 디지털과 IT 강국의 아이들은 성범죄와 성착취도 놀이처럼 접근한다. 손정우 사건으로 과연 아이들은 무얼 배웠을까. 컴퓨터만 있으면 가장 쉽게 인간을 착취해서 돈버는 방법이 있고, 이 나라는 그런 범죄에 엄청난 선처와 이해와 호응을 보내준다는 걸 배웠을 거다.

판사, 의사, 정치인, 경찰, 교사,교수, 기자, 군인, 공무원, 은행원, 회사원, 학생.... 성착취범들의 직업은 이 세상의 직업 종류만큼이나 다양해진 것 같다. 그냥 공기처럼 어디에나 도처에 다 있다는 뜻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외출했다가 어디든 화장실에 들렀을 때 혹시 불법카메라가 있는 건 아닐까 문득 불안해지는 이유는 그냥 병적인 강박증이 아니다. 애들 학교에도 선생이란 놈이 불법 카메라를 설치하는 상황인걸!

거기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던 대통령은 성착취범 정치인에게 조화를 보내며 든든한 뒷배임을 자인했다. 장례식장은 웬만하면 가지도 말라 질본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이 시국에 성착취범 안희정은 당당하게 정치인들의 조문을 받으며 세를 과시했다. 출소 뒤 얼마 후에 여우 같은 그 ㅅㄲ가 다시 정치판에 기웃거린대도 놀라울 게 없는 나라다.

그뿐인가. 임신한 여교사에 대한 성판타지가 어쩌구저쩌구 돼지발정제 못지않은 왜곡된 여성관을 지녔을 뿐더러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걸 책으로도 써낸 ㅌㅎㅁ을 자꾸만 청와대로 불러들일 때부터 물론 알만했다. 알만했지만 그래도 또 한 번 너무나 실망스럽다.

트위터에선 청와대 주소 문재인대통령 앞으로 책 <김지은입니다>를 보내자는 통쾌한 아이디어가 공감을 얻고 있다. 책꽂이가 꽉 차서 나도 당분간 더는 책을 안 살 작정이었는데 나도 그 책을 주문했다. 이 울화와 격분을 담아 뭐라도 행동을 해야할 것 같은데 그거라도 할 수 있어 다행이다. 다 같이 힘을 모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리고 말테다.

사법정의는 언제나 약자들 앞에서 죽어 있었지만, 성범죄의 피해자에겐 특히나 제 역할을 한 적이 없다. 성범죄 피해자들의 신상은 심지어 죽은 뒤에도 인터넷에 떠돌지만 가해자들은 A모씨, B모씨로 언급될 뿐 떳떳하게 잘만 살아간다. 엊그제는 N번방 유료회원 중 성인 두 사람은 사회적 지위를 감안하여 신상공개가 기각되었다. 사법부는 성범죄를 예방하려는 의지가 아예 없는 집단일까? 평생 뒷바라지 속에 공부나 하면서 달달 법조문이나 외운 것으로 친 시험으로 얻은 자들이 휘두르는 권리가 너무 거대하다.

손정우 미국송환을 기각한 가ㅇㅇㅅ 판사가 대법관 후보라는 소식에 그걸 막으려는 청와대 청원은 40만명을 넘어섰다. 1심에서 성범죄자에게 무죄를 선고해 구하라의 자살을 이끌어냈던 Oh ㄷㅅ 판사가 N번방 사건을 맡았을 때도 청와대 청원으로 물러나게 한 적이 있지만, 정말 대한민국에서 국민으로 살려면 너무도 고달프다.

코로나19 대처로, 재난지원금으로 약간 차오르려던 국뽕은 아 그럼 그렇지, 하는 체념으로 금세 바뀌었다. 소시오패스가 틀림없는 것 같은 이상한 대통령을 갖고 있는 나라 미국에서도 성범죄자들은 최소한 이름과 얼굴이라도 노출되지 않나 말이다. 대체 왜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그렇게 범죄자들의 인권을 높이 사주었지? 국회의원들은 부디 정치 세싸움하지 말고 입법 의무에 충실해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법과 범죄자인권보호법부터 좀 없애주기 바란다.

오죽하면 디지털교도소가 등장했을라고. 죽어버린 사법정의를 믿지 못하므로 자꾸만 사적 복수에 기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몇년 전 유명인들의 학력위조 뉴스에 대한 포스팅으로 글이 삭제당하는 일을 겪었던 터라, 미리 깨갱하듯 이 글에도 판사 이름을 이니셜로 바꾸면서 짜증이 버럭 난다. 이거야 말로 개인적 의견의 자유 말살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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