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15.08.18 페르난도 보테로 전시회 6
  2. 2015.08.07 인형놀이 2
  3. 2015.07.28 접시 자랑 3
  4. 2015.07.25 조선의 왕비와 후궁 6
  5. 2015.06.24 과천 현대미술관 4
  6. 2015.06.02 석파정 그리고... 2
  7. 2015.05.26 부처님오신날 2
  8. 2015.05.25 모란과 작약 8
  9. 2015.05.13 5월 신록 2
  10. 2015.04.28 4월 28일 8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으로 어제 보테로 전시회를 보러 갔다. 8월이긴 해도 이젠 초등학생들이 개학을 했을 거라고, 게다가 월요일이니 휴관인줄 알고 사람들이 좀 덜 오지 않을까 기대했던 건 죄다 꽝. 엄마 손에 이끌려온 초등학생들은 여전히 바글거렸고 전시장은 와글와글 시끄러웠다. 젠장 9월까지 기다릴 걸 그랬다고 후회했지만, 뭐 그래도 피크 때는 한두시간씩 줄서서 기다려 입장했다니 그 정도는 아니었다는 데서 위안을 삼았다. 

프리다 칼로와 이쾌대, 보테로 중에서 뭘 제일 먼저 볼까 고민하다 그래도 제일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프리다 칼로와 이쾌대는 왠지 마음을 좀 다잡고 보러가야할 것 같은 기분은 그냥 괜한 나의 지레짐작일 수도 있지만..) 보테로를 선택했으나, 지난 전시회 후기를 이제야 찾아보니 내 착각이었다. 보테로 그림 속 인물들은 대체로 뚱한 표정으로 슬픔과 애환을 전하고 있었거늘... 어휴. 난 왜 즐거워지려고 보테로를 선택한 걸까?

그래도 멀리 그림보러 가서 허영기 충족시키고 수다떨고 차마시다 저녁에 치킨에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풀코스로 놀아줬더니 기분전환은 확실히 된듯 했다. 보테로로 1주일, 감자튀김으로 1주일 최소 2주는 기분좋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친구와 킬킬거렸다. 요즘 사는 낙이라는 게 참...

암튼 전시회 포스터에 떡하니 첫 구절에 쓰여있듯 현대백화점에서 후원을 하는 고로, 백화점 카드가 있으면 입장료 만3천원을 만원으로 할인해준다. 요즘 대형기획전시 너무 비싸서 불만인데... 할인해주면 고맙지.

허나 여름방학 특수를 노리고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층층마다 너무 많이 동시다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인지 작품 수가 꽤 되는데 그림을 하도 다닥다닥 붙여놔서 나로선 아주 불만이었다. 작품 하나만 따로 보고 싶은데 하도 거리를 좁혀놔서 옆 그림이 시선을 방해하게 만들어놨어! 우쒸

꽃 3연작도 아주 넓은 벽에 시원시원하게 셋만 딱 걸어놔도 꽉 차는 느낌인데 좁은 벽에 쪼로록 숨막히게 붙여놓질 않나. 참 내... 

2009년도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눈호강을 했던 기억을 갖고 있는 나로서는 불만이 컸다. 요번에도 보테로가 직접 내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기 작품을 다닥다닥 한군데 몰아놓은 걸 보면 분노하지 않았을까? 흥!

저번에 본 그림들도 있고 성직자들이나 예수 그림, 투우사들의 그림 시리즈는 처음 보는 것도 있었지만 이번에도 12세 모나리자 그림은 오지 않았다. ^^; 아마도 유일하게(?) 미소짓는 인물화라 더 빌려오기가 힘든가? ㅋ 암튼 서커스 인물 그림들은 여전히 서글펐고, 투우 장면 작품들도 뭔가 좀 가슴 아팠다.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퍼오려니 나란히 붙어오는군. 왼쪽그림은 <마타도르> 시리즈 가운데 하나였던 것 같고 오른쪽은 그림 제목이 <미망인>이다. 홀로 아이셋을 키우는 엄마의 옹색한 살림이 방안 빨랫줄에서, 응석받이 아이들한테서도 느껴지는 듯. 

이번 전시에서도 내 시선을 더 많이 끌었던 건 정물과 풍경화였는데 (보테로의 풍경화 처음 보는듯!) 정물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파란 커피 주전자가 있는 정물>. 내가 좋아하는 파란색과 커피의 만남이라니.. 오옷!

파란 커피주전자가 있는 정물

나중에 아트숍에서 엽서 있으면 꼭 사야지 마음 먹고 나왔는데, 아쉽게도 이 그림은 엽서로 판매하질 않았다. 

역시 내 취향은 마이터리티인가... -_-;

아무래도 정물 그림은 더 이상 통통하게 양감을 부여하기가 어려운듯, 바나나가 심히 뚱뚱해보이는 그림들이 좀 있긴 해도 과일 그림은 그냥 평범해보인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라놓은 수박은 날씬해보이기까지... 


시끄러운 아이들을 피해가며 얼른 전시장을 한바퀴 돌고 나서 다시한번 찬찬히 그림들을 둘러보고는 이번에 가져갈(?) 작품을 드디어 선정했다.

풍경화 중에서 한 작품으로.. 제목이 <걷는 남자>였던가.. 다행히도 이 작품은 브로셔에도 들어가고, 엽서로도 나와있었다. 짙은 색 기와를 얹은 담장은 어쩐지 한국이나 중국 느낌도 나고, 통통한 나무둥치와 가지는 통통한 손가락을 벌려놓은 것 같다. 주인공인 걷는 남자는 그림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들어가 있고.

그림 퍼오기 귀찮아져서 아래 사진으로 그냥 대체할란다. 째뜬 2500원이나 하는 그림엽서 득템. 사이즈가 좀 크긴 하다. 더불어 빨간꽃 메모지도 괜히 욕심부려 하나 장만했다. 대체 왜 나는 수첩류만 보면 광분하는가... 자책하면서. ㅋㅋ

그리하여 아래는 기념엽서와 득템품목 자랑샷이다.


전시는 10월4일까지 한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으음.. 애들한테 왜 인기가 있는지는 알겠는데 몇년 뒤 또 이 정도 규모의 보테로 전시회를 하면 난 굳이 보러오진 말아야지 결심했다. (모나리자 그림이 온다면 좀 생각해볼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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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놀이

놀잇감 2015. 8. 7. 00:53

이번엔 그럼 또 기분전환 용 포스팅이나 한번 해볼까나. ㅎㅎ 

플레이모빌 사들이기도, 레고 미니 피규어 시리즈별로 사들이는 것도 주춤했다. 좁아터진 집에 더는 수용할 데도 없고... 조카 넷 중에 고딩 하나 빼고, 초딩 셋이 다 나랑 장난감 갖고 놀기를 즐기던 것도 벌써 과거의 일. 올해 들어 중1, 초6이 된 머리 굵은 녀석들은 아직도 장난감 놀이를 하는 고모를 좀 유치하다고 비웃기 시작했다. ㅠ.ㅠ 그나마 열살짜리 막내가 아직도 어린이날과 생일에 레고 시리즈를 다 갖고 싶어서 몸살을 내는 지경이라, 간간이 둘만 몰래몰래(?) 지퍼백에 담아 치워놓았던 레고 피규어와 플레이모빌을 꺼내서 논다. 

그런데 두둥... 블로그 이웃 나무샘께서 인형놀이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심지어 인형 옷을 만들어 판매까지 하셨다고... ㅋㅋ 그러더니 씐나게도 내게도 선물이 날아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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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자랑

놀잇감 2015. 7. 28. 22:45

친구가 도자기 공방하는 친구에게 특별 주문해서 만든 스누피 접시를 선물했다 ^^
아까워서 전시해놓고 구경해야겠다고 했더니 매일 사용하는 막접시로 만들어 달랬다며 당장 쓰라고 종용. 사용 인증샷도 보내라고... 
해서 받아온 날로 당장 샐러드를 담아 먹었고 진짜로 거의 매일 써먹으며 친구에게 보고용 사진을 찍었다 ㅎㅎ

포스팅을 위한 삶을 인증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니 사진은 접어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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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박물관에서 8월 30일까지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너무 더워서 경복궁이 뜨끈뜨끈 했던 자원봉사 날, 여전히 메르스 여파로 외국 관람객은 드물고 내국인 관람객 역시 해설엔 관심을 안 보이길래  무더위도 피할 겸 고궁박물관으로 '피서'를 가 전시 설명을 들었다. 

오래도록 사극에서 하도 왜곡된 모습만 부각되어 조선 왕궁의 여인들이라고 하면 으레 왕 한 사람을 놓고 궁중암투나 벌이고 세도정치와 당파싸움에 희생되고 마는 좀 한심한 존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연히 그렇지만도 않았고 의외의 재미난 모습들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왕에 버금가는 최고의 존재였으니 말이다. 왕이 지존이라 품계가 없듯, 왕비도 품계가 없단다. 내명부 품계는 후궁부터 1품, 2품... 단계별로 희빈, 소의, 숙의 같은 명칭이 주어진다고. 

왕의 대례복인 구장복에 온갖 복잡한 뜻이 담겨있듯, 왕비의 대례복과 장식에도 별별 의미가 다 많아! (벌써 다 까먹었음 ㅋㅋ) 암튼 실제 영친왕비가 입었던 옷도 있고, 복원된 왕비의 복장도 있고... 볼 거리 읽을 거리가 쏠쏠한 전시다. ​

​꽤 크게 제작한 이 전시포스터를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해서 좋아라 받아내선 고이고이 집까지 모셔왔는데 아오... 좁아터진 우리집에 붙이기엔 포스터가 워낙 크고, 이렇게 두 장 연결해서 나란히 붙일만한 벽이 없다. ㅠ.ㅠ 따로 붙이면 느낌이 안사는데 잉.. 하는 수 없이 이층 올라오는 계단 벽에 붙여야하나... 그러는중. 에효


아래 사진은 왕비가 가례(혼례식) 때 입었던 대례복 '적의'(翟衣)를 마네킹에 입혀놓은 거다. 아래 깔린 멍석도 실제 유물인데 끝부분이 짤렸더라. 옷에 들어간 꿩무늬가 글쎄 그 옛날에도 자수를 놓은 게 아니고 죄다 직조한 거라고! +_+ 대한제국 들어 고종이 황제를 칭한 뒤 황복을 입었듯이 황후는 저 꿩무늬가 12줄인데.. 영친왕비는 급이 좀 아래라서 9줄 들어간 걸 입었다네. (원래 왕비의 적의는 그러니깐 모두 꿩이 9줄) 머리장식이 하도 거대하여 저러고 하루종일 있으면 담 걸리는 건 피할 수 없겠다. 보석들이 거짓말 좀 보태서 주먹만하다.. ㅋㅋ

이옷들은 원삼인데.. 품계에 따라 색깔 구분이 있다고 들었으나 벌써 깜깜. 빨간색이 왕비였던가... 노란색이 왕비였던가. 황색이 왕을 뜻하니 노란색이 왕비 옷이었을 것도 같고... ㅎ 곤룡포가 빨간색이니 빨간색이 왕비였을 것도 같고... 으음.. 황색 곤룡포는 고종이 황제를 칭하고 나서나 입었으니 저 노랑색은 순정효황후 때나 입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요 장면 설명할 때 사진 찍느라고 제대로 해설을 못 들었다. ㅠ.ㅠ 기억나는 건 '원삼'의 깃 부분이 겹치지 않고 둥글게 마주치도록 되어 있어서 원삼이라는 듯. 웬만한 저고리는 다 깃이 겹쳐지지만 예복 중에선 저렇게 깃이 안 겹쳐지고 둥글게 맞섶으로 처리된 게 많다는 것 같음. 하여간 원삼은 앞 자락이 짧고 뒷자락이 길다! ^^

그밖에 왕비가 출산을 할 때 이부자리를 어떻게 겹겹이 깔고 배치했는지 (딸인지 아들인지 모르지만 일단 원자를 바라는 마음으로 태어나자마자  '군자남면-군자는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 나라를 다스린다'의 원칙에 맞도록 왕비는 남쪽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 ㅋㅋ) 출산 후 태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산후 구완은 어떻게 하는지 별별 게 다 기록으로 남아있고 궁중문학이랄지 왕실 여인들의 호방하거나 애틋한 필체와 글씨도 볼 수 있다. 혜경궁 홍씨와 명성황후 글씨에 새삼 깜놀. 명필이더라... 

왕실잔치를 그린 병풍 그림도 미국에서 원본을 빌려와 전시하고 있는데 아오 섬세하여라... 흐릿하게 사진으로만 뽑아가지고 구경하다가 실물을 알현하니 한참을 감탄하며 봤다. 대충 휘리릭 둘러본 거라 한번 더 꼼꼼히 봐야지 싶으나 과연... 고궁박물관은 무료전시 치고 매번 훌륭한 기획을 하는 듯! 10주년 기념전시라 좀 더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3만8천원인가 하는 전시도록도 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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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현대미술관

놀잇감 2015. 6. 24. 21:51

네이버 캐스트에서 봤던가. 황규백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메조틴트 판화전 작품에 끌려 날짜를 벼르다 보러갔었다. 과천 현대미술관은 그냥 공간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곳.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 덕분이겠지만.... ^^ 4호선 대공원 역에서 내려 코끼리 열차를 타고 동물원 앞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좀 더 걸어가도 좋고... 봄 가을 날씨 좋은 날엔 그냥 차길따라 그냥 죽 걸어올라가도 괜찮다. 그래도 너무 더운 날씨엔 20분 간격으로 다니는 에어컨 빵빵 셔틀버스가 짱.

집안에 판화가가 있어서 판화작품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도 있지만, 전시 설명에서 본 <메조틴트>라고 하는 오래 된 에칭 기법의 색감이 아련하고 예쁘다는 느낌이 들었고 작품 성향도 아기자기했기에 보러 가야겠어! 마음을 먹었던 것. 

​포스터 예쁘고...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좋았다. 우리 막내고모 작업실에도 있는 프레스 기계가 한 구석에 작은 걸로 하나 놓여있음. 

​만약에 작품을 하나 준다면 뭘로 가질까.. 하는 고민은 이번에도 계속되었지만 딱히 마음을 정하진 못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판화작품보다 노년이후엔 회화작품이 많아서 사이즈가 큰 대작은 의외로 다 유화였다. ㅠ.ㅠ 나는 메조틴트를 더 많이 보고 싶었을 뿐이고! ㅎㅎ 내 기대와 욕심이 좀 과했던 모양이다.

일단은 황규백을 다 돌아보고 나서 점심은 라운지 d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먹었다. 값도 별로 싸지 않은데 모든 게 셀프 서비스인 건 좀 아니꼽지만 커피까지도 맛은 괜찮은 편이니 대체로 만족.  

점심과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다시 전시 관람 재개. 과천 미술관에선 황규백 이외에도 여러 전시를 하고 있어서 지치지 않을 정도로만 휩쓸고 다녔다. 의외로 <벽>을 소재로 한 소장전 작품들이 좋았고... 

각기 다른 인체를 동판에 부조로 붙인 왼쪽 작품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누구 작품인지 벌써 까먹었다;; ㅠ.ㅠ 오른쪽 망치질하는 인간은 광화문 흥국생명 앞에도 설치미술이 있는 조나단 브로프스키 작품. 


<우리가 알던 도시>라는 강홍구 박진영의 사진전도 구경했는데... 도시 재개발 과정에서 나타난 황량한 풍경들을 담은 사진들은 다 내 추억속에서 끄집어낸 것도 같아서 친근했지만 감동적이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 헌데 이 전시실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영화배우 정진영씨! 인적 거의 없는 전시실을 혼자 소리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나는 한눈에 엇! 알아봤을 뿐이고... ^^; 대체 유명인을 만나서 사인을 받으면 그걸 뭣에 쓰나 싶은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보아, 박진영, god 사인을 같은 날 받은 수첩도 있단 말이지;;; ) 친구에게 얼른 볼펜을 빌리고, 갖고 있는 종이라곤 브로셔밖에 없어서 거기다 조심스레 사인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뭐 이러면서 접근... ㅋㅋ (근데 쑥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았다!) 



<무제>라는 작품들만 모아놓은 전시실도 좀 돌아다녔지만 유료 전시 2개는 패스했다. 대규모 기획전시는 만원도 넘게 주고 보러 가면서 왜 2천원 정도의 저렴한 유료전시도 보려하지 않을까 반성이 들기도 했지만 ㅋㅋㅋ 전시를 한꺼번에 너무 너무 많이 보면 멀미난다는 걸 핑계삼았다. 

그러고는 미술관 밖에 나와 나무그늘에서 셔틀버스 시간까지 좀 기다릴까... 그랬는데

초록빛 나무랑 바람소리가 너무 좋아서 좀처럼 일어나기가 싫었다. 한참이나 나무 아래 비스듬히 앉아 하늘과 나뭇잎 올려다보며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가 간신히 일어났다. 어쩐지 미술관 주변의 나무와 풀들은 한여름의 짙은 초록이 아니라 아직 '신록' 느낌을 간직한듯 싱그러움 물씬.

​사진이 깜깜한 초록색으로 나온 건 그늘 탓이다.. 실제로는 연초록이었는데... 잉...

​비오는 날 다시 한번 과천 미술관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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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파정 그리고...

놀잇감 2015. 6. 2. 21:49

이런저런 집안일로 한숨도 못자고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오래전부터 해놓은 약속이라 젖은 솜 같은 묵직한 팔다리를 움직여 일찌감치 아침부터 부암동으로 나갔다. 부암동 주민께 직접 설명 듣는 석파정 답사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흥선대원군의 별장으로 알려진 석파정은 몇년 전 자하문 터널 바로 앞에 서울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미술관 입장료를 내면 덤으로 후원 구경이 가능하다. 개관전 때부터 눈여겨 보았지만 노상 버스 타고 오가는 길에 있는데도 이상하게 구경하게 되진 않았는데, 아는 분 따라가면 입장료 안내고 석파정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얘길 들은 뒤부턴 더 내 돈 주고 구경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계절 좋을 때 제발 한 번 데려가주세요... 그러면서 비벼대고만 있었던 것. 

재작년 가을 부암동 답사 땐 시간이 부족했던가 미리 이야기를 해놓지 않아서 석파정만 쏙 빼놓고 구경을 다녔었는데 요번엔 석파정이 '메인'이었고, 구한말 최초의 요정 가운데 하나였다는 '오진암'을 옮겨다 놓은 예쁜 한옥집'무계원'과 '윤웅렬 대감 별서'는 다시보기 같은 부록이었다. 그래서 사진도 석파정이 대부분...

뜬금없는 화장품 면세점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으로 득시글거리는 서울미술관 입구를 피해서 우리는 <삼계동>이라는 현판이 달린 옆문으로 입장을 했는데, 그런 어마어마한 특혜는 석파정 후원을 공유하다시피 바로 윗집에서 살고 계신 이날의 주인공 덕분이었다. 부암동과 윤동주 문학관 해설도 하고 계신 C선생님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다. TV에 부암동 해설하시는 장면도 방송된 나름 유명인사시라 슬며시 이런 데 공개해도 되지 않을가 싶은데... 고민되면 나중에 삭제할지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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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투덜일기 2015. 5. 26. 01:38

빨간날이라서 논다는 것 말고는 (어차피 준백수 프리랜서에겐 빨간날도 큰 의미는 없다) 대체 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날이지만... 그래도 '불자'이신 왕비마마에겐 퍽 중요한 날이고, 가뜩이나 요즘 맘고생이 심하신 걸 아는지라 동네 개천변에 만들어놓았다는 '코끼리등과 사자등'을 보러 부처님오신날 저녁 밥먹고 나서 슬슬 산책에 동반해드렸다. 

위로도 잘 크고는 있지만 그래도 제 사촌들보다는 자꾸만 옆으로 늘어나는 비중이 큰 조카 ㅈㅎ이도 억지로 운동시킬 겸 끌고 나갈 요량이었는데, 이 짓궂은놈 좀 보게. 굳이 방울토마토를 지퍼백에 싸가지고 나가서 먹겠다고 우겼다. -_-; 그러더니 걸어가는 내내 굳이 토마토 봉지를 내게 들게 하고는 하나씩 꺼내먹으며 하는 말. "지금 나와서 걸으며 소모하는 칼로리보다 이거 한 알 칼로리가 더 높을걸! 흥!" ㅠ.ㅠ 내가 졌다....

개천변 산책로엔 코끼리등과 사자등만 켜놓은 게 아니라 꽤 큰 등 4개를 밝혀놓았고, 어느 사찰에서 주최를 한 건지 뭔가 요란하게 석가탄신일 축하연 같은 게 벌어지고 있었다. 성악가들의 합창이 스피커에서 왕왕대며 흘러나오고.... 아 젠장. 시끄럽고 사람 많은 거 딱 질색인데... 아이팟까지 귀에 꽂고 나간 조카는 시끄러워서 자기 음악 안들린다고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빨랑 집에 가자고. ㅋㅋ 그러나 왕비마마는 은근히 성악 공연이며 대금 연주에 관심을 보이는 눈치이니 곧장 들어올 순 없었다. 애당초 명색이 부처님오신날 기념 왕비마마 위로차 나간 밤산책인데. 

해서 적당히 어슬렁거리다 시끄러운 산책로를 등지고 돌아왔다. 마침 사회자가 이상한 음악 틀어놓고 사람들 무대로 나와서 춤추게 하려는 순서여서 단호히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그런 건 울 엄마도 민망하고 주책스럽다며 싫어하셔서 어찌나 다행인지. 원래 '동이족이 음주가무를 즐긴다'고 중국 역사책에도 나와있다지만, 아오... 우리나라 사람들 누가 시키기만 하면 장소불문하고 뛰쳐나와 춤추고 노래하고 신명나게 노는 거 나로선 좀체 이해가 안되는 게 사실이다. 그런 용기와 끼는 다들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원. 

째뜬 이번 행사를 위해서 새로이 만든 건지, 광화문 연등행렬 할 때 썼던 걸 재활용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봄밤에 밝혀둔 코끼리등, 사자등, 부처등은 다 예뻐보였다. 왕비마마는 오전에 절에 가서도 열심히 '우리의 웬수바가지'를 위해 특별축원을 하고 기도를 했다는데 과연... ^^ 종교도 회의적이지만 특히 기복 신앙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엄마의 기도는 늘 짠하고 안쓰럽다. 

아참.. 나는 방울토마토 지퍼백 들고나가느라 휴대폰도 안 챙겼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ㅈㅎ이가 협조해주었다. 아이폰6는 야경에 강하다더니 역시... 나도 얼른 바꿔야겠다! (뜬금없는 결론이네 ㅎ 그치만 꽤 멀리 개천 안쪽에 설치된 등을 줌으로 당겨 막 찍었는데 이 정도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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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과 작약

놀잇감 2015. 5. 25. 02:29

나는 어린 시절 '모란'이라는 꽃을 선덕여왕 위인전에서 처음 알게 됐던 것 같다. 꽃은 화려하고 예쁜데 향기가 없다는 걸 선덕여왕이 그림만 보고도 척 맞혔다나 뭐라나... 벌과 나비 없이 꽃만 그려서 향기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건데, 요새도 선덕여왕 위인전에 그런 얘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란에 향기가 없어서 벌과 나비가 날아들지 않는다는 건 뻥이다. 그냥 모란 그림에는 벌과 나비를 안 그리는 게 전통 그림 양식이었겠지. 그런 그림들을 익히 본 후대 사람들이 선덕여왕 일화도 지어낸 게 아닐까나? -_-;


무튼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다. 어린 시절 선덕여왕의 모란과 울 할머니가 가끔 치시는 민화투의 '목단'이 같은 꽃이란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란... ㅋㅋㅋ

 ㅎㅎㅎ 이제보니 화투 모란꽃도 예쁜 것 같네... 


어쨌거나 모란은 일찌기 당송시대부터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고 역사적으로도 그 의미가 계속 이어졌던지 조선시대 궁궐과 종묘에서도 아주 중요한 그림으로 쓰인다. 주로 병풍으로...



조선의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 '일월오봉도'라고 하지만, 모란도 역시 궁궐의 모든 주요 의전행사에 쓰이는 그림이었단다. 혼례식, 장례식, 관례식 할 것 없이 전부! 종묘에 가보면 각각의 신주를 모신 제단에 일월오봉도 말고도 모란병이 이중으로 둘러쳐져 있단다. 저렇게 기암괴석 위에서 수직으로 자라는 모습을 화려하게 그린 것이 일반적.


저런 그림을 보면 아 모란이로군, 하고 아는 척은 하겠는데 실물로는 모란과 작약을 오래도록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 '모란은 목본식물이고, 작약은 초본식물이다(뿌리만 살아있고 줄기는 겨울되면 다 시들지만 역시나 다년생 ㅠ.ㅠ)'라고 알면 뭐하냐고! 꽃을 봐도 구분이 안되는데.... +_+


작년에 내가 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용산가족공원 정원에서 찍어온 사진들이 있었는데 여기에도 올리면서 내가 아마 모란이라고 했다가 작약으로 바꿨던가.. 암튼 작년만해도 아리까리 구분하는데 통 자신이 없었다. 

다시 말하지만 아래 사진 석장은 죄다 작약이다. 

2014년 5월 23일에 찍어온 작약


특히나 아래 연분홍 작약이 수술 모양이 오묘해서 이런 게 다 작약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개량종은 별별 모양이 다 있으니 원.... 

보시라.... 지식백과에서 퍼온 작약사진이다..

작약도 노란 꽃술...



그렇다면 모란은???

내가 파악한 바로 구분법은 오로지 이파리!!

올해 경복궁에서 내가 찍어온 모란꽃을 다시 보자..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을 만큼 똑같은 구도와 색깔 꽃을 찍어오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작약 사진 비슷한 걸로 위에 퍼왔으니 일단 넘어가자. (아오... 지난주에 입궐해보니 교태전 후원에 작약도 잔뜩 피었던데 아까비;;;)

2015년 4월 28일에 찍은 모란



잎사귀의 차이가 확연히 보이지 않는가?!

모란은 잎이 넓적하고 손바닥처럼 펼쳐져 있다면, 작약은 잎이 뾰족뾰족 작고 좁고 좀더 딱딱하게 생겼다. 개량종인지 어쩐지 몰라도 꽃도 모란이 훨씬 크고 탐스러운 느낌. (궁궐에 심은 거라 유독 그럴지도.... ^^a)


모란은 흔히 '꽃중의 왕'이라고 하여 왕실에서 특히 사랑했던 것 같은데, 시기적으로도 모란이 먼저 핀단다. 2주쯤? 게다가 모란은 기껏해야 닷새에서 일주일밖에 꽃을 못 볼 정도로 금세 지는데 작약은 이래저래 '짝퉁'스럽게도 모란보다 늦게 피어서 꽃도 좀 더 오래 버틴다고. ㅋㅋ 


근데 또 헷갈리게도 영어로는 모란도 작약도 모두 peony! 구분하는 거 좋아하는 우리나 모란/작약 차이점에 연연할 뿐, 서양애들 눈엔 그냥 다 '피오니'인 거다! 쳇... 

찾아보니 둘다 '미나리아재비 목'에 속한대고

모란의 학명은 Paeonia suffruticosa

작약의 학명은 Paeonia lactiflora

서로 사촌이 틀림없다. 아니.. 자매인가? ^^; 


암튼... 4월에 핀 걸 봤다 싶으면 모란일 확률이 높고

5월에 본 건 작약이겠거니 , 특히 5월 중순 이후에 봤다면 무조건 작약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막연한가?

째뜬 나는 이제 이파리로 구분할 수 있다규~~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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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신록

놀잇감 2015. 5. 13. 00:24

4월 못지 않게 5월도 이 나라엔 잔인한 달, 가슴아픈 달이지만... 그래도 이 무렵 연두색 나무들은 참 예쁘다. 어떻게 저렇게 예쁜 색깔이 다 있나 싶어지는 잎사귀들. 머리도 팔다리도 무거운 날이었지만 그래서 더 일부러 산엘 따라갔었고, 가길 잘했다. 여전히 빌빌댔으나 그래도 체력이 꽤 쓸만해졌음을 실감했다. 올라갈 땐 꼬래비에서 둘째로(총 35명중;) 간신히 정상을 올라, 남들 다 도시락 펴고 절반쯤 먹고 있을 때 합류했는데 내려올 땐 중간 정도의 성적. 다들 놀라워했다. 일단 A팀이었다는 거! B급인생도 좋지만... 예쁜 능선을 더 많이 보고 싶어서 욕심부렸다가 후회없이 뿌듯했다.

 


대구 비슬산. 1083m. 휴식 포함 총 산행시간 5시간 30분. 헥헥거리느라 사진들은 죄다 남들이 찍은 것들;; 산중턱에 펼쳐진 진달래밭이 장관이라는데, 꽃이 다 졌어도 오즈의 마법사 노란 벽돌길이 떠오르는 저 나무길은 진짜 예뻤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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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

놀잇감 2015. 4. 28. 18:19

또 다시 1년만에 휴관일의 경복궁 특별 관람.


5월로 다가온 각종 궁궐축제를 앞두고 궁궐마당은 온갖 리허설로 분주했고, 준비 덜 된 답사 진행은 몹시 서툴렀다. 잠도 못자고 다른 급한 일까지 제끼며 달려갔던 터라 마냥 늘어지는 시간 관리엔 짜증이 버럭 났지만...


왕비의 시선으로 교태전 툇마루에서 바라본 아미산 화계는 그야말로 최고였다. 만개한 모습을 사나흘 밖에 안 보여주는 모란의 절정 모습을 몇년만에 처음 보았으니 그걸로 됐구나 싶다. 





언제나 중국인들로 바글거리는 내전 마당도 텅 비어 좋았고, 툇마루에 앉아 올려다보는 줄줄이 이어진 기와지붕들도 좋았다. 궁궐 마당을 자전거 타고 휙 가로지르는 경복궁 담당자가 어찌나 부럽던지! 줄무늬 옷까지 입으니 얼핏 <마지막 황제>의 한 장면도 떠오르고...  마침 하늘엔 금방 비행기가 날아갔나, 가늘게 흰 선이 그려져 있었다.






오랜 복원공사 끝에 드디어 문을 여는 수라간에서 발견한 우물. 옛날 돌과 요즘 돌은 확실히 색깔이 다르다. 



향원정은 이왕이면 중고딩때 사생대회에서 그린 그림 구도로 뙇~



이제야 확실히 모란이랑 작약을 구분할 줄 알겠다. 목본이니 초본이니 하는 이론적인 구분은 만날 들어봐야 헛것이고 이파리가 다르다. 넓고 평평한 잎은 모란, 좁고 반짝이는 잎은 작약. 확실히 꽃도 모란이 더 크고 탐스러운 듯...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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