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15.04.11 몰라요 5
  2. 2015.04.07 4월 7일 6
  3. 2015.04.04 꽃대궐 7
  4. 2015.03.31 이번엔 청치마 재활용 11
  5. 2015.02.24 눈길 등산 4
  6. 2015.01.25 지우 가족의 띠 그림 9
  7. 2015.01.20 류큐의 바람 1
  8. 2015.01.19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영원한 풍경 3
  9. 2015.01.15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2
  10. 2015.01.12 1월 등산

몰라요

투덜일기 2015. 4. 11. 11:25

50년 가까이 같이 산 엄마한테서 가끔 아직도 신기한 점이 발견된다. 오 놀라워라. 사람 참... 몰라요...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젠 속속들이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내 오만이었던 거다.


왕비마마에게서 어제 발견한 새로운 사실은 '활자중독증'이 의심된다는 점이다. 주변의 다독가나 인문학 전공자나에게서 종종 나타나는 이 특징은 그 어떤 활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거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광고전단지나, 심지어 화장실 낙서도 죄다 읽어야한다고. 나도 약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중독'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황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서, 혹은 눈이 피곤하면 자잘한 글자 피해 질끈 눈감기도 하고 관심없는 분야는 단호히 외면할 수 있다. 헌데 울 엄마는 하이고...


공식적인 '안산 벚꽃축제'가 오늘부터라기에 우리는 일부러 어제 꽃놀이를 나섰다. 집앞에도 벚꽃이 한창 만개했지만 꽃길을 걸으려면 역시 나가는 수밖에. 실은 꽃놀이 핑계대고 자락길을 한 바퀴 끌고 돌 심산이었다. 총 7km이고 보통 걸음으로 2시간 반 걸린다는데, 동네 주민이면서도 우린 아직 한번도 완주해본 적이 없었다. 작년 가을에 후배들 데리고 거의 한바퀴 돌긴 했지만 자락길 중간에 정상을 올라갔다 내려온 터라 완주라곤 할 수 없으니...


좀 무리인 것 같았지만 암튼 결과적으로 자락길 완주엔 성공했다. 4시간만에. ^^; 안산 자락길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다닐 수 있게 만들어놓은 길이라 별 걱정을 안했는데, 우리집에서 자락길 입구까지 가는 오르막길과 계단이 복병이었다. 자락길 진입 시작도 전에 2, 3번이나 쉬었을 정도. ㅋㅋ 자락길을 걷기 시작한 뒤에도 중간중간 벤치가 보일 때마다 무작정 주저앉아 쉬어야하는 저질체력 노친네를 모시고 너무 무리하는 건가 더럭 걱정도 되었지만, 1/3쯤 갔을 때 중단하려면 너무 늦기 전에 되돌아가야한다고 했더니, 본인이 완주 의지를 불태웠다.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다고 왕비마마를 놀려대긴 했지만, 중간에 벤치에서 만난 어느 아줌마가 매일 한 바퀴씩 도는데 안 쉬고 걸으면 2시간 걸린다고 했으니 4시간이면 절반씩 걷고 쉬었다는 의미다. 70대 노친네가 뭐 그만하면 선방이라고 인정. 느릿한 걸음이야 어쩔 수 없이 내가 보조를 맞추기로 했지만, 가뜩이나 시간이 오래 걸려 답답한 상황(내가 원래 성질이 급해서 걸음이 좀 빠르다)에 불을 붙인 건 바로 엄마의 '활자중독증'.


자락길 곳곳에 위치를 알리는 번호 팻말이 붙어 있고, 갈래길마다 표지판도 붙어 있는데 아오, 왕비마마는 그걸 죄다 소리내어 읽어야 지나치신다. 현재 위치 12-1, 너와집 442미터, 봉수대 1.2킬로미터... 설상가상, 서대문형무소 주변이기 때문인지 자락길 곳곳에 항일인사의 활약상이나 남긴 글이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는데, 그 또한 서서 다 읽어야 지나가시는 거다! 으으으... 

김지섭은 나도 금시초문... -_-;


근대역사와 인물에 대해서 널리 알린다는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산에 가면 흔히 나무에 묶어놓은 '입산금지' 표시처럼 펄럭펄럭 천조각에 여기저기 난간과 나무에 노끈으로 매달아놓은 모양이 내 눈엔 심히 거슬렸건만, 오마니는 모르는 사람 많다며 또 열심히 그 앞에 서서 읽고 계시더라는..


"힘드니까 일부러 서서 쉴라고 다 읽는거지!"라고 내가 퉁박을 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나무 이름 팻말이며 지난 식목일에 심은 듯 새로 묘목에 달아놓은 성명 꼬리표, 스틱 및 아이젠 사용 금지하고 달리기도 하지 말라는 자락길 주의사항, 바위에 적어놓은 오래된 낙서까지 빠짐없이 중얼중얼중얼... +_+


장장 4시간(집에서 나간시간부터 따지면 무려 4시간 40분)에 걸친 자락길 완주를 치하하는 의미로 탕수육과 잡채밥을 사드리고는 (실은 나도 고단해서 집에 와 저녁 차리기 싫었다;;ㅎㅎ) 기어코 내가 한 마디 했다.


엄마는 활자중독증이야! 


다달이 날아오는 사학연금 회보랑 서대문구 소식지를 하나도 안 버리고서 챙겨뒀다가 두고두고 읽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거였나. 난 또 그냥 못버리는 병인 줄 알았지 거기 찍힌 활자에 탐닉하시는 건 줄은 몰랐지 뭔가. 사람 참.. 몰라요... 


저 앞에 또 뭐라고 적혔나 보자... 힘차게 걸어가는 오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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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놀잇감 2015. 4. 7. 15:12

​우리집앞 벚꽃은 오늘자로 만개했다는 기록용 포스팅... ^^; 

작년엔 꽃도 탐스럽고 버찌도 엄청 열렸는데 올해는 꽃도 작고 열매도 부실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도 사방에서 각종 벌들이 날아와 붕붕대며 꿀을 채취하는지 수분을 시키는지 아주 바쁘다. 손가락 굵기만한 대형 뚱보 벌들도 있어서 접근하기 무셔워라...

​탐스러운 꽃송이를 담아보려고 베란다에 나가 알량한 줌으로 당겼으나 흐리다... 날씨도 흐리고 도움이 안되네. 

잠깐 햇빛 비친 사이에 다시 나가서 몇장 더... 아.. 사진 진짜 못찍는다. ㅠ.ㅠ  

아래층 아저씨가 벚나무가지가 너무 무성하다고 옆집에 '민원'을 넣는바람에 제일 큰 벚나무의 제일 튼실한 가지 하나가 작년 겨울에 잘려나갔다. 겨우내 베란다 앞이 환해진 건 좋았는데 막상 벚꽃이 피어나니 베란다 난간까지 넘실넘실 드리워졌던 꽃가지가 사라진 게 좀 아쉽다. 

째뜬 꽃사진 잘 안나온 건 ​순전히 찍사 솜씨가 모자란 건데도 며칠 전 계단에서 떨어뜨려 나뒹군 구형 아이폰 탓이라고 속으로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 요는 얼른 새폰을 갖고 싶다는 것! 아 근데 어디서 살지(대리점? 온라인샵?) 뭘로 살지(기종은 정했는데 무슨 색?), 밖에 나가기가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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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궐

놀잇감 2015. 4. 4. 21:21

계속 흐린 날씨가 아쉬웠던 어제 경복궁.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꽃들이 뙇~~!

매화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는 그래도 매화가 맞다고 하고, 누구는 복숭아꽃이라 하고, 누구는 살구꽃이라고 하고... ㅋㅋㅋ 암튼 예쁜 봄꽃인 것만 확실하다. ^^ 맑고 파란 하늘 배경이었더라면 금상첨화겠으나, 안개가 낀 듯 구름이 내려앉은 흐린 잿빛 하늘 배경으로도 나름 운치 있다.​

자경전 꽃담 앞 살구꽃

사진 비율이 달라진 것으로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다. 나도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눌러댔는데 막 다 흔들리고 흐리고 구도 엉망이고.. ㅠ.ㅠ 해서 다른 선생님이 찍으신 사진으로 대신 퍼왔음.  ​

안 그래도 예쁜 꽃담 앞에 예쁜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꽃대궐이구나 싶은 광경. 그러나 아쉽게도 경회루 수양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해서 올해는 구경 못하고 넘어갈듯. 2주에 한번으론 모든 꽃잔치를 다 만끽하기기가 어렵다. 

​역시나 딴분 사진. 할미꽃이 이렇게 집단으로 피어있다뉘.. 작년에도 봤지만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마치 튤립같지 않은가?? ^^;

이건 확실히 매화거든요..

이건 다시 내가 2주전에 찍은 태원전 앞 매화 사진.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던 터라 만개한 꽃이 몇개 없었는데도 향기가 정말 그윽했고 벌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붕붕 거렸었다. 덕분에 벌까지 포착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어제 2주만에 다시 찾아갔더니 전날 밤 내린 비에 꽃은 거의 다 떨어지고 시들고... ㅠ.ㅠ 

헐겁든 쫀쫀하든 확실히 조직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고 일부 사람도 싫어졌고 한옥과 역사 공부도 시들하지만... 아직은 예쁜 꽃보며 궁궐 마당에서 걷는 운동(?)하는 걸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중. 이러다 지치면 뭐 나가떨어지겠지. ㅋㅋ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건 순전 뻥이다. 어디 감히...  추한 인간보다는 꽃이 확실히 더 향기롭고 아릅답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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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서랍장을 정리해 옷을 또 한 보따리 내놓으며, 청치마가 눈에 띄였다. 청바지와 달리, 십대소녀가 발랄하게 입는 미니스커트가 아닌 다음에야 도무지 어떻게 입어도 멋내기 어려운 옷이 청치마가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생각. (근데 그땐 왜 샀니;;) +_+ 수지 정도나 된다면 모를까. 암튼 그치만 또 아까워서 도저히 못 버리고(진짜로 몇번 안 입어서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다 ㅋㅋ) 10년도 넘게 서랍장에 모셔뒀던 걸, 재활용함에 내던지지 않기로 새삼 결정한 이유는 에코백으로 리폼해야겠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지난번 청바지로도 한번 만들어봤으니, 치마로는 완전 식은죽 먹기 아닐까나.  


하지만 재봉틀 없이 또 손바느질을 해야한다는 난항과 게으름과 건망증이 겹쳐 그간 시도를 안하고 있었는데, 뭐든 잉여짓은 괜히 더 바쁠때 하게 되는 묘한 심리가 또 발동했다. 마침 고속터미널 상가에서 안감으로 쓸만한 천도 발견했겠다.. 집에 돌아오자 마자 바느질을 시작했다. ^^; 


청치마는 밑단을 조금 잘라서 끈으로 쓸 천을 확보하고 그냥 아래를 꿰매면 일단 몸통 완성! 앞뒤로 주머니가 있으니 안감에 굳이 주머니를 달 필요도 없다.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의외로 가방끈 부분... 데님 천을 접어서 두겹으로 꿰매는 거 힘들고 천도 모자랄 것 같아 덧붙일 용도로 체크무늬 원단을 따로 사왔는데 천조각 아낄 욕심에 재단 방향을 아무케나 했더니 막 늘어나는 게 아닌가... ㅋㅋ 다림질 귀찮아서 손으로 꽉꽉 접어 자국 만든 뒤 꽉 쥐고 하느라 손가락에 쥐날뻔...


ㅋㅋㅋ 끈 달기 전 나름 과정샷이다. 


시접이 겹쳐진 데님천에 바늘 꽂느라고 진짜 손이 부들부들... 재봉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간절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웬간한 재봉틀로는 저 두꺼운 가방끈을 박을 수 없을 거라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다음으론 안감 넣기~ 

듬성듬성 대충 꿰맨 안감을 뒤집어서 가방 안쪽에 씌워놓은 상태로 아직 겉천과 연결 전..

작년여름 방학때 ㅈㅎ이랑 같이 바느질 놀이 하며(?) 오래 된 수건으로 만든 고래 쿠션이 바늘쌈지 노릇하느라 찬조출연했다. 왼쪽에 시커먼 천이 가방끈 안쪽에 덧댄 원단이다. 


커피잔 패턴이 귀여운 안감 위쪽을 안으로 접어넣고 공그르기나 감침질로 마무리하면 끝!

가방의 실제 색감은 오른쪽에 가깝다. 검은색에 가까운 진청원단이어서... 

두번째라서 확실히 완성도가 첫번째 만든 것보다 훌륭하다고 자화자찬! 노상 들고다니던 검정색 천가방을 조카에게 빼앗기고나니 만만하게 들고다닐 가방이 없어서 가방을 하나 새로 사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당분간 가방 쇼핑욕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ㅎㅎㅎ 한땀한땀 장인정신이 깃든 명품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ㅋㅋㅋ 완전 마음에 든다.


손끝이 너덜너덜해진 다음에도 계속 폭발하는 생산성을 주체하지 못해 심지어 머리띠도 만들었다. ^^; 

손뜨개로 떠서 안에 솜까지 넣어 여기저기 브로치로 달고 다니던 은색꽃을 그냥 목공풀로 검정머리띠에 붙였다. 요새 머리모양이 맘에 안들고 속알머리가 자꾸 훤히 들여다보여서 머리띠를 애용중이다보니괜스레 머리띠 욕심 만땅.. ㅠ.ㅠ 


하지만 머리띠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싶어도, 테 모양이 조금씩 달라서 '윗머리가 네모난' 내 두상에 잘 맞고 한참 하고 댕겨도 옆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편한 머리띠를 만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너무 헐렁하면 또 머리숱도 없어서 막 흘러내리기도... 

거기다 안경까지 써야하니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다. 


해서 좀 잘 맞는다 싶은 머리띠는 장식이 떨어지거나 망가져도 안버리고 재활용.. ^^; 그런 덕분에 이 또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ㅋㅋㅋ 안쪽 어딘가 '핸드메이드'라고 라벨이라도 붙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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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등산

놀잇감 2015. 2. 24. 20:19

설날 이전 주말에 정선 함백산으로 눈길 등산을 갔었다. 아이젠과 스패츠까지 구비해야하는 본격 눈길 산행은 하도 간만인데다가, 남한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라고 해서 겁을 집어먹었는데 다행히 새벽에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려니 꽤나 높은 지점(해발 800미터쯤인 만항재??라던가;;)에서 산행을 시작해 그리 오래 걸리는 코스는 아니었다. 서울 기온은 영상이어도, 함백산은 쾌적한 날씨에 영하3,4도 정도 될거라는 예상. 헌데 하루종일 어찌나 날씨가 변화무쌍한지... 눈보라가 휘날리다가 쨍쨍 햇빛이 비치다가 다시 컴컴하게 흐렸다가...  워낙 가물어 눈이 별로 없는 거라는데도 중간중간 엄청난 눈길이 나왔다가 질질 누런 물이 흐르는 진창길이 이어지다가... 귀시렵고 코시려운 칼바람이 휘몰아치다가... 아주 정신이 쏙 빠졌다. 

그래도 다행인 건 2월에 눈길 산행할 수 있는 곳이 몇 안되다 보니 등산객들이 워낙 많아서 곳곳에 병목 정체현상(!)이 벌어져 빨랑 올라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구간이 많았다는 점. ㅎㅎ 원래는 3,40분씩 내달리듯 강행군 하다가 모여서 단체로 간식 먹으며 잠시 쉬곤 하는데 하도 중간중간 막히다보니 산 정상을 넘어서기까지 제대로 간식 먹을 시간도 없었다. 점심시간에야 비로소 죄다 모여 눈밭에 옹기종기 앉아 보온도시락을 까먹었다.  

 

왼쪽이 내 스틱과 장갑. 저 장갑은 아빠가 쓰시던 거다. 유품정리하면서 차마 아까워서 남겨두긴 했지만... 저 등산 장갑을 내가 끼고 겨울산행을 하게될 줄은 아빠도 몰랐겠고 나도 몰랐다.

​위의 사진 두 장은 그나마 바람 덜한 비탈사면 옆에서 점심 먹느라 멈췄을 때 찍은 것. 하도 가물어서 산불을 염려해 폐쇄된 등산로도 많다는데 초보자인 내 눈엔 저만큼 쌓인 눈도 신기할 따름이고...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겹겹이 얼어붙어 바람결따라 희한한 눈꽃을 피운 걸 '상고대'라고 한다는데, 강원도도 계속 워낙 기온이 높아 눈꽃을 볼 순 없어 다들 아쉬워했지만, 난 원없이 눈을 밟은 것 같아 그저 좋았다. 이번 겨울에 가장 장대한 눈구경은 의외로 터키 갔을 때였으니 뭐;;; 

​하산 길엔 스틱을 매만진다거나 모자를 고쳐쓴다거나 해서 조금만 머뭇거리다간 종종 저런 인적 드문 눈길에 홀로 남게 됐다. 서둘러 따라갈 걱정 속에서도 기뻐하며 얼른 휴대폰을 꺼내들고 후딱 눌렀더니 흔들렸다. ㅋㅋ 잘 따라가지도 못하는 주제에 사진 찍는다고 더 꾸물거리면 혼날까봐(?) 감히 등산 중엔 폰카질을 할 엄두도 못내겠고, 사실 헥헥거릴 때는 힘들어서 사진찍을 생각도 잘 나질 않는다. ㅎㅎ

등산가서 꼭 정상 표지석 옆에서 독사진으로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은 '늙은이'라는 증거란다. 이 집단도 반드시 정상 표지석 옆에 사람들 죄다 모아놓고 단체사진을 찍는데, 웃기고 어색하지만 이젠 나도 그러려니 하며 한쪽 귀퉁이에서 얼굴이 특히 넙대대하게 나오든 말든 참아낸다. 궁궐에서 어쩔 수 없이 찍히는 사진에 무감각해졌듯이 어떻게 나오든 말든 내가 열심히 들여다볼 게 아니니 상관없다는 생각. ㅋㅋ 점점 대인배가 되어가고 있는 건가? 

암튼 아이젠을 등산화에 끼고 걸으면 체력소모가 더하다는데, 딱히 더 힘든 느낌이 없었던 건 오르막길마다 거의 계속 막혀서 크게 힘들일 일이 없었기때문일까, 아니면 연초부터 휴대폰에 앱까지 깔아놓고 근력+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일까 통 알수가 없다. 등산 고수들은 눈도 많지 않고 정체 현상 때문에 제대로 등산다운 등산을 못했다고 투덜댔으니 아무래도 전자가 원인인 것 같지만... 2월 들어선 통 앞산에도 한번 안 올라간 터라 근력이 과연 늘었는지 모르겠다. 점점 늘어나는 몸무게의 대부분은 과연 지방일까 근육일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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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샌 그림을 별로 안 그린다는 지우. 아주 가끔씩만 기발한 착상과 솜씨를 보여주곤 하는데, 새해 들어선 자기네 식구들을 띠 동물로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어찌나 디테일한지... ㅋㅋㅋ

2015년 1월 3일 지우 10세 (3월에 3학년됨^^)


주말에도 노상 출근해 애들과 얼굴 마주칠 일 드물다는 돼지띠 아빠는 일벌레 돼지란다. 워낙 바빠서 가방 열린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모습이라고.
말띠 형아는 공부벌레의 이미지. 너무 열심히 공부하느라 눈에 핏발이 섰다. ㅋ
토끼띠 엄마는 땀을 뻘뻘 흘리며 트레드밀을 걷고있다. 요새 특히 운동에 힘쓰고 있다나.
마지막으로 개띠 본인은 침대에 드러누워 빈둥거린다. 야 조용히 해... 라면서 ㅋㅋㅋ

어제 가보니 그림 옆에 성격과 특징도 적어놨던데 화가께서 자기 항목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설명해놓았다. 평소 담날이 시험인지 아닌지 통 관심없이 제 맘대로 사시는 편이라고... ㅋㅋ

양띠 고모 그림도 좀 그려주십사 부탁했더니 포복절도할 작품을 선사해주었다. ^^;;
2015년 1월 3일 지우 10세

그림 왼쪽의 양은 고모와 동갑이신 이모 양의 모습. 치킨과 피자를 비롯한 온갖 음식들을 차례로 비워 앞쪽에 빈접시를 쌓아놓고 계시다. 내가 알기론 키도 크고 날씬한 분인데 저런 탐식양으로 그려내다니 ㅎㅎㅎㅎㅎ

오른쪽 고모 양의 모습에서 북실북실 검은 양털과 함께 주의 깊게 봐야할 건 개구진 표정으로 양팔에 매달려 양을 괴롭히고 있는 말과 호랑이다. 그들은 바로 말띠 지@이형과 호랑이띠 정O이 누나!
지우는 저 두 남매가 평소 얼마나 고모를 못살게 구는지 안 봐도 다 알고 있었던 것! (하긴 지난번 제삿날 지우가 홀로 남아 자고가게 되자, 지@이 형아는 지우에게 '잠 안자고 고모를 괴롭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죄다 전수해주고 갔고, 함께 남았던 정O누나의 만행?을 다음날 아침 지우가 일부 목격하긴했다;;) 

양팔에 두놈을 매달고 ㅠㅠ 길게 눈물을 흘리면서도 저 팔 모양은 설마 하트인가? 너무 사실적이고 웃겨서 아주 배꼽을 잡았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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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큐의 바람

놀잇감 2015. 1. 20. 15:12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2월 8일까지 <류큐 왕국의 보물> 특별전을 하고 있는데 관련 공연이며 교육이 꽤 알차다. 류큐 왕국이란 ^^; 옛날에 '유구국'이라고 해서 조선, 중국과 교류한 역사도 꽤 길고 일본과는 별개의 나라였던, 현재 오키나와 섬에 존재했던 왕국을 말한다.
중앙박물관, 민속박물관, 역사박물관, 고궁박물관 중에서 안내책자와 전시 도록, 팸플릿의 질도 항상 고궁박물관이 최고라는 생각을 강하게 품고 있는데, 가만 보면 기획 전시내용도 거의 늘 알차고 훌륭하다. 안내책자나 브로셔의 글귀나 오타만 봐도 보유인력의 자질을 알수있는 법이 아닌가! 게다가 매번 공짜! (프란치스코 교황 내한 기념으로 했던 <천국의 문> 전시는 예외로 유료였다. 수녀님들을 비롯해 천주교신자들이 엄청 구경오던데 워낙 비싸기도 했지만 나는 계속 오가면서도 안봤다. 혹시 기회되면 나중에 이탈리아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규~ -_-;) 고궁박물관 조직 자체가 탄탄한 건지, 뛰어난 학예사와 직원들을 잘 뽑은건지 갈 때마다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암튼 요번에 본 공연은 오키나와 문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류큐 왕국의 보물> 전시와 연계해 류큐 왕국의 고전무용과 노래를 소개하는 자리. 이름하여 <류큐의 바람>이다. 고궁박물관 별관에서 17일과 18일 양일간 3회 공연을 하던데(부산에서도 공연 1번 하더라마는;;), 마침  주말에 경복궁에 갈 일이 있어서 맘먹고 구경했다. 오키나와는 내가 몇년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여행지다. 갇혀있는 물고기들이 불쌍하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 최고라는 추라우미 수족관을 꼭 보고 싶어서리... (그렇게 들먹들먹하고 있는데 작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사랑이네가 구경가질 않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이랑 공효진이 코끼리 바위엘 막 찾아가질 않나;; TV에서 펌프질을 막 하더군)  

이렇게 선망을 갖고 있으면 결국에는 조만간 저지르지 싶어서, 미리 공부(?)도 할 겸 연말에 경복궁 봉사 나간 날 짬내서 류큐 왕국 전시회를 둘러보았고 공연이며 특별교육 프로그램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ㅎㅎ <류큐의 바람: 오키나와의 춤과 노래>이라는 제목으로 여러가지 고전무용과 창작무용, 노래까지 보여준 공연은 생각보다 좋았다. 무료인 대신 선착순 입장이라고 해서 30분이나 일찍 갔는데도 앞자리는 죄다 관계자석이란 종이 붙여놓은 게 불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이 어린 아이들부터 챙겨서 차곡차곡 앞쪽 내빈석 빈자리로 옮겨주고 일일이 동선을 안내해주고 그랬다. 대체로 공무원들은 좀 싸가지가 없고 고자세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편인데, (계약직인지 아닌지 몰라도 다른 국립 및 시립 박물관 가봐도 직원들이 야박하게 구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 선입견이 가끔 고궁박물관에 가서 깨진다. 아주 좋은 예. ㅎㅎ 

1시간 반에 달하는 공연은 앞부분의 궁중무용 순서때 하도 정적이고 조용해서 좀 졸리려고 했으나(한국이나 일본이나 궁중무용과 음악은 느릿느릿 움직임도 정적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좋게 말하면 우아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맥빠진다. ㅎㅎ 왕앞에서는 암살 위험 때문에 함부로 역동적인 동작이 담긴 춤을 출 수 없다는 듯;;) 후반부에선 활기찬 창작무용과 노동요 등이 있어 확실히 시끌시끌 신명나고 유머가 넘쳤다. 아싸~ 아싸~ 하는 추임새가 일본에서 온 것임을 새삼 확인. ㅋㅋ

아래 사진은 내가 찍은 건 아니고 일행 중 한분이 일찌감치 박물관 화장실 갔다가 마침 출연진을 만났다기에 전달받았다. 색감 화려한 의상이 아주 독특하고 인상적이다. 예쁜 옷도 많고...  전통무용을 어느 가문에서 3대째 전수받아 널리 알리고 있다는 모양이다.


일본에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료칸엘 가봐도 기념품 쇼핑센터에를 가봐도 쇼핑백이나 세탁물용 비닐팩 하나를 만들어도 그냥 허투루 하지 않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는다. 요번에도 오키나와 관광 지원을 위함인지 오키나와 안내책자랑 공연 브로셔를 예쁜 비닐봉투에 담아 주었는데, 안에 든 설문지를 작성하면 비닐파일도 나눠준다고 했다. 아쒸, 볼펜 없는데 생각한 순간 설문지에 저 앙증맞은 필기구가 클립처럼 꽂혀 있었다. (비닐종이 위에 놓인 검정색 물체;;)

공연 브로셔는 꼼꼼히 읽어보고 재활용 폐지로 내놓았지만, ​오키나와 안내책자는 (관광지 안내며 섬 전체 지도까지 들었다!) 비닐파일에 넣어 잘 보관해 두었다. 언제가 될지 몰라도 오키나와 갈 때 가져가야쥐! 문득 우리나라 관광홍보도 과연 이렇게 꼼꼼하고 아기자기하게, 사람들 마음을 확 끌게 잘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행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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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첫 전시관람은 이왕이면 브레송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같이 가기로 한 파트너랑 잡은 스케줄 상 브레송전이 두번째로 밀렸다. 째뜬 1월에 너무 집중적으로 문화생활 하다가 제풀에 지쳐서 계속 안다니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마저 드네그려. 

암튼 3월 1일까지인 전시를 서둘러 보러간 건 역시나 1월말까지로 기한이 있었던 초대권 덕분. 12000원이나 하는 입장료를 내야했다면 또 브레송전을 볼까말까 고민 좀 했을 것 같다. 최소 절반 이상은 전에도 본 작품일 테고, 동대문디지털플라자가 전시장으로서 별로 매력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조명도 우중충하고... 째뜬 새로운 작품이 얼마나 왔을지가 관건인데...


브레송 사후 10주기 회고전이라는 이번 전시엔 작품수가 총 253점이라고(근데 늘 이정도 작품은 오지 않았던가?). '브레송'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찰나의 거장'으로서 담은 '결정적 순간'의 사진들이 인상적인데, 확실히 요번엔 도시풍경과 자연풍경을 담은 사진들이 좀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었다(어쩌면 선입견일지도!). 그래서 요번 전시 부제도 아예 <영원한 풍경>. 어림짐작한 내 느낌으론 인물 사진과 풍경사진이 반반쯤 되려나? 아니, 그래도 인물사진 비율이 더 많았던 것도 같고...

실물로 처음보는 게 틀림없는 작품도 있었지만, 지난번 전시 때 본 건지 사진첩이나 인터넷 검색으로 본 작품인지 다들 낯이 익어서 상당수가 아리까리... ^^a 에즈라 파운드, 사르트르, 베케트, 카뮈 같은 인물사진은 워낙 인상적이어서 확실히 예전 전시때도 본 작품인데, 자코메티, 피카소는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게다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카슨 매컬러스'의 사진이 두 개나 있었는데 <슬픈 카페의 노래>를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작품을 봤더라도 휙~ 지나가고 말았을 듯. 

마침 시간이 맞아서 도슨트의 설명도 들어보았는데, 아우 요즘 도슨트는 자질보다 외모가 우선인지, 너무 지나치게 봉긋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과 눈매가 부담스러워서 계속 쳐다보고 있기가 민망했다. 목소리는 예쁜데 뭘 그닥 알고 설명하는 것 같지는 않은 느낌.. ㅠ.ㅠ 

체 게바라 사진을 설명하며 브레송이 함께 만나기로 했던 유명인이 '피델'이라고 언급하는데 그게 '카스트로'라는 걸 정작 도슨트는 모르고 말하는 게 분명. 외워서 설명하려면 '카스트로'로 외워두었어야지! 존댓말도 막 이상하게 과용하고 '뉴욕 모마 미술관에 빚을 지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비츨'이라고 계속 몇번이나 발음해서 어찌나 거슬리던지. 으악... 

게다가 작품 설명문구엔 오타와 외래어 표기 오류, 띄어쓰기 잘못된 게 어찌나 많은지... 으어으어... 행갈이 이상하게 해서 읽다말고 '으잉?' 하며 다시 읽게 만든 문장도 허다했다. 작품설명 적힌 판때기가 삐딱하게 걸려 있는 것도 보여서, 액자 비뚤어진 거 못 견디는 환자인 나는 막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갔다. ㅜ.ㅜ

그래도 뭐 작품 수는 꽤나 많은 느낌이고, 생라자르 역 앞에서 물 웅덩이 폴짝 뛰는 남자 담긴 작품이랑 프랑스 브리의 풍경사진 속 하트 나무길을 찬찬히 되새겨 본 건 좋았다. 작업실에 이어 방문 앞에, 올해로 무려 10년째 되는 옛날 포스터를 개비할 마음이라, 전시 연계상품에도 눈독을 들였는데 아쒸;; 아트포스터가 여긴 무려 9천원! 종류도 브리 나무사진과 황량한 파리 에펠탑 풍경 딱 두 종류. 멋진 에코백도 있으면 살까 했으나 그런 건 아예 없고, 허접한 도록이 만오천원, 엽서세트도 만오천원, 엽서 한장엔 2천원...  +_+ 그나마도 인기 작품 낱장 엽서는 품절되고 없다. 세트로만 판매한다고. 

뭔가 괴씸해서 포스터를 살까말까 고민하다, 입장료가 굳었으니 사자 쪽으로 마음을 돌려 저 공식 포스터에 든 나무 사진을 사왔다. 방문에 붙이려면 세로 작품이 제격인데 파는 포스터가 다 가로형이니 어쩔 수 없음. 

사람들 블로그 보니깐 실제 전시장 사진과 작품 사진이 많아서 브레송전도 사진촬영을 허락하나보다 했더니 그럴리가... 촬영금지인데 사람들이 그냥 막 도촬한 거였다. 내가 보러 간 날도 휴대폰 들고 철컥철컥 사진 찍어대는 사람들 꽤 됐음. 다만 관계자들이 아주 심하게 제제하러 다니진 않더라. 난 또 하지 말라는 건 못하는 사람이라, 곳곳에 크게 확대해 벽면으로 만들어놓거나 포토존으로 만들어놓은 거나 겨우 찍어왔다. 대충 이렇게...  

​그리고 아래는... 작업실 이사 때도 고이 떼어와 방문앞에 줄곧 붙여두었던 옛날 전시 포스터. ^^; 떼어버리기 전에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이건 구입한 게 아니고 전시 관계자에게 잘 말해서 일행과 한장씩 공짜로 얻은 거였다. 옛날엔 벽보 홍보용으로 대량제작한 저렴한 포스터를 막 나눠주기도 하고 2천원 정도에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 요샌 플라스틱 '배너'를 세워두는 정도이고 벽보 포스터는 아예 만들지를 않는 게 추세인가? 나로선 괜히 아쉽다. 마음에 드는 포스터는 벽보판에서 몰래 떼어다가 집에 붙이고 그런 추억이 꽤 많은데.. 쩝...  하여간 그냥 일반 종이로 만든 포스터인데도 뒷면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보강을 해서 이사까지 다니며 10년이나 간직했다뉘... 참 내가 얼마나 물건을 못 버리는 인간인지 알 수 있다. ㅠ.ㅠ


해서 브레송 사진전에 대한 총평은 음... 이미 최근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굳이 또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것. 특히 몇년 전 세종문화회관 전시를 봤다면 작품이 2/3이상 겹치는 것 같았음. 게다가 추세로 보면 국내에서 브레송 인기가 워낙 높아 수년에 한번씩은 전시가 되풀이되는 것 같지 않은가? ㅎㅎ 머잖아 또 하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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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매카트니라는 사진작가에 대해서 내가 미리 뭘 좀 안 것도 아닌데, 애당초 보러가겠다 마음 먹었던 건 작년 폴 옹의 내한공연이 건강상의 이유로 취소되었던 게 크게 작용했지 싶다. 거기다 대림미술관도 쫌 내가 좋아하는 건물이고, 심지어는 초대권까지 생겼으니...  해서 카톡으로 온 초대권 이미지로 공짜 관람을 꿈꾸며 야심차게 달려갔으나 초대한 팀원 이름을 적어내야한다고 했다. 알음알음 이루어지는 패밀리 세일이나 전시의 온라인 초대권은 원래 인쇄해서 관계자 이름 적어 제출하는 게 원칙이다. 매번 따라만 다녀보아서 생각도 못했지 뭔가. 초대권 전송해준 후배에게 차마 아침 댓바람부터 전화는 못하겠고... 조심스레 문자를 보내놓고는 좀 기다리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표 끊고 들어갔다. 그나마 유료 멤버십 가입(만원으로 티켓 두장과 커피 한잔 구매가능)하고 40% 할인받으면 매우 저렴한 입장료.  
원래는 5천원. 할인후엔 3천원

대림미술관 모든 전시에 관람객이 많은 이유는 뭔가 너그럽고 호의적이라는 기분 때문인 듯하다. 멤버십 회원을 위한 무료 공연이나 문화행사도 꽤 많은 편이고... 티켓이나 전시장내 인증샷을 제시하면 기간중 언제든 재관람이 가능하단다. 게다가 작품 사진 촬영도 오케이...
사진을 다시 사진으로 찍어오는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싶으면서도 괜히 막 담아오고 싶어졌다. 벽에 확대해놓은 사진까지도.

4월까지 전시라니 틈나면 한번 더 보러갈까나...
3, 4층의 유명인 사진들보다 확실히 나는 2층의 가족사진이 더 좋았다. 연출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다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는 아이들 사진이 특히 사랑스럽다. 폴 매카트니는 확실히 연예인답게(?) 사진마다 좀 노련한 모델 느낌을 풍기는 데다 젊은 시절 그는 너무 예쁘게 생겨서 별로. ㅋ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가 한국 전시 기획에도 참여했다는데, 디자이너로 성공한 배경엔 유명한 부모님의 후광이 있었을까 없었을까(당연히 크게 작용했겠지), 양쪽 부모의 예술적인 감수성을 물려받은데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테니 유리했겠다 그럼서 괜히 (대체 왜?) 배아파했다. 결국 인생엔 타고난 재능과 든든한 비빌 언덕이 모두 중요하다는 결론. 

흑백 사진 좋아서 구경 가놓고 웬 뜬금없는 푸념인가 그랬다. 

​휴대폰 사진을 넘기다 보니 벽에서 찍어온 지미 헨드릭스 사진이 특히 마음에 든다. 5천원에 팔던 맨 위 사진 흑백포스터가 좀 탐나긴 했으나 가로사진이라 패스~ 

방문에 붙일 새 포스터를 산다면 나중에 브레송의 풍경사진을 노려볼 작정이다. 이로써 보고싶은 전시 목록 중 하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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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등산

놀잇감 2015. 1. 12. 23:56

둘째주 토요일마다 등산고수들을 따라가는 산행의 올해 첫 행선지는 북한산. 독바위역에서 올라가 족두리봉, 향로봉, 탕춘대능선, 불광역으로 내려오는 3시간짜리 '가벼운' 산행이 될거라고 했다. 하지만 작년 경험상 이들 기준의 '가벼운' 산행도 내게는 늘 고강도 등산이었고, 등반 배정 시간이 짧을수록 쉬는 시간이 얼마 없어 더 고역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덜덜 멀미나는 암능 구간을 얼마나 다녔는지 머리가 지릿지릿. 고소공포증 환자에겐 그저 북한산 둘레길이 딱인데 ㅠㅠ 내눈엔 벼랑처럼 보이는 봉우리로 무작정 올라가라 그럴때마다 아주 오금이 저렸다. 곳곳에 얼어붙은 길이 있어 벌벌 떨며 지나긴 했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암튼 쾌청한 날씨에 거의 봄볕 같은 햇살과 파란하늘, 툭 트인 시계가 멋졌던 날. 

저 능선 중 맨 왼쪽 봉우리가 족두리봉이다. 향로봉은 그 옆 두번째였던가. 막판엔 정신 혼미해서 기억도 잘 안남. 대체 능선을 얼마나 뺑뺑돌아 온건지... 어린시절 부모님따라 북한산 가서 송추로 올라가 구기동으로 내려오거나, 평창동으로 올라가 우이동으로 내려오며 길고 험한 등산에 징징 울던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북한산... 진짜 만만하지가 않다. ​


잘 못찍어서 길이 선명하지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능선 중간에 '북한산 차마고도'라고 불린다는 바윗길이 있다. 무시무시할거라 예상했으나 폭이 제법 넓어 안쪽으로 바짝 붙어 걸었더니 참을만 했다. ​이른 시간이라 마주치는 사람들이 없어 다행.


멋진 기암괴석 나타나면 휴대폰 꺼내들 여유도 생겼다는게 스스로 대견해서 또 한장...

고수들의 등산을 한 1년 열심히 따라다니면 폐활량도 늘고 근력이 붙어 좀 수월해진다더니만, 오는 3월이면 만1년 되는데 아직도 허덕허덕 힘겹기만 하다.  한달에 한번으로는 단련이 안된다는 얘기. 앞산을 가도 심장이 터져라 빠르게 올라야 연습이 되나보다. 쉬엄쉬엄 아름다운 경치 보며 슬슬 다니면 될 걸, 왜 그렇게 죽자살자 산을 타야하는지 좀처럼 모르겠으나 일단은 따라다녀보는 수밖에. +_+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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