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박물관에서 8월 30일까지 <조선의 왕비와 후궁>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너무 더워서 경복궁이 뜨끈뜨끈 했던 자원봉사 날, 여전히 메르스 여파로 외국 관람객은 드물고 내국인 관람객 역시 해설엔 관심을 안 보이길래  무더위도 피할 겸 고궁박물관으로 '피서'를 가 전시 설명을 들었다. 

오래도록 사극에서 하도 왜곡된 모습만 부각되어 조선 왕궁의 여인들이라고 하면 으레 왕 한 사람을 놓고 궁중암투나 벌이고 세도정치와 당파싸움에 희생되고 마는 좀 한심한 존재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지만, 당연히 그렇지만도 않았고 의외의 재미난 모습들이 많다. 뭐니뭐니해도 왕에 버금가는 최고의 존재였으니 말이다. 왕이 지존이라 품계가 없듯, 왕비도 품계가 없단다. 내명부 품계는 후궁부터 1품, 2품... 단계별로 희빈, 소의, 숙의 같은 명칭이 주어진다고. 

왕의 대례복인 구장복에 온갖 복잡한 뜻이 담겨있듯, 왕비의 대례복과 장식에도 별별 의미가 다 많아! (벌써 다 까먹었음 ㅋㅋ) 암튼 실제 영친왕비가 입었던 옷도 있고, 복원된 왕비의 복장도 있고... 볼 거리 읽을 거리가 쏠쏠한 전시다. ​

​꽤 크게 제작한 이 전시포스터를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해서 좋아라 받아내선 고이고이 집까지 모셔왔는데 아오... 좁아터진 우리집에 붙이기엔 포스터가 워낙 크고, 이렇게 두 장 연결해서 나란히 붙일만한 벽이 없다. ㅠ.ㅠ 따로 붙이면 느낌이 안사는데 잉.. 하는 수 없이 이층 올라오는 계단 벽에 붙여야하나... 그러는중. 에효


아래 사진은 왕비가 가례(혼례식) 때 입었던 대례복 '적의'(翟衣)를 마네킹에 입혀놓은 거다. 아래 깔린 멍석도 실제 유물인데 끝부분이 짤렸더라. 옷에 들어간 꿩무늬가 글쎄 그 옛날에도 자수를 놓은 게 아니고 죄다 직조한 거라고! +_+ 대한제국 들어 고종이 황제를 칭한 뒤 황복을 입었듯이 황후는 저 꿩무늬가 12줄인데.. 영친왕비는 급이 좀 아래라서 9줄 들어간 걸 입었다네. (원래 왕비의 적의는 그러니깐 모두 꿩이 9줄) 머리장식이 하도 거대하여 저러고 하루종일 있으면 담 걸리는 건 피할 수 없겠다. 보석들이 거짓말 좀 보태서 주먹만하다.. ㅋㅋ

이옷들은 원삼인데.. 품계에 따라 색깔 구분이 있다고 들었으나 벌써 깜깜. 빨간색이 왕비였던가... 노란색이 왕비였던가. 황색이 왕을 뜻하니 노란색이 왕비 옷이었을 것도 같고... ㅎ 곤룡포가 빨간색이니 빨간색이 왕비였을 것도 같고... 으음.. 황색 곤룡포는 고종이 황제를 칭하고 나서나 입었으니 저 노랑색은 순정효황후 때나 입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요 장면 설명할 때 사진 찍느라고 제대로 해설을 못 들었다. ㅠ.ㅠ 기억나는 건 '원삼'의 깃 부분이 겹치지 않고 둥글게 마주치도록 되어 있어서 원삼이라는 듯. 웬만한 저고리는 다 깃이 겹쳐지지만 예복 중에선 저렇게 깃이 안 겹쳐지고 둥글게 맞섶으로 처리된 게 많다는 것 같음. 하여간 원삼은 앞 자락이 짧고 뒷자락이 길다! ^^

그밖에 왕비가 출산을 할 때 이부자리를 어떻게 겹겹이 깔고 배치했는지 (딸인지 아들인지 모르지만 일단 원자를 바라는 마음으로 태어나자마자  '군자남면-군자는 남쪽을 바라보고 앉아 나라를 다스린다'의 원칙에 맞도록 왕비는 남쪽에 머리를 두고 누웠다.. ㅋㅋ) 출산 후 태는 어떻게 보관하는지, 산후 구완은 어떻게 하는지 별별 게 다 기록으로 남아있고 궁중문학이랄지 왕실 여인들의 호방하거나 애틋한 필체와 글씨도 볼 수 있다. 혜경궁 홍씨와 명성황후 글씨에 새삼 깜놀. 명필이더라... 

왕실잔치를 그린 병풍 그림도 미국에서 원본을 빌려와 전시하고 있는데 아오 섬세하여라... 흐릿하게 사진으로만 뽑아가지고 구경하다가 실물을 알현하니 한참을 감탄하며 봤다. 대충 휘리릭 둘러본 거라 한번 더 꼼꼼히 봐야지 싶으나 과연... 고궁박물관은 무료전시 치고 매번 훌륭한 기획을 하는 듯! 10주년 기념전시라 좀 더 신경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3만8천원인가 하는 전시도록도 탐난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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