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16.12.25 간만에 동네 산책 5
  2. 2016.09.29 홍옥 9
  3. 2016.09.25 미친 짓 plus 6
  4. 2016.09.07 잉여력 활용 3
  5. 2016.08.15 호안 미로 특별전 4
  6. 2016.05.16 경복궁 집옥재 8
  7. 2016.05.10 우산 장식 4
  8. 2016.04.28 요즘 나무 4
  9. 2016.04.08 올해도 벚꽃놀이... 5
  10. 2016.04.05 4월 5일 5

간만에 동네 산책

놀잇감 2016. 12. 25. 17:37

한달에 두번 정기적으로 가는 등산 이외엔 통 운동을 못했다. 집에서 매일하던 스트레칭도 때려치고, 연일 동면하고 시프다 징징거리지 않으면 마감에 쪼이거나 가끔 나가서 송년회 빌미로 술 퍼마시고 고기 먹고... 몸이 디룩디룩해지는 느낌이 대번에 들었다. 12월은 뭐 어쩔 수 없지 그러며 포기했는데, 문제는 또 다시 불면.. ㅠ.ㅠ

이틀 내내 딱 2시간밖에 눈을 못붙이고 간신히 그저께 오전에 마감을 쫑낸 건 좋았는데, 곧장 궁궐봉사 갔다가 왔으면 장렬히 쓰러져 시체처럼 자야 정상이건만... 와... 눈이 새빨개지도록 잠이 안오는 거라. 새벽에 간신히 까무룩 잠들었다 비몽사몽 온종일 뒹굴거리면서 아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이다 했는데 그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특단의 조치로 한밤중에 맥주캔 두개를 마셨다. 설마 술김엔 자겠지! 그러나 그것도 나의 오산. +_+ 알딸딸하니 기분좋게 취해 천장이 살짝 오르락내리락하는데도 날이 훤하게 밝도록 잠이 안와! 미친다 정말... 

해서 오늘은 피톤치드의 힘을 빌러 물 한 병 들고 동네 산을 올랐다. 다행히 미세먼지는 보통수준. 하긴 뭐 나쁨이라고 했어도 마스크 쓰고 나갈 판이었다. 내가 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걸 못하다니! 으헉... 깊은 잠을 자고 싶단 욕심에 헐떡헐떡 숨이 턱에 차도록 걸음을 빨리해 안산 정상까지 올랐다가는 일부러 빙 돌아 잣나무 숲, 메타세콰이어 숲, 잡목 숲을 일부러 다 통과했다. 희뿌연 오후 햇살 아래 나무 사이로 한강도 보이고...​

​메타세콰이어 숲으로 들어서니 오옷 이건 북유럽필? ㅋㅋ 혼자 찧고 까불면서 괜히 즐거웠다. 

인적 드문 숲길에선 이어폰 꽂고 혼자 걷기가 무서워진 지 오래다. 우리 동네엔 아직 그런 플래카드 못봤지만 남한산성에도 아차산에도 북한산 입구에도 여성 등산객 홀로 등산 자제하라고 적혀 있는 걸 좀 많이 봤어야지. ㅠ.ㅠ 그치만 날씨는 꿀꿀했으되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등산로에도 자락길에도 가족 단위로, 친구들끼리 걷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서 계속 안심하고 음악 감상해도 괜찮은 분위기라 더 좋았다. 

늦은 오후에 죄다 역광 사진이라 해가 곧 질 것처럼 나왔군. 그래서 겨울나무의 앙상함과 스산함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잎이 없어도 나뭇가지만으로도 참 이렇게 예쁘다니. +_+ 얼른 스케치 실력 좋아져서 막 그릴 수 있으면 좋겠다. 


몇달만에 산책에 나선 건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간 눈이 삐어서 보질 못했던 건지 설마 그새 구청에서 새로 심은 건지(나무 굵기로 봐선 그럴 리 없을 듯 ㅋㅋ 길가 주변 나무를 정리했으면 또 모를까)... 못 보던 자작나무도 발견!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도 떠오르면서, 인제 자작나무 숲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나저나 이거 자작나무 맞겠지? 오늘밤엔 부디 잠이 잘 오기를.. 주문이라도 외워볼까보닷. 야발라바히기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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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

투덜일기 2016. 9. 29. 21:42

식탐녀는 먹을거리로 계절을 실감한다. 옥수수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홍옥의 계절이 왔다. 열흘쯤 전 경복궁 주변 서촌 과일가게에서 제일 먼저 홍옥을 본 순간, 아 홍옥이다! 외치며 사들고 오고싶었으나... 음주하러 가는 길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며칠 뒤 동네 지하철역 근방에서도 홍옥을 만났다. 

등산갔다 오는 길이었는데... 무겁거나 말거나 10개를 골라 사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시절부터 세뇌된, 내 뇌리 속 사과의 개념에 꼭 맞는 빛깔과 모양,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질감은 역시나 뭐니뭐니해도 홍옥이다. 아으 맛있어라...

오늘도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먹으려고 보니.... 아 이건 또 동화 <백설공주>에서 마녀가 일부러 독을 넣어 공주를 유혹하려고 만든 사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녀는 분명 이 노란 부분을 깨물겠지. ^^; 나머지는 잔뜩 독이 들었으렸다~!

나는 백설공주 코스프레를 하듯 새빨간 부분부터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당연히 맛있어, 맛있어! ㅋㅋ 추석때 제수용품으로 샀던 큼지막한 홍로 사과는 복불복이어서, 아삭한 것도 있고 푸석한 것도 있고 맛도 제각각이었다. 헌데 이 홍옥은 크기도 작은데 안에 꿀(?)까지 들었다. 진짜로 꿀인지 어쩐지, 꿀사과라고 파는 건 안을 잘라보면 과당이 뭉친 듯 투명한 결정 부분이 존재한다. 근데 홍옥이자 꿀사과라니 꺄오...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다는 생각에 깨물기 전에 이 사진을 찍어놓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노라니 또 다른 사과 생각이 났다. 딱 요정도 크기였던가, 아니 훨씬 작았던가... 낯선 나라 과일가게에서 딱 백설공주에 나올 법한 새빨간 사과를 발견하고는 얼른 골라담아 호텔방에서 아침저녁으로 와그작와그작 깨물어 먹었더랬다. 


사진으로도 찍었었지.. 싶어 찾아보니 있긴 한데... ㅋ 화질이 아주 구리다. 

사과보다 엄지손가락 거스러미가 더 눈에 띄는 건 자격지심이겠지비... ㅋ 이제보니 터키에서 먹은 이 사과는 훨씬 더 작았었다. 기억에 남은 맛은 오늘 먹은 홍옥보다 좀 더 새콤했던 것 같고, 씹는 질감은 좀 더 단단했다. 그래도 이것은 홍옥이여~ 그러면서 기뻐했었지.  

시간이 기억을 왜곡하고, 일그러진 기억은 또 자체 보정을 거쳐 마치 생생한 '사실'처럼 내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을 텐데, 난 '남들보다 좋은 기억력'을 주문처럼 외우며 틀림없는 진실로 남들에게 들이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 또한 꼰대짓이고 옛날 사람 인증이다. 


흠...

한동안 멀리했던 블로그질에 다시 열을 올리는 이유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ㅠ.ㅠ 번역서의 역자후기 마무리를 도무지 하지 못해서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제대로 생각이 들어가고 고민이 깃든 글을 쓰지 않다보니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 

책도 안 읽으면서 무슨 글 타령이냐 싶고, 머리가 드디어 깡통이 되었구나 반성하며 그래도 방바닥에 굴러다는 책 가운데 젤 만만한 걸로 집어들었더니 거기서,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어야 글 쓸 자격이 있다는 글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맞다.  매일 써지는 글의 가벼움과 한계도 물론 존재하지만, 어쨌든 어딘가 몇줄이라도 생각을 적어놓는다는 것의 즐거움이 분명 있었는데, 더는 진득하게 앉아서 배설해내는 짓거리도 하지 않고 살았구나 싶었다. 여기다도 후다다닥 얄팍한 자랑 아니면 푸념만 반복했을 뿐.

하여간에 그래서 또 이렇게 반성모드로 포스팅을 하다보면 글이 글을,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아이디어를 물고 꼬리를 잇는 마법 같은 것이 벌어지려나 기대하면서 이렇게 낑낑대고 있다. 이러면서 난 어떻게 글줄로 밥벌이를 계속 하려는 것이었는지? 참 나.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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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 plus

놀잇감 2016. 9. 25. 09:20

또 손뜨개 가방을 만들었다. ㅠㅠ

은실로 짠 손뜨개가방을 그냥 막내고모 졸업선물로 줄까 생각했었는데... 나 못지않게 물건 오래쓰기 & 못버리기의 장인 수준이신 고모는 그거 선물하면 분명 몇년은 애용할 텐데, 은사의 특성상 내구성이 떨어져 몇번 들면 보푸라기 일고 금세 해지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대충 막 짬짬이 짠 거라 삐뚤빼뚤 완성도 면에서도 떨어지고, 특히나 안감 사기 귀찮아서 다이소에서 2천원짜리 에코백을 사다가 우글쭈글 대충 꿰매 붙였던 게 영 마음에 안들었다. 내가 드는 건 괜찮아도 선물하기엔 영 마뜩찮은 수준. 

그래서.. 새로 실을 장만해 제대로 수제핸드백을 만들어 초대전 및 졸업 기념 선물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 면실을 세 가닥으로 떴더니만 생각보다 무게도 많이 나가고 실도 많이 들었고 무엇보다 신축성 없는 실을 꾸역꾸역 짧은뜨기로 촘촘히 뜨려니... 손목 인대 늘어날뻔! 째뜬 가죽 손잡이와 '핸드메이드' 가죽라벨, 엄선해서 고른 밤색 옥스포드 안감까지 마지막날엔 거의 밤을 새다시피 바느질해 작품을 완성했다. 왕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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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활용

놀잇감 2016. 9. 7. 23:53


막연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걸 내가 별로 못 견뎌하는 사람이란 걸 준백수 삶을 이어가며 새삼 깨달았다. 뭔가 할일이 있으면서 무작정 미뤄두고 있을 땐 그렇게도 멍하니 뒹굴대는 걸 갈망하더니만...
정작 아무것도 해야할 일이 없고 그 시간이 무한정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위기와 절망(?)이 실감되면서 ㅠ.ㅠ 가만히 있으면 되게 쓸모없는 인간처럼 생각되는 게 아닌가.  

초조해진 나는 결국 뭔가 막 생산적이고 싶어져서 손을 놀릴 일감을 만들어냈다. ㅠㅠ 밖에 나가긴 또 귀찮아서 아직도 남아있는 은실을 활용해 뭘 만들까 하다가, 코바늘뜨개 가방으로 정했스~! 

그러나 코바늘 잡자마자 다시 또 할 일이 생기는 바람에 틈틈이 조금씩 조금씩 열흘도 더 걸려 거의 2주만에 안감 넣기까지 완성. 뜨개질 하면서 블로그나 성실히 해볼까 진행과정을 꽤나 단계별로 자세히 찍었는데 그것도 다 모아놓고 보니 좀 웃기다! 대거 생략해서 첫 사진과 완성본만 공개~ ㅋㅋㅋ ^^ 튼튼하라고 짧은뜨기만 줄창 해대서 어찌나 지루하던지... 그래도 마음에 쏙 든다. 여름은 다 가버렸지만 나몰라라 가을까지 막 들고다녀야지!

째뜬 나란 인간은 맘편히 놀지도 못하는 불쌍한 인간이었다. 나에게 실망했다.

막판 반전은 이 가방을 왕비마마가 탐내셨다는 것! +_+ 크로스백이 아니면 어디 놓고 올지 몰라 안되는 노친네가 웬 숄더백을 탐내시는지... 원할 때 빌려는 드리겠다고 매몰차게 돌아서고는 속으로 좀 찔렸다. 그래서... 일주일 쯤 뒤에 그간 왕비마마의 염원이었던 '예쁜 휴대폰 가방'을 만들어드리는 것으로 퉁쳤음. ㅋ


이건 안감 넣다말고 찍은 사진...  완성본 사진은 별로 잘 안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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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특별전

놀잇감 2016. 8. 15. 16:07

2016년에 예정된 미술 전시 목록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혔던 호안 미로 특별전. 드디어 보고 왔다. ^___^ 연일 35도를 넘기는 뜨거운 날씨에 집밖으로 한발짝도 나가기 싫었지만, 막상 나가서 시원한 데 들어가면 또 집에 들어오기가 싫어진다. 게다가 호안 미로 전시장은 '추울 정도로'  완전 시원했다. 한 여름 최고의 피서! 방학이라 숙제하러 온 애들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으나, 비교적 한산해서 더욱 좋았다. 

나중에 집에 와서 비로소 펼쳐본 브로셔 글귀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통틀어 '최대 규모로' 기획된 전시란다. 정말로 작품들이 엄청 많다! 몇년 전 시립미술관에서 봤던,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거대한 작품은 보이지 않아서 처음엔 살짝 실망스러웠는데, 마지막 창작 시기 위주로 작품 수가 264점이래고, 그림 이외에 조소 작품이며 도자기 그릇, 화가의 작업실도 고스란히 옮겨다 놓았다. 볼거리가 풍부할 밖에! 

근래들어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엘 가보면, 다닥다닥 비좁게 그림을 구겨넣은 듯한 전시실 배치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심지어 그림 걸린 배경 벽의 질감과 색도 영 마음에 안들어 툴툴거릴 때가 많았는데, 우왕 요번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시장은 내 취향에 딱이었다. 미로 작품들과 딱 맞춤한 듯한 배경과 조명! 거기다 플래시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 촬영도 맘껏 하게 해준다. 아이고 좋아라...

용량부족으로 머리와 마음에 아무리 담아도 금방 휘발되는 기억을 붙잡을 수 있도록 사진도 많이 찍어왔다. 감동.. ㅠ.ㅠ 같이 간 친구는, 내가 보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그림이라고 미로 작품을 간단히 소개했었는데 의외로 엄청 슬퍼서 울컥울컥 했다는 촌평을 남겼다. 

현대미술 무식자인 나는 호안 미로가 프랑스 출신인 줄 알았었다. 퐁피두 전시때는 분명 표기도 '호앙 미로'였었다규... 근데 알고보니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이고 전쟁 통에 프랑스로 망명했었단다. 흐잉... 가우디와도 교류가 있었고 그에게 영향을 받은 시리즈 작품들도 볼 수 있다. 바르셀로나, 마요르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 여행가고픈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마요르카 미로 재단 소유의 미술관에 가고시프다.. 흑..​  

그림감상은 늘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현대미술은 특히나 더 구구절절 해석하고 설명하는 게 더 난감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 호안 미로는 보는 사람 보고 싶은 대로 보라는 의미에서 대다수의 그림에 작품명을 붙이지 않았단다. 웬만한 건 다 '무제'다. 원래 작품명 말고 무제인데도 굳이 이름을 붙인 건 판매상들이 세일즈를 위해 편의상 만들어놓은 것들이라고. 보는 사람 마음대로 봐도 좋다는 화가의 너그러움 또한 엄청 마음에 든다. 그림들이 예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처절하기도 하고.... 암튼 참 아름답다. 눈호강 실컷 했음.

사진도 맘껏 찍을 수 있었겠다... 시시콜콜 잡소리보다는 맛보기로라도 그림을 올리는 것이 이웃들에게 더 도움이 될 듯하야, 이만 총총.. ^^;

[무용수]라는 작품이다. 어렵사리 하나를 골라 갖는다면 난 이걸로 하겠다. ㅋㅋ

마지막에 들른 기념품 샵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2천원씩 하는 큼지막한 엽서는 인쇄의 질과 색감도 좋았는데 어쩐지 한동안 세워놓고 보다 서랍에 쟁여두고 마는 엽서보다는 오래오래 유용한 걸로 사고 싶어서... 핸드폰 케이스(12000원)와 마우스패드(5000원)를 장만했다. 대림미술관 팬톤 전시 때는 기념품 가격이 대체로 너무 사악하다 느꼈는데... ㅎㅎㅎ 미로 전시 기념품들은 가격도 합리적이라 느꼈고 품질도 괜찮은 편이다. 해서... 사고싶은 거 많았는데 참느라 애썼음. ㅎㅎ

포스터는 진열대에 안보이길래 슬며시 다가가서 한 장 주면 안되느냐고 그랬더니 2천원에 판매한다고. 우왓.. 요즘 전시 포스터 거창하게 만들어서 막 만원 넘게 팔던데 웬떡이냐 싶어서 ^^ 얼렁 달라고 했다. 

방문에 붙여둔 브레송 전시 포스터 아래쪽에, 김환기 브로셔를 떼어내고 눈누난나 흥얼거리며 붙여두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 값비싼 그림을 집에 걸어두고 흐뭇한 마음이 바로 이런 것이겠지.... ㅎㅎ 나는야 싸구려 포스터로도 비슷한 만족도를 얻을 수 있으니 참으로 조으다.


호안 미로 특별전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9월 24일까지 휴관일 없이 계속 전시하고.. 입장료는 15,000원이다. 들어갈 땐 좀 비싼 거 아닌가 했었는데 나오면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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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집옥재

놀잇감 2016. 5. 16. 17:15


경복궁 집옥재는 궁궐 들어가서도 청와대 가까이 맨 안쪽... 건청궁 왼쪽 구석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고종이 서고로 쓰려고 창덕궁에 지었던 '청풍양식' 건물을 경복궁으로 옮겨왔단다. 

이건 올초 겨울에 찍어두었던 집옥재 사진. 현재는.. ㅠ.ㅠ 저 중앙계단을 막고 월대 옆으로 별도의 나무 데크 경사로를 깔아 출입시키고 있다. 전각 개방한 건 너무 기쁜데, 출입구 가설하느라 건물 모양새는 미워졌다.

엄밀하게 말하면 주르륵 이어진 저 세 채의 전각 중에서도 범상치 않게 벽돌로 쌓아 지은 가운데 건물이 청풍양식이 도입된 <집옥재>이고 오른쪽 전각은 완전 한옥 방식으로 지은  <협길당> , 왼쪽 정자는 <팔우정>이다. 각기 현판도 따로 걸려 있음. 조선말 한옥의 변천사랄지, 청나라 양식이 가미된  한옥 건축의 흐름이랄지 색다름을 보여주는 아주 독특한 건물이라, 팔우정 창문에도, 세 건물을 잇는 복도각에도 '유리'가 설치되어 있다. ^^;

내가 특히 좋아라 구경다니길 좋아한 건물이어서 언제고 꼭 들어가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는데, 아 글쎄 뉴스를 보니 이번달부터 이곳이 도서관과 북카페로 재탄생했단다!

봉사하는 날 오전에 쉰목소리로 겨우겨우 한판 안내를 마치고선, 여유 있을 때 슬그머니 집옥재로 달려갔다. 대체 어떻게 꾸며놓았을까...  

뉴스에서 얼핏 보긴 했지만, 서가며 책상이 다닥다닥 흉하게 놓여있으면 어쩌나 근심했는데 우왕... 시원시원한 공간배치 완전 마음에 들어! 가구며 부분 조명, 책상 가운데 놓여있는 앙증맞은 화분까지 다 예뻤다. 서가에 꽂힌 책들은 주로 <조선왕조 실록>, <일성록> 같은 전집류와 역사서인듯. 쓰다듬어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책이 많았다. ^^; 

​책 안보고 그저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보아도 좋을 듯! 비오는 날은 또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나...

​늘 대청 마루 밖에서 고개를 쭉 빼밀고 겨우겨우 대들보만 올려다보았던 집옥재 우물반자 천장과 단청무늬도 제대로 보이고...!

북카페로 단장한 팔우정 실내에서 밖을 내다보면... 이렇다. ㅠ.ㅠ  아이고 신선놀음이 따로없네그려. 선들선들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오고... 

​'가베'를 시키면 한복 입은 청년이 무려 '동드리퍼'로 핸드드립 커피를 만들어준다! 5천원이 아깝지 않아! ㅋㅋ 인력 문제인지 일회용 컵에 담아주는 건 좀 안타까웠지만... 커피맛도 괜찮았음. (사진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받고 촬영했음을 밝힘 ㅋㅋ)  

아래는 ​팔우정에서 내다본 경북궁의 북문, 신무문 사진이다. 건춘문과 더불어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신무문.. 저리로 나가면 바로 청와대 정문이라 경비가 늘 삼엄.. +_+

북카페에 비치된 책들은 주로 우리나라 책의 영역본, 일역본, 중역본이고, 아직 수급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책이 많지 않았다. 맨부커상 후보로 올라 새삼 회자되고 있는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역본이 눈에 띄었음. 

카펫이 깔려 있어서 신을 벗고 <보라색 양단 슬리퍼>로 갈아신고 들어가야 하는데, 마음  같아선 대청마루의 나무를 그냥 밟게 놔두지 싶었으나 뭐 전문가가 알아서 정한 것이겠지. (그러나! 옛날 70년대에 경회루에 카펫 깔아놓고 대통령이 마음대로 사용했을 당시 특히 엄청 마룻바닥이 벌레먹고 상했다고 들었음! 카펫이 능사가 아님을 문화재청과 경복궁 담당자는 꼭 깊이 고민하고 있기를~!) 

북카페든 도서관이든... 시간 많을 때 읽을 책 가지고 가서 실컷 노닥거리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왕의 서재에서 독서하는 기분을 제대로 느껴보겠어! 2층에 올라가보진 못하지만 이 만큼이라도 개방해서 전각에 사람의 숨결을  불어넣는 건 참 잘하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한옥집은 사람 손길 발길이 닿아야 썩지 않는다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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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장식

놀잇감 2016. 5. 10. 15:26

비가 오니 생각나는 우산 사진들이 있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에 가면 상가 중심부 하늘에 우산이 매달려 있다. 몇년 전 처음 오픈했을 때 우산이 있었는데 중간에 한번 없애고 다른 걸 장식했었다가 다들 우산이 더 낫다고 해서 다시 설치했다나 뭐라나... 암튼 며칠 전 확인 결과로도 아직  우산은 건재하다. 이렇게...


한동안 우산 장식이 유행이었는지 서울시청 시민청 입구쪽에도 그림 우산들이 매달려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어쩐지.. 안가본지 오래 됐지만.  애들이 그린 그림 같은 얼굴도 있고 사진도 있고..  흉물스러운 쓰나미 같은 시청 유리건물 안보여 좋네.. 그랬었다.  2013년 여름에 찍은 사진.


어쩌면 쇼핑몰에 우산 장식 거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였는지.. 2014년 11월 터키 안탈리아에 갔을 때도 발견.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우리 현지 가이드. ㅋㅋ 한 가운데 검정색 우산이 찌그러져 있는데 그것마저도 좋아라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돌연 궁금해져 찾아보니 알록달록한 우산장식은 포르투갈 어느 도시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듯.  역시.. 원조가 가장 멋진 것도 같다. ^^ 위 셋은 내가 직접 찍은 거고.. 아래는 빛 좋은 시간에 전문가가 찍은 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서도. 


올 봄엔 특히 비도 자주 내리겠다... 며칠전 합정동 갔다가 다시 본 우산 덕분에 우산 사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고 더불어 여행이 가고싶어졌다.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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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무

카테고리 없음 2016. 4. 28. 00:10

5월의 나무 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내가 좋아하는 연두색 이파리는 이제 4월에 볼 수 있다. 5월이 되면 이미 색이 너무 진해질 것 같은 안타까움.

아카시아꽃도 5월에 핀다고 믿었으나 지는 벚꽃 옆에 벌써 피어나 향기를 뿜고 있었다. 지구가 덥다덥다 비명을 지르고 있는 건 아닌가. 어쨌거나...  흐린 4월 어느날.. 멋진 나무들과 여린 연두색 잎들을 실컷 보고 돌아왔다. 날이 너무 흐려서 나무들은 죄다 검게 나왔군. ㅠ.ㅠ

그나마 제대로 나뭇잎 연두색이 담긴 사진은... 너무 새빨개서 섬뜩하기까지 했던 철쭉꽃 저 뒤쪽에 얼핏 담긴 나무들이다. 

꽃보다 나무가 예쁜 나는 언제나 마이너리티..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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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부터 이 동네 벚꽃 축제는 내게 부채감을 안겨주는 은근한 압력인 관계로 올해도 효녀 코스프레에 나섰다. 공식 축제가 내일부터인줄 알았던 건 나의 착각.
마침 오늘부터 시작이라 오전부터 사람들이 득시글득시글... 그늘 벤치 차지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래도 꽃그늘에서 김밥먹고 축하공연 리허설 잠깐 본 걸로 만족.
한들한들 봄바람에 벌써 꽃비가 하염없이 날리고 있었다. 그날 밤처럼 ㅠㅠ

​이곳의 명물 수양벚꽃은 해마다 점점 볼품없어지는 것 같다. 왕비마마 말씀으론 나무가 늙어서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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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놀잇감 2016. 4. 5. 15:27

원래는 어제 벚꽃 만개일 포스팅을 할 생각이었는데 어영부영하다 까먹었다. 해서 2016년 봄 우리집 앞 벚꽃은 오늘 날짜로 다 피었다고 기록함. 

올해 마당에 꽃 핀 순서는 앵두꽃 → 살구꽃→ 벚꽃 → 라일락. 갑자기 날씨가 더워져서 그런지 한참 뒤에나 피곤 하던 라일락도 벌써 일부 피어나 향기를 날리고 있다. 성질 급한 살구꽃은 벌써 3분의 1이나 떨어졌고....

하여간 자연의 변화는 참 신기하닷. 올해는 개화 포스팅용으로 사진도 여러장 찍었음 ㅋㅋ

3월 31일 목요일만 해도 이랬는데...​



4월 2일 토요일엔 갑자기 막 팍팍 터지듯 피어나...​

(이 사진은 나 청계산 간 사이 왕비마마가 촬영해 전달받음)



아래가 드디어 오늘 모습이다. 벌들이 윙윙거리고 하얀 나비도 날아다닌다. 예쁘도다. ​


한 일주일쯤 빨리 피었나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작년엔 4월 7일에 똑같은 포스팅을 했다. ㅋㅋ 어제 썼더라도 겨우 3일 빠른 거였다. 그러고 보니 더욱 놀라운 자연의 한결같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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