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꽃과 나무 전문가샘들께 들으니 아카시아가 아니라 ‘아까시’가 맞단다. 서양이름 아카시아는 열대 원산지인 다른나무라는 듯. 아무튼.. 어느새 갖가지 나무의 연둣빛 이파리 색이 점점 진해가는 가운데 달콤한 향기가 동네를 진동하는 계절이 왔고... 외출하려고 언덕길을 내려가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꽃송이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해 휴대폰을 꺼냈다. 작년에도 아까시꽃 개화기록을 블로그에 했던가 안했던가. +_+a 아까시꿀 따는 거 딱 하나 용도 이외엔 토양에도 숲의 식생에도 죄다 도움 안되는 '나쁜' 나무라고 하지만 그래도 예쁘고 향기로워 나는 좋아할란다. 동네 축대 위, 시멘트 길 옆에서도 안죽고 씩씩하게 자라면 제 몫은 다 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잎줄기 하나 따들고 가위바위보 하면서 누가누가 많이 따나 내기할 친구가 바로 곁에 없는 것이 다만 섭섭할 따름이다.


나름 정사각형으로 자른다고 잘랐는데 똑같이 못 잘랐구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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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자수

놀잇감 2018. 2. 21. 22:37

새해 들어 또 다시 번역일은 개점휴업 상태다. ^^;

불안감 탓인지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멍하니 놀기만 하기엔 식충이스럽고... 손목은 아파도 뭔가 생산적인 노닥거림을 하는게 확실히 시끄러운 정신 가다듬기에 도움이 된다. 한땀한땀 수를 세며 샘플 사진이나 도안과 자수를 비교하고 있으면 정말로 잡생각이 들 수가 없다. 혹시라도 잡생각이 삐지고 들어온 순간 바로 틀려 풀어야하는 사태 발생! 귀찮아서 풀지 않고 개성이라 우기겠다 맘먹은 부분도 많지만, 책에 있는 도안이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시도해 본 '작품'들도 이 정도면 됐지 싶어 대체로 흡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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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자수 시작

놀잇감 2018. 1. 30. 01:00

내가 충동적으로 자수를 해볼까 생각했던 적은 전에도 몇번 있었다. 공주였던가 어느 약선밥상 밥집에서 수제 자수브로치를 팔고 있었는데, 진짜 간단한 꽃 수놓아놓고 막 만원 만오천원...(비싸다면서 결국 샀다 ㅋㅋ) +_+ 인건비를 감안해야겠지만 저 정도는 나도 할텐데! 싶었던 거다. (그러나 막상 직접 만들어보면 그냥 사는 게 차라리 싸다는 걸 절감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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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산 꽃다발과 과일, 간식, 스타벅스 1호점에서 산 컵들을 호텔방에 내려놓고는 일단 저녁을 먹은 뒤 스페이스니들에 가는 것이 남은 오후의 일정이었다.

창가 테이블에 놓여있던 얼음통을 활용해 내가 얼른 꽃꽂이를 하는 사이 E언니는 이왕 사왔으니 먹어보자며 딸기와 블루베리를 씻었다. 그렇다면 또 인증샷을 남겨야지 ㅋㅋ

5천원짜리 꽃다발치고 정말 풍성하고 예쁘지 않은가?! 금방 시들지도 모른다고, 튤립이 원래 얼마 못간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일 아침에도 멀쩡하면 차에 싣고 다닐 거라고 내가 예고했다. 니가 은근 꽃순이구나, 라며 언니들이 놀렸다. 넹, 맞아요...

과육이 단단한 딸기는 한국 딸기랑은 정말 느낌이 다르고 단맛이 덜한 반면 훨씬 싱싱하다. 블루베리는 뭐 한국에서 먹는 거랑 별 차이가 없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싱싱하고 알이 되게 굵었다!

그나마 대도시엘 왔으니 저녁은 한식집을 찾아가서 먹어도 크게 실망하진 않을 것이라는 E언니의 판단 하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국 식당을 찾아갔다. 음식점 이름은 Chili and Sesame. '고추와 참깨'다. ㅋㅋ 손님은 우리 말곤 한국인들 하나도 없었고, 한국인 주인이 어디서 오셨냐며 반색했다. 프라이드 치킨부터 김치찌개까지 ㅠ.ㅠ 온갖 음식이 다 망라되어 있는 메뉴판을 보며 우린 좀 불안해졌다. 이거 메뉴가 너무 많다.. 주력상품이 없다는 뜻이다. 옐프 앱의 별표도 세개 반이라던가..

암튼 그래도 일단 다들 많이 먹고 있는 '치맥'을 시킨 뒤 순두부찌개, 김치찌개, 비빔밥을 골랐다. 닭고기를 튀기면 웬만해선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지만 ㅋㅋ 좀 짰던 것 같고, 밑반찬을 계속 종류별로 리필해주는 인심 때문에 계속 감사하긴 했으나 솔직한 맛 평가는 그저 그랬다.  

참이슬 가격좀 보라지! 처음처럼.. ㅋㅋ

LA주민들은 한식은 역시 LA가 최고라며 지난번 한국 가서 먹어보니 어떤 건 LA가 더 낫더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일단 한국은 양이 너무 적어서 불만이라나 ㅋㅋ

암튼 이날 저녁 우린 미국 시애틀까지 가서 굳이 카스 생맥주에 '프라이드 양념치킨 반반 무마니'를 즐겼고, 배부르다며 치킨을 남긴 대신 밥과 찌개도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메뉴가 하나하나 나오는 바람에 이날 저녁엔 메뉴판 말고 음식 사진이 없다. 잔해만 찍기도 뭣하고 해서...

음식점 이름 기억하려고 메뉴판을 찍은 건데 나중에 술 이름 영어표기 보며, 그 가격대 때문에 한참 낄낄 웃었다.

 

7시가 다 됐어도 아직 바깥은 환한데 걸어다니는 사람은 진짜 드물었다. 범죄율은 LA보다 낮다면서 자꾸만 안심시키려드는 E언니가 오히려 겁을 냈던 게 아닌가 싶다. 미국선 워낙 걸어서 시내를 활보하는 일이 없다보니 그럴 만도 한듯.

몰랐는데 시애틀에도 트램이 다닌다. 반가워서 얼른 한장 찍었음.    

두블록 쯤 걸었던가.. 드디어 스페이스니들이 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높은 데 싫어하는 나도 서울 관광 와서 서울타워 꼭 가보는 사람들 마음이 돌연 마구 이해가 됐다. 게다가 서울타워보다는 스페이스 니들이 더 도시의 상징성을 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을 비롯해서 영화에도 좀 많이 나왔어야지.. ㅎ

전망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페이스니들에 올라가는 비용은 1인당 $22. 평일 저녁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아 금방 올라갔지만, 줄 안서고 빨리 올라가는 특별표도 따로 팔던데 30달러던가? 33달러던가...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라고 우리가 한마디씩 했다. 노인, 장애인 우대도 아니고 돈 우대 줄이 따로 있다니 원... (비행기에서 퍼스트클래스 먼저 타는 거랑 뭐가 다르냐고;;)

하여간 날씨도 좋고 하늘도 새파래서 노을구경 야경구경에 기대가 컸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탈 땐 몰랐는데, 아니 월요일 저녁에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곳곳에 놓인 테이블엔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둥근 전망대를 한바퀴 돌면서 호시탐탐 빈자리를 노리는 수밖에...

 

 

 

서쪽 바닷가 위쪽 하늘엔 주황색 노을이 물들고... 반대편 동쪽 시내 방향은 분홍색 하늘이 펼쳐졌다.

오른쪽 사진에 보이는 둥근 금빛 철구조물은 스페이스 니들 가장자리에 달린 것. 저거 없이 잘 좀 찍어보고 오래 난간에 매달려 있으면 멀미가 나서리 ㅠ.ㅠ 

마지막으로 더욱 활활 타오르는 노을. 그날의 실감이 반도 안난다 ㅠ.ㅠ

드디어 서쪽 하늘에 남아있던 햇빛과 노을이 꼴까닥 사라지고... 하늘이 깜깜해지면서 본격적인 시애틀의 야경이 별밭처럼 드러났다.

 

시애틀 그레이트 휠을 중심으로 한장 더.. ^^;

환하게 불을 밝힌 배가 주인공

가운데 보이는 배가 움직이는 건지 아닌지 그걸 확인하느라 엄청 오래 지켜봤던 것 같다. 파티라도 벌어지는 듯 너무도 환하게 불을 밝힌 배는 아주 조금씩 부두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뭐하는 배일까... +_+

 

내가 찍고도 흐뭇했던 사진! ㅎ

본격적인 야경이 펼쳐지기 전까진 아무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더니 그래도 완전 깜깜해지자 테이블 하나가 간신히 비었다. 오렌지 주스와 카모마일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가 앗.. '공짜 디저트' 먹으려면 우리 9시 전에 호텔로 돌아가야해! 킬킬대면서 전망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물론 기념품 가게도 빠지지 않고 들렀으나 뭐 딱히 사고싶은 건 없더라는;;

뚜벅이로 걸을 땐 또 내가 구글맵의 도움으로 앞장을 서서 길을 찾는 것이 요번 여행의 암묵적인 임무였다. 본인의 방향 감각을 몹시 믿는 편이지만 가끔 오작동을 하기 때문에 살짝 긴장을 했고, 더욱더 인적이 사라진 시애틀의 밤길을 언니들이 워낙 무서워해서 엄청 빨리 걸어갔던 것 같다.

다행히 격자무늬 도로는 방향만 잘 잡으면 헤맬 이유가 없었고, 언덕길을 20분쯤 걸어서 해변으로 내려온 다음 부두와 기차길(예전에 석탄과 하역용 짐을 실어나르던 기찻길이라는데 딱 경의선 숲길--일명 연트럴 길--느낌이다 ^^ 사라진 철길 따라 앙상한 나무 심어진 것까지도;;)을 따라 호텔에 무사히 들어갔다. 오히려 구글맵은 주소를 찍으면 호텔은 눈앞에 있는데 이상한 뒷길로 더 가라고 가르쳐주더만! 헷...

우린 곧장 로비라운지 디저트 코너로 돌진했으나, 시간이 너무 늦은 탓인지 과일은 없고 쿠키류와 브라우니, 피칸 파이만 조촐하게  남아있었다. 브라우니보단 피칸파이가 더 맛있다며 배부른 여자들 같지 않게 한 조각씩 먹어치우고는 아줌마 정신 발휘해서 한조각씩 더 싸 가방에 넣으며 또 킬킬 웃었다. 아... 일주일만에 정말 허릿살 뱃살이 장난이 아니라면서... 오늘 섭취한 열량은 아마 평소의 두배쯤 될 듯! (평소 거의 점심 한끼만 먹고 사는 S는 3배라고 투덜댔다. 깡마른 친구는 드디어 청바지가 안맞기 시작했단다. 다행히 난 죄다 고무줄 바지를 가져갔기 때문에 ^___^v 상관없었다. 

이날밤은 정말로 배가 불러서 식곤증으로 다들 일찍 잠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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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를 떠나는 날 아침. 여전히 흐렸지만 차츰 날이 개려는 듯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파란 하늘이 보였다. 에잇! 우리가 떠나려고 하니깐 날씨가 좋아지고 난리! 아쉬워도 어쩌랴... 전망 좋은 호텔방 창앞에서 이리저리 풍경을 구경했다.

앞 건물 옥상 정원 부러워라;;

호텔 바로 건너편에 고급 아파트가 있었는데 아침 일찍 옥상 정원에 나와서 어슬렁 거리는 사람들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저런 데는 월세가 얼마나 하려나 ㅎㅎ K언니는 마음에 드는 도시마다 아파트 하나씩 사놓고 싶다고 E언니에게 시세를 물었다.  

암튼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S가 국물 먹고싶다며 전날 저녁에 사놓은 '농심' 사발면(1개만 샀는데도 결국 남김)을 비롯해 먹어치울 게 너무 많았기에 우린 쿨하게 조식 뷔페를 포기한 뒤 방에서 각자 짐 챙기고 화장하는 동안 왔다갔다 주섬주섬 사과와 토마토, 우유, 견과류, 요구르트로 아침을 '배불리' 때웠다.   

짐 가방을 다 챙겨 차에 싣고 10분쯤 거리에 있는 페리 항구로 향했는데, 아이고 입국 심사 대기만 1시간 30분이 걸린 끝에 드디어 10시 30분 배를 타고 다시 포트앤젤레스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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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여행후기를 빨리 마쳐야할텐데... 생각하고 보니 으아.. 오늘 날짜로 쓰는 이날의 후기는 딱 석달 늦은 셈이다. 기억 다 사라지기 전에 어서 마무리를 지어야한다는 압박감이 스멀스멀...

여행가서 나름 기록한답시고 작은 수첩을 가져가서 메모를 하긴 했는데 벌써부터 게을러져서 이때부턴 간단히 동선만 적혀 있고 느낌이나 감상은 거의 없다. 심지어 끼니별로 뭐 먹었는지 안 적어놓은 날도 많다. ㅠ.ㅠ 수다떠느라고 그랬을까? 흠.. 사진을 보며 기억을 재구성하는 수밖에 ㅋ

캐나다에 있는 사흘간은 아쉽게도 계속 날씨가 안좋아 비가 오락가락했다. 햇빛이 찬란했더라면 꽃구경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것이라고, 사진도 훨씬 더 예뻤을 것이라고 E언니는 계속 아쉬워했지만, 우산 쓰고 돌아다니는 우중산책도 나름 운치 있고 좋았다. 

호텔에서 조식부페를 먹고 (귀찮아서 이 때쯤엔 조식 사진도 안찍기 시작;; ㅎㅎ) 일단 나름 관광지라는 크레이그더랙 '캐슬'(Craigdarrach Castle) 구경에 나섰다. 영어로 적힌 표지판 보면서 대체 발음 어떻게 하는지 몰라 기념품 가게 직원한테 물어봤다. ㅋㅋ

캐나다 정착민의 역사가 얼마 안되다 보니, 초창기에 유럽에서 건너와 돈 많은 사람들이 빅토리아풍으로 (대충?)지은 이런 집 정도에 막 '캐슬'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유적지 취급을 한다.  하긴 뭐 우리나라도 아파트에 ㄹㄷ캐슬이란 이름 붙이는 국민이니 뭐랄 수는 없지만 암튼 막상 가보곤 애개개.. 그랬다. ^^; 설상가상 일요일이라 집안엔 못들어가게 하고 기념품 가게만 열어놨어! ㅋㅋ 

사기다 사기 그러면서 구경했던 유료 브로셔 ^^

한 10분쯤 후딱 돌아보고 나오는 걸로 족했으나, 재미 있었던 건 이 건물이 약간 언덕지고 깔끔한 고급 주택가에  있어서 주차장 입구 찾느라 주변을 한바퀴 괜히 더 돌아야했다. 그러다가 어느 집 마당에서 너구리를 보았다는 것! 몸집이 제법 큰 귀여운 너구리 한 마리가 도망도 안가고 어슬렁 어슬렁 남의 집 꽃밭을 돌아다니다가 우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또 시큰둥 가던 길을 가는 게 아닌가. 방향이 애매해서 사진은 못찍었지만, 이 캐슬을 보고 나와서 우리의 촌평은... '예쁜 꽃밭에서 귀여운 너구리를 봤으니깐 괜히 여기 들렀던 이유로 충분해!'였다. ㅎㅎ

그러고는 다시 빗길을 달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부처트가든'을 찾았다. 역시나 돈많은 (아마도 귀족출신?) 초창기 이민자가 오래오래 공들여 가꾼 정원이라는 것 같다. 유럽식 정원도 있고 일본식 정원도 있고(일본풍 정원은 세계 어딜 가나 다 있는듯)... 암튼 계절별로 꽃들이 지천이어서 언제 가도 보는 맛이 있다고 브로셔에 써 있었다. 우린 튤립이 만발한 시기를 노리고 간 거였는데, 좀 일러서 만개한 튤립보다는 봉오리를 더 많이 보았고 그래서 E언니가 느므느무 아쉬워했다. 만개하면 튤립이 거의 애들 머리통만하다나 뭐라나... 우린 비교대상이 없으니 그저 이 정도도 예쁘다고 좋아라 했을 뿐이다.

부처트 가든은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에 속하는 빅토리아 섬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란다. 비가 부슬부슬오는데도 사람들이 꽤 있어서 의외였고.. 주차장 구석구석 공원 입구에 아무나 쓰다 놓고 가라고 투명비닐우산이 놓여 있었다. 우린 각자 우산이 있는데도 투명한 우산을 쓰는 게 더 구경하기 좋다고 해서 얼른 두 개 집어들었다.

꽃그림 들어간 입장권도 예뻐서 한번 찍어보았음. 캐나다 달러는 미화보다 환율이 약간 더 낮아서 $30이면 3만원이 채 안된다. 제주도에 새로 생긴 식물원이나 곤지암 화담숲 입장료가 이 절반도 안되는데도 비싸다고 버럭 화낸 적이 있다. 확실히 우리나라 물가가 훨씬 싸고, 문화생활비는 더더욱 저렴하다고 느꼈다. 캐나다는 예쁜 정원 구경하는 비용이 막 놀이공원 자유입장권 가격이다. +_+ 

암튼 표를 내고 들어가면 곳곳에 예쁜 건물들이 있고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꽃밭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다. 튤립은 아직 덜 자랐거나 봉오리 덜 벌어진 게 많았고, 활짝 핀 건 주로 수선화, 히야신스, 아이리스... 그밖에 수많은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층층이 촘촘이 꽃을 심어놓아서 막 이런 느낌...? 

 

노란건 모르겠고 분홍색은 금낭화 히야신스 자주색이 정말 예뻤던 튤립과 히야신스

확실히 비를 맞아서 꽃들이 더 촉촉한 느낌으로 말갛게 사진에 담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 뜻밖에 신기한 경험은 '성큰?선큰?가든'(Sunken Garden)이었다. 으음... 여기서 또 나의 운명론이 등장하고 마는데... ㅋㅋ 노트북까지 싸들고 가서 번역하던 소설에 스토리상 매우 중요한 장치로 'Sunken Garden'이 등장했다. 나름 구글로 검색해보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았어도 모호하고 막연한 느낌이라 일단 '침상정원'으로 번역하고는 구차하게 역주를 달았었다. 언덕 지형을 활용하여 지표면보다 낮게 어쩌구 저쩌구... 그러고도 딱히 이거다 싶은 느낌이 없었는데,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이 만들려는 '선큰 가든' 개념이 뜻밖에 내 눈앞에 뙇~~~!! ㅋㅋ 역시 마감 미뤄두고 놀러간 명분이 바로 이거였어! 라고 막 홀로 끼워맞추기 한판을 하고는 내친 김에 친구에게 또 어거지 운명론을 하나 더 고백했다.  '남자주인공이랑 너랑 생일이 똑같이 만우절이야! 우연의 일치 치고는 뭔가 되게 이상하지 않냐? 아무래도 이 책 영화 개봉되면 대박날 것 같아...' (그러나 몇달 뒤 현실은 내 예상과 빗나간다 ㅋ)

이것이 Sunken Garden

나무로 만든 쓰레기통에도 예쁘게 꽃을 얹어놓은 정원을 구석구석 몇시간이나 돌아다니다가 다리가 아파서 카페에 들어가 좀 노닥거린 뒤 앙증맞고 예쁜 쓰레기(!)들이 지천으로 깔린 기념품 가게에서 한참 이것저것 집어들고 고민하다 계속 염원하던 '플리스 후드티'를 일단 구입해 뿌듯했다. (캐나다라고 적힌 검정색 삼선 지퍼후드를 저렴하게 사서 좋아라했는데 ㅋㅋ 나중에 친구집에서 빨아보니 100% 폴리에스터라 보풀이 장난 아니게 일었다. ㅠ.ㅠ)

카페와 기념품 가게 카운터에도, 테이블에도 도무지 생화 같아보이지 않는 꽃화분과 화병이 놓여 있었는데.. 설마 조화겠거니 만져보면 다 생화였다! 조화파는 가게에서 종종 너무 과장됐다고, 색깔이며 모양이 좀 웃기게 생겼다고 생각했던 꽃들이 진짜로 다 실화였음을 나는 이곳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ㅎㅎㅎ

맨 오른쪽 사진은 대표로 방명록에 한마디 쓰라고 언니들이 시켜서 비와서 아쉽지만 그래도 좋았다고 적는 중이다. 여행기라고 막 인물사진 대방출 ㅠ.ㅠ 등산복 입고 관광하는 한국인들 유럽에선 흉본다지만 흥! 캐나다엔 나처럼 우산 안쓰고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 뒤집어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 엄청 많이 봤고, 어쨌거나 나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죄다 얇은 옷과 반팔만 가져가서 저 겨울용 바람막이가 얼마나 요긴했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이날 점심은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부처트 가든 카페에서 머핀으로 때운 듯. 그러나 차에서 계속 간식을 먹었기 때문에(무려 구운 쥐포와 문어다리가 지퍼백 가득 들어있었고, +_+ 주유소 들를 때마다 젤리며 과자를 꼭 사가지고 차에 올랐다 ㅎㅎ) 열흘 내내 배가 고팠던 순간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출출해질 새도 없이 노상 뭘 입에 집어넣고 있었음.

부처트 가든을 나와 차로 또 한참을 이동하다, 캐나다 과일도 좀 맛을 보자며 유기농 마켓에 들렀다. 과일값은 그래도 한국이랑 비슷하군.. 했던 것 같다. 홍옥처럼 반질반질 윤기나는 작은 사과랑 방울토마토랑 블루베리를 샀던가... ㅠ.ㅠ 암튼 호텔이 있는 항구쪽으로 이동하자 점점 날이 개었다. 그렇다면 또 부두 구경을 좀 해볼까나...

관광객인지 주변에 사는 주민인지 우리처럼 부두를 괜히 어슬렁거리는 가족과 어린이를 만나 슬며시 도촬. ^^; 부두에 정박해있는 배들은 하나같이 새로 칠한 듯 깨끗했고, 고기잡이배가 분명한 파란색 어선들도 어찌나 깔끔한지 약간 놀랐다. 비린내도 안나고, 부두와 선창 주변 물도 바로 뛰어들어도 될만큼 맑았다. 

아직 배는 안꺼졌지만 어느덧 저녁을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내비에 주소를 찍고 찾아갔는데도 도무지 음식점이 눈에 띄질 않아 일단 길에 주차부터 하고 (일요일이라 무료!) 이쪽 저쪽 건물마다 기웃거리고 다녀야했다. 분명 주소로는 근처인데... 그러면서. 

 

별점 후기를 참고로 선택한 음식점을 찾아 헤매느라 뜻밖에 골목골목 들어가본 것도 괜히 재미나고 신났다. 저녁을 먹기에 너무 이른 시간인지 인적 드문 이런 골목으로 쭉 들어가보면 안쪽 모퉁이에 예쁜 음식점들이 콕콕 박혀있고, 이른 저녁을 먹는 손님들도 꽤 있었다. 그저 인구가 적어서 대체로 한가로운 분위기인가?

 

암튼 구글맵을 켜고 거의 부두 바로 앞까지 한참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에라이, 포기하고는 차로 돌아가 다시 내비를 찍어보자 그랬는데 ㅋㅋ 주차해놓은 도로 바로 위쪽에 음식점이 있었다. 간판이 작아서 못보고 지나친 뒤 계속 아래쪽 거리만 뒤졌으니 나올 리가 있나...

여행을 가서는 길을 좀 잃고 헤매는 것도 다 추억거리라며, 그래서 배 좀 더 꺼졌으니 저녁밥 많이 먹자! 언니들이 하하 웃으며 우릴 위로했는데, 아이고 위로하실 필요 없어요... 전 그냥 막 돌아다니는 게 좋다니깐요.

샐러드는 요리로 칠 수 없다면서 우리가 메뉴판을 차마 안 내려놓고 뭘 하나 더 시킬까 고민하고 있었더니 웨이터가 음식 갯수 니네 넷이 먹기 충분하다고, 막 말렸다. ^^; 감자튀김 그릇을 보고서야 우리도 그 마음을 이해했다. 맥주랑 같이 신나게 먹었으나.. 저 바삭한 감자튀김을 결국 다 못먹고 남기고 왔다. 테이블은 엄청 좁고 그릇은 어찌나 큰지... ㅎㅎ

봉골레 파스타와 해산물 리조토, 프라이드 치킨을 시켰던 것 같다. 근데 또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양이 많지 않아 보이는데? ㅋ 하지만 밥이 산처럼 쌓였던 리조토는 우리나라 음식점 양의 거의 세배쯤? 느끼함에 강한 나는 대체로 냠냠 맛있게 먹었는데 봉골레 파스타에 치즈를 많이 넣어서 느끼하다며 친구는 김치먹고 싶다고 막 괴로워했다. S는 은행에서 퇴근해 집에 들어갔는데 밥 하기 귀찮으면 김치만 한 그릇 퍼먹고 잘 때도 있다는 기인이다. *_*

암튼 우린 부른 배를 두들기며, 저녁식사 후엔 미리 웨이터에게 물어본 '캔디 가게'를 찾아갔다. 단풍국엘 왔으니 메이플시럽은 사가야하지 않겠냐는 것. 헤맬 것도 없이 메인스트리트 정 가운데 떡하니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메이플시럽과 단풍잎 모양 과자 따위를 샀다. 

날이 흐려서 벌써 하늘이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E언니와 S자매는 치안 위험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이라 미쿡이든 캐나다든 밤중에 돌아다니면 큰일나는 줄 아는 분위기여서 어두워진 뒤론 거의 호텔에서 꼼짝도 안했다. 이날 처음으로 가로등 켜진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제 겨우 나같은 올빼미의 시간이 시작되는 거라고 아쉬워했다. ^^;  그러나 일요일 저녁 캐나다 거리엔 간간이 술집과 마트 빼곤 가게가 다 문을 닫았다! ㅎㅎ

동그랗게 다듬은 가로수를 보라! 다스베이더의 투구 같기도 하고.. 단발머리를 형상화한 건가 싶기도 하고... 도로쪽은 큰차에 닿지 않게 하려는 건지 일부러 더 파놓았다. 여기가 메인 스트리트인데 길도 별로 안 넓고 이렇게나 한산하다. ^^; 횡단보도 건너면서 후다닥 찍은 사진이다.

캐나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니, 낮에 캐나다 유기농 마켓에서 선 과일을 안주 삼아 맥주라도 한잔 하자고 다시 호텔 근처 마켓에 들렀지만 ㅎㅎㅎ 결국 마시는 요구르트, 우유, S가 자긴 아침으로 꼭 먹어야겠다면서 고른사발면만 사가지고 나왔다. 배불러서 뱃속에 맥주를 더 우겨넣을 여유도 없을 것 같고... 요즘 또 나는 맥주 한두잔에 후딱 취해버리고... 아쉽지만 그렇게 캐나다 과일을 술 없이 먹으며 빅토리아 섬에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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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벚꽃일기

투덜일기 2017. 4. 10. 12:40

벚꽃타령을 거의 해마다 빠지지 않고 하고 있는 건 매번 고백하지만 올해로 벌써 10주기가 되는 아버지에 대한 부채감 때문일 테고, 어쨌거나 올해도 집앞에 벚꽃이 만발했다. 동네 안산 벚꽃길도 지난 주말이 축제기간이었는데,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가 개화일 예측이 어긋나 망해버렸듯이, 이 동네도 엊그제 주말엔 꽃봉오리만 분홍색으로 열렸을뿐 3분의 1도 피지 않았다고 한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주말에 잠깐 엄마 모시고 작년처럼 앞산으로 봄소풍 갈까 했었는데 날도 흐려지고 꽃도 없다니 일단 패스~. 그치만 엄마도 나도 하루하루 팝콘처럼 터져가는 집앞 살구나무와 벚나무 꽃을 매일 베란다에 나가 사진에 담으며 좋아라했다. 꽃놀이가 따로 있니, 이런게 꽃놀이지, 밖에 나가면 시끄럽고 정신만 사납다, 라고 엄마가 말해주어 일단 안심했다.

블로그에 자랑할 만개일을 며칠로 해야하나 분홍분홍하게 꽃눈이 올라올 때부터 관찰하고 있었는데, 지나고 보면 늘 그래왔듯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봄비가 한번 내렸다. 요즘 미세먼지가 좀 독한가. 혹시 올해 벚꽃은 누렇게 미세먼지에 뒤덮여 망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으나 결국 그건 기우였다.

나무 심으라고 하늘에서 일부러 비를 내린 건지,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던 4월5일 식목일에 담은 살구꽃과 벚꽃이다. 한 10분의 1쯤 피었다고 해야하나. 

4월5일 살구꽃4월 5일 벚꽃


비가 내리고 나서 미세먼지가 물러가 새파란 하늘이 드러났던 4월 7일 금요일. (사진을 매일 찍은 게 아니었나보다. 켁..) 살구꽃은 이미 꽃잎이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 ​​

4월 7일 살구꽃 

이 살구꽃 사진 찍어 놓고 들여다 보며 혼자 우와 이거 고흐의 아몬드꽃 필 나는데! 라며 혼자 좋아했었는데 이제보니 하나도 안 그렇다. ㅠ.ㅠ ​

햇살이 찬란해서 오히려 벚꽃이 잘 안나오는 것 같이 필터를 사용했더니만 또 너무 밝다. 

4월 7일 금요일

이미 난 이날로 벚꽃 만개선언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벌도 엄청 날아들어서 베란다 나가기 좀 무섭고... 살구꽃은 꿀이 많은지 이상하게 생긴 새들이 날아와서 막 꽃을 쪼아먹기도 했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우왕 어제와는 확실히 다르게 꽃이 더 풍성해졌다. 드디어 다 피었군 싶은 느낌. 탐스러웠다. 

4월 8일 역시나 필터 사용

​필터 없이 그냥 좀 당겨서 찍었더니 이런 색감이 나왔다. 흠.. 이것도 예쁘다. 근데 나 참 사진 못찍는다. ㅋㅋㅋ ​

4월 8일 토요일

그리고는 드디어 오늘... 살구꽃은 절반 이상 다 떨어져 마당에 나뒹굴고, 벚꽃도 한잎 두잎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앞산 벚꽃길엔 아직 절반도 다 안피었다는데... 우리집도 언덕이건만, 산밑이라 공기가 더 차가운 건지 높이 몇십미터 차이로 같은 동네라도 개화시기가 그렇게 다르다.  

햇살도 예쁘고, 미세먼지 없는 하늘도 파랗고 예쁘다. 

4월 10일

하여... 올해 벚꽃 만개일은 4월 10일인걸로! ㅎㅎ 이것으로 2017 벚꽃일기 끝.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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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展

놀잇감 2017. 2. 15. 22:34

2017년 새해 들어 첫 전시관람은 훈데르트바서. 기대한 만큼 좋았다. 동화나라처럼 보이는 건축모형에선 가우디가 떠오르기도 했고 현란한 색감에선 얼핏 클림트 그림도 연상됐던 것 같다. 후기를 쓴다쓴다 미루다가 벌써 보고온지 한달도 훨씬 넘어 감흥이 가물가물 기억도 잘 안나지만 ㅠ.ㅠ 그나마 초기라서 사진 촬영도 허용해주었고(입소문 홍보용인지 요샌 초반에 작품 촬영 허용하다가 나중에 금지하는 전시 많은 것 같다) 마침 도록도 사온 터라 뒤적여가며 밀린 숙제를 해봐야겠다. 그날 만났던 그림들을 떠올리는 순간에는 다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놈의 허영심은 암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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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마지막 전시관람은 혜곡 최순우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조선공예의 아름다움>이었다. 평창동 가나 아트센터에서 2월 5일까지 전시하고, 입장료는 3천원. 1, 2층 전시관이 꽉 차있고(전시 품목이 총 650점이라고;;), 건너편 구석의 작은 방까지 볼 거리가 많아서 가격대비 거의 횡재한 느낌이었다. 실은... 오후팀이었던 나와 달리 오전에 먼저 보러간 친구 하나는 심지어 주차장 입구로 잘못 들어가서 티켓도 안 사고 그냥 공짜로 구경했다고. +_+ 

언뜻 생각하기론 최순우 선생이 생전에 수집했던 골동품들인가 했더니만, 그건 아니고 한국적인 조형미가 뛰어난 조선시대 공예품을 모아놓은 것 같다. 일상 생활소품 위주라서 재미난 것들도 많고, 예뻐서 갖고 싶은 것들, 신기한 물건들이 참 많았다. 옛날 사람들의 미감이란 참... 대단하다. 살림살이 넉넉한 양반들이나 아름다운 공예품을 누리고 살수 있었겠거니 싶은 마음에 괜히 심술이 난 순간도 있었는데, 사진엔 없지만 어느 일꾼이 벌통 나무 둥치에도 멋드러진 조각을 해놓은 걸 보곤 하하 웃음이 나왔다.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본능은 양반이건 평민이건 다를 바 없었겠지. 

엄청 추운 날이었고, 전시 보러 들어가기 전에 친구가 휴대폰을 잃어버려 식겁했다가 되찾은 뒤 막 온 세상이 아름답고 살 만한 곳이라는 희망에 찬 심경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엄청 감동하며 신나게 감상했다. 전시장을 나오기 아쉬울 만큼.

사진 촬영도 제지하지 않아서 아메바 기억력을 한탄할 필요 없이 원없이 마구 찍어왔기에.. 이 포스팅은 사적인 나의 감흥 기록보다는 사진 스크롤의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건 또 어쩔 수가 없고.. ㅠ.ㅠ 그저 나의 기억 상기용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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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스케치 - Basic

책보따리 2016. 12. 30. 01:05

독서라고 하기 뭣하지만 그래도 책의 형태이니 꼭 연말집계에 넣고 말테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알라딘에서 셜록 책베개였나 책쿠션이었나 사은품에 눈이 어두워 이 책 저 책 주워담다 눈에 띄어 충동구매한 책이다. 베이직과 카페 스케치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암튼 10월 초부터 시작해 이 한권을 끝냈다. ㅎㅎㅎㅎ

언제고 시간이 되면 취미 삼아 그림을 배우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수십년 반복하면서도 ㅠ.ㅠ 입때(!) 실천을 못하고 있던 차, 일종의 독학용 그림 연습서를 발견한 것. 0.7mm 파버카스텔 펜도 하나 들어 있어서 줄곧 그걸로만  스케치에 힘썼다. 얇은 펜도 하나 사야 한다고 여기저기 찾아보며 생각만 하다가 결국 못샀네그려. 펜이 굵다보니 촘촘하게 선을 긋거나 색칠을 해야할 때면 꼭 덜 마른 데를 손바닥으로 짚어서 짜증나게 이리저리 번지게 한 뒤 으악 비명을 질렀다. 

처음부터 이만하면 정말 잘 따라그린 게 아닌가 자아도취에 빠져 한동안 흐뭇해했으나, 새삼 해시태그 5분스케치로 찾아본 결과 이 책을 사 연습할 정도면 그림 실력은 비슷비슷한 것 같다. ㅠ.ㅠ 내가 찍은 사진인 줄 착각할 만큼 똑같은 그림 너무 많더라. 

원본과 달라지더라도 틀린 게 아니라 개성으로 받아들이라고, 연필 밑그림 그리지 말고 직접 펜으로 확~ 5분 정도 시간을 정해두고 그리라는 건 마음에 든다.  

"나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간절함'과 '용기'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똑같이 그리면 카피가 되고 다르게 그리면 작품이 됩니다."

"얼굴 스케치는 눈의 위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얼굴의 중간에 위치하지만 고개를 숙이거나 머리의 윗부분을 부풀렸을 경우에는 중간보다 낮아집니다. 얼굴의 윤곽선을 그릴 때 항상 눈의 위치를 고려하여 스트로크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혼자 노는 방법을 배워야 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합니다. 스케치가 좋아보여 시작했다면 진짜 좋아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좋아지기 시작했다면 지금부터 집중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을 싹 걷어내고 오직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만 집중하다 보면 내 손은 마치 프린터처럼 움직이기 시작하고 이런 것이 바로 창작의 희열임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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