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탓인지 책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멍하니 놀기만 하기엔 식충이스럽고... 손목은 아파도 뭔가 생산적인 노닥거림을 하는게 확실히 시끄러운 정신 가다듬기에 도움이 된다. 한땀한땀 수를 세며 샘플 사진이나 도안과 자수를 비교하고 있으면 정말로 잡생각이 들 수가 없다. 혹시라도 잡생각이 삐지고 들어온 순간 바로 틀려 풀어야하는 사태 발생! 귀찮아서 풀지 않고 개성이라 우기겠다 맘먹은 부분도 많지만, 책에 있는 도안이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시도해 본 '작품'들도 이 정도면 됐지 싶어 대체로 흡족하다.
1. 또 브로치
도안이 작아 가장 쉽게 뚝딱 끝낼 수 있는 브로치로 또 뭘 만들까 하다가, 2개를 골라 만들었다.
이건 완성 작품 컷이고... 왼쪽 라벤더 꽃의 '불리온 스티치'를 얕잡아보고 대충 연습하다 도통 모양이 안나와서 유튜브 동영상 보며 다시 제대로 악혔다. 무엇을 배우든...유튜브에 정말 없는게 없다! 일일이 동영상 찍어 올리는 분들에게 정말 깊이 감사할 일이다.
왼쪽 위는 사진만 보고 홀로 따라한 실패작 ^^
스파이더로즈 스티치라고 하는 장미 크기가 맘에 안들어 하나 더 만듬
유튜브 영상 보고 제대로 완성한 라벤더꽃 브로치 ㅎㅎ
2. 있던 가방에 자수를 또 놓음
4계절 중 겨울 빼고 거의 노상 들고 다니던 청치마 재활용 가방은, 축 쳐진 어깨에 두툼한 겨울 외투까지 걸치고선 도무지 매고 다닐 수가 없었다. 겨울엔 그저 크로스백이나 배낭만 들어야 하는 부실한 어깨. ㅠ.ㅠ
암튼 봄이 오면 곧 다시 들고 다닐,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에코백을 캔버스 삼아 나무를 수놓았다. 갖고 있는 책 도안에 마침 데님천을 바탕으로 한 게 있어서 이거다 싶었던 것.
그러나 한겹 천을 수틀에 끼우고 자수를 놓아도 쉽지 않은데 안감까지 넣은 두겹 천을 수틀에 끼우고 가방끈까지 훼방을 놓는 상황에서 꾸역꾸역 도안을 옮겨 베끼고 자수를 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이 들고 날때 끈 안쪽으로 실이 지나가거나 반대편 가방 천이 꿰매지거나.. ㅋㅋ 실을 몇번이나 풀어야했다.
그래도 결국 뿌듯한 작품 완성!
아래는 원래 작품 사진과 비교샷. ^^;; 느낌이 꽤 다르다. 내 맘대로 잎맥을 더 넣은 것도 있고 ㅎㅎ
멍하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 좋으련만 틈만 나면 생선성이 폭발한다. 내가 이토록 조바심 많은 인간인줄 새삼 느끼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