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벚꽃일기

투덜일기 2017. 4. 10. 12:40

벚꽃타령을 거의 해마다 빠지지 않고 하고 있는 건 매번 고백하지만 올해로 벌써 10주기가 되는 아버지에 대한 부채감 때문일 테고, 어쨌거나 올해도 집앞에 벚꽃이 만발했다. 동네 안산 벚꽃길도 지난 주말이 축제기간이었는데,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가 개화일 예측이 어긋나 망해버렸듯이, 이 동네도 엊그제 주말엔 꽃봉오리만 분홍색으로 열렸을뿐 3분의 1도 피지 않았다고 한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주말에 잠깐 엄마 모시고 작년처럼 앞산으로 봄소풍 갈까 했었는데 날도 흐려지고 꽃도 없다니 일단 패스~. 그치만 엄마도 나도 하루하루 팝콘처럼 터져가는 집앞 살구나무와 벚나무 꽃을 매일 베란다에 나가 사진에 담으며 좋아라했다. 꽃놀이가 따로 있니, 이런게 꽃놀이지, 밖에 나가면 시끄럽고 정신만 사납다, 라고 엄마가 말해주어 일단 안심했다.

블로그에 자랑할 만개일을 며칠로 해야하나 분홍분홍하게 꽃눈이 올라올 때부터 관찰하고 있었는데, 지나고 보면 늘 그래왔듯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봄비가 한번 내렸다. 요즘 미세먼지가 좀 독한가. 혹시 올해 벚꽃은 누렇게 미세먼지에 뒤덮여 망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으나 결국 그건 기우였다.

나무 심으라고 하늘에서 일부러 비를 내린 건지,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던 4월5일 식목일에 담은 살구꽃과 벚꽃이다. 한 10분의 1쯤 피었다고 해야하나. 

4월5일 살구꽃4월 5일 벚꽃


비가 내리고 나서 미세먼지가 물러가 새파란 하늘이 드러났던 4월 7일 금요일. (사진을 매일 찍은 게 아니었나보다. 켁..) 살구꽃은 이미 꽃잎이 막 떨어지기 시작했다. ​​

4월 7일 살구꽃 

이 살구꽃 사진 찍어 놓고 들여다 보며 혼자 우와 이거 고흐의 아몬드꽃 필 나는데! 라며 혼자 좋아했었는데 이제보니 하나도 안 그렇다. ㅠ.ㅠ ​

햇살이 찬란해서 오히려 벚꽃이 잘 안나오는 것 같이 필터를 사용했더니만 또 너무 밝다. 

4월 7일 금요일

이미 난 이날로 벚꽃 만개선언을 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벌도 엄청 날아들어서 베란다 나가기 좀 무섭고... 살구꽃은 꿀이 많은지 이상하게 생긴 새들이 날아와서 막 꽃을 쪼아먹기도 했다. 

그러나 토요일 아침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우왕 어제와는 확실히 다르게 꽃이 더 풍성해졌다. 드디어 다 피었군 싶은 느낌. 탐스러웠다. 

4월 8일 역시나 필터 사용

​필터 없이 그냥 좀 당겨서 찍었더니 이런 색감이 나왔다. 흠.. 이것도 예쁘다. 근데 나 참 사진 못찍는다. ㅋㅋㅋ ​

4월 8일 토요일

그리고는 드디어 오늘... 살구꽃은 절반 이상 다 떨어져 마당에 나뒹굴고, 벚꽃도 한잎 두잎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앞산 벚꽃길엔 아직 절반도 다 안피었다는데... 우리집도 언덕이건만, 산밑이라 공기가 더 차가운 건지 높이 몇십미터 차이로 같은 동네라도 개화시기가 그렇게 다르다.  

햇살도 예쁘고, 미세먼지 없는 하늘도 파랗고 예쁘다. 

4월 10일

하여... 올해 벚꽃 만개일은 4월 10일인걸로! ㅎㅎ 이것으로 2017 벚꽃일기 끝.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