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19.06.09 한국가구박물관 4
  2. 2019.05.23 자수 소품 2
  3. 2019.04.08 2019 집앞 벚꽃 2
  4. 2018.12.26 조선, 병풍의 나라
  5. 2018.11.21 원주 나들이
  6. 2018.11.21 북촌 익선동 낙원상가 2
  7. 2018.08.25 평정심이 필요해 5
  8. 2018.06.26 칸의 제국 몽골 4
  9. 2018.05.18 자수+퀼트?
  10. 2018.05.14 잉여생활 7

한국가구박물관

놀잇감 2019. 6. 9. 16:48

그렇게 좋더란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 벼르고 별렀으나 이제야 드디어 가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 4월초쯤에 예매 사이트엘 들어갔는데도 5월 말밖에 자리가 없었다.

개인박물관치고 가장 입장료가 비싸다는 해설사의 말마따나 무려 1人 2만원. 근데 둘러보고 나오며 아깝단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개인이 이 정도 한옥집과 고가구를 모으고 유지하기가 쉽진 않겠지. 오히려 꽤 규모가 크고 직원도 많던데 관람료와 대관료로 계속 박물관 유지가 가능할까 셈에 느린 나로선 감이 잡히질 않았다. 예전엔 뜨르르하는 부자였을지 몰라도, 혹은 후대에 들어 재산관리를 잘못했는지 어쩐지 가구박물관과 부지가 경매에 나왔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으나 아직 완전 부도나서 넘어가진 않은 모양이다. 이러다 나 구경가기 전에 경매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는데, 관람객은 계속 꽤 많은 듯.  

비내린 뒤 개인 하늘이 정말 푸르렀던 날이었다. 대문이 열리고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감탄하며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는데 10초쯤 뒤 건물 외부 포함 모든 사진촬영은 지정된 곳 이외엔 절대 금지라고 하더군. 으으 뻘쭘하여라. 그래도 눈치 못했는지 사진 당장 지우란 말은 하지 않았다. ㅠ.ㅠ 이렇게 공개된 곳에 올렸으니 삭제하라고 연락오면 그때 삭제해야지. 

​박물관 관장이 거의 고등학생 때부터 고가구 보는 눈이 있어 버려진 고가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해설사가 하던데, 그런 안목을 갖춘 건 역시 집안에서 익히 골동품을 보고 자란 경험이 쌓여서 작용했을까? 우리 친가, 외가에도 옛날에 쓰고 있던 호족반, 개족반, 서안, 엄마가 시집올 때 해왔던 자개장... 이런 것들도 죄다 내버리지 않고 그냥 두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기야 쓰기 멀쩡한 상태였는데 불편해서 버렸을 리는 없고 깨지고 망가지고 그랬으니 버렸을 거다. 엄마의 혼수품이었던 자개장은 나도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엄청 무거워서 셋방살이 잦은 이사에 옮기기도 힘 들었지만 균형이 틀어져 이불장쪽 미닫이문이 잘 안닫히던 때가 있었다. 물론 전시품 자개장처럼 엄청나게 화려하게 전면에 꼼꼼히 자개를 입힌 골동품도 아니었고 듬성듬성 도안을 넣은 자개가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던 것 같다. ^^; 

전통 고가구야 다 아름답지만 누가 하나쯤 가지라고 한다면 앉은뱅이 책상인 서안을 가장 탐내는 편인데, 평평한 건 사대부들이 쓰던 거고, 끝이 위로 말려 올라간 건 사찰에서 쓰던 '경상'이란다. 두루마리 경전이 되말리지 않도록 펼처놓기 좋게 만든 거라고. 오호 그런 거였군. 우리 할아버지가 옛날에 쓰시던 저렴이 서안도 위로 말려 올라간 형태였던 것 같다. 나중엔 사대부들도 아름답고 좋아보여 널리 썼다니 한국전쟁 이후에 유통되던 가구들도 비슷하게 만들어진듯. 

암튼 근데 전시품 중 요번에 가장 탐났던 건 뭐니뭐니해도 책함! 사진찍고 싶은데 못찍어오니 인터넷 이미지를 뒤졌다. 역시... 중앙지 기자에겐 사진을 찍게 해주는군. 

책의 권수에 맞게 맞춤형으로 만들어 함째로 들고 이동해 읽었단다. 아.. 갖고 싶어라.. 사진 출처는 ㅈㅅ일보 +_+

1시간동안 다섯채 정도 되는 한옥과 그 안에 전시된 고가구를 둘러보고 나와서 드디어 사진 촬영이 가능한... 순정효왕후가 살았다는 한옥집 앞마당에 이르렀다. 사람들 없이 찍는데 성공. 

민망하지만 누마루쪽도 담긴 온전한 사진은 이것뿐이라 얼굴을 가렸다. ㅎㅎ 나중에 한옥을 짓고 살게 되면 나도 저렇게 창호지 분합문과 여닫이 유리문으로 이중문을 해달아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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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 소품

놀잇감 2019. 5. 23. 12:38

가느다란 바늘을 쥐고 자수를 놓는 건 손목 건초염에 대단히 좋지 않은 행동이다. DIY 바느질이 뜸해진 이유도 밤을 꼴딱 새가며 뭐 하나를 만들고 나면 며칠 고생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째뜬 그래서 자수도 요샌 거의 하지 않고 있는데, 사진 정리하면서 아예 날려버리기엔 아쉬운 자수 작품(?)의 기록을 여기에라도 옮겨놓아야겠다. ^^; 인스타그램엔 종종 자랑했는데, 그마저도 시기를 놓치면 기록이 사라져 아쉽다. 내 물건은 괜찮은데 선물한 건 특히.

1. 톡톡한 면의 질감도 모양도 마음에 드는 편한 티셔츠에 찰리 브라운 얼굴을 수놓아보았고, 결국 지난 가을겨울 최애 티셔츠로 등극했다. ^^; 

 

2. 수국과 라일락꽃을 담은 손수건. 처음엔 나도 한번 가져보겠다고 시작했으나... 고마운 친구에게 선물했다. 친구는 너무 예쁘지만 아까워서 쓸 수도 없는 물건을 왜 고생스레 만들었냐고 핀잔을 주었다. ㅎㅎ

 

3. 컵받침. 예정대로였다면 1월 초에 베트남 친구에게 놀러갈 작정이었고, 그때 친구부부에게 선물로 가져가려고 만들었다. 하지만 여행이 취소되면서 ㅠ.ㅠ 나중에 함께 가져가려던 마른 나물이며 멸치 따위와 함께 우편으로 부쳤다.  물고기는 기독교인들에게 의미 깊은 상징이라고 해서 일부러 고른 도안이다.

 

5. 너구리 브로치. 이건 인스타에도 올렸지만 그래도 귀여우니깐 한번 더 자랑. ㅋ 막내고모의 주문에 따라 나름 작품 속 너구리를 표현해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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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집앞 벚꽃

투덜일기 2019. 4. 8. 11:52

작년엔 블로그에 벚꽃일기 포스팅을 안했더군. SNS에만 자랑했던 모양이다. 암튼 작년엔 4월 4일에 만개했다고 선언을 했었는데..

올해는 오늘 날짜로 만개했다고 봐야하나 내일로 봐야하나 고민중이다. 꽃이 피기 시작하는 사이에 너무 추웠던인지 가지끝엔 아직 꽃들이 덜 피었는데도 마당 한 가득 꽃잎이 떨어지는 중이다. ㅠㅠ 벚꽃의 탐스러움도 작년만 못한 것 같고...​

​하지만 뭐;; 며칠 전에 석촌호수 벚꽃축제 시작날 가서 본 벚꽃보다 우리집 베란다에서 보는 두 그루 벚나무가 훨씬 아름답다. 

살구꽃(꽃자루가 없어 가지에 딱 붙어 핀다)



벚나무보다 일주일쯤 먼저 피기 시작한 살구꽃은 이제 막 꽃송이째 떨어져내리는 중인데;; 올해는 살구가 확실히 해걸이를 할 모양이다. 나무가 죽어가는지 아예 꽃이 피지 않은 가지도 많고 꽃도 성글성글... 그래도 이렇게 봄날이 아쉽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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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병풍의 나라

놀잇감 2018. 12. 26. 19:47

전시는 12월 23일까지여서 10월부터 중앙박물관 지도 전시회랑 같이 보러가려고 별렀으나 결국 지도 전시는 놓치고 이것도 끝나기 나흘 전에 겨우겨우 보러 갔었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처음 가본 건데... 대기업에서 홍보용이든 탈세용이든 아니든 작품 소장하고 미술관 운영하는 거 난 찬성일세. ^^;

전시는 생각보다 넘 좋아서 여러번 감탄했다. 서양 문화에선 그림을 일단 벽에 턱 걸어놓고 상시 감상을 하는 편이라면 겸손을 군자의 미덕으로 여기는 동양에선 병풍이나 족자로 그림을 갖고 있다가 가끔씩만 꺼내서 감탄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혼자 보기도 아까워서 좋은 그림을 감상할 양이면 친구들 지인들 불러다가 핑계김에 술도 마시고 시도 막 읊고.. 그림 감상이 풍류의 일환인 거지. 그렇다면 내가 허세 떨듯 미술관 구경다니는 것도 내 나름의 풍류 취미라고 우겨야겠다.  ​



설명도 없이 사진만 무진장 찍어와서 더 뭐라 적을 이야기도 없다.

그냥.. 전시는 좋았고, 병풍의 종류가 어마어마했고, 그림속에 모두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구석에 작게 보이는 게 한 마리, 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도 그냥 괜히 그려 넣은 건 없었다. 그리고 기록화 느낌의 병풍은 사진기 없던 시절 옛날 사람들이 '참석 인증샷' 정도로 나눠갖던 기념품 역할도 많이 했던 모양이다.  ​

이토록 화려한 병풍을 실컷 보고 집에 오니, 차례와 제사 때 세워두는 우리집 병풍이 어찌나 초라하게 느껴지던지. ㅎㅎㅎ 

좌: 해치. 기린, 백탁, 천록... 뿔달리고 몸뚱이에 털이 얼룩덜룩한 상상의 동물을 도무지 분간 못하겠다. 이건 뭐라고 적혀 있었더라. +_+

중: 살아있는 오징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린 게 틀림없다! 

우: 조개와 해당화도 각각 무슨 의미가 있었는데 ㅠ.ㅠ ​

세계지도를 그린 병풍도 있고..

평안 관찰사가 부임하는 모습을 그린 거라던가.. 암튼 평양 시내를 그린 병풍도 있고!

​청설모가 토종 다람쥐를 몰아낸 외래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내가 어디서 잘못 들었나? 암튼 옛날 병풍 속에도 청설모가 있더라!

설치류 싫어하는 내 눈에도 좀 귀여워보여서 얘만 클로즈업해 찍어보았다. 








놀라운 자수 병풍도 있었고...


궁궐에서 열린 연회 장면을 그린 병풍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궁중 화원들이 행사를 지켜본 뒤에 상상력을 발휘하여 조감도처럼 실제보다 더 장엄하게 그려 넣었겠지. 

사람들 한사람 한 사람 표정이 다를 때도 있고 재인들의 춤사위가 살짝 다른 것도 찾아보는 묘미가 있다. 물론 그렇게 자세히 보려면 멀미가 필수.. ㅋㅋ

오디오 가이드 대신에 박물관 앱을 깔고 이어폰으로 설명을 들었는데 버그가 있는지 자꾸만 튕기고 에러나고... 자수 병풍 몇개는 송혜교 목소리로 작품 설명이 나왔고, 아모레퍼시픽 회장님이 직접 설명 녹음도 했던데 그건 쫌;;; +_+ 굳이 왜 그렇게까지! 

하여간에 뿌듯한 관람이었다. 기념품가게에 들러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다 전통문양이 들어간 마스킹 테이프 하나만 사왔음. 

어디 가든 기념품을 사들이는게 수렵채집인으로서의 DNA 때문이라는 어느 인류학자의 말을 충실히 따르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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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나들이

놀잇감 2018. 11. 21. 16:59

​올해는 정말 원없이도 놀러다닌다.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주변에서 누구는 심히 아프고, 누구는 갑자기 떠나버리고, 나 역시도 건강을 자신하지 못하게 되면서 모두 조바심을 냈다. 보고 싶을 때 망설이지 말고 만나기,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말고 저지르기, 싫은 일은 싫다고 티내고 동조하지 말기, 행복한 일 기쁜 일만 하고 살기... 따위의 결심을 하자고 단합? 같은 걸 하게 된 거다. 

그래서 기회가 닿는 대로.. 누가 어디 갈까? 그러면 무조건 오케이! 하며 따라다녔다. ^^ 물론 그래서 행복했고, 힘들 때 그날의 사진들을 꺼내보며 조금 위로가 되었다. 이런 날들이라도 무기력하게 늘어져 낙담하고 나쁜 생각만 하면서 허투로 보내진 않았구나,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화공원 마당으로 들어서는데 노란 공작단풍잎과 빨간 단풍잎이 정말 카페트처럼 푹신하게 깔려 있었다. 우와... 찬란한 저 색깔좀 보소.. 비가 내려 색이 더 진해 보인다.

박경리 선생이 글을 쓰시던 방에 쌓인 책더미를 보는데 얼마전 책장 정리하기 전까지 내 방 꼬라지랑 똑같아서 슬몃 웃음나고 정겨웠다. 가운데는 반려묘상... 오른쪽 큰 책상엔 원래 재떨이가 놓여 있어야하는데 ^^; 유치원생들부터 체험학습 몰려오는 학생들 교육상 나빠서 치웠다는 후문. 남성 작가나 화가였여도 재떨이를 굳이 치웠을까 궁금타. 



​친필 원고가 전시되어 있는데... 혼불문학관이며 윤동주 문학관엘 가봐도.. 작가는 역시 필체가 예술가답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도 내 편견인가?

암튼 '원고지에 쓴 육필원고'라는 말을 요즘 아이들도 그렇고 후대 아이들도 박물관에서다 보는 유물로 알겠지. 

난 학교 다닐 때 원고지에 독후감 써서 상받고 그랬는데. ㅠ.ㅠ 

우리집엔 문방구에서 파는 빨간 선 원고지 말고 검정색이나 초록색으로 선이 그려진 '출판사용 원고지'가 굴러다녔다. 아마도 아버지가 대학출판부에서 쌓아 놓고 쓰는 비품 원고지를 집에다 가져다두었을 것이다. 

어쩌면 가난하고 알뜰한 부모님이 출판사에 다니던 지인에게 얻어다 둔 것일 수도 있겠고.. 암튼 대학 이름이나 출판사 이름이 인쇄된 그 원고지에 글을 써서 내는 걸 창피해하던 유년의 내가 기억난다. 


​이날 답사의 하일라이트는 그간 여러번 별렀으되 입장료가 하도 비싸고 멀어서 가지 못했던 '뮤지엄 산'. 제임스 터렐관이던가 깜깜한 통로로 들어가 빛의 예술을 보는 별관 관람까지 무려 2만5천원이던가 암튼 거금을 들였으나 한번쯤은 아깝지 않다 싶었다. 

안도 타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질감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여긴 확실히 물과 빛을 잘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어 아름다웠다.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기라도 한듯 조르륵 물살에 밀려 흔들리던 단풍잎도 예쁘고...​

색깔을 주제로 열린 특별전이었던가... 대작들이 많았는데 현대미술은 보는 눈도 없고 추상화엔 좀처럼 감흥을 잘 못느끼는 내눈엔 그저 그랬다.

로비에 있던 백남준의 작품(왼쪽) 마네킹 때문에 좀 무서웠지만 오래된 자동차는 맘에 들어서 굳이 찍어옴.


뒷마당의 둥근 돌무덤들은 경주에 있는 고분군을 형상화했다는 ​것 같다. ​

미술관 로비엔 엄청 비싼 자코메티의 조각품도 자리잡고 있는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것 같아서 재미났다. 그치만 난 예전 자코메티 전시도 본 사람이라 뭐 그 정도 소품은 쿨하게 패스~. 사진도 안 찍었다. 사람들이 주변에 너무 많아서 잘 찍어올 재주도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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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따라 베트남에서 지내다 잠시 귀국한 친구와 쌓은 5월의 추억 기록이다. 아이클라우드 용량 절약을 위해 사진 지우기 전에 후다닥 아까운 사진만 여기다 퍼놓았었는데 뒤늦게 정리한다. ㅠ.ㅠ 


​여긴 북촌의 무슨 공방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주방인듯한 문짝에 조르륵 올려둔 고양이 인형이 예쁘다.

​이 얼마만에 보는 펌프인가! 옛날 친가, 외가 마당에 모두 이런 펌프가 있었다. 빨갛게 녹이 슬었는데도 맑은 물이 올라와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몇년전에 월요일마다 엄마가 애청하시는 <우리말겨루기>에 '마중물'이 문제로 나왔는데, 엄마랑 나랑 동시에 답을 외쳐 서로 쳐다보며 웃었더랬지.

익선동의 어느 카페 마당이었던듯. 이때 가보고 오래된 좁은 골목과 학옥집들이 맘에 들어서 누굴 시내에서 만날 때마다 일부러 약속장소를 종로쪽으로 정해 거의 반년간 한두 달에 한 번씩은 갔더랬는데 벌써 이미 많은 곳이 변해버렸다. 아직 골목 곳곳에서 살림집으로 살고 계시던 할머니 할아버지는 얼마나 시끄러울까 걱정되 되고;;

 

 

​같은 날 세운상가엘 왜 갔더라? 뭔가 행사가 있다는 안내문을 받았던 것 같다. 옥상에서 작은 공방 좌판이 열려 있었던 건 별 흥미가 없었는데, 그 옆 전시실에서 빈티지 그릇 벼룩시장이 열려 반색하며 구경했다. 


언제부턴가 종로구에선 한옥집들을 사들이고 개조해서 한옥문화원이라든가 한옥 체험관이라든가 한옥도서관으로 일반에 공개를 하고 있다. 궁궐 쌤들 따라서 북촌 답사 따라갔다 발견한 보물 같은 한옥집들을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서 친구들도 데려갔다. 당연히 다들 어찌나 좋아하던지. 한 여름에도 누마루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정말 시원하다. 이날은 비가 와서 나름대로 또 운치가 있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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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이 필요해

놀잇감 2018. 8. 25. 14:54


뜻밖의 누수공사로.. 아니 정확히는 사람들에 치여 마음 고생이 너무너무 심한 나날을 보내며 당연히 불면에 시달렸다. 수시로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열이 막 오르고 (어쩌면 이건 폭염 탓으로 생겨난 온열 질환의 징후일 수도 있겠으나;;) 거의 24시간 에어컨을 틀어도 심신이 계속 고달펐다.

스트레스로 바짝 긴장한 머리가 때로는 활자로 달래지는 경우도 있으나, 이번엔 도무지 책을 들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디 깊은 숲속에 들어가서 소리라도 고래고래 지르고 싶은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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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제국 몽골

놀잇감 2018. 6. 26. 17:31

달력을 찾아보니 중앙박물관 <칸의 제국 몽골> 전시회를 다녀왔던게 벌써 한달도 더 지난 5월 21일이다. 기억 휘발되기 전에 후기 남기려고 바로 며칠 뒤에 사진만 대충 골라 올려두고는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5월말엔 그러고 보니 나름 친구들이랑 많이도 놀러다녔네그려. 

몽골은 언제고 꼭 가보고싶은 여행지이기도 해서, 몽골 관련 전시라기에 기대가 컸다. 중박에서 특별전시하는 공간인 본관 건너편 전시실이 아니라, 본관 내부에 따로 기획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더라. 만나는 장소를 당연히 매표소 앞이라고 했다가 예상한 곳에 매표소가 없어 다들 좀 당황했으나 우리에겐 휴대폰이 있으니 헤맬 일은 없었다.

벌써 한달도 더 지나버려서 사진을 보아도 그때 느꼈던 세세한 감동이나 신기함은 잊히고 말았다. ㅠ.ㅠ 암튼 이번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도 거슬렸던 건 해설하는 분이 자꾸만 '저희 나라'라고 설명했던 거다. 몽골을 우리나라보다 높일 생각이 있었던 건 분명 아니겠고 관람객을 너무 존대하려다 보니 초심자의 실수겠거니 짐작하면서도 너무 귀에 거슬려서 나중엔 설명듣다 뒤로 빠지기도 했다. 중앙박물관의 도슨트도 다들 자원봉사로 알고 있다. 기본 소양은 다들 검증되었을텐데 왜 기초적인 말실수로 점수를 깎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날의 짜증스러운 마음 같아선 중앙박물관 게시판에 전시 날짜와 시간대를 올려 담당자의 잘못을 '시정'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도 고민했으나, 결국 게을러서.. 그리고 또 뭔가 짠하기도 해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ㅋ

하여간에 전시는 볼만했다. 관람료가 6천원이라보니 ^^; 특별기획전시 치고 비싸지 않아.. 뭐 이런 느낌이었고 그래서 가성비가 좋았다고 느꼈던 것도 같다. 몽골은 국보급 문화재를 전시하는 대규모 박물관이 마땅히 있질 않아서 몽골에 막상 가도 이런 정도의 문화재를 한꺼번에 보긴 힘들다고 하는 것 같다. 암튼.. 몽골의 선사시대부터 칭기즈칸 시대까지 생활상과 역사를 훑어볼 수 있고, 신기하고 멋진 유물과 기록들이 꽤 많았다.

​아래는 실제로 사용했던 걸까, 의례용일까 아니면 장식품일까 궁금했으나 결국 묻지 못했던, 주요 유물 안장이다. 사진 잘 찍었다고 스스로 흡족했음. ㅎㅎ

황후의 옷 치고 덜 화려하다고 느낌 ^^;

아마도 황후의 신발;;'마두금'이란 전통 악기

정교한 공예품으로 소개된 물건들이었던 것 같은데 굳이 왜 찍어왔는지, 내가 왜 올렸는지 기억 안난다. ㅠ.ㅠ 경복궁 꽃담이나 아미산 굴뚝처럼 몽골에서도 도자기로 정교하게 구운 장식물들을 만들었단 게 신기했나? 에효... 

암튼 몽골 전통 가옥인 게르의 대나무 뼈대를 벽처럼 세워 공간을 나누고, 마차와 식기 같은 생활 유물도 볼 수 있게 해놨다. 칸, 카안, 카간..의 차이를 듣기도 했는데...

​에잇.. 궁금하면 직접 가보시길. 7월 17일까지 계속 전시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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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퀼트?

놀잇감 2018. 5. 18. 11:15


척추협착증 수술 때문인지 엄마는 식탁 의자의 나무 등받이를 불편해해서 늘 쿠션을 대고 앉아야 한다. 근데 쿠션은 자꾸 부엌 바닥으로 떨어져 성가시고 그렇다고 리본 달린 방석을 묶어놓으니 또 보기가 싫어서 결국 어버이날 선물 겸 은방을 꽃 자수를 놓은 쿠션 등받이를 만들었다. ^^;

우선 때 안 타는 진밤색 천을 사다가 은방울꽃 자수를 놓고...​

등받이로 씌우려면 나름 튼튼해야 하므로 심지와 안감을 넣어 퀼트 비스무리하게 꿰매고...

얼렁뚱땅 솜을 넣을 겹천까지 꿰매 완성! (내가 만들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그럴듯하게 탄생했는지 돌이켜보아도 잘 모르겠다. ㅎㅎ)

아래는 구름솜을 사다가 채워넣고 의자에 씌운 모습이다. 

엄마는 물론 매우 만족하시었고... 한참을 뜸들이다 결국 내가 앉을 의자는 쿠션솜 없이 그냥 자수 등받이로만 만들어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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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생활

놀잇감 2018. 5. 14. 10:59

보통 사진이 들어가는 내용은 휴대폰으로 사진만 먼저 올려놨다가 텍스트는 나중에 컴퓨터 앞에 앉아 적어넣고 포스팅을 완성하는데;; ㅠ.ㅠ 일 없다고 컴퓨터를 아예 멀리하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완성되지도 않은 포스팅을 공개하다니 창피하도다.. ㅎㅎ 그럼에도 계속 컴퓨터 전원조차 켜지 않는 게으른 나날을 며칠 보내고 이제 겨우 긴 메일을 써야해서 자리 잡고 앉았다. 

비공개로 차곡차곡 쌓아둔 포스팅 갯수가 꽤 되는데;; 영화나 전시, 책 본 후기는 아무래도 좀 더 공들여서 생각하며 써야하니 도무지 마무리가 되질 않는다. 노상 침방나인 같은 자수 포스팅이나 하고 있으려니 그 또한 민망하여 저어하였으나 노출된 김에 또 핑계삼아 자랑질을 마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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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 폭발로 인해 틈틈이 이어지는 취미생활의 기록이다. 아마 손목과 팔꿈치가 아프지 않다면 며칠에 하나씩 뭔가를 만들어냈을지도 모르겠으나, 하루이틀 빡세게 바늘을 쥐고 나면 손가락마디까지 죄다 뻣뻣해져서 그나마 다행히 쉬엄쉬엄 하고 있다. 


​나름 작품 완성 순서대로 설명해보자면...

1. 컵받침


음력 1월이었던 작은올케 생일 선물로 만든 작품이다. 자수책을 보며 본인이 마음에 드는 도안을 골랐고, 브로치 같은 건 잘 안하고 다니니 실용적인 컵받침이 좋겠다고 주문했다. 

뒷면엔 퀼트용 천을 골라 꿰맸더니, 친구가 뒷면이 더 예쁘다는 망언을 하며 약을 올렸다. 프린트 원단이 더 예쁜데 고생되게 이런 짓을 뭣하러 하느냐고.. ㅋㅋ 

그러게... 손자수, 손뜨개, 손바느질... 요즘 같은 디지털, IT 최강 시대에 왜 이런 아날로그 회귀성 노동을 하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뭐...내눈엔 이게 더 예쁘니까? ^^*

나름 생일선물이라고 리본으로 묶어 포장해 건넸더니, 생일 주인공은 아까워서 어디 컵받침으로 쓰겠냐며 벽에 걸어놔야겠다고 했다. 아니 그럼 안 되지! (오른쪽 아래는 재단이 잘못돼서 크기가 좀 다르고 정사각형 아니라고 클레임 들어왔었다;; ㅋ)

얼마간 걸어뒀다가 컵받침으로 쓴다고 하더니만 요샌 쓰고 있으려나 모르겠다. 암튼... 컵받침으로 첫작품이었는데, 컵을 올려두려면 무늬를 가장자리쪽으로 작게 넣어 컵을 올려도 자수가 보이도록 하는 도안을 써야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그치만.... 난 계속 우길란다. 컵받침도 가운데 무늬가 더 예쁘다! ​

집에 가서 이렇게 걸어두었다고 보내온 인증샷이다


2. 꽃 브로치

장미와 수국을 표현한 건데 그래보이나? ^^;


​이건 전작에 이어 음력1월 마지막날 생신이었던 울 왕비마마를 위해 만든 선물이다.

꼬물꼬물 노상 자수를 놓고는 있는데 막상 당신에겐 하나도 선물을 안해드려 속으로 좀 섭섭해하는 눈치였다. 마침 생신도 돌아오겠다, 얼른 브로치를 수놓았다. 왕비마마 취향에 맞게 분홍분홍, 보라보라한 느낌의 장미와 수국.

여기저기 달아보다가 니트 조끼에 가장 잘 어울린다며 몇번 하고 다니셨더랬다. 









1, 2번 선물은 같은 날 증정식을 했으므로, 포장 완제품(?)도 함께 찍어봄



3. 이니셜 브로치


한달동안 동거하고 있던 친구가 1, 2번 선물 제작의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었으니... 게다가 또 3월말 출국 바로 다음주가 생일이었으니 하나 작품을 만들어주겠다고, 뭐든 골라보라고 호기롭게 자수책을 들이밀었더랬다. 

허나 친구는 고생스럽게 뭘! 아무것도 하지 마! 이런 식이었다. 그럼 내 맘대로 젤 쉬운 꽃브로치 하나 만들어준다고 협박했더니 팬심 폭발하여 '그분'의 이니셜을 새겨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ㅎㅎ 그분이 사인할 때 덧붙이는 옆으로 뚱뚱한 하트까지 나름 도안도 팬클럽을 여기저기 뒤져서 새기고 꾸며 선물했다. 

자수실을 완전히 구비하지 않은 때라... 이제보니 잔잔한 꽃색깔이 좀 더 다채로웠으면하는 마음이 있네그려. 암튼 이 브로치는 친구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날아갔다.




4. 별자리 컵받침

아주 수월하고 시간 덜 드는 단색 도안을 골라 또 다시 꼼지락꼼지락 만들어본 컵받침 세트. 

열심히 다렸더니 번떡번떡 ㅋㅋ

이 또한 크기가 살짝 제각각이다. 아 몰랑. 공산품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 모서리 꿰매서 뾰족하게 뒤집기가 만만칠 않았다. 핑계라면 앞뒤로 제법 두툼한 리넨천을 붙였더니만... ㅎㅎ


5. 꽃 브로치 again


엄마한테 만들어드린 장미꽃 자수를 분홍바탕에 놓아본 것. 이십대부터 입때껏 핑크공주로 살고 있는 후배를 위해 고른 배색이다. ^^; 

근데 이런 꽃자수 브로치는 나 같은 사람이나 좋아라하지 개인적인 스타일상 막상 받고도 처치곤란으로 느낄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에코백 같은데나 달면 모를까... 근데 또 딱 떨어지는 정장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에코백 패션을 모른다! ㅋㅋ








6. 자수 손수건

마지막으로 주문(?)받은 선물이다. 설날에 모였을 때 큰올케는 손수건용 자수 도안을 골랐다. 원래는 파우치에 놓인 꽃다발이었는데 자수 손수건을 갖고 싶으시다고...

해서 지난주 생일에 맞춰 완성하느라 다시 손수건이랑 실을 더 사러 동대문에 다녀온 후에야 마무리된 작품. 레이스까지 달려있는 자수용 손수건을 찾으려 발품을 꽤 팔았으나 못 구하고 ㅠ.ㅠ 오버로크 처리된 1500원짜리 손수건을 사와 가장자리를 홈질로 꿰맸다. 자수가 아까워서 그냥 놔둘 수가 있어야지!

원본사진과 비교샷 ^^

원본은 바탕이 베이지색이라 꽃봉오리가 흰색이지만, 흰바탕인 손수건인지라 연노랑으로 바꿨고, 주인공의 주문대로 선물받을 이의 이니셜도 새겨넣었다. 내가 해놓고도  계속 감탄하며 사진도 여러장 남김 ㅋㅋ

원래는 한쪽에만 꽃다발을 수놓을까 했으나...

반대편이 넘 심심할까봐.. 그리고 또 나의 이니셜도 어딘가 남기고 싶어서 욕심을 냈다. 전문가의 도안을 따라한 게 아니고 내 맘대로 배열해놓고 막 예술가적 감수성 폭발했다고 자뻑모드.. ;-p





마지막 완성 포장샷까지... ㅠ.ㅠ 

결국 이 작품을 끝내고선 이틀간 손목과 팔꿈치에 파스를 붙여야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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