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09.08.13 화르륵~ 13
  2. 2009.06.15 그럴듯함 27
  3. 2008.07.03 전화 공해 10
  4. 2008.05.14 아직도 모르겠니 9
  5. 2008.05.09 인내심 테스트 9
  6. 2008.04.24 이민 11
  7. 2008.04.17 천 81만명 중 한 사람 12
  8. 2007.12.17 아이들의 대통령 5
  9. 2007.09.11 그 놈의 학벌 4
  10. 2007.08.16 가방끈 6

화르륵~

투덜일기 2009. 8. 13. 17:06

말복이라고 해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장을 보러 갔었다. 재래시장 분위기의 과일도매상 옆에 있는 늘 가던 마트로. 기껏 장을 다 보고 나오는데 과일가게에 놓인 수박자두가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에도 말한 적 있지만, 그 마트는 주변 과일도매상 때문에 과일을 못판다. 원래 복날은 삼계탕도 먹고 맛난 여름과일도 먹는 거라는 생각에 값을 물어보니 놀랍게도 저렴. 한개 단돈 오백원이란다. 지난번 장보러 갔을 땐 무려 만원에 8개밖에 안주는 자두를 사먹었기 때문에 나는 반색하며 얼른 열개를 샀다.
속으론 <싼게 비지떡인데...>라면서 좀 찜찜했지만 아줌마가 하도 잘난척을 하며 맛있다고 추켜세우길래 아무런 의심도 안했던 것 같다. 그 옆엔 물론 그 두배인 만원에 열개짜리 수박자두도 있었지만 크기도 별 차이 안났고, 아줌마는 자랑스레 말했다. "집에 가서 북북 씻어 먹어봐요. 얼마나 맛있나..."

그런데!!
나만큼이나 과일애호가인 엄마가 현관부터 봉다리를 받아들고 얼른 씻어먹으려고 부엌으로 가더니 뭐 이런 걸 사왔냐고 하셨다. 하나같이 시들시들 과일 꼬라지가 말이 아니었다. 나는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살 땐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 고르지만 과일가게 좌판에서 과일을 살 땐 주인한테 미안해서 그냥 맡기는 편이다. 같은 집은 아니었지만 지난번 그 언저리 과일가게에서 산  천도복숭아와 자두는 너무 비싸서 그렇지(한개에 1250원이라니!) 행복해질만큼 맛있었기 때문에 더욱 무방비였나보다.
꼬라지가 엉망이라도 맛이나 있으면 또 모르겠는데 먼저 씻어 맛을 본 엄마는 오만상을 다 찌푸리셨다. 단맛은 하나도 없고 신맛 뿐이란다. ㅠ.ㅠ 신 과일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그 철면피 아줌마한테 너무 정나미가 뚝 떨어지고 화르륵 분노가 치솟아 그 자두를 먹어볼 생각도 나지 않았다. 생각 같아선 다시 과일을 싸들고 가서 그 아줌마네 좌판에 확 던져버리고 돌아오거나, 환불해오고 싶은데 엄마가 기름값 아깝다고 말린다.
그냥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교훈만 가슴에 새기란다. 과일은 비싸도 맛있는 걸 사야하는 거라면서. ㅠ.ㅠ
그나마 만원어치 사온 게 아니라 오천원만 버렸으니 다행이라나.
그래도 좀체 화가 가라앉질 않는다. 모름지기 장사와 거래는 신용이고 믿음인데, 어떻게 저런 사기를 치나 모르겠다. 뜨내기 장사꾼도 아니고 수십년째 거기서 과일 도매상을 하는 사람이!
생각해보니 그 수박자두가 눈에 들어온 건 다른 집엔 하나도 없는데 유독 그 집에만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물이거나 맛있는 놈들이 대거 출하되지 않았단 의미인데 난 그걸 왜 지금에야 깨닫고 있을까. 그냥 지천으로 깔려 있던 복숭아나 사올것을... 결국 이 가라앉지 않는 분노는 바보처럼 부주의하고 생각없이 당한 나에 대한 것이다. 더 속상한 건 얼굴치인 내가 그 아줌마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 집은 당연히 불매운동을 해야하는데 어쩐담. 그나마 끝에서 대여섯번째 집이었던 것 같으니(그도 자신은 없다만) 그 주변에선 두번다시 과일을 사지 않으리!
맛없는 저 자두를 어째야하나 그것도 심란하다. 확 버리기도 그렇고 (음식물 쓰레기 봉투값은!) 확 다 갈아서 주스로 한번에 마셔버리자니 일일이 씨빼기가 귀찮고, 당장 되돌아가 그 아줌마 얼굴에 확 뿌려주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것만 같은데 삼복더위에 내가 그런 에너지를 쏟는 것조차 아깝긴 하다. 해서 괜히 부아만 더욱 치밀고 있음.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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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함

삶꾸러미 2009. 6. 15. 17:39

당신은 속설이나 미신, 사람들이 근거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이야기들을 잘 믿는 편인가, 아닌가? 누가 이런 질문을 나에게 한다면, 대번에 <안 믿는 편이다>라고 대답<은> 할 것 같다.
현재 가장 널리 퍼져 있고 마케팅에도 이용되고 있는 듯한 <혈액형별 성격 분류>의 경우엔 정말이지 웃긴다고 생각하니까.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외향적이니 하는 게 정설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어떻게 모든 인류의 대표적인 성격과 심리를 단순히 네 종류로 분류할 수 있단 말인가! 
모든 인간은 밖으로 드러내는 부분이 다를 뿐, 온갖 심리와 특징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 성격이 드러나고 개발되는 경향은 환경과 교육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일본 국민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세계인들은 평생 자기 혈액형이 뭔지 모르고도 잘만 살아가는데, 혈액형별로 공부법, 성공법, 옷입는 법, 연애법까지 버젓이 엄연한 진리로 회자되고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보면 너무도 신기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도 어려서부터 혈액형별 성격 및 심리 유형에 노출된 나머지 그렇게 재교육되고 길들여지는 게 틀림없다. 내 주변에서도 참 많은 지인들이 혈액형 속설을 깊이 신뢰하며 친구끼리도 궁합과 코드가 서로 맞느니 안맞느니 할 때 혈액형을 들먹이다 나한테 쓴소리를 듣는다. 그래봤자 그들은 결국 "역시 언니는 A형이라 까다롭고 따지길 좋아해.."라고 일갈하며 내 말문을 막아버리지만.
물론 철석같이 믿진 않아도 재미삼아 보는 사주풀이라든지 타로점, 이름풀이 같은 기회를 나 역시 마다하진 않는다. 그러고 나서 그 결과가 내가 믿고 싶은 방향이거나 놀랍게도 내 생각과 일치하는 경우, 감탄과 함께 희희낙락 역시 타고난 운명이었어, 라며 잠시 즐거워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나도 말로는 속설이나 미신을 안 믿는다고 하면서 뒷구멍으로 솔깃해 하는 의지박약인이란 얘기일 수도 있다. 뭐라는 거냐냐, 이랬다 저랬다.
어쨌거나 얼마 전 블로그 이웃인 해리님의 전생과 관련한 포스팅을 보고 나도 재미삼아 내 이름 한자를 넣어 보았는데 그 결과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화면을 저장해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주 아버지 제사 때, 조카들이 대낮부터 깎은 밤이며 여러가지 제사 음식들을 먼저 먹고 싶어 안달복달을 하는 걸 본 엄마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그런 거 보면 귀신 없다는 소린 못한다니까...."
영문을 몰라 내가 설명을 요구하자 엄마는 예로부터 아이들이 제사 때 제사음식을 먼저 탐하면 혼백들이 와서 먹을 준비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단다. 아이들의 영혼이 가장 맑아 통하는 구석이 있는 거라나 뭐라나.
물론 논리적인 사고로는 상황이 빤히 짐작되는, 말도 안되는 미신이다. 옛날엔 당연히 제사음식들이 귀했을 테고, 일년에 겨우 몇번 보는 귀한 음식을 접한 아이들이 입맛이라도 다셔보려면 자정 이후에 지내는 제사때까지 기다려야 했을테니 얼마나 안타까워 엄마를 졸라댔을까. 그걸 본 어른들이 만들어낸, 조상의 혼백이 정말로 제삿날 찾아와 차려놓은 음식을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합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짐작을 하면서도, 나 역시 제사를 지낼 때 정말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의 혼백이 와서 지켜보고 계시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으되 마음속으로는 정말로 그런 것처럼 인삿말을 되뇌이며 절을 한다. 성묘를 갔을 때도 마찬가지고, "고수레~"라고 외치면서 땅신이든 부엌신이든 귀신에게 먼저 먹을 것을 바치고 그런 다음에 인간이 준비한 음식을 먹는 민간신앙도 꽤 그럴듯하고 재미나다 여겨 따라하는 편이다.
공포영화는 절대 못보고 보지도 않으며 인간을 괴롭히는 <무서운 귀신>이 있다는 건 믿지 않지만, 모든 사물에 혼이 깃들어 있을 수 있다는 범신론엔 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과학적인 사고로는 죄다 헛되다 손가락질해야 하는 것들임에도 그냥 내가 그때그때 느끼기에 그럴듯하면 귀가 솔깃하고 안 그럴듯하면 코웃음친다는 뜻이다.
나 또한 그렇기 때문에 별자리 운명이나 혈액형별 심리분석을 철저히 신봉하는 이들을 나무랄 수만도 없다. 내가 보기엔 100퍼센트 사기꾼이고 뚜렷한 증거도 있는 범죄자인데, 그런 사람을 <믿고> 한 나라의 지도자로 뽑기도 하는 세상에서 사람에 따라 어떤 믿음인들 그럴듯하지 않겠나. 결국 사람들은 그냥 <믿고싶은> 것일 뿐이다. 내 현재의 두뇌엔 정말로 놀 욕망과 돈 벌 걱정이 가득 차 있다고 믿고 싶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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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집에 있다보면, 울리는 전화의 절반은 쓸데없는 것이다.
어떤 날은 제대로 용건이 있어 걸려온 전화는 한두 통이고 나머지는 죄다 사기전화이거나 텔레마케터의 집요한 세일즈 전화다.

이미 보이스피싱이라고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듯한 공공기관 '사칭' 전화들은 아직도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서울 지방 검찰청인데 몇월 며칠 출두명령을 어겼으니 다시 나오라는 사기 전화.
우체국인데 소포 배달을 못하였으니 물품 수령을 원하면 9번을 누르라는 사기 전화.
의료보험공단인데 진료비가 과다청구되어 환급금이 있으니 담당자와 통화를 원하면 9번을 누르라는 사기 전화.
**카드회사인데 신용카드가 부정발급된 것 같으니 확인을 요한다는 사기 전화...

그뿐인가.
위약금 다 물어줄 터이니 인터넷전용선 바꾸라고 꼬드기는 텔레마케터.
여주에 좋은 땅이 싸게 나와 연락했다는 부동산중개인.
홍대 근처에 새로 생긴 무슨무슨 건물에 상가 분양을 받으면 앉아서 얼마를 벌 수 있다는 부동산중개인.
대뜸 급매물로 나온 콘도 분양을 안내하겠다는 어여쁜 목소리의 아가씨.
신용카드 계속 사용해주어 감사인사차 전화했다고 해놓고선 슬쩍 보험상품 팔려는 텔레마케터.
아 참, 벨소리 한두번만 울리게 한 뒤 이내 끊어 부재중 전화번호를 남기는 교묘한 스팸 전화도 있다.

유선, 무선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공해 전화 때문에 극도로 예민해져 있을 때는 거의 노의로제에 시달린다.
발신번호가 낯설면 아예 전화를 안받는 사람들도 많다지만, 나는 직업의 성격상 모르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받는 경우도 많고 좀 규모가 크다싶은 회사에 다니는 지인들은 발신번호가 늘 달라지기 때문에 무턱대고 전화를 따돌릴 수도 없다. 한번은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라 무조건 스팸 전화인줄 알고 안받았더니만, 그건 평생 전화번호 안바꾸고 쓸 수 있는 인터넷 전화의 식별번호였다.

재수없는 인간답게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에 가까운, 자그마치 천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옥션 사고에도 연루되었으니 오죽하겠나마는, 이쯤되면 정말이지 세상사람들이 내 정보를 모두 공유하고 써먹으려고 공모하고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아직은 정신적인 피로감 이외엔 크게 피해를 입지 않았다지만, 언젠가는 크게 허를 찔려 뭔가 손해를 보게 되지 않을까. 범죄는 날로 교묘해지는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와 당국은 아무리 주시해도 믿을만한 구석이 털끝만큼도 없으니 결국 모든 뒷감당은 개개인이 해야할 터. 이래저래 허수룩한 구석이 많은 나 같은 인간은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을 뿐이다.

가뜩이나 예민해진 마당이라 귓구멍을 파고드는 전화벨 소리에 버럭버럭 짜증이 치밀어
이참에 쓸데없이 방대해진 인간관계도 정리할 겸 확 전화번호를 다 새로 바꾸어버릴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그럼 그 전화번호가 또 노출되기까진 전화공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_-;
이래저래 나는 자꾸 사회부적응자의 면모를 띄게 되는 듯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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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입가경이란 말이 딱이다.
지켜보고 있자니 아주 가지가지 한다.
경찰에서 미국 쇠고기 관련하여 <인터넷 괴담>을 퍼뜨린 당사자들의 신원을 조사하여 내사하고 있으며 명예훼손죄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더라. 그런데 변명거리라고 덧붙인 말이 아이디와 신원정보가 대부분 거짓이라서 확인이 불가능하단다. 네티즌들이 책임감도 없이 가볍게 함부로 탄핵에 가담했다는 뉘앙스를 풍기려고 애쓰는 모양인데, 웃기지 마라. 나는 그거 서명하려고 몇년동안 쓰지도 않아 다음 메일계정도 중단된 걸 일부러 로그인 해서 서명했다. 니들이 그런 시답잖은 핑계 댈 줄 나는 미리 알고 있었단다.
신원조회 해볼테면 해봐라, 이 놈들아. 죄 지은 게 없으니 무서울 것도 없다.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은 딱 <만 명>(돈과 권력을 소유한)에게만 평등하다는 뜻이란 것도 잘 안다. 명예훼손이니 손해배상이니 법정소송 들어가면 가난한 자들은 소송비용 없어서 지레 포기하거나 오기 부리다가 패소해 가산 탕진하고 빚더미에 올라 앉는다지. 법도 돈 많은 놈들한테는 솜방망이라는 걸 왜 모르겠니. 바로 얼마전에 삼성 특검도 지켜보았고, 휠체어 타고 나타나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내려지는 사법조치들이 하나같이 너그러운 이유를 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 초대형 비리에 휘말려 짤린 판검사들도 언론 잠잠해지면 은근슬쩍 초대형 법무법인에 고속으로 스카우트 되어 고액 수임료 받는 변호사로 활약한다는 거 다 안다. 그런 인간들이 전관예우 운운하며 전횡을 휘둘러 돈 많은 사기꾼들 열심히 변호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먹고 알먹는 걸 우리가 왜 모르겠니.

그렇지만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진 않는 법이란다. 니들이 자꾸 <괴담>이니 <유언비어>니 하는데, 나는 아무리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입장을 바꾸어 고민해보아도 니들이 <믿어라, 안전하다>하는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단다. 광우병 생기면 그때 수입 중단하겠다고? 혹시라도 그동안 수입된 광우병 쇠고기 먹고 몸속에 광우병 소인을 품고 있다가 잠복기 10년 뒤에 한꺼번에 발병할지도 모르는 피해는 어떻게 할 건데? 광우병 걸려 죽은 사람 나타나면 그때 가서야 계급따라, 직업따라 차별 적용해서 유족에게 보상해주면 다라는 거냐?  작년까지 30개월 미만 살코기에서도 뼈 나오는 바람에 통관을 아예 중단시켰던 이유는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함이었잖아? 그땐 그럼 아무 위험도 없는데 그 생쇼를 했다는 거니?? 그렇게 안전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살만한> 다른 나라들은 아직도 그보다 더한 생쇼를 지속하고 있는 걸까? 니들이 제대로 논리적으로 설명해서 나 좀 설득시켜 봐라, 제발! <설마 나라가 나서서 국민에게 해로운 걸 먹이겠냐> 따위의 말도 안되는 변명 좀 하지 말고! 나라가 나서서 법으로 처단해도, 뱃속에 납 집어넣은 굴비와 게가 수입되는 나라라는 거 니들 모르고 있었냐? 아직도 한우로 둔갑한 수입쇠고기 때문에 단속되는 업자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고나 있니? 그나마도 단속 인원이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적발도 못하는데 그렇다더라. 확고한 기준과 제한이 있어도 돈 되는 일이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윤을 추구하려는 게 장사꾼들의 본능이라는 거 그렇게 유능한 CEO라면 누구보다 잘 알겠네? 걸핏하면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운운하면서 설마 그것도 모르려고??

거기다가 그 중요한 무역협상을 하면서 협상안 관련 규정인 미국측 관보를 오역해서 내용을 잘못 이해했다고?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협상단 실무자가 몇 명인데 그거 하나 발견 못했단 말이니?  니네 CEO 대통령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기업에서도 말이다, 실무자가 주요서류를 기안하면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중간 관리자가 전결권을 갖는 것도 있지만 퍽 중요한 일은 대리, 과장, 차장, 부장, 이사 거쳐 사장까지 결재를 하고 동반 책임을 지는 법이거든! 그리고 하다못해 작은 기업 간의 계약서 하나를 주고받을 때도 오류나 오역이 있으면 중간에서 발견되기 마련이지.
그런데 니들은 얼마나 서둘러부쳤으면 그래 그 중요한 걸 놓치고 못 봤니? 혹시 아예 눈감고 어떤 조건이든 수락할 작정이었던 건 아니니? 많이 양보해서 진짜로 실수했다고 치자. 아니, 하나 같이 영어실력이 딱 <어린쥐> 수준으로 딸려서 그 정도도 못 알아봤다고 치자. 그럼 그 잘못을 시정해야겠다는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야하는 거 아니니? 이윤추구가 최대 목표인 기업이 종종 그러듯 무능한 담당자 두엇을 댕강 잘라버리라는 얘기가 아니다. 화풀이는 되겠지만 그런다고 궁극적으로 일이 해결 되는 건 아니잖아? 그럴 땐 당연히 하급 담당자 말고 상위 책임자가 나서서 수습해야 하는 거야! 수습이란, 잘못된 계약이지만 더는 어쩔 수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그냥 밀고 나가자고 우기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잘못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게 우리 뜻인데, 그게 유언비어고 괴담이라는 거냐, 이 멍청이들아??!!!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써 있으면 더 들어가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이란다. 협박하고 고문하고 주리를 튼다고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수그러들 것 같니? 그 유명한 갈릴레오 얘기를 떠올려 봐라. 교회의 거대 권력 앞에서 늙고 병든 갈릴레오는 목숨을 부지하느라 무릎을 꿇고 지동설을 부인했다잖냐. 법정을 나서며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중얼거렸다는 일화는 후대 사람들이 그럴듯해 보이라고 붙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더라. 하지만 그 일화의 요점은,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지. <안전하다, 믿어라> 니들이 아무리 신문광고를 내고 성명서를 발표하고 많은 국민들을 무식하고 편파적인 불순 세력이라 협박한들, 30개월 이상 미쿡소의 광우병 위험부위가 얼떨결에라도 수입될 가능성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부르짖고 있는데도, 니들은 정말 아직도 모르겠니??
설마... 공부깨나 잘해서 그 자리에 오른 한국의 엘리트들이 속마음까지 진실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냥 모르는 척 하는 거지? 주요 통상협상과정에서 계약서 조항 하나도 제대로 파악 못하는 인간들이 나라 대표로 나가 앉아 있었다는 사실도 섬뜩한데,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미쿡 형님들한테 굽실거렸다면 몰라도 똥인지 된장인지 진짜로 구분도 못하는 인간들이 정부관료로 대거 앉아 있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앞이 캄캄하다.
하기야, 니들이 광우병 쇠고기 반대 여론에 제대로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반박 못하고 <미국을 믿어라, 정부를 믿어라, 니들은 과학을 모른다> 따위로 어설프게 대적하고 있는 걸 보면 내심으론 진실을 알고 있는 것 같더라.
그렇다면 말이야...
진실은 왜곡한다고 거짓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좀 일찌감치 깨달으렴. 옳은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그릇된 독단을 피해가는 지름길이란다. 옳은 소리가 무엇인지는, 니들도 잘 생각해보면 알 거야.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이라는데, 수족인 니들이 참 고생 많다. 그렇지만 머리가 더 엉뚱한 짓 못하게 수족이 힘을 모아 꼭 붙들고 있을 순 있지 않겠니? 니들이 못 붙들겠다면, 하는 수 없어. 우리가 그 머리를 잘라버리는 수밖에.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니들이 자꾸 협박하면 우리도 협박 밖엔 길이 없다는거 잊지 마라. 우리는 엄연한 주권을 가진 국민이고 싶을 뿐, 언제 해고당할지 모를 한낱 기업의 직원이 되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단다.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무능력한 CEO는 임기 전에도 갈아치울 수 있을 걸 아마.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은 고맙게도 몇년 전에 니들이 보여줘서 잘 알고 있어!! 그리고 그때 니들보다 지금 우리 수가 훨씬 많다는 거 지금쯤은 잘 알았겠지. 계속 지켜보고 있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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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성질 더러운 인간이 오늘 온종일 인내심 테스트를 받고 있다.
아침부터 걸려오는 <우체국 사기전화> 때문이다!!

"우체국입니다. 등기를 배달했으나 부재중이라 어쩌고 저쩌고..."
녹음된 안내문으로 시작되는 우체국 사기 전화가 걸려온 적은 전에도 있었지만 오늘은 대단히 집요했다. *_*
어제 마신 카페인이 과하여 아침 느즈막히 간신히 잠이 들었는데 미친듯이 30분마다 한번씩 걸려오는 전화는 죄다 사기전화였다. 아아악~~~!!!
하필 엄마는 물리치료 받으러 가시고 울며 겨자먹기로 내가 자다말고 일어나 전화를 받아야 했으므로 확인하자마자 끊기를 십여번.. ㅠ.ㅠ
예전엔 놈들이 떠들어대게 놔뒀다가 끊으면 다시는 걸려오질 않던데 오늘은 거의 환장하시겠다.
아까는 그간 누누이 교육을 시켰음에도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가 전화를 받아서는 급당황하여 9번을 누르고 상담원과 연결해 영문을 묻기에 막 신경질을 내며 끊으라 말씀드렸는데, 일단 한번 연결됐으니 다시는 전화를 걸지 않을 줄 알았더니 기막히게도 방금 또 전화가 왔다.
나 역시 상담원을 연결하여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버럭 소리치며 X랄X랄했더니 저쪽에서 먼저 전화를 뚝 끊는다.

발신번호를 추적해 신고를 할래도 820000000 같은 이상한 번호만 뜨니 손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정말 열받는다. 마음 같아선 오늘 아예 전화코드를 뽑아놓고 싶지만, 사기꾼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으니 그저 얼굴만 붉으락푸르락 욕설만 퍼부어대고 있다.

아~~~~ 신경질 나!!

검찰청 사칭, 우체국 사칭, KT 사칭, 요샌 사기전화도 다양해졌다. 이노무 빌어먹을 보이스피싱은 근절시킬 생각 안하고 사이버수사대는 대체 뭐하는 거냐! 정작 할 일은 안하고, 촛불집회 배후 세력 조사한답시고 멍청하게 애먼 애들 휴대폰 문자나 수사하고 다니는 경찰이 정말 한심하다. 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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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하나마나 푸념 2008. 4. 24. 16:41
"심상정, 노회찬 후보 다 떨어지면 나 이민 갈 거야! 이 나라엔 희망이 없어."
지난 총선때 엎치락뒤치락하는 개표방송을 보며 내가 엄마한테 외친 말이었다.
어딜 가도 한국인으로서 한국만큼 살기 편한 나라는 없다(언어 하나만 따져도!)는 나의 지론을 익히 알고 있는 엄마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디로 가려고?" 라고 물었다. 막상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
그간 <이민>은 누가 등떠밀어도 안간다는 것이 나의 근본적인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기세가 한풀 꺽인 목소리로 나는 "뉴질랜드에나 가지 뭐. 심심하긴 하겠지만..."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물론 뉴질랜드에서 나를 받아줄 것인가는 생각해본 적도 없고, 이민 자체를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당연히 없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또는 더 나은 삶을 계획해보려 한다거나 이 나라에 환멸을 느껴서 이민을 작정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과거의 나는 그들을 안쓰러워하거나 콧방귀를 꼈다. 열악한 어린이캠프 화재로 유치원생 아이를 잃은 부모가 배신감과 상처를 감당 못해 이민을 결심했다거나 용인 서해교전 희생자의 부인이 전사한 남편에 대한 처우가 불합리하다며 나라를 등지고 떠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에도 오죽했으면 낯선 곳으로 떠날 결심을 한 그들의 참담한 마음이 안쓰럽긴 했어도, 이민가서 그들이 행여나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겠나 의아스러운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돈이 엄청 많아 싸짊어지고 간다면 모를까, 말 설고 물 설고 문화도 다른 그곳에서 기껏해야 차별 받으며 살아야 할 터인데 왜들 그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샌 <오죽했으면> 가난한 신세로 이민을 결심했을 그들의 마음에 차츰 더 동화됨을 느낀다. 대통령이라는 작자는 나라를 기업 경영하듯 휘두르겠다며 스스로 CEO임을 자처한다. 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추구이니, 이윤을 남기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소리다. 기업 중심의 구조조정, 비정규직 양산,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무한경쟁체제 돌입 같은 웃기는 짓거리를 전국민 대상으로 해치우겠다는 심보다. 정부가 내세우는 제도들 또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자율의 이름으로 어린 학생들을 말려 죽이거나 잡아먹을 태세다. 공교육을 강화하고 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면서 어떻게 정반대의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것인지 참으로 알 수 없다. 놈들의 뇌는 머리 속에 든 게 아니라 발가락 사이에 때처럼 들러붙어 있는 것일까? 질 좋고 값싼 광우병 쇠고기를 국민들에게 널리 대접하겠다는 정신나간 대통령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소값이 떨어지고 농민들은 헐떡거리는데 설상가상으로 조류독감에 걸린 닭과 오리들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만 마리씩 산채로 땅속에 묻히고 있다. 오염된 침출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문제는 차라리 엄살처럼 들린다. 하기야 수십, 수백억씩 재산 많은 인간들이 돈없는 서민의 마음을 어찌 알겠나. 어차피 너도나도 땅값, 집값 올려 돈 좀 만져보겠다는 얕은 야심에 눈이 어두운 국민들이 아닌가. 투명경영이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당연하게 비자금 만들고 재산 빼돌리며 승승장구해 온 재벌 삼성 비리는 확실한 증거를 특검 손에 쥐어주었는데도 변죽만 건드리다 결국 무혐의란다. 지나던 개가 웃을 일인데, 삼성 망하면 나라 망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우국충정들의 결집된 힘이 참 놀랍긴 하다.  

원래부터도 정치에 별 관심 없었고 애국심이니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니 하는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이었지만, 요새 같아선 김연아와 박태환이 아무리 멋지게 태극기를 휘날려 주어도, 박지성이 맨유에서 아무리 잘 뛰어도 그들 때문에 이 나라가 덕본다는 생각보다는 걔들이 더 좋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더 크게 발전할 수 있었을까 안타깝기만 하다. 모름지기 희망이란 앞으론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꿈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 나라 꼬락서니는 그야말로 점입가경, 망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아니지, 있는 놈들의 견해로는 발전이되 속으로는 곪아터진 겉다르고 속다른 사기공화국으로 치닫고나 할까.

허나 더욱 서글픈 건 내가 이렇게 욕을 해대면서도 버리고 떠나고 싶어도 도저히 능력이 없어서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고스란히 이 땅에서 더러운 분탕질을 지켜보거나 겪으며 살아야한다는 게 참 짜증나고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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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명이면 대충 남한 인구 4천 5백만 명(4천 8백만 명이던가?) 가운데 4분의 1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천만 명 단위에 속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천만 명 넘는 관객이 봤다는 영화는 안 보는 식이다. 3G 화상전화와 010 번호 사용자가 천만 명이 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고집스레 촌스럽고 어감도 안좋은 018 식별번호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쓸데없는 인간관계의 정리를 위해 확 번호를 바꿀까 하는 생각도 간간이 들기는 하지만, 몇년 만에도 다시 연락을 해오는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선뜻 호기를 부릴 수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 자그마치 천 81만명이 당했다는 옥션 해킹 명단에 나도 들어 있단다. +_+
옥션 사이트에서 정보유출 여부를 알려준다기에 온종일 접속했는데 사이트가 다운됐는지 통 안열리더니
이제야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계좌번호와 신용카드 정보까지 유출된 것은 아니고, <단지> 내 이름과 아이디와 주민번호, 전화번호 따위<만> 유출됐다니 기가 막히다. 그 정도면 온라인 상에서 내가 발가벗겨진 것이나 다름없잖아!!!
피해자들이 공동소송 준비를 한다는 소식도 있던데, 일단 나는 그저 망연자실 어떻게 해야하나 멍하기만 하다. 사실 이런 공동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나 있는 것인지 1인당 2백만원으로 피해액을 책정했다는 것 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이제 어디를 믿고 온라인 쇼핑생활을 할 것인지 패닉 상태라고나 할까. 며칠 전엔 대형마트 응모권을 빼돌려 소비자들의 정보를 팔아먹은 직원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젠 누굴 믿어야 하나??

언젠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잘 내려받을 수가 없어서 전화 문의를 했더니, 통화하다 말고 곧장 그 휴대폰 회사 직원이 내 컴퓨터로 슥삭슥삭 들어와(물론 내가 접속을 허락하긴 했지만) 제 마음대로 내 컴퓨터 속을 들여다보고는 이것저것 작동한 뒤 문제를 해결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양손은 분명 수화기를 잡고 있는데 내 모니터 속에서 제 멋대로 마구 움직이는 커서와 바뀌는 화면을 보며 <해킹>을 당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로군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워낙 해커들의 솜씨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IT 개발업자와 운영자들의 수준은 정말 안전한 것일까? 하다못해 대학병원에 입원을 할 때도 보호자 두 명의 연대보증이 필요한데, 보증인은 가능한 한 집을 소유하는 것이 좋다고 적혀 있다. 2년 전 엄마 입원시키면서 아버지랑 내 이름을 적으며 주소를 자세히 안 적었더니만 원무과 직원은 곧장 우리 집 건물 주소로 된 (그러니까 층과 호수로 나뉘기 전) 거주자들의 이름을 주르륵 읊으며 확인에 들어갔다. 경황이 없어 재빨리 내가 사는 쪽의 층과 호수를 불러주긴 했지만, 돌아서며 소름이 오드득 돋았다. 동사무소도 아니고, 한낱 병원에서도 그런 정보를 다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면 이런저런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영 불안해서 나는 될 수 있는대로 계좌이체는 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편이다. 나중에 잘못되면 신용카드 지불취소를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그러나 여러 피싱 사기 사건을 들여다보면, 하늘 아래 안전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인터넷 뱅킹의 인증서도, 암호카드도, 고액 이체를 위해 새로이 고안했다는 암호 단말기 사용도 전문 해커들에겐 다 뚫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KT 요금이 64만원 체납됐다는 이상한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며, 서울 검찰청 재출두 명령을 안내하는 자동응답 전화가 걸려오는 판국이니, 세상엔 온통 사기꾼들로 득시글 거리는 듯하다. 하기야 대통령이란 작자도, 정치인들도 대거 사기꾼 대열에서 뽑았으니 나라꼴이 오죽하겠나 싶지만 이건 너무하다. 힘없는 소시민은 늘 그저 당하고만 살라는 건가 뭔가. 도대체 누굴 향해서 가장 분노해야 할지 멍청한 이 소시민은 방향조차 잡을 수가 없어서 더욱 화가 나고 맥이 빠진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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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를 하는 사촌동생한테 들으니
시기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선 기간 동안에는 유치원에서도 모의 대통령 선거를 하기도 하고
투표권이 있는 어른이 된 양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누구를 찍을 것인지 토론(?)이나 발표를 하기도 한단다.
그 얘기에 흥미가 동해 예닐곱 살짜리 아이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과연 누구를 뽑을지 물어봤더니
대답은 퍽이나 실망스러웠다.
대부분 부모에게 의견을 물어와 부모가 선택해준 후보를 언급하더라는 것.
가끔 순수한 시각으로 대선 후보자들의 벽보를 관찰하고 와서 생김새나 이름을 근거로 선택한 아이들이
한 둘 있기는 했지만, 유치원의 투표 결과 또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예쁜 아이들의 입에서 몹쓸 인간 "명바기"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했다. ㅠ.ㅠ
미친 부모들 같으니라구!!

내 조카들과는 만날 때마다 놀기 바빠서 대선 따위의 *쓰잘데기 없는* 화제로 시간을 낭비할 새가
없었는데 문득 궁금해져 어제 오늘 조카들한테도 대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다.
ㅋㅋ
어제 만난 6살짜리 준우가 묘사하는 후보는 누군지 처음에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뜬금없이 레고(장난감 레고 시리즈를 뜻한다) 머리를 한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도무지 누군지 짐작을 할 수가 없어서, 레고 머리가 혹시 단발머리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머리칼이 아예 없는 것인지 반문하며 대머리인지 아닌지 계속 물었는데
때마침 선거 벽보 앞을 지나다 누군지 콕 찝어달라고 했더니만 2번이란다. -_-;;
뚜렷한 이유는 대지 않았고 1번이랑 2번이 마음에 드는데, 2번이 레고머리라서 2번을 뽑겠다나.
왜 하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역시나 대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는지
정민공주는 오늘 통화를 하다가 대뜸 "고모는 투표할 거야? 누구 찍을지 결정했어?"라고 물었다.
공주는 얼마전부터 통 누굴 뽑을지 몰라서 선거를 안할 지도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제 아빠 대신 자기가 투표를 하러 가겠다고 나서기도 했고, 자기가 누굴 뽑을지는 "절대 비밀"이라고 잘난 체를 했던 터라
나는 유도심문을 겸해서 원래 비밀이지만 *6번*을 찍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공주는 돌연 "앗싸~!"라고 대꾸했다. ^^;
자기도 6번을 찍고 싶었다나.
이유를 물으니 "그 아저씨가 제일 착할 것 같아서"란다.
그 아저씨가 착한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긴 *척 보면* 안다나... +_+
공주 말이 다른 *애들*은 거짓말만 하게 생겼단다. 헐...
10살짜리가 뭘 안다고.
아마도 지난 제사 때 밥상에서 어른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나누던 이야기들을 귓등으로라도
들은 모양인데 어쨌거나 공주는 자기와 고모가 지지하는 사람이 같으며, 더욱이 할머니까지도 같은 지지자임을 너무도 기뻐하며 통화를 끝냈다.

5살짜리인 지환이는 엉뚱한 폭탄답게 ^^; 그리고 누나를 천하의 라이벌로 여기는 동생답게,
먼저 누나는 몇번을 뽑겠다고 했는지 묻고 나서 "그럼 나는 7번!"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그냥... 누나가 6번이니까."
ㅎㅎㅎ

딴나라 선거처럼 통 관심이 없다는 이들이 주변에 태반이긴 하지만
어쨌든 연일 마음이 무겁다.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놀라운 사실이(솔직히 명바기를 싫어하는 이들에겐 놀랍지도 않지만;;;) 드러나 변수로 작용하네 마네 어쩌네 그래도 정신나간 인간들은 사기꾼이라도 여전히 능력있으면 뽑겠다는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사기꾼이 투표에서 당선되더라도 특검으로 비리가 드러나 쫓겨나거나 탄핵 당하는 통쾌한
시나리오를 예상해보기도 하지만, 그 쪽에 무게를 싣기엔 이 나라 법조계가 너무 썪었다. ㅜ.ㅜ
집단난투극 끝에 이명박 특겁법이 국회 통과 되면 뭐하나.
특별검사 역할을 제대로 해낼 *깨끗하고 소신 있는* 인사가 과연 남아 있기나 하겠냐 말이다.

어쨌거나...
하나마나 한 선거라고 해서 처음부터 맥이 탁 풀리긴 했지만
5년전 선거에서 노무현씨가 뒤집기로 한판승을 거두는 바람에 다음해 총선에서 보수 집단이 대거 득세했듯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서 그나마 국민들은 힘겨루기의 균형미를 알고 다음 총선에 대비할 거라고
믿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표장을 찾을 생각이다.

뭐 물론...
지난 총선에서 전격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노당이 별로 해낸 것도 없음을 돌이켜 볼 때
정치꾼들 하는 짓이 다 거기서 거기긴 하다마는...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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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인사의 학벌 위조로 시작된 사회적 파문이 정말 끝이 없다.
어떤 이는 수사의 대상에 올랐고
어떤 이는 외국으로 떠났고
어떤 이는 사실을 밝히고 나서 거짓이든 아니든 눈물의 참회를 하고 있다는데
이어지는 폭로와 고백을 계속 지켜보기가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뿐인가 이젠 조직적으로 정부측에서 비인가 대학에서 학위를 받아 버젓이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학벌 사기꾼들을 색출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니
정말 투명하고 정직한 '학벌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건 좋지만
점점 마녀사냥을 닮아가는 분위기가 이 나라 전반으로 퍼져가고 있나 보다.

며칠 전 지인의 뜬금없는 전화를 받았다.
XXX라는 사람을 아느냐는 것이었다.
내가 늙다리 대학원생이던 시절, 미국 대학에서 유학중이던 XXX가 방학동안 귀국했을 때 인사를 나눈 정도라고 했더니 지인은 대뜸 그가 다닌 학부가 '본교'인지 '분교'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나야 학부는 전혀 다른 대학을 다닌 사람이고 학번 차이도 워낙 커서 잘은 모르지만
'본교'인듯 했다고 대답했더니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했다. -_-;;
학교마다 거의 다 마찬가지겠지만 타학교 학부 출신은 물론이고 '본교생'과 '분교생'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도 꽤 큰 것이어서,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도 '출신'이 어딘지는 은밀하게 쑤근댈 근거를 제공하는 꼬리표로 인식되는 듯했었다.
내가 굳이 알고 싶지 않아도, 누구는 타교 출신이고 누구는 분교 출신임을 저절로 알게 되었으니까.

나중에 알고보니 사연인즉,
XXX라는 사람이 최근에 어느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었는데
그 대학 강사들 사이에서 XXX가 본교가 아닌 "분교 출신"이라는 소문이 횡행하고 있어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였다.
내가 알기로 XXX는 꽤 괜찮은 미국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왔으니, 최근 몇년은
교수 임용을 위한 필수 코스라 할 수 있는 '강사 생활'을 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우스운 건 그의 학벌에 대한 의심의 이유였다.
그의 아내가 같은 학교 '분교 출신'이라는 것. -_-;;;

학벌 파문이 이토록 시끄러운 와중에, 설마 자격도 없는 사람을 떡하니 영문과 교수로 임용시키지는 않았을 터인데도 단지 아내가 같은 학교 '분교 출신'이라는 것 때문에
무조건 그의 출신 성분을 의심하고 '자체 진상 조사'에 들어간 그 동네가 몹시 무서웠다.
비인가 대학의 학위로 버젓이 교수 노릇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고,
어느 학교든 교수임용 과정에서도 권력의 비호나 비리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교수 임용 과정의 최종 단계에 같이 올랐던 자격 있는 인사의 논리적인 반발이나 양심선언도 아니고 단지 부인이 분교 출신이니 남편도 분교 출신임에 틀림없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얘기는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다.
설사 그의 학부가 '분교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적절한 절차를 밟아 대학원을 다니고
외국에서 학위를 따고(사실 영문과는 미국 대학 학위만 권위를 인정하는 못된 편견이 심하기도 하다)
또 교수임용 자격에 준하는 논문도 발표하여 정식으로 선발된 교수라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XXX가 교수로 뽑힌 그 대학출신의 경쟁자 강사들은
감히 '타대학 분교 출신'이 임용되었다는 걸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결국 사건은 씁쓸한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 듯하지만 (나야 중계방송만 들었으니 실제 속내는
알 수 없다) 나로선 잘 알지도 못하는 XXX가 혹시라도 학교에 그런 소문과 분위기가 돌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마음이 어떨까 괜스레 안타깝고 찝찝하다.
부디 말 많은 동네에 잠시 떠돈 헛소리가 그의 귀에까지 전해지진 않길 바랄 뿐이다.

이렇듯 내 주변까지 파고든 학벌 사기꾼 사냥의 열기를 새삼 경험하며
결국 온 나라를 몇달째 뒤흔들고 있는 가방끈 파문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가방끈 화려하고 긴 자들의 사기꾼 색출작전이 아닌가 말이다.
감히 거짓 탈을 쓰고 권위의 아성에 끼어든 보잘것 없는 존재들을 단죄하겠다는 그들만의 리그에 우린 괜히 덩달아 춤추고 있는 건 아닌지?

학벌 위조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이 비난을 받는 이유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학벌 위조로 큰 이익을 누렸기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그들의 학벌이 비천하고 낮기 때문인지 돌아봐야 한다는
며칠 전 누군가의 주장이 자꾸 가슴을 친다.
 
기회와 돈만 있다면 너도나도 외국 유학을 떠나 학위를 따오고 싶어 하고,
대학 졸업장을 손에 쥐고도 좀처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실업율 최고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괘씸죄가 적용된 게 분명한 이 사회적 파문은
우리들 가운데 누구도 돌을 던질 자유가 없음을 역설적으로 시사하는 게 아닐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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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

하나마나 푸념 2007. 8. 16. 01:17
신정아, 김옥랑, 이창하, 심형래, 정덕희, 윤석화...
요즘 학력위조 문제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언론에 등장한 사람들이다.
다들 느끼는 기분이겠지만
나는 정교하게 학력을 위조하고 보란듯이 그 지위를 이용한 저들에게 분노하는 마음 보다
여전히 가방끈에 목매다는 이 사회 풍조가 어처구니 없고 슬프다.
이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얼마나 학력이 중요하면 검증 잣대로 폭로될 수 있다는 불안한 가능성을 담보로 저런 짓을 해댈까.
현재 검찰에서 조사중인 유명 학원들의 강사진들도 다들 벌벌 떨고 있다는데
그간 알게 모르게 학력을 속인 사람들이 얼마나 더 폭로되어 나타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더는 알고 싶지 않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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