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를 하는 사촌동생한테 들으니
시기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선 기간 동안에는 유치원에서도 모의 대통령 선거를 하기도 하고
투표권이 있는 어른이 된 양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누구를 찍을 것인지 토론(?)이나 발표를 하기도 한단다.
그 얘기에 흥미가 동해 예닐곱 살짜리 아이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과연 누구를 뽑을지 물어봤더니
대답은 퍽이나 실망스러웠다.
대부분 부모에게 의견을 물어와 부모가 선택해준 후보를 언급하더라는 것.
가끔 순수한 시각으로 대선 후보자들의 벽보를 관찰하고 와서 생김새나 이름을 근거로 선택한 아이들이
한 둘 있기는 했지만, 유치원의 투표 결과 또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예쁜 아이들의 입에서 몹쓸 인간 "명바기"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했다. ㅠ.ㅠ
미친 부모들 같으니라구!!

내 조카들과는 만날 때마다 놀기 바빠서 대선 따위의 *쓰잘데기 없는* 화제로 시간을 낭비할 새가
없었는데 문득 궁금해져 어제 오늘 조카들한테도 대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다.
ㅋㅋ
어제 만난 6살짜리 준우가 묘사하는 후보는 누군지 처음에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뜬금없이 레고(장난감 레고 시리즈를 뜻한다) 머리를 한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도무지 누군지 짐작을 할 수가 없어서, 레고 머리가 혹시 단발머리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머리칼이 아예 없는 것인지 반문하며 대머리인지 아닌지 계속 물었는데
때마침 선거 벽보 앞을 지나다 누군지 콕 찝어달라고 했더니만 2번이란다. -_-;;
뚜렷한 이유는 대지 않았고 1번이랑 2번이 마음에 드는데, 2번이 레고머리라서 2번을 뽑겠다나.
왜 하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역시나 대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는지
정민공주는 오늘 통화를 하다가 대뜸 "고모는 투표할 거야? 누구 찍을지 결정했어?"라고 물었다.
공주는 얼마전부터 통 누굴 뽑을지 몰라서 선거를 안할 지도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제 아빠 대신 자기가 투표를 하러 가겠다고 나서기도 했고, 자기가 누굴 뽑을지는 "절대 비밀"이라고 잘난 체를 했던 터라
나는 유도심문을 겸해서 원래 비밀이지만 *6번*을 찍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공주는 돌연 "앗싸~!"라고 대꾸했다. ^^;
자기도 6번을 찍고 싶었다나.
이유를 물으니 "그 아저씨가 제일 착할 것 같아서"란다.
그 아저씨가 착한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긴 *척 보면* 안다나... +_+
공주 말이 다른 *애들*은 거짓말만 하게 생겼단다. 헐...
10살짜리가 뭘 안다고.
아마도 지난 제사 때 밥상에서 어른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나누던 이야기들을 귓등으로라도
들은 모양인데 어쨌거나 공주는 자기와 고모가 지지하는 사람이 같으며, 더욱이 할머니까지도 같은 지지자임을 너무도 기뻐하며 통화를 끝냈다.

5살짜리인 지환이는 엉뚱한 폭탄답게 ^^; 그리고 누나를 천하의 라이벌로 여기는 동생답게,
먼저 누나는 몇번을 뽑겠다고 했는지 묻고 나서 "그럼 나는 7번!"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그냥... 누나가 6번이니까."
ㅎㅎㅎ

딴나라 선거처럼 통 관심이 없다는 이들이 주변에 태반이긴 하지만
어쨌든 연일 마음이 무겁다.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놀라운 사실이(솔직히 명바기를 싫어하는 이들에겐 놀랍지도 않지만;;;) 드러나 변수로 작용하네 마네 어쩌네 그래도 정신나간 인간들은 사기꾼이라도 여전히 능력있으면 뽑겠다는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사기꾼이 투표에서 당선되더라도 특검으로 비리가 드러나 쫓겨나거나 탄핵 당하는 통쾌한
시나리오를 예상해보기도 하지만, 그 쪽에 무게를 싣기엔 이 나라 법조계가 너무 썪었다. ㅜ.ㅜ
집단난투극 끝에 이명박 특겁법이 국회 통과 되면 뭐하나.
특별검사 역할을 제대로 해낼 *깨끗하고 소신 있는* 인사가 과연 남아 있기나 하겠냐 말이다.

어쨌거나...
하나마나 한 선거라고 해서 처음부터 맥이 탁 풀리긴 했지만
5년전 선거에서 노무현씨가 뒤집기로 한판승을 거두는 바람에 다음해 총선에서 보수 집단이 대거 득세했듯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서 그나마 국민들은 힘겨루기의 균형미를 알고 다음 총선에 대비할 거라고
믿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표장을 찾을 생각이다.

뭐 물론...
지난 총선에서 전격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노당이 별로 해낸 것도 없음을 돌이켜 볼 때
정치꾼들 하는 짓이 다 거기서 거기긴 하다마는...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단 말이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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