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명이면 대충 남한 인구 4천 5백만 명(4천 8백만 명이던가?) 가운데 4분의 1이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천만 명 단위에 속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천만 명 넘는 관객이 봤다는 영화는 안 보는 식이다. 3G 화상전화와 010 번호 사용자가 천만 명이 넘었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고집스레 촌스럽고 어감도 안좋은 018 식별번호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쓸데없는 인간관계의 정리를 위해 확 번호를 바꿀까 하는 생각도 간간이 들기는 하지만, 몇년 만에도 다시 연락을 해오는 <비즈니스> 관계자들을 생각하면 선뜻 호기를 부릴 수가 없기도 하다.

그런데 자그마치 천 81만명이 당했다는 옥션 해킹 명단에 나도 들어 있단다. +_+
옥션 사이트에서 정보유출 여부를 알려준다기에 온종일 접속했는데 사이트가 다운됐는지 통 안열리더니
이제야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계좌번호와 신용카드 정보까지 유출된 것은 아니고, <단지> 내 이름과 아이디와 주민번호, 전화번호 따위<만> 유출됐다니 기가 막히다. 그 정도면 온라인 상에서 내가 발가벗겨진 것이나 다름없잖아!!!
피해자들이 공동소송 준비를 한다는 소식도 있던데, 일단 나는 그저 망연자실 어떻게 해야하나 멍하기만 하다. 사실 이런 공동소송에서 승소할 확률이나 있는 것인지 1인당 2백만원으로 피해액을 책정했다는 것 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 다만 이제 어디를 믿고 온라인 쇼핑생활을 할 것인지 패닉 상태라고나 할까. 며칠 전엔 대형마트 응모권을 빼돌려 소비자들의 정보를 팔아먹은 직원이 있다는 뉴스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이젠 누굴 믿어야 하나??

언젠가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컴퓨터로 잘 내려받을 수가 없어서 전화 문의를 했더니, 통화하다 말고 곧장 그 휴대폰 회사 직원이 내 컴퓨터로 슥삭슥삭 들어와(물론 내가 접속을 허락하긴 했지만) 제 마음대로 내 컴퓨터 속을 들여다보고는 이것저것 작동한 뒤 문제를 해결해준 적이 있었다. 그 때 내 양손은 분명 수화기를 잡고 있는데 내 모니터 속에서 제 멋대로 마구 움직이는 커서와 바뀌는 화면을 보며 <해킹>을 당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거로군 하고 느낄 수 있었다. 워낙 해커들의 솜씨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IT 개발업자와 운영자들의 수준은 정말 안전한 것일까? 하다못해 대학병원에 입원을 할 때도 보호자 두 명의 연대보증이 필요한데, 보증인은 가능한 한 집을 소유하는 것이 좋다고 적혀 있다. 2년 전 엄마 입원시키면서 아버지랑 내 이름을 적으며 주소를 자세히 안 적었더니만 원무과 직원은 곧장 우리 집 건물 주소로 된 (그러니까 층과 호수로 나뉘기 전) 거주자들의 이름을 주르륵 읊으며 확인에 들어갔다. 경황이 없어 재빨리 내가 사는 쪽의 층과 호수를 불러주긴 했지만, 돌아서며 소름이 오드득 돋았다. 동사무소도 아니고, 한낱 병원에서도 그런 정보를 다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면 이런저런 안전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영 불안해서 나는 될 수 있는대로 계좌이체는 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편이다. 나중에 잘못되면 신용카드 지불취소를 하는 게 더 낫겠다 싶어서. 그러나 여러 피싱 사기 사건을 들여다보면, 하늘 아래 안전한 정보는 아무것도 없는 듯하다. 인터넷 뱅킹의 인증서도, 암호카드도, 고액 이체를 위해 새로이 고안했다는 암호 단말기 사용도 전문 해커들에겐 다 뚫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KT 요금이 64만원 체납됐다는 이상한 전화가 수시로 걸려오며, 서울 검찰청 재출두 명령을 안내하는 자동응답 전화가 걸려오는 판국이니, 세상엔 온통 사기꾼들로 득시글 거리는 듯하다. 하기야 대통령이란 작자도, 정치인들도 대거 사기꾼 대열에서 뽑았으니 나라꼴이 오죽하겠나 싶지만 이건 너무하다. 힘없는 소시민은 늘 그저 당하고만 살라는 건가 뭔가. 도대체 누굴 향해서 가장 분노해야 할지 멍청한 이 소시민은 방향조차 잡을 수가 없어서 더욱 화가 나고 맥이 빠진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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