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4.05.27 5월엔 3
  2. 2014.05.06 어김없이 8
  3. 2014.04.13 수양벚꽃 8
  4. 2014.03.31 3월 31일 11
  5. 2013.11.04 가을 8
  6. 2013.05.03 씨앗 심기 2
  7. 2013.05.02 서양수수꽃다리 4
  8. 2013.04.16 집앞에 꽃잔치 8
  9. 2013.04.09 진달래 10
  10. 2012.11.06 또 일본, 북큐슈 8

5월엔

놀잇감 2014. 5. 27. 00:55

온 나라가 참담함에 젖었던 5월엔 유독 이상하게 참 많이도 빨빨거리고 다녔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통 손에 안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은 뒷전이고... ㅠ.ㅠ 책도 한권 안 읽고.. ㅠ.ㅠ


일단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채화전>과 <종묘 특별전>을 봤고

(왼쪽이 비단으로 일일이 꽃과 나비 새 등등을 만들어 장식하는 채화전이고

오른쪽 사진이 종묘 특별전. 그릇이며 술잔이며 되게 신기했음) 



전북 완주 운암산엘 갔었고 (밧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짓거리를 몇번이나 한 끝에 정상에도 올랐다 ㅠ.ㅠ 나 이러다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ㅋ)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매번 내가 정상으로 착각했던 어느 능선에서 대아댐과 대아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헉헉대며 손이 덜덜 떨려서 정사각형 모드로 찍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엘 다녀왔고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알현! 감격했다)

부석사 안양루소수서원 직방재부석사 무량수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도 올랐었고 (마침 월요일이라 윤동주 문학관은 문 닫았더라)

소나무 아래 보이는 것이 윤동주의 서시가 적혀있던 시비, 그리고 엄청 크게 자라 앵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그 주변의 앵두나무. 



용산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오르세전도 보러 갔었고







또 옛날식 함박스테이크를 판다는 삼청동 그릴데미그라스에도 갔었고

이날 뒷북으로 영화 <역린>도 보았음. 귀찮아서 포스터 퍼오기 생략. 영화보다 난생처음 좌우에서 쌍코골이(왼쪽은 내 일행이고 오른쪽은 남의 일행이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졸며 코까지 골다뉘 ㅠ.ㅠ)를 경험한 것으로 감상을 대체해도 될 듯. ㅋㅋ 


그러고는 마감중에 또다시 완주에 내려가 종남산 송광사, 위봉사, 화암사 답사를... 

  

송광사 십자종루 화암사 우화루위봉사 보광명전



이러고 놀았으니 일을 제대로 끝냈을 턱이 있나. 연일 전화벨소리에 덜덜 떨고 있다. ㅠ.ㅠ

그래서 양심상 세세한 본격 후기는 다 안쓰게 될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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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투덜일기 2014. 5. 6. 20:33

어김없이 올해도 아카시아 꽃이 피었다. 어제만해도 드나들며 전혀 못느꼈고, 심지어는 아까 낮에 외출할 때도 못맡았던 향기를 방금 전 음식물 쓰레기 내다놓으러 나가면서 깨달았다. 온 동네를 휘감고 있는 듯 훅 끼쳐오는 진한 향기를 아깐 왜 못 맡았을까. 5월 6일이면 예년보다 많이 빠른 건가 어쩐건가.


벚꽃을 비롯한 봄꽃은 보름이나 일찍 피었지만 그 뒤로 날씨가 하도 수상하게 오락가락, 얼마 전 비온 뒤로는 아침 저녁 다시 발시리고 춥다고 느껴졌다. 바람은 또 어찌나 불어대는지. 참담하고 암울한 세상 때문에 더 춥다고 느껴지는 건지 진짜로 기온이 많이 떨어진 건지 분간이 잘 안되고 있었는데... 


음식물 쓰레기와 아카시아꽃 향기. 새삼 참 아이러니하구나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5월은 왔고 어린이날도 지났고 석가탄신일도 지나가고 있다. 외할머니 살아계실 때면 해마다 외가쪽으로 온 가족 총출동하다시피 모였던 석가탄신일엔 어려서부터 꽤 많은 사촌들끼리, 다 자라선 어린 조카들 조르륵 앉혀놓고 찍은 사진이 많은데, 그런 사진들 속에선 대부분 반팔을 입고 있었다. 지금도 냉장고에 붙어있는 초파일 사진 속 조카들은 죄다 반팔옷이다. 올해 음력이 좀 빠른 탓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온종일 으스스 추워서 보일러를 돌렸다. 


가족모임은 어린이날인 어제 큰동생네 모여 고기 구워먹는 것으로 끝냈다. 새집으로 이사하고 열흘만엔가 현관문 열린 사이 가출해 애를 태웠던 파랑이도 어제 가보니 무사히 귀가해 있었다. 연일 비와서 벽보도 못 붙이는 상황이라 그새 안락사라도 당했으면 어쩌나 내심 쫄아가지고 차마 묻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신고하고 잘 데리고 있었단다. 엄청 다행. 오늘까지 오른쪽 어깨가 뻐근할 만큼 조카들과 배드민턴도 쳤고, 몇년째 벼르기만 했던 가족사진을 막내 카메라로 그냥 찍었다. 아버지 생전에 스튜디오에서 찍은 마지막 가족사진엔 첫조카밖에 없어 8명뿐이다. 막내조카 태어나고 모두 11명이 된 대가족 사진을 찍자고 찍자고 부모님이 그렇게 노래를 불렀는데, 이상하게 못했다. 나부터 사진찍는 게 너무 싫으니 원.


엄마는 막내가 삐까번쩍한 dslr 카메라를 들기만 하면 영정사진을 찍어 내놓으라고 포즈를 취하시는데, 난 또 그게 싫어서 매번 핀잔을 주었다. 옷이 어떻네, 머리가 어떻네, 표정이 어떻네...  물론 어제도 엄만 가족사진 다 찍자마자, 영정사진 하게 독사진 한장 예쁘게 찍으라고 또 나섰다. 하이고, 이여사님 제발... 노친네의 논리는 영정사진을 찍어놓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 늬 할머니, 할아버지 봐라....그리고 한살이라도 더 젊고 예쁠 때(?) 찍어놓아야 한다나. 


그치만 여든다섯에 돌아가신 친할머니 영정을 칠순 사진(그냥 칠순기념 독사진이었을 뿐, 엄밀히 영정사진으로 찍은 건 절대 아니었다)으로 썼을 때, 모두들 15년 전의 할머니 모습을 낯설어했다. 최근 모습이 더 곱고 다정하고 예쁘다면서. 어떤 고모부는 영판 딴집 할머니 같아서 장모님 같지 않다고도 했다. 아버지 땐 너무 갑작스럽고 경황이 없어 사진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집안 어르신들은 정년퇴직 직전의 근엄한 양복사진을 쓰라고 권했지만, 우린 일주일에 세번씩 산에 다닌 아버지의 등산복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아 근데 그렇게 수많은 등산 사진 중에 왜 쓸만한 독사진이 없는지. 드물게 있는 독사진은 다 선글라스를 끼고 계시고... 


암튼 이번 가족사진 촬영은 밥먹기 전날 내가 먼저 충동적으로 제안했다. 막연한 위기감 같은 게 작용했던 것 같다. 조카들 다 사춘기 접어들면 아예 나타나지도 않으려고 할 텐데! 녀석들 예쁜 모습으로 주르륵 옆에 앞에 앉혀놓고 찍은 사진을 갖고 싶었다. 넷 중에 둘은 벌써 나보다 키가 한참 크다. 영 보기 싫은 내 모습도 10년쯤 뒤에 보면 아 젊었구나 할텐데 뭐, 위로하면서. 제발 좀 웃어달라고 아양을 떨어대도 오랜 촬영에 떼거지로 짜증을 내며 툴툴거리던 조카들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담겼을지, 한 장이라도 제대로 건질 게 있을지 궁금하다. 있을 때 잘해줘야지, 누릴 수 있을 때 누려야지, 카르페 디엠, 요즘 특히 나의 모토다.  


2014년 아카시아꽃 공식 기록은 아무려나 5월 6일이라고 써두려던 게 딴소리로 흘렀다. 마음 같아선 창문 활짝 열고 아카시아 향기를 방안으로 들이고 싶은데 너무 춥다. 그래도 괜한 위기감에 창문을 여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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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벚꽃

놀잇감 2014. 4. 13. 16:32

눈여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벚나무를 많이 심어놓아 벚꽃길로 유명한 데를 가보면 대개 가지가 축축 늘어져 꽃이 피어나는 수양벚꽃이 한두그루씩은 꼭 있다. 우리동네 벚꽃길에도 물론 있고, 제주도나 경주에서도 본 기억이 나고, 여의도 윤중로에도 있었던 것 같고, 각 궁궐에도 다 있는 듯하다. (창덕궁과 경복궁에 있는 건 내 눈으로 봤으니 확실한데 나머지 궁에도 있는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 ^^; 근데 아마 있지 않을까나 ㅋ)

 

하지만 내가 수양벚꽃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난생 처음 봤다며 반색한다. 유명한 데로 벚꽃 구경 한번 안다녀 본 사람은 없을 텐데 이유가 뭘까...  철철이 꽃구경에 심취한다는 건 나이들었다는 뜻이며, 꽃놀이 다닐 생각이 들면 그건 중년이라는 증거라는 말도 듣는다. 하기야 난 젊어서도 꽃을 좋아했다고  주장하는 바이지만, 사실 어려서 좋아했던 건 꽃집에서 파는 꽃 위주였던 것 같다. 장미, 튤립, 프리지아, 백합, 스타치스, 칼라, 소국, 수국, 카네이션, 데이지, 리시안서스... 꽃집 양동이에 담긴 싱싱한 꽃들과 향기에 행복해하다가 신중하게 골라 한 다발 집안에 들여놓고는 좋아했다. 회사 다니던 시절 지긋지긋한 월요병을 극복하고자, 월요일마다 사무실 책상에 일부러 꽃을 꽂기도 했다. 지 책상에만 유난스레 꽃 꽂아놓는다고 남들이 뭐라 하거나 말거나... 흥. 

 

물론 길가에 피어나는 민들레, 애기똥풀, 개망초, 제비꽃, 진달래 같은 애들도 예뻐했지만 굳이 꽃구경을 나설 생각은 진짜로 서른 넘어서 했던 것도 같고... 아닌데, 스무살 때도 데이트랍시고 분명 밤벚꽃놀이 갔었는데 ㅠ.ㅠ 지금도 젊은 사람들의 꽃놀이는 벚꽃구경이 유일하고, 나머지 꽃구경은 '아줌마들'의 전유물이 맞는 것도 같다.

 

암튼 잎도 나기전에 서둘러 화라락 피어나는 성급한 봄꽃들은 거의 다 졌고, 라일락이 한창이다. 벚꽃, 살구꽃, 매화, 복사꽃(이들이 바로 나를 몹시 헷갈리게 만드는 비슷한 꽃 4종 세트되시겠다 ㅋㅋ 하기야, 배꽃, 자두꽃도 비슷하게 생겼더라 ㅠ.ㅠ) , 목련, 진달래, 개나리 같은 애들을 다시 보려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게 생겼다. 아쉬운 마음에 종종 핸드폰에 든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러고 보니 '수양벚꽃'이 정확한 이름인 줄도 잘 모른다. 수양버들은 수나라 양제가 운하를 건설하며 강가에 버드나무를 심게 해서 생긴 이름이라던데, 그래서 원산지가 중국이고 우리나라 자생 버드나무는 능수버들이라고 한다던데. 둘의 차이는 물론 암만 봐도 모르겠으나, 그렇다면 수양벚꽃도 능수벚꽃이라 불러야 하나? ㅋㅋ 아 이 겉잡을 수 없는 잡념의 꼬리물기..

 

결론은 그저 벚꽃이 져 아쉽다는 것. 

 

날이 맑긴 했어도 바람불고 엄청 쌀쌀했던 4월 4일 경회루 앞. 이날도 이미 궁궐 벚꽃은 끝물이었다.

 

이건 복사꽃 (개복숭아꽃이라고 누가 그랬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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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투덜일기 2014. 3. 31. 15:45

연말에 한해를 돌아볼 때 3월은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달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대체 한 가지도 '마무리'를 한 게 없는 듯. ㅠ.ㅠ

암튼 마음만 급한 3월 말일. 게으른 나를 조롱하듯 만개한 집앞 벚꽃은 벌써 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던 그저께. 전날만 해도 가지마다 꽃이 서너 개나 벌어졌을까말까 다 피려면 며칠 걸리겠다 여겼지만 밤새 홀라당 다 핀 걸 보고 안타까워했다. 비와서 하루만에 떨어지는 거 아냐! 그러면서 안타까워 비오기 전에 베란다 문 열고 후딱 찍어둔 사진. 

3월 29일

 

그러나 다행히도 이슬비가 내리는둥 마는둥 빗줄기가 가늘었던 덕분인지, 벚꽃은 무사했고  하루하루 더 예뻐졌다. 어제도 예뻤지만 오늘이 피크인듯, 벌써 하나 둘 꽃잎이 날리기 시작.

3월 31일

 

다 피었다고 여겼어도 이틀 전 사진엔 덜 핀 봉오리들이 꽤 많았다는 걸 이제야 비교하며 깨달았다. 송이송이 탐스럽고 예쁘다...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닌데 해마다 벚꽃 다 핀 날짜를 왜 기록하고 있나 모르겠지만 집앞 벚꽃은 암튼 다른 해보다 보름이나 일찍 피었다. 날씨가 너무 더운 거다. 진짜로 며칠 전부터 반팔 입고 지내는데 안 춥다. 세월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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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놀잇감 2013. 11. 4. 23:17

떠나고 싶을 때 훌쩍 아무때나 떠날 수 있는 삶을 선망하는 건 그게 전혀 불가능하단 걸 아는 까닭인가.

암튼 죄다 버리고 어디론가 오래오래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거짓말 보태서) 30분에 한번씩 하는 요즘, 초가을에 미친 척 하루 땡땡이 치고 다녀온 남이섬 사진을 휴대폰으로 심심하면 들여다본다. 예전과 달리 와글거리는 단체 관광객의 물결은 좀 못마땅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조용한 곳을 골라 양지 바른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 해바라기 하는 기분은 정말 삼삼했다. 아으...

 

 

 

 

 

강가를 끼고 걷던 은행나무 오솔길도 좋았고, 누워서 올려다본 구불거리는 나무들도 좋았는데 오른쪽 사진에 찍헌 저건 분명 철 모르고 피어난 미친 꽃... 무슨 꽃일까 새삼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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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심기

투덜일기 2013. 5. 3. 22:14

왕비마마도 나도 오래도록 화분 죽이는 '마의 손'이었으나 이젠 사정이 다르다. 아버지가 생전에 탁상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가며 물주는 날 따져서 키우던 화분 관리를 몇년간 내가 고스란히 이어받았다가,  왕비마마께 완전히 넘긴지가 또 몇년. '있는 화분이나 죽이지 말고 키우자'가 나의 모토였다면, 왕비마마는 자꾸만 새 화분 욕심을 내셔서 크고 작은 화분이 올해만도 몇개나 늘어났다. 원래 있던 화분들도 많이 자란 건 다 분갈이까지 해주고...

 

작년 가을 산책나가셨던 왕비마마가 낑낑대며 사들고 올라오다 결국 나에게 전화로 sos를 쳐서 '구박'을 받았던(아니 왜 무거운 거 들고 다니며 사서 고생이시냐고!) 제라늄 화분엔 흙도 더 덮어주고 영양제도 꽂아주었더니 꽃이 몇달째 어마어마하게 계속 피어나고 있다. 이에 고무된 왕비마마, 그간 사다먹은 딸기 스트로폼을 차곡차곡 모아두더니 깻잎을 키우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어디서 깻잎 씨앗을 받아둔 게 있다나 뭐라나.

 

그리하여 왕비마마는 크고 작은 스티로폼에 흙을 담아 들깻잎 씨앗을 심어 양지바른 담장 밑에(라일락 나무 옆에) 내다놓고는 며칠에 한번씩 물을 주며 근 한달을 기다렸다. 과거에 아버지가 한식 성묘 다녀오며 굳이 화원에 들러 깻잎이랑 고추, 상추 모종 사다가 베란다에서 키울 때는, 쌈채소 만원어치 사다먹는 게 차라리 낫지 그게 무슨 쓸데없는 짓이냐고 타박만 했던 왕비마마가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다. 그러나 노상 들여다보아도 깻잎 씨앗에서 통 싹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 문제. 그간 날씨가 또 좀 추웠나말이다. 검정 비닐을 씌웠어야하는 게 아닌가, 개토를 너무 얇게 했나, 온갖 걱정을 다 하셨다.

 

송추 집앞에다 매년 텃밭을 가꾸는 막내고모도 모종을 사다가 심는다는데 씨앗부터 키우는 건 원래부터 말이 안되는 거였다고 왕비마마를 달래며, 정 싹이 안나면 작년에  길가에서 받아다 놓은 분꽃 씨앗을 대신 심겠노라고 내가 선언했다. 그러고는 얼른 '분꽃 씨앗 파종'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니 4월 말에 심으라고 나왔다. 그것도 하루 물에 불렸다가.

 

의기양양하게 포스트잇에 적어 탁상달력에 붙여두었는데 어영부영 정신없이 일에 치여 지내다보니 이미 5월이지 뭔가. 어제에야 비로소 알량한 분꽃 씨앗 다섯 알을 물에 불려놓았다가 오늘 내려가 깻묵냄새가 나는(들깨 씨앗이 썩었나??) 스티로폼 화분에 심어놓고 올라왔다. 설마 분꽃 씨앗은 싹을 틔우겠거니 기대하고 있는데, 왕비마마는 아직도 희망을 안버리셨다. 원래 들깨 싹이 오래 걸린다고 들었단다. 한달은 되야 한다니 이제 곧 나올 거라고...

 

어랏, 나는 것도 모르고 흙을  마구 헤집어 놓았는데, 깻잎 씨앗이 싹을 틔울 준비중이었다가 청천벽력을 맞은 건 아닐까나. ㅋㅋ 어쨌거나 까마득한 옛날 할아버지댁 살던 시절 화단 가장자리에서 해마다 핀 분꽃은 일일이 씨앗을 심은 게 아니라 저절로 떨어진 씨앗이 겨울을 나고 다음해에 또 다시 싹을 틔운 거였다고 기억한다. 그러니까 깻잎 씨앗보다 분꽃 씨앗이 더 생명력이 탁월하리라는 것이 나의 주장.

 

왕비마마는 일주일 쯤 더 기다려보다가 그래도 깻잎 싹이 안나면 포기하는 게 아니라(!) 모종을 사다가 심어야겠단다. 일주일 기다리는 동안 과연 분꽃은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그 옛날 강낭콩 관찰일기 쓰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괜히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속으로 큭큭 웃음이 난다. 나도... 나이가... 들었나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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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가고 왔는지 모르게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그새 벚꽃, 살구꽃은 다 떨어져 연두잎을 내밀었고, 라일락이 피어났다. 두문불출하는 나날의 연속이지만 드물게 마당에 내려가보면 라일락 향기가 퍽이나 유혹적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가 라일락 향기에 감탄하는 두 아줌마에게 외쳤다. 라일락이라고 하지 말고 서양수수꽃다리라고 해야 돼! 기특한 녀석. 라일락이 수수꽃다리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그새 '서양'이 더 붙었나보다. 배배 꼬여 쓰러져가는 라일락나무 밑둥에서 올해는 가느다란 가지가 올라오더니 볼품없는 막대기처럼 보였던 외줄기에도 꽃이 매달렸다. 허리를 숙여야 제대로 보이는 높이에서 솟아나듯 피어난 서양수수꽃다리는 더욱 향기롭고 예뻐 보인다. 애먼 데서 느끼는 단신의 동질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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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앞에 꽃잔치

투덜일기 2013. 4. 16. 17:00

질기디 질긴 꽃샘추위 때문에 아직도 간간이 발이 시린데도 꽃은 피어난다. 꽃봉오리 벌어지는 동안 찬비를 두번이나 맞아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꽃송이가 좀 작다싶은 것이 덜 탐스럽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베란다 창문 밖이 드디어 밤낮으로 환한 꽃잔치가 열렸다.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도 우리집 창밖만은 환하게 햇살이 비치는 느낌.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90퍼센트쯤 다 핀 것으로 인정하고 오늘부로 '만개' 선언.(왜 니가 그런 선언을? ㅋ) 다른 해엔 살구꽃이 가장 먼저 피고, 다음으로 벚꽃, 앵두꽃의 순으로 피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앵두꽃이 되레 가장 일찍 피었다. 현재 마당에선 세 종류의 하얀 꽃이 서로 마주보며 뽐내기를 하는 형국이다. 앵두꽃도 같이 담아 올리면 좋겠지만 계단 내려가기 귀찮아서 -_-; 관두기로.

 

 

살구꽃 벚꽃

 

6년 전에 밤벚꽃놀이 포스팅을 했을 때, 나는 벚꽃이 다 피었다가 눈송이처럼 후두둑 마구 떨어질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날 아버지는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면 앞으로 몇년이나 더 이런 꽃구경을 하겠나 싶어져 서글픈 생각이 들어 싫다고 하셨고, 나는 얼른 미안해져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앞으로 10년간은 해마다 벚꽃놀이 다니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아버지의 벚꽃구경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내 호언장담은 공수표가 되었다. 아버지가 그날로부터 석달도 안되어 돌아가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날 왜 하필 그런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는지, 두고두고 가슴이 아프고 새하얗게 피어난 벚꽃을 보면서도 문득문득 슬퍼진다. 동시에 예쁠 때 많이 봐두자는 생각도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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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투덜일기 2013. 4. 9. 01:13

똑같은 봄꽃인데도 개나리, 목련이 핀 걸 보면 따뜻한 느낌이 드는 반면 진달래를 보면 추워보여 안타깝다. 분홍 꽃잎이 투명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어려서 살던 동네 뒷산에서 진달래를 목격한 것이 분명 소월의 시를 안 시점보다 훨씬 더 먼저일 테니까 싯귀 때문은 분명 아니다. 어쨌거나 내게 진달래는 예뻐서 슬프다는 말이 뭔지 알려주는 듯한 봄꽃. 그래선지 오늘 어느 학교 교정에서 진달래꽃을 보고 반색하다가 문득 조금 서글펐다.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 왜 마냥 좋아하질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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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본, 북큐슈

놀잇감 2012. 11. 6. 21:00

한두달전에 시작만 해두고 버려둔, 밀린 포스팅 마무리를 먼저 해야하나 생각하니, 10월 여행기는 그럼 내년에나 쓰게 되거나 아예 집어치울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시작한다. 이번 가을의 우울함은 사진이나 들여다보며 넘겨볼 요량으로.

 

 

친구와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는 이번에도 은근히 제주도 카드를 내보았지만, 오래 전 '고국방문단 제주관광 패키지'에 크게 덴 친구는 차라리 일본엘 가자고 했다. 배 타고 일본에 가는 거 있다며? 기차도 타고, 배도 타고, 비행기도 타고, 일본라멘이랑 우동도 먹고... 다 하자! 그래 까짓것, 우리도 라멘과 우동 먹으러 일본 가는 사치 좀 떨어보지 뭐,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셋이 가기로 했던 여행은 둘로, 배 타고 가는 여행은 시간 아까워서 포기, 여행지는 큐슈로 정해졌다. 마지막날 자유일정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의 가격은 지난번 엄마랑 갔을 때의 딱 절반. +_+ 저가항공사로 가니 그러려니 하면서도 잠자리와 먹는 게 심히 부실하면 어쩌나 슬며시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 만족! 융통성 있고 기동력 있는 여행이라 패키지의 폐해는 크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이 아닐 수도 있다는 좋은 예. 

 

김포공항에서도 일본 가는 패키지 많던데 우린 이번에도 인천공항 출발. 저가항공사 터미널이 따로 멀리 있는지 난생처음 공항에서 셔틀 트레인도 타보았다. 딱 지하철 같은 느낌인데, 객차 수가 당연히 훨씬 적다. 셔틀 트레인 이용하는 사람들도 엄청 많아 5분마다 하나씩 다닌다는데 매번 꽉꽉 차서 다니더군. 러시아워 때 지하철 타본 게 너무도 오래전 일이라, 줄서서 우르르 몰려 타고 또 우르르 내려 우르르 느릿느릿 줄지어 에스컬레이터에 오르는 광경이 딱 그 느낌이었다. 촌스럽게도 신기해하며 사진도 찍었으나 제대로 나온 건 없음.

 

10시 좀 넘어 날아올라 1시간 20분 만에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심사도 일사천리. 전용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곧장 그리 멀지 않은 다자이후 시로 향했다. 학문의 신을 모셨다는 텐만궁이라나 뭐라나. 그래서 입시철을 앞두고 관광객보다 일본 현지인들이 엄청 더 많은 듯했다. 마침 일요일이기도 해서 아이들 데리고 가족 나들이 온 일본인들이 드글드글...

 

입구로 어슬렁거리며 들어가다 보니 일본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을 한 탁발승이 눈에 띄었다. 내가 일본어를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스님들은 염불하는 목소리도 톤이 각기 다르고 좀 개성이 있는 반면, 일본 스님들은 하나같이 염불소리가 똑같은 것 같다. 암튼.. 발가락 갈라진 버선과 납작한 신발까지 완비한 차림이었는데 민망해서 좀 더 가까이 가서 찍진 못하겠더라. 여기가 일본이구나 느꼈던 첫 광경.

 

 

 

 

 

 

 

 

 

 

 

 

 

 

 

 

 

한옥도 집 크기에 비해 지붕과 기와 무게가 엄청나다고 하는데, 일본 전통 건축물은 그 느낌이 더 한 것 같다. 지붕이 건물의 절반을 훨씬 넘어! 큐슈 지방의 특징인지 기와가 아니라 나무를 잘게 쪼개 뭉쳐놓은 것 같은 지붕 재질도 신기했다. 건물 정면엔 마당 너머까지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건물 뒤쪽에서 찍은 사진이다. 뭘 그렇게 빌 게 많은지 주렁주렁 달려있는 나뭇조각들. 저런 나무떼기 말고도 신사마다 흔히 묶어놓는 종이 부적도 많았다.

 

이 관광지에 딸린 식당에서 우동정식으로 조촐하게 점심식사를 하고 나선 널널하게 오후에 관광지 하나 더 보고 벳부 온천 료칸에 투숙하는 것이 첫날 일정. 시간도 많겠다 구석구석

산책하듯 돌아보다 전통 옷을 입은 귀여운 아이를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재수굿 하듯이 일본 사람들은 나이대 별로 여기 와서 무슨 의식을 치른다는 것 같다. 가이드 설명도 맨 뒤에서 귓등으로 듣는둥 마는둥 해서... 자세히는 모르는데, 암튼 부모들도 아이들도 곱게 전통의상으로 차려입고 제법 거창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공간도 있었다. 민망해서 좀 더 가까이 찍지 못해 상당히 어정쩡해 보이는 사진이지만, 암튼 아이 본인과 부모에게 사진 찍어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받았다. ㅋ

애들은 뭘 입혀놔도 귀엽지만, 무채색으로 된 전통의상을 입혀놓으니 뭔가 더 엄숙하게 느껴지면서 사랑스럽다. 한복으로 치면 양반네 도령복장 쯤 되려나?

 

 

 

암튼, 이곳의 특산물은 따뜻한 찹살떡이라는데 점심먹은 집에서 하나씩 나눠주어 맛이나 보겠다고 한 입 깨물고는 슬며시 가방에 넣었다가 나중에 버렸다. 팥소가 든 찹쌀떡을 기름에 드글드글 굴려놓았다고나 할까...

게다가 친구는 일본식 오뎅을 꼭 먹어야겠다고 해서 문어맛으로 하나 샀는데 식감이 한국 오뎅에 비해서 엄청 쫄깃했으나 역시나 튀긴 음식이다보니 느끼했다.

둘이 동시에 커피가 필요하다고 외쳐댔다.

 

 

그러고는 이미 올라가면서 봐둔 스타벅스로 달려갔다. 의미가 있을 법한 인테리어가 독특했던 텐만궁 앞 별다방과 그 몇 집 건너에 있던 기념품점. 

 

커피값은 환율 따져보면 거기나 여기나 비슷했던 것 같은데 유독 컵이 작았다. 커피 인심 후한 미쿡에서 온 친구는 종이컵 만한 커피가 신기하다며 깔깔깔. 사진도 찍어 남겼으나 괜히 자기 얼굴만 커보이는 것 같다고 삭제를 요구했다. ㅎㅎ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다음으로 향한 장소는 <키츠키 성하마을>. 큐슈의 '작은 교토'라던데 교토엘 안가봤으니 알 턱이 있나. 내 느낌으론 황토를 바른 담장이며 잘 생긴 전통가옥들이 모여 있는 모양새가 안동 하회마을과 비슷한 것 같았다.(다행히 이 다음주에 안동엘 다녀와 비교 가능 ^^;)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한적한 마을 풍경도, 공개해둔 공간이 있고 못 들어가게 해둔 공간이 있는 것도 하회마을이랑 비슷했군.

 

난 저 언덕을 내려가 마을 반대편 집들도 구경하고싶었으나 친구가 말렸다. 너무 가팔라! 시간 안에 못 돌아오면 어쩌려구! +_+

패키지 여행의 폐해는 뭐니뭐니해도 가이드 마음대로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 거기 가서 봐도 다 똑같아요... 라고 가이드도 말했지만 장담컨대 가이드는 저 반대쪽까지 한번도 안 가봤을 것이다.

 

얼핏 들은 바로는 에도시대 무사들의 저택이 모여 있던 곳이라는 듯하다. 주택의 구조도 재작년에 본 무사의 집과 똑같은 느낌. 공개된 저택의 경우에도 절대 마루나 실내엔 올라가지 말라고  가이드는 신신당부했지만, 막상 집안엔 친절하게 한글로 '신을 벗고 올라오세요'라고 적혀 있었다규~!

 

여유만 있다면 무사의 저택에서 차도 한 잔 시켜 마실 수 있게 해놨던데, 친구와 내가 녹차를 별로 안좋아해서 그냥 나왔다. ㅋ

 

 

 

 

 늘 약속시간보다 집결지에 한참이나 일찍가야 마음을 놓는 친구 덕분에 나는 주차장 주변 꽃이나 찍으러 돌아다녔다... 코스모스와 금잔화는 알겠는데 마지막 꽃은 난생 처음 보는 듯;; 전투적인 새나 곤충처럼 생겼다. ^^

 

 

버스타고 좀 가다가 "저기 보이는 게 벳부만입니다!"라는 소리에 여러 장 난사하였으나 결과는 신통찮다.

그래도... 군데군데 하얗게 솟아오르고 있는 온천의 수증기가 보이는 것으로 만족. 날이 흐려서라나 뭐라나 온천에서 뽐어나오는 수증기가 이날따라 좀 덜하다고 했다. 심할때는 시가지 전체가 자욱하다고.

 

벳부에서도 물이 제일 좋은 골목이라고 가이드가 극구 자랑하던(그 말이 맞는 것 같긴했다. 유명한 'OO지옥'이라 이름붙은 온천이 주변에 죄다 몰려있었음) 숙소는 생각보다 정말 작았다. 복층 건물이긴 했지만 진짜 전통료칸을 리노베이션한 느낌? 방이며 계단, 온천탕까지 얼마나 작고 앙증맞은지 귀여울 정도였다.

 

금방 물청소를 했는지 맨발 벗고 다녀도 되겠다고 친구가 감탄을 금치 못했던 골목도 그렇고 료칸자체도 그렇고 정말 깨끗 깨끗. 게다가 료칸 주인은 한국인 아주머니였고, 친구는 김치 인심 후하겠다고 아주 좋아라했다. 

유타카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저녁은 두유 샤브샤브. 콩국물을 끓이면서 고기와 야채를 먹다보면 순두부가 만들어지는 원리란다. 뷔페식으로 마련된 샐러드와 밑반찬, 그리고 푸짐한 김치(!) 때문에 일행들 모두 행복하게 밥을 먹었다.

나 역시 지난번 엄마랑 여행했을 때 저녁마다 먹은 가이세키 정식보다 훨씬 좋았다.

 

점심 먹을 때만해도 일본 아줌마들이 이래서 날씬하구나 깨달았다던 사람들은 또 다시 한국식으로 배터지게 저녁을 먹고나서 각자 방으로 향했다. 이제는 온천을 즐길 시간...

 

방에 올라오니 어김없이 다녀간 우렁각시가 테이블을 치우고 깔아놓은 이부자리. 이불을 저렇게 말아놓아 섬뜩한 느낌이라고 해서 내가 얼른 펴놓았다. ^^; 완전 폭신폭신 아늑하여라~

 

그러나 온천욕을 하기 전 숙제가 하나 더 있었다. 료칸 냉장고엔 물 한 병 들어있지 않았으므로, 우린 가이드가 알려준 대로 마트를 찾아 나섰다. 물도 사고 일본 맥주를 마셔줘야햇!

약간 언덕길이라 올라올 때 힘들 거라는 주인 아주머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린 방에 올라가 양말 가져오는 게 귀찮아서 운동화를 포기하고 '게다'를 신고 따각따각 골목길을 나섰다.

ㅠ.ㅠ 현지인이 말리면 역시나 그 말을 들어야 한다니까...

 

마트까진 한 20분 걸어야하는 거리. 나야 워낙 여름마다'쪼리'에 익숙한 사람이지만 친구는 아니나 다를까 발가락 사이가 아프다며 퍽이나 괴로워했다. 나 역시 굽이 높아도 푹신한 생고무 쪼리는 신어봤어도 쿠션이 전혀 없는 나무바닥 쪼리는 처음인지라 언덕 막바지엔 좀 힘이 들었다. 다행히도 중간에 족욕장이 있어서 쉬어가기로 한 건 좋았는데 물이 어찌나 뜨거운지! ㅠ.ㅠ 수증기 나오는 나무통에 다리를 넣고에 족욕하는 곳도 따뜻한 돌에 발을 올려두는 신기한 족욕체험도 있었으나... 혹시나 서툴게 작동하다 델까봐 뜨거운 온천물에만 발을 담갔다가 돌아왔다. 우리는 너무 뜨거워서 30초를 다 못 담그고 있는데 반해 일본인 관광객들은 막 젊은 부모가 어린 아기 발도 같이 담그고 있는데도 아기가 전혀 울지 않았다. +_+ 체질이 달랐던 걸까... ㅎㅎㅎ 하여간 신기한 경험.

 

규모가 큰 료칸엔 온천탕이 있어도 방마다 욕조와 샤워시설이 있던데 여긴 세면대 뿐, 씻는 건 무조건 온천탕으로 내려가야 했다. 수도꼭지가 다 해야 열개도 안 되는 정말 앙증맞은 목욕탕엔 그래도 노천탕도 있었음. 후딱 온천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와선 피부가 매끈하네 마네 온천물 타령을 하며 맥주를 마셨다. 일본 말 몰라서 새우깡 오리지널 맛인줄 알고 사왔던 밍밍하고 비린 과자 안주가 에러이긴 했지만, 온천 뒤끝엔 맥주 한 캔으로도 금세 취기가.... ㅋㅋ

 

별 얘기 없으니 여행기를 한번에 다 쓰려고 했는데 역시 안되겠다. 그리하여 첫날 일정 여기서 끝.

 

(2012. 10. 14)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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