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가고 왔는지 모르게 4월이 가고 5월이 왔다. 그새 벚꽃, 살구꽃은 다 떨어져 연두잎을 내밀었고, 라일락이 피어났다. 두문불출하는 나날의 연속이지만 드물게 마당에 내려가보면 라일락 향기가 퍽이나 유혹적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조카가 라일락 향기에 감탄하는 두 아줌마에게 외쳤다. 라일락이라고 하지 말고 서양수수꽃다리라고 해야 돼! 기특한 녀석. 라일락이 수수꽃다리라는 건 나도 알고 있었는데, 그새 '서양'이 더 붙었나보다. 배배 꼬여 쓰러져가는 라일락나무 밑둥에서 올해는 가느다란 가지가 올라오더니 볼품없는 막대기처럼 보였던 외줄기에도 꽃이 매달렸다. 허리를 숙여야 제대로 보이는 높이에서 솟아나듯 피어난 서양수수꽃다리는 더욱 향기롭고 예뻐 보인다. 애먼 데서 느끼는 단신의 동질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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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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