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꽃잔치

투덜일기 2013. 4. 16. 17:00

질기디 질긴 꽃샘추위 때문에 아직도 간간이 발이 시린데도 꽃은 피어난다. 꽃봉오리 벌어지는 동안 찬비를 두번이나 맞아서 그런지 작년보다는 꽃송이가 좀 작다싶은 것이 덜 탐스럽다고 느껴지지만 그래도 베란다 창문 밖이 드디어 밤낮으로 환한 꽃잔치가 열렸다.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도 우리집 창밖만은 환하게 햇살이 비치는 느낌. 100퍼센트는 아니지만 90퍼센트쯤 다 핀 것으로 인정하고 오늘부로 '만개' 선언.(왜 니가 그런 선언을? ㅋ) 다른 해엔 살구꽃이 가장 먼저 피고, 다음으로 벚꽃, 앵두꽃의 순으로 피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앵두꽃이 되레 가장 일찍 피었다. 현재 마당에선 세 종류의 하얀 꽃이 서로 마주보며 뽐내기를 하는 형국이다. 앵두꽃도 같이 담아 올리면 좋겠지만 계단 내려가기 귀찮아서 -_-; 관두기로.

 

 

살구꽃 벚꽃

 

6년 전에 밤벚꽃놀이 포스팅을 했을 때, 나는 벚꽃이 다 피었다가 눈송이처럼 후두둑 마구 떨어질 때가 가장 예쁘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날 아버지는 벚꽃이 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면 앞으로 몇년이나 더 이런 꽃구경을 하겠나 싶어져 서글픈 생각이 들어 싫다고 하셨고, 나는 얼른 미안해져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앞으로 10년간은 해마다 벚꽃놀이 다니자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아버지의 벚꽃구경은 그게 마지막이었고 내 호언장담은 공수표가 되었다. 아버지가 그날로부터 석달도 안되어 돌아가실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그날 왜 하필 그런 대화를 주고받게 되었는지, 두고두고 가슴이 아프고 새하얗게 피어난 벚꽃을 보면서도 문득문득 슬퍼진다. 동시에 예쁠 때 많이 봐두자는 생각도 하지만서도...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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