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해당되는 글 71건

  1. 2012.04.16 14
  2. 2012.01.14 올 첫 그림 구경 5
  3. 2011.10.24 꽃파는 마트 12
  4. 2011.09.14 변덕 20
  5. 2011.07.26 홍유릉 12
  6. 2011.05.15 이러고 놀았다 11
  7. 2011.05.12 카네이션 9
  8. 2011.05.07 지하상가 득템 15
  9. 2011.04.18 간만에 자전거 11
  10. 2011.04.13 꽃과 벌 1

삶꾸러미 2012. 4. 16. 11:37

일주일전부터 동네 여기저기서 발견하고 모은 봄꽃과 들풀 사진. 이제야 정말로 봄이로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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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임은 분명한데, 아무래도 외래종같다. 제비꽃의 다른 말이라지만 그야말로 '오랑캐꽃'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은 양꽃의 느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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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하러 동네 중학교 올라갔다 발견한 매화꽃. 묻지도 않았는데 어떤 아줌마가 지나가다 청매화라고 콕 찝어 알려줬다. 동백 흉내를 내려는지 시들지도 않은 꽃이 바람에 툭 떨어져 바닥에서도 고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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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같지만... 엄마가 옛날엔 나물로 해먹던 잣나물이라고 가르쳐줬다. 겨울 나고서 이렇게 흙을 비집고 올라오는 봄날의 여린 풀은 꽃 못지 않게 예쁘다.

춘심이 동해 결국 뛰쳐나가게 만들었던 주말의 봄날씨를 겪으며 집앞에도 꽃잔치가 벌어졌다. 몇년째 계속 두 그루 다 벚꽃인 줄 알고 살았다가 작년에야 비로소 왼쪽 나무는 벚나무가 아니라 살구나무란 걸 깨달았다. 자세히 보면 꽃이 좀 다르긴 하다. 살구꽃이 더 작고, 촘촘한 밀도도 벚꽃보다 떨어진다. 근데도 작년까지는 계속 까막눈으로 똑같이만 보였다는 사실;; 

이것이 살구나무꽃.

이것이 벚꽃. 얘는 어제까지만 해도 완전히 다 피지 않아서 어젠 위 사진만 찍었는데, 벚꽃도 드디어 오늘 만개했다. 사진으로 보니 진짜로 벚꽃엔 별이 들었구나. +_+ 어디선가 말은 들어밨는데 정말 꽃속에 든 별을 제대로 실감한 건 오늘. 

나의 살던 고향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어제 오늘 계속 흥얼거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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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그림 구경

놀잇감 2012. 1. 14. 03:37

예술의 전당에서 저녁약속이 있어 갔었는데, 딱 10분 남는 시간에 지하에 있는 갤러리를 어슬렁거리다 뜻밖에 고흐를 만났다. ^^; 사실은 갤러리 입구 유리 전시실 안에 걸린 작품이 신기해서 들여다보고 있자니, <무료관람> 팻말이 눈에 띄었고 옳다구나 들어가는 순간 정면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가 나를 반겨주어 완전 횡재한 기분이었다.

여러 작가들의 최신작이 전시되어 있어 죄다 흥미로웠지만 고흐 추종자로서 역시 내 눈엔 다양한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패러디한 이승오 작가의 <교차된 결> 연작만 기억에 남았다. 모두 네 명인가, 다섯 명의 작가들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사람 얼굴과 눈빛을 조명으로 표현한 작품도, 미세한 철망의 음영으로 놀라운 인물 형상을 만들어낸 작품도 다 좋았으나,  아쉽게도 다른 이들은 이름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째뜬 언제까지 전시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혹시 조만간 예술의 전당에 갈 일이 있으면 지하1층 갤러리7의 '무료' 관람을 놓치지 마시라! ㅋ

게다가 혹시나 해서 물으니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으면 사진을 찍어도 된다니 금상첨화! 처음엔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 셋만 찍었다가 한바퀴 더 돌고 나선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패러디도 찍고, 대표작인 듯한 (비슷한 작품이 입구에 걸려 있었다. 그림을 비스듬히 한쪽에서 보면 여인이고 반대편에서 보면 앤디 워홀의 마오쩌둥 모습인;;) 주름 작품(?)도 찍어왔다. 모두가 색색깔의 종이를 차곡차곡 접어 쌓아 만든 작품이었다. 작품 제목은 모두가 <교차된 결> 영어로는 <Layers>였고 재료는 paper stack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염색한 종이를 접어 쌓고 끼워서 고흐의 꿈틀거리는 붓터치 느낌까지 이렇게도 정교하게 살려낼 수가 있는 지 원... 화가들의 창의성이란 암튼! 신기신기...

같은 작품을 오른쪽에서 본 모습

왼쪽에서 본 모습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 여인들도 앤디 워홀의 작품 패러디가 아닐까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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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파는 마트

투덜일기 2011. 10. 24. 05:08

찾아보니 벌써 7년전이다. 부산으로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서울에서 KTX타고 셋이 내려가면 울산에 사는 한 사람이 역으로 마중을 나오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회사를 마친 직딩 둘을 서울역에서 만나 설레는 마음으로 부산으로 떠났고, 9시쯤 반가운 상봉 후 곧장 숙소를 잡아놓은 해운대로 향했다.

시간이 넉넉했던 울산 친구는 일찌감치 부산에 도착해 우리가 2박3일간 먹고 지낼 먹거리 장만까지 미리 다 해둔 터였다. 해운대 횟집에서 거나하게 배를 채우고 숙소엘 가보니, 화장실 세면대에 분홍색 장미 한 다발이 비스듬히 물에 잠겨 있었다. 광안대교가 바라다보이는 밤풍경에 이미 신이 나 있던 나는 너무 좋아서 꺅 소리를 질렀던 것 같다. 울산 친구는 낑낑대고 혼자 미리 장을 보며 마트에서 파는 장미다발을 충동적으로 샀다고 했다. 마트에서 꽃을 판다고? 환영의 의미로 장미를 마련해둔 친구의 센스도 만점이었지만, 꽃파는 마트에 대해선 금시초문이었던 나는 부산 마트가 서울보다 좋다고 술김에 막 감탄했다. 그랬더니만 친구가 울산 마트에서도 꽃 판다고 했던 것도 같고...

암튼 그날 우리는 다시 본 술상 한 가운데 장미를 꽂아놓고 기분을 냈고, 다음날부턴 우리가 마신 빈 맥주병에 장미를 꽂아 창가에 놓아두었다. 이렇게...

떠나오는 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아깝지만 저렇게 꽂아두고 방을 나서며 빗방울 맺힌 유리창과 맥주병에 꽂힌 장미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도 마트에서 장볼 때 기회 되면 꽃도 같이 사야지 마음 먹은 게 이때였을까나...

작업실 있던 시절엔 코앞에 이마트가 있어 자주 갔었지만 매장 규모가 서울에서 제일 크다는(확실한지 모르겠다) 그곳에서도 생화는 잘 팔지 않았다. 꽃이 핀 화분(주로 양란이나 포인세티아 정도)과 알록달록 조화 파는 건 많이 봤어도, 한다발씩 묶어놓은 꽃을 파는 건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도 최근 이마트는 조카들 장난감과 레고를 사러 가는 일이 없으면 아예 가질 않는다. 대형마트는 너무 정신없고 피곤하고 무엇보다 이상하게 숨이 가쁘다. 특히 멀미나게 지하6, 7층까지 뺑글뺑글 내려가 주차를 시켜놓고 나면 벌써부터 호흡곤란을 느끼는 듯.

그래서 내가 주로 다니는 마트는 동네 근처에서 주차가 그나마 편한 곳이다. 대형 유통업체의 프랜차이즈기는 하지만 매장이 단층이고 멀미나게 넓지도 않아 빠르게는 30분, 길어야 1시간내에 후다닥 장을 보기에 딱이다. 그러니 당연히 생화까지 갖춰놓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재래시장 쪽으로 가보면 화원이 하나 있기는 해도 소박한 다발꽃을 파는 것 같지는 않다. 동네 꽃집도 다 문을 닫는 바람에, 내가 가끔 전철역 근처 좌판에서 꽃을 만나면 반색하고 사는 이유도 다 워낙 꽃보기가 드물기 때문이다.

헌데 요번에 노상 다니는 굿모닝마트(혹시나 담당자가 검색하고 들어와 보고 또 꽃화분 기획하길 바라는 흑심에 밝혔다;; ㅋㅋ)엘 갔더니 입구에 꼬맹이 소국 화분이 좌르륵 놓여 있었다. '국내산 1990원'이라고 찍힌 가격표까지 붙어있는 걸 보니 어찌나 기쁘던지 쇼핑카트에 제일 먼저 소국을 두 개 실었다. 나중에 안고가기 번거롭겠지만 어떠랴. 우리동네 마트에서도 꽃을 팔다니. 아니, 마트에서 가을을 파는 것도 같았다. 1990원짜리 가을. ^^

절화는 생명줄을 똑똑 끊어 파는 거라는 말을 들어놔서, 일주일이나 열흘 쯤 눈요기 삼자고 사긴 사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찔린다. 뭐 그렇다고 살아 있는 꽃화분을 사서 결국 말리거나 썩혀 죽이는 것도 별로 나은 짓은 아니겠으나, 꽃화분을 사는 건 절화 다발을 사는 것보다는 좀 덜 찔리는 행동 같다. 분홍과 노랑, 두 종류를 품에 안고 돌아와 엄마한테 자랑하니, 엄마 역시 어느쪽을 고를까 잠시 고민하다 (처음엔 분홍을 선택하셨다) 꽃이 많은 노랑을 곁에 놓고 보겠다 하셨다.  


재주없이 따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렸더니 영 시원찮다.

꽃파는 마트로서의 위상을 계속 유지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동네 마트에서 꽃을 사왔더니 고릿적 여행추억까지 떠올라 두루두루 기뻤다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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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투덜일기 2011. 9. 14. 16:11

지난주에 대학로에 갔다가 전철역 앞 꽃좌판에서 파는 소국을 보고 반색했다. 박스에서 찢어낸 누런 골판지에 적힌 '한다발에 2천원'이라는 글귀까지 여전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밤기운도 서늘하고 가을은 가을이구나 싶어 가을맞이 소국 한다발 꽂아야지 마음을 먹었다. 집에 오는 길에 다시 들러 한다발 주세요 했더니 무작정 5천원에 세 다발 가져가라며 제일 볼품없는 꽃들로만 주섬주섬 챙기는 아줌마. -_-; 

5천원도 싸다 생각은 했지만, 내가 아무리 소심하다 해도 시든꽃 바가지를 쓸 수는 없었다. 겨우 한 다발은 싱싱해 보이는 걸로 바꿔달라는 데 성공을 거두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화병에 꽃으려니... ㅎㅎㅎ 세 다발이라는 소국 5천원어치가 겨우 다섯줄기였다. 그럼 그렇지.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아직도 소국 한 다발에 2천원, 3천원이 옛날 그대로 있겠나 싶으면서도 씁쓸했다. 꽃 다섯 줄기를 이리저리 요령껏 잘라 최대한 풍성하게 꽂아놓고 이제 내 몸과 마음도 가을맞이 준비를 해야겠거니 생각했었다.

그런데 서늘해졌던 날씨는 추석날부터 다시 더워져 어제 오늘 계속 30도래고, 원래 열흘은 끄덕없이 싱싱해야 정상(?)인 소국은 일주일만에 꽃잎이 꽤 작아진 느낌이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일까, 영 션찮은 소국을 챙겨준 꽃좌판 아줌마 때문일까, 요즘 웬만한 생화도 중국에서 들여온다던데 혹시 저 소국의 원산지 때문일까.

예쁜 꽃을 보며 자꾸 심술이 돋아나면 안되느니라, 변덕스러운 날씨 따라 꿀렁대는 마음을 다스리는 중. 덜컥 가을오면 겨울과 추위도 금세 쳐들어올 테니  여름이 안 가고 미적거리는 게 어쩜 더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신문지에 대충 둘둘 말아주세요'라고 특별히 주문해서 들고 오다 찍은 꽃사진.
 

일부러 둘로 나누어 꽂은 5천원의 행복. 사오자마자 찍은 이 싱싱한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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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릉

놀잇감 2011. 7. 26. 07:55

삼계탕 챙겨먹기도 지겨워진 중복날, 동생들과 갈비 먹으러 가자고 의기투합한 김에 주 목적지인 갈비집과 가까이 있다는 홍유릉에 들러 반나절을 보냈다. 지난 가을 융건릉 다녀왔다고 자랑했을 때, 친구가 지척에 있는 홍유릉에도 좀 왔다가 자기네(꽤 유명한 갈비집인데 수년째 통 못가봐서 상당히 미안했다 ^^;) 들러가라고 퉁박을 주었던 걸 내내 마음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오릉이나 융건릉 만큼 규모가 커서 산책길이 꽤 길 것으로 예상했건만 웬걸, 입구에서 빤히 다 보이는 곳에 홍릉과 유릉이 바싹 붙어 있어 서로 5분도 안걸리는 거리라 산책을 운동 삼는 건 애당초 불가능했다. 그래도 왕릉을 에워싼 숲은 깊고 높은 느낌이 들었고 잔디밭도 잘 다듬어져 있었으므로 피톤치드 섭취(?)의 의미로 나무 그늘에서 한참을 잘 쉬다 돌아왔다. 과거 서오릉에선 잔디밭에서 축구도 하고 놀았던 기억이 있으나, 조선 왕릉 세계문화유산 지정 덕분/탓인지 경건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지령이 내려진 모양이어서 이제 이곳에선 공과 글러브를 아예 갖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 +_+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대체 어떤 혜택이 있는 건지, 예산이 더 투입되어 좀 더 관리가 잘 되는 이점이 확실히 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지정과 관련한 잡음을 봐도 그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세계적인 유산으로 지정을 받은 말든 지켜야할 문화재나 자연이라면 힘써 보호하면 그만 아닌가. 모든 호들갑엔 '야로'가 있을 것만 같아 통 못마땅하다. 암튼 그래서 가져간 축구공은 차보지도 못했고, 야구 캐치볼도 주차장에서 조금 하다 마는 아픔이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뿌듯한 나들이였다고 인정. 

고종과 명성왕후를 모신 홍릉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금세 보이는 연못엔 연꽃도 피어있고 팔뚝보다 더 긴 잉어가 돌아다녔다. 한쪽 옆에는 내가 '핫도그'라고 부르는 수생식물이 자리를 잡았고.



왕릉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홍릉과 유릉은 고종이 대한제국으로 국호를 바꾸고 중국의 제후국임을 거부하면서 건축양식도 다르다고 안내문에 적혀 있었다. 어쨌거나 내가 보기에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홍살문부터 전각까지 이어지는 온갖 석상들이었다. 말과 해치, 양 모양은 그러려니 하겠는데 코끼리와 낙타도 있더라! 맨 안쪽에는 문신과 무신 상도 서 있고... 능 옆에 지어놓은 한옥도 규모가 꽤 대단했다. 

전각에서 비각으로 이어지는 돌계단 틈에 피어난 처음 보는 꽃이 하도 신기해서 검색해보려고 찍어왔다. 혹시 나무님이 꽃 이름을 아실지도 모르겠고. ^^;; 궁궐 가서도 늘 하는 타령이지만 왕릉을 돌아다니면서도 결론은 하나, 이런 정원을 갖고 싶다는 것. 으휴.


오솔길을 따라 순종과 왕후, 계비를 모두 합장했다는 유릉까지 한바퀴 돌고 나니 제일 앞장섰던 큰동생이 대문이 활짝 열린 한옥 안에서 우리를 마구 불렀다. 시원한 대청마루에 아예 드러누워 쉬면서...
보통 관람용 한옥엔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떡하니 적혀 있기마련인데, 여긴 참 관람객 친화적이로군, 하며 신나했다. 잘 깎은 잔디밭도 구석구석 밟아보았고, 사랑채와 행랑채 방문도 여기저기 열어보며 새로 깔고 바른 장판지와 창호지까지 감상했다. 결론은 또 하나로 귀결, 아 이렇게 잘 생긴 한옥에 살고 싶어라!


 

 

분합문을 들어 올려놓은 대청마루에
아예 이렇게 자리를 잡고 놀았다는 얘기다.
입장료 천원(초등학생은 500원^^)이 조금도 아깝지 않아! 여기 너무 좋다! 이러면서...
(올케는 잠시 뒤 쿠션 좋은 제 남편 배를 베고 드러누웠다 ㅋㅋ)
 
그렇게 한 20-30분쯤 있었던가?
관리인 아저씨가 대문으로 들어서더니 우리에게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_-; 
원래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이라 늘 잠가두는데 일이 있어 잠시 대문을 열어놓았던 것 뿐이라고...
우리는 민망해 하며 얼른 밖으로 나왔지만 한옥의 묘미와 대청마루의 시원함은 이미 즐길대로 다 즐긴 뒤였다. ㅋㅋㅋ
나와서 보니 대문이 두 군데 있고 정문쪽 대문에는 빨간색으로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었다. ;-p 우린 진짜로 몰랐을 뿐이고!


더 볼 것도 할 것도 없어진 우리는 늦게 출발한 막내동생네가 합류할 때까지 눈에 띄는 제일 큰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냥 쉬기로 했다. 오전에 내린 비로 잔디밭은 축축했지만 그늘엔 서늘한 바람이 솔솔 불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음이라... 

우리에게 그늘을 드리워주었던 이 큰나무를 막내는 '낙엽송'이라 우겼는데 맞는지는 알 수 없다. 어쨌거나 축축 늘어져 넓게 퍼진 가지가 아주 일품이어서 드러누워 올려다보며 므흣했다. 
 

 

요새 건강해지시면서 부쩍 콧바람을 쏘이고 싶어했던 울 엄마, 너무 가깝기는 했지만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복날 갈비 먹기'였으므로 먹기도 전에 흡족하셨는지 표정이 좋다. 휴대폰 들이대며 좀 웃어달랬더니 흔쾌히 협조도 하고.
 
그치만 새삼 사진으로 보니... 내가 아무리 '아줌마'라고 우겨도 어째볼 수 없는 할머니시구나. 역시나 아줌마는 내게 더 어울리는 호칭이었어. 그래도 염색 안한 회색 머리가 징그럽게 새카만 염색머리보다 나는야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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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놀았다

놀잇감 2011. 5. 15. 15:22
작년에 워낙 조카들이 어린이날이며 생일선물로 줄곧 레고를 원했기에 올해도 그럴 줄만 알았다. 그래서 레고 선물을 사러 가게 되면 나도 요즘 유행이라는 레고 피규어 랜덤 뽑기를 해보려고 내심 흐뭇하게 벼르고 있었다. 뽑고 싶은 레고 모양 조각을 상상하며 손감각을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카들은 나를 배신했다. 그들이 원한 어린이날 선물은 보드게임 아니면 게임팩. ㅠ.ㅠ 대형할인마트에 가면 어쩐지 나는 산소부족을 느끼며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러 차몰고 가야하는 그곳에 가고 싶지가 않다. 이마트엘 가야만 레고를 뽑을 수 있다는데... 그저 아쉬워하고만 있는데 막내조카가 나의 안타까움에 불을 질렀다.

나한테는 보드게임 사달래놓고, 제 큰엄마한테선 레고 선물을 받아온 것이다! 그럼 차라리 나한테 레고 사달라고 하고 보드게임은 큰엄마한테 부탁하지!! 그것도 내가 레고 사러 갈 때마다 보며 좋아라했던 토이스토리1 ㅠ.ㅠ


조립하고 나자마자 나도 한참 갖고 놀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했다. 사진으로라도 갖고 있어야지 하며... 그러고 나니 레고피규어 열망이 확 도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간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놓고 간간이 구경만 하던 플레이모빌을 전격 주문해버렸다. 5월 기념으로 꽃과 아이들을 주제로 나름 선별해서... 

며칠 전 택배가 온날, 나는 희희낙락 조립을 해선 이리저리 늘어놓고 신나게 놀았다. 물론 사진촬영도 했다. 이야기도 만들었다... -_-; 장난감 사모으는 사람들, 이해는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까지 동참하게 될 줄이야. 뭐든 오타쿠 기질은 없으니 또 몇번 이러다 말겠지만 암튼 며칠째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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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삶꾸러미 2011. 5. 12. 14:47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달아드리거나 사다드리는 건 어째 좀 쑥스럽고 민망했다. 꽃으로만 따져도 카네이션은 내눈에 별로 안 예쁘다. 부모님도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고 출근하는 걸 자랑스레 여기는 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중고등학생 시절까지는 카네이션을 선물했겠지만 그 이후로는 현실적으로 선물만 내미는 게 편했다. 혹시 꽃을 사더라도 깃에 다는 용이 아니라 바구니째 놓고 보는 쪽을 선호했고. 꽃을 달고 나다녀야 하는 민망함에서 놓여나 부모님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동생들이 결혼을 한 뒤 나는 아예 카네이션을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올케들이 다 알아서 했으니 말이다. 조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꽃까지 종종 색종이로 만들어와 가슴에 달아드렸던 것도 같고... 암튼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이제 동생들 몫이라고 제쳐두었다. 그런데 지켜보니, 카네이션이 미학적으로 그리 예쁜 꽃은 아니란 건 다들 인정하는 모양인지 카네이션 바구니는 해를 거듭할수록 달라졌다. 내가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올 때만 해도 빨간 카네이션에 안개꽃을 약간 꽂은 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러더니 올케들이 어버이날 꽃을 대기 시작하며 카네이션과 안개꽃에 장미가 혼합되어 화려해졌다. 언제부턴가는 다른 작은 꽃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기야 수년 전부터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드는 양상이 달라졌다. 꽃을 한 종류로 하던 경향에서 다양하고 다채로운 꽃을 아름답게 섞어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카네이션 꽃바구니에도 당연히 그런 추세가 적용됐을 것이다.

덕분에 더욱 아름다워진 어버이날 카네이션에 해마다 감탄해왔는데 올해는 정점을 이뤘다. +_+ 두 동생이 가져온 앙증맞은 꽃바구니는 똑같이 카네이션을 활용했으면서도 분위기가 아예 달랐다. 카네이션 별로 안 예쁘다고 툴툴대던 나의 편견이 교정될 정도였다. 다량으로 제작판매하는 바람에 신선도가 떨어져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어차피 화무십일홍이랬다(잘하면 2, 3주일도 거뜬한 국화는 예외다 ㅋㅋ). 토요일부터 사흘간 한껏 예쁜 자태를 자랑하다 푹 고꾸라져버린 꽃들을 빼버리고 남은 것들만 다시 추려 유리병에 꽂아놓았는데 식탁 센터피스로 아주 딱이다. 밥 한 숟가락 먹고 꽃 한번 쳐다보고 반찬 한번 집어먹고 벌어진 봉오리 한번 쳐다보고... 서양사람들이 정찬 식탁에 왜 꽃을 두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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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상가 득템

놀잇감 2011. 5. 7. 03:27

지난주에 자빠져 무릎을 깬날 그리도 급히 향한 최종 목적지는 강남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였다. 꽃과 각종 공예품과 잡다한 물건들이 지천으로 깔려있는 곳. 옛날엔 주변사람들에게 주는 독특한 선물을 사려고 일년에도 서너번씩 찾곤 했는데, 생각해보니 최근 몇년 사이엔 가 본 적이 없었다. 아마 5년은 됐겠다고 짐작하며 길고 긴 한산 지하상가를 구석구석 뒤지고 다녀보니 몹시 피곤하긴 해도 확실히 나름의 묘미가 있었다. 수백만원짜리 가구가 없나, 향기 그윽하고 줄기 길쭉한 꽃들이 없나, 유아복부터, 10대,  6,70대까지를 아우르는 각양각색의 옷들이 없나...

하지만 내가 예전에 독특한 촛대나 장식품,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사던 앤티크숍들은 상권이 엄청 줄었고, 꽃가게도 예전같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늘어난 건 옷가게 옷가게 옷가게들. 가장 중요한 쇼핑 목적(동생네 콘솔 위에 놓을 화병 장식)을 제일 먼저 달성한 뒤엔 주로 그냥 눈요기를 하러 다닌 셈이었다. 올케는 하얀 자개로 만든 고가의 샹들리에(관심 없어서 가격 까먹음)를, 나는 할인가 48만원이라는 투박한 원목 책상을 탐냈다. 그런 물건들을 보고 난 뒤의 욕망은 원래 자질구레한 싸구려 물건을 지르는 것으로 달래는 게 제격이다. 마트에서 장 볼 때는 10만원을 훌쩍 넘겨 물건을 사도 품목이 몇 개 안되는데, 지하상가에서는 10만원 이내에서 마음껏 써주마 마음 먹으니 늘어나는 보따리 보따리가 끝도 없었다. ㅋㅋㅋ 그 재미에 마냥 돌아다니고 보니 지하상가를 휘저은 시간이 놀랍게도 무려 3시간에 가까웠다.(창이 없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쇼핑하는 상술은 백화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듯)

그날의 쇼핑 품목 중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져보며 득템했다고 계속 뿌듯한 물건은 바로 이 녀석이다.

 

그 유명한 브랜드 '메이드인차이나' 슬리퍼. ^^
올케가 어느 찜질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신은 걸 보고 사려했으나 없어서 못샀다는데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 떡하니 매달려 있었다. 찜질방에선 만원에 팔았다는 걸 거기선 단돈 5천원! 메이드인차이나 브랜드를 마뜩찮아하는 편이지만 이건 재질이 대체 뭔지 낭창낭창 발에 착착 감기고 폭신한 것이 엄청 편하다.
빨간색, 분홍색, 검정색 중에 제일 무난한 게 분홍으로 보여, 별로 분홍색 안 좋아하면서 찜했는데, 올케가 신은 걸 보니 빨간색이 훨씬 예쁘다. 그러고 보니 검정색도 '착화빨'이 이거보다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몰랐지 한참 유행하다 들어가는 끝물 슬리퍼인 듯. 이걸 사겠다고 그 먼 고속터미널 상가를 또 헤맬 순 없지만 어디선가 발견하면 색색깔로 사다놓고 싶다. ㅋ 한겨울 빼고는 늘 맨발족이라 털신이라면 모를까 다른 계절엔 실내화 안신고 사는데, 요 녀석은 하도 편해서 요새 집안에서 돌아다닐 때 매일 애용하고 있다. 신는 걸 자꾸 까먹기는 하지만...
 



그밖에도 여러가지를 샀으나 두번째로 뿌듯한 건 지난번 깨먹은 유리화병 대신에 역시나 '메이드인차이나' 브랜드라 몹시 저렴한 유리화병 세트다. 내친 김에 보라색 리시안서스도 한 다발 사다 꽂아놓고 일주일 넘게 눈호강을 했다. 장미랑 사촌처럼 닮은 꼴이지만 당당한 장미보다는 좀 소박한 느낌이고 하늘하늘 여리여리 우아한 리시안서스가 나는 참 좋다. 하지만 확실히 비실하게 생긴 거 답게 그리 오래 가는 꽃은 아니다. 진즉에 사진을 찍었으나 보라색은 아이폰이 잘 인식을 못하는지 꽃이 자꾸 파랗게 찍혔다. 조명탓인가? -_-; 암튼 꽃병 개비 기념으로 꽃 좀 자주 사다 꽂고 살아야지...

맨 아래 꽃 한송이 띄워놓은 동그란 유리그릇은 단돈 2천원이다. +_+ 신문지로 겹겹이 어찌나 꽁꽁 싸줬는지 신문지 값도 안나오겠다고 중얼거렸다. 그 옆에 동그란 유리병은 조카가 먹고 난 사과주스병을 달래서 가져왔다. 전생에 넝마주이였는지 예쁜 주스병만 보면 사족을 못쓰고 좋아라 한다. ㅋㅋㅋ 하기야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닌듯, 일본서 파는 앙증맞은 온갖 크기의 음료수병만 따로 모아 파는 데도 있더라. 궁상이 아니라 엄연한 자원 재활용이라고 핏대 세워 주장하노라.

그날 바리바리 싸들고 온 봉다리 많았는데 또 뭘 샀더라? -_-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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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자전거

놀잇감 2011. 4. 18. 15:09

하얀색이라 먼지가 뽀얗게 쌓인 게 더 잘 보이는 느루의 먼지를 털어내고 완전 내려앉은 바퀴에 바람도 빵빵하게 넣고 정말 오랜만에 어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요가 관둔지도 두달이 돼가고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랑 씹기 밖에 안한 체력은 처음부터 티가 났다. 빠르면 20분, 늦어도 25분이면 도착하던 한강변까지 결국 다 못가고 중간에 쉬어야 했다. 핑계를 대려면 운동효과를 내려고 열심히 페달을 밟은 데다 맞바람 탓이었다고 둘러댈 순 있겠으나 그래도 창피한 건 창피한 거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또 깨달았다.

자전거는 한번 익히면 절대 잊지 않는 종류의 기술이라는데 사람마다 좀 다른지 나는 이렇게 간만에 자전거를 탈 때마다 서툴게 헤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은 길에서 밀려드는 공포 때문일까? 페달질 하다 페달을 놓치질 않나, 안경이 흘러내리는데 핸들 한 손으로 잡기가 무서워서 안경도 못 올리질 않나, 스스로도 좀 난감하다 싶었다. 결국은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건데 이렇게 몇달만에 한번씩 타가지고 언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 원.

화창한 날씨에 풀풀 날려 떨어지는 벚꽃이 유혹적이라 나갔던 건데 한강바람은 아직도 쌀쌀하고 차가워 손이 시렸다. 장갑 안끼고 나간 걸 후회하며 예쁘고 새끈한 장갑을 사야겠군, 하고...... 생각하다 피식 웃었다. 몇번이나 타려고! 다음에 느루 타러 나오기 전에 손시렵지 않은 날씨가 될 확률이 더 높다. ㅋㅋ

아 맞다. 자전거 살 때 받았던 검정색 벨을 조카에게 빼앗기고 계속 벨 없이 다녔는데, 안되겠다. 주말이라 그랬겠지만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비롯해 굳이 보행로 놔두고 자전거길로 와글와글 걸어다니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벨을 달아야지. 갑자기 요란한 전자벨 울려서 사람들 놀라게 하는 인간들이 유독 싫어서 난 아예 벨을 잘 안울리는 편이라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었으나, 그냥 띠링띠링 울리는 벨 정도는 필수품임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느루에 어울리는 벨을 그간 계속 검색하고 있었지만 마음에 꼭 차는 게 없어서 머뭇거렸는데 좀 눈에 덜 차더라도 담번에 타러 나가기 전엔 사야할 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엉덩이가 심히 아프다. 흑. 허벅지의 뻐근함이야 어쩐지 지방이 근육화 된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며 흐뭇한 효과를 남긴 반면 멍이라도 들은 것처럼 아픈 엉덩이는 좀 민망하다. 간만에 자전거를 타면 왜 꼭 엉덩이가 아픈지 원! 초보자의 비애일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암튼 앉을 때마다 엉거주춤 자세가 웃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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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벌

투덜일기 2011. 4. 13. 14:43

몇년전 <꿀벌대소동>이란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했지만, 공해가 점점 심해지면서 꿀벌들이 차츰 사라져가는 추세를 걱정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꽤 많이 접했다. 꿀벌이 사라지는 바람에 모든 식물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먹이사슬의 근간이 무너져 결국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도 대재앙이 올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러고 보니 도시에서 벌 구경한 적이 정말로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땐 마당에 피어난 자잘한 꽃들 사이로 벌들이 쉴새없이 날아다녔고, 종종 벌에 쏘이는 사고도 벌어졌는데 말이다. 못생긴 꽃의 대명사로 알려진 호박꽃을 어린 나는 꽤 좋아해서 못생겼다는 세간의 잣대를 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꽃잎마저도 통통하고 푹신한 주황색 꽃이 얼마나 탐스러운가. 게다가 가느다란 덩굴손은 또 얼마나 신기한지. 할아버지댁 마당에도, 나중에 우리집 마당에도 한켠엔 꼭 호박덩굴이 몇 그루 자라고 있었고 거기서 딴 애호박으로 할머니도 엄마도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애호박으로 만든 온갖 반찬을 좋아하는 건 그 시절의 추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안이 깊은 호박꽃을 들여다보며 노는 걸 즐겼던 나는 두번이나 크게 벌에 쏘인 뒤 호박꽃 갖고 놀기를 포기했다. 처음엔 손가락을 쏘였지만 두번째는 눈두덩을 쏘이는 바람에 호되게 앓으면서 사실 꽃밭에서 노는 걸 금지당한 셈이었다. 곤충은 거의 다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 편인데 지금도 벌이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면 순식간에 얼어붙는 걸 보면 어린시절의 각인 효과가 퍽이나 큰 모양이다. 

어쨌거나(요즘 포스팅의 모든 마지막 문단은 이 말로 시작한다는 걸 깨달았다. 논리의 부족을 얼버무리는 이런 말--어쨌거나의 친구로는 '아무튼, 여하튼, 암튼, 어쨌든' 등이 있다--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 그거야 서울도 그리 삭막해지기 이전 이야기고 최근엔 환경공해 때문에 벌을 구경한 적이 거의 없다고 여겼다. 꽃놀이하러 외출하는 걸 그리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다. 그러나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봄꽃 피는 과정에 눈감고 살았듯 꽃을 보아도 벌을 굳이 찾아보지 않은 나의 비뚤어진 시각 탓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역시나 화창하고 찬란한 날씨에 창밖을 내다보니 집앞 벚꽃은 거의 다 만개해 눈이 부실 정도다. 놀라운 건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수십 수백마리의 벌들이 가지마다 윙윙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보는 꿀벌 뿐만 아니라 날아드는 종류도 다양하다. 어린 시절 잘 알지도 못하면서 꿀벌의 두세배쯤 되는 큼지막한 벌을 호박벌이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시커멓게 생긴 그 대형 벌에 말벌까지 경쟁적으로 꽃을 탐하고 있다. 벚꽃에도 그렇게 꿀이 많았던가? 하도 신기해서 한참을 내다보고 섰다가 피식 웃었다. 꽃을 유난히 좋아하면 늙는 거라던데(그치만 난 어리고 젊었을 때도 꽃을 좋아했다고!), 이젠 꽃에 벌 날아드는 거 보고도 좋아라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다. 굳이 우기자면 꽃에 벌 날아드는 게 좋은 게 아니고 아직 이 도시엔 날아들 꿀벌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반가운 거다. 이왕 날아온 벌들이 옆에 있는 앵두나무도 열심히 수정해주면 더욱 금상첨화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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