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에 해당되는 글 64건

  1. 2015.10.16 이상한 일 계속... 8
  2. 2015.10.12 이상한 일 6
  3. 2015.07.20 눈가리고 아웅 2 2
  4. 2015.07.14 십대는 어렵다 2 6
  5. 2015.07.08 십대는 어렵다 10
  6. 2015.06.11 SARS/사스/사르스/MERS/메스/메르스 5
  7. 2015.04.15 모둠 과제 발표? 9
  8. 2015.04.04 꽃대궐 7
  9. 2014.10.19 개많아? 13
  10. 2014.09.11 편의점 인생 2

​아.. 진짜 연일 너무 궁금해서 미치겠다.

아무래도 무딘 내가 최근에야 발견했을 뿐, 아마 새의 우리집 유리창 공격은 꽤 여러날 지속되고 있었다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다. 짝짓기철이라서 자기랑 똑같이 생긴 예쁜 짝을 찾는 건가???

새가 날아드는 시간대도 거의 매일 일정한 것 같다.

아침 7-8시 전후

점심 12시 무렵

그리고 저녁 5시쯤...

어제는 어찌나 요란하게 삐리리리 울어대다 유리창을 두들겨대는지 아침에 선잠이 깰 정도였고, 오늘 궁궐 봉사 가느라 일찍 일어나서 왔다리갔다리 하다보니 또 똑같은 자리로 날아들고 있었다. 날갯짓을 하는 장면 포착엔 실패했지만 그래도 스카프 뒤집어쓰고 변장하고 기다렸다가 도도하게 돌아서는 놈의 모습을 포착하는데는 성공!  

대체 무슨 새일까나...  

​아오.. 유리창 더러운 거 너무 티난다. ㅋㅋ

나름 버드세이버라고 오려붙였던 맹금류 형체는 내가 봐도 너무 어설펐다. 아무 소용이 없어서 하루만에 떼어버렸는데 그래도.. 사진은 남았음 ^^ 더 크게 아주 무시무시하게 만들어 붙였어야 효과가 있었을까... 내딴엔 알량한 가위질로만 '솔개'를 형상화한 것인데... 궁금증은 풀 길이 없고 답답하여라.. 끙... 

내일도 또 날아오는지 아주 새 관찰 일기를 쓸 판이다. 느낌으론 짝짓기 철이 끝날 때까지 새의 공격은 계속 될 것만 같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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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투덜일기 2015. 10. 12. 23:32

어제 오늘 베란다 창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왕파리가 날아가다 유리에 부딪치는 소리도 아니고...

말벌이 밖에서 돌진해오는 소리도 아니고...

태풍 불때 바람에 흔들린 나뭇가지가 휘청휘청 유리창에 살짝 닿을 때의 소리에 가장 가까운 것도 같고... 

누가 손톱으로 톡톡 유리를 두들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대체 뭐지?


빨래 건조대 너머로 내다보아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창밖에서 삐리릭찌르르르르 새소리만 요란할 뿐.

혹시 귀가 이상해져셔 환청이 들리는 건가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단 생각에 주렁주렁 빨래가 널려 있는 건조대를 창가에서 옆으로 치우고 

창문 시야를 죄다 틔워놓고 지켜보고 있으니 범인이 금방 발각되었다.


크기는 딱 참새 만하고 색깔은 검정색과 흰색, 회청색이 어우러진 새 한마리가 창문 한 가운데도 아니고 맨 아래쪽 창틀 바로 위 유리를 부리로 톡톡 두들기며 자꾸 날아들었다. 너 뭐니?


송추 전원주택에 사는 막내고모네는 넓은 유리창으로 가끔 참새도 날아들고 제비도 날아들어 전속력으로 날아온 새들이 죽어 테라스에 떨어져 있는 걸 발견하는 일이 있어서, 신문지를 붙이곤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나마 이 영리한 작은 새는 전속력으로 날아와 몸을 부딪치는 게 아니라 작은 부리로 유리창을 톡톡 톡톡 두들기며 날갯짓을 하는데, 그게 하도 구석이라 건조대로 창이 절반도 넘게 가려져 있을 땐 보일 턱이 있나. 


이누무시키, 왜 들어오려고 그러느냐고 내가 창문 앞에서 오락가락 위협적인 몸짓을 보였더니 금방 포르르 벚나무로 날아가버렸는데, 겁도 없이 내가 가만 서 있으면 자꾸 또 날아와 그짓거리를 했다. 너 뭐냐? 밖에서 볼 땐 우리집 유리창에 나뭇가지 열매나 벌레들이 더 유혹적으로 비치나? 아래쪽은 베란다 난간 때문에 나무가 안 비칠텐데... 흠. 


집앞 벚나무와 살구나무에는 뭐 먹을 게 그리도 많은지, 버찌가 그렇게도 맛있는 먹이인지, 아니면 잎사귀마다 구석구석 작은 벌레들이 살고 있는지 아침마다, 아니 온 종일 온갖 종류의 새들이 날아와서 시끄럽게 먹어댄다. 산비둘기도 날아오고, 이름모를 각종 작은 새들이 와글와글... 참새는 아니던데. 


전면 유리나 거울로 된 대형건물엔 새들이 마구 날아들어 죽기 때문에 맹금류의 모양을 한 스티커를 붙여서 미리 도망가게 한단다. 그걸 버드세이버(bird-saver)라고 한다지? 우리집에도 맹금류 스티커를 붙여야하는 걸까, 그냥 살살 두들기는 거니깐 냅둬야하는 걸까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는 아무려나 인간으로선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일도 또 녀석이 창문을 두들길까?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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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피폐해져서 이젠 제목 정하기도 귀찮은가보다. 똑같은 제목에 번호붙이기 재미들렸나.

암튼 제 얼굴에 침뱉기 같은 아래 포스팅을 밀어내고자 뭔가 빨랑 새로운 포스팅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불쑥 작용했다. ㅎㅎ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광풍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듯 뉴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연일 충격적인 뉴스가 좀 많아야지;;) 하지만 대형병원엘 가면 당연하겠지만 아직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발열을 확인하는 간호사들이 곳곳에 앉아 있고, 진료 창구에선 문진용 쪽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거! 흥!


6월말이니까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더 어처구니 없었던 ㄷ병원. 이곳은 나름 종합병원이지만 병상수가 적은 2차병원이다. 엄마가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하셔서 보호자로 따라갔는데, 9시 예약이라 일찌감치 건물로 들어가려니 정문을 잠가놓았다. 메르스 확신 방지를 위해 <응급실>쪽 출구만 개방한다고 적혀 있었다. 엥? 응급실 출구를 오히려 피해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째뜬 8시 40분쯤... 응급실 입구로 다시 돌아가니 출입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냥 내시경센터로 가면 그뿐. 엄마팔뚝에 링거 꽂는 걸 보고 나서 보호자 대기실로 나왔던 나는 아침 커피를 사려고 다시 어슬렁어슬렁 커피숍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앗.. 이젠 응급실 입구와 별관 입구에 모두 간호사가 책상을 놓고 앉아 있다. 드나드는 사람들 모두 이마에 온도계를 대서 체온을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식. 물론 책상에 손 세정제가 놓여있긴 했지만 굳이 그걸 쓰진 않았다. 아이스커피를 사가지고 다시 본관 건물로 들어가려니, 별관에서 커피 사온 게 뻔한 나를 보고 그냥 패스~


한 4, 50분 지났나. 내시경을 끝내고 나온 엄마를 모시고 다시 별관이 있는 외과 진찰실로 향하는데, 별관 입구에서 이번엔 체온계로 발열도 확인하고 출입자의 모든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란다. 본관에서 이미하고 온 사람도, 좀 전에 별관에 왔었대도 또 하라고... 아 뭐야... 시간대별로 출입자 관리가 달라지는 건 또 뭐임?


메르스 환자나 의심자가 9시 이전에 그 병원에 들락거렸다면 아무런 제지가 없었단 얘기고, 심지어 9시 이후에 들락거렸대도 인적사항은 전혀 확인이 안 될 테고.... 출입자 목록은 분명 계속 적는 게 원칙이었을 테니 담당 간호사의 '성실함' 여부에 따라 출입자 인원파악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게다가 울 엄마는 마취제가 다 안 풀려서 글씨도 잘 안보이고 이름과 연락처 적는 난에 개발괴발... 이름도 엉터리 전화번호도 엉터리로 적으셨다. ㅋㅋ 역시 아무런 제재 없음.


형식적인 전시행정이 아니고 뭔가. 물론 가뜩이나 바쁘신 간호사 선생님들을 '겨우' 발열 체크 하는 걸로 빈틈없이 24시간 3교대로 돌릴 리가 없겠지. 위에서 시키니깐 뭔가 하는 척 정상 근무 시간에만 반짝 눈가리고 아웅...


지난주엔 대형대학병원인 ㅅ병원엘 갔는데, 진료카드를 기계에 대 확인을하자마자 문진용 쪽지를 내밀며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다른 병원에 갔는지, 갔다면 무슨 과였는지, 병원은 어느 동네였는지, 열이 있는지, 외국에 다녀온 적 있는지...  그래서 그 종이를 다 적어서 제출을 했느냐... 하면 아니다. 그냥 들고 다니다가, 누가 문진 했느냐고 물으면 했다고 대답하라는 것이 끝. 쪽지는 종일 갖고 다니다가 집에 와서 버렸다. 발열이나 문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 따로 관리하는 건가??? 암튼 역시나 뭥미 싶었다. 진짜로 메르스 의심자가 무지불식간에 뚜벅뚜벅 대학병원에 들어와서 문진 쪽지 작성하다가 콜록콜록 기침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면 어쩌려고?? 


좀 있으면 '종식'을 선언한다는데 정말로 바이러스라는 게 '종식'이 가능 한 건지 어쩐지...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던데 나는 도무지 답답해서 마스크를 쓸 수도 없고(안경에 김서려서리) 외출할 때 딱 한번이나 썼던가..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하는 요상한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참... 점점 더 용감해지는 것 같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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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어렵다 2

투덜일기 2015. 7. 14. 21:13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는 건 아니고 (대나무숲의 메아리도 무섭다;;) 비밀블로그에 5월중순부터 매일 따로 문제적 십대와 사는 고충을 일기로 적고 있는데 역시 스트레스 해소는 혼자 끄적이는 것만으로 되지 않는 것 같다. 해서 '문제적' 십대 씹기 포스팅 제2탄을 적어보기로. ㅋㅋ


대부분의 어린이도 그렇지만 십대는 채소를 제대로 안 먹고, (오로지) 고기를 좋아한다. 중고등학생을 둔 지인들에게 익히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아침마다 고기반찬을 해대게 될줄은 정녕 몰랐다. 친구들이 새벽부터 삽겹살을 굽기도 하고 갈비, 스테이크도 해먹이고 그런다는 얘기를 귓등으로 들을 땐 그냥 무쇠도 씹어먹을 남자애들 키우는 엄마들의 극성이려니 했었다. 어차피 오밤중에 집에 들어오는 고등학생은 집밥을 딱 한끼 아침에만 먹기 때문에  특별한 반찬으로 챙겨먹이는 걸 아침에 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 특히 요즘 남자애들은 공부도 공부지만 '키' 크는 게 중요하여, 아침에 고기 먹고 부지런히 학교 가서 얼른 또 농구 한판 때려주신다고... +_+ (186센티미터가 목표라나!) 고3되면 체력이 국력이라 엄마들도 저학년땐 의외로 아침운동을 지지한다네. (애들 수업시간에 존다고 체육 시간에 운동시키면 항의전화하는 엄마들 얘기는 또 뭔가.. 암튼 요지경 ㅋㅋ)


근데 이미 성장판이 닫혀버린 이노무 지지배도 꼬기반찬이 없으면 밥을 잘 안먹는다. 지네 집에서는 반찬투정 안하고 그냥 주는대로 먹었다는데 아 왜! +_+ (왜겠냐, 니가 만만한거지;) 놀랍게도 이 아이는 아침에 억지로 눈을 뜨자마자 바로 식탁으로 가서 아침밥을 먹으며 잠을 완전히 깨는 것이 습관이다. 잠도 덜 깬 아이 치고는 참 밥이 잘도 넘어간다고 놀랄밖에. 암튼 그래서 밥 먹으라고 수십번 깨우면 겨우 눈을 뜨자마자 묻는다. 반찬 뭔데?  으으으으...


최소한 달걀말이나 달걀찜은 있어줘야 하고, 주로 먹고싶다고 주문하는 건 제육볶음, 돼지고기 김치찜, 닭갈비, 훈제오리... +_+ 가뜩이나 두 모녀 엥겔계수도 높았는데 고기대장 십대까지 와 있으니 식비가 그야말로 엄청나다. 아침부터 닭갈비, 순대볶음 같은 거 만들고 있노라면 한숨이....  돌연 성질나고 땀 빼기 귀찮아지면 종종 몸에 나쁘거나 말거나 햄, 소시지, 베이컨, 명란젓(공주 취급 받던 시절부터 이상하게 좋아하던 반찬;;)으로 떼우고 있다. 십대들은 또 가공식품을 좋아하니깐!


십대들은 니옷내옷이 없다. 이건 이 아이 하나만 그러는 게 아닌 게 확실하다. 수년째 지켜봐온 경험치도 있고, 얼마 전 TV에 중학생이 된 최진실 딸이 나왔는데 비싼 파카 사줬더니 친구랑 바꿔입었다고 할머니가 잔소리하는 장면이 방송됐다. 아이고 쟤도 그러는구나 싶었다. 암튼 서로 옷 많아 보이려고 그러는 건지, 새옷이랍시고 사줘도 금방 보이질 않는다. 그옷 어쨌냐고 물으면 자기보다 친구한테 더 잘어울린다고 결론이 나서 바꿔입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고가의 옷인 경우 얼렁 찾아오라고 난리치면 알았다면서 차일피일.... 계절이 바뀌고서도 구경하기가 힘들다. 이 아이는 생일이 12월이라 주로 나와 할머니한테서 고가의 외투를 선물로 받아내는데 ㅠ.ㅠ 제대로 입고 다니는 걸 본 적이 별로 없다. 물어보면 친구네 집에 있다고...  그래서 이제 다시는 옷을 사주지 않겠다 결심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요번에 사준 셔츠도 입고 다니는 거 한 사흘 봤나... 어느날 문득 친구랑 바꿔입고 왔다더니 한달 넘게 안 받아온다. 바꿔입었던 옷은 또 딴아이한테 넘어갔다던데 ㅋㅋㅋ 암튼 친구 돌려줘야한다면서 빨아놓으라던 후드 티 몇 개가 아직도 그냥 옷방에 널려있다.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셰어카가  서서히 유행하고 있더더니만, 이 아이들은 셰어클로딩이냐 뭐냐. 난 아무리 돌이켜봐도 친구한테 괜스레 옷을 빌려입었거나 빌려준 적이 드문 것 같다. 비오는 날 쫄딱 젖었거나 음식 먹다가 대박 쏟아서, 친구 옷을 빌려입고 온 적은 있었다만 옷이 마음에 들거나 예뻐서 서로 바꿔입고 빌려입는다는 건 쫌... 그래도 친구가 안 입는다고 준 옷을 즐겨 입은 적은 있으니 이해해야 하는 건가. +_+ (가만 생각해보니 약간 '날나리'였던 사촌언니는 가끔 내 옷을 빌려가거나 자기 옷을 내게 '잠시' 빌려줘 입히려고 들었던 것도 같다. 대학 들어가자 마자 그 언니는 아직 십대였던 내게 자기 옷을 입혀선 가끔 신촌 '디스코장'엘 데려갔었다. ㅎㅎ) 집에서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입은 옷이 달라지는 십대들.. 생각해보면 지들은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흠...


딴 십대는 모르겠고 우리집에 있는 십대 지지배는 이어폰으로 음악듣다가, 문자질 하다가,  TV보다가 그냥 소파에서 잠든다. 일찌감치 잠자리로 쫓으면 싫단다. 그렁그렁 코고는 소리 내며 잤으면서 아직 안잔다고 큰 소리도 친다. 그리고 소파에 누워있는 게 편하다고...(아 물론 지네 집에서 침대생활 하다가 바닥에서 자려니 불편한 걸 수도;;) 종종 새벽 5시까지 안자고 떠들어댈 때도 있었지만 지도 체력이 딸리는지 그래도 요샌 3, 4시엔 잠드는 편인데 3시 전에 방에 가서 자라고 깨우면 일단 거부한다. 아 왜?! 그러다가 최소 3시는 넘어서 한번 더 잔소리를 해야 방으로 퇴청... 으휴.


역시나 모든 십대가 그러는 게 아님은 알지만 암튼 우리집에 있는 십대는 대화를 기피한다. 뭘 좀 꼬치꼬치 물으면 아왜?/뭐래.../아 몰라/몰라도 돼/저리가... 따위로 차단막을 친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애한테 어디서 만나냐고 물어도 대답은 "몰라"다. 얘기하기 싫다는 뜻이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죄다 시시콜콜 엄마에게 털어놓는 사춘기 십대들도 여전히 간혹 있다기에 부러운 마음이 드는데 (과거의 나도 대체로 그랬다. ㅠ.ㅠ), 아주  심한 경우, 후배 하나는 중학생 아들 목소리를 일주일간 단 한번도 들을 수가 없단다. 어린시절처럼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 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 좀 시킬라치면 인상 팍 쓰면서 제 방으로 쾅 문닫고 들어가기를 시전한단다. 조카는 사생활에 관한 게 아닌 한은 그래도 최근엔 대꾸를 해주기도 하고 제가 먼저 뭘 묻기도 해서--가령, "고모 이거 입으니깐 나 뚱뚱해보이지 않아?"라든지--좀 나아졌다고 믿고싶지만 여전히 속을 모르겠다. 말 대꾸 좀 해주는 것 같아서 얼른 다가가 앉으면 대번에 저리가라고 쫓는다. 무슨 비밀이 그리도 많은지 원... 


또한 십대는 휴대폰이 생명줄이다.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질 않는다. 자면서도 손에 쥐고 있을 정도.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노무 지지배는 최신형 아이폰6를 산지 두달 만에 잃어버렸다. 어떻게 한시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 아이가 그걸 잃어버릴 수 있는지는 불가사의다. 배터리가 떨어져서 못쓰는 도중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 변명. 게다가 새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말을 차마 못하고 학교에 빼앗겼다고 거짓말 했다가 들통난 사건에 이어, 마지막달 휴대폰 요금이 수십만원에 이르러 (아마 이것이 집에서 쫓겨난 결정적 원인이었을지도 ㅠ.ㅠ) 꼬진 기계로라도 새로 휴대폰을 사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단 착신 정지해놓고 약정기간 동안 기계값만 계속 내기로 한듯. 물론 요즘 십대는 휴대폰 없이 살 수가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혹시 '공기계'라는 것을 아시는지? 나 같은 사람은 한번 휴대폰을 사면 마르고 닳도록 망가질 때까지 쓰고 가능하면 기기도 반납해서 혜택을 받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을 쓰면서도 2년 약정기간이 끝나면 미련없이 새폰으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집집마다 쓰지않는 스마트폰 '공기계'가 더러 있는 모양. 해서 이 아이도 언제부턴가 누가 '빌려줬다'는 스마트폰 공기계 하나를 들고다닌다. 나도 영문을 잘 모르겠는데 그런 공기계는 일반전화도 안 되고 휴대폰 문자로 본인 확인을 해야 로그인을 할 수 있는 카톡도 불가능하지만, 음악을 듣는 건 물론이고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가 가능할 뿐더러 음성 통화기능도 쓸 수가 있단다! 그니깐 나나 제 부모는 절대 아이와 연락이 안되지만 페이스북을 하는 친구들 끼리는 아무런 어려움 없이--물론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난점이 있다--메시지와 통화를 주고받는다는 것! 물론 조카의 페이스북은 죄다 잠가놓아서 나로선 친구신청도 안되고 페이스북 메시지도 보낼 수 없다. ㅠ.ㅠ 


째뜬 이제 방학이 딱 일주일 남았다고, 고지가 바로 저기라고 안도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적 십대는 방학이 되어도 집에 돌아갈 마음이 없다. (왜 안 그렇겠나. 잔소리는 좀 하지만 퍽 만만한 고모와 할머니와 제 멋대로 할 수 있는 TV가 있는데;;) 아이 부모도 딱히 데려갈 마음이 없다. 애가 싫다는데 억지로 끌고갈 수도 없는 거고.. 데려다 놓고 또 속끓일 자신이 없는 모양이다. 나 역시 스트레스 만빵이지만 이제 방학했으니 무조건 집에 가라고 쫓아낼 배짱은 솔직히 없다. 고모랍시고 이게 잘하는 짓인지 전혀 확신이 없음에도.... 더 먼 곳으로 튕겨져나갈까봐 우리가 전전긍긍 두려워하는 걸, 아이는 벌써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하여간에 십대는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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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는 어렵다

투덜일기 2015. 7. 8. 22:20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 말이 요즘 애들은 종이 다른 인류인 것 같다고 했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알쏭달쏭, 그냥 받아들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실제로 희곡수업의 연장선에서 단체로 연극관람을 따라갔던 날 목격한 장면인데, 15학번이라는 여학생이 친구들이랑 재잘재잘 떠들다 말고 좀 떨어져 서 있는 우리(그러니깐 늙다리 교수와 교수 친구들)에게 달려오더니 한껏 애교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교수님, OO이가 자꾸 놀려염. 때려주떼염!" +_+ 

놀란 우리들이 나중에 은근히 친구를 놀렸다. 야, 너 대학교수 아니고 유치원 보모 같더라... 


물론 한두 명의 행동으로 다 싸잡아서 손가락질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건지도 모르지만,암튼 스무살 아이들도 제 앞가림 잘 못하고 유아적 행동양식을 버리지 못할진대, 십대는 오죽하랴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고 몸에서 사리가 나오든 말든 의연하게 버티려고 하고 있는데 진짜로 어렵다. 가정불화(?)로 집을 나온, 혹은 집에서 쫓겨난 십대 조카를 데리고 지낸지 두달이 다 되간다. 팔자에도 없는 고등학생 뒷바라지를 하느라 새벽밥 해먹이고, 종종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 밤마다 안자고 노는 애한테 빨랑 좀 자라고 하소연하고, 그래봤자 소용없이 악순환의 연속으로 아침이면 눈도 못뜨는 애를 열댓번씩 깨워서 또 아침을 먹이고... 으악... 


친구네 자식들은 대체로 너무도 모범생이어서 사교육도 제대로 안받고 대학에 척척 들어가거나, 특목고에서도 막 장학금을 받는 우수학생이거나, 혹간 재수를 하고 있더라도 제 부모 위할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들이던데, 살다살다 이런 십대는 정말 금시초문이다. (물론 그간 감추어졌던 속썩이는 십대들의 이야기를 알음알음 전해 들으며 약간 위로를 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양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ㅠ.ㅠ) 


엄청난 세대 차이 뿐만 아니라 과거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아도 약간 반항기는 있었으되 대체로 '모범생' 범주에 들었던 내가 '문제적' 십대 소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조카가 이미 중학생 때부터 학교에서 벌점 전교 1위를 도맡았던 아이인 걸 감안한다면 말이다... (하필 또 심히 규율이 엄한 학교를 다니긴 했다. 교복 치마 길이, 머리, 화장, 수업태도, 지각, 결석... 가뜩이나 까다로운 학교에서 조카는 그 모든 규정을 다 무시하고 거듭 위반했다. 님좀짱이심;;) 째뜬 뭐, 학교에서 치마 짧다고 머리 염색했다고 화장 진하다고 뭐라 그러는 건 나도 웃기는 규율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공부랑 무슨 상관이냐고... (교사들은 상관있다고 말할 테고 현실적 통계로도 어쩌면 상관 있겠지만 암튼...+_+)


물론 학교가 '사회적 규범'을 가르치고 몸에 배게하는 교육공간임은 알지만 매사 온몸으로 반항하는 존재도 한둘 있어야한다고 쿨하게 넘어가기로 하자. 하지만 그밖에도 내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십대의 행동양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대체 왜 그럴까 계속 고민해보지만 결론은 아무 이유가 없다는 것. 그냥 그들은 그런 또래라고 봐야하는 걸까. 


일단 이 녀석들은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밤새도록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통화하며 킬킬거린다. 학교 안 갈거냐고 아무리 잔소리 해도 소용없다. 잠이 안온다는 것이 핑계. 휴대폰 화면 오래 들여다보면 뇌파가 이상해져서 잠 안오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 따위는 개나 주라지..


아침엔 깨워도 당연히 못일어난다. 5분만, 10분만... 꼼지락거리다가 결국 매일같이 지각이다. 학교에서 지각비를 걷으면 뭘하나. 별 소용도 없다. 그러고선 학교 가면 당연히 수업시간 내내 엎어져 자겠지. 안봐도 비디오다.


늦게 일어나서 지각을 할 지언정 '화장기 없는' 얼굴로는 절대 등교하지 않는다. ㅠ.ㅠ 이젠 아주 차안에서 화장 마무리하는 것에 맛을 들여서 노상 나를 운전수로 써먹는다. 지각을 하든 말든 혼자 가! 라고 큰소리도 몇번 쳐보았지만... 이 무대포 십대는 보란듯히 1교시를 가뿐하게 째는 시간에 어슬렁 어슬렁 집을 나섰다. 맙소사...  결국 엄청난 지각비는 내 주머니에서 나갔다. ㅠ.ㅠ 


신발 신는 방법도 이상하다. 남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큰 운동화에, 여자애들은 제 사이즈보다 작은 운동화에 발을 구겨넣어 신는다. 아대체 왜??? 전족하는 옛날 중국 여자들도 아니고! 째뜬 요즘 여자애들은 신발이 앙증맞아 보여야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원래 사이즈와 상관없이 발을 구겨넣어 운동화도 작게 신는다. 운동화 사주러 갔다가 자꾸 내 운동화보다도 작은 걸 산다고 해서 한참 싸웠는데(중학생때만 해도 240 신던 아이가 지금 225를 신겠다고!), 조카애만 이상한 게 아니고, 요즘 여학생들 대체로 다 그렇다는 신발가게 직원의 말을 들었다. 그래서 운동화 디자인도 앞코가 짧아서 발이 작아보이는 모양이 인기란다. +_+ 반면에 남자애들은 한두치수 크게 신는 게 멋이라고. 280 정도는 신어줘야 키크고 늘씬한 남자로 인정된다나 뭐라나. 


하의실종이 대세임은 알지만, 십대들은 치마도 반바지도 너무 짧다. 처음에 몸만 달랑 우리집으로 온 터라 당장 입을 옷을 사줘야했는데 맙소사.. 백화점에선 층층마다 뺑뺑 돌았어도 아예 옷을 살 수가 없었다. 내 눈엔 충분히 짧은 미니스커트와 반바지도 너무 길어서 촌스러우시다고... ㅠ.ㅠ 결국 길거리 패션 천국인 이대앞으로 가서 길이가 딱 한뼘밖에 안되는 미니스커트와 함께 영 마뜩찮은 요란한 디자인의 티셔츠와 남방을 사줘야했다. 끙...


공부는 원래 타고난 것이고, 취미 없는 공부를 강요할 마음도 없으나 기말고사 기간인데도 평소와 아무런 차이 없이 TV 리모컨 아니면 휴대폰만 갖고 씨름하는 아이를 보며 이젠 잔소리할 전투력도 상실했다. 어차피 고등학생 된 이후로는 조카네 집에서도 방에 교과서 한 권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 책은 다 학교 사물함에 두고 다니는 물건이지 들고 다니는 게 아니란다. 당연히 연필이나 볼펜도 안 가지고 다닌다. 묵직한 화장품 파우치만 등교 필수품. @.,@ 그냥 학교만 잘 다녀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만든 놀라운 십대와 사는 건 하루하루 참으로 스트레스다. 오매불망 방학하기만 기다리는 중. ㅠ.ㅠ  방학만 해봐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도 다시 늬집으로 쫓아낼거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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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메르스와 자주 비교되고 있는 사스(SARS)는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이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重症急性呼吸器症候群)으로 번역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스는 "2002년 11월에 중화인민공화국 광둥 성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을 거쳐 세계적으로 확산된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에 의해 발병한다. 보통 잠복기는 2 ~ 7일이며, 10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메르스(MERS)는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약자로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번역되어 쓰이고 있다. 역시나 검색으로 긁어온 내용을 인용하자면 "메르스는 2012년 9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호흡기 전염병이다. 원인 바이러스는 베타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인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MERS-CoV)으로서, 박쥐에 있던 것이 다른 동물들에게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되는 호흡기 전염병인 사스(SARS)와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어 비교되고 있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감기 환자와 메르스 환자를 증상만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감기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하며, 서로 사촌뻘의 관계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창궐하는 추세로 보면 메르스가 아니라 '코르스'(KORS)라고 해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오고, 메르스라는 이름이 공포스러우니 우리말인 '신종변형감기' 정도로 이름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어느 여당 국회의원의 더 웃긴 제안도 들려온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명명제안이 아닐수 없다. 언제는 영어병 환자인양 아무데나 영어 이름을 붙이고 부르는 걸 좋아하더니 새삼 왜??


째뜬 똑같은 네 단어로 된 영어 병명을 약자로 줄여 부르면서 SARS 때는 '사스'라고 'R'을 빼먹더니만, 요번에 MERS는 왜 'R' 발음을 넣어서 '메르스'라고 읽는지 궁금해죽겠다. 국립국어원의 외래어표기법이야 기본 원칙이 있다고 하면서도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달라져 사람 속터지게 만들지만, 이런 초대박뉴스에 등장하는 영어단어의 명명법은 외래어표기법이나 맞춤법에 별로 관심없는 언론에서 먼서 쓰고 유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냥 어느 놈이 먼저 부르기 시작하면 죄다 따라 쓰는 거다. 요즘 웬만한 기사 하나 올라오면 모든 언론에서 똑같이 토씨하나 안 틀리고 베껴다 적는 것처럼.


아무려나, 그 제일 처음 명명한 누군가는 왜 사스 때의 발음을 전범으로 삼지 않고 '메르스'라고 적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사스 때처럼 R 없이 '메스'라고 하면 수술용 칼 생각이 나서 그랬을까?  cork의 올바른 표기가 '코르크'이므로 실은 사스 때도 '사르스'라고 했어야 옳은 것 같다. 근데 왜 그땐 아무도 '사르스'라고 부르지 않았지?? 


울 엄만 '메르스' 발음이 어려워서 한동안 '메르치' 혹은 '메르시'라고 불렀었다. 그때마다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메르치-며르치-멸치', 또는 '메르시-Merci-메르씨보꾸-멸치볶음'의 연상작용 때문이었다. 두 가지 다 결국 멸치와 연결되다니.. ㅎㅎㅎ 공교롭기도 하여라. 거기다 더불어서 불어로 '똥'을 가리켜 욕설로 잘 나오는 '메르드(Merde)!'까지 떠올리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세트다. 이 나라의 현 메르스 정국과는 물론 '메르드'가 가장 잘 어울림. 프랑스인의 발음은 '메흐드'에 가깝게 들리겠지만 어디까지나 프랑스어 R의 '올바른' 외래어표기법은 ㄹ. 


메스든 메르스든, 정부의 재난대처 무능력과 늑장 대응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버린 감염환자들이 빨리 쾌유되고 전국가적인 공포에서도 곧 벗어나게 되기를 빈다. 이 나라에선 국민의 목숨을 국가가 절대로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뼈아픈 사실을 이렇게 1년에 한 번씩 큰 사건으로 깨우쳐주지 않아도 우린 이제 다 알고 있는데... 참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형 재난사고를 수시로 겪고도 좀처럼 변하지 않고 매번 허둥대는 꼬라지만 보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런 일을 겪어야한다는 게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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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둠 과제 발표?

투덜일기 2015. 4. 15. 18:26

6학년짜리 조카가 어제 저녁에 난데없이 인터뷰(?) 요청을 했다. 엄밀히는 조카가 직접 한 것도 아니고 올케가 전화를 해서... +_+ 학교에서 '직업탐구'와 관련된 모둠 과제 발표가 있는데, 조카녀석이 자기 고모가 번역하는 사람인데 만나보면 어떻겠느냐고 같은 모둠 아이들에게 의견을 냈고 다들 동의를 했다나. 아 근데 왜 나한테는 미리 말도 안하고! 


암튼 과제 발표 및 제출 기한이 내일이므로, 마침 개교기념일이라 노는 날인 오늘 당장 인터뷰할 시간과 장소를 정해야 했다. 아 놔;;; 조원은 남자2, 여자 2인데, 여자애들은 다 바빠서 인터뷰에 참여할 수 없고 조카와 친구가 인터뷰를 진행하면, ppt파일 만드는 건 여자애들이 담당하기로 했다나 뭐라나...  


조카는 여자애들이 바쁘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추측했다. 말로는 학원에 간다지만 어차피 평일이라 당연히 오후에 갈 텐데, 오전이나 점심때쯤 한두 시간 짬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그냥 귀찮은 거라고...  말을 듣고 보니, 애 엄마도 아니면서 돌연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여자애들 워낙 영악해서 수행평가에서 특히 탁월한 솜씨를 보여 남자애들이 감히 따라가지도 못한다더니만... 귀찮고 생색 안나는 일은 남자애들 시키고, 지들은 그럴듯하게 다 해 놓은 과제 발표만 맡겠다는 심보인가? -_-+++


아무튼 난데없는 상황에 팔불출 고모는 거절할 수도 없고, 그저 따라나서는 수밖에. 으휴...

그래도 계속 투덜투덜... 출판사나 주변에서 하루 전에 이런 인터뷰 하라고 통보하면 절대 안해주는데! 정식으로 인터뷰를 하려면 미리 질문지를 주고 준비를 시켜야지! 했더니 녀석은 공책 반장 찢어 적은 질문 10가지를 쓱 내밀었다.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왜,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학력조건, 이제껏 번역한 책, 번역하며 느낀점, 포기하고 싶었던 적, 앞으로의 활동 계획.... 으아 인터뷰 질문이 꽤나 날카로웠다. 언젠가 대학생 애들이 물어본 내용이랑 하나도 다르지가 않잖아! 누가 정한 질문이냐고 물으니, 역시나... 다들 의논을 하긴 했지만 여자애 중 하나가 적어줬단다.


또 준비할 건 없으냐고 물었더니 번역한 책들 몇권 가져가라고. 심드렁하게 대충 말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어떤 책을 가져갈지 콕 찝어서 골라주었다. 영화 덕에 초 베스트셀러 됐던 그 책이랑... 번역과정에서 녀석이 계속 참견했던 최근 시리즈물이랑.... ^^;;

그러고는 약속장소로 가며 조카가 한 마디 또 했다. 너무 잘난 척 하지 말고, 겸손하게 인터뷰 해 줘, 고모! +_+


아무렴입쇼,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ㅋㅋ


사진도 찍어야해? 

응, 근데 얼굴 공개되는 거 싫으면 모자이크 처리해줄게. 

땡큐.. 근데 인터뷰 내용은 받아적을 거야, 녹음할 거야? 

받아적기도 하고 녹음도 할 거야. 근데 음성변조도 해줄게. 

으잉? 어.... 얼굴 모자이크 하고 음성변조하고 그러면... 좀 범죄자 같지 않을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거나... 으음.. 고맙긴 한데...

내맘이야!

아, 눼;; 그러세요 그럼...


덩치만 컸지 둘째라 집에선 아직도 애기처럼 굴고 노상 휴대폰 게임만 하는 것 같더니만, 밖에서 보니 녀석은 또 느낌이 달랐다. 뭔가 더 훨씬 의젓하고 진지하고... 친구랍시고 엄마를 대동하고 나타난 아이는 덩치가 조카녀석의 절반도 안되는 깡마른 몸매에 테리우스 머리! @.,@ 여자애들 못지 않게 찬찬하고 똘똘한 아이였고, 조카놈이 시키는 대로 인터뷰 질문과 진행은 그 녀석이 도맡았다. 조카 녀석은 마치 엔지니어나 PD라도 되는 듯 음성녹음을 실행하고 질문과 대답을 대충 메모하고, 내 대답이 길어지면 입모양으로 너무 길다고 눈치주고 그만 줄이라고 손짓을 하질 않나, 나름 총지휘 역할. 인터뷰 시작과 끝 마무리 멘트도 소곤소곤 친구에게 사주했다. ㅋㅋ 


카페 한 구석에 앉아서 녀석들이 시키는 대로 따박따박 대답하고 앉아 있으려니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민망하기도 하고 녀석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아 요즘 애들은 5, 6학년이면 벌써 이런 모둠 과제 발표를 하는구나. 중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대학생때도 수업에 조별 과제발표 꼭 있다던데 우왕... 


다른 모둠은 의사, 교수도 만나러 가고, 학교 선생님을 인터뷰하기로 한 애들도 있고, 방송국도 가고 했다는 말에 괜한 자격지심이 든 나는 다들 뭔가 직업이 더 빵빵한데, '겨우' 번역가로 경쟁이 되겠어? 물었더니 '당근'이란다. 뭐 그렇다면야 안심... 


남은 건 아이들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ppt를 얼마나 근사하게 만들어 발표를 하느냐는 건데, 결과물이 어떨지 진짜로 궁금해진다. 대담 원고 정리하고 사진 앉히고 그러는 건 아무래도 인터뷰에 직접 참여한 애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었는데 과연? 요즘 열혈 부모들은 따로 숙제 전담 과외선생을 붙이거나 전문가한테 돈을 주고라도 화려한 ppt 파일을 의뢰하고 난리라던데, 조카네 모둠 아이들은 겨우 반나절 머리 맞대고 어떤 걸 만들어낼지... 다 차려진 밥상에 밥숟갈만 얹으려고 했던 여자애들은 어떻게 거들기로 했을지 (조카는 걔네들이 도와준 게 하나도 없으니 이름을 아예 빼버리겠다고까지! ㅋㅋ)...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앉았다. 


하여간에 조카 덕분에 퍽 색다르고 신기하고 오글거리는 경험이었다. 계속 뭔가 더 밥벌이가 좋은 ㅠ.ㅠ 재미난 일은 없을까 기웃기웃하면서 자학했던 마음도 애들 질문에 대답하며 새삼 반성이 되었고... (미래는 불투명하고 가난하지만 무엇보다 보람 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게 중요하지 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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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궐

놀잇감 2015. 4. 4. 21:21

계속 흐린 날씨가 아쉬웠던 어제 경복궁.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꽃들이 뙇~~!

매화는 아닌 것 같은데... 누구는 그래도 매화가 맞다고 하고, 누구는 복숭아꽃이라 하고, 누구는 살구꽃이라고 하고... ㅋㅋㅋ 암튼 예쁜 봄꽃인 것만 확실하다. ^^ 맑고 파란 하늘 배경이었더라면 금상첨화겠으나, 안개가 낀 듯 구름이 내려앉은 흐린 잿빛 하늘 배경으로도 나름 운치 있다.​

자경전 꽃담 앞 살구꽃

사진 비율이 달라진 것으로 눈치 챈 분도 있겠지만, 이 사진은 내가 찍은 게 아니다. 나도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눌러댔는데 막 다 흔들리고 흐리고 구도 엉망이고.. ㅠ.ㅠ 해서 다른 선생님이 찍으신 사진으로 대신 퍼왔음.  ​

안 그래도 예쁜 꽃담 앞에 예쁜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이것이야말로 꽃대궐이구나 싶은 광경. 그러나 아쉽게도 경회루 수양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해서 올해는 구경 못하고 넘어갈듯. 2주에 한번으론 모든 꽃잔치를 다 만끽하기기가 어렵다. 

​역시나 딴분 사진. 할미꽃이 이렇게 집단으로 피어있다뉘.. 작년에도 봤지만 새삼 신기하고 놀랍다. 마치 튤립같지 않은가?? ^^;

이건 확실히 매화거든요..

이건 다시 내가 2주전에 찍은 태원전 앞 매화 사진.  막 피어나기 시작하고 있던 터라 만개한 꽃이 몇개 없었는데도 향기가 정말 그윽했고 벌들이 사방에서 날아와 붕붕 거렸었다. 덕분에 벌까지 포착하는 행운을 누렸는데, 어제 2주만에 다시 찾아갔더니 전날 밤 내린 비에 꽃은 거의 다 떨어지고 시들고... ㅠ.ㅠ 

헐겁든 쫀쫀하든 확실히 조직은 나와 맞지 않는 것 같고 일부 사람도 싫어졌고 한옥과 역사 공부도 시들하지만... 아직은 예쁜 꽃보며 궁궐 마당에서 걷는 운동(?)하는 걸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중. 이러다 지치면 뭐 나가떨어지겠지. ㅋㅋ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건 순전 뻥이다. 어디 감히...  추한 인간보다는 꽃이 확실히 더 향기롭고 아릅답다.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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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많아?

투덜일기 2014. 10. 19. 01:14

요즘 아이들은 모든 말에 접두어 '개'를 붙여 강조하는 게 추세다.

아 진짜 사람 개많다.

저 옷 개예뻐!

그 영화 개재밌대...


개죽음, 개박살, 개고생, 개나리, 개망초...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던 말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머잖아 개많다, 개좋다, 이런 말도 국립국어원 사전에 등록되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_-; 


암튼 어린 조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잠깐씩 뜻을 몰라 놀라거나 말이 느려지는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신조어는 '노잼'과 '꿀잼'.

'꿀잼'은 꿀재미의 준말이고 '이 게임 완전 꿀잼이(혹은 꿀재미)야' 식으로 쓰이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근데 그 반대말이 '노잼'인 줄은 정녕 몰랐었다. 9살 조카가 고모 그거 엄청 노잼이야 노잼, 그러는데 순간 멀뚱. 읭?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수밖에... 복사기나 팩스기에 종이 걸릴 때마다 '페이퍼 잼'이라고 뜨는 건 봤어도 나 원 참... 


심지어 답이 없단 뜻으로 '노답'이라는 말도 쓴단다. 영어와 우리말이 뒤섞인 노잼, 노답보다는 그래도 둘 다 우리말인 개많아, 개예뻐, 개좋아... 이런 말이 더 나은 건가? 


하여간에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인터넷 신조어(이를테면, '고나리'가 '오나전/완전'처럼 '관리'의 오타이면서 특별히 주시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는 걸 최근 알았다. ㅠ.ㅠ)와 아이들이 쓰는 축약어와 신조어들. 

따라가기가 벅차고 어렵다. 휴... 내가 점점 나이든 꼰대가 되어가는 게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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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인생

투덜일기 2014. 9. 11. 21:37

전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아직도 가끔씩 조카의 학원 앞으로 시간 맞춰 픽업을 간다. 서로 미리 말을 맞추지 않아도 우리의 접선지점은 늘 학원 건물 골목 입구의 편의점 앞. 물론 붐비는 곳이라 차를 세울 곳이 마땅치 않으면 한바퀴 다시 근방을 돌아야할 때도 있고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며 어느쪽으로 더 오라고 문자를 넣어놓기도 한다. 


그런 날이 두어달 이상 반복되자 이젠 나처럼 픽업 나온 몇몇 자동차까지도 눈에 익었다. 그 중 아무래도 시선이 가는 건 조카와 똑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태워가는 자동차들. 나는 멍하니 기다리며 허비하는 시간이 아깝고 싫어서 학원 마치는 시간을 아주 딱 맞춰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거의 6시면 6시, 6시반이면 6시반 정각에 학원 골목으로 들어선다. 그럴때 늘 나보다 먼저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고 기다리는 차가 있는데, 조카와 같은 반은 아니고 같은 학년이라는 몸집 작은 아이를 데리러 오신 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그 아이는 학원에서 나오면 할아버지 차를 향해 후다다닥 뛰어간다. 다음 학원으로 재빨리 이동해야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기다리는 할아버지에게 미안해서 또는 반가워서 뛰어가는 것일까 궁금하지만 알아볼 길은 없다. 아주 가끔 30분 넘게 기다리느라 붉으락푸르락 아 대체 왜 안끝나느냐고 조급한 문자를 서너개나 보내놓아도 절대 뛰는 법 없이 느긋하게 걸어와, 고모 안녕, 그러는 조카와 참 다르구나 할 뿐이다. ^^


또 다른 빨간 차는 조카와 같은 반이라는 ㅅㅇ의 엄마라는데, 나보다 빨랑 데리러 온 적은 한두 번 밖에 없는 것 같다. 어리바리 대타를 뛰는 나보다 학원의 생리를 더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이놈의 학원선생은 수업시간이 끝나도 아이들이 정해진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붙잡아놓고 끝까지 다 풀게 한단다. 혹시 숙제를 안 해가면 벌로 남아서 예전 숙제를 다 해야 집에 보내준다고.... ㅋㅋ  암튼 그 녀석과 나의 조카는 분명 엄마와 고모가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느긋하다. 심지어는 잠깐만 더 기다리라며 우르르 친구들과 편의점으로 쏙 들어갈 때도 있다. 누군가 차로 데리러 온 아이들도, 그냥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집으로 가는 아이들도 '다음 사교육'의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간단히 요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나의 조카는 대개 우리집으로 저녁 먹으러 오거나 바삐 다음 과외를 위해 지네 집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편의점에 들러 간식 먹을 필요도 시간도 없는데, 이놈이 간혹 친구들에게 '티머니로 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호기를 부리는 거다. 아 놔;;;


보아하니 부지런하게 애들을 실어나르는 엄마나 조부모들은 아예 미리 준비해간 간식을 차에서 먹이는 것 같다. 올케도 학교에서 기다리다 학원으로 데려가며 늘 차에서 뭔가를 먹였다고 들었다. 편의점에 우르르 몰려다니며 별로 몸에 안 좋은 간식을 사먹는 행동 자체가 못마땅하다나. 하지만 편의점 앞에서 넋놓고 기다리다보면 주변 학원에서 쏟아져나온 아이들이 편의점에 언제나 드글드글하다. 그나마 노란 봉고에 실려 각각의 행선지로 실려가거나 엄마들이 차로 나르는 초등학생들은 빈도수가 덜하고, 대개는 중학생 고객들이다. (그 주변에 고딩들을 위한 대입학원은 없다;;)


대체 뭘 먹나 지켜보니 여학생들은 대개 간단하게 삼각김밥을 선택하는 것 같고, 남학생들은 컵라면이나 사발면 따위를 많이 먹는다. 물론 빵이랑 음료수를 먹는 애들도 있고, 사발면에 삼각김밥을 같이 먹기도 하고. 그러고도 뭔가 부족한지 편의점을 나올 때는 음료수와 봉지과자를 하나씩 들고나오기도... 


학원수업은 월수금이나 화목토, 일주일에 세번이니 그 아이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세번 편의점에서 저녁끼니를 때우는 건가, 아님 그냥 간식인가 궁금하다. 옛날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학교 파하고 내려오다 문방구나 분식점에서 꼭 뭘 사먹고 집에 와서도 또 저녁을 먹었으니, 삼각김밥이나 사발면이 모든 아이들의 온전한 끼니는 아닐 거라 믿고 싶다. 하지만 요즘 중학생들의 사교육 스케줄을 감안한다면.... 흠 모르겠다. 


올해 드디어 자식 입시 뒷바라지에서 벗어난 친구 하나는 중학교 3년간 매일 저녁도시락을 싸가지고 아들을 이학원 저학원으로 실어나르더니 염원하던 외고엘 보내는데 성공을 거두었었다. 자기가 도시락을 안싸면 애가 떡복이나 김밥, 편의점 삼각김밥, 빵 같은 걸 대충 먹고 학원에 가서 오밤중까지 공부해야 하는데 그럼 키가 제대로 안큰다나 뭐라나... 어휴... 그나마 고등학생 되니깐 아침부터 아예 하루 3끼를 학교 급식으로 해결해서 더 편했다고 들었다. 친구가 열혈 전업주부였으니망정이지, 일하는 엄마였다면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분식점이나 편의점에서 노상 저녁을 해결하고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했을 거다.


호기롭게 엄마가 충전해준 티머니로 친구들에게 간식을 쏘겠다는 조카를 말리러(티머니는 버스 타라고 충전해준 거지! 뭐 사먹으라고 넣어준 게 아니거든!) 나도 편의점에 따라 들어간 적이 있다. 아무래도 조카는 티머니 인형을 기계에 대고 '띠릭~' 결제하는  행위 자체가 재미있고 멋져보이는 모양이었지만, 그렇게 생생내다가 티머니에 돈이 얼마 남은지도 몰라서 버스에서 쫓겨내린 전적이 있는 걸 알기에 그날 친구들의 간식값은 '무수리 고모'가 내주었다. 


편의점 카운터에 서 있는 사람은 나이 지긋한 아저씨(혹시 주인일까?)와 알바생인 듯한 청년. 몇시부터 일했는지 모르지만 둘 다 얼굴 가득 피곤함과 짜증이 담겨있었다. 편의점 앞에서 조카를 기다리는 동안 가끔 이따~만한 쓰레기봉지를 내다 놓으러 나오는 알바생을 보며 난 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중고딩때 노상 학원가기 전에 편의점에서 저녁 때우던 아이가 커서 다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게 되는 편의점 인생의 반복...  오늘도 편의점에 들러 바글바글 바삐 배를 채우던 아이들 중에 혹시 편의점 알바생이 자신의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걸 짐작하는 아이들이 과연 있을까.

 

날이 더워선가, 오늘따라 교복대신 죄다 체육복 반바지 차림으로 편의점으로 몰려 들어가는 중학생들을 보고 있으려니 철커덕 조카가 차문을 열었다. 쓸데없는 상념 끝. 카레이서 고모로 변신해 15분만에 휭허니 조카를 지네 집으로 모셔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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