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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10.11 이상한 일 2 14
  3. 2009.10.05 마이크가 궁금해 10
  4. 2008.02.27 이상한 일 10

요즘 여자

투덜일기 2009. 10. 30. 15:08

얼마 전 방송계에 복귀한 개그맨 이성미가 방송에서 얼핏 하는 말을 들었는데, 그 바닥에서 자기가 너무 오래 돼 화석 같은 존재가 된 느낌이라는 하소연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얼핏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이 차가 꽤 나는 지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내가 울 엄마나 아버지가 그 옛날 피난 갔을 때 경험담을 들으며 보였던 신기하고 뜨악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예를 들면,
"나 어렸을 땐 달걀이 귀하고 비싸서, 외삼촌 따라 달걀 프라이 하나 간식으로 얻어 먹는 게 엄청난 행복이었지..."
"어린이날 되면 학부형들이 학교에 와서 줄줄이사탕, 라면땅  같은 과자를 선물로 나누어 주었는데, 새로운 엄마들이 학교 운동장에 나타날 때마다 다들 목을 쭉 빼고 누구 엄마일까 기대를 했다니까..."
"옛날엔 전화세가 워낙 비싸서 우리집에도 처음 전화가 생긴 게 나 중1 때였나 그랬어.."
같은 이야기들.
우리 조부모님 세대와 부모님 세대만 파란만장한 시대의 변천을 겪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인간의 평균수명으로 따지면 누구나 파란만장한 시대의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그러다보니 어느덧 나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순히 공유하기 어려운 추억 때문에라도 점점 나이든 세대로 떠밀려나고 있는 기분이고, 특히 <요즘 여자>의 범주엔 도무지 들어갈 자신이 없다.

가끔 연애 중인 남자 후배들한테 <요즘 여자애들 왜 그래요?>라는 푸념 섞인 질문을 받곤 하는데, <요즘 여자>가 다 그런 거 아니라고 버럭 호통을 쳐주긴 하지만 나 역시 <대다수의> 요즘 여자들을 이해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개그콘서트에서 <남성인권보장위원회>의 이름으로 풍자하고 꼬집는 요즘 여자애들의 세태에 나도 웃음지을 수 있는 이유는 역시나 내 눈에도 그들이 못마땅하기 때문일 거다. 어렵사리 연애를 시작한 남자 후배들은 연봉의 고하를 막론하고, 연애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멋있고 맛있는 곳으로 <다 알아서> 데이트 코스를 확보해 놓아야함은 물론이고, 차 없이는 데이트가 불가능하다고 믿는데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로는 <당연히> 명품가방이나 구두, 최소한 지갑이나 명품 귀고리라도 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여자친구의 비위를 맞추려니 경제적인 타격도 엄청나고 가치관마저 뒤흔들릴 지경이라나.
"안 그런 여자애들도 얼마나 많은데! 그런 골빈당하곤 당장 헤어져!"라고 해주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른 <건전한 사고를 지닌> 여자애들을 소개해줄 것도 아니고 그럴 만큼 그들의 인생에 간섭할 권리도 없으니 같이 한숨을 쉬어주는 것밖엔 별 도리가 없다. 게다가 그런 줄 몰랐는데, 차츰 이른바 <된장녀>의 특징을 드러내기 시작한 지인들도 꽤 되는 마당이라, 역시 나는 이 사회에서 확실히 소수에 속하는 삐딱이구나 싶은 생각이 더 강해졌다.
얼마 전에 만난 후배와도 10년 가까이 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나와 비슷하게 소박하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여겼던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예전의 소박함은 단순히 경제적인 여유가 덜 허락되었기 때문이었고, 이젠 어느 정도 수입을 갖추고 나더니 보란듯이 명품족의 반열에 올라섰다. 처음 그녀가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로고 선명한 <루이뷔통> 숄더백을 들고 나왔을 때 난 눈쌀을 좀 찌푸렸지만, <튼튼하고 편하고 스타일이 산다>며 자화자찬을 하는 후배에게 <난 명품 좋은 줄을 모르는 촌닭이라서 잘 모르겠다>고만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헌데 그 다음에 만났을 때도 알록달록 로고가 선명히 찍힌 앙증맞은 명품 핸드백을 들고나오더니, 얼마전엔 또 다시 새로운 명품가방에다 페라가모 구두까지 신고 나와선 명품 예찬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급기야 겨울 부츠를 사고 싶은데 이왕이면 남들과 차별화되게 명품으로 신겠다며, 페라가모, 디올, 프라다, 루이뷔통, 구찌, 버버리까지... 명품관을 죄다 섭렵하며 부츠를 신어보고 아직 시기가 너무 일러 수입도 되지 않은 부츠의 가격을 살폈다. "언니도 페라가모 구두 한번 신어보세요, 진짜 편해요!"라면서...

명품구두를 선호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자동차 데이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구두는 어디나 카펫이 생활화되어 있는 서구식 생활에 맞춰 나온 신발이라 밑바닥이 몹시 얇아 우리나라처럼 맨바닥이 지천인 곳을 마구 걸어다니면 한달도 안 돼 바닥이 닳아버릴 테니까. 그래서 다들 밑바닥을 덧대어 신는다는데, 과연 그런 구두가 편해봤자지 나 같은 청바지 인생에게 운동화보다 편할까?
꼭 갖고 싶은 예쁜 물건이 있는데 그게 마침 명품이라 선택하는 것을 뭐라 나무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 역시 나만의 멋진 가방을 꿈꾸던 시절, 정말로 마음에 꼭 차는 가방이 명품밖에 없다면 거금을 들여서라도 살 수 있겠다는 쪽으로 마음을 넓혀놓은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명품 가방 몇 개 없으면 체면과 품위가 안선다고 생각하며 카드빚을 갚느라 돌려막기에 허덕이면서도 명품만 찾는 요즘 젊은 여자들의 생각을 나는 정말이지 이해 못하겠다.  
얼마 전 연애 100일을 맞아 커플링을 하게 된 후배는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청했는데, 연애 조언을 하기엔 너무도 늙어버린(!) 나는 괜히 쓸데없는 고민 하지 말고 여자친구랑 의논해서 정하라고  딱 잘라 말했다. 비록 내가 <요즘 여자>의 범주엔 들지 않을망정, 촌스런 남자의 안목으로 고른 이상한 커플링을 끼고 싶어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쯤은 안다 이거지. 아니나 다를까, 그 여자애는 금은방이나 악세서리 체인점의 커플링을 단박에 거절하고, <티파니> 반지를 껴야한다고 했단다. -_-;; 물론 티파니 백금반지를 사줄만한 재력이 안 되는 후배였기에 그 커플은 <티파니 은반지>로 커플링을 장만했고, 그 돈이면 금은방에서 충분히 금반지를 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하던 후배는 나에게 또 한 번 <요즘 여자애들 대체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오드리 햅번의 우아한 자태가 인상적인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란 영화 이후, 웬만한 여자들이 품고 있는 티파니 선망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 오드리 햅번도 만날 커피들고 빵으로 아침 먹으며 티파니 쇼윈도를 구경만 했단 말이지!!
이왕이면 웨딩드레스는 <베라왕>을 입으면 좋겠다는 말을 슬쩍 흘렸다는 그 여자친구의 얘기를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가 연예인인 줄 아나봐! 니가 내 동생이었으면 그런 정신나간 미친년하고는 당장 헤어지라고 조언하겠다만, 니가 알아서 해라."고.  

바야흐로 결혼 시즌이라 여기저기 청첩장도 날아들고 다행히 소문만 듣고 지나도 되는 결혼식의 소식도 들려오지만 <요즘 여자>들의 결혼풍속도 역시 천편일률적이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면야 당연히 초호화판으로 치를 것이고, 심지어 전세금이 모자라 월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하는 한이 있어도, 결혼식장은 반드시 <호텔>이거나 <호텔급>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단다. 그러고는 몇년간 통 연락도 않던 이들에게 축의금 확보를 위한 전화를 해대고, 결혼식 이후엔 당연히 입을 싹 닦듯 다시 연락을 끊는다. 심지어 아주 괘씸했던 어느 인간은 축하객은 안오고 축의금만 보내주는 것이 자기에게도 이득이라고, 7만원에서 10만원을 호가하는 호텔 결혼식 밥값을 생각하면 자잘한 축의금 봉투 들고 어중이떠중이 다 오는 것도 반갑지 않다고 했단다. 결혼식도 장사하듯 계산속을 보이는 인간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 여자애들> 정말 무섭다. 얼마 남지 않은 반갑지 않은 결혼식의 주인공도 분명 그런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방에 연락은 했으되, 멀고 먼 지방 결혼식까지 가야하는 친구들의 편의는 나몰라라 하는 그녀의 과거 행적을 감안해볼 때, <니들이 손수 비싼 차비 들여 올테면 오고 못 그러겠으면 양심상 축의금만 보내라>고. 흥!

더욱 슬픈 건 저런 <요즘 여자>들이 죄다 그럭저럭 <요즘 엄마>가 되어 돈과 경제적 성공밖에 모르는 천박한 사고방식으로 아이들 교육을 시킬 거라는 점이다. 보나마나 뻔한 악순환의 연속. 안 그런 요즘 여자들도 많다고 목소리를 높이고는 싶지만, 이젠 정말 잘 모르겠다. 난 이제 확실히 옛날 여자란 것만 확실해질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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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2

투덜일기 2009. 10. 11. 16:05

오래된 주택가의 오래된 집에 살다보면 난데없이 날아든 벌레와 조우하는 경우가 많다.
벌레 쪽에서 생각하면 참 재수없게 걸려든 셈인데, 분명 밖이 빤히 보여 탈출을 시도하려고 달려들면 보이지 않는 벽이 막아서니, 유리에 온몸을 던지듯 비행하다 내는 그들의 소리는 아무리 미약해도 처참하다.

며칠 전 저녁에 들려온 소리도 딱 그런 것 같았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모르겠지만 가끔 집안에 침입해 나갈 곳을 찾아 이리저리 벽과 문에 몸을 부딪쳐대는 노린재나 벌, 파리가 내는 소리...
뒷베란다로 통하는 쪽문 근처에서 나는 소리의 방향은 알겠는데 아무리 천장과 문 주변을 살펴도 문제의 소리를 내는 주인공은 보이질 않았다.
게다가 날벌레가 유리창에 몸을 던지는 소리는 붕~ 하는 비행음과 함께 톡 소리가 나는데, 이번엔 좀 다른 소리였다. 톡..톡.. 마치 누군가 일부러 문을 살며시 두들기는 것처럼 연달아 나는 소리는 흠칫 놀란 내가 다가가면 사라졌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으려면 다시 들려왔다. 톡톡..

돌연 좀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뒷베란다로 이어지는 쪽문을 쳐다보다 드디어 내가 발견한 것은 유리문 아래쪽으로 어른어른 비치는 작은 연두색 형체. 연두색 생명체는 정말로 내게 문을 열어달라는 듯 팔을 들어 문을 두들겼다. 톡톡. 그러고는 숨바꼭질을 하듯 몸을 숨기더니 한참 뒤에 다시 유리문에 매달려 팔을 들었다. 톡톡.

1초쯤 되는 짧은 시간동안 여러 가능성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언젠가 SF 영화에서 본 연두색 소형 우주인? 설마... 그럼 개구리? 집근처엔 개울도 없는데? 아직 동면 들어갈 때 안 됐나? 쥐가 연두색일 리는 없고? 혹시 돌연변이?
자꾸 톡톡 유리문을 두들겨 대는 건 신경에 거슬렸지만, 두려운 마음과 호기심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나는 결국 가장 두려운 가능성, <돌연변이 생쥐>는 아닐 것이라고 마음을 달래며 결국 문을 열어보았다. 문 열어달라고 청하듯 톡톡 문을 두들겨대던 괴생물은 내가 문을 확 열자 후다닥 문설주 쪽으로 달아났는데...
격자무늬가 들어간 반투명 유리문 때문에 확대효과가 생겼던지(아니면 놀란 내 머리가 순간적으로 시각영상을 왜곡시켰거나)  실물은 유리문 안쪽에서 보던 것보다 작았고, 기다란 팔을 들어 유리문을 두들겼던 녀석의 정체는 바로 <사마귀>였다. 연두색으로 보였던 건 녀석의 배부분이 방안 조명을 받았기 때문이었고, 사람처럼 곧추 서서 팔을 들고 문을 두들겼다고 생각했던 사마귀의 앞다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굵지도 않았다. 물론 일반 사마귀보다는 훨씬 덩치가 큰 녀석이긴 했다. 길이가 10센티미터도 넘고 몸통도 굵어 도대체 어떻게 뒷베란다로 들어왔을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보일러 배기통 주변에 유리가 벌어져 있긴 하지만 그 사이로 기어들어오긴 힘들었을 것도 같은데...

사마귀가 익충인지 해충인지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나는 가지치기 때 사두었던 손바닥에 빨간 고무를 입힌 목장갑을 얼른 꺼내왔다. 맨손으론 못잡을 테니 두툼한 장갑을 끼고서라도 얼른 붙잡아 밖으로 내보낼 계획이었다. 메뚜기처럼 펄쩍 튀어 달아나면 어쩌나 염려했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그랬는지 어딘가 부상을 당했기 때문인지 원래 사마귀의 동작이 그렇게 굼뜬 것인지 녀석은 별 요동없이 얌전하게 내 손에 잡혀들었고, 나는 얼른 방충문을 열고 들꽃이 잔뜩 피어 있는 집 뒤쪽으로 녀석을 던져버렸다. 

이상한 일이라고 포스팅한 기억도 있는 지렁이가 며칠 전에도 또 다시 목욕탕 바닥에 출현하더니만 이번엔 사마귀가 유리문을 다 두들기고 나 원 참... 별일이 다 있다. 가을에 접어들어 먹을 게 부족했거나 혹시 죽을 자리를 찾으려던 사마귀였던 건 아닌가 검색을 해보니, 크기로 보아 그냥 사마귀가 아니라 왕사마귀란다. 보통 사마귀는 싸움꾼 같은 생김새 답게 11월까지도 생존한다는데, 덩치 큰 왕사마귀는 10월까지만 산다고.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그 녀석은 대체 어쩌다가 남의 집에 들어와 감히 인간에게 문을 열라고 두들겨댔는지. 
문득 어린 시절 메뚜기를 잡아다가 애완용으로 길러보겠다며 네모난 각휴지 통이나 박카스 상자에 풀과 함께 넣어 두었던 기억이 났다.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메뚜기가 죽어버리는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풀을 바닥에 푹신하게 깔아주고 숨구멍도 더 많이 뚫어주고 먹을 물까지 넣어주어도 메뚜기는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늘 죽어버렸고, 그 뒤로는 메뚜기를 잡았다가도 조금 데리고 놀다 그냥 놓아주었던 것 같다. 물론 어린아이들의 손을 타 어딘가 부상을 입었을 메뚜기가 무사히 한철을 살아냈을지는 알 수 없다. 장갑 낀 손으로 한껏 힘을 빼고 잡긴 했지만, 며칠 전 내가 잡았던 사마귀도 어딘가 속으로 병이 들어 자유를 찾자마자 비실비실 죽어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부디 그러진 않았기를... 
어디나 걸핏하면 무너뜨리고 새로 짓고 파헤치는 세상이다 보니 나에겐 사마귀 한마리, 지렁이 한마리도 귀하게 느껴진다. 메뚜기와 사마귀, 호랑나비는 그 옛날 우리집 마당에서 수시로 보던 곤충인데 요즘 아이들은 과학 체험관에나 가야 만날 수 있으니 원... 세상 자체가 이상해진 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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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가 궁금해

놀잇감 2009. 10. 5. 15:55
얼마 전 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이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집권 가능성을 점치면서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다 결국 압승했을 때 나는 꽤 흥미로워하면서 이웃나라의 정치상황을 지켜보았다. <미녀 자객>이라는 용어는 심히 못마땅하지만(우리나라에도 미모를 무기로 믿고 까부는 여성정치인이 꽤 있다!)  정치 경력이 전혀 없는 젊은 여성들이 노회한 자민당 세습의원들을 당당히 누르고 승리를 거둔 것도 괜스레 뿌듯했다. 물론 그들이 정말로 훌륭한 정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일이지만, 기득권층 치고 깨끗한 인간은 하나도 안 남은 것이 분명한 이 나라 정치판과는 확실히 달라보이는 아마추어 분위기가 어쩌면 진정한 서민을 위한 사회를 만드는 기반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벌써부터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좀 염려스럽기는 하지만 60년만에 변화를 꿈꾼 일본 국민들이니 어떻게든 변화를 이루어내지 않을까.

어쨌거나 이 포스팅의 목적은 일본 정치 얘기가 아니라 마이크 얘기였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다. 민주당 총선 소식을 계속 접하며 나는 뉴스 장면에서 색다른 걸 발견했다. 29세의 나이와 150cm의 단신이라는 점이 늘 화제로 떠올랐던 후쿠다 에리코의 유세 장면에서도,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의 당선인사 장면에서도 계속 유선 마이크를 묶어 들고 있는 모습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형편없는 기억력 탓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공식 기자회견장이 아닌 한 우리나라에선 정치인이든 연예인이든 옥외 인터뷰를 할 때 너무도 당연히 무선 마이크를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본인이 들고 있든 기자들이 앞다투어 내밀고 있든, 무전기 모양에 시커먼 색깔의 무선 마이크를 들고 인터뷰를 시도하지 않던가 말이다.


생각해보니, 최근에 열린 할리우드 레드카펫 행사 같은데서도 방송사 인터뷰를 청하는 이들은 대부분 방송사 로고가 선명히 매달린 유선마이크를 들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레드카펫 행사를 취재하는 방송인도 너도나도 간편한 무선 마이크를 들이대는데 반해서.
확실히 편리하긴 해도 화면으로 보기엔 아무래도 모양이 빠지는 무선 마이크를 그들이 꺼려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IT강국이라는 이 나라만 유독 무선마이크 사용을 선호하는 건지 몹시 궁금하다.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이외에서도 무선마이크를 많이들 쓰는데 내가 그냥 못본 것일까? 아니면 정말로 우리나라만 무선마이크를 많이 사용하는 것일까. 부산영화제 레드카펫 행사 때는 어떨지 새삼 눈여겨 봐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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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

삶꾸러미 2008. 2. 27. 17:35
아주 가끔 신경줄이 너무 팽팽해지면 있는 일이긴 하지만 연일 불면에 시달린다.
머릿속이 멍해져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도무지 진전이 되질 않는 아침이면
그냥 스르르 누워 5분만에 잠들어야 정상인데
그렇게 누워 몇시간씩 끙끙대다 보면 그냥 오후가 되어 버리는 거다.
36시간도 내쳐 잘 수 있다고 장담하는 자타공인 잠순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원고 마감일도 연장 받았는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잠과 식탐은 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불면 때문에 편두통이 생긴것도 모자라 식욕이 없다.
끼니 때를 지나 배가 고프면 화가 나고 공격적으로 변하며 손이 벌벌 떨리는 증상을 갖고 있는 내가
식욕이 없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다.
오늘 아직 한끼도 먹지 않았는데 배도 안 고프다. 이건 더 이상하다. -_-;;

그리고 가장 이상한 일은 우리집 목욕탕에서 '지렁이'가 발견된 것.
루인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어젯밤 기겁한 일이 떠올랐다. ^^
오래된 옛날 집에 살면 여름 한철 온갖 벌레들과 만나게 되긴 하지만
난데없이 겨울 목욕탕 바닥에 지렁이 출현이라니 어찌나 놀랐던지.

하수구를 타고 올라온 모양이던데 느릿느릿 미끄러운 타일 바닥에서 방황하는 지렁이를 보고는
처음엔 내 눈과 시력을 의심했고
그 다음엔 기겁하며 비명을 지를 뻔했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고민하다 열심히 물을 부어 다시 온 길로 돌려보냈다. -_-''

오래된 집이라도 다행히 바퀴벌레와 개미는 출몰하지 않는 반면
여름이면 노린재, 매미, 벌, 이름모를 풀벌레 따위가 날아드는데
그럴 때면 나는 그들을 종이 양탄자에 태워 다시 밖으로 살려보내곤 한다.
그런 기억 때문에 어젯밤엔 지렁이도 어떻게든 집어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퍼뜩
들었는데 그랬다간 얼어죽고 말 것 같았다.

오래된 하수구엔 분명 깨진 틈이 있었을 것이고 그 틈으로 기어오른 것이 하필 우리집 목욕탕이란
얘긴데... 온갖 더러운 물과 비눗물이 내려가는 우리 집 하수구 밑에서 지렁이가 살아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최근에 지렁이를 본 건 작년 여름 하남시에 있는 외삼촌 댁 텃밭에서 감자를 캘 때였는데!

그러고 보니 십수년 전엔 비가 온 뒤 집앞 언덕을 내려가는 일이 참 고역이었다.
여기저기 지렁이들이 길고 뻘건 몸을 뒤틀며 느릿느릿 지나가거나
자동차에 치여 처참한 시체로 널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비가 온 뒤에도 지렁이를 본 적이 거의 없어 공해 때문에 우리 동네 지렁이들도 죄다
어디로 이사를 갔거나 몰살당했나 보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근처 땅속에 살아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상하기 보다는 신기한 일이긴 하지만
목욕탕에 출현한 지렁이. 암튼 별 일 다 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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