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이 피폐해져서 이젠 제목 정하기도 귀찮은가보다. 똑같은 제목에 번호붙이기 재미들렸나.

암튼 제 얼굴에 침뱉기 같은 아래 포스팅을 밀어내고자 뭔가 빨랑 새로운 포스팅을 해야한다는 강박감이 불쑥 작용했다. ㅎㅎ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메르스 광풍이 서서히 잦아들고 있는 듯 뉴스에선 좀처럼 보기 힘들다. (연일 충격적인 뉴스가 좀 많아야지;;) 하지만 대형병원엘 가면 당연하겠지만 아직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발열을 확인하는 간호사들이 곳곳에 앉아 있고, 진료 창구에선 문진용 쪽지를 나눠주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다 눈가리고 아웅이라는거! 흥!


6월말이니까 좀 지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래서 더 어처구니 없었던 ㄷ병원. 이곳은 나름 종합병원이지만 병상수가 적은 2차병원이다. 엄마가 대장내시경을 받기로 하셔서 보호자로 따라갔는데, 9시 예약이라 일찌감치 건물로 들어가려니 정문을 잠가놓았다. 메르스 확신 방지를 위해 <응급실>쪽 출구만 개방한다고 적혀 있었다. 엥? 응급실 출구를 오히려 피해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째뜬 8시 40분쯤... 응급실 입구로 다시 돌아가니 출입을 지키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냥 내시경센터로 가면 그뿐. 엄마팔뚝에 링거 꽂는 걸 보고 나서 보호자 대기실로 나왔던 나는 아침 커피를 사려고 다시 어슬렁어슬렁 커피숍이 있는 별관으로 향했다. 앗.. 이젠 응급실 입구와 별관 입구에 모두 간호사가 책상을 놓고 앉아 있다. 드나드는 사람들 모두 이마에 온도계를 대서 체온을 확인하고 들여보내는 식. 물론 책상에 손 세정제가 놓여있긴 했지만 굳이 그걸 쓰진 않았다. 아이스커피를 사가지고 다시 본관 건물로 들어가려니, 별관에서 커피 사온 게 뻔한 나를 보고 그냥 패스~


한 4, 50분 지났나. 내시경을 끝내고 나온 엄마를 모시고 다시 별관이 있는 외과 진찰실로 향하는데, 별관 입구에서 이번엔 체온계로 발열도 확인하고 출입자의 모든 이름과 연락처를 적으란다. 본관에서 이미하고 온 사람도, 좀 전에 별관에 왔었대도 또 하라고... 아 뭐야... 시간대별로 출입자 관리가 달라지는 건 또 뭐임?


메르스 환자나 의심자가 9시 이전에 그 병원에 들락거렸다면 아무런 제지가 없었단 얘기고, 심지어 9시 이후에 들락거렸대도 인적사항은 전혀 확인이 안 될 테고.... 출입자 목록은 분명 계속 적는 게 원칙이었을 테니 담당 간호사의 '성실함' 여부에 따라 출입자 인원파악이 달라졌다는 의미가 아닌가! 게다가 울 엄마는 마취제가 다 안 풀려서 글씨도 잘 안보이고 이름과 연락처 적는 난에 개발괴발... 이름도 엉터리 전화번호도 엉터리로 적으셨다. ㅋㅋ 역시 아무런 제재 없음.


형식적인 전시행정이 아니고 뭔가. 물론 가뜩이나 바쁘신 간호사 선생님들을 '겨우' 발열 체크 하는 걸로 빈틈없이 24시간 3교대로 돌릴 리가 없겠지. 위에서 시키니깐 뭔가 하는 척 정상 근무 시간에만 반짝 눈가리고 아웅...


지난주엔 대형대학병원인 ㅅ병원엘 갔는데, 진료카드를 기계에 대 확인을하자마자 문진용 쪽지를 내밀며 간단한 질문을 던졌다. 최근 다른 병원에 갔는지, 갔다면 무슨 과였는지, 병원은 어느 동네였는지, 열이 있는지, 외국에 다녀온 적 있는지...  그래서 그 종이를 다 적어서 제출을 했느냐... 하면 아니다. 그냥 들고 다니다가, 누가 문진 했느냐고 물으면 했다고 대답하라는 것이 끝. 쪽지는 종일 갖고 다니다가 집에 와서 버렸다. 발열이나 문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만 따로 관리하는 건가??? 암튼 역시나 뭥미 싶었다. 진짜로 메르스 의심자가 무지불식간에 뚜벅뚜벅 대학병원에 들어와서 문진 쪽지 작성하다가 콜록콜록 기침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면 어쩌려고?? 


좀 있으면 '종식'을 선언한다는데 정말로 바이러스라는 게 '종식'이 가능 한 건지 어쩐지...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던데 나는 도무지 답답해서 마스크를 쓸 수도 없고(안경에 김서려서리) 외출할 때 딱 한번이나 썼던가..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하는 요상한 나라에 살고 있으면서 참... 점점 더 용감해지는 것 같다.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