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많아?

투덜일기 2014. 10. 19. 01:14

요즘 아이들은 모든 말에 접두어 '개'를 붙여 강조하는 게 추세다.

아 진짜 사람 개많다.

저 옷 개예뻐!

그 영화 개재밌대...


개죽음, 개박살, 개고생, 개나리, 개망초... 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던 말이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머잖아 개많다, 개좋다, 이런 말도 국립국어원 사전에 등록되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_-; 


암튼 어린 조카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잠깐씩 뜻을 몰라 놀라거나 말이 느려지는 때가 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신조어는 '노잼'과 '꿀잼'.

'꿀잼'은 꿀재미의 준말이고 '이 게임 완전 꿀잼이(혹은 꿀재미)야' 식으로 쓰이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근데 그 반대말이 '노잼'인 줄은 정녕 몰랐었다. 9살 조카가 고모 그거 엄청 노잼이야 노잼, 그러는데 순간 멀뚱. 읭?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는 수밖에... 복사기나 팩스기에 종이 걸릴 때마다 '페이퍼 잼'이라고 뜨는 건 봤어도 나 원 참... 


심지어 답이 없단 뜻으로 '노답'이라는 말도 쓴단다. 영어와 우리말이 뒤섞인 노잼, 노답보다는 그래도 둘 다 우리말인 개많아, 개예뻐, 개좋아... 이런 말이 더 나은 건가? 


하여간에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인터넷 신조어(이를테면, '고나리'가 '오나전/완전'처럼 '관리'의 오타이면서 특별히 주시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쓰인다는 걸 최근 알았다. ㅠ.ㅠ)와 아이들이 쓰는 축약어와 신조어들. 

따라가기가 벅차고 어렵다. 휴... 내가 점점 나이든 꼰대가 되어가는 게 맞나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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