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2.01.26 빗질 13
  2. 2012.01.06 2011년 한해 정리 13
  3. 2011.10.13 택배 없던 시절엔... 5
  4. 2011.10.10 바보짓 6
  5. 2011.09.30 티백 16
  6. 2011.06.29 펑크 5
  7. 2011.04.18 간만에 자전거 11
  8. 2011.02.26 봄아 봄아 4
  9. 2011.02.09 방전 7
  10. 2010.12.08 어제 썼다 사라진 글: 꿈 4

빗질

투덜일기 2012. 1. 26. 17:54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꽤 오래 전부터 나는 빗질을 하지 않는다. 곰곰이 돌이켜 보아도 대체 언제 시작된 습관인지 모르겠다. 머리를 보글보글 볶고 나서부터인가?(파마를 하고 나서는 '컬'이 망가지지 않도록 '도끼빗'이라고 하여 빗살이 아주 성긴 거대한 빗을 사용해야 한다고 들었고, 과거 그런 도끼빗이 우리집에도 있었다.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하지만 요샌 줄곧 생머리인데. 암튼 내방엔 아예 납작한 빗(일명 comb)이 없다. 대신에 헤어드라이 할 때 쓰는 둥근 롤브러시와, 일반 브러시가 하나씩 있기는 하다. 그나마 머리를 말릴 때 롤브러시를 앞머리와 옆머리에 대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쓱쓱 빗어내리기는 하므로, '빗질을 하지 않는다'는 명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받을 수는 있겠으나 어쨌든 그 행위는 내게 '빗질'로 여겨지지 않는다. 빗질이라 함은 납작한 빗이든 브러시든 손에 들고서 머리칼 전체를 쓱쓱 빗어내려야하는 거 아닌가? 난 그런 거 안한지 정말 오래됐단 말이지.

차르르 윤기나는 머릿결을 위해서는 열심히 빗질을 해주어야 한다는데, 오래도록 빗질을 생략하고 대충 털어 손가락으로 머리칼을 쓱쓱 정돈한 다음 헤어드라이어로 말릴 때도 롤브러시 대신 손가락으로 말거나 빗는 것이 나는 더 편하다. 물론 그 때문인지 머릿결도 엉망이다. 가뜩이나 숱도 적고 얇은 머리칼엔 점점 히마리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나이들면서 죄다 보글보글 아줌마 파마들을 해대는 이유도 생머리로 버틸만큼 숱과 결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나이든 친구들이 귀띔을 해준다. 너도 얼마 안 남았어, 얘. 원래도 숱이 적어 속알머리가 들여다보이던 머리칼은 더욱 부실해졌다. 그렇게 많지도 않은 머리칼이 빠져서 브러시에 마구 끼어있는 걸 빼내는 것도 고역이다.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도, 브러시에 끼어 엉킨 머리칼도 나는 잘 못보겠다. 좀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아무래도 머리 길이가 계속 짧은 편이었던 것이 원인일 수도 있겠으나(실제로 30대의 대부분은 숏커트로 살았던듯) 최소 10년은 넘게 '제대로' 빗질을 안하고 지냈음을 새삼 깨닫고 보니 스스로도 퍽 신기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럴까? 게으른 나만 그런가? 빗질 안하기를 처음 내게 조언했던 건 분명 미용실이었다. 젖은 머리를 빗으로 빗으면 상하니깐 빗지 말고 수건으로 탁탁 털어 말린 후 손가락으로 슥슥 어루만지며 말리라고 말이다. 그러니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미용실에서 그런 조언을 들은 적이 있지 않을까? 물론 나처럼  그말을 십수년째 별 생각 없이 고수하란 법은 없겠지만.

하여간에 머리 길이와 상관없이 빗질 안하는 습관이 뿌리깊게 박힌 나머지, 요즘처럼 머리칼을 마구 방치하여 꽤나 길어지고 나면 이놈의 머리칼이 마구 엉킬 때가 있다. 특히 머리감고 나서 잘 안말린 채 비비고 잠을 잔 뒤엔 어김이 없다. 대개는 빗 대신 손가락으로 슥슥 빗어 넘기면 걸리는 것이 전혀 없는데, 가끔 뒷머리가 쇠수세미 뭉치처럼 바글바글 엉켜있는 거다. -_-; 그러면 또 행여나 소중한 머리칼 빠질세라 끊어질 세라 한올한올 엉킨 실 풀듯 손으로 풀어주어야 한다. 오늘도 한참 엉킨 머리칼을 풀고 앉았다가 킬킬 웃었다. 애당초 머리를 참하게 빗어놓았더라면 엉킬 일도 없었을 텐데 참 나. 성격도 이상하여라.

예전에 엄마가 뜨개질 고수였던 시절, 술술 뽑아쓰기 좋게 하느라 털실을 미리 풀어 바구니 같은데 담아놓았는데 동생들이 뒤집어 엎는 바람에 실이 엉키면 엄만 엉킨 실을 푸는 임무를 내게 맡겼다. 아주 드물게는 도저히 풀리지 않아 끊고 다시 실을 이어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대개는 내가 기필코 엉킨 실을 다 풀어내고야 말았고 그 성취감을 퍽이나 즐겼던 것 같다. 오늘도 엉킨 머리칼을 한올한올 잡아당겨 죄다 풀어 다시 매끈하게 만들어놓고는 별난인간도 다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번쯤은 잘못될 것을 알면서도 즐기는 짜릿한 모험도 아니고 뭐하는 짓인지. 그렇다고 새삼 내일부터 열심히 빗질을 시작할 위인도 아니고 이 게으름의 끝은 어디일지 그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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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한해 정리

놀잇감 2012. 1. 6. 10:19

 


게으름 뒷설거지 하느라 연말연시는 늘 쫓기듯 바쁘지만 그래도 노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한해 정리 포스팅을 하려면 못할 것도 없었는데 차일피일 미룬 이유는 우유부단한 속성 탓에 좀체 항목별로 셋을 뽑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_-; 마음에 꼭 드는 이미지를 찾아내는 것도, 베스트 사유를 쓰는 것도 은근히 시간 많이 걸리는 일이라 스스로 찔리기도 했다. 하지만 또 그런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또 이렇게 얼렁뚱땅 하고만다. 2011 베스트 포스팅. ㅋㅋ




7. 2011년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멍하니 살았다.
적고 보니 두 마디로군.
아무리 돌이켜봐도 베스트나 워스트로 뽑을 만한 기억도 없고, 뭘 딱히 지른 것도 없는 것 같고(기껏해야 연말에 산 거위털 이불 정도?), 인상 깊은 사건도 없이 그저 소소한 아쉬움 뿐이다.
그래서 베스트 항목을 더 뽑으려야 뽑을 수도 없었다. 참 재미없게도 살았구나 싶은 느낌. 그래서 2011년을 보내는 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차라리 빨리 가버려서 속 시원.


8. 2011년 번역작업
달랑 3권이 출간됐다. 그중 하나는 두권짜리라며 위안을 해보지만, 8월 이후 하반기 출간된 책이 전무하다는 것은 아마도 출판 불황과 나의 게으름이 만들어낸 합작품일 듯.
작업한 책은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벌려놓은 수만 잔뜩이다. 스스로 채찍질이 필요. 그래서 일부러 적어놓았다. 정신 차리라고 쫌!


9. 2012년의 계획이라면
1. 일과 관련해서 좀 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될 것
2. 조금 긴 여행 (홀로 두고갈 엄마 걱정도 덜었겠다, 여행비 모을 욕심에 더욱 열심히 일하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3. 기타든 그림이든 뭘 좀 배우러 다니고 싶단 소망을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을 발휘할 것
4. 큰 마음 먹고 이사 (과연;;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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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되지 않은 일인데도 택배가 없던 시절엔 어떻게 살았었는지 모르겠다. 방구석에 틀어박혀 좀체 나가고 싶지 않은 게르음뱅이로 살다가 그런 나날이 보름이상 이어지면 또 압력솥 꼭지를 틀어 증기를 배출하듯 콧바람을 쐬어 팽팽해진 무료함을 달래주어야 할 것 같은 삶의 연속인데, 그렇게 간만의 외출을 하더라도 쇼핑은 온전한 출타목적에서 제외된다. 지나는 길에 눈에 띈 물건을 얼른 사는 건 또 몰라도 말이다.

얼마전 홍대 와우북페스티벌에 가서 책을 고르며 사람에 치이기도 했지만 돌아와서 죽도록 피곤했던 이유는 눈요기로만 하는 것이든 실제 물건을 사는 것이든 하도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져 이제는 직접 발품 팔아 하는 쇼핑이 드물어졌기 때문인 듯하다. 뭐니뭐니해도 옷과 신발은 직접 가서 걸쳐보고 사야한다고 아직도 믿지만, '무료반품' 혜택까지 있는 경우엔 겁없이 덜컥덜컥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도 뭔가를 지를때 한참 고민하는 성격이라 신중히 머리를 하도 굴리다보니 실패율은 그리 높지 않다. 최근 몇해동안을 따져봐도 반품한 횟수는 두어번 정도?

아무튼 이달 들어 거의 하루가 멀다하고 택배가 왔다. 주변에 부는 운동화 열풍에 따라 검색하다 엉뚱하게 고른 밤색 옥스포드화, 옷을 사줄 땐 함께 가서 고르기로 한 원칙을 깨고, 반품할 각오를 하고 산 엄마 옷(다행히 마담사이즈라 익숙하고 엄마가 좋아하는 브랜드라 성공했다), 두피관리에 좋다는 샴푸(벌써 두번째 구매), 검정콩 미숫가루(역시나 두번째 구매), 늘 쓰는 수분크림과 핸드크림, 장난감과 문방구(요맘때 정기세일을 하는 텐바이텐에서 또 사줘야 제맛이지), TV볼 때 쓸 목베개, 커피원두, 책, 내가 주문한 건 아니지만 외삼촌이 보내신 고구마까지. 어떤 날은 택배가 두 건이나 오는 날도 있었는데, 골목에 지나가는 차만 봐도 미친듯이 짖어대는 아래층 똥개 때문에 택배 오는 것도 나름 스트레스다. 놈이 좀 요란하게 짖어대야지!

다른 데서 쇼핑했는데 택배회사가 같아 이틀 내리 같은 분께 택배상자를 받게 되면 슬며시 민망하다. 이 사람은 뭘 이렇게 연일 사들이나 짜증낼 것 같아서(우리집 골목이 협소하여 운전에 미숙하거나 너무 큰 택배 트럭은 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와 배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랫집들의 경우를 보아도 며칠에 한번은 택배가 오는 것으로 보아 (똥개가 워낙 크게 짖어대는 데다가 택배 아저씨들이 계단 아래부터 받는 이의 이름을 크게 외치므로 내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ㅋㅋ) 홈쇼핑에 탐닉하는 것 나뿐이 아닌 모양이다. 온라인 쇼핑 없을 땐 다들 어떻게 살았대그래!

오늘 도착한 플레이모빌(이건 세일도 안하는데 조카한테 상으로 하나 사주기로 한 김에 내것까지 또 구매)을 조립해 선반에 올려놓고, 종류별로 골라 산 '우표' 스티커를 문방구 상자에 넣어두며(거의 쓰지도 않고 보기만 할 거면서!) 어찌나 뿌듯한지 웃음이 실실 났다. 앞으로 누가 물으면 인터넷 쇼핑과 택배상자 받기가 취미라고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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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짓

투덜일기 2011. 10. 10. 03:36

준백수처럼 종일 집에서 빈둥대거나 복닥거리는 날이 이어지다 보면 요일감각, 날짜감각이 사라진다. 그래서 굳이 날짜며 요일을 따지지 않고 넘어가는 날도 많지만 주말과 월요일은 그래도 비교적 확실히 안다고 자부했다가 어제 아주 바보짓을 했다.

새벽에 인터넷을 실행시키며 분명 한글날 기념임이 분명한, 구글의 한글 로고를 보았으면서도 이상하게 난 어제가 10일, 월요일인 줄 알았다. 그래서 주말까지는 꼭 보내달라고 부탁받은 꼭지원고를 마무리하느라 (주말까지 해달라는 말을 나는 월요일 출근 전까지 보내달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아침까지 눈에 불을 켜고 일을 마쳐 메일로 쏘아주고는 드디어 노곤한 몸을 눕혔다. 

훤히 밝은 날과 소음(아래층 개자식!) 때문에 여러번 뒤척거리다 겨우 잠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퍼뜩 눈을 떠보니 이미 오후였다. 원래 월요일은 조카네 가야하는 날이다. 부리나케 점심을 먹은 뒤 씻고 나서 커피는 조카네 가서 마셔야겠다고 마음 먹으며 서둘러 집을 나섰다. 내가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하자 엄마는 화들짝 놀라며 오늘이 월요일이었느냐고, 일요일인 줄 알았다고 의아해했다. 요일 감각 없는 건 모녀가 똑같은지라 그러려니 했다.

주차장에서 차를 빼내 골목을 후진으로 거의 다  빠져나갔을 무렵 휴대폰이 울렸다. 엄마 전용으로 정해놓은 벨소리. 아 또 뭔가 싶어 이맛살을 찌푸리며 받아보니, 오늘은 월요일이 아니라 일요일, 9일이라는 엄마의 전언. 못믿겠으면 휴대폰 날짜를 확인해보라신다. +_+ 확인해볼 것도 없이 민망해 하며 냉큼 그대로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오래 전 어느 휴일에 자다말고 깜짝 놀라 회사에 지각한 줄 착각해 헐레벌떡 씻고 나서다 부모님께 깨우침을 받았을 땐 늦잠 못잔 게 억울해서 그렇지 온전히 하루를 공으로 벌은 것처럼 기뻤던 것 같은데, 어젠 남은 하루가 길지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이젠 휴일도 고스란히 일의 영역이 되고만 삶 때문인지 그저 우스꽝스러운 바보짓인 것만 같아 얼굴이 뜨거웠다. 그나마 엄마가 말려줬기에망정이지 조카네 집까지 가서야 알았더라면 얼마나 더 황당하고 멍청이 취급을 받았을까. ㅋ 어쨌거나 나의 착각으로 일요일 아침에 보낸 메일을 보며 담당자는 무슨 생각을 할까 모르겠다. 평소처럼, 요번에도 늦어서 미안하다고 서두를 달았는데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차리려나 어쩌려나. 으으. 창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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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백

투덜일기 2011. 9. 30. 04:40

커피는 투박하고 큼직한 머그잔에, 그밖의 차는 예쁜 찻잔에 마시는 게 제격이라는 편견은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 몰라도 나 또한 그 편견에 꽤나 충실한 편이다. 커피는 잔이 투박하고 큼직해야 오래도록 식지 않을 테니 맞는 말 아닐까. 그리고 주워들은 풍월에 따르면 홍차는 약간 되바라진 잔에 마셔야 향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다던데.

커피를 제외한 차의 맛을 잘 모르는 무감한 혀를 가졌으되 그냥 홍차는 모르겠고 한동안 '밀크티'에 탐닉한 적이 있었다. 하루에 네다섯 번은 홍차를 마셔대는 영국인들과 거래할 일이 있던 직딩 시절 출장 직후였던가, 아니면 번역으로 전업 후 영국에 있는 친구한테 다녀온 직후였던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여간 겨우 며칠 영국엘 다녀온 주제에 겉멋이 들었던 것인지, 우유를 넣은 그곳의 홍차가 진짜로 기막히게 맛이 있었는지, 영문은 알 수 없어도 평소 같으면 커피 생각이 날 무렵 밀크티 생각이 간절해질 때가 있었다. 친구들과 카페에 가면 무조건 커피를 시키던 내가 대신 밀크티를 주문하기도 하고...

밖에서 마시는 홍차나 밀크티는 대부분 또 얼마나 예쁜 잔과 주전자에 담겨 나오는지, 차 한잔에 스스로가 괜히 우아해지는 것도 같았다. 원래부터도 예쁜 커피잔만 보면 기어코 뒤집어서 제조사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었지만, 도자기 주전자와 다양한 모양의 인퓨저(거름망이라고 해야하나? 잔에 걸쳐 놓는 채 같은 형태도 있는데;;), 앙증맞은 티백 접시까지 세트로 구비되어 나오는 집엘 가면 아주 흐뭇했다. 그런 걸 보며 흐뭇하기만 하면 좋겠으나 견물생심이라고... 예쁜 티팟도 갖고 싶고, 독특한 디자인의 인퓨저도 자꾸 눈에 들어오고, 브랜드명은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가격의 찻잔도 덜컥 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안 돼~~! 지름신 노예의 최종 귀결지가 주방기구라지 않던가! +_+

결국 나는 찻잔 욕심과 함께 밀크티를 끊는 쪽으로 마음을 접었고 이후 아무 잔에다 마셔도 적당한 농도에 양만 많으면 그저 기쁜 커피파를 고수했다. 그렇다고 과연 내가 티팟과 인퓨저를 하나도 사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부담없는 수준으로 당연히 장만해 놓은지 오래라 가끔은 우아떨며 차마시기 놀이를 한다. 커피 생각 간절한데 한밤중에 커피를 마실 순 없고, 이렇게 갑작스레 서늘해진 날 따끈한 차 한 잔이 마시고 싶으면 만만한 카모마일이나 국화차, 허브차를 준비한다. 문제는 제대로 우아 좀 떨겠다고 간편한 티백 형태가 아닌 꽃이나 잎을 인퓨저에 넣고 우려내고 했다간, 나중에 치우는 일이 대단히 성가시다는 것. -_-; 새삼 방에 매달린 줄을 당겨 하인을 불러 차를 부탁하는 귀족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못할 짓이다. (매번 커피잔 씻는 것도 귀찮아서 갯수대로 있는 컵을 다 꺼내 쓰고 한꺼번에 설거지하는 인간이라고 이미 밝힌 적 있음;;) 

시방도 1인용 티팟에 인퓨저로 카모마일을 우려낼까 하다가 문득 다 귀찮아져 티백을 꺼냈는데, 젠장, 대강 물을 부어 방에 와보니 종이 손잡이까지 찻잔에 몽땅 다 빠져버렸다. -_-; 혹자들은 티백에 든 차는 차로 쳐주지도 않는다던데, 그까짓 간단한 절차도 귀찮아한 사람에 대한 차의 반격일까 싶은 생각에 (쓰면서도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ㅎㅎ) 웃음을 흘리며 뜨거운 찻잔에 손가락을 담가 티백을 건져냈다. 오 위대할손 나의 게으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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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

투덜일기 2011. 6. 29. 17:49

지난 월요일 조카네 집에 가다가 오른쪽 앞바퀴에 펑크가 났다. 문방구에 들러 굳이 스테이플러 침을 사오라는 공주의 명령에 투덜투덜 낯선 동네에 차를 세우려니 삼거리에 주정차 단속 카메라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그걸 피해보겠다고 만만한 인도에 슬쩍 걸쳐놓으려던 것이 연석 모서리에 부딪친 모양이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있기는 했으나 내려서 살피니 차체가 멀쩡했다. 해서 얼른 문방구에 들어가 침을 사가지고 나와 차에 올랐는데 차가 오른쪽으로 폭삭 가라앉아 있었다. -_-; 차체는 멀쩡했으나 바퀴가 찢어진 것.

난감하긴 했지만, 내 이름으로 자동차보험을 든지 4년째 단 한번도 보험 혜택을 보지 못하고 해마다 생돈만 날렸는데 드디어 나도 써먹을 때가 왔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득의양양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지갑에 넣어가지고 다니던 보험카드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보험사 자동응답 내용에 아예 <타이어교체> 항목이 있더군. 상담원과는 한 마디도 할 필요 없이 (심지어 내 정체를 밝히는 주민번호나 보험카드 번호 확인도 필요없이 OOO 고객님이 맞으면 1번을 누르라고 하더라!) 계속 해당 번호를 누르고 나니 편의를 위해 고객의 현재 위치 통보에 동의하느냐는 물음도 있었다. 오호라, 휴대폰 GPS로 바로 내 위치가 보험사에 날아가는 모양이었다. 좀 섬뜩한 기분도 들었지만 당연히 동의하고 전화를 끊었다. 1분만에 출동 기사의 전화가 와 구체적인 위치를 묻더니 10분 만에 서비스차량이 나타났다. 오 놀라운 IT 서비스천국의 혜택이여!

한시간쯤 늦어질 거라 예상했었는데 결국 모든 상황은 30분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 따위는 있지도 않던 까마득한 옛날, 강변북로에서 오른쪽 뒷바퀴가 펑크 나는 바람에 갓길에서 혼자 낑낑대며 기구를 꺼내 자동차를 들어올리고 렌치로 나사를 풀고 양손이 온통 새까매지며 낑낑 타이어를 손수 갈았던 기억이 떠올라 감개무량했다. (나 타이어도 혼자 갈아본 사람이야!) 문제의 타이어는 단순 구멍 정도가 아니라 찢어진 거라 바꿔야할 거라고 기사님이 말했다. 비가 와서 타이어 고무가 말랑해졌나? 그 정도로 찢어지다니 나 원참 의외였다.

째뜬 임시로 타이어를 갈았으니 카센터에 내려가야 하는데 연일 비는 계속 내리고(어제 날 갰을 때 행동했어야 하거늘) 은둔본능에 휩싸여 좀체 외출하기는 싫고 심지어 냉장고가 텅텅 비었는데도 장보러 가는 게 꺼려져 웅크리고만 있다. 온갖 종류의 서비스가 다양해져 세상이 편해질수록 나 같은 게으름뱅이는 더욱 더 게으름을 부리게 되는 듯하다. 자동차 수리도 집에 가만히 앉아서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사람 만나 설명할 필요 없이 척 차를 가져다가 척 고쳐서 다시 집앞에 세워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나 하고 앉았으니 쯧쯧쯧...

어차피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은 마트 가서 장도 보고 카센터 들러 타이어도 교체해야지 하며 오늘도 할일을 내일로 미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6월도 내일이면 쫑. 바쁜 마음과 달리 몸은 좀체 빠릿빠릿 움직여주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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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자전거

놀잇감 2011. 4. 18. 15:09

하얀색이라 먼지가 뽀얗게 쌓인 게 더 잘 보이는 느루의 먼지를 털어내고 완전 내려앉은 바퀴에 바람도 빵빵하게 넣고 정말 오랜만에 어제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요가 관둔지도 두달이 돼가고 운동이라고는 숨쉬기랑 씹기 밖에 안한 체력은 처음부터 티가 났다. 빠르면 20분, 늦어도 25분이면 도착하던 한강변까지 결국 다 못가고 중간에 쉬어야 했다. 핑계를 대려면 운동효과를 내려고 열심히 페달을 밟은 데다 맞바람 탓이었다고 둘러댈 순 있겠으나 그래도 창피한 건 창피한 거다. 그 외에도 몇 가지 또 깨달았다.

자전거는 한번 익히면 절대 잊지 않는 종류의 기술이라는데 사람마다 좀 다른지 나는 이렇게 간만에 자전거를 탈 때마다 서툴게 헤맨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많은 길에서 밀려드는 공포 때문일까? 페달질 하다 페달을 놓치질 않나, 안경이 흘러내리는데 핸들 한 손으로 잡기가 무서워서 안경도 못 올리질 않나, 스스로도 좀 난감하다 싶었다. 결국은 꾸준한 연습만이 살길이라는 건데 이렇게 몇달만에 한번씩 타가지고 언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을지 원.

화창한 날씨에 풀풀 날려 떨어지는 벚꽃이 유혹적이라 나갔던 건데 한강바람은 아직도 쌀쌀하고 차가워 손이 시렸다. 장갑 안끼고 나간 걸 후회하며 예쁘고 새끈한 장갑을 사야겠군, 하고...... 생각하다 피식 웃었다. 몇번이나 타려고! 다음에 느루 타러 나오기 전에 손시렵지 않은 날씨가 될 확률이 더 높다. ㅋㅋ

아 맞다. 자전거 살 때 받았던 검정색 벨을 조카에게 빼앗기고 계속 벨 없이 다녔는데, 안되겠다. 주말이라 그랬겠지만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을 비롯해 굳이 보행로 놔두고 자전거길로 와글와글 걸어다니는 사람들 때문에라도 벨을 달아야지. 갑자기 요란한 전자벨 울려서 사람들 놀라게 하는 인간들이 유독 싫어서 난 아예 벨을 잘 안울리는 편이라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었으나, 그냥 띠링띠링 울리는 벨 정도는 필수품임을 새삼 깨달았다. 물론 느루에 어울리는 벨을 그간 계속 검색하고 있었지만 마음에 꼭 차는 게 없어서 머뭇거렸는데 좀 눈에 덜 차더라도 담번에 타러 나가기 전엔 사야할 듯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엉덩이가 심히 아프다. 흑. 허벅지의 뻐근함이야 어쩐지 지방이 근육화 된 것 같은 착각을 안겨주며 흐뭇한 효과를 남긴 반면 멍이라도 들은 것처럼 아픈 엉덩이는 좀 민망하다. 간만에 자전거를 타면 왜 꼭 엉덩이가 아픈지 원! 초보자의 비애일지 원래 그런 것인지 암튼 앉을 때마다 엉거주춤 자세가 웃긴다. 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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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아 봄아

투덜일기 2011. 2. 26. 04:19

4월을 넘겨 5월쯤은 돼야 지난 겨울의 잔해를 청산하는 게으름뱅이가 올해는 좀 부지런을 떨었다. 어느날인가 외출한 대낮의 햇볕에서 확실히 봄이 느껴졌고 두툼한 외투가 살짝 버겁기도 했다. 밤엔 다시 싸늘해지는 날씨를 모르는 건 아니므로, 외투를 다 치울 생각은 못하고 우선 두어개 먼저 세탁해 넣어두었다. 간만에 방청소 하는 김에 겨우내 강추위를 견디게 해주었던 소형 난로도 스팀용 물통에 남았던 물을 빼버리고 바싹 말려 걸레로 닦아 두었다. 완전히 치우지 못한 건 순전히 난로를 통째로 넣어둘 큰 비닐봉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선식품은 장바구니를 꼭 챙겨가 담아오고 그도 귀찮으면 아예 인터넷으로 장을 봤더니 집에 그리도 남아돌던 대형비닐이 완전 바닥났다. 이젠 재활용품 넣어 버리기 위해서라도 간간이 50원 주고 비닐봉투를 사야할 판국이다. 몇년전 3월에도 폭설이 내렸던 게 떠올라 털부츠와 패딩부츠까지 상자에 담아 치우며 잠시 멈칫하긴 했다. 그러면서 다시 꺼내는 사태는 부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지만, 느낌상 올봄엔 그러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이 말로 산통이 깨져서 머피의 법칙이 발휘되는 건 설마 아니겠지.

어쨌거나 얇디 얇은 옷으로 요즘 날씨를 견디는 열혈 젊은이들을 많이 보긴 했어도 내 차림은 여전히 겨울옷에 머플러를 칭칭 감고 다니며 쉬 오지 않는 봄타령에 심술을 내고 있다. 급기야 오늘밤엔 기운이 뚝 떨어졌는지 집안 기운이 싸늘하다. 그동안 약간 내려놓고 지내도 멀쩡했던 보일러 온도계를 다시 올렸는데도 으스스한 기운이 가시질 않아 급기야 지금은 곁난로를 다시 켰다. 작업실용 털신도 안 치우고 평소처럼 게으름을 부린 게 장하다. 결론은 내가 경솔했다는 뜻이다. 원래 봄은 해마다 어렵게 찾아왔다. 그렇게 오래오래 기다려서 찾아온 봄은 또 금세 자취를 감춘다. 그래서 자칭 봄형 인간인 내가 이리도 조바심을 내나보다. 그러니 봄아 봄아, 이젠 그만 어서 와라.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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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전

투덜일기 2011. 2. 9. 05:19

반드시 창작이 아니더라도 글과 관련된 직업은 대개 '말이 빠져나가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중간에 채워넣지 않고 계속 줄줄 뽑아쓰기만 하면 어느 순간 번쩍번쩍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등이 켜지다가 완전히 방전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같은 번역가라고 해도 공력이 월등한 분들은 자가발전기 같은 게 늘 작동하고 있어서 별도의 충전이 필요하지 않을 거라고 상상하며 씁쓸해 한 적도 있었으나, 그런 분들도 쉴 새 없이 빠져나가는 말을 다시 채워넣는 과정을 간간이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사람마다 빠져나간 말을 채워넣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문화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 여행을 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다시 책 속에서 말과 글을 골라 주워담아 비어가는 머리를 채우 것이 보통이다.

예전에 소형 카세트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를 들고 다닐 때 충전지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배운 건 음악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배터리가 약해졌더라도 바로 충전기에 끼우지 말고 좀 더 방치해 완전히 방전시킨 다음 다시 충전을 해야 그나마 건전지가 오래간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나온 휴대폰에 들어가는 리튬 배터리는 그럴 필요가 없어 수시로 충전해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누누히 들었어도, 한번 익힌 버릇이나 습관은 쉬 고쳐지는 것이 아니어서 나는 거의 매번 배터리가 저절로 꺼질 때까지 휴대폰을 방치하는 쪽이었다. 그리고 내 고집이 맞다는 듯이, 2, 3년씩 휴대폰을 써도 남들보다 배터리 성능이 쉬 떨어지는 문제를 겪은 적은 없었다. (물론 아이폰의 부실한 배터리 문제는 워낙 유명하여 나도 앞으로 어떻게 되려는지 두고볼 작정이다만;)

과거의 휴대폰처럼 여분의 배터리가 있다면야 완전히 방전이 되든 말든 아무 걱정이 없겠지만, 배터리 인심이 인색한 아이폰처럼 문제는 그 누구도 머리를 여유분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몇달에 한번씩 자진 방학을 해가며 한가로이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방전을 피할 방법은 오로지 하나 미리미리 채워넣는 것뿐인데 참 그게 잘 안된다. 더욱이 작년엔 독서를 또 얼마나 게을리했던가. 작년에도 아마 읽다 그친 수많은 책들은 방전된 머리에 뭐라도 채워넣어보려고 잠깐씩 애쓰다 성급하게 중단한 흔적들일 것이다. 외출 직전에야 휴대폰이 방전된 걸 알고 한 30분쯤 충전기에 꽂아 겨우 한 눈금의 배터리로 불안불안하게 반나절을 견딜 때가 많은 나의 꼬락서니와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

쌀독 바닥에 깔린 한줌의 쌀알을 닥닥 긁어모으듯 억지로 쥐어짜 역자후기를 한 편 써 보내고 나니 정말로 완전방전이 되는 바람에 블로그에 쓰는 시답잖은 수다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임시방편으로 또 반권쯤 책을 읽고 열심히 TV 영화를 찾아보았지만 잘 알다시피 이렇게 전전긍긍할 때는 배터리의 한눈금도 잘 차오르지 않는 법. 알량한 이 포스팅도 썼다 중단하기를 세번쯤 했나보다. 원래도 많이 비어 있는 머리를 가득 채우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그럭저럭 밟아 넣어서라도 눈금을 좀 더 늘려야할 텐데 이젠 완전히 불량 전지가 되어버렸는지 진득하니 충전하는 과정을 통 못견디게 된 것 같아 걱정이다. 노상 걱정과 반성만 하지 말고 공부좀 하시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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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낮에 포스팅했다가 이상스레 사라진 글을 얼음배님의 도움으로 찾았다. 시답잖게 끼적인 신변잡기 잡문이라도 기껏 써놓은 글이 없어지니까 마치 소지품 하나를 잃어버린 것처럼 황당하고 기분이 나빴는데, 이렇게 찾고보니 딱 분실물 회수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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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순이 답게 꿈도 없이 (단순히 기억을 못하는 거라지만 암튼;;) 깊은 잠을 푹 자는 게 좋은데, 요샌 자고나면 뒤숭숭한 꿈이 기억난다.

아래층 똥개임이 분명한데 모양새는 셰퍼드인지 누렁이인지 모를 커다란 개한테 물리기 직전인 상황. 나는 놈의 머리통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얼어붙어 있다. 놈은 자꾸만 그 무서운 아가리를 벌리며 고개를 돌려 내 손을 물어뜯으려 하고, 나는 징징 울면서 개의 머리통을 놓지도 못하고 코앞으로 다가온 개 이빨에 아득했던 느낌. 그야말로 개꿈이다. 일주일도 더 지났는데 지금도 기억이 선명해 몸서리가 처지는 걸 보면 아래층 개에 대한 나의 공포가 어지간한 모양;;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길인데 자꾸만 난데없이 벽이 앞을 가로막아 쾅 부딪혀 나동그라진다. 거기서 꿈이 끝나면 좋으련면 카트라이더 게임도 아니고 어느새 멀쩡해진 난 또 페달을 밟고 있고 높은 시멘트 턱이나 벽에 또 온몸으로 부딪친다. 막 아파하며 계속 자전거 사고를 반복하다 마지막에야 비로소 소스라치며 깨어났다. 이 나이에 키가 크려나, 쳇. 체인에 기름만 쳐놓고 가을 내내 단 한번도 못(안)타고 겨울을 맞은 느루에 대한 나의 죄책감이 불러낸 꿈이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장소는 학교. 환경미화 상태로 봐선 초등학교인 것 같은데 나를 포함한 온갖 나이의 학생들이 만들기 수업을 하다가 사이렌 소리에 복도로 나가보니, 새까맣게 전투경찰들이 몰려와 구둣발과 방패를 바닥에 찍으며 쾅쾅 소리를 내 겁을 주고 있다. 나는 소국(?) 한 줄기를 들고 미술관 복도 같은 곳으로 이리저리 달아나다가 전경을 피해 어느 책상 구석으로 숨어든다. 반대편에서 살금살금 내쪽으로 오려는 어린 학생들한테 움직이지 말라고, 그러다 다 들킨다고 화를 내다가 깨어났던가... 이 꿈은 어수선한 시국탓이렸다.

원고마감 때문에 30시간 계속 깨어있다가 시체처럼 쓰러졌던 어제 저녁에 잠시 눈을 붙였을 땐 그냥 계속 이리저리 쫓겨다녔다. 누가 쫓아오는지도 모르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며 달아나는데 배가 어찌나 고프던지. 뭘 좀 먹으면 다리 놀림이 빨라질텐데 싶어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도 식탐이라니. ㅋㅋㅋ

초절정 마감중이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블로그질은 줄곧 부지런히 하는 인간인데 일요일 새벽 난데없이 모니터가 먹통이 되는 바람에 (하드가 안 나간게 얼마나 다행인지!)
동생네 모니터를 떼와서 번역하던 파일을 옮기는 삽질을 해야했고, 노트북으로 작업은 가능했으나 어쩐 일인지 노트북은 인터넷선을 인식못하는 만행을 부렸다. 해서 어제 또 다시 동생네 모니터를 공수해 와야 했고, 오늘에야 비로소 급사죄와 함께 일부 원고만 쏘아주고는 시방 또 이러고 있다.

이참에 컴퓨터를 새로 살까도 생각했으나, 프로그램 깔고 파일 옮기고 어쩌고 하는 과정에 들일 시간이 아까워서 일단 점심먹고 나서 모니터나 하나 급히 사올 작정. -_-;; 요번엔 온라인으로 사고 택배 기다릴 여유도 없다. 잊지 말고 매일매일 원고 백업할 것.

마음이 이렇게 콩닥콩닥 바쁘니 개에 물리고 자빠지고 쫓기고 하는 꿈을 안 꿀 리가 있겠나.
설상가상 내일은 할아버지 제사다. 며칠 전에 친척분들한테 미리 죄다 연락해야 하는 임무를 잊고 있던 탓에 어제 오늘 어른들한테 전화로 계속 혼났다. 왜 하필 동생네는 또 이사를 가가지고 말이지. 아침 내내 주소와 길 설명하느라 문자를 수십통 날렸다.

아, 12월이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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