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에 해당되는 글 58건

  1. 2015.11.30 멍... 8
  2. 2015.09.29 물건 정리 원칙 6
  3. 2015.05.26 세금의 달 5월 4
  4. 2015.04.18 그랬다고.. 7
  5. 2015.04.07 4월 7일 6
  6. 2015.03.05 이케아 5
  7. 2015.02.03 들이기와 버리기 4
  8. 2015.01.09 보고싶은 전시 4
  9. 2014.09.04 9월 날씨 5
  10. 2014.06.03 중고책 13

멍...

투덜일기 2015. 11. 30. 21:15

요즘 누가 잘 지내느냐고 물으면 대답이 곧장 안나온다. 어.. 으음.. 글쎄... 

그저 멍... 

머리가 작동을 잘 못하는 듯 누가 뭘 물어도 대답을 잘 못하겠고, 뭔가 설명을 할 때도 단어가 잘 생각이 안나고, 그래도 뭔가 애써보려는 의욕이 앞서다보면 괜히 버럭 화를 내고 앉았다. 


무작정 우울해지는 11월 탓이라고, 특히나 왜 또 그렇게 비는 내리는지, 혹은 대책없이 너무 열심히 놀고 난 뒤의 후유증이라고, 그도 아니면 진짜로 호르몬에 이상이 찾아온 '갱년기'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어쩌면 그 모든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닐까.


여행 다녀온 후기를 뭔가 알차게 기록해 놓고 싶다는 생각은 의외로 스트레스여서, 개학 앞두고 방학숙제 잔뜩 밀린 아이 같은 심정으로 괜히 월말을 앞두고 전전긍긍했었다. 사진만 미리 대충 골라 비밀글로 올려두고는 차차 수정해서 마무리해야지.. 그랬는데 그마저도 귀찮을 줄이야! 결국 배째라.. 숙제 안해가면 그만이다.. 그런 태도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ㅎ


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면 아 다 귀찮다, 춥다, 동면하고 싶다, 짜증부리는 일을 반복하고는 있지만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고, 별것 아닌데서 의미를 찾고 집착하고 미리 고민하는 나의 습관은 한해를 또 허송했나 반성모드 돌입과 함께 또 한 해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 공포에 사로잡히면서 그 증상이 극심해지는 것 같다. 


올해는 20주년이네 어쩌구 시건방떨다가 더 민망해진 게 아닐지. ㅠ.ㅠ 뜨르르하게 장소빌리고 지인들 초대해서 파티하겠다는 계획은 전격 폐기했다. 귀차니즘이 가장 크고, 시간도 너무 없고, 비용도 만만찮고... 막상 누굴 오라고할지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져서 (임시 준비위원 자처한 후배가 초대할 사람 목록부터 뽑으라는데-- 출판계 부터--으악.. 졸지에 무서워졌다) 그냥 조용히 자축하기로 마음을 바꿨음. ㅋㅋ  니가 그렇지 뭐. 회사에서 20년 근속상 준대도 자괴감에 빠져 시큰둥할 인간이 스스로 판을 벌이겠단 생각이 애당초 웃겼다. 


하여간 그래서 더욱 자중하며 새해까지 남은 한달을 잘 보내기로. (꼴랑 블로그에 몇줄 쓰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휴..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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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정리 원칙

투덜일기 2015. 9. 29. 17:28

지지난주엔 까마득한 후배들의 원어연극 공연을 보러갔었다. 대체로 숫기가 없고, 원어 연극도 당연히 '공부'의 일환으로 생각했던 늙다리 선배들과 달리 요즘 아이들은 주로 '스펙쌓기'의 목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하기 때문에 배우를 시켜주지 않으면 아예 중간에 빠져버린단다.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면 개인 시간을 죄다 바치면서 몇달간 지속되는 연극 연습을 견뎌낼 동기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그 옛날 나는 무대에 세워준대도 싫고, 순진하게 그냥 영어로 희곡 작품 하나 통째로 외우는 게 어딘가... 그런 걸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었는데 ㅋㅋ 


암튼 끼 넘치는 후배들의 공연은 해마다 기대치를 갱신하고, 이번에도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아마추어 학생들의 원어연극은 그냥 대사만 안까먹고 다 외워도 훌륭하다는 게 관람객으로서 기본적인 입장이지만(요샌 자막도 나와주어서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고 사실 대사 버벅거려도 잘 모른다 ^^), 요즘 애들은 대체로 '연기'가 된다! +_+ 놀라워 놀라워...


하여간 뭐 그 연극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고, 작품에 나왔던 대사가 요즘 계속 생각난다. 등장인물 하나가 책에서 읽은 이야기라며 애인에게 물건 정리 원칙을 알려주는 장면이었다. 

1. 쓸모가 있는가? (Is it useful?)

2. 나를 기분좋게 해주는 물건인가? (Does it make me happy?)

3. 내가 좋아하는 건가? (Do I love it?) 


이 세 가지 질문에 해당되지 않으면 내다 버리는 게 맞다고 해서, 자기 남편을 내다버렸다(!)는 설명이 이어졌는데 깔깔 웃으며 다들 맞다맞다 박수를 쳤다. 


물론 세 가지에 다 해당되는 물건이나 대상이라면 꼭 곁에 두어야한다는 의미다. 명절을 앞두고 살림을 또 일부 정리하면서 계속 되뇌여보았고, 아직도 집안에 내다버릴 물건이 가득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뒤풀이 자리에서 후배 하나가 어떤 '관계'를 놓고서도 이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인상에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마저도 '쓸모'를 따지는 건 씁쓸하지만, 친구가 아니고서야 주로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접근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임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서 친구와 우정이 더 소중한 거겠지. 


근데 그걸 알면서도 사실 무심함을 핑계로 친구와 우정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는다. 그냥 간간이 떠올리면서 잘 지내겠지, 문득 안부가 궁금하고 보고 싶기도 하지만 먼저 선뜻 연락을 하는 건 민망하고 꺼려지는 기분. 어쩌면 상대는 나를 그간 '관리가 필요한' 인간관계망에서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 그러니깐 그냥 가만히 있는 쪽이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자포자기의 심정? 어쩌면 게으름일수도 있겠고. 


무심한 나에게, 너 그러다가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는 수가 있다고 경고하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은 거라는 말도. 으음. 돌연 마음이 스산해서 휴대폰 연락처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전화 한통 걸지 못하고 그냥 또 이렇게 블로그에나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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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달 5월

투덜일기 2015. 5. 26. 16:26

정신없이 사느라 잊고 있었는데 지난주에 만난 프리랜서 친구가 종합소득세 신고했느냐고 물었다. 잉? 난 우편물도 안왔던데? 우편물 안 왔더라도 홈택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신고할 수 있으니 어서 하라는 충고였다. 하지만 뭐든 질질 끌다가 막판에나 겨우 하지 않으면 마감일을 넘기기 일쑤인 내가 행여나 일찍, 공식 우편물도 날아오기 전에 세금신고를 할 리가 없다. 마지막주에 하면 되겠거니 그냥 또 잊고 있었더니 주말 직전에 우편물이 드디어 도착했다.


나는 간편장부 대상자라 세무서에 갈 것도 없고 그냥 인터넷으로 신고하면 되니까 얼마간 끙끙대면 되겠지 했더니, 오지랖 넢은 친구가 주말에 또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는 신고양식이며 시스템이 다 바뀌어서 더 헷갈린다, 나중에 헤매다 기한 넘기지 말고 얼른 신고해라...  그렇다면 오케이. 조금 전 점심 먹고 분연한(?) 마음으로 홈택스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친구 말이 맞았다. 작년까지는 지들이 다 알아서 기입해놓은 총 수입액의 명목을 눌러, 총액이 맞는지 아닌지 자체 확인할 수도 있고, 항목별로도 링크가 많이 되어있어서 기부금 공제 항목도 영수증만 있으면 본인이 따로 입력이 가능했는데 그런 게 죄다 사라졌다! 게다가 시스템이 죄다 바뀌었는지 원래 회원인데도 재가입해서 로그인하라고 하고, 비회원로그인도 가능하다지만 메뉴가 제한되고 아우 불편해!! 

 

하는 수없이 통장 2개의 1년치 수입액을 다 뽑아 계산해서 맞춰보고, 기부금공제는 그냥 포기했다. 기부금공제를 받으려면 별지 서식 45호를 작성해서 세무서에 제출하라는데, 별도 증빙서류 제출해야하면 인터넷 신고할 때도 작성할 수 있게 해야지 뭐냐!!! 일단 신고서를 제출하고 나서 증빙서류 제출하라는 메뉴가 있긴 하지만 거긴 기부금 공제 서식이 생성되지 않았다. 기부금은 아예 공제해주지 않겠다는 꼼수가 아니고 뭐냣! 5월에 세무서 가면 얼마나 줄을 오래 서서 기다려야하는데... 그러고도 전자신고하라고 한쪽 구석에 있는 컴퓨터로 내몰기 일쑤... 옜다 먹고 떨어져라 하는 마음으로 그냥 기부금 공제는 빼고 신고를 마쳤다.


부양가족 공제도 없지(울 엄마는 막내동생이 부양가족으로 신고하는 게 관례), 자녀공제도 없지, 출산, 입양 공제도 없지.... 이번에 공제되는 거라고는 표준세액공제 7만원이랑 전자신고 공제 2만원뿐이다. +_+ 젠장젠장... 째뜬 알량하게나마 원천징수로 뜯어갔던 세금 환급되는 거나 기다리는 수밖에. 작년 내가 벌어들인 수입을 확고하게 '숫자'로 확인하는 이 맘때는 참으로 마음이 참담하다. 이거 벌자고 노상 밤새고 있는 거구나 내가...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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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고..

투덜일기 2015. 4. 18. 01:30

4월 16일엔 추모집회엔 나도 나가서 촛불 하나 들어야하지 않을까 며칠 고민했지만 나가지 못했/않았다. 꺼려지는 핑계는 너무도 많았다. 같이 나갈 사람도 없고... 비도 온대고... 일도 바쁘고... 다음날 아침부터 자원봉사 나가야하는데 체력이 될까... 분명 차벽치고 길 막고 강력진압할텐데 무사히 집에 올 수 있을까 엄마가 걱정할텐데... 구차하게 나열하고 있지만 그냥 나가기 싫었다는 게 맞다. 절실하지 않았던 거다. 냉장고가 거의 다 비어 장을 보러가야한다고 며칠째 별르면서도 내키질 않아 종일 꼼짝도 하지 않고 집에 처박혀 있었다. 


마침 다음날은 궁궐에 봉사나가는 날이란 핑계로 일찌감치 잠을 청했다. 뉴스는 보지 않았다. 까무룩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진동으로 돌려놓은 휴대폰 울림에 금방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자정을 몇분 남긴 시간, 휴대폰 화면엔 낯선 번호가 떠 있었다.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오는 전화번호는 잘 안받는데, 시간이 시간인 만큼 괜스레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걸 느끼며 전화를 받았더니 큰조카 ㅈㅁ이가 대뜸 "고모, 어디야?" 물었다. 당연히 집이지 어디겠니... 근데 니 전화는 어쩌고!!


버스 타고 집에 가려다가 친구랑 1시간째 버스 안에 갇혀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집보다 고모네 집이 가까우면 엄마가 고모네로 가서 자라고 했단다. 와서 자는 거야 당연히 괜찮은데 문제는 집이 효자동인 친구를 어쩌냐는 것. 초저녁부터 걸어서라도 집에 가려고 시내에서 이리저리 시도했지만 어디로도 접근할 수가 없었단다. 일단 같이 오라고, 당장 내려서 전철 끊기기 전에 전철로 최대한 가까이 오든지, 어떻게든 은평차고지로 갈 거라는 버스에 계속 남아 있다가 종점 도착하면 내가 데리러 가든지 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다행히 버스는 막힌 길을 피해 명동으로 서울역으로 돌고돌아 우리 동네 전철역앞을 지나더라며 버스에서 내렸다고 40분쯤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너무 늦어 마을버스가 있을지 모르겠다, 택시를 탈래, 데리러 갈까 했더니 걸어와도 되겠단다. 어차피 시내에서 막힌 길 피해 종로로 을지로로 엄청 걸어다녔는데 2정거장쯤 더 걷는 거 일도 아니라나.


씩씩하게 대꾸하더니만 막상 집에 온 두 아이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당연하지. 벌써 새벽1시. 애기들, 고생했다, 조금 쉬다가 길 뚫렸나 알아보고 친구는 효자동 집까지 고모가 데려다주면 되지 않겠니 했더니 일단 배가 고프시다고...  라면 끓여줄까 했더니 웬일로 싫단다. 다른 간식 거리는 없는데.... 그럼 복음밥? 오케이... 다행히 스팸 통조림 하나 있는 거에다 자투리 채소를 다져넣고 남은 밥 한통을 다 볶았다. 내심 아침에 조카 먹여보낼 한 그릇을 남길 요량이었는데.... 결국 위대한 십대 둘은 그 많은 밥을 다 먹어치웠다. 다이어트한다고 맨날 굶지를 말든지 야식을 많이 먹지를 말든지... 자연히 잔소리가 나오려는 걸 꿀꺽 삼켰다. 그냥 살아만 있어도 고마워해야할 아이들인데 까짓것 야식 좀 많이 먹어서 살찌면 어떠니...


뉴스를 검색해보니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시위대가 철야농성에 들어갔다고. 광화문 주변에 둘러친 차벽은 웬만해선 아침까지 버틸 것 같고 우리집에서 효자동으로 접근하는 길도 청와대 길목이라 막아놓았기 십상일 것 같았다. 친구도 그냥 재워보내기로... 배부른 십대 둘은 배를 두들기며 낄낄 깔깔 실컷 수다를 떨다가 2시를 한참 넘겨 잠이 들었지만 결국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5시반부터 깨워달라더니만 5분만 더, 10분만 더... 좀처럼 깨어나지 못하는 아이들을 깨우러 다니는 한편, 고기도 없이 대충 미역국을 끓이고, 없는 반찬대신 한 덩어리 남았던 돼지고기 목살을 녹여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냄새를 피우면서 구워먹였다. 어휴... 학부형 엄마들은 이짓을 맨날맨날 어떻게 할까, 그러다가 문득 이렇게 아침 시간에 애들 깨우느라 소리치고 밥 해먹이고 그러는 게 더 없는 소원이 된 부모들이 있다는 걸 뒤늦게 생각해냈다. 


애들을 보내고 나서는 시간이 너무 많아 느릿느릿 외출준비를 하다가, 몸 편하게 버스타고 잠깐 눈을 붙여야지 생각하며 경복궁 가는 버스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내 생각이 짧았다. 버스는 세검정부터 이미 거북이걸음... 전날밤부터 광화문 바로 앞에서 농성중이라잖니... 그래서 광화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경복궁으로 드나들려면 주차장 입구나 서쪽 쪽문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 형광노랑색 조끼를 입은 의경들이 경복궁 주변에도 골목마다 모퉁이마다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도 밤새 그렇게 지키고 서 있었을까, 얼굴을 살피게 되는 건 이제 그 아이들도 어느덧 다 내 아들뻘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라꼴이 엉망이라 니들도 고생이 많다. 


굳게 닫힌 광화문과는 상관없이 이날 경복궁엔 현장학습을 나온 단체 어린이 관람객이 넘치고 또 넘쳤다. 안내해설을 예약했던 인천의 어느 초등학교는 주변에 버스조차 세울 틈이 없어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늦게 궁궐에 입장을 할 수 있었다. 경복궁 주변에서 시위자들에게 세월호 관련 유인물을 받아들고 아무 생각 없이 궁궐 문을 들어선 중학생 아이들은 의경들의 검문을 받고 입장을 제지 당했다가 인솔교사의 강력한 항의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길에서 나눠주는 종잇장을 받아든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유인물을 받아든 아이들도 죄가 없고, 상부 명령으로 그런 유인물 소지를 막아야하는게 의무인 의경들도 죄가 없는 건 마찬가지. 청와대 코앞이라 늘 굳은 얼굴로 입구에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 의경 아이들도 실은, 가끔 궁에 유명인이 나타나면 신이 나서 같이 사진찍자고 청하는 이 땅의 해맑은 청년들이다. 그 옛날 학창시절처럼 경찰병력을 무조건 '짭새'라고 부르며 적대시할수만은 없는 세대가 되고 말았구나 싶다. 시위대에게 캡사이신 최루액 뿌리고 물대포 쏘아대는 건 분명 공권력 남용이지만, 잘못은 그러라고 명령을 내리는 책임자들에게 있지 맨 앞에서 방패와 곤봉들고 싸워야 하는 아이들은 또 무슨 생고생인가. 


광화문과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서, 경복궁과 그 너머 광화문 광장의 풍경은 참으로 참으로 대조적이었겠구나 싶은 하루. 오전 오후 두번이나 목이 찢어져라 해설을 하기도 했지만 담장 안쪽에 있다는 게 뭔가 죄스러워서 흥이 나질 않아 이상스레 고단하고 심신이 쳐졌다. 과연 나는 여기서 왜 이렇고 있는 걸까.... 회의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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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7일

놀잇감 2015. 4. 7. 15:12

​우리집앞 벚꽃은 오늘자로 만개했다는 기록용 포스팅... ^^; 

작년엔 꽃도 탐스럽고 버찌도 엄청 열렸는데 올해는 꽃도 작고 열매도 부실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도 사방에서 각종 벌들이 날아와 붕붕대며 꿀을 채취하는지 수분을 시키는지 아주 바쁘다. 손가락 굵기만한 대형 뚱보 벌들도 있어서 접근하기 무셔워라...

​탐스러운 꽃송이를 담아보려고 베란다에 나가 알량한 줌으로 당겼으나 흐리다... 날씨도 흐리고 도움이 안되네. 

잠깐 햇빛 비친 사이에 다시 나가서 몇장 더... 아.. 사진 진짜 못찍는다. ㅠ.ㅠ  

아래층 아저씨가 벚나무가지가 너무 무성하다고 옆집에 '민원'을 넣는바람에 제일 큰 벚나무의 제일 튼실한 가지 하나가 작년 겨울에 잘려나갔다. 겨우내 베란다 앞이 환해진 건 좋았는데 막상 벚꽃이 피어나니 베란다 난간까지 넘실넘실 드리워졌던 꽃가지가 사라진 게 좀 아쉽다. 

째뜬 꽃사진 잘 안나온 건 ​순전히 찍사 솜씨가 모자란 건데도 며칠 전 계단에서 떨어뜨려 나뒹군 구형 아이폰 탓이라고 속으로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 요는 얼른 새폰을 갖고 싶다는 것! 아 근데 어디서 살지(대리점? 온라인샵?) 뭘로 살지(기종은 정했는데 무슨 색?), 밖에 나가기가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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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투덜일기 2015. 3. 5. 17:09

아시아 최대규모라던가 세계 최대규모라던가 암튼 엄청 크다는.... 그리고 여러가지로 말도 많고 탓도 많아서 한번 가볼까 하던 마음도 움츠러들게 했던 이케아에 드디어 구경을 갔었다. 광명 사는 친구가 자기도 아직 안 가봤다며 겸사겸사 얼굴한번 보자고 해서, 딱히 뭘 사려던 것도 아닌데 (게다가 '들이기와 버리기 원칙'을 계속 고수하려면 쇼핑 전에 뭘 버릴지부터 결정해야 한다규~!) 그냥 구경만 하자, 싶었다. 

 

평일 오전(11시쯤)이라 주차장도 여유롭고 식당도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잠도 잘 못자고 거의 눈뜨자마자 달려간 터라 일단 배고픔부터 해결하자고 내가 극구 주장했는데, 얼핏 가격대비 꽤나 훌륭하다고 들었던 건 순전히 '가용비' 차원. 메뉴는 엄청나게 단순해서 뭘 다양하게 골라먹는 건 불가능했다. 끼니가 될 만한 건 김치볶음밥, 파스타, 미트볼, 연어라자냐, 넷 중 하나를 골라먹는 게 전부. 푸성귀를 플라스틱에 담아놓거나 접시에 포장해놓은 연어 샐러드도 있긴 했다. 볶음밥과 파스타가 단돈 2900원이고 맛도 뭐 그럭저럭 먹을 만하니 다들 '괜찮다'고 할 수밖에. ^^; 그러나 식판 카트 밀면서 계산하려고 줄 서 있는 사이 금방 식어버리고 어리바리 커피는 어떻게 마셔야 하나 고민하느라(계산대 앞에서 커피 머그잔이나 음료수 잔을 직접 꺼내 올려 놓으면 계산되는 방식) 방황했더니 자리 잡고 밥 먹을 땐 이미 지쳐서 쇼핑 의욕이 상실되었다. ㅋㅋ

 

난 역시나 드넓은 초대형 매장 돌아다니는 것도, 이것저것 오래 구경하며 쇼핑하는 것도 싫어하는 게으름뱅이. 그건 일행도 마찬가지여서 우린 가자마자 식당 테이블에서 주로 수다떨며 시간을 보냈고(근 2시간 가까이!), 천원짜리 무한리필 커피치고는 맛도 제법 괜찮다, 근데 잔은 너무 작다 그러면서 귀찮아서 두잔씩밖에 커피도 안마셨다. 커피도 천원 생수도 천원. 식당에선 물이 제일 비싸네, 그런 말도  했던 듯.

 

이케아 방문을 앞두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와 달리 친구는 그래도 몇 가지 쇼핑품목을 생각했던 모양인데, 아우 고르기 어려워라... 인기품목은 이미 품절이 많고, 쇼룸에서 본 물건의 제품명과 품목 번호를 적어야 한다는데 이케아 연필도둑 소동 때문이었는지 메모지와 연필은 사라지고 없었다. 휴대폰 앱이나 카탈로그로 표시해야한다는 듯. 아 귀찮아...

 

해서 친구는 그냥 생활용품 쌓아놓고 진열하는 곳에서 수납함이니 베갯속이니 이불이니 하는 것들 몇개 카트에 주워담았고, 나는 수첩과 학용품 파는 곳에서 눈이 홱 뒤집혀 이것저것 오래 만지작거리다가 (책상 서랍에 새 공책이랑 수첩 많잖아!!) 다행히 죄다 제자리에 돌려놓는 데 성공을 거두었다. ^^;; 그래도 민짜 수첩이랑 노트랑, 클립이랑 누런 포장지 중엔 마음에 드는 게 꽤 있었음. ㅎㅎㅎ

 

아무리 살 마음이 없어도 빈손으로 갈 순 없잖아 하는 심정으로 내가 고른 건 천원짜리 분홍색 플라스틱 휴지통과 3개에 단돈 1900원인 코르크 냄비받침. 아싸 득템일세. ^^; 이케아는 국내 가구업체에서 걱정했던 것만큼 가구공룡이 아니라 그 외 생필품 시장에 더 타격을 줄 것 같다는 분석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친구도 책꽂이 하나 살까 눈여겨보다가 막상 낑낑대고 상자 옮겨가 조립할 생각 하니 사기 싫어졌다나. 국내 가구 사면 무료배송에 조립까지 다 해주는데! ㅋㅋㅋ 대신에 수건이 싸고 질 좋다면서 막 10개씩 구입..

 

째뜬 이케아가 왜 전세계적으로 장사가 잘되는지 알 것 같았다. 뭔가 가격대비 물건이 쌔끈한 느낌! 똑같은 플라스틱 수납함인데도 다이소나 모던하우스 같은데서 보던 저렴이들보다 만듦새가 깔끔하고 마무리가 잘 된 느낌이고, 색깔도 덜 촌스럽다고나 할까. 하기야 뭐 나도 몇년전에 이미 이케아 플라스틱 의자는 작업실 용으로 사서 써봐서 안다. 이번에도 3만3천원짜리 등나무의자가 어찌나 사고 싶던지  ^^;

 


내가 잠시 탐냈던 의자;; 근데 놓을 데가 없다!

친구는 첫 방문이니 애써 쇼핑을 자제하면서도 흰색 5단 책꽂이가 썩 마음에드는 게 있다며 나중에 내가 가서 조립해준다는 약속만 한다면 사다놓겠다고도 했다. 그밖에 그녀가 마음에 들어하는 스툴 같은 건 죄다 품절. 인터넷으로 입고 여부를 알아놓을 터이니 한번 더 가자나. ㅋ 내가 그러겠다고 하면 가구상자나 무거운 물건 옮기는데 유용할 것 같은 캐리어도 같이 살 태세!

 

집에 돌아와 닦아도 도무지 때깔이 안나는 오래된 플라스틱 휴지통 하나를 버리기로 하고 샛분홍(색이 너무 튀어서 살까말까 고민하다 에라이 천원인데 뭐;; 그랬다 ^^;) 휴지통을 엄마 방구석에 놓아드리니 매장에서 볼 때보다 색감이 더 나은 것 같았다. 냄비받침 3개 대신엔 딱히 버릴 게 없어서 알량하게 플라스틱 아이스크림 숟가락이랑 화분받침을 버릴 작정. 과연 조만간 이케아를 또 가게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가게된다면 미리 인터넷으로 검색을 좌악~ 해보고 합리적인 동선을 짜야겠다!고 생각하는 걸 보니 가긴 갈 모양인가...

 

하여간에 매장을 돌아다닌 건 1시간도 안되는데 급피곤해져, 집에 와 오곡밥 하고 보름 나물 볶는데 힘들어서 혼이 났다. 3, 4시간 꼼꼼하게 돌아다니고 무거운 물건박스까지 옮겨 싣고 올라믄 아줌마필수 체력부터 챙겨야할 듯. 그것이 첫 이케아 방문의 소감이다. 미리 배를 채우고 가는 건 필수.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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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버리는 게 병이다 싶은 사람으로서 삶을 깔끔하게 바꿔나가려면, 새로운 물건을 들일 때 그 가짓수 만큼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리는 원칙을 세우는 게 도움이 된다고 누군가 조언을 해주었다. 반드시 동일 품목일 필요는 없지만 새로 옷을 사려면 서랍에 처박혀 있는 옷 중에서 최소 하나는 버려야한다는 얘기. 뜻밖에 뭔가 사소한 충동구매를 했더라도 집에 돌아오면 그 가짓수 만큼 옛 물건과 작별을 해야한단다. 오오 뭔가 그럴듯했다. 쓸데없는 소비와 지출은 줄이고 괜한 물건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작심을 품었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도 괜히 한 구석 다이소 매장에 얼씬거리며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는 주제에...


암튼 새해들어서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를 만들라는 산술적인 물건 들이기/버리기 원칙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 냉장고는 원래도 한번 장 봐서 채워놓았다가 텅텅 비어 도무지 해먹을 반찬거리가 없어진 다음에나 다시 장을 보는 쪽이라 예외로 하기로 했다. 일단 갯수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고 기억할 수도 없어! 


작년에 대거 등산복과 등산용품을 사들이고 나서는 당분간 옷도 살 필요가 없을 것 같고, 빨래 개서 넣을 때마다 이상하게 공간이 모자라 터져나갈 듯한 서랍장도 틈틈이 정리했더니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더 쌓이는 뿌듯한 삶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하다보면 수십년된 살림살이도 하나하나 정리되겠지...


그러나 두둥~ 뜻밖의 난항이 찾아왔다. 작년 연말에 부엌 수리를 홈쇼핑 상품으로 해결했더니만 나로선 기억나지 않는 물건들이 '사은품'이랍시고 하나하나 날아오기 시작한 거다. 처음엔 시키지도 않은 택배 아저씨의 부름에 앗, 이게 혹시 요즘 택배 배달을 가장한 범죄인가 겁도 났으나 내 이름을 소리높여 부르다가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현관 앞에 두고 갈게요~ 외쳐주시는데 범죄일 리가 없잖아! 첫 사은품은 수저 열벌. 오옷 이건 좋다, 싶었다. 15세트쯤 명절용 수저가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식구들별로 죄다 무늬와 모양이 다른 평소 사용 수저를 명절날에도 짝맞춰 놓느라 진땀뺄 필요가 적어졌다는 의미. 그간 어디서 굴러온 건지도 모르면서 혹시 필요할 때를 대비하여(대체 그게 언젠데?) 마냥 갖고 있던 제각각 수저들을 다 챙겨 버렸다. 그 김에 오래된 티스푼, 안 쓰는 머그컵들도 퇴출! 얼추 새 수저 열벌과 가짓수가 비슷해졌다. 


그런데 아우쒸. 이후 상자도 어마어마하게 큰 식품 건조기와 전열판(?)이 또 배달되었다. 수저가 사은품이었던 건 어렴풋이 기억나지만 건조기랑 전열판은 통 본 적도 없는 느낌인데 어휴. 죄다 중국산 저가품이 뻔한데 어디 둘 데도 없고, 쓸 일도 없고! 전열판 써먹자고 삼겹살을 굽겠나, 라면을 끓이겠나 나 원 참... 울며 겨자먹기로 부엌 살림 중에서 알량하게 빈병 모아둔 것 중 두 개를 내다버렸다. 피클 담을 때 병 모자라면 어쩌나 염려하면서...  이젠 끝이겠지 생각했는데 몇주 후 또 뭔가 상자가 배달되었다. 열어보니 꾸엑~~ 이번엔 24pc 4인 식기 세트! 역시나 당연히 중국산 ㅠ.ㅠ 값싼 중국산 도자기에선 반짝반짝 광 내려고 바르는 유약에 납 같은 중금속이 많으니 웬만하면 중국산 저가 도자기 쓰지 말라고 들었는데. 아오 된장 된장. 게다가 쨍~ 하고 강추위가 찾아왔던 날 배달된 식기 세트 중에 접시 하나 꺼내서 쓸모가 있나 없나 일단 씻고보자 싶어 온수 아래 댔더니 쨍~ 바로 금이 가버렸다. 아우쒸 욕나와.... 얼마나 허접하게 만들었으면 고 정도 온도변화도 못 견딘담. 이런 후진 물건 사은품으로 주지 말고 상품 가격을 내렸어야지!! 


금간 접시는 곧장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23개의 식기들도 버려야할 것 같아 고스란히 쌓아놓았다. 그 물건 대신 다른 물건을 20개도 넘게 어떻게 내다버리나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차라리 다행인가. +_+ 아무튼 그 밖에도 보험 담당자가 뜻밖에 떡하니 선물이랍시고 샤워용품을 가져오질 않나, 볼펜과 스카프가 생기질 않나, 다른 때 같으면 그저 희희낙락 좋아만 했을 사소한 선물들도 죄다 예상 밖의 물건 들이기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웠다. 당분간은 책도 사지 말고 쌓아두기만 한 새책들이나 읽어야지 싶었더니, 증정본도 날아오고 어휴... 삶은 확실히 예측불허다.  


그래도 확실히 좋은 점은 있다. 물건을 살 때도 예전보다 더 망설이고 고민하고 꼭 필요한가, 이걸 갖기 위해 난 뭘 포기할 것인가 따위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3년간 입지 않은 옷은 앞으로도 입을 일이 없으니 버린다'를 모토로 삼고도 그래도 차마 못 버리고 끼고 돌던 옷들도 꽤나 챙겨 내놓았다. 미리미리 버려놓았으니 앞으로 몇 가지는 부담 없이 들일 수 있다고 막 기뻐하면서. 계속해서 잘 들이고 잘 버리는 생활을 이어나가봐야겠다.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 나도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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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전시

놀잇감 2015. 1. 9. 02:16

방학 맞은 아이들 끌고 나온 학부모들로 바글거리기 전에 가봐야한다고 마음 먹었으나 어느덧 겨울방학의 피크로 치닫고 있는 즈음, 현재 하고 있거나 앞으로 예정이라는 전시 중에 좀 땡기는 것들만 목록을 정리했다. 그래야 안 잊을 확률이 좀 더 높으니까. 결국 나는 배설 및 과시형 블로거가 아닌가. 작년엔 가고픈 전시 목록을 포스트잇에 적어 벽에 붙여놓았었는데 (여기도 포스팅을 했었는지는 기억도 안난다;;) 30퍼센트쯤 가보았더군. 일단 나가면 빨빨거리며 잘도 돌아다니면서, 집에 붙박이로 있다보면 게으름과 귀찮음을 떨치고 나가기가 참 어렵다. 


아무튼 이미 시작한 전시도 3, 4월까지 아직 여유가 있긴 하지만 초대권은 기간이 짧아서 공짜로 보려면 1월 말 안에 봐야할 전시도 있고 하여 괜히 마음만 조급하다. 이 중에서 과연 정말 가서 보게될 전시는 무엇이며, 가서 본 만큼 기대에 부응하거나 또는 실망스러운 전시는 뭐가 될까. 그런 기대감으로 또 1년을 설레며 보낸다면 참 좋으련만... 무얼 해도 시큰둥한 이 무기력감은 으휴...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대림미술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간송문화전 3부 (진경산수화)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 중앙박물관

장욱진의 그림편지 - 양주장욱진미술관 (아 ㅠ.ㅠ 이건 1월 18일에 끝난다니 못갈 확률이 더 높다;; 가을부터 별렀는데;;)

오드리 헵번 전시 - DDP (3월 8일까지)

케테 콜비츠 - 서울시립북서울 미술관(4월 19일까지)


아래는 예정 전시.


이중섭 - 갤러리 현대(1월6일-3월1일)

이쾌대 - 덕수궁 현대미술관(7월-10월)

페르난도 보테로 - 한가람미술관

밀레, 모더니즘의 탄생 - 올림픽공원 소마 미술관(1월25일-5월10일, 14000원. 매주 금요일 야간 할인)

한국전통건축 예찬 - 리움


브레송 사진전은 내가 알기로도 벌써 세번째 전시인데, 그간 한국에 안 왔던 작품이 있다니 또 안가볼 수가.. +_+ 언뜻 보니 풍경사진이 많은 듯. 키큰 나무가 하트처럼 모여 서 있는  길을 찍은 작품 하나만 보고와도 기쁘지 않을까나. 

통통한 인물 그림으로 유명한 보테로도 한국에서 인기 많은 화가이니 또 오누만. 한가람에서 또 얼마나 입장료를 비싸게 받을까 쳇... 이중섭도 많이 본 작품들이 대부분일 거란 생각에 꼭 갈지는 모르겠으나, 한국근현대미술전에서 서너 작품만 본 적 있던 이쾌대 전시는 좀 기대된다. 내가 마음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그림들은 딱 근대화가의 작품까지인듯. 무지한 나에게 현대미술은 넘 어려워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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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날씨

투덜일기 2014. 9. 4. 00:33


8월말부터 확실히 하늘빛이며 공기의 냄새며 바람의 질이 달라진 건 느끼고 있었다. 일교차가 벌어져 아침저녁으론 선들선들. 포근한 이불을 덮지 않으면 차게 식은 발이 잘 따뜻해지질 않아서 좀체 잠들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암튼 그래도 낮엔 꽤나 더워서,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집안에서 일할 때 민소매 아니면 못버티겠더니, 심지어 오늘은 비온 뒤끝에 종일 춥고 발시리려서 저녁땐 보일러를 돌렸다. 따뜻한 방바닥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ㅠ.ㅠ 


추석이 하도 일러서 요번 추석때도 에어컨 깨나 틀었다 껐다 많은 식구들 취향 맞추느라 번잡하겠구만 싶었더니만 이거 뭐지. 최저기온 17도면 나는 발이 시리다는 걸 오늘 머리에 새겨두기로 했다. 그래도 내일 낮엔 29도까지 올라간다니 또 더워지겠지만, 이렇게 극적으로 변해가는 날씨가 좀 무섭다. 금방 눈 내리고 얼음얼게 생겼어! 흑... 이 여름의 끝을 잡고... 가 아니라 바짓가랑이라도 붙들어 매달고 싶은데 어쩌면 이미 가을인지도 모르겠다. 밤마다 들리던 풀벌레 소리가 정녕 귀뚜라미였던 것이냐. 새삼 세월무상.


3년째 쓰고 있는 아이폰이 점점 느려지고 액정 안에 습기가 찾는지 작은 얼룩이 보이면서 휴대폰을 바꾸긴 바꿔야겠는데 뭘로 바꾸나 막연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 아이튠즈에 푹 연결만 하면 더 골치아플 일 없게 그냥 아이폰6이 나오면 그거 나 살까 하는 생각이 가장 유력했고, 안드로이드폰 중에선 그래도 G3가 젤 나아보이는데 내 취향엔 좀 너무 크고 손에 잘 잡히지도 않아서, 에라이 뭐하러 미리 고민하나 나중에 9월 되면 생각해보지 그랬다. 그러고는 9월이 아직 아주 멀리 있는 줄...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네그려. 아까 누가 내 휴대폰을 보고 바꿀 때 됐다고 그러길래, 9월에 아이폰6 나오면 구경해보고 마음 결정해볼라고요, 했다가 다음주 출시래요.. 하는 말을 들었다. 으악. 월말로 약속했던 일들과 추석 때문에, 9월이 무서워서 나는 아직도 계속해서 8월에 살고 있었구나야.  얼른 정신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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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책

책보따리 2014. 6. 3. 15:27

책보따리 폴더에 독서후기는 하나도 안 올리고 뜬금없이 중고로 책팔기 꿍꿍이 이야기다. 


괜히 읽지도 않을 책 사들이기를 완전히 끊지는 못해 그간 한번에 두어권씩 사들인 책을 두서없이 쌓아놓았더니만 어젯밤, 정확히는 오늘 새벽 책장 앞 방바닥에 두 줄로 대충 세워놓았던 책이 와르르 무너졌다. ㅠ.ㅠ 아, 책정리를 너무 소홀히 했구나.


읽은 책 안읽은 책, 내 취향과 상관없이 선물받은 책들이 마구 뒤섞인 책더미에서 갖고 있어도 절대 다시 안읽을 책과 읽어야지 생각은 했으되 안 읽을 게 뻔한 책들을 솎아냈다. 너무 많아 구석에서 먼지만 쓰고 있는 증정본도 좀 챙겼더니 무려 50여권. 처음엔 동네 전철역 나눔문고인가 하는 곳에 전부 기증을 할 생각이었다. 아 근데 전철역까지 가져갈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박스포장을 해서 택배로 부쳐야하나? 우체국 가는 거나 전철역 가는 거나... 하기야 전철역엔 주차를 할 수가 없다. 운동 삼아 캐리어 가방에 넣어가지고 질질 끌고 가볼까? 별별 고민을 다 하다가 문득 하이고 책값으로 치면 저게 다 얼마치인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내가 직접 산 책이 적어도 3분의 2는 될텐데, 한권에 만원씩만 쳐도 대충 30만원! (이런 생각하기 시작하면 절대로 책이든 뭐든 물건을 처분하지 못한다 ㅠ.ㅠ) 


갑자기 돈 아까운 생각이 들면서 전부 다 기증하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이 찌그러들었다. 팔 수 있는 책은 좀 팔아볼까...

얼른 상태가 좋은 아이들만 20권쯤 골라 목록을 만들어 알OO  중고서점에 들어가 매입가를 알아보았다. 흠... 신나게 책 제목들을 입력하다보니 또 다시 느껴지는 부끄러움. 기증한다더니... 알짜배기는 다 팔아먹을 셈이냐! -_=;; 매입가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신간이라도 다 비싼 건 아닌 듯. 나름 효용의 원칙을 세워 2천원 넘는 책만 중고서점에 팔고 그 이하는 원래 생각대로 전철역 문고든, 녹색가게든 기증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중고책팔이용으로 분류된 책이 14권. 책의 상태에 따라 매입가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니 과연 얼마나 받게 될지 모르겠지만 얼추 잡아도 3만원은 될 듯. 게으름을 떨치고 무거운 저 책을 낑낑 챙겨들고서 중고책방으로 나가야한다는 난항을 언제 어떻게 해결할지 그건 모르겠으나 (머잖아 아버지 제사가 있으니 그 전엔 치우겠지;;) 벌써부터 반나절 알바라도 한 느낌이다. ㅋㅋ 전철역에 전화해서 책 기증절차가 어떻게 되나 그것도 물어봐야 하지만, 오늘은 일단 마루에 처분할 책을 용도별로 쌓아놓는 걸로 임무 끝. 


근데 50여권이나 솎아냈는데도 왜 책장 앞은 아직도 쌓여있는 책으로 어지러울까. 으휴. 책장을 더 들여야하는데 그건 이사가서 할라고 벌써 몇년째 벼르기만... 그나저나 아 이 놈의 집은 언제 팔리냐고! ㅠ.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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