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4.09.23 결국 문제의 글은 복원됐다 8
  2. 2014.09.17 생각보다 8
  3. 2014.07.08 종교인이 문제다 10
  4. 2014.05.11 일요일 오후 3시 10
  5. 2014.01.17 깜박깜박 6
  6. 2013.08.21 에어컨 4
  7. 2012.08.22 시끄러워도 참아야 해 1
  8. 2011.10.27 커피집 불만 9
  9. 2011.10.21 이상한 댓글 4
  10. 2011.05.28 세상이 쌈닭을 기른다 8

블로그란 게 요즘엔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겠으나, 내 경우 그냥 하나마나 한 소리를 궁시렁궁시렁 혼자 끄적거리기도 하고 괜히 누군가 역성 들어주기를 바라며 응석도 좀 부리는, 순전히 배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이번에 또 한번 권리침해 신고로 글을 '함부로' 삭제 당하는 경우를 당하고 보니 이곳에 수년간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잡글에 대한 느낌이 새삼스럽다. 


이제는 적지 않는 일기 대신에 여행 다녀올 때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를 볼 때마다 꼬박꼬박 몇줄이라도 느낌을 적어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그래서 엄연히 따지면 누구나 지나다니는 좁은 골목길 같은 곳이지만 나 혼자만은 사적인 안마당 같다고 여기며 꽃도 심고 돌도 고르고 잡초도 뽑고 그러며 가꿔온 게 아닐지. 이왕이면 왕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기를, 사소하고 소박한 들꽃이나 들풀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만 지나다녀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깡패같은 땅주인이 나타나서 여기 니 땅 아니야! 니 맘대로 하지 마! 언제든 내 눈밖에 나면 내쫓길 신세야! 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말도 안통하고 눈만 마주치면 무조건 싸움을 걸고보는 '이상한' 행인을 하나 끌고 와서 한바탕 휘저어 놓고 간 듯하다. 멍하니 망연자실했다가 한참 뒤에 떠오른 생각은... 아우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을 불태울 순 없다던데.


아무튼 그래서....

'적극적인 소명'이 부족하다며 두번이나 내 복원신청을 '까댔'으며 도대체 자기 글도 못 읽게 해놓고 어떻게 근거를 제시하라는 하라는 거냐고 분노의 이메일을 보내도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식으로 (처음 복원신청을 했을 땐 지메일이었던 내 아이디로 해당 블로그가 검색이 안된다고 말도 안되는 답신을 보냈었다. 지메일 아이디로는 다음 사이트에 로그인도 어려워 복원신청도 절차가 어찌나 까다로웠는지... ㅠ.ㅠ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한메일로 티스토리 아이디를 바꾼 뒤에야 복원신청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 서로 연동 안되게 해놓을 거면 다른 메일주소로 아이디 설정은 왜 가능하게 해놨는데????)  기막힌 대처를 하던 티스토리 측에서 휴대폰으로 검색해 겨우 얻은 포스팅 캡쳐 화면을 첨부했더니 결국엔 30일이 지나 해당 글을 복원조치해놓았다. 신고자측에서도 추가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실제로 명예훼손으로 권리침해된 사항인지 심사를 받는 단계까지도 가지 못했단다. 애당초 내가 글을 올렸던 3년 전도 아니고, 그 인터넷선교단체에선 무슨 심보로 뒤늦게 권리침해 신고를 했을까??? 아마 그 단체에는 대체로 그딴 식으로 블로거들을 협박하는 모양이다. 지들이 대리하는 주요 몇몇 교회의 이름이 들어간 글은 무조건 글을 삭제조치 시키도록 신고를 하고는, 복원신청 과정이 귀찮거나 절차가 복잡해 꺼려하는 블로거들이 지레 포기하도록... 물론 티스토리 측에선 그런 걸 매우 우호적으로 지원사격해주고.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명예훼손을 당한 쪽이어서 어떤 이의 블로그 포스팅을 권리침해로 신고를 했다고 쳐보아도 도무지 이런 절차와 포털의 태도가 이해되질 않는다. 젠장! 컴맹이라서 도대체 어떤 글이었는지 내가 쓰고도 전문을 찾아볼 수도 기억해낼 수도 없었다가, 이웃님의 도움으로 대충이라도 알게 된 그날의 포스팅에는 정말 내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았고 주된 내용은 PD수첩 시청소감이었다. 나 원 참....  드디어 복원되어 완벽하게 읽을 수 있게 된 포스팅 전체 내용에도 정말이지 소O교회에 대한 욕설이나 비난은 없었다. +_+ 이 모든 소동과 분노와 불쾌감의 빌미가 너무도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래서 약간은 허무하기까지.... 가끔씩 몇년 지난 포스팅을 읽어보며 아 이땐 이랬구나 피식 웃을 때도 있는데, 이날의 포스팅엔 블로그계를 떠난 이웃의 댓글도 있어서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뭐 딱히 잘 쓴 글도 아니지만 그래도 복원된 걸 기념하여 링크해둔다.  



2011년 3월 16일에 쓴 문제의 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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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투덜일기 2014. 9. 17. 03:15

생각보다 소망교회 관련해서 임시삭제조치 된 글의 복원이 어려울 것 같다.

지난번 이창하 씨 측에서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했을 땐 나의 복원신청이 곧장 받아들여졌던 듯 나중에 글이 다시 살아났었다. 그땐 임시삭제된 글을 외부인은 보지 못하더라도 본인만은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읽어본 뒤 도대체 어느부분이 명예를 훼손한 거냐고 따져물을 수 있었던 듯...

그런데 이번엔 3년이나 지나 내용도 가물가물 기억도 나지 않는 그 글에 대한 '적극적인 소명'이 부족하다면서 복원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휴 참 기가 막혀서...

담당자에게 벌써 여러번 메일을 보내보았으나 계속 똑같은 대답뿐... 이러다가 3년전 그 글을 그냥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게 왜 이렇게 억울한지...


도대체 2011년 3월 16일자  http://ynot.tistory.com/770 <잡다> 포스팅이 어떤 내용인지 나 역시 궁금해 죽겠다.

휴대폰으로 블로그 접속해서 검색해 얻은 결과, 앞부분 몇줄이 나와서 궁금증은 더 커졌다. 태그를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부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죄다 푸념한 모양인데... 흠... 아무리 하찮은 글나부랑이라도 아까워서 삭제된 글 내용이라도 이메일로 복사해 보내달라고 담당자에게 부탁해놓았다. 과연 그 부탁은 들어줄까?? 




다음/티스토리에서 이런식으로 비협조적으로 나오니깐 정이 똑 떨어져서, 진짜로 문제의 포스팅이 복원되지 않으면 이참에 블로그를 옮길까 생각도 하고 있다. 국내포털은 또 이런 사태를 안만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디로 가야하나... 돈내고 독립 블로그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겠고 구글 같은곳을 이용할 수도 있지 않으려나.... 하여간 그래서 요즘 더더욱 블로그질 하기가 싫어지고 있다. 8년이나 가꿔온 이 공간을 졸지에 확 폐쇄하자니 물론 아쉽기도 하고... 아니 티스토리를 포기하는 게 아쉬운 게 아니라 여기 올린 모든 포스팅을 백업해서 옮길 방법이 사라진 것 같아(방법이 있는데 내가 무식해서 모르는 걸지도;;;) 죄다 못 가져가는 게 아쉬운 거다. 폐쇄하지 말고 그냥 떠난 뒤 여기가 쓰레기통이 되거나 말거나 새로 시작을 해야하나... +_+ 아 귀찮고 어렵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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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에서 살인죄로(그것도 노수녀님을 죽였다고;;) 복역하던 가톨릭 신부의 죽음과 그 장례를 놓고 논란이 인다는 해외뉴스를 보았다. 아니 성직자가 어떻게?!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현대에서 종교란 단지 하나의 이데올로기이고, 성직자 역시 그냥 하나의 직업이란 생각에 점점 동조하게 된다. 다양한 유형의 인간이 있듯, 성직자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의 동기와 이유와 성향도 다양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어려운 곳, 낮은 곳에서 소신껏 봉사하는 성직자들도 물론 많겠지만, 그건 그냥 개인의 성향일 뿐 성직자가 아니면서도 그러는 착한 사람들도 많은 걸 뭐.


어마어마한 재산 규모와 예산을 집행하는 개신교 대형교회들도 그렇고, 괜히 길 막아놓고는 문화재 보호명목으로 절에 안가는 사람들한테까지 입장료 받아 챙기는 불교계 사찰들도 그렇고 그들에겐 종교가 그러니까 그냥 세금포탈에 엄청 이로운 수익사업에 지나지 않는 거다. 전국 어느 절엘 가보아도 '기와불사'라면서 돈 내고 기와에 이름 적어 소원성취하라고 적혀있는 안내문이 빠지질 않아 눈쌀이 찌푸려진다. 개신교의 십일조 논리도 그렇고, 가톨릭의 성금이나, 불교계의 불전함이나 왜 신을 섬기는 일에는 꼭 돈이 빠지지 않을까. -_-; 


줄곧 심신이 건강했던 엄마는 얼마전부터 약간 흥분과 불안증세를 보였다. 짐작되는 이유도 여럿이었다. 


첫째, 작년 여름에도 그러더니만, 담당자가 공무원 성과주의에 빠진 건지,  암튼 엄마가 다니는 보건소 부설 실버합창단이 무슨 대회엘 나간다고 했다. 작년엔 서울 지역만 참가하는 합창대회엘 나갔고, 거기서 당당히 대상을 받았다. 올해는 전국대회라서 예선도 거쳐야한다는데, 엄마는 작년 대회준비를 앞두고도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어했다. 자기만 틀려서 민폐 끼치면 어쩌나, 입장순서와 동작 순서를 헤매면 어쩌나 뭐 그런 이유였다. 부모들 기쁘게 하자고 유치원 선생들이 재롱잔치 준비로 애들 잡는 거랑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작년에도 욕심 많은 지휘자 선생 때문에 속이 부글부글 끓었었다. 헌데 올해는 전국대회라니, 노친네의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진 것 같았다. 하루종일 집에서 CD를 틀어대고 가사를 외우고... 가사 안외워져 큰일이라고 걱정하고.. 으억~!!! 하마터면 구청 사이트에 민원 넣을 뻔했다. 노친네들 성취감 고취도 좋지만,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도 많으니 괜한 고생 시키지 말고 큰일 벌이지 말라고...  일단은 참고 있다. 


둘째, 12살 조카를 3주 넘게 돌보는 건 나름 평화로운 모녀의 일상에 파격이었고 당연히 노친네에게도 스트레스였다. 지네 집에선 TV도 안켜는 애가 우리집만 오면 할머니방 TV를 점거하다시피하는데 그래도 괜찮은지, 맞벌이로 돈 번다고 애 교육 망치는 건 아닌지, 장사는 잘 되는지도 염려했고, 운전수에 보모 노릇하느라 늙은 딸 고생하는 건 또 안쓰러워보였던 모양이다.   


셋째, 엄마가 다니는 절의 신도회장을 지냈던 어떤 아줌마가 지지난주에 암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런데 그간 듣자하니 그 '보살님'은 좀 말도 함부로 하고 오지랖이 넓은 수준을 떠나 좀 주책스러워 밉상인 짓을 많이 하는 유형이었다. 고인을 두고 꼬치꼬치 따지기 좀 뭣하지만 이런 식이다. 울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루비반지(결혼 25주년때 아버지가 해주신 것)를 보더니 알이 좀 작지만(!) 예쁘네.. 라면서 대뜸 빼보라고 하더란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루비를 유리에 대고 문지른 뒤, 유리에 안붙는 걸 보니 이거 가짜네! 그랬단다. +_+ 그 일로 엄마는 그 아줌마를 속으로 미워하고 (나라도 엄청 미워했을 거다!) 상종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었다는데, 그분이 덜컥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 거다. 아니 그 아줌마 암 걸려 돌아간 게 왜 자기 탓인가! (물론 노인들에게 주변 사람들의 부고가 알게 모르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내 모르는 바 아니다.)


어쨌든 1, 2, 3번의 스트레스 원인은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고, 차츰 해결이 돼 나갔다. 1번은 내가 민원 넣어서 합창대회 무산 시키면 오히려 울 엄마가 더 괴로워할 것 같아서 열심히 가사 외우기를 거들며, 노친네들은 합창 틀리는 게 묘미라고 세뇌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재미있어서 웃는다고.. -_-; 2번은 올케가 직원을 뽑으면서, 조카가 우리집에 오는 날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됐고, 3번은 일단 그런 찜찜한 마음을 내게라도 털어놓았으니 치유가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ㅋ 우울증환자 보필 30년이면 이 정도 심리파악 풍월은 가능해짐을 양해바람)


저 정도의 스트레스 상황은 2, 3주 지나면 풀리기 마련인데도, 이상하게 노친네의 불안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무언가 신경쓰이는 일이 더 있다는 의미였다. 길가다 이상하게 웃는 여자얘기부터, 누가 재활용품 이상하게 버려놨더라는 얘기까지 시시콜콜 별의별 것을 다 내게 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양반이, 대체 그게 뭔데 나한테 숨길까. 


안되겠다 싶어서 이틀전 달래는 척 집요하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뭔가 나한테 말 안하고 혼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게 분명 있다. 그게 뭔지 어서 털어놔라... 그런 거 없다고 발뺌을 하던 엄마는 한참 머뭇거리다가 나중에 편지로 쓰겠다;;고 말했다. 엥? 딱 감이 왔다. 왜, 누구한테 돈 빌려줬다가 떼이셨나? 아님 절에다가 돈 갔다주셨나?  답은 후자였다.


사찰마다 교묘한 수익사업이 참 다양하겠지만, 이노무 절의 수익사업 가운데 하나는 '천불' 모시기였다. 나는 가보지도 않아서 모르겠는데 암튼 불화 전시회도 열었다는 유명한 화가(?)가 부처를 손바닥만하게 천 명이나 그린 벽화를 조성(아마도 화가의 그 노역까지 '보시'라는 이름으로 공짜로 재능기부 받았을 거다)하고 그 부처 그림 하나하나를 개개인의 이름으로 분양(?)해 돈을 버는 식이다(그림 아래 이름표라도 달아주려나? -_-;;) 우리 동네 있던 절이 새 절을 지어 서오릉 근처로 이사가면서, 그런 이야기가 있을 때 울 엄니도 당연히 하나쯤 도맡을 줄 알았고, 그러려니 했다. 결국 큰동생 이름으로 알량한 부처그림에 백만원을 쾌척하셨다. (백만원X1000 명이면 10억. 뭐 재산이 몇백억씩 된다는 대형교회완 쨉도 안되는 수준이겠으나, 나는 얘기 듣고 기가찼다.) 


그게 한 1, 2년 전이던가? 내가 아는 건 거기까지. 그런데 알고보니 그 이후에도 (불교신자도 아닌 딸 잘 되라고;;) 내 이름으로도 부처그림에 또 한번 돈을 냈었대고, 최근엔 노친네 본인 이름으로도 또 하나 부처그림값(?)을 내겠다고 약속을 했단다. (원래도 부자 신도들은 한집에서 막 10개씩 척척 맡아서 돈내고 그런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수익사업이 원할하게 마무리가 안되니 마지막 바겐세일이라도 하듯--물론 깎아주는 건 아니지만--남은 그림을 분양했던 모양)  그것도 5개월 할부로. ^^*


어차피 엄마 재산(이라고 하니 엄청나게 많은 것 같지만 그냥 연금 통장 정도 ㅋㅋ)은 본인이 관리하시고,  종교생활에 드는 소소한 비용이며 본인 용돈 쓰시는 것 역시 내가 전혀 상관하지도 않는다. 아버지가 남기신 배우자 연금이 엄마 쓰시기엔 넉넉해서 어찌나 감사한지. 그저 감지덕지할 뿐. 그런데 공교롭게 얼마 전 내가 목돈으로 들어온 원고료 일부를 선심쓰듯 간만에 용돈으로 드리며 토를 달았다. 엄마가 놀러다니고 옷사입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주는 거야, 홀라당 절에 갔다주지는 마셔. 그러면 다시는 용돈 안 줄 거임~


아무래도 복을 받아 편안하게 이 세상 하직하려면 정성스러운 금강경 필사뿐만 아니라 자기 이름으로도 천불 모시기에 동참해야할 것 같아서, 돈 내겠다고 약속하고 돌아온 바로 그 시점에 하필 내가 저런 말을 하며 돈 봉투를 안겼으니... ㅋㅋㅋ 노친네는 차마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 했던 거다. 딸 속이고 하지 말라는 짓 하자니 제발이 저리셨겠지...


사연을 다 듣고 나니 헛웃음이 나면서도 버럭버럭 화가 났다. 돈독 오른 땡중들에게! 순진한 '보살님'들 꼬드겨서 이런저런 수익사업 챙기는 불교계의 작태에! 설교든 설법이든 성직자라는 양반들이 노친네들 앉혀놓고 복을 짓고 선행을 베풀어야 천당이며 극락 간다고, 그리고 그 선행을 돈과 연결시키는 빤한 술수에! 종교단체에 전재산 홀라당 갖다 바치고 길바닥에 나앉는 노친네들 얘기가 그리 먼 사연이 아닐 수도 있다니! 눈뜰 욕심에 분수도 모르고 공양미 삼백석에 딸 팔아먹은 심봉사 같은 인간을 내가 얼마나 혐오하는데! 


으으으... 째뜬 약속은 약속이고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은 하셔야겠기에 내가 결론을 내렸다. 할부는 무슨 할부, 5달이나 신경쓰는 거 절대 반대이니 내일 당장 송금해주고 끝냅시다.... 송금할 계좌번호나 내놓으시오...


심신이 불안해지면 울 엄만 벌써 얼굴표정부터 달라진다. 행동도 안절부절하지만, 특히 나만 알 수 있는 미묘한 부분이 있는데 바로 눈두덩 부분의 주름 방향이 달라져 위로 약간 치솟는 것. ^^;  내가 호랑이눈 됐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3주 가까이 이상하게 절반쯤 호랑이눈이 되었던 노친네 눈주변 주름이 저 대화 이후 하루만에 평온하게 내려앉았다.... 으휴. 


엄마가 속얘기를 차마 못하고 몇주간 끙끙대다 털어놓은 뒤 맘 편해졌듯이, 나도 여기다 시시콜콜 죄다 하소연을 하고나면 나도 반나절쯤 계속해서 투덜투덜, 종교는 둘째치고 탐욕스런 종교인들이 문제야, 순진한 신자들이 문제야, 으억 내돈은 아니라도 3백만원 아까워! 라며 씨근덕대던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지만...  하여간 이번에 또 한번 깨달은 건 내 맘대로 함부로 일반화한 '일부' 종교인들의 탐욕스런 수익사업과 나의 편협함? ㅋㅋㅋ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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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3시

투덜일기 2014. 5. 11. 16:12

벌써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작년 이맘때쯤? 정확하진 않지만 계절이 여러번 지나간 건 확실하다. 하여간 일요일 오후 3시 무렵이면 똑똑똑 현관문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이웃인데요, 좋은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필요없습니다! 그러지 마시고 잠깐만 시간 좀 내주세요. 됐어요! 아무리 쌀쌀맞게 대꾸를 해도 그 사람은 지치지 않는다. 매번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다음 일요일엔 어김없이 나타나는 저 놀라운 끈기. 


나는 한번도 대면한적 없어 도무지 정체가 누군지 알지 못했는데, 듣자하니 동네 입구 상가 2층에 있는 작은 교회 신자들이란다. 이웃 아줌마가 호기심에 문을 열고 인쇄물을 받아보았더라나. 우리집을 찾은 사람과 동일인물인지 아닌지 확신할 순 없지만 유독 일요일 오후 3시쯤 집집마다 문을 두들기고 좋은 말씀을 전하려는 이들이 또 있을까 싶긴 하다. 아니지, 언젠가는 '좋은 말씀' 언급은 꼭 빼고 이웃이라며 물어볼 게 있다는 감언이설(?)로 문을 열게 한 뒤 다짜고짜 인쇄물을 내밀고는 됐다고, 필요 없다고 하자 '50원'인가 '100원'을 내놓으라고 하던 특정 종파도 있었다. 그날도 일요일이었던가, 그땐 평일이었던 것도 같고. 


노친네들이 유독 많이 살아 동네 분위기가 허술한 때문인가. 몇달에 한번쯤은 절에서 왔다며 시주를 청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물론 엄마 덕분에 불교쪽에 대해선 좀 더 빠삭한 사람으로서, 전철역 앞에 불전함 놓고 꽝꽝 드럼치듯 목탁 두들겨대는 땡중(승적도 없을 게 분명하다!)들이 다 구걸형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듯이, 절에서 나왔다는 사람들도 종교를 빙자한 사기꾼이라고 굳게 믿는다. 요즘이 어떤 시절인데 저들은 집집마다 돌아다녀서 과연 종교 설파가 된다고 믿을까? 


순수하게 길을 묻는 사람들도 혹시나 '도나기' 일당은 아닐까 지레 경계하며 쌀쌀맞게 대한지 꽤 됐다. 이젠 이사했다고 떡 돌리는 이웃들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직 있을지 모르는데 (아마 이 집이 팔려서 이사를 가게 되면 울 엄만 반드시 고사떡을 해가지고 이웃에게 돌릴 사람이다), 누군가 문을 두들기고 이웃이라고 하면 버럭 짜증부터 난다. 아으 참 용감하고도 질긴 (일부) 종교인들!


시내 중심가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 팻말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그렇고, 일요일 예배후 지역을 나눠 동네 전도에 힘쓰는 사람들도 그렇고, 그들이 전도에 힘쓰는 건 무지몽매한 비종교인들을 함께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함이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들이 보기엔 지옥불에 떨어질 중생들이 안타깝고 불쌍하겠지. 그러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마침 내가 향기로운 커피를 즐길 시간에 똑똑똑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분명 스트레스다. 이젠 아주 그 시간 즈음 되면 미리부터 조마조마하다. 두들겨도 빈집인 척, 아예 대답을 하지 말까? 그러다 진짜 볼 일 있는 사람이면 어쩌지? 가스 검침원이라든지... 


현관문 유리로 얼핏 보이는 실루엣으로 미리 짐작하거나 베란다 창으로 내다보아 마당에 또 다른 일행이 서 있나 확인하기도 하는데 (둘셋씩 다니면 전도 목적이 확실하니까';) 나보다는 확실히 저들의 전략이 더 앞선다. 아 오늘은 조금 전에 글쎄, 젊은 청년이 홀로 나타나 문을 두들겼다. 착하고 성실한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이웃인데요... 레퍼토리가 똑같지 않았더라면 나도 계단을 뛰어 내려가 문을 열어봤을지도 모르겠다. 귀가 어두운 엄마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대뜸 문부터 열려고 신발을 꿰신는 걸 내가 말렸을 정도. 그간 그렇게 두들겨 봤으면, 이 집은 도저히 안되겠으니 이제 좀 포기해주면 안되나. 내가 집에 없던 어느 일요일 오후, 가능한한 짧게 상대하지 않는 게 최선임을 모르시는 노친네, "우린 절에 다녀요."라고 괜히 대꾸했다가 한참이나 댓거리를 해야했단다. 안가고 서서 더욱 열렬히 한참이나 좋은 말씀을 전하시더라는...   으휴. 오늘은 날 흐리고 바람도 세차던데 참 수고가 많으시겠으나, 이제 부디 우리 집은 포기해주시기를. 


일요일 오후 3시 무렵의 스트레스에서 이만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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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깜박

투덜일기 2014. 1. 17. 07:49

무선전화기나 휴대폰을 냉장고에 넣는다든지, 곰솥을 가스불에 올려놓고 외출을 한다든지 하는 아줌마 특유의 건망증에 심하게 시달리는 건 아니다. 물론 주전자에 찻물 올려놓고 잠시 깜박해서 주전자를 태워먹은 전적이야 몇번 있지만 ㅠ.ㅠ 그건 아주 잊은 건 아니니까... 으음. 요즘 나를 가장 짜증스럽게 하는 깜박증은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까짓것 하면서 한번 더 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런 걸 까먹은 사실이 순순히 용서되진 않는 서글픈 기분...

 

누군가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서서 한참 휴대폰 통화를 하고 났더니, 외출하려던 참이었는지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려던 참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완전 깜깜해져 허망했단 얘기를 위로랍시고 해주었다. 가방이 턱하니 거실 바닥에 놓여있는 걸 단서로 돌아온 길인가보다고 생각하며 신을 벗고선 그럼 다녀온 데가 어딘가 떠올려보니 그 역시 깜깜하더라나. 으윽. 다림질하다가 전화벨소리에 다리미를 귀에 댔다는 괴담만큼 섬뜩하진 않지만, 아줌마들의 서글픈 건망증 이야기는 참 끝도 없다.

 

암튼... 시간이 좀 지나면 칫솔이 젖었나 안 젖었나 만져보아도, 입안에서 혀를 놀려 치아를 점검해보아도 양치질을 했는지 안했는지 생각이 나질 않고, 칫솔질을 하던 장면이 떠올라도 그게 조금 전이었는지 어제였는지 확실하지가 않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은 원래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현관문 안 잠근 것 같아 뛰쳐올라가보아도 잠겼을 때가 많다고는 하지만,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은 가시질 않는다. 조만간 나도 하루에 한두번은 꼭 식탁 주변에서 나 여기 뭐 하러 왔더라 고민하는 울집 노친네처럼 되어가겠지. ㅠ.ㅠ 

 

아까 새벽에 밤참을 먹고 나서 곧장 이빨을 닦은 것도 같고 이따 닦아야지 미뤘던 것도 같고 통 생각이 나질 않아 결국 자러 들어가다 말고 양치질을 했더니 홀딱 잠이 다 깨버린 아침. 잠자리에 누워도 진실이 뭘까 고민할 게 뻔해서 여기다 미리 자백하기로 했다. ㅋㅋ 치아 마모 심하다고 치과에서 너무 열심히 닦진 말랬는데. 연이어 두번 닦은 거면 왠지 억울하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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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투덜일기 2013. 8. 21. 18:12

해마다 겨울엔 겨울대로 사상 최악의 한파라고 떠들어대고, 여름엔 여름대로 사상 최악의 폭염이라고 떠들어대는지 몇년 된 것 같다. 다 지구온난화 탓일 게다. 괜히 언론에서 더 떠들어대는 바람에 덩달아 휘둘리는 기분이 아니라, 올 여름은 정말 더웠다. 작년까지만 해도 잘 때 선풍기 타이머를 두어시간 쯤 해놓고 잤던 것 같은데, 올해는 타이머가 아예 필요없었다. 계속 틀어놓아야 겨우 잠을 잘 수 있었고, 그러고도 더워서 곧잘 깨어나 잠을 설쳤다. 자는 내내 에어컨을 돌릴 수야 없는 노릇 아닌가. 깨어있는 동안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선풍기를 너무 오래 틀어놓아 모터에서 불이나는 건 아닐까 종종 걱정이 들어 선풍기 뒤통수를 만져보곤 했다.

 

게다가 뉴스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발전소가 고장이 났네, 전력수급량에 비상이 생겼네, 블랙아웃이 예상되네 어쩌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니 온 국민이 절전하라고. 하지만 이제 한국의 여름날씨는 에어컨 없이 견디기 정말로 어려운 지경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착한 국민이신 왕비마마는 언론의 절전 권유에 적극 동참하여 최대 전력량 소모가 예상되는 오후 다섯시까지는 온몸이 땀에 절어도 끙끙 참았다가 5시 이후에 에어컨을 틀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일단 전기요금은 둘째 문제였다. 하루에 옷을 두번이나 갈아입을 정도로 땀을 흘려대니 노친네 기력이 어지간히 허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한낮에도 그냥 막 에어컨을 틀어댔다. 사람이 살고 봐야지 말이야.

 

왕비마마가 전력관련 국가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따르는 건 아마 한전 자회사에 다니는 막내아들 때문일 것이다. 한전과 자회사들은 여름 내 에어컨을 안튼지 오래 됐대고, 조금이나마 전력 균형을 맞춘다며 점심시간도 아예 11시부터로 바꿨다고 한다. 특히나 천박한 취향 때문에 죄다 유리로 뻔드르르하게 지어 더욱 뜨거운 관공서도 에어컨 설정기온이 28도라지 아마. 하지만 대형 건물에서 에어컨을 28도에 맞춰놓으면 실내온도는 기껏해야 30도밖에 안 내려간다규! 옛날엔 한여름엔 은행이나 백화점으로 피서를 갔지만, 거기도 요즘엔 별로 갈 데가 못된다. 가뜩이나 자동화기기 사용을 유도하는 추세라 은행엔 가서 앉아있을 일도 없고 읽어볼 잡지책도 거의 없는 형편 아닌가. 가서 괜히 앉아있으면 직원이 다가와서 무슨 볼일로 왔느냐고 물어 내쫓기(민망해서 자진 퇴각하는 수밖에;;) 일쑤고 말이지. 백화점엔 가뜩이나 현란한 조명때문에 머리 위가 뜨끈뜨끈한데 냉방온도가 시원찮으니 오후가 되면 사우나가 따로 없다.

 

집집마다 에어컨을 잘 안트는 이유는 아마도 전기요금 폭탄 때문이겠지만, 전기요금을 감수하고라도 일단은 쾌적하게 사는 게 우선이라고 하더라도 나 역시 혼자 있을 땐 에어컨을 켤 엄두를 내지 못한다. 에어컨 한대 전력소비가 선풍기 22대와 맞먹는다나 뭐라나 하는 이야기도 들었고, 일단은 실외기에서 뿜어대는 열기를 생각하면 새삼 지구에 미안한 생각이... 환경파괴의 악순환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삶과 욕망이란 참...

 

하지만 그건 인간의 선택 문제라고 치고, 국가적인 전력난 사태의 책임을 늘 국민한테 떠넘기고 같이 고통을 분담하라는 식의 논리는 마음에 안든다. 발전소가 걸핏하면 고장나고 멈추고 했던 건 제대로 관리도 안하고 뇌물 받아처먹은 뒤 불량부품을 쓴 한수원 직원들 잘못 아니냐고! 게다가 해마다 전력소비량이 비상이라고 하는데(이건 난방기 많이 쓰는 한겨울에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살림살이를 기획하고 예상하려면 최소한 점점 늘어나는 전력소비량도 미리미리 대비했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정말로 전력난이 가정집과 상업시설에서 펑펑 써대는 전기 때문이냐고! 새 원전건설이 계속 주민반대에 부딪쳐 수급량에 차질이 생겼다는 변명은 듣고싶지 않다. 대안없이 원전 건설만을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정했다면 그 또한 정책기획자들의 잘못이니까. 후쿠시마 사태를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나? 

 

민자고속도로나 삐까번쩍한 다리를 건설할 때도 국가에선 항상 타산성과 교통량을 예측해 사업을 진행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대부분 엄청난 적자를 양산할 뿐 영낙없는 돈지랄만 한 경우가 많다. 도대체 어떤 근거로 예측 계산을 하길래?? (관계자들끼리 다 미리 짜고치는 고스톱이었겠지! 흥!)  쌩돈 들이고 쓸데없이 애먼 돈지랄만 한 국책사업의 단적인 예가 바로 아라뱃길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인고속도로가 둘이나 뻥뻥 뚫려 있는데 서해에서 물길로 실어나를 물동량이 얼마나 된다고 한강 뱃길에 돈을 처들인단 말인가. 전문가가 아니라도 너무 빤한 일을 무작정 고집스레 시도하는 공공사업을 보면 정말 기가 막힌다. 국민 세금을 그토록 허망하게 허투로 다 써놓고는 또 만만한 서민들한테 세금이나 올려받으려고 하고! 

 

암튼 서서히 더위가 물러가려고 하고 있는 이때, 어딘가 발전소가 또 섰든 말든, 뉴스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나는 공연히 더 화가 나고 열이받아서 오늘도(사실은 무던히 오래 참다가 못견디고 4시쯤) 에어컨을 켰다. 지들이 나랏일 잘못해놓고 노상 국민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공동책임 지우려는 짓 좀 그만 보고싶다. 나라에 돈 없다고 하면 거국적으로 금모으기 하는 순진한 국민들 좀 그만 이용하란 말이닷! 블랙아웃, 전기요금 무서운 것보다 울집 노친네 병나는 게 더 무섭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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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이상하게 밤만 되면 미친듯이 쏟아지기를 여러날. 많은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동안에 내려 오가는 사람들 발목을 잡는 것보다는 그래도 밤새 요란하게 내리다 날 새면서 그치는 게 낫긴 하다. 헌데 밤중에 폭우가 내리니 간간이 동네가 시끄럽다. 요란한 빗소리도 빗소리려니와 저 아래 개천변에서 딩동댕동 경고방송이 들려오기 때문이다. 구청이나 소방서에서 담당자들이 야간 순찰을 도는 것 같진 않고, 최근 천변에 강우량이나 수위 센서 같은 것을 설치한 모양이다.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 싶으면 발랄경쾌한 방송음악이 들리면서 뭐라뭐라 떠들어대는데 오늘밤에도 벌써 몇번째 반복되는 상황이다.

 

으음, 개천에서 언덕 위 우리집까지는 거리가 얼마나 되려나. 골목 입구에서 내려다보면 내부순환로와 그 아래로 흐르는 개천이 정면으로 보이니 그리 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경고방송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이리라. 이렇게 철철 비오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개천변 산책로엘 대체 누가 나가겠냐고 생각하지만, 그야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 그렇다는 것이고 간혹 그 상식을 깨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꼭 있다. 실제로 몇년 전 비오는 날 바로 저 아래 개천변을 산책하던 사람이 하수구에서 쏟아진 물에 휩쓸려 변을 당했고 시신은 강화도 앞 한강에서 겨우 찾았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다. 그 사건 이후 폭우 내려 물 불어난 개천에 왜 하필 새벽같이 산책을 나갔느냐며, 그 사람을 미워한  배우자가 일부러 내보내 죽게 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동네에 돌기도 했다. 그러니까 폭우 쏟아질 땐 개천변에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방송이 대낮이든 한밤중이든 상관없이 흘러 나오게 만든 건 잘한 일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덕 위 우리집에서까지 들리는 저 방송이 개천변 바로 옆에 있는 집에선 얼마나 크게 들릴까. 요즘 빗소리는 자던 사람을 깨울 만큼 요란하던데, 거기다 경고방송까지!

 

저 아랫동네 사는 사람도 아니면서 뭔 쓸데없는 걱정이냐 싶으면서도, 와르르 비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면 자꾸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아 또 짜증나는 딩동댕동 음악과 함께 경고방송 나오겠구나 싶어서. 벌써 몇번째 이맛살을 팍 구기며 짜증을 내다가 문득 생각난 게 있다. 일본 동북지방 대지진 때 쓰나미 경고방송으로 여러 주민의 목숨을 구했으나 본인은 탈출하지 못했던 여공무원 이야기다. 이 동네도 경고방송을 하든 말든 위험한 개천변에 내려갈 청개구리 같은 사람이 또 없으리란 법은 없지만, 경고방송 덕분에 위험을 모면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계속 방송을 이어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효과가 있긴 있나? 정말 유효한 조치였는지는 아마 나도 잘 모르고 이 동네 구청도 모를 것 같기는 하다만, 시끄러워도 참아야 하느니라, 참아야 하느니라 까칠함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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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 불만

투덜일기 2011. 10. 27. 17:25

지난번 추석때였나. 두 올케와 둘러앉아 명절노동에 힘쓰는 도중에 둘이 입을 모아 말했다. 언니, 옛날에도 좀 까칠했지만 요샌 심히 까칠해졌어요, 라고. 스스로 까칠한 인간인 건 알고 있었어도 '심히' 티나게 그 소양이 발전했다니 좀 찔렸다. 원래도 버럭버럭 화를 잘 내는데 동생들한테도 그랬었나? -_-a 며칠 전엔 동생이 뭘 부탁한 일로 통화를 하다가 막 언성을 높이며 쪼잔하게 굴었더니(분노의 대상이 동생은 아니었다), 전화기 너머 저쪽에서 큰동생이 길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쯧쯧, 이 누나를 어쩌면 좋으냐고 속으로 중얼대는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리는 듯했다. 그렇다고 사소한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이고만 있을 배포는 안되니 또 단순하게 투덜투덜 구시렁구시렁.

오늘은 후배랑 시내에서 점심 먹을 일이 있어, 이왕이면 매상 올려준다고 안국동 트윈트리타워에 가서 수제햄버거와 샌드위치를 먹고는 건물 1층에 있는 Think Coffee로 수다자리를 옮겼다. 나는 이미 커피를 한잔 마셨으므로 아메리카노 작은 걸(S, 3800원)로 두잔 주문하며 머그잔에 담아 달랬더니 머그잔 커피는 중간 크기(M, 4300원)부터 판매한다고 했다. 엥? 뭐시라고? 머그잔이 크면 거기 양껏 담아주면 되지 머그잔으로 마시려면 큰 걸로 주문하라는 시스템은 또 뭐냐? 은근 빈정이 상했다. 그제야 카운터 옆에 세워놓은 컵 사이즈가 눈에 들어왔다. 별다방 콩다방을 비롯한 커피집엘 내가 요즘 잘 안다녀 거기도 최근 바뀌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작은 크기 컵이 아 글쎄 겨우 자판기 종이컵 만한 게 아닌가! 공정무역이니 저온 로스팅이니 어쩌니 해도 Think Coffee가 별로 맛은 없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는데, 게다가 양까지 적다니 돌연 화가 났다. 어쨌든 나는 머그잔에 나름 양껏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므로 돈을 천원 더 내고 크기를 바꿨다.

투덜투덜 자리로 돌아와 기다리고 있으려니 좀 있다가 카운터에서 아메리카노 두 잔이 나왔다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데 떡하니 종이컵에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철저한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일부러 종이컵에 안먹고 머그잔에 마시려고 사이즈까지 바꿨는데 종이컵에 담아주는 무신경함은 뭐냐고! 우리가 시킨 거 아닐지도 몰라 재차 확인했다니 맞단다. 와락 열이 오른 내가 머그잔 주문했는데 어찌된 거냐고 따졌다. (까칠해지면 소심이에서 돌연 쌈닭모드로 변신!) 그제야 머그컵에 다시 담아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얼빵한 직원... 만약에 머그잔이 보온중이었다면 나는 그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직원이 집어드는 머그잔은 그냥 선반 꼭대기에 아무렇게나 엎어져 있는 것들이었다. 이미 종이컵에 따랐던 커피를 다시 차가운 머그잔에 부어 주겠다는 거냐!? 또 한번 열받음 -_-;; 나는 일그러진 얼굴로 됐다고 말하며 그냥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점심시간 이후라 거의 빈자리 없아 바글거리는 사람들 모두 플라스틱컵 아니면 종이컵에 담긴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보나마나 빤했다. 직원들이 머그잔 설거지하기가 싫었겠지! 콩다방에서 알바를 했던 후배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매장 인원이라는 게 빤한데 설거지까지 하려면 시간없고 힘들어서 굳이 원하는 손님이 아니면 모르는 척 종이컵에 준다고. 그리고 제일 진상손님은 조각 케이크 시켜서 먹으며 접시와 포크 뿐만 아니라 머그잔과 쟁반에 크림 묻혀서 설거지 복잡하게 만드는 인간이라고. 보통 쟁반은 행주로 슥~ 닦고 만다는데, 쟁반 설거지까지 하려면 싫기야 싫겠지. 하지만 그게 그들이 해야할 일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잖아? 커피전문점들의 시급이 최저임금수준이고 그들이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현실 때문에, 노고를 감해주는 의미로 소비자가 종이컵을 무조건 수용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고용주와 노동자간에 사회가 개입하여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머그잔과 종이컵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몫인데, 머그잔에 달라는 손님까지 종이컵에 담아주는 건 대체 무슨 무대포 정신일까나. 커피는 따뜻한 머그잔에 마셔야 제맛이란 말이다, 이놈들아! 이런 지경이니 어떤 진기한 커피를 시켰더라도 맛있을 리 없었지만 냉정히 객관적으로 평가해도 정녕 맛있는 커피는 아니었다. 흐리지도 않은데 밍밍한 건 뭔지. 차라리 햄버거집 커피가 더 훌륭했음.

수다를 이어가면서도 내 머리 한 구석엔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Think Coffee 안되겠네. 담에 다신 오나 봐라. 담부터는 옆동에 있는 별다방에 갈 거다. (실은 두번째 방문이었는데 처음 갔을 땐 밤이라 카모마일차를 시켰고 머그잔에 달라고 했었음. 나중에 합류한 일행은 별 말 안했는지 종이컵에 커피를 받아왔고.) 커피집 게시판에 소비자불만 올릴까? 확 가열찬 불매운동을 펼칠까? +_+ 니들 까칠한 인간 잘못 건드렸어! 소비자 입장 대신 이젠 업주 입장에서 요식업계(?) 비즈니스를 바라보게된 동생들은 아마도 띨빵한 직원이 깜빡하고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뭐 그리 쪼잔하게 속을 끓이냐고 한 마디 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마음 상한 건 절대 안 잊는 뒤끝 엄청 긴 쪼잔한 소인배인걸... 그리고 애당초 머그잔에 마시려면 작은사이즈 커피는 주문도 안된다고 하는 것부터 나는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게시판 불만 접수나 불매운동 같은 건 게으름 덕분에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그저 이런데다 하소연하고 마는 거지. 혹시라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프랜차이즈 관계자 검색에 걸려 직원교육을 제대로 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다행인 거고 아님 마는 거고. 나야 뭐 다시 안가면 그만이니까... 와이파이 잡으려면 비밀번호 입력해야하는 것도 불편했다고! 흥! 융통성없고 요령 없는 그 직원은 끝까지 정점을 찍었다. 매장을 나서며 마침 출입구가 음료 내주는 데 바로 옆이라 빈 컵과 쟁반을 내밀었더니 (다른 커피집은 그러면 주방까지 가져다준데 오히려 감사하며 선뜻 받지 않나?) 굳이 구석쪽 반납대를 가리키며 거기다 가져다 놓으라고 명령하시더군. 우엑~! 혹시나 커피집 관계자가 와보고선, 예전 허위학력 건축가처럼 무작정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글이라 티스토리에 삭제를 청구하는 사태가 발생하려나 어쩌려나 두고볼 작정이다. 미리 말해두자면 정식 법적 소송이 아닌 한 티스토리측에서도 한달간 글 비공개로 해뒀다가 다시 공개하는 걸로 마무리됐으니 나도 겁날 거 없다. 정당한 소비자 불만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보면 더더욱 그 커피집 영업방침을 알게되겠지. 분명 말해두지만 나는 얼토당토않게 괜히 트집잡는 블랙슈머가 아니고 단지 종이컵 두개 소비 안 되도록, 또한 잘 안식는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가 '무시당한' 일개 힘없는 소비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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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댓글

투덜일기 2011. 10. 21. 01:41

예전에도 이상한 아랍어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지만
요즘 방명록에 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딴죽을 영어로 자꾸 거는 사람이 없나
몇년전 포스팅에 뜬금없이  뭔소린지 알 수 없는 댓글이 달리지를 않나
검색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간이란 건 알지만
외국에서 번역기를 돌렸음이 분명한 이상한 댓글을 보며
기분이 찜찜하다.
 
영어환자 플러그인으로 어느정도 걸러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건 티스토리에서 뭔가 대책을 세워줘야 하는 거 아닌가?
쳇...

대체 아래와 같은 묘한 댓글은 어떤 경로로 찾아와 나를 괴롭히는 걸까?? +_+
일일이 지우는 것밖엔 방법이 없나?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ㅋㅋ
  • Favicon of http://tinyurl.com/mp9g2v lawyer marketing 2011/10/17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당신이 내 즐겨찾기로 추가 알고 싶었어요. 저도 다른 블로그 주제를 봤어 그리고 당신이 좋은 아이디어가있어 생각합니다. 그것이 계속!

  • makeityourring diamond engagement rings 2011/10/19 2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우 ... 이 문서는 매우 좋은, 그리고 전 당신의 기사 독서 공공 가치 생각합니다. 제가 블로그에 더 도움이 답변 게시물을보고 싶은데요.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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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도 더운데 으으으 열 뻗칠 일을 방금 또 겪었다.
    조금 전 서너집 건너에 사는 이웃 아주머니가 찾아왔다. 하얀 봉투를 하나 들고서. 엄마에게 서명을 받으러 왔단다. 아까운 세금으로 왜 쓸데없이 돈 있는 집 애들까지 무상급식을 줘야하느냐며, 그걸 반대하는 서명이란다. 헛...

    모른 척 내방으로 건너와 그냥 앉아있으려니 속이 시끄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간 엄마에게 무상급식 반대하는 오세훈 일당과 강남 부자들에 대한 욕을 실컷 해대며 왜 무상급식이 평등교육권인지 설명해드리긴 했지만, 엄마는 옆집 아줌마가 10분 이상 떠들어대면 그냥 쫓아버릴 욕심에 내용파악도 없이 그냥 서명을 해줄 사람이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나서야 했다.

    일단 우리 모녀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사람이고 오세훈, 이명박 일당의 이상한 돈지랄이 더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이라고 포문을 열고 보니, 나도 모르게 흥분해 언성이 높아졌다.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라고 적혀 있는 하얀 서류 봉투의 정체도 의심스러웠다. 대체 무슨 관계로 오세훈 일당 꼬봉 노릇을 하시는 거냐고 아주머니에게 따져묻기도 했다. 쌈닭기질이 제대로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아주머니 왈, 남편이 한국전쟁참전 유공자라 무슨 위원회에 한 자리 차지하고 계신단다. 영문도 없이 거기서 그 봉투가 날아와 서명을 받으라는 지령이 떨어져 그 임무를 하는 수 없이 아주머니가 떠맡았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내가 하도 서슬이 퍼렇게 언성을 높이며 이명박 오세훈 욕을 해대니까 말문이 막혔을 뿐이지, 처음 오자마자 살금살금 무상급식의 문제점을 들어 울 엄마를 설득한 논조를 보면 무비판적인 딴나라당 지지자임이 틀림없었다.

    어휴... 전면 무상급식 반대를 위한 한나라당의 주민투표 청원 서명운동이 강남서초구 주민들과 보수 노인층을 중심으로 조직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손길이 우리집까지 뻗치고 보니 화가 치민다. 하기야 보수 우익단체들은 늘 한나라당의 사조직이나 다름없었음을 잘 안다. 그런데 이렇게 그 조직을 이용해 민심인 척 억지로 세를 모으고 있다니. 복지 포퓰리즘 추방이라고? 참 이름 하나는 잘도 갖다 붙였다. 그렇다면 이번에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을 카드로 뽑았던데, 재원마련에 대한 계획도 없이 일단 지지율 떨어지는 거 막으려고 시작한 일이니 그것도 엄연히 포퓰리즘이라 매도하면 어쩔 셈인가?
     
    정신나간 놈들.
    학생들의 대학진학률이 90퍼센트를 넘겼으니 일부 부유계층 이외엔 어느집이나 살인적인 대학등록금이 큰 부담이므로  반값 등록금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일이다. 대학등록금 문제가 복지 포퓰리즘이니 뭐니 해서 당략으로 싸울 일이 아니듯이 전면무상급식 문제도 아까운 국민의 세금 운운하며 눈가리고 아웅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국민 세금이 아까우면 쓸데없는 삽질이나 저지르지 말란 말이다!

    오세훈파 아주머니가 아직도 가지 않았다. -_-; 오래 눌러앉아 지치게 만들어 서명을 받으려는 전략인가? 한판 붙고 후퇴했으니 다시 가서 서명 파일 열어보자고 할 수도 없고 으으으... 얼음물이나 벌컥벌컥 마시며 참는 수밖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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