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키드님의 BBM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바나나빵의 열풍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나의 행동반경 안에선 유일하게 바나나빵을 만나볼 수 있는 지역이
홍대앞인데 이상스럽게도 한달에도 두어 번씩은 가게 되던 그곳엘 갈일이 최근엔 참 드물었다.

더욱이 바나나빵의 존재를 알게되기 불과 열흘 전쯤에 그곳에서 100미터쯤밖에 떨어지지 않은 출판사엘 다녀왔던 나의 아쉬움은 하늘을 찌를 정도였는데
드디어 오늘 홍대앞에 갈 일이 있어 벼르고 벼르던 바나나빵 알현을 실천에 옮겼던 것!

물론 그 만남이 아주 쉽진 않았다.
무작정 수노래방과 약국이 있는 네거리를 향해(내 기억으론 분명 이 두 가지가 지표였는데.. 키드님의 바나나빵 관련 글이 사라지고 없으므로 확인할 도리는 없다 ㅋㅋ)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보니, 약국 앞엔 '미니 잉어빵'과 '호떡'을 파는 좌판과 평범한 떡볶이 포장마차밖에 없었고, 수노래방을 끼고 모퉁이를 도니 거기엔 커다란 말라뮤트를 매달고 뭔가를 파는 노점상과 솜사탕 아저씨밖에 없었던 것.
순간 당황하여 바나나빵 아줌마가 자리를 옮겼나 싶어 '공주 침대 카페'까지 올라갔던 나는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 10초쯤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
그러나 바나나빵에 대한 집념은 생각보다 질긴 것이어서
결국 나는 걸음을 되돌려 수노래방 앞 네 거리를 골목골목 다시 뒤지다가
원점부터 시작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주차장길을 내려갔는데...

앗!
바로 미니 잉어빵과 호떡을 파는 포장마차 바로 옆에 아주 작은 포장마차가 덧대어 있었고
좌판 앞엔 자그마한 플래카드 같은 모양으로 노란 바탕에(어쩌면 노란색 글씨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워낙 흥분상태여서 ^^;; )'바나나빵'이라고 적혀 있었던 것!!

순간적으로 나는 또 고민에 휩싸였다.
천원에 3개인데 2천원어치를 사야 하나.. 3천원어치를 사야하나.. -_-''
식구들과 나눠먹으려면 당연히 3천원어치를 사야겠지만
혈당이 300을 향해 치닫고 계신 왕비마마에게 이런 간식은 치명타라는 것을 잘 알기에
결국 나는 '나홀로 몰래 먹고 입샥닦기' 작전을 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아줌마, 바나나빵 2천원어치 주세요"라고 말했다.

아...
따끈한 바나나빵 봉지를 받아든 순간 나도 모르게 흐르는 미소로
얼굴은 온통 헤벌쭉.... ^__________^
곧이어 봉지 안에 손을 넣어 끝을 조금 잘라 입에 넣어보니
키드님이 말씀하신 '부드러운 바삭바삭함'이 어떤 것인지 단번에 느껴졌다!

아.. 그 기쁨을 키드님이나 교주님께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분들의 연락처는 알 길이 없어 꿩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벨로에게 문자를 보냈더니
"푸하하하...어서 포스팅을"이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답이 이내 날아왔다.

식은 뒤엔 어떤 맛일지 어서 집에 가서 먹어봐야지, 생각했으므로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자마자 그 맛을 다시 음미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따뜻할 때 먹는 느낌이 더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워 좋은 듯했다.
그렇지만 식은 뒤에도 느끼하거나 뻑뻑하지 않아서 어느 틈에 2개를 슥삭 먹었다는;;

그리고... 여러분들이 포스팅에 사진을 첨부하셨으니 나까지 사진을 찍어올리는
열성을 보이진 않겠으나, 포슬포슬한 뒷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단한
바나나빵 앞면에 BANANA라는 글씨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데 그게 왜 그리도 귀여운지~! ㅋㅋㅋ
(감동이 큰 덕분에 말끝마다 느낌표와 영탄법의 남발임을 널리 양해바랍니다^^;;)

식탐은 많지만 끼니 외에 간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단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내가(예를 들어 크리스피 도넛 오리지널 같은 건 1개가 최대치--그것도 커피와 함께 먹을 때에만-- 그 이상은 치사량이다) 앉은 자리에서 2개를 뚝딱 먹고도 그리 질린 느낌이 없었다는 건 꽤 놀라운 결과다.
붕어빵도 좋아하지만 2개나 먹고 나면 단팥의 단맛 때문에 뒤끝이 개운칠 않고 곧장 물을 찾게 되는데, 바나나빵은 그리 달지 않고 담백해서 지금 2개를 얼른 먹어치우고 곧장 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빵집에서 빵을 골라도 모양과 재료가 화려하고 달콤한 빵을 고르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담백하고 찝찔하고 거친 통곡물 빵 종류를 고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맥락에서도 붕어빵이나 호떡, 오방떡, 호도과자보다 바나나빵이 내 취향엔 더 맞는 것 같다.
가령, 인사동에서 사람들이 포장마차를 뱅뱅 둘러 줄줄이 기다려 사먹는 기름기 잔뜩 머금은 호떡은 줘도 싫고 혹시 하나 먹었더라도 봉투에 남은 게 있다면 다음날 미련없이 쓰레기통에 버릴 텐데, 바나나빵은 절대 못 버리고 다 먹을 것 같다!

아직 3개나 남았는데, 내일 전자렌지에 몰래 살짝 데워먹으면 어떤 맛일지 ^^
그것도 궁금하다. ㅎㅎ

암튼....
바나나빵을 나도 드디어 만나서 기쁘기 그지없다!
다시 한 번 바나나빵의 존재를 알게 해준 키드님께 감사하고
바나나빵 열풍을 불게 했던 최초의 그 글이 사라졌음을 아쉬워하며
트랙백은 키드님 못지않게 바나나빵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신 지다님께 보내기로 작심했다.  ^^;;

아이 뿌듯...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