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에 해당되는 글 34건

  1. 2011.05.26 이웃 복도 복 4
  2. 2011.05.16 해봐야 아나 1
  3. 2011.04.26 그냥 좀 두지 20
  4. 2011.03.16 잡다 10
  5. 2011.03.06 닥터 하우스가 필요해... 16
  6. 2010.12.03 공포 4
  7. 2010.11.23 방송 불만 6
  8. 2010.11.10 고민 9
  9. 2010.10.12 노골 광고 거부증 11
  10. 2010.09.29 아이폰은 기다림 5

이웃 복도 복

투덜일기 2011. 5. 26. 17:01

그동안 시나리오를 거의 수십번은 고쳐썼을 것이다. 다짜고짜 쌈닭형, 비굴 간청형, 도도한 충고형, 험상궂은 협박형, 대면회피 서면통보형, 일방적인 민원신고처리, 반상회 추진... 아래층 똥개 문제를 그 집 사람들에게 어떻게 항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이야기다.

1년도 넘게 고민만 했을 뿐 속 시원히 아래층 사람들과 맞서지 못하고 여기다 애먼 욕만 써대면서 급기야 불만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넘치기 직전이었다. 이젠 날도 더워져 베란다문을 열고 살아야하는데 온집안을 뒤흔들듯 목청껏 짖어대는 놈의 울대를 맨손으로라도 끊어버리고 싶은 심정;;

밤늦게나 집에 들어오는 아랫집 식구들을 언제 찾아가야할 것인지도 난감해서, 구구절절 편지를 써서 현관문에 붙여놓는 방법도 생각할 지경이었는데... 두둥... 어제 얼떨결에 똥개 주인한테 불만을 토로했다. +_+ 저녁 설거지를 하는데 이 미친개가 깽깽거리며 우는 소리를 막 내기 시작했다. 우렁차게 짖는 소리와는 또 다르게 귀청을 찢을 듯 파고드는 소리에 확 열이 오른 나는 고무장갑을 벗어던지고 쿵쾅쿵쾅 아래층으로 내려가 놈을 호통쳤다. 조용히 못해! 그랬더니 놈은 나를 잡아먹을 듯 짖어대며 뛰어올라 쇠사슬을 쩔렁거렸고 그 순간 개주인 등장!

그동안 수십번 고쳐썼던 시나리오 덕분인지 안녕하세요, 인사에 이어 주절주절 불평이 터져나왔다. 1년 넘게 고민하다 이제야 이야기를 하는 거라는 푸념으로 시작하여 대체로 비굴 간청형이었던 것 같아(개 짖는 소리 때문에 일을 많이 못해 생계에 지장이 있다는 말도 했다;; 완전 과장은 아니라고 속으로 되뇌임) 내심 좀 부아가 치밀었다. 차근차근 도도하게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져서 굴복시키는 상상을 너무 오래 했던 모양이다. 어쨌든 개주인에게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_-v

게다가 이사를 갈 지도 모르는다는 말에 어찌나 반갑던지 이사 전까지는 참아보겠다는 말이 새어나오려는 걸 얼른 혀를 깨물었다. 전세집 구하기 어렵다는데 그러다 이사 안가면 어떻게 하라고! 째뜬 어젯밤에는 전기충격 목줄을 매달았는지 개가 짖다 말고 낑낑대는 양상을 보이더니 계속 조용했다.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알았으면 진즉 이야기할 걸, 괜히 망설였나 싶을 정도였다. 그놈의 똥개가 전기충격에 죽어나든 말든.. 내 알바 아니었다. 독약 사다먹여 죽일 생각도 했는데 놈이 괴롭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그러나.
오늘 놈은 다시 홀로 남아 마당을 점령한 채 평소처럼 짖어대고 있다. 아우 씨... 골목에 차만 지나다녀도 짖는 놈의 횡포를 하루 종일 기록해 보고서라도 작성해야 하나, 소음측정기로 피해정도를 규명해야 하나, 2차로 또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 암담하다. 앵두가 바알갛게 익어가고 있는데... 놈의 위혐 없이 앵두를 따먹으려면 그전에 해결되야 하는데, 어쩌나 젠장. 이웃 복도 참 지지리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몰염치한 아래층 집 사람들은 1년 넘게 신고 한번 안하고 무던히 참아준 이웃들 잘 만난 걸 과연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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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봐야 안다", "시도해보지 않는 한은 알지 못한다"며 고집을 부리는 경우 나는 종종 어떤 건 안 해봐도 안다, 고 코웃음쳤다. 예를 들면, 4대강 파헤치기 같은 현 정부의 수많은 정책들. 그놈의 4대강 정비사업 때문에 구미엔 며칠간 수돗물이 끊기고, 생각없이 물길을 바꾸는 바람에 파헤쳐도 파헤쳐도 소용없이 토사가 쌓이거나 반대로 무섭게 흙이 깎여 나가는 강둑의 사진을 보며, 그것봐라 했다.

꽤 오래 전 일몰이 아름답다는 서산 꽃지 해수욕장에 갔을 때 경악했다. 거긴 해수욕장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모래사장이 하나도 없이 흉하게 자갈과 돌멩이가 바닥에 깔려 있고 해안에 둘러쳐진 시멘트 방둑까지 허물어져가고 있었다. 어딘가 방파제인지 방조제를 쌓는 바람에 조류가 바뀌어 아무리 여름마다 모래를 가져다 쌓아도 죄다 쓸려나간다고 했다. 아무리 꽃지해수욕장 일몰이 아름답고 할미, 할아비 바위가 멋져도 해수욕장이 원래 해수욕장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겠나. 지금은 과연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지만, 그날의 실망스러움 때문에 다시는 가보고 싶지도 않다. 어린 시절 바다로서 처음 만난 서해안의 결 고운 모래사장이 발에 닿는 감촉이 얼마나 부드럽고 감미로웠는데, 인간의 탐욕과 오류로 그걸 다 잃고 말다니. 

물론 실제로 시도해보았대도 모를 수 있다.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시도했던 방법이 실패를 거두었다면 또 맹목적으로 다른 오류를 범하기 전에 제대로 된 방법을 생각해내거나, 아예 그냥 내버려두면 좋을텐데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이놈의 삽질 공화국의 무작정 저지르기는 도대체 끝도 없다. 어지럽고 짜증난다. 그나마 삼색 화살표 신호등은 철회한다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안해봐도 아는 게 있고, 해봐도 모르는 게 있으니 함부로 크게 저지르면 안된다는 교훈 저들도 좀 깨달았으면. 물론 나도 마찬가지고.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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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는 동안 틀어놓은 뉴스에서 언뜻 듣기는 했어도 뭥미 하고 말았는데, 실제로 목도하니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투덜거려야겠다. 삼색 신호등 이야기다. 적황녹색에 초록색 화살표까지 신호가 네 개 달린 현재의 신호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인 삼색 신호등으로 바꾸고 화살표는 따로 그 옆에 신호등을 달아 자동차의 좌회전 방향을 정확하게 유도하겠다는 것이 경찰청 발표의 요지다. 신호등 왼쪽에 별도로 매달린 빨간색 화살표 등이 들어오면 좌회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표시란다. 문제의 화살표 신호등은 이렇게 생겼다. 진짜로 이게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많은 나라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교차로마다 신호등이 가로로 매달려 있는지 세로로 매달려 있는지의 차이만 있을 뿐 저런 삼색 화살표 신호등은 본 기억이 없건만, 도대체 언제부터 저런 신호등이 세계 표준이 되었는지? 설사 세계 표준이라는 게 있어서 최근 절반 이상의 국가들이 신호체계를 '통일'했다 치자. 우리는 왜 꼭 굳이 그걸 따라가야 하는 걸까? 그것도 국민이 내는 피같은 생돈을 처들여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신호체계를 재정비해야, 외국인들도 우리나라에 와서 별 혼동 없이 운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들리던데,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운전 못하는 이유가 순전히 신호체계 때문이라고 그들은 정말로 착각하는 걸까? +_+ 의문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다.

경찰청에선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시험운행에 들어간 바람에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뿐이며, 원래 모든 변화는 얼마간의 불편과 적응기간을 필요로하므로 계속 강행하겠다는 듯하다. 어제 저놈의 삼색 신호등 때문에 사고날 뻔한 순간을 겪은 순간, 운전석에만 앉으면 욕쟁이 아줌마가 되는 내 입에서는 "미친 놈들 돈지랄 삽질하고 앉았네!"라고 거침없이 욕설이 튀어나왔다. 우리 동네 앞길은 가뜩이나 오래된 구불구불 도로인 데다 머리 위로 간선도로까지 지나가는 바람에 초행길인 사람은 교차로에서 진행방향 차로도 헷갈리는 곳이다. 그리고 근처 재래시장 주변의 삼거리는 각도가 워낙 오묘하여 원래 있던 신호등에도 헷갈림 방지를 위해 초록색 화살표 두개가(좌회전과 직진용이라지만 좌회전 표시는 각도가 10시 방향으로, 직진용도 1시 방향으로 틀어져 있었다)) 나란히 매달려 있었다. 그런데 그 친절한 화살표 신호등 대신에 광화문 일대에서만 시험운행 한다고 들은 그 문제의 삼색등으로 어느 틈에 바뀐 거다.

신호에 걸려 멈춰있다가 내가 직진 신호를 받고 맨앞에서 출발한 순간, 문제의 삼거리에서 저 삼색 화살표 신호등의 빨간 화살표를 본 운전자도 동시에 앞으로 들이닥쳤다. (人자 형태의 삼거리라 반대쪽 신호등도 한눈에 들어온다) 상대방 운전자는 좌회전 화살표가 켜지면 그게 무슨 색깔이든 가라는 신호로 받아들였음에 틀림없다. 빨간 화살표가 '멈춤'의 뜻이라는 건 교육이나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전제의 오류 아닐까? 물론 모든 신호는 정하기 나름임을 안다. 빨간색은 멈춤이고 초록색은 진행이고 노란색은 경고의 뜻이라는 게 '세계 공통'이라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화살표는?? 빨간색이든 초록색이든 신호가 켜지는 순간 나도 본능적으로 액셀레이터를 밟을 것 같다.

얼마 전 좌회전 신호와 직진 신호의 순서가 바뀌는 바람에 한동안 운전자들이 혼란을 겪기는 했고, 좌회전 신호 다음에 직진 신호에 익숙해 있던 나 역시 그에 맞춰 습관적으로 엑셀에 발을 올리는 시기가 있었으나 곧 적응했다. 교차로마다 현수막을 내걸어 이제는 직진 후에 좌회전 신호가 들어온다는 것을 꽤 오래 홍보했기 때문이고, 짧게 좌회전 신호를 주다가 이내 직진 신호로 바뀌는 체계보다는 바뀐 현 체계가 차량흐름에도 도움이 된다는 다수의 합의도 이루어진 듯하다. 물론 신호 순서만 바꿔 입력하면 되는 것이었을 테니,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신호등을 교체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신호등을 세개짜리로 죄다 바꿔다는 건 정말이지 그럴 필요가 있는지,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정말로 안전한지 심사숙고를 더 해봐야할 일이다. 

듣자하니 미쿡 따라하기 좋아하는 윗대가리들이 세계의 중심 '뉴욕 맨해튼 체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는 것 같다. 그럼 그렇지... 10여년 전이었을 거다. 서울에선 거리정비가 한창이었고, 팻말만 멀뚱히 서 있던 버스정류장에도 벤치를 놓고 ㄴ자로 유리 가림막을 세워올리는 '기특한' 공사가 사방에서 진행되었다. 버스정류장의 유리벽엔 상업광고판을 넣어 시의 재정도 올릴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마침 그 무렵 LA 친구네 놀러갔던 나는 새로 생겨난 서울시내의 버스정류장이 LA 시내의 버스정류장과 모양도 크기도 형태도 똑같다는 걸 발견하고 실소했다. 그 디자인이 좋아보여서 로열티를 주고 사온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식하게 모방한 건지, 이른바 '벤치마킹'을 한 것인지 나로선 알 수 없다. 단지 영 매력없는 도시 LA를 무작정 따라하고 있는 서울시의 행정이 안타까웠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엔 뉴욕이냐? 미친 것들...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호등 체계는 이미 국제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빨간 신호등을 보고 직진하는 자동차나 보행자는 없지 않을까? 궁금해서 신호등의 역사를 위키피디아로 뒤지다 웃기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산당 혁명 이후 잠시 중국에서는 '빨간색 신호등'을 직진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했었단다. 빨간색이 혁명과 진보의 색이라는 취지였을 거다. 중국인들이 워낙 빨간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러나 속옷도 양말도 빨간색을 선호하는 중국인들 역시 빨간색은 정지 신호이며 초록색이 진행신호임을 인정하고 되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신호 색깔을 바꾸자는 것도 아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서 그저 색깔 화살표등 하나 더 달자는 것인데 왜 난리냐고 경찰청장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굳이 짜장면 아니면 김치찌개로 통일하라고 부하직원을 닥달하는 못되 처먹은 상사도 아니고, 대체 왜 새삼 신호등을 '선진화'하고 '국제표준'(찾아보니 현재의 네개짜리 신호등이 국제표준에 맞지 않는다는 근거도 없다!)에 맞춰서 '통일'해야 하는지 나는 그걸 도무지 더 모르겠다. 그냥 좀 내버려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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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

하나마나 푸념 2011. 3. 16. 17:32

내가 책을 잘 못(안?) 읽는 이유는 의지력 박약이 첫째고 둘째는 TV다. 바보상자 TV를 한번 켜면 리모컨을 돌려가며 계속해서 넋놓고 앉아 있다. 여러 방송사 모두 뉴스는 낮에 방영했던 내용이 저녁 뉴스에 또 나오고 토씨하나 안 틀린 기자의 보도 클립이 마감뉴스에도 되풀이된다. 그런데도 난 또 그걸 '뉴스'랍시고 보며 질질 눈물을 흘린다. 어쩌면 울고 싶어서 빌미를 찾고 있나 싶기도 하다. 실종자 가운데 2천명이 무사히 살아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었지만 대체로 서글픈 지진 뉴스를 보며 문득 나는 다이고를 생각했다. 영화 <굿'바이>에서도 드러났듯 일본의 모든 장례지도사들이 다이고나 그 사장님처럼 경건하게 고인의 시신을 대하지는 못할 테지만, 그래도 수많은 다이고들이 참으로 바쁘고 힘들게 정성껏 일하고 있겠구나 싶다. 내가 입관 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지켜본 건 외할머니 때 뿐이다. 친할아버지, 할머니 때는 정신줄을 놓은 엄마를 지키느라 들어가볼 기회를 놓쳤다. 전통적으로 원래 염은 자식들이 하는 것이란다.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입관때 가까운 친지들은 꼭 참관을 하는데, 나는 서른 중반에야 처음 그럴 기회가 있었다. 우느라 대체로 정신이 없었지만 놀라운 경험이었다. 아버지 장례 때는 친척분들의 협의를 거쳐 염하는 과정을 중간부터만 참관하기로 했었는데, 그 '중간'이라는 게 어중간해서 결국 우리는 장례지도사가 수의를 다 입혀놓은 다음에야 아버지를 보러 들어갈 수 있었다. 최대한 천으로 가리고 진행하더라도 고인의 사지와 맨 몸이 드러나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기가 불편하다는 친척 어르신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식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차디찬 아버지의 이마를 만지며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했을 때의 황망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참담한 현실과 수많은 죽음 앞에서 더욱 가슴이 아픈 건 내가 겪은 죽음을 자꾸 환기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역시나 이기적인 감상이다.

어젯밤엔 MB의 수족 사장 치하에 들어간 MBC에서 강제 인사이동을 당한 원래의 제작진이 만든 <PD수첩> 마지막 방송분이 방영되었다. 소망교회에서 목사 앞에 무릎 꿇고 기도를 올렸다는 대통령을 다루려 했던 지난주분은 결국 방송이 무산되고 말았지만, 어제 다룬 문제들 역시 PD수첩다웠다. 논문심사비로 교수에게 300만원을 바치고 나서도, 다시 논문 읽는데 걸린 1시간 15분에 대한 비용을 추가로 내라는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는 학생의 증언을 보며 이젠 막 웃음이 나왔다. 어느 미대 교수는 병원에 입원한 동안 조교에게 밤샘 간병을 시켰단다. 레지던트를 발로 차고 밟고 때리는 놀라운 폭행을 일삼은 의대 교수는 행정소송을 거쳐 3개월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수술실에서 부분 마취한 환자가 그 의대교수의 폭력행위에 공포를 느껴 병실로 돌아온 뒤에도 충격을 가누지 못했다는 증언까지 방송에 나왔지만, 2차 징계위원회에서 그 밥에 그 나물인 교수들은 슬며시 동료를 감싸주었다. 당당히 학교로 복귀한 폭력 교수 본인의 변명으로는 다 제자 잘 되라고 한 행동이란다. 제자들의 청원으로 비리 혐의가 인정돼 1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교수는 뻔뻔하게 여전히 소송중이다. 졸업한 제자들의 개인전에까지 찾아가 협박을 일삼고 자기가 괴롭혔던 제자들을 증인으로 불러대면서. 요번에 국립대학에서 파면된 음대 교수도 변호사 선임해서 소송할 움직임이던데, 승소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내부고발자들이 아무리 용기를 내어 비리를 폭로하면 무엇하나. 법과 제도와 사회가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는 걸. 정말 이 나라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나라가 한참 멀었다는 걸 간간이 꼬집고 일깨워줄 TV 프로그램도 사라질 형국이다. 다른 공중파방송에도 간간이 볼만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있지만, 워낙 가뭄에 콩나듯 방영하고 있으니 이젠 공중파 3사가 노상 용비어천가만 불러대고 있게 생겼다. 일본 지진 소식이 워낙 강렬했기에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온종일 엄마가 틀어놓는 KBS 뉴스에서 끼니 때마다 MB가 아랍에미레이트에서 이룬 '쾌거' 소식을 들을 뻔했다.

한 사람의 개인이긴 하지만 엄기영을 봐도 MBC의 운명이 실감된다. 설마 MBC가 MB네 회사라는 뜻이었던가? 트렌치코트 깃을 높이 세우고 에펠탑이나 개선문, 상젤리제를 배경으로 "파리에서, 엄기영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멋진 기자 이미지로 내게 각인되었으며 꽤 괜찮은 앵커를 거쳐 MBC 사장까지 했던 사람은 결국 결국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심지어 자기가 몸담고 있던 방송사를 '까대는' 언사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그렇게도 정치와 권력이 좋은지 진짜 궁금하다. MBC엔 아직 제작을 거부하며 싸우고 있는 시사교양국 기자와 PD들이 존재하지만, 하나하나 종영되고만 수많은 시사 프로그램 가운데 이제 <PD수첩>은 프로그램이 사라지지만 않았지 거의 색깔과 생명이 끝장났다고 보면 맞을 것이다. 점점 볼 거리도 사라져가는데 이제 그만 테순이 노릇은 관두고 독서로 눈을 돌리면 좋으련만, 난 또 공중파를 대신해 케이블 채널을 기웃거린다. 이러니까 권력이 자꾸만 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이겠지. 더더욱 바보가 되라고. 알면서도 나는 손에 리모컨을 쥔 채 그 장단에 계속 놀아나고 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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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에 한번씩 이 무슨 난리인지... 갑작스런 간병 무수리 생활 사흘째다. 이젠 마음 놓고 투덜댈 수 있는 상황이니 천만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걸핏하면 반복되는 이런 상황에 대한 짜증이 줄어들진 않는다. 인체의 신비인지, 인간의 한계인지, 현대의학의 무능인지 좀체 알 수 없는 질병 상황 앞에서 난 또 닥터 하우스를 그리워하고 있다.

수요일 밤부터 왕비마마의 상태가 심상칠 않아서 응급실엘 가야하나 고민하다 담날이 정기외래 진료라 주치의와 의논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자꾸 앞으로 쏟아질 것처럼 걷고 간간이 판단력도 떨어져 헛소리까지 하는 걸 보더니 의사는 전격 입원을 권했다. 혹시 뇌졸중이라면 빨리 머리 MRI를 찍는게 좋겠다면서...

허나 의욕 충만한 정신과 주치의의 생각과 달리 MRI는 갑작스런 입원절차를 다 거치고도 한밤중에나 겨우 찍을수 있었다. 역시 내 생각대로 응급실로 들어갔어야 하는 거였다. 정신과 환자들은 생명을 다투는 증상이 아니니 순서에서 뒤로 밀린다는 걸 교수된지 얼마 안되는 주치의는 몰랐겠지. ㅡ.ㅡ; 어쨌거나 머리 사진에선 뇌졸중 가능성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도한 수면, 균형감각 상실, 보행 어려움, 간간이 섬망증, 이명, 판단력상실 등의 증상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과연 뭘까. 가능한 요인은 수십가지나 된다고 말하며 병실담당 레지던트는 내 속을 뒤집었다.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다고!!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로 신장이나 간 기능 이상으로 인한 전해질 균형 문제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MRI 결과 이상없으면 바로 퇴원하라던 주치의 교수는 퇴근해버리고 결국 왕비마마는 일흔한번째 생신을 병실에서 맞았다. 미역국이고 주말 파티 계획이고 다 물 건너 간 거다.

병원체질이신 왕비마마는 무수리 속이 새카맣게 타든지말든지 잘 자고 잘 먹고(병원밥 싹싹 다 비우는 노인환자 정말 드물다 ㅋㅋ) 하루하루 정신이 맑아지더니 어제부턴 걸음걸이도 제대로 돌아와 부축해 드리지않아도 될 정도다.

은근히 알츠하이머의 가능성도 타진하던 눈치더니 간단한 몇가지 검사 이후 그 말도 쑥 들어갔다. 나머지 유력한 가능성은 수많은 약들 사이에 생긴 충돌현상이라는 것 같다. 약을 하나씩 줄이고 빼며 지켜보자는 얘기. 아 맞다. 심전도에도 약간 이상소견이 있어서 심장초음파도 할 예정이다. 주말이 끼어서 빨라야 내일...

그러는 사이 우린 마냥 멍하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병실생활의 절반은 막막한 기다림이고 절반은 킬링타임이다. 링거하나 안꽂은 이른바 '나이롱 환자'는 시방 TV 시청중이시고, 마감인생 무수리는 홀로전전긍긍 하고있다. 금요일에 온 원고독촉 전화에 사정 이야기하며 얼굴이 뜨거웠다. 그쪽에선 아마 거짓말이라 생각할지도... ㅡㅡ; 장기전이면 간병인을 부르겠지만 며칠 안걸릴 것 같으니 그럴수도 없다. 닥터 하우스도 절실하지만 내겐 손오공 변신술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나를 하나 더 복제해놓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이럴 때마다 한숨 나오는 비혼의 늙은 고명딸 노릇 ㅠ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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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하나마나 푸념 2010. 12. 3. 20:45

오늘은 왕비마마의 정기 진료 및 상담이 있는 날. 잘 지내셨냐는 의사의 질문에 왕비마마는 어수선한 나라 상황 때문에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 연평도 포격 날부터 왕비마마는 평소 복용하는 여러 알의 안정제와 치료제로도 소용없는 심한 불면과 공포에 시달렸다. 전쟁의 기억이란 60년이 지난 뒤에도 생생하게 되살아날 만큼 무서운 정신척 충격을 남긴다는 의미다. 왕비마마는 지금도 두려움에 떠느라 뉴스를 제대로 보지 못해, 연평도와 북한군의 동정과 관련된 소식만 전해지면 손을 벌벌 떠시면서 얼른 채널을 돌리거나 TV를 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왕비마마를 안심시키던 나의 근거 빈약한 호언장담은 이제 약발이 떨어졌다. 어떤 명분으로든 전쟁은 일어나선 안된다는 믿음과 기초상식이 안보의식 부족이라고 비하되는 상식이하의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 나도 더는 할 말이 없다. 언론에선 연일 북한이 연내에 다시 남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떠들어대고, 국군의 어이없는 전력은 공분을 산다. 이래서 어디 본때를 보여주겠느냐고. 역사공부에 젬병이긴 했지만 과거 역사의 모든 전쟁은 심성 비뚤어진 인간들이 탐욕 때문에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이지 한반도엔 남북 할 것 없이 끝없이 비뚤어졌으면서 탐욕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너무 많다. 온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떠는 게 당연하다. 새로 국방장관에 임명됐다는 사람은 국회의 질문에 북한이 다시 도발하면 어쩌겠느냐는 질문에 '전투기를 띄워 반격 응수할 것이라고 '단호히' 대답했단다. 내가 알기론 전투기를 띄울 순 있어도 북한을 포격하는 명령은 이 나라 국방장관이 내릴 수 없을 텐데. 전작권 갖고 있는 형님한테 허락받고 나서 그러겠다는 얘긴가. 아니면 자기 맘대로 항명? -_-;

'전쟁이나 다름없는' 포격으로 졸지에 집을 잃고 난민이 된 연평도 주민들이 쉴 곳이라는 데가 찜질방이나 친척집 뿐이라는 사실만 봐도 알만하다. 수재민들에게 대통령궁을 개방했다는 차베스 대통령을 따라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꼬박꼬박 세금 내며 살아온 국민으로서 나라의 보호를 제대로 받고 있다는 느낌만이라도 들게 해달란 말이다. 왕비마마의 공포는 전쟁을 겪은 세대의 뿌리 깊은 정신적 상처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정신나간 행패를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주변국 형님들 눈치만 보는 이 나라 정부의 무능력 때문이다. 살 맞대고 있는 분단 국가에서 6자 회담 말고는 섣불리 말도 못붙이는 정부에 대체 '대북정책'이라는 게 존재는 할까. 하기야 전쟁이 난들 이 땅의 대통령과 주요 관료들은 청와대의 천하무적 '벙커'에서 무사할 수 있을 테니 지들이야 뭐가 걱정이랴.

전쟁이 나면 우리는 어디로 숨어야 하느냐고 묻는 조카와 왕비마마에게 숨을 곳은 없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그게 정답이니 웃음끝이 길지 못하다. 무슨 일만 생기면 그 책임과 비용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이 나라의 작태는 또 한 번 이어져 방송사마다 연일 연평도 주민 돕기 모금이 진행중이다. 전쟁 날까봐 무서워서 관련 소식도 못보던 왕비마마는 연평도 주민들 돕겠다고 한통화에 2천원이라는 전화를 두번 걸었단다. 그렇게 모금한 돈 얼렁뚱땅 제 주머니에 넣고 삼키는 못된 인간은 또 없으려나. 정권 바뀐 뒤 줄곧 참담한 세월이었지만 참 갈수록 가관이다. 이젠 욕하기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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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불만

하나마나 푸념 2010. 11. 23. 23:38

온 나라가, 아니 뉴스를 보노라면 전 세계가 동요할 만한 일이 벌어져 전쟁세대이신 왕비마마는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으신지 벌벌 떨며 불안해 하셨다. 집에 쌀과 비상식량(라면)은 얼마나 있는지부터 챙기시는 걸 보면 정말 겁에 질린 게 확실한데, 무덤덤한 딸은 '천인공노할 북한의 군사도발'이 어디 한두번 있는 일이냐며 시큰둥 무시했다. 물론 남한 영토와 민간인 지역을 직접 공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지만, 북한도 생각이란 게 있을진대 전쟁이 그리 쉽게 날까.

또 다시 귀중한 인명이 희생되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고, 예의주시하고 경계할 일이라는 데는 동감하지만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호들갑을 떨어대는 언론을 보노라면 또 한번 역겹다. KBS에서는 무려 밤새도록 24시간 뉴스특보를 진행중이다. 거의 모든 정규방송이 중단된 채(그래도 아시안게임 중계는 하더라마는, 공교롭게도 쥐20과 시작 날짜가 겹쳐져서 아시안게임도 예년처럼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지는 못했었다) 계속해서 연평도에 포탄이 떨어져 불타는 장면과 해군함정에서 포를 발사하는 장면들이 반복해서 보여진다. '전쟁이 따로 없다'며 인천으로 대피한 연평도 주민의 흥분된 인터뷰 또한 되풀이된다. 단순한 왕비마마는 그런 뉴스 속보에서 계속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아직까지도 계속 남북이 '교전중'이라 금방이라도 북한군이 밀고 내려올 거라는 상상으로 괴롭다. 어쩌면 다수의 국민들이 불안에 떨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식한 내 견해로 봐도 북한이 '본격적으로' 다시 군사행동을 하진 않을 것이다. 두번의 포격으로 뜻하는 바를 (또 한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 이미 이루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협상 테이블에서 칼자루를 쥐겠다는 북한군의 어이없는 도발은 참으로 짜증스럽지만, 그럴 때마다 난리법석을 떨어대는 언론과 당국의 태도는 그야말로 '야로가 있다'고밖엔 보여지지 않는다.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과 민심을 북한의 위협과 연계해 만회해보려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대체 왜 변하지 않을까.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단지 '휴전중'이라는 남북대치 상황이 끝나지 않는 한 권력자들이 되풀이해 이용해먹기에 더없이 좋은 장치란 말인가.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도발의 원흉' 북한을 욕해대는 대신 호들갑 떠는 언론과 당국을 더 못마땅해하는 나에게 안보의식이 흐리니 어쩌니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겠으나,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지켜본 게 그러한데 어쩌랴. 동해안에서 북한 잠수함이 발견되고, 무장공비가 잡혔을 때마다 온 국민은 공포에 떨었다. 금강산댐이 연일 뉴스에 등장해 서울이 물바다로 변하는 '시뮬레이션'까지 방송되었을 땐 겁에 질려 눈물을 보이며 나 역시 평화의댐 성금을 냈었다. 김일성이 사망하면 반드시 전쟁이 날 거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던 때가 있기도 했다. 김정일의 후계 계승문제에 불만을 품은 북한의 군지도부가 전쟁을 불사할지도 모른다는 일부의 예측은 미안하지만 과거에도 되풀이되던 레퍼토리다. 

겨우 1박2일 동안 대체 무슨 일을 얼마나 했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쥐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나라의 품격'이 올랐다며 국민들에게 고맙다는 공익광고를 지겹도록 내보내던 관계자들은 지금 또 다시 '불바다' 화면을 되풀이해 틀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참으로 궁금하다. 설마 전쟁 위험국 순위 1위로 '나라의 품격'을 높이려는 작정은 아니겠지? 이 땅에서 방송이야 늘 권력에 이용되는 도구였지만, 군사정권 때 못지않게 정부 입맛에 맞게 춤을 추어대는 꼬락서니를 보자니 한숨이 다 나온다. 온종일 틀어놓는 TV가 유일한 삶의 낙인 왕비마마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방송의 호들갑이 부디 내일은 좀 진정국면에 접어들기를 바라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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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투덜일기 2010. 11. 10. 15:08

금요일 저녁에 출판사에 갈 일이 있다. 출판사에 전화할 일이 있을 때 한 이틀 전부터 고민고민 하다가 벼르고 별러 어렵사리 전화를 거는 편이라면, 출판사에 갈 일은 일주일 이전부터 고민스럽다. 예전에 스스로 조직형 인간이라고 여기며 살던 직장인 시절엔 거래처에 독촉전화를 하고 업무사항을 전달하고 외부인을 만나 상담하고 거래처를 방문하는 게 별 스스럼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보면 몸서리 쳐지는 꿈만 같다. 담당자와 아무리 친분이 쌓였더라도 이젠 낯선 회의실에 앉아 그 뻘쭘한 시간을 어떻게 매끄럽게 보내야할지 통 자신이 없다.

평소의 나 같으면 금요일 외출 건을 거절했어야 옳다. 근데 뭣에 씌였는지 상당히 복잡한 출판 행사가 벌어지는 그날 가깝지도 않은 출판사엘 왜 가겠다고 승락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지난 여름 어지간히도 속을 썩인 담당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막상 가자고 생각하니 영 마뜩찮다. 더욱이 빌어먹을 쥐20 때문에 어느 길이 어떻게 통제될지 알 수 없다는 요번 금요일에 강남까지 가야한다니.

지난주까지만 해도 쥐20에 반대하는 심보를 보란듯이 알리기 위해서라도 '자율적 2부제' 따위 무시하고 차를 가져갈 작정이었다(벌써부터 우리집 담벼락과 현관에 '11, 12일 양일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세요'라는 홍보물이 붙어 있어 더욱 배알이 틀렸다). 한강 다리만 건너면 바로 있는 곳이라 차로 가면 30-40분이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계단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시간과 걷는 시간까지 합해 1시간도 넘게 잡아야 한다. 출퇴근 길에 막히는 시간까지 감안하더라도 시민 편의를 우습게 아는 놈들의 행태에 어떻게든 딴죽을 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명박산성에 버금가는 펜스를 쳐가며 벌써부터 길을 막는 건 물론이고, '높으신 분들'의 이동 경로에 따라 강남길은 수시로 어디나 통제될 거란 뉴스를 보며 다시 원초적인 고민에 빠졌다. 괜히 차안에서 3시간쯤 갇혀 있으면 어쩌나. 감기 걸렸다고 핑계대고 가지 말까... -_-; 헌데 그럼 전화를 걸어야 하잖아! 전화도 없이 그냥 안나타나도 나 하나쯤 안 온 거 모르지 않을까. 양치기중년의 삶에 대한 반성으로라도 그냥 전철 갈아타고 걸어 걸어서라도 가야하는 걸까...

울화는 결국 다시 이름도 공교로운 쥐20으로 향한다. 왜 하필! 그딴 걸 하느라 세상 시끄럽고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 거냐고! (번거로운 외출을 승락한 내 잘못은 역시나 뒷전이다. -_-; 이렇게 잠깐 외출도 고민스러운데 차폐막을 뚫고 계속 강남으로 출퇴근 해야하는 사람들은 오죽 불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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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슈퍼스타k2의 열렬 시청자지만 보면서도 욕을 안할 수 없는 건 노골적인 협찬광고 때문이다. 조마조마 두근두근한 순간에 꼭 화면에서 시야를 가리는 그놈의 제로칼로리 콜라는 하도 싫어서 앞으로 절대 안 사먹을란다고 마음 먹게 됐을 정도고, 비디오 클립에 수시로 등장하는 온갖 협찬업체의 노골적인 간판과 로고들도 눈쌀이 찌푸려진다.

하기야 편당 억대 고료를 받으며 막강의 권력을 휘두르는 드라마작가인 김수현 씨조차도 간접광고에서 자유롭지 못한 걸 보면 상업성과 TV 간의 긴밀한 공모관계는 확실히 내 상상 이상이다. 배경이 제주도라 수시로 제주도 관광홍보 같은 장면들이 나오는 건 그러려니 하겠는데, 쓸데없이 갑자기 등장인물이 쌀국수 끓여내라고 억지 부리는 장면엔 정말 어이가 없다. 특히나 그 쌀국수 끓이기도 오래 끓여야해서 불편하기 짝이 없고 가장 결정적으로 정말 맛 없던데!!! 그나마 요샌 쌀국수 타령이 좀 덜 나오는 것도 같던데 암튼 그럴 때마다 난 짜증스러워서 잠시 확 채널을 돌린다. -_-;

몹시 유명한 파워블로거를 일부러 쫓아다니며 글을 읽는 편은 아니라도 잊고 있다 가끔 생각나 찾아가 몰아서 볼 때도 있는데, 맛집이나 여행 관련 블로거인 경우엔 간혹 음식점 주인한테 공짜 대접이라도 받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칭찬일색인 의심쩍은 포스팅도 눈에 더러 띈다. 어차피 입맛은 사람마다 다르니  마냥 신뢰하지도 않고 그저 참고만 하게 되는 수준이지만, 같은 파워블로거라도 믿음직한 의견이 있는가 하면 어쩐지 뒤가 구린 포스팅은 딱 봐도 알 것 같다. 그리고 노골적이든 은근하든 협찬 업체로부터 선전효과를 전제로 크든 작든 이득을 본 것 '같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광고의 기미가 보이면 단숨에 정이 똑 떨어진다. 

컴퓨터에 윈도를 새로 깔면서 즐겨찾기 백업을 해두지 않아 몽땅 처음부터 기억을 더듬어 하나하나 찾아가는 중인데, 그저 뉴욕 감상하는 재미로 뻔질나게 드나들다가 고양이 사진이 무서워서 또 뜸했다가 했던 블로그가 생각나 한 2주 전부터 다시 들러보던 차에 오늘 읽은 포스팅에 확 배알 뒤틀림이 아주 거세져 즐겨찾기에서 그 사이트를 삭제해버렸다. 전에도 느꼈지만 고양이 애호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보니 관련 업체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건 어쩔 수 없으리란 건 이해가 된다. 업체들로서야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파워블로거에게 자기네 제품을 홍보하면 큰 광고비 들이지 않아도 되니 금상첨화란 것도 알겠다. 고양이 애호가들도 열심히 구경다니면서 좋은 제품을 접할 수 있느니 유용할 게다. 하지만 나처럼 고양이도 싫고 별 관심 없는 사람들에겐 그냥 그런 자랑 포스팅은 노골적인 '광고'일 뿐이며, 유명세를 이용해 누리는 이득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비양심으로밖엔 보이질 않는다.

치킨집 트위터 홍보로 입방아에 오른 이외수의 경우처럼, 탁 터놓고 처음부터 한달에 몇번 노골적인 치킨집 언급으로 광고를 하면 천만원을 받기로 했으며, 그 돈은 고스란히 장학금으로 기부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와는 느낌이 또 다르다. 내가 자주 안 가봐 몰라서 그렇지 내 눈에 거슬린 파워블로거 역시 그렇게 얻은 혜택을 어딘가 나눠주거나 기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옹호자들에겐 이 글이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깎아내리려는 시도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점이나 특정 업소에 대해서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포스팅하면, 포털사이트를 통해 인권침해, 명예훼손 운운하며 글을 삭제하라는 압력이 들어오는 반면에 직간접 홍보에 대해서는 그냥 보는 사람들이 알아서 걸러 이해하라는 식이니, 한 사람의 방문객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조치는 그저 소극적으로 구경 안다니는 것밖엔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 

뭐든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주렁주렁 블로그에 광고 배너를 단 것조차 눈에 거슬린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일반인인 척 하면서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으로 은근슬쩍 직간접 광고를 하는 행위는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다. 차라리 업자가 직접 광고용 블로그를 운영하는 거라면 모를까.. (그러고 보니 그런 사이트에서 자기가 만든 다이어리나 문구용품 판매 광고할 땐 아무런 거부감도 없었다!) 트루먼 쇼도 아니고 말이지.. -_-; 어차피 블로그라는 데가 자기자랑 차원을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지만, 똑같은 자기 자랑이라도 제 돈과 노력을 기울여 한 행위를 자랑하는 것과 '누가 디밀어 줘서 공짜로' 받은 것들을 자랑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그것도 뇌물 아니냐고! 어쩌면 괜한 질투심에 씩씩대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서 한참 뒤에 내리게 될 포스팅일 수도 있겠으나, 현재 내 기분은 이랬다. 열 그만 내고 점심이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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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은 기다림

놀잇감 2010. 9. 29. 21:27

아이폰은 기다림의 아이콘인가? 쳇.
한국 출시도 만날 차일피일 기다리느라 '담달폰'이라는 별명이 생기질 않나,
막상 장만하려고 해도 일단 신청해놓고 마냥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지를 않나,
전세계적으로 9월까지 무료 배포한다는 아이폰4의 무료범퍼도 한달을 기다리라지를 않나!
기다림과 인내심을 아이폰 사용자에 대한 조바심 마케팅으로 사용하는 거라면 심히 우려스럽다.

공짜라는데 당연히 받아야지 왜 그걸 포기하느냐는 주변인들의 '쿠사리'를 먹으면서도 '귀찮아~'라고 생각했었으나 돈주고 임시로 골라 낀 케이스(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새끈'한 케이스를 찾았는데, 가격이 무려 '몇만원'인데다 아직도 예약주문 중이다. -_-;;)와 지문방지 보호필름이 심히 마음에 차질 않아 생각을 바꿔, 오늘 세수도 안한 얼굴로 홍대근처에 있다는 애플 as센터엘 찾아갔었다. 무료로 나눠준다는 범퍼 같은 모양새의 단순한 케이스도 막상 사려면 만원 이상씩 하는 데다, 플라스틱 포장 안에 들었을 땐 제법 깔끔해 보였던 '사제' 케이스가 막상 꺼내보니 조악하기 그지 없었기 때문이다. 설마 애플에서 직접 디자인한 '공식' 범퍼는 조악하지야 않겠지 싶었던 거다.

공식 범퍼도 색깔이 여러가지라는데 선택의 여지를 준다면 뭘 고르나 한참 고민까지 했으나 (as센터 도착 직전까지도 맘을 못정하고, 직접 본 뒤 결정할 생각이었다, ㅋㅋㅋ) 오늘 신청서를 제출하면 10월 말에나 지급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고 그나마도 문자 메시지를 보낼 터이니 그 이후에 또 다시 찾으러 오라고 했다. 으으으. 그럼 굳이 as센터엔 뭐하러 직접 오라고 한 건가! 신청서 제출은 온라인으로 하라고 했어야 옳지 않느냐고!! 물론 신청서를 받으면서 담당자가 내 아이폰을 받아들고 모델번호와 일련번호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어쩐지 그건 센터 방문을 유도한 것을 무마하려는 요식행위 같았다! 

안내문에 있는 대로 설정 메뉴 들어가보니 나도 모델번호랑 일련번호 확인에 어려움이 없던데 무슨.. 일일이 확인씩이나. 쳇... 암튼 무료범퍼도 기다려야 하고, 마음에 드는 케이스 출시도 기다려야 하는 아이폰4 좀 너무 한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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