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란 게 요즘엔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겠으나, 내 경우 그냥 하나마나 한 소리를 궁시렁궁시렁 혼자 끄적거리기도 하고 괜히 누군가 역성 들어주기를 바라며 응석도 좀 부리는, 순전히 배설의 공간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이번에 또 한번 권리침해 신고로 글을 '함부로' 삭제 당하는 경우를 당하고 보니 이곳에 수년간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잡글에 대한 느낌이 새삼스럽다.
이제는 적지 않는 일기 대신에 여행 다녀올 때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전시를 볼 때마다 꼬박꼬박 몇줄이라도 느낌을 적어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그래서 엄연히 따지면 누구나 지나다니는 좁은 골목길 같은 곳이지만 나 혼자만은 사적인 안마당 같다고 여기며 꽃도 심고 돌도 고르고 잡초도 뽑고 그러며 가꿔온 게 아닐지. 이왕이면 왕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지 않기를, 사소하고 소박한 들꽃이나 들풀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만 지나다녀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깡패같은 땅주인이 나타나서 여기 니 땅 아니야! 니 맘대로 하지 마! 언제든 내 눈밖에 나면 내쫓길 신세야! 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말도 안통하고 눈만 마주치면 무조건 싸움을 걸고보는 '이상한' 행인을 하나 끌고 와서 한바탕 휘저어 놓고 간 듯하다. 멍하니 망연자실했다가 한참 뒤에 떠오른 생각은... 아우쒸,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을 불태울 순 없다던데.
아무튼 그래서....
'적극적인 소명'이 부족하다며 두번이나 내 복원신청을 '까댔'으며 도대체 자기 글도 못 읽게 해놓고 어떻게 근거를 제시하라는 하라는 거냐고 분노의 이메일을 보내도 도와줄 수 없어 미안하다는 식으로 (처음 복원신청을 했을 땐 지메일이었던 내 아이디로 해당 블로그가 검색이 안된다고 말도 안되는 답신을 보냈었다. 지메일 아이디로는 다음 사이트에 로그인도 어려워 복원신청도 절차가 어찌나 까다로웠는지... ㅠ.ㅠ 결국 울며 겨자먹기로 한메일로 티스토리 아이디를 바꾼 뒤에야 복원신청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더라. 서로 연동 안되게 해놓을 거면 다른 메일주소로 아이디 설정은 왜 가능하게 해놨는데????) 기막힌 대처를 하던 티스토리 측에서 휴대폰으로 검색해 겨우 얻은 포스팅 캡쳐 화면을 첨부했더니 결국엔 30일이 지나 해당 글을 복원조치해놓았다. 신고자측에서도 추가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아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실제로 명예훼손으로 권리침해된 사항인지 심사를 받는 단계까지도 가지 못했단다. 애당초 내가 글을 올렸던 3년 전도 아니고, 그 인터넷선교단체에선 무슨 심보로 뒤늦게 권리침해 신고를 했을까??? 아마 그 단체에는 대체로 그딴 식으로 블로거들을 협박하는 모양이다. 지들이 대리하는 주요 몇몇 교회의 이름이 들어간 글은 무조건 글을 삭제조치 시키도록 신고를 하고는, 복원신청 과정이 귀찮거나 절차가 복잡해 꺼려하는 블로거들이 지레 포기하도록... 물론 티스토리 측에선 그런 걸 매우 우호적으로 지원사격해주고.
입장을 바꾸어서 내가 명예훼손을 당한 쪽이어서 어떤 이의 블로그 포스팅을 권리침해로 신고를 했다고 쳐보아도 도무지 이런 절차와 포털의 태도가 이해되질 않는다. 젠장! 컴맹이라서 도대체 어떤 글이었는지 내가 쓰고도 전문을 찾아볼 수도 기억해낼 수도 없었다가, 이웃님의 도움으로 대충이라도 알게 된 그날의 포스팅에는 정말 내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았고 주된 내용은 PD수첩 시청소감이었다. 나 원 참.... 드디어 복원되어 완벽하게 읽을 수 있게 된 포스팅 전체 내용에도 정말이지 소O교회에 대한 욕설이나 비난은 없었다. +_+ 이 모든 소동과 분노와 불쾌감의 빌미가 너무도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래서 약간은 허무하기까지.... 가끔씩 몇년 지난 포스팅을 읽어보며 아 이땐 이랬구나 피식 웃을 때도 있는데, 이날의 포스팅엔 블로그계를 떠난 이웃의 댓글도 있어서 새삼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뭐 딱히 잘 쓴 글도 아니지만 그래도 복원된 걸 기념하여 링크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