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사랑'에 해당되는 글 89건

  1. 2008.03.14 자극제 11
  2. 2008.02.13 녹지않는 눈사람 10
  3. 2008.02.04 수다쟁이 5
  4. 2008.01.16 일상복귀 17
  5. 2008.01.15 무수리의 삶 6
  6. 2007.12.24 재롱잔치 7
  7. 2007.12.17 아이들의 대통령 5
  8. 2007.12.03 조카랑 하는 놀이 12
  9. 2007.10.02 이층집 4
  10. 2007.09.27 달님님 4

자극제

투덜일기 2008. 3. 14. 17:10
달력에 빨간 사인펜으로 크게 마감일을 표시해놓고도 도무지 채찍질로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증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늘어진 내 삶을 자극해주는 것들이 있다.

1. 고모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고 싶느냐는 조카녀석의 뜬금없는 질문.
-- 고모는 이미 다 커버렸다는 대답이 하기 싫어서 재빨리, 그러나  꽤 오래 고민하다 대충 대답을 하긴 했는데
요즘 계속 나의 화두가 되었다.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목표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2. 지금 판타지 소설을 번역중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전화할 때마다 어디까지 이야기가 진전되었는지 내용을
꼬치꼬치 묻는 정민공주.
-- "왕자가 왜 아직도 그 괴물이랑 싸우고 있어? 어제부터 싸웠잖아." 핀잔 담긴 공주의 질문은 출판사의 원고독촉 전화보다 더 무섭다. 오늘도 얼른 진도 나가야지.

3. 건방지게 내 팔을 툭툭 치며 집안에서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는 내 몰골을 나무라는 어린 조카.
-- "고모! 옷이 이게 뭐야? 내복 같은 걸 입고, 바지도 추리닝이고!"
조카맞이 한다고 나름대로 곰돌이 티셔츠로 갈아입고 있던 터라 꽤나 충격이 컸다.
6살밖에 안된 놈도 늘 가꾸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얘기. -_-;

4. 작가가 아닌데도 간결하고 명쾌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끊임없이 쓰는 이들
-- 가랑이가 찢어지더라도 나도 깊이를 좀 추구해 봤으면...


네 가지 가운데 셋이나 조카들이 관련되어 있으니 확실히 내 인생의 자극제이자 낙은
분명 사랑스러운 그 녀석들이로구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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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않는 눈사람

놀잇감 2008. 2. 13. 15: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끔 까닭없이 기분이 바닥을 기어다닐 때
고개를 들어 조카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을 돌아보면 단박에 미소와 함께 통통 튀는 활력이 샘솟는다.
명절 때 조카들과 만들기를 하며 놀 때였나 보다.
아직은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 갇히지 않아 가장 유연한 사고와 풍부한 상상력을 자랑하는 지환이(6살)가
혼자 방문 닫아걸고 후다닥 만들어갖고 나와선 <눈사람>이라고 자랑한 작품이다.

이면지 두 장을 마구 구겨 셀로판 테이프로 둘을 연결하고 얼굴을 그려넣은 눈사람이
하도 예뻐서 모니터에 붙여놓고 늘상 감상할 터이니 선물해달라고 졸랐는데
지환이도 자기 작품이 매우 마음에 드는지 결국엔 떼어가 버렸다.
(절대로 녹지는 않는데.. 함부로 다루면 이 눈사람 역시 찢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조카네 집으로 입양간 이 눈사람은 벌써 찢어지고 말았다는 듯하다.)

어쨌든 고모에게 남은 건 사진 뿐이지만 이것만 봐도 행복이 가슴에서 퐁퐁 솟아오른다.
주말에 놀러오면 또 만들어 달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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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쟁이

투덜일기 2008. 2. 4. 17:02
어제 성묘 뒤끝에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식전에 과자부스러기를 잔뜩 먹은 조카들이 정작 점심은 제대로 먹으려하지 않아
올케들이 어떻게든 조카들에게 좀 더 밥(실은 샤부샤부 맨 마지막에 끓인 죽)을 먹이려고 협박과 회유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나도 좀 거들어보겠다고 나섰다.
"얘들아, 한번만 잡숴~~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꿀맛 죽이 왔어~~요..."
조카들은 까르르 웃었지만 내 너스레는 별 효과가 없었는데
난데없이 엄마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라니(물론 내 본명을 부르며)야, 옛날엔 안 그러더니 너  언제부터 이렇게 수다스러워졌니."
난 원래부터 수다스러웠다고 극구 항변했지만...
수다스러워진 딸이 체신머리없고 주책스러워 실망이라는 듯한 표정의 엄마를 바라보며
속이 많이 상했다. -_-;;

오늘 블로그에 들어와 그간 쓴 내 글을 봐도 그렇다.
아무리 '끊임없는 수다'를 추구하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이지만
하나같이 길고 긴 글을 보니...
그 여자 참 되게 수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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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복귀

투덜일기 2008. 1. 16. 23:00

명절때 수십명의 친척들이 와글거리다 돌아간 뒤에 좁아터진 집이 몹시 넓어보이고
이상스레 사방이 고요해진 느낌이 지금도 든다.
어젯밤 이 시간만 해도 자라고 깔아놓은 이불 위에서 공주와 무수리는 가열차게 할리갈리 게임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드디어 조금 전 공주가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조용하고 한가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물론 제일 먼저 컴퓨터 앞에 앉아 블로그질에 여념이 없다.
3박4일간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도록 허락된 순간은 정민공주의 싸이질을 돕고 방문자수를 올리느라
공주의 감시 하에 내 미니홈피를 찾을 때 뿐이었다. *_*
어젠 잠시 블로그질 한답시고 올린 아랫글을 공주한테 들켜서 빨랑 지우라고 몇대 또 두들겨 맞아야 했다. 큭.
물론 공주가 잠든 뒤에 (무수리는 당연히 공주님 옆에 누워 꼭 껴안고 재워드려야 한다) 일어나서 일을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온종일 시달린 뒤끝엔 내가 먼저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라 나흘 간 일은 완전히 포기했었다.

어쨌거나 3박4일을 할머니댁에서 고모무수리의 보필을 받은 공주의 감흥은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엄마랑 아빠랑 지환이가 보고는 싶은데 집에 가기는 싫은 거 있지!"
"응, 원없이 놀았어." (원없이 놀았냐는 제 엄마의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욕심쟁이 공주가 "원없이 놀았다"는 대답을 할 정도면 정말로 제 성에 찰 만큼 고모를 괴롭히며 실컷
놀았다는 뜻이다. ㅎㅎ
몸은 좀 고달펐지만 나 역시 아무 생각 없이 며칠 잘 놀았다.
웃는 얼굴이 잘 안만들어져서 거울 보면 심술마녀처럼 보인다고 늘 불평하시던 왕비마마도
공주 덕분에 수시로 웃으셔서 좋았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는 손주들과 조카들의 존재는 확실히 우리 모녀에게 행복의 근원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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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리의 삶

투덜일기 2008. 1. 15. 23:20
겨울방학을 맞아 본격 무수리의 삶을 살고 있는지 사흘째다.
왕비마마 홀로 보필하는 것도 힘들거늘 공주님까지 납시셨으니...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조차 없이 몸바쳐 모시고 있다.
당연히 블로그질은 뒷전일 수밖에. ㅠ.ㅠ
그나마 내일은 공주님의 귀가일이니 내일 밤부터는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듯.
심지어 오늘은 영화예매 늦게 해서 인터넷으론 표를 구할 수 없어 마구 두들겨 맞기까지 했는데
다행히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 있어서 목숨은 건졌다. -_-;;
동생네 부부는 공주가 고모 무수리를 괴롭히면 즉각 데리러 오겠노라고 했는데
그 협박도 이번엔 별로 통하질 않았다.
3박4일이 참으로 길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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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잔치

삶꾸러미 2007. 12. 24. 17:39
해마다 나의 연말이 바쁜 이유엔
조카들의 재롱잔치도 한 몫 한다.
4살때부터 유치원엘 다녔던 정민공주부터 벌써 몇해째 재롱잔치 구경을 다니는지 모르겠는데
여전히 꽃다발 사들고 가서 지켜보면 울컥 눈물이 날 정도로(주책 고모란 거 나도 안다;;) 감동적이고 뿌듯하지만 어린 아이들이 한달 이상 연습하며 받았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숫기 없는 유전자의 난관을 극복하고 이젠 어느 정도 안무와 노래를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울집 공주와 왕자들이 정말로 기특한데
유심히 지켜보면 공연도중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추는 데,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거나 심지어 울고 있는 아이들이 꼭 있다.
그 아이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
우리 정민공주도 유치원 다니던 시절 재롱잔치때마다 거의 2년은 그렇게 무대에 서서 꼼짝않고 반항(?)을 하는 바람에 캠코더와 카메라까지 싸들고 간 제 부모는 물론이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기 때문이다.
나도 그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내키지도 않는 재롱을 떨어야 하다니;; 얼마나 끔찍했을까 +_+

유치원 교사나 부모들은 그런 재롱잔치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하지만, 그건 '주류'에 속하는 다수의 아이들에게나 해당되는 것일뿐
자의식이 유달리 강하거나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에겐 그저 끔찍하고 괴로운 '망신의 장'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도 옛날이라 유치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발표회 같은 게 있을 때
단체 합주나 합창은 몰라도, 연극이라든지 소수가 출연하는 꼭두각시 춤 같은 공연을 해야하면
나는 그야말로 주눅이 잔뜩 들어서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 혼자 실수를 하거나 넘어지면 어쩌나...
대사를 까먹으면 어쩌나..  그런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것인데
공연이 끝나면 성취감보다는 그저 지겨운 일이 끝났다는 것만 반가웠더랬다.

하기야 요즘 아이들은 절반 이상의 장래희망이 *연예인*이라니
그들의 끼와 숫기가 내 어린시절과는 수준부터 다를 것도 같다.

째뜬 올해도 2주 연속 토요일마다 우리집 왕자님들의 공연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두 녀석 역시 재롱잔치를 꽤나 즐긴 모양이다.
분명 녀석들에게도 얼마간은 스트레스였겠지만, 무사히 재롱잔치를 마치고 갈채를 받은 조카들이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 조카들 옆에서 내내 울음을 터뜨렸거나 굳은 얼굴로 서 있던 아이들도, 그들의 부모도
너무 큰 마음의 상처는 받지 않았기를 빈다.
2년 내내 무대 구석에 홀로 서있기만 했던 정민공주도 3년째 되던 해에는 단체 소고무와 합창을
곧잘 따라해서 우리에게 기쁨과 감동을 안겨주었단 얘기를 그들에게 귀띔해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모든 아이들이 다 무대체질은 아니라고요! ^^*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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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를 하는 사촌동생한테 들으니
시기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대선 기간 동안에는 유치원에서도 모의 대통령 선거를 하기도 하고
투표권이 있는 어른이 된 양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누구를 찍을 것인지 토론(?)이나 발표를 하기도 한단다.
그 얘기에 흥미가 동해 예닐곱 살짜리 아이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 가운데 과연 누구를 뽑을지 물어봤더니
대답은 퍽이나 실망스러웠다.
대부분 부모에게 의견을 물어와 부모가 선택해준 후보를 언급하더라는 것.
가끔 순수한 시각으로 대선 후보자들의 벽보를 관찰하고 와서 생김새나 이름을 근거로 선택한 아이들이
한 둘 있기는 했지만, 유치원의 투표 결과 또한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예쁜 아이들의 입에서 몹쓸 인간 "명바기"의 이름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했다. ㅠ.ㅠ
미친 부모들 같으니라구!!

내 조카들과는 만날 때마다 놀기 바빠서 대선 따위의 *쓰잘데기 없는* 화제로 시간을 낭비할 새가
없었는데 문득 궁금해져 어제 오늘 조카들한테도 대선 후보들 가운데 누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봤다.
ㅋㅋ
어제 만난 6살짜리 준우가 묘사하는 후보는 누군지 처음에 대단히 혼란스러웠다.
뜬금없이 레고(장난감 레고 시리즈를 뜻한다) 머리를 한 사람이라는 것.
우리는 도무지 누군지 짐작을 할 수가 없어서, 레고 머리가 혹시 단발머리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머리칼이 아예 없는 것인지 반문하며 대머리인지 아닌지 계속 물었는데
때마침 선거 벽보 앞을 지나다 누군지 콕 찝어달라고 했더니만 2번이란다. -_-;;
뚜렷한 이유는 대지 않았고 1번이랑 2번이 마음에 드는데, 2번이 레고머리라서 2번을 뽑겠다나.
왜 하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역시나 대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는지
정민공주는 오늘 통화를 하다가 대뜸 "고모는 투표할 거야? 누구 찍을지 결정했어?"라고 물었다.
공주는 얼마전부터 통 누굴 뽑을지 몰라서 선거를 안할 지도 모르겠다고 투덜거리는 제 아빠 대신 자기가 투표를 하러 가겠다고 나서기도 했고, 자기가 누굴 뽑을지는 "절대 비밀"이라고 잘난 체를 했던 터라
나는 유도심문을 겸해서 원래 비밀이지만 *6번*을 찍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공주는 돌연 "앗싸~!"라고 대꾸했다. ^^;
자기도 6번을 찍고 싶었다나.
이유를 물으니 "그 아저씨가 제일 착할 것 같아서"란다.
그 아저씨가 착한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더니 자긴 *척 보면* 안다나... +_+
공주 말이 다른 *애들*은 거짓말만 하게 생겼단다. 헐...
10살짜리가 뭘 안다고.
아마도 지난 제사 때 밥상에서 어른들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나누던 이야기들을 귓등으로라도
들은 모양인데 어쨌거나 공주는 자기와 고모가 지지하는 사람이 같으며, 더욱이 할머니까지도 같은 지지자임을 너무도 기뻐하며 통화를 끝냈다.

5살짜리인 지환이는 엉뚱한 폭탄답게 ^^; 그리고 누나를 천하의 라이벌로 여기는 동생답게,
먼저 누나는 몇번을 뽑겠다고 했는지 묻고 나서 "그럼 나는 7번!"이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그냥... 누나가 6번이니까."
ㅎㅎㅎ

딴나라 선거처럼 통 관심이 없다는 이들이 주변에 태반이긴 하지만
어쨌든 연일 마음이 무겁다.
투표일을 이틀 앞두고 놀라운 사실이(솔직히 명바기를 싫어하는 이들에겐 놀랍지도 않지만;;;) 드러나 변수로 작용하네 마네 어쩌네 그래도 정신나간 인간들은 사기꾼이라도 여전히 능력있으면 뽑겠다는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니 오호 통재라.

사기꾼이 투표에서 당선되더라도 특검으로 비리가 드러나 쫓겨나거나 탄핵 당하는 통쾌한
시나리오를 예상해보기도 하지만, 그 쪽에 무게를 싣기엔 이 나라 법조계가 너무 썪었다. ㅜ.ㅜ
집단난투극 끝에 이명박 특겁법이 국회 통과 되면 뭐하나.
특별검사 역할을 제대로 해낼 *깨끗하고 소신 있는* 인사가 과연 남아 있기나 하겠냐 말이다.

어쨌거나...
하나마나 한 선거라고 해서 처음부터 맥이 탁 풀리긴 했지만
5년전 선거에서 노무현씨가 뒤집기로 한판승을 거두는 바람에 다음해 총선에서 보수 집단이 대거 득세했듯
이번 대선의 결과에 따라서 그나마 국민들은 힘겨루기의 균형미를 알고 다음 총선에 대비할 거라고
믿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표장을 찾을 생각이다.

뭐 물론...
지난 총선에서 전격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노당이 별로 해낸 것도 없음을 돌이켜 볼 때
정치꾼들 하는 짓이 다 거기서 거기긴 하다마는...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할 순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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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소녀부터 18개월된 아기까지 어느덧 조카가 넷이다.
사랑스러운 나의 조카들이 과연 언제까지 나를 따를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인기관리 차원에서 늘 온몸을 다 바쳐 놀아주는 못말리는 고모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 나의 조카들은 어딜 가든 이동할 때 서로 고모 차를 타겠다고 난리를 피우고
(가끔 조카 셋을 앞뒤로 다 태우고 어디론가 운전해 가다보면 사고 안내는 게 나도 신기하다 ㅠ.ㅠ)
밥먹을 땐 서로 고모 옆에 앉겠다고 싸우다 울거나
왜 만날 정민이 누나만 고모 옆에 앉으냐고 항의하며 질투를 하기도 하며
우리 집에 오면 현관문을 들어선 순간 할머니한테 인사고 뭐고 없이 "고모, 놀자~~~~!"라고 외친다. -_-;;

암튼 조카들에게 더 큰 사랑을 베풀고 받기를 원하는 이 땅의 수많은 고모와 이모들을 위하여
내가 조카들과 하는 놀이들 가운데 최근에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들만 추려 전격 공개하는 바이니
널리 애용하시기를 권한다. ^^
(허나 다른 집 조카들에게도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을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ㅋㅋ)




 





가장 훌륭하게 완성된 윗단 맨 왼쪽의 케이크는 5살 난 지환이가 그린 그림에 내가 색만 덧칠한 것이고
나머지는 정민공주의 주문에 따라 내가 그린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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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집

추억주머니 2007. 10. 2. 02:00
정민공주를 위한 영어수업에서 이번주엔 장소를 묻는 의문문과 함께 집의 구조를 다루었는데
그러면서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그림엔 외국의 흔한 주택 구조에 따라 자는 방, 화장실, 거실, 부엌, 마당 따위가 그려져 있었는데 공주는 2층에 주로 밀집된 방으로 연결되는 2층의 작은 복도 같은 공간을 도저히 이해를 못하는 거다.
그림 속의 엄마는 바로 그곳에 서서 아이들에게 "너 어딨니?"라고 묻고 있었는데!

언젠가 놀러갔던 펜션과 호텔 복도를 예로 들어 구조를 설명하려 애쓰긴 했지만
(공주는 영어공부와 상관없이 또 궁금한 건 절대로 못참는다 -_-'')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세상에나! 주변에 이층집에 사는 측근이 단 한명도 없고
내 어린시절과 달리 공주는 이층집엘 놀러가서 그 재미있고 독특한 구조를 속속들이 경험해 본 적이 전무했다!
아 물론 우리 친척들이 주로 서민적인 탓도 있겠지만
과거엔 마당 넓은 2층집에 살던 이들도 이젠 아파트나 빌라로 사는 곳을 옮겼거나
그 땅에 건물을 올려 층층마다 임대료를 챙기는 건물주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1층엔 주방과 넓은 거실, 식당 방 따위가 있고 침실은 죄다 2층으로 몰아놓은
서양식 2층집과는 구조가 좀 다르지만, 어린 시절 나의 로망이기도 했던
이층집엘 놀러가면 우선 가장 눈길을 끄는 계단과 2층 베란다, 철제 그네가 놓여있기 십상인 잔디 깔린 마당을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예전에도 지금에도 대대로 이어진 넉넉한 부유함을 상징하는 평창동이나 성북동 정도에 가면 또 모를까... 아 맞다, 신도시의 단독주택 단지나 새로 뜨기 시작한다는 타운하우스를 찾으면 되긴 하겠군.

어쨌든 우리 동네에 꽤 많았던 예쁜 2층 양옥집들은 지금 죄다 빌라나 다가구주택으로 바뀌었고 초록 잔디밭이 예뻤던 공간은 자동 개폐식 차고문이 달린 주차장으로 탈바꿈했다.
땅덩어리가 워낙 좁고 집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는 늘어나기 때문이겠지만,
부동산 문제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는 문득 옛날이 그리워졌다.
물론 나는 마당 넓은 2층집엘 살아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친척집이든 친구네 집이든
푸르른 잔디밭과 정원을 갖춘 2층집엘 드나들며 노는 게 정말로 좋았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나무 계단을 조심스레 오르면 눈앞에 새로운 놀이터라도 펼쳐진 것 같았고, 금상첨화로 다락방까지 있는 집이라면 매캐한 먼지를 뒤집어쓰고서 하루종일이라도 그곳에서 놀 수 있었다.

아...
그런데 공주는 그나마 전원주택인 고모할머니나 작은 할아버지댁의 옥상 올라가는 계단 이상의 구조는 상상하기 힘들어 했던 거다.
내가 하도 마당 있는 집 타령을 해대며 아파트 혐오증을 읊어댄 탓에 공주도 아파트 보다 마당 있는 주택이 훨씬 좋은 줄 알고 있었는데, 오늘 그림 속 이층집의 방 이름들을 하나하나 되뇌며 영어단어를 익히던 공주는 우리도 방 8개짜리 이층집을 지어서 할머니랑 고모랑 같이 살면 좋겠다고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을 했다.

흠... 그런데 나는 선뜻 맞장구를 쳐주지 못했다.
어린 시절에야 나도 마당 있는 2층집에 사는 것이 로망이었지만
현재의 로망은 흙냄새 맡으며 기와 얹은 한옥에 사는 것이라 말로라도 '그러자!'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층 한옥이라면 언뜻 떠오르는 것이 경복궁 경회루밖에 없는 것을 어쩌랴. -_-;;

하지만 이 밤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정민공주네가 옛날 느낌의 예쁜 2층 양옥집에 살게 되어 혹시 나를 청한다면
주책바가지 이 고모도 다락방 한귀퉁이에서 계속 무수리로 살아줄 용의는 있을 것 같다. ^^
아담한 한옥은 까짓거 작업실로 꾸미면 되지!

돈 안드는 상상이라고 아주 마음껏 날개를 펼치는 중이다.
현실에선 아... 그저 돈이 웬수로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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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님

투덜일기 2007. 9. 27. 00:17
전쟁을 치르듯 새벽부터 정신없이 콩콩거려야 했던 추석 날의 마지막 행사는 역시나
친지들 배웅과 동시에 하는 달맞이.
원래 한가위 달맞이는 초저녁에 처음 떠오르는 달을 보며 해야 한다지만
그 즈음엔 늘 수십 명분 저녁식사 준비로 바쁠 때라 꿈도 꿀 수 없는 형편이니
우리 가족의 달맞이는 해마다 식사 후 느즈막히 귀가하시는 친척분들 배웅하러 따라 나서며 이루어진다.

이번에도 추석날 모인 22명(올핸 큰고모네랑 네째 고모네 식구들이 빠져서 그나마 좀 조촐했다)의 식구들이 몽땅 밖으로 나가 각자 달 보며 소원을 빌라고 하자
제일 신난 건 당연히 어린 조카들이었다.
5살이 되도록 좀처럼 머리칼이 자라지 않아 속상해 했던 정민공주는 그 무렵부터 늘 소원이 "머리칼 빨리 길게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이젠 제법 머리가 공주스럽게 자라기도 했고 나이도 무려 '10살'이나 되고 보니 작년부터는 달보며 무슨 소원을 비는지 "절대 비밀"이다. ^^
6살 난 준우는 씩씩하게 "우리 아빠 QMX(나중에 그게 뭐냐고 물어서 알게 된 QMX는 르노 삼성에서 연말쯤 출시한다는 새로운 SUV 모델이란다 -_-;; 짜식.. 차 이름을 고모보다 백 배쯤 많이 알고 실물 구분도 할 줄 안다)로 빨랑 차 바꾸게 해주세요!"라고 소리질렀는데
가장 압권은 5살 난 지환이가 뜬금없이 외친 소원이었다.
"달님님! 달님님! 애기 동생 잘 낳게(?) 해주세요! 아멘!"

골목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외쳐대는  지환이의 반복되는 소원에 우린 모두 깔깔깔 웃어댔고, '달님'에 '님'자를 하나 더 붙여 새로운 극존칭을 만들어낸 데다, 수녀원 부설 어린이집을 다녀 기도엔 일가견이 생겼다는 지환이의 소원이 정말로 이루어지나 함께 지켜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
(큰 동생은 늘 자식이 셋은 있어야 한다고 은근히 바라는 눈치지만, 올케는 또 다시 지긋지긋한 육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는 형편이라 지환이가 동생을 볼 가능성은 현재 지극히 낮다 ㅋㅋ)

나 역시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마음 속으로 소원을 빌기는 했지만
조카들처럼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런저런 민속 풍습을 미신이라고 코웃음 치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재미삼아서, 또는 '혹시 모르니까' 대보름날이나 한가위날의 달맞이며, 유성우 내리는 날의 소원빌기에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그때 열심히 빌었던 소원들 가운데 몇 가지는 이루어지기도 했던 것 같다. ^^;;  

대학원 다니던 시절, 논문학기 앞두고 종합시험에 꼭 붙게 해달라고 빌었다든지,
여행을 계획하던 해엔, 부디 엄마가 무사히 환절기를 넘겨 마음 편히 내가 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든지...

물론 반복해서 빌어도 지금껏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소원도 있긴 하지만
아마도 난 앞으로도 장단기기억력상실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답게 꿋꿋이 소원을 빌어댈 게 틀림없다.
이루어지면 좋은 거고, 안 이루어져도 어차피 내가 손해볼 건 없으니까!

그러고 보니 정작 가장 둥근 보름달은 추석 다음날에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시간상 벌써 어제지만) 밤하늘을 내다볼 생각도 못하고 지내고 말았다.

지금쯤은 집 뒤쪽으로 많이 기울었을 '달님님'에게 마음속으로나 또 한 번
소원을 주절거려봐야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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