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에 해당되는 글 233건

  1. 2016.12.19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5
  2. 2016.12.14 판관 4
  3. 2016.12.05 나도 근황 8
  4. 2016.10.21 일단 탈출 7
  5. 2016.10.16 편견 3
  6. 2016.10.13 여권 6
  7. 2016.10.08 어색함 5
  8. 2016.07.29 물음표 3
  9. 2016.07.02 다시 개판 4
  10. 2016.06.14 황당하다 18

세상엔 나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수도 없이 벌어진다. 요즘 이 나라를 들끓게 했던 괴물들의 행동도 그러했고 바다 건너 들려오는 테러나 총격 사건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닭그네 순siri 사건을 보며 사람들은 분노하기도 했지만, 대체 그들의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하는 궁금함도 분노 못지 않았을 것 같다. 당연히 심리학자나 정신분석가들에게 그들의 정신 상태를 분석 진단하는 의뢰도 많았던 모양인데, sns에 올라온 어느 전문가의 글귀가 기억난다. 일단 그들의 정신과적인 문제를 알아보려는 게 불필요한 호기심이라고 말이다. 법률을 위반했으니 법대로 심판하여 탄핵하고 끌어내리면 된다는 논지였던 것 같다. 그 말이 맞다. 하지만 훗날 누구든 연구자나 언론인이 꼭 나타나서--책 팔아먹을 욕심에 헛소리 지껄이는 이들 말고--그들을 제대로 연구해주거나, 최측근의 양심선언이라도 제대로 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그런 인간이 되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파헤쳐, 다시는 그런 괴물이 나타나지 않도록. 그들을 '미친'X이라고 욕하는 건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환자들에 대한 모독이다. 조울증 환자를 가족으로 둔 사람으로서 그렇게 느끼니깐 정말이지 동급으로 취급 안하면 좋겠다. 모든 병증엔 급이 있겠으나,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를 우울증 환자와 동등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으로 취급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

수 클리볼드 지음/홍한별 옮김/반비(2016)

아이고 책 후기 하나 쓰려고 시작했는데 웬 잡설이 이리도 긴가.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사건 직후 아마도 '괴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 표지의 사진 속 아이의 맑은 눈망울에서 느껴지듯 아이는 괴물이 아니었다. 곁에서 아이를 평생 지켜본 부모로서도 이젠 도저히 알수 없는 부분이 영영 묻혀버리고 말았지만 그것 하나는 확실하다. 아픈 아이였던 거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다. 그 학교 학생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 두 아이가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학교에 들어가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뒤 자살했다. 저자인 수 클리볼드는 바로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다. 

저자는 독자들이 아들인 딜런을 용서하길 바란다거나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당부하려고 책을 쓴 게 아니다. 사고 이후 16년 세월 도저히 대답할 길 없는 의문과 고통, 눈물 속에 살았을 이 어머니는 자신도 죽고 싶다고 수없이 생각하지만 결국 주변인들의 사랑과 보살핌 덕분에, 그리고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죄의식과 빚을 갚아보겠다고 결심한다. 사고 이후 16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자살예방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아들 딜런이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을 끊임없이 꿈꾸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사상자가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이지만 결국 콜럼바인 사고는 지은이에게 아들이 가장 불행하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선택한 자살 기도였던 거다.

사건 직후 사람들은 당연히 딜런의 부모를 온갖 방법으로 비난했다. 어떻게 부모가 자식의 일을 '모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이가 총기를 구입했고 집안에 폭탄을 숨겼었고, 지하실에서 무서운 폭력성을 드러낸 동영상까지 찍었는데 어떻게 그걸 모르냐고! 길고 긴 재판으로도 판명났지만 부모들은 정말로 '몰랐다'. 문제아의 부모 뒤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는 것은 흔한 사회적 통념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다. 애가 괜히 비뚤어질 리가 있겠냐고. 뉴스에 간혹 나오듯 자식을 학대하거나 심신에 깊은 상처를 입히는 부모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문제아의 부모가 문제 부모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란다. "자기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는 부모들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아의 부모가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극단적이고 터무니없는 범죄일수록 부모 탓이 아닌 경우가 많다. 외상에 의해 촉발되었다기보다는 그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비논리에서 나온 일이다."(p8-9)

위에 인용한 문장은 책 맨앞에 실린 심리학자 앤드루 솔로몬의 해설 부분이다. 대다수의 짐작과 달리 딜런의 부모는 자식들을 사랑으로 기른 평범한 중산층이었다. 딜런은 십대치고(17살이었다) 부모와 대화도 많은 편이었고, 형과도 사이가 좋았다. 나중에 발견된 딜런의 일기장에서도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믿음, 미안함이 증언된다. 그러니까 부모가 아무리 주의 깊게 지켜보며 사랑을 쏟았어도 딜런에겐 '충분하지 않았다'는 거다. 

사고로 억울하게 다 큰 자식들을 잃어버린 피해자의 가족들 입장에선 가해자의 엄마가 책을 쓴다고 하면 대체 뭘 잘했다고 책을 쓰냐고 비난부터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걸 짐작했기 때문인지 지은이의 태도는 시종일관 대단히 조심스럽다. 자식을 가능한 한 옹호하려는 태도보다는 부모로서 자기가 뭘 놓쳤는지, 사건의 전후 사정과 나중에야 비로소 알게된 아들의 행동을 자세하게 기록하는 편이다. 자기 이야기를 최대한 충분히 들려주어서, 다른 부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물론 사건 기록의 재구성과 딜런이 남겨둔 흔적들 말고는 가해자 아이들이 '정말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을 것이다. 대체 '왜' 그런 짓을 저절렀는지 말이다. 그래서 부모로서 더욱 고통스러울 테고. 어쨌든 지은이는 자기 아들이 '자살'했다는 것에 중점을 둔다. 흔히들 자살이 가장 비겁한 선택이라는 말도 하지만, 의사 결정 능력이 비정상일 때 내린 선택을 본인의 굳은 의지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심리학자와 지은이의 의견에 나도 공감한다. 자살할 용기가 있으면 차라리 그 용기로 살아보라고? 자살은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끝낼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용기 여부와는 상관 없지 않을까.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의 엄마인 저자의 고통이 느껴져서 책을 읽기도 쉽지 않았지만, 알량한 후기를 쓰는 것도 몇날 며칠 적었다 말았다 한 단락씩 참 쓰기가 어려웠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무서운 진실 앞에, 꼭 읽어보아야할 책이라는 추천사도 들어있지만... 나로선 엄청 아픈 손가락인 큰조카 J의 생각도 많이 나면서 위안도 받고 또 새로운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하는 과정이었다. 제도권 교육의 테두리를 힘들어하고 못 견뎌하며 자꾸 엇나가는 아이를 보며 '대체 왜?' 커다란 의문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부모탓을 한 적도 있고, 종종 어려서부터 너무 오냐오냐하며 애 버릇을 망친 할아버지와 고모 탓이라는 비난도 많이 들었다. 원칙이 무너져 훈육에 실패한 케이스라나. (심지어 이 말은 위탁학교 관계자에게 직접 내가 들은 말이다.)

이기적인 위안은 아이의 문제가 죄다 문제 부모 탓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견해다. 어쩌면 내가 J를 망쳐놓았다는 비난과 자책에서 살짝 놓여날 수 있는 빌미가 생긴 거다. 봐라, 딜런처럼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가정환경에서도 타고난 기질 탓에 우울증과 폭력 성향에 기울어질 수도 있다. 딜런에 비하면 J가 저지른 갖가지 일탈 행동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도 충분히 사랑으로 키우지 않았나. 뭐 이런 식이다. 하지만 이런 아전인수식 해석은 또 다시 엄청난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아이를 면밀히 지켜보아도 놓치는 것이 있고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니, 맙소사. 아이가 숨기려고만 들면 아무리 대화 많은 부모라도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아이인 경우엔 오죽할까. 

마침 책을 다 읽고 후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11월에 한겨레신문에 이 책에 대한 정희진씨의 칼럼이 실렸다. ^^; 옴메 기죽어 그러면서 움츠러들어 더 마무리가 괴로웠던 것 같다. 감히 쨉도 안되는 주제에 무슨.. ㅋㅋ 

"이 책은 해설(앤드루 솔로몬!), 추천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까지 모두 명문이다."라는 단락이 칼럼 마지막 문단의 첫 문장이다. 당연히 글을 링크해야겠지.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69947.html#csidx455111f6840324297cd3be3adda51b6 


최소한 모든 교육자들과 부모들이 다 읽고 생각해보아야할 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공동체 육아론과도 일맥상통하고, 제 아이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태도에도 일침을 가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는 추천사(조한혜정)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자기 아이에게 상처를 입히는 부모들이 있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아의 부모가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특히 극단적이고 터무니없는 범죄일수록 부모 탓이 아닌 경우가 많다. 외상에 의해 촉발되었다기보다는 그보다 훨씬 깊고 복잡한 비논리에서 나온 일이다.
...범죄가 부모 탓이라고 믿고 싶은 더욱 강력한 이유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집에서는 아이에게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으니 이런 재앙을 겪을 위험이 없다고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다."(p8-9)

자살을 생각하는 것은 병의 증상이고 무언가 이상이 있다는 징후다. 대부분의 자살은 한순간에 충동적인 결정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살은 대부분 고장난 사고와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싸워오다가 마침내 그 싸움에서 패배했을 때 일어난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자기 고통을 더 이상 감내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죽고 싶지는 않더라도,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나리라는 걸 알기 때문에 그 길을 택한다."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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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

삶꾸러미 2016. 12. 14. 22:40

판관이라고 쓰니 퍼뜩 판관 포청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ㅎㅎ 제목을 판사라고 쓸까, 재판관이라고 쓸까 아님 '편견'이라고 쓸까 나름 고민하다 정했다. 내가 생애 최초 직접 목격한 판사는 정말 무능하고 한심해보였다. 1986년 이른바 '건대사태'라고 불렸던 건대점거농성 시위로 친구들이 대거 잡혀들어갔었고, 대부분 반성문을 쓰고서 기소유예로 나와 곧장 군대에 끌려가거나 복학한 친구들과 달리 한 친구는 고집스레 반성문 쓰기를 거부하다 시국사범으로 재판을 받았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응원차 동부지법에 가서 본 그 친구의 뒷모습 뒤로 저 멀리 높은 곳에 앉아 있던 판사는 얼마나 딴세상 사람 같던지. 가끔씩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도 없는 법률용어를 지껄이는 검사, 변호사도 판사와 함께 세트로 그저 막연한 불신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가끔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웅변술을 자랑하는 변론이나 검사의 예리한 질문 따위는 없었다. 그저 사건번호와 증거서류의 나열, 사실 인정 확인 여부 정도? 당시 재판에서 가장 귀담아 들을만했고 또 친구와 부모들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건, 파란색(이었던 것으로 기억) 죄수복을 입고 나와 나란히 피고석에 앉아 있다가 최후 진술을 하라는 판사의 말에 조금도 굽히지 않고 독재타도를 위한 자신들의 행동이 무죄라며 본인의 주장을 펼쳤던 대학생 피고들이었다. 

한미한 집안이라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 중에서도 잘 나가는 '사'자 붙은 직업군이 거의 없다 보니 그들에 대한 편견도 심하다. 물론 순전히 여우의 신포도 이론일 수도 있다. 공부 잘해서 사법고시 패스하면 뭐하나 노상 범죄자들만 상대하는데. 공부 잘해서 의대 나와 의사 되면 뭐하나, 노상 병든 환자들만 상대하는데. 그런 식이다. (그러나 막상 주변에 누가 아프면, 아이고 유명한 대학병원에 아는 의사 한명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발을 동동 구른 적 많음을 고백한다.) 그들도 당연히 나 같은 사람을 한심해하겠지. 인문학 전공하면 뭐하나, 결국 백수인데... ㅋ

암튼 따져보니 거의 삼십년 만에 오늘 판사를 코앞에서 볼 일이 있었다. 변호사는 음... 몇년 전 친구 결혼식에서 대거 만나본 이후로, 작년에 또 집 문제로 사건을 의뢰하며 만났으니 희소가치가 아무래도 덜하다. 그런데다 놀라운 건 우리 집 토지분할 소송 건을 맡은 판사가 직접 토지측량팀과 함께 현장 검증을 나왔다는 사실이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원고, 피고, 피고측 변호인... 그런 말을 우리집 마당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듣고 있자니 뭔가 초현실적인 느낌이었다. +_+ 게다가 오늘 또 날은 얼마나 추웠는지.

나름 중무장을 하고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다들 모이기 30분 전부터 나가서 줄자로 다시 여기저기 재고 표시하고 그간 집의 역사를 돌이키고 했던 터라  계속 밖에서 장시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측량과정을 지켜보려니 덜덜 몸이 떨려왔다. 추우니 굳이 나오지 마시라고 했던 왕비마마까지 결국엔 내려와 모든 사건 당사자들과 재판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 지루하게 원고의 말도 안되는 주장(옛날에 이 집을 지어 팔면서 재건축을 예견해 알박기 해놨던 땅 20평쯤을 분할 받아서 거기다 건물을 짓겠단다. 공동주택의 분할 토지를 대체 어떻게 잘라가겠다는 건지? 우린 그럼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일부씩 나눠 가져가라 그렇게 주장했었다. ㅋㅋ)을 듣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나는 집으로 올라와 얼른 차를 끓였다. 

덩달아 덜덜 떨고 계신 울 엄마한테 뜨끈한 둥글레차를 먹여야겠다 그런 생각이었으나 또 어떻게 우리만 마시나... 촛불시위용으로 사둔 종이컵을 죄다 꺼내 대충 열두 잔을 만들어가지고 내려갔다. 우선 제일 연장자인 울 엄마부터... 그 담엔 누구한테 권하지? 연장자 순이면 내가 알기로 101호 주인 아저씨가 그담 차례였다. 그러고는 레이디퍼스트니깐 판사의 비서인 듯한 여자분... 

그랬더니 그 여자분이 저 멀찍이 서 있던 판사님한테 먼저 권하란다. 어 그런가요? 그러나 오... 판사는 됐다고 손사레. 순간 아 이거 나의 실수인가 싶었다. 누군가 김영란법에 이것도 걸리나요? 허허 웃으며 말했다. 흥칫뿡이다. 그럼 드시지 말라고 냉큼 돌아서서 얄밉지만 소송을 걸어온 옛 이웃, 원고측 아저씨와 아주머니에게도, 함께 온 그쪽 일행한테도 다 차를 돌렸다. 토지공사인지 지적공사인지... 측량을 하러 온 팀에게 마저 차를 돌리고 딱 한잔이 남자 그제야 판사도 못이기는 척 종이컵을 받았다. 우리측 변호사도 그렇고 다들 손시려웠는지 뜨거운 차가 담긴 종이컵을 양손으로 감싸쥐었다. 별거 아니라도 뜨거운 차 몇 모금에 나 역시 속이 풀리는 듯. 

원고측이 원하는 대로 측량 한번, 판사가 지정하는 대로 측량 한번. 현장검증이 끝나고(이런 민사상의 확인도 현장 검증이라고 하는 줄 처음 알았다!) 관계자들은 모두 돌아갔다. 결과는 아직도 오리무중. 변호사 말로는 원고가 또 어떻게 나올지, 판사도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묵묵히 지켜보아야 한단다. 암튼 오늘의 깨달음은 내가 낸 세금으로 나라에서 월급 주는 판사에 대한 막연한 나의 불신과 거부감이 단 한번의 대면으로 약간 흔들렸다는 점이다. 아, 일 열심히 하는 판사도 있겠구나. 다 권력과 결탁해 버티다가 전관예우를 노리는 건 아닐 수도 있겠구나. 가끔 소신있는 판결과 양심 깃든 판결문으로 뉴스에 나오는 판사가 희귀종처럼 생각됐었는데, 우리 엄마와 나에겐 너무도 대단한 사건이되 밖에서 보기엔 돈도 얼마 결부되지 않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런 사건으로 추위에 덜덜 떨며 몇시간이나 현장검증을 하는 판사도 있구나 신기했다. 

법조계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깊은 편견에 사로잡혔으면 이런 걸 다 신기해하나 싶다가도, 보수, 진보 성향에 따라서 전혀 다른 법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헌재의 판결을 앞두고 있자니 불신은 당연한 것도 같다. 아무리 인간이 만든 법률이고 언어라는 것이 미묘한 차이가 있다지만, 그래도 '법'인데 어떻게 해석과 적용이 사람에 따라 다를 수가 있지? 나로선 정말 모르겠다. 판관, 편견, 판결. 이상하게도 초성 게임이라도 하듯 조합이 비슷한 이 세 단어를 오늘 종일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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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근황

삶꾸러미 2016. 12. 5. 22:56


본격 겨울을 앞둔 11월은 1년중에 내가 가장 넘기기 힘들어하는 달이어서, 괜한 우울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는데 올핸 그럴 겨를이 아예 없었다. 뭔가 대단히 분주한 일들이 많았고, 토요일이면 광화문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나의 11월 우울증을 날려버린 공은 파렴치한 닭그네에게도 일부 지분이 있다. 수십년만에 국민대통합을 이룬 공이 그치에게 있듯이 말이다. 하여간 시국이 시국인지라 후다닥 일감 처리할 때 아니면 진득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 끼적일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홧병으로 가슴이 콩닥거리면 머리가 텅 비거나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블로그형 인간성은 버릴 수가 없어서 짧은 여행기며 그날그날 단상들을 적어놓지 않고 계속 쌓이니 숙제 안한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연말 베스트 집계 하려면 기록해둬야하는데! 뭐 이런 심정? ㅎㅎ 해서 간단하게 사진위주로 뭐 하고 지냈나 근황 정리 시작.

2014년 가을에 법주사(부모님의 신혼여행지였다)에 함께 다녀온 이후로, 엄마는 가을만 되면 모녀 여행을 바라신다. 작년엔 그래서 부산엘 다녀왔는데, 올해는 전주와 담양을 여행지로 정했다. 엄마가 전주 학인당에 묵어보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다.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왕비마마의 로망은 실현했으되, 결과적으로 한옥 민박은 노년의 엄마에게 맞지 않는 걸로 결론이 났다. ㅠ.ㅠ 댓돌 위로 툇마루로, 높은 문지방 넘어 화장실로 오르락내리락해야하는 구조가 관절 부실한 노인에겐 부적절. 게다가 1년만에 왕비마마의 기력은 너무도 약해져, 좀체 걷질 못하셨다. 진짜 나이든 할머니구나 하는 걸 실감한 여행이어서 덩달아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넌 안 늙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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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탈출

투덜일기 2016. 10. 21. 16:47

출판쪽 일 끊겨서 백수 됐다고 징징거리는 포스팅으로 여러 이웃의 위로를 받았으니 좋은 소식도 제일 먼저 여기에다 알려야 예의일 것 같다. ^^; 넉달 반만에 드디어 (책 번역 의뢰로 치면 거의 1년만의 희소식인듯) 책을 번역하기로 계약을 마쳤다. 휴우. 일단 안도의 한숨.

업계 지인들이 그간 내게 많은 조언을 했었다. 일단 몸값을 낮춰! 거래하던 출판사 담당자들이나 아는 출판사 사장님들한테 일 달라고 전화를 돌려! 아마존을 뒤져서 쓸만한 책 찾아 기획번역을 해! 등등... 하지만 겁쟁이인 나는 마냥 자괴감에 빠져 적극적인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허우적대고만 있었다.

그나마 옛날 영화 번역이라도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감사한 일이다, 겸허하게 마음 먹어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이 길로 망하면 과연 다른 직업으론 뭐가 좋을까 막연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편이었다. 주변에 1년씩 멍하니 기다려봐도 일감이 없어 부업하는 번역자들이 좀 많아야지. ㅠ.ㅠ 

이 업계도 빈익빈부익부여서, 출판사 편집자들도 번역가들의 최신 프로필을 온라인으로 살펴서 어떤 책을 작업했었나 최근엔 무슨 책이 나오나 근황을 확인하고 일감을 의뢰하기 때문에 만약 몇년 일 없이 논 사람으로 찍히면, 실력이 없든 성실함이 떨어지든 개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어서 일을 못하든 사정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쉽다. 그럼 완전히 도태되는 수밖에. 나 역시 그럴까봐 겁이 났던 거다. 그나마 올 상반기에 번역해서 넘긴 책은 뿌리 깊은 불황으로 출간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으니... 결과론적으로 난 올해 지금까지 딱 두 권의 책 밖에 못 낸 사람이다. 뭔가 퇴물 일보 직전의 느낌이 아닌가!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불황도 불황이려니와 최근 몇년간 마감일을 엄청 넘기며 불성실하게 굴었던 나의 게으름 탓이 다분할 것이다. 뭐든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문제가 발생하진 않으니까. +_+ 그러나 글줄로 밥먹는 사람들, 아니 인문학 관련 종사자 전체를 통틀어 마감 잘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으려나? 라는 핑계를 대며 단기 작업을 해야하는 요새도 며칠씩 마감을 어기고 담당자에게 늘 죄송하고 민망해한다. 아주 고질병이다. 다들 그런다고 해서 그게 옳은 건 절대 아닌데... 매번 애 먹이는 번역자에게 또 일을 맡겨준 분들에게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료는 고집 안부렸음. ㅎㅎ

재미 있는 건 이번에 맡은 소설도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외국이든 한국이든 요즘 웬만한 재미있는 책들은 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추세이니, 소설 번역을 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의 원작을 번역해본 경험이 대부분 있지 않을까나. 사실 나는 따지고 보면 그렇게 영화로 만들어진 번역서가 엄청 많은 게 아닌데도 은근히 영화 원작 소설 번역 전문(?)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도 같다. 워낙 영화와 책으로 둘 다 대박 난 경우가 딱 하나 있어서 그럴지도... 암튼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 같은, 더 유명한 작품을 번역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여겨주면 나로선 그저 감지덕지 영광이다. 이번엔 제발 담당자 속썩이지 말고 잘해봐야지 ㅠ.ㅠ 마침 마감을 절대 어기면 안될 중대 이유도 생겼으니 굳게 마음을 다잡고 있다. 석달치 스케줄표를 아주 면밀하게 작성해 일일분량 달성기록을 적기라도 해야하려나... 아무튼... 아자아자 화이팅이다. 흥해라, 출판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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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투덜일기 2016. 10. 16. 14:33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잘은 모르겠다만, 헐겁기는 해도 나름 '조직'이라는 곳에 새삼 여럿 소속되어 있다보니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자꾸 부대낀다. 내가 선택하라고 하면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부류의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둥글둥글 지내야한다는 얘기다. 조직이 싫어서 직장생활을 관두고 홀로 일한지가 20년도 넘었는데, 괜히 왜 이러고 있나 회의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뭐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인간관계로 인해 종종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일단 좀 두고보자 참고 있다.

하려던 이야기는 그런 푸념이 아니고... 

하여간에 내가 일부러 좀 거리를 두려고 애쓰던, 나와는 정말 코드가 안맞는구나 싶었던 어느분에게 엊그제 들은 이야기 때문에 약간 생각이 깊어졌다. 결론적으로 내가 너무 편협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나쁜 인간이란 걸 느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분이 나를 붙잡고 뭔가 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하는 눈치인 걸 감 잡았으면서도 처음엔 굳이 알고 싶지가 않아서 아예 좀 슬슬 피해다녔다. ㅋ 물론 결국엔 붙들려서 이야기를 듣고 말았지만... (여기서 의문 잠깐, 내가 그렇게 맘 편하게 속을 막 털어놓고 싶게 생겼나? 아 진짜 반평생 '들어주는 사람' 역할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서 이젠 졸업하고 싶은데;;)

사연은 이렇다. 그분이 '살짝 나에게만' 들려주고 싶다던 이야기는, 얼마 전 제대한 24살된 아들을 결혼시키게 됐다는 거였다. 그분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고, 나이도 나와 별 차이가 없는 분이라 속으로 좀 놀라면서도 대번에 짐작했다. 오호라, 속도위반인가? 일단 기계적인 축하인사를 건네며 또 속으로 딴 생각이 들었다. 아오, 몰랐으면 모를까 결혼식 얘기를 들었는데(바로 다음날 지방에서 결혼식이 있다고 했다) 축의금을 챙겨드려야 하나? +_+

쌀쌀맞고 계산적인 나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그분은 구구절절 그간 마음 아팠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간간이 눈물까지 비쳤다. 철원 최전방에서 군생활을 하던 그분의 아들은 상급자들의 폭언과 괴롭힘을 못 이겨 자살을 기도했고, 의식불명으로 응급 헬기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실려오는 사태가 벌어졌었단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매일같이 면회다니며 의식이 돌아오기를 기도해도 일주일째 차도가 없었는데, 지방에 있는 여자친구가 면회를 다녀간 날 기막히게도 의식이 돌아와 눈을 뜨더란다. 엄마의 통곡은 안들려도, 여자친구의 통곡은 아들의 영혼에 가 닿았던가 보더라나. 

암튼 엄마가 잠시 배신감에 사로잡히든 말든, 아들은 눈을 뜨자마자 첫 마디가 "OO이는?"이라며 여자친구를 찾았고, 면회를 끝내고 지방으로 내려가는 중이던 여자친구는 기차에서 그 소식을 듣고 다시 병원으로 달려왔고... 아들의 부모는 둘이 그렇게 사랑하면 같이 있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방에서 직장에 다니는 여자친구에게 사정해 자기 아들 좀 살려달라고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청년이 종종 실어증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곁에 있어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참 그 여자친구도 착하지, 부탁 대로 직장 관두고 서울에 올라와 남자친구가 회복될 때까지 돌봤다는 것 같다.

서로 깊이 의지하고 사랑하는 두 연인을 차마 떼어놓을 수가 없어서 결혼을 시키기로 했는데, 신부감 집안사정이 별로 좋지 않아 일을 해서 친정 생계를 얼마간 도와야하는 입장이라 신혼집도 지방에 친정 근처에 잡아주었고, 집장만이며 세간살이, 결혼비용까지 전부 다 대출받아서 자기네가 부담하기로 했다고, 빚지고 아들 장가보내긴 하지만 그래도 아들, 며느리 행복한 게 제일이라면서, 그분은 예쁘게 웃고 있는 둘의 사진을 여러장 내게 보여주었다. 미리 유럽으로 신혼여행 겸 셀프 웨딩촬영도 다녀왔다나. 

그러면서 속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씩 던지는 게 상처가 된다고도 털어놓았다. 늦둥이 중학생 아들도 있는 오십대 초반 엄마가 큰아들 장가보낸다고 하면 다들 첫 마디가, 속도위반이구나! 한다는 것. 속으로 나 역시 뜨끔했다. ㅠ.ㅠ 사고친 게 아니고서야 요새 누가 24살에 아들 결혼을 시키냐는 둥, 왜 좀 더 두고보며 좋은 사람 골라보지 그러냐는 둥, 쓸데없는 간섭을 하더라는 것이다. 아으...

나 역시 똑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놓고 함부로 추측하고 판단하기란 얼마나 쉬운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인생마다 그냥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 말고 그 속엔 얼마나 더 깊은 사연과 아픔이 있는지 함부로 판단하면 안되는데 왜 다들 섣불리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는지. 나를 포함해 인간들 참 못됐다.

민망함과 미안함 때문에 더 호들갑스럽게 축하인사와 위로를 전하고 돌아와 씁쓸한 반성 시간을 가지고도 뭔가 심히 빚진 기분이다. 요새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란 책을 읽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도 같다. 미국 학교내 총기사고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콜럼바인고등학교 사건의 가해자 엄마가 쓴 참회록이랄 수 있는 이 책은 나중에 따로 리뷰를 써야지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암튼 부모나 절친조차.. '아무도 몰랐던' 아이의 고통과 분노가 만들어냈을 엄청난 사건을 복기하며 함부로 타인을, 자식을, 현실을 속단하지 말라고 당부한다(책을 절반쯤 읽은 바로는 그렇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편협하고 속좁게 살아갈 나는 문제의 그분과 더욱 친해진다거나 코드를 맞추려는 노력 따위를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젠 그분이 어떤 돌출 행동이나 좀 과한 발언을 하더라도 그냥 '그럴 수도 있지, 뭔가 다른 사연이 있겠지' 하면서, 지레 눈쌀 찌푸리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만 보아넘길 수 있는 여유로움은 생겨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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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투덜일기 2016. 10. 13. 01:22

2006년에 만들었던 10년짜리 여권 만기일이 9월 중순이었다. 예전엔 만기일 이전에 갱신하는 비용이, 날짜 지나고 나서 새로 만드는 비용보다 훨씬 저렴했던 기억이 있어서 괜히 마음이 바빠졌으나 결국 만기일 이전에 여권을 만들진 못했다. 9월 중순이면 딱 추석연휴때가 아닌가. 이전에도 이후에도 심신이 좀 지치고 바빴어야지... 째뜬 요샌 뭐 전자여권이라 갱신이든 신규든 재발급 비용은 다 똑같다는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군, 했다. 

어차피 해외여행 계획이 당장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여권을 만들어둘 필요는 사실 없다. 그런데도 컴퓨터 모니터 아래 노란 포스트잇에 적힌 "9월 전에 여권 갱신!!!"이라는 글귀가 계속 시선을 끈다. (느낌표를 세 개나 붙여놓다니 어떤 심정이었던 거지? ㅋㅋ) 그 옆 포스트잇에 적힌 원고 마감 날짜는 일부러 게슴츠레 눈감고 잘 안보면서 참 나도 웃긴다.

하여간에 여행계획도 없으면서, 언제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이용권도 아닌, '일개' 유효 여권이 없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찜찜하고 불안한가 말이다. 더 웃기는 건 이미 충동적으로 여권사진도 찍어두었다는 사실. ㅋㅋ

앞으로 또 10년 쓸 여권이니깐 이왕이면 꽃단장 하고 예쁘게 찍어야지.. 했던 평소 마음과 달리, 지난달 말 외출에서 돌아오다 ATM 머신에 볼 일이 있어서 걸어가는데 동네 사진관이 눈에 확 들어오는게 아닌가. 충동적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ㅠ.ㅠ 그날따라 화장품 파우치도 안 가지고 나간 걸 깨달은 건 좀 슬펐다. 아파 보이거나 말거나 그래도 당부했다. 전번에 운전면허증 사진 찍은 거 너무 심하게 손대서 얼굴 너무 뽀얗고 입술도 엄청 크고 뻔떡거려서 마음에 안들었으니 보정 심하게 하지 말라고...

해서 사진사가 앙심을 품었는지 어쩐지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생긴대로 찍힌 여권사진은 나의 현재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눈썹과 귀가 나와야하고 뿔테안경도 쓸 수 없고 배경은 하얀색인 악조건에서 뭘 더 바라냐 싶지만, 지난 여권 사진에서 정말로 확~ 10년 세월을 뛰어넘은 아줌마가 지그시 미소를 짓고 있다. ㅠ.ㅠ 아우쒸...

다시 좀 더 진하게 풀메이크업을 하고서, 동네 말고 신촌이나 이대 쪽에 프로필 사진에 준하는 여권사진을 찍어준다는 사진관을 검색해 다시 사진을 찍어 말어, 뭐 그런 허섭쓰레기같은 생각을 잠깐 안한 것은 아니었으나 나의 게으름을 감안할 때 그건 어림없는 짓이겠고, 구청에 여권신청하러 가는 게 과연 언제일지 그게 궁금하다.

아무데도 떠날 계획이 없으면서도 여권이 없는 상태가 불안하고 괜히 속상하고 심지어 여행자의 삶에서 완전히 낙오된 것 같은 심정마저 드는 것과는 별도로, 포스트잇 메모를 보며 여권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하면서 막상 또 신청하러 몸을 움직이는 건 선뜻 하지 못하는 이 게으름이랄지 귀차니즘은 참 고질병이다. 어쩌면 여권만 미리 만들면 뭐하나... 갈 데도 없으면서, 하는 패배의식이 밑자락에 깔려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 이 포스팅은 수일내로 여권을 만들고야 말겠노라는 다짐이다. ㅎㅎ 사실은 어디서 분실했는지도 모르게 운전면허증도 사라져 다시 만들어야하는데 이 또한 차일피일...  가끔 운전할 때마다 찜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두 개 다 얼른 만들란 말이닷! 그나마도 운전면허증은 도로교통공단 홈페이지에 미리 재발급 신청하면 면허시험장 가서 오래 안 기다리고 바로 찾아올 수 있다는 팁을 얻었다. 좀 전에 퍼뜩 그 생각이 나서 이 새벽에 낑낑거리며 익스플로러 보안프로그램 다 깔았더니 +_+ 신청가능 시간이 아니란다. 내가 하는 일이 그럼 그렇지..

으음. 암튼 바람이라면 일단 새 여권을 만들어서, 어물쩡 새 여권에 어서 출입국 도장 하나쯤 찍어줘야한다는 핑계로 짧든 길든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면 좋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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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함

투덜일기 2016. 10. 8. 08:18

안면은 있지만 먼저 알은체하기는 꺼려지는, 그저 그렇게 좀 아는 사람이 지하철 맞은편에 앉아있다. 잠시 눈감고 음악감상하다 눈을 떴는데 눈앞에 딱. 차라리 지하철에 타는 순간을 보았더라면 인사하기가 더 쉬웠을까? 다행히 상대도 나를 못본 것 같다. 고갤 숙인 채 휴대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아닌가? 상대도 나를 발견했으나 어색해 시선을 외면하고 있을지도? 
에라 모르겠다. 다시 질끈 눈을 감는다. 음악이나 듣자.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져서 앞을 가려주면 좋으련만... 주말 이른아침 지하철엔 빈자리까지 듬성듬성하다. 알은체를 하면 아랫사람인 내가 옆으로 옮겨가 계속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야할 것이 더 싫다. 

하지만 결국 둘의 종착역과 목적지는 같고, 어차피 인사는 해야할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을 가능한 미루고만 싶다.

휴대폰의 존재가 이렇게 고마울수가...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고자 이렇게 열심히 휴대폰 자판을 두들기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30분은 더 가야하는데.. 계속 고갤 숙이고 시선을 피할 수 있을까나... ㅠㅠ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고개를 들고 시선 맞추기를 기다려 인사를 해? 말어?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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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 

결국 나는 지하철에서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고 버티다가 얼른 내려야할 역에서 내렸다. 개찰구를 빠져나가면서 어차피 만나게 될 테니깐 그때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인사를 해야지, 그 정도 예의는 지켜야지 했었다. 

어랏, 근데 그분이 보이지 않았다. 맙소사. 휴대폰 보다가 못 내린 모양이었다. 젠장. 

나는 정시에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나, 문제의 그분은 20분이나 늦어 헐떡거리며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난 괜히 제발이 저려 얼굴이 일그러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꾸벅 인사를 했다. 차마 시선은 마주칠 수가 없더라. 어쩐지 그분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진 않는 것 같았다. 뭐 할 수 없지. 별로 친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고 그냥 앞으로도 계속 적당한 거리에서 그저 '아는 사람' 정도로 지내면 그뿐이다. 다음에 또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아마 알은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어색한 대화 나누기 싫어서 사람 못본 척한 게 어디 한두번인가. ㅋ 이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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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

투덜일기 2016. 7. 29. 22:06

얼마전 생일에 조카 ㅈㅎ이의 카드 내용을 읽고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벌써 고모 나이가 반백을 넘었네.. 어쩌구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고모 아직 반백 안 넘었거든! 딱 반백이거든!! 만으로는 아직 사십대거든!

아무리 발악을 해도 무슨 소용이랴. 문득 오래 전 스물다섯 살 생일에 너도 이제 꺾어진 오십이라며 청춘 다 갔다고 놀려대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맙소사... 꺾어진 오십도 어쩐지 충격적으로 느껴지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하물며 반백. ㅠ.ㅠ

제아무리 백세시대라고는 해도 내가 100살까지 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건강설문 사이트 같은데서 계산해본 기대수명도 나는 78세쯤 나왔던 것 같고... ^^; 노후준비가 쉽지 않는 사람들에게 백세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확실한 저주다. 대체 몇살까지 일해서 벌어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번역을 평생직업으로 삼겠다고 정하면서, 막연하게 세운 계획은 60살까지만 일해서 나름대로 착실히 노후대비를 해 남은 생은 소박하게 놀고 먹어야지 하는 거였다. 정년 없는 직업이라 다행이야 그러면서... 근데 참 이게... 마음대로 되는 인생이 아님을 왜 진작 몰랐을까. 쥐꼬리만한 번역가 연봉 수입으로 꼴랑 60살까지 일해서 대체 2-30년을 어떻게 더 놀고먹겠다는 상상을 했던 것인지!

주변에 백수 됐다고 좀 징징거렸더니, 다들 기다려 봐, 곧 좋은 소식 있겠지 위로하다가도 하반기 접어들었는데 아직 아무 기미가 안보이는 눈치에 나보다도 더 안타까워하는 것 같다. 미안하게스리. 심지어 알바 일도 좀 받았다. ^^; 푼돈이라 안 하겠다고, 들이는 품에 비해 벌이가 션찮다고 몇년 전 딱 거절했던 영상번역 일이다. 잔소리 말고 그거라도 일 하란 말에 얼른 오케이, 고맙다고 수그리고 들어갔다. 

다만 그 일이 또 언제까지나 보장되는 건 아니라서... 여전히 생각이 많다. 백세시대를 맞이하야 나름 재미나고 보람있게 절반 살았으니 나머지 절반은 완전히 새로운 인생으로 재설계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어서다. 그렇다면 이 나이에 과연 무슨 일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까? 

영화 <인턴>을 뒤늦게 엄청 재미나게 보면서, 막연하게 회사에 재 취업을 꿈꾸기도 하고... (누가 뽑아준다고!)

다늦게 교사자격증 내밀며 기간제 교사나 방과후교사 일자리를 알아볼까 (늙은 보조교사를 행여나!)

그렇다면 입시학원 강사나 과외선생 밖엔 길이 없나? (내가 제일 하기 싫어하던 일인데! ㅠ.ㅠ)

셈이 느리고 서비스마인드 부족해서 뽑힐 자신도 없지만 암튼 마트 캐셔 일도 50살 이전에 구해야한다던데...

누군가는 왕비마마 섭생에 힘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음식 사업을 해보라고 등떠밀기도 하고... (자본이 있어야지! ㅠ.ㅠ 반찬 가게를 하란 말쌈? 아니면... 건강음식 컨설턴트? ㅋㅋ)

조언이랍시고 속 뒤집어놓기 일쑤인 누군가는 이제라도 돈 많은 남편감을 찾아 '혼테크'를 하라며 권하기도 했다.. +_+ 

으휴. 

노희경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때때로 감동하며 봤지만, 그건 막강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대사빨 때문이었을 뿐, 내용만 놓고 보면 노년의 판타지라 은근 배알이 꼴리고 부아가 돋았다. 늙고 병들어 휘청거리기는 했지만 어떻게 가난한 노인이 한 명도 없어! 캠핑카 타고 다니며 여행하며 럭셔리하게 보내는 노년이 준비된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ㅠ.ㅠ (물론 폐지주워 생활비, 용돈벌이 해야하는 독거 노인들만 나왔더라면 더 보고싶은 마음이 안들었겠지...) 

번역작가로 나오는 고현정은 어떻고! 선배이자 연인이었던 출판사 사장을 든든한 '빽'으로 두긴 했지만 (소형 출판사가 또 그렇게 돈이 많냐고 따지고 들면 끝이 없다. ㅋㅋ) 집과 차는 부자 엄마가 장만해줘서 그렇다 치고, 소설 쓰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곧장 책을 써서 출판이 된다고? 에라이~! 

째뜬 요즘 같아선 타임워프 해서 몇년 뒤 나의 미래에 살짝 다녀왔으면 좋겠다 싶다. 커다랗게 허공에 물음표로 떠 있는 나의 인생은 과연 어느 방향으로 훌러가고 있을지... 궁금하다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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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개판

투덜일기 2016. 7. 2. 00:32

내방 아래층인 102호에 전격 새로운 사람이 이사를 오더니, 한달쯤 비어있던 그 옆 101호에도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다. 밤이면 어쩐지 음산하고 깜깜하던 아래층에 양쪽 다 불이 들어온 건 반가운 일인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102호 집주인한테 듣기로는 혼자사는 젊은 아가씨가 이사온 거라던데, 아침에 부부처럼 출근하는 남녀를 엄마가 종종 보았고 인사도 했다는 걸 보면 그건 아닌 거 같고... 식구가 무려 넷이다. 반려견이 2마리나 있기 때문. ㅠ.ㅠ  처음 일주일은 좀 괴로웠다. 가뜩이나 잠귀도 밝은데다 요새 깊은 잠도 잘 못자서 괴로운데 새로운 집에 이사온 강아지들이 주인장 집비운 새에 낮이고 밤이고 꺼이꺼이 좀 울어댔다. 그래도 몸집 작은 강아지들이고 목소리도 크지 않아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니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 그러면서 참는 수밖에. 다행히 일주일 쯤 지나니깐 적응이 됐는지, 아님 이제는 낮에도 누가 사람이 집에 있는지 개 우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에 이사온 101호 아저씨! 이상하게도 뒷마당을 폐기물 업체까지 불러다가 깨끗하게 치우고 나무도 정리를 하더라니....(우린 혹시 텃밭을 만들려나 상상했었고, 엄마는 거기 햇볕 많이 안들어서 농사 못지어요.. 라고 조언까지 했었단다 ㅋ) 거기다 개를 데려다 놓을 거라고 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나.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얌전함을 지하철에서 몇번 목격한 터라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골든리트리버던가, 별로 안짖는 개만 안내견으로 쓰는 것도 같고.

하여간에 드디어 어제가 개를 데려온다던 D데이였다. 비가 좀 오락가락했지만 크게 개짖는 소리는 나질 않아 종일 깜박 잊고 있었더니만 밤 11시쯤 부터인가.... 작은 개가 끄응끄응 깨앵깨앵 계속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요즘처럼 더운 날에 창문을 닫을 수도 없고! 일하다 말고 수시로 2층 창밖으로 타일렀다. "조용히 좀 해라. 왜 우니. 시끄럽다..."

그것만도 짜증이었는데 새벽엔 아래층(개 2마리 키우는 102호)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왈왈왈왈 컹컹컹.. 작은 개 큰개 할 것 없이 한꺼번에 미친듯이 짖어대기 시작했다. 으악... 개싸움이 벌어졌나. 이게 뭔가. 짐작컨대 나보다 더 시끄러움에 시달린 102호 사람들이 사태 파악을 하러 나갔던 모양.

그 뒤로도 길냥이들 때문인지, 떠돌이 개가 또 있는 건지... 암튼 컹컹 몸집 큰 개가 가끔 컹컹 짖고 작은 개는 깨갱깨갱 울어대고... 새벽부터 쏟아지는 비에 처량맞은 개울음은 커져만 가고 ㅠ.ㅠ

날이 훤해질 무렵 겨우 누워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사리를 만들고 있던 나는 오전 10시쯤 되자 미칠 것만 같았다. 대체 어떻게 생긴 개새퀴들이 우는지 얼굴이나 봐야겠다며 호기롭게 쿵당쿵당 계단을 내려갔다.

새까맣고 덩치 큰 개 한 마리와 몸집 작은 하얀 개 한마리가 뒷마당에 서로 멀찍이 쇠사슬에 매달려 있었다. 니들 왜 자꾸 우냐고 나도 모르게 하소연을 하는데 개주인 아저씨가 따라나왔다. 미안하다고, 자기도 밤새 괴로웠다고 사과를 하는데 뭐라고 따질 수도 없고 참 놔... 네, 쟤네들도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죠. 근데 좀 힘드네요.. 뭐 그 정도로 이야기하고 올라왔다. 아... 이 건물에 개평화는 이제 사라졌구나 ㅠ.ㅠ

근데 또 오늘 비가 좀 많이 내렸나. 낯선 마당에서 폭우를 견디는 게 힘든 건지 개들은 또 이따금씩 컹컹컹, 깨갱깨갱 울어대고... 출근을 안한 건지 102호 여자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리고 급기야 아래층 개주인들끼리 말싸움이 났다. ㅠ.ㅠ 

무서워서 난 내려가보지도 못하고 귀만 쫑긋... 아... 불안하여라. 101호 개 아저씨 이사오는 날에 내가 얼마나 친절한 이웃 코스프레를 하면서 냉커피랑 매실차도 갖다주고 그랬는데 ㅠ.ㅠ 에고 의미없다. 

놀라운 건, 101호에서 키우는 개가 한 마리 더 있다는 거다. 그집 현관문이 열리면서 베이지색 복실 강아지 한 마리가 또 튀어나오더니 나에게 꼬리를 흔들었다. 헐.. 하긴 뒷마당에 묶여 있던 작은 하얀개도 내가 왜 우냐고 징징 대자 꼬리를 흔들어 대답했다. 이놈.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 ㅠ.ㅠ 

하여간에 그렇다면 졸지에 이 건물에 사는 개가 총 다섯마리다! 그야말로 개판일세. 맙소사...다시 시작된 개판의 귀추가 무섭고도 궁금하다. 부디 어떻게든 평화가 찾아오기를...  어제보다는 적응을 한 건지 비가 그쳐서 그런지 째뜬 어젯밤보다는 조용한 것 같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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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

투덜일기 2016. 6. 14. 15:17

조금 전에 모교 XXX 교수에게 소개를 받고 연락처를 알았다며 통화하고 싶다는 문자가 왔다. 본인 이름도 용건도 없이 그냥 통화가능하다면 연락드리겠다... 는 내용. 뜨금없고 의아했으나 그러라고 했다. 


혹시나 일감 의뢰인가 하는 상상에 1퍼센트쯤 희망을 품었는데... ㅠ.ㅠ 방금 전화가 왔다. 대학원생인데 일을 하고 싶어서 연락을 했단다. 본인 이름도 말하지 않고 대뜸, 공부 마치고 일을 하고 싶어했더니 XXX 교수가 나한테 물어보라고 연락처를 줬단다... 헐....  네? 어... 그럼 번역일을 하고 싶다는 건가요? 당혹스러워서 내가 다 말문이 막혔다.


뭐지? 내가 새끼번역가까지 두고 일을 하는 사람인 줄 알았나? 

내가 무슨 번역 브로커도 아니고 어떻게 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

대학원생이라는 이 친구가 너무 떨려서 하려던 말을 제대로 전달 못한 건가? 


하도 황당해서 어떻게 통화를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만 암튼.. 번역이라는 게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서 일을 진행하므로 내가 일을 줄 입장은 아니라는 것(나도 지금 백수거든! 이라고는 말하지 못했다. ㅠ.ㅠ), 누군가 번역가 소개를 요청받았을 경우 서로 연결해줄 수도 있겠지만 경력 없는 사람을 근거 없이 추천할 순 없다, 게다가 요즘 출판계가 워낙 불황이라 기존 번역가들도 일감이 부족하므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없겠다고 미안하다고 했던 것 같다. 


근데 전화를 끊고 앉아 있으려니 화가 난다. 요즘 애들은 대체로 이렇게 앞뒤없고 예의가 없나?? +_+ 아니면 그냥 우연히 이상한 애를 만난 건가? 어휴...  그나마 대뜸 전화 안하고 문자로 미리 예고를 했으니 다행이고 예절은 지킨 걸로 봐야하나? 


버럭 짜증나고 답답해져서 아이스커피를 벌컥벌컥.... 얼음을 우드득 우드득 깨물어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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