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근황

삶꾸러미 2016. 12. 5. 22:56


본격 겨울을 앞둔 11월은 1년중에 내가 가장 넘기기 힘들어하는 달이어서, 괜한 우울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는데 올핸 그럴 겨를이 아예 없었다. 뭔가 대단히 분주한 일들이 많았고, 토요일이면 광화문으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나의 11월 우울증을 날려버린 공은 파렴치한 닭그네에게도 일부 지분이 있다. 수십년만에 국민대통합을 이룬 공이 그치에게 있듯이 말이다. 하여간 시국이 시국인지라 후다닥 일감 처리할 때 아니면 진득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뭔가 끼적일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홧병으로 가슴이 콩닥거리면 머리가 텅 비거나 무거워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블로그형 인간성은 버릴 수가 없어서 짧은 여행기며 그날그날 단상들을 적어놓지 않고 계속 쌓이니 숙제 안한 찜찜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연말 베스트 집계 하려면 기록해둬야하는데! 뭐 이런 심정? ㅎㅎ 해서 간단하게 사진위주로 뭐 하고 지냈나 근황 정리 시작.

2014년 가을에 법주사(부모님의 신혼여행지였다)에 함께 다녀온 이후로, 엄마는 가을만 되면 모녀 여행을 바라신다. 작년엔 그래서 부산엘 다녀왔는데, 올해는 전주와 담양을 여행지로 정했다. 엄마가 전주 학인당에 묵어보고 싶어 하셨기 때문이다.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는 왕비마마의 로망은 실현했으되, 결과적으로 한옥 민박은 노년의 엄마에게 맞지 않는 걸로 결론이 났다. ㅠ.ㅠ 댓돌 위로 툇마루로, 높은 문지방 넘어 화장실로 오르락내리락해야하는 구조가 관절 부실한 노인에겐 부적절. 게다가 1년만에 왕비마마의 기력은 너무도 약해져, 좀체 걷질 못하셨다. 진짜 나이든 할머니구나 하는 걸 실감한 여행이어서 덩달아 나도 마음이 무거웠다. (넌 안 늙었겠냐!)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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