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함

투덜일기 2016. 10. 8. 08:18

안면은 있지만 먼저 알은체하기는 꺼려지는, 그저 그렇게 좀 아는 사람이 지하철 맞은편에 앉아있다. 잠시 눈감고 음악감상하다 눈을 떴는데 눈앞에 딱. 차라리 지하철에 타는 순간을 보았더라면 인사하기가 더 쉬웠을까? 다행히 상대도 나를 못본 것 같다. 고갤 숙인 채 휴대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아닌가? 상대도 나를 발견했으나 어색해 시선을 외면하고 있을지도? 
에라 모르겠다. 다시 질끈 눈을 감는다. 음악이나 듣자. 
하지만 마음이 불편하다.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져서 앞을 가려주면 좋으련만... 주말 이른아침 지하철엔 빈자리까지 듬성듬성하다. 알은체를 하면 아랫사람인 내가 옆으로 옮겨가 계속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야할 것이 더 싫다. 

하지만 결국 둘의 종착역과 목적지는 같고, 어차피 인사는 해야할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을 가능한 미루고만 싶다.

휴대폰의 존재가 이렇게 고마울수가...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고자 이렇게 열심히 휴대폰 자판을 두들기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도 30분은 더 가야하는데.. 계속 고갤 숙이고 시선을 피할 수 있을까나... ㅠㅠ

아무래도 안될 것 같다...
고개를 들고 시선 맞추기를 기다려 인사를 해? 말어?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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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이야기. 

결국 나는 지하철에서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고 버티다가 얼른 내려야할 역에서 내렸다. 개찰구를 빠져나가면서 어차피 만나게 될 테니깐 그때 마치 처음 본 것처럼 인사를 해야지, 그 정도 예의는 지켜야지 했었다. 

어랏, 근데 그분이 보이지 않았다. 맙소사. 휴대폰 보다가 못 내린 모양이었다. 젠장. 

나는 정시에 약속장소에 도착했으나, 문제의 그분은 20분이나 늦어 헐떡거리며 약속장소에 나타났다. 난 괜히 제발이 저려 얼굴이 일그러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꾸벅 인사를 했다. 차마 시선은 마주칠 수가 없더라. 어쩐지 그분도 나를 똑바로 쳐다보진 않는 것 같았다. 뭐 할 수 없지. 별로 친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고 그냥 앞으로도 계속 적당한 거리에서 그저 '아는 사람' 정도로 지내면 그뿐이다. 다음에 또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아마 알은체는 하지 않을 것이다. 어색한 대화 나누기 싫어서 사람 못본 척한 게 어디 한두번인가. ㅋ 이게 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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