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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24 옥수수의 계절 6
  2. 2015.11.19 제주도 먹거리들 2
  3. 2015.10.06 TV 먹방의 거짓말 6
  4. 2015.07.28 접시 자랑 3
  5. 2015.07.20 빙수도 집에서 2
  6. 2015.04.23 먹고살기 2
  7. 2015.03.06 쇠고기 무국 11
  8. 2015.02.25 아른아른... 8
  9. 2015.01.29 3
  10. 2014.09.01 부산 1박2일 12

옥수수의 계절

놀잇감 2016. 7. 24. 23:01

바야흐로 옥수수의 계절이다. 겨울과 봄을 거쳐 햇옥수수가 나오기 전까지도 줄창 중국산 냉동옥수수를 쪄서 파는 좌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사다먹긴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옥수수의 계절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일찌감치 찾아온 폭염에 올해는 옥수수가 일찍 익었다며, 6월 말부터 5천원에 3개씩 담아 파는 국산 햇옥수수도 깨나 사다먹었는데 드디어 두둥~ 괴산을 오가며 공동농장 농사를 거들던 후배가 옥수수 수확 시기를 알려왔다. 선주문하면 밭에서 딴 옥수수를 곧장 자루에 담아 보내주겠노라고.

30개들이 한자루 얼른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택배 도탁하자마자 들통에다 찰옥수수를 한꺼번에 다 삶았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따자마자 푹푹 삶아줘야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대로! ㅋㅋ

사방팔방 자랑했더니 옥수수 싫어하는 이들이 비웃어댔다. 먹기 지저분하고 이빨에 끼고 별로 맛도 없다나... 아니, 어떻게 그런 옥수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이북 출신인 가족이라 그랬는지, 우리 집에선 옥수수 지저분하게 먹으면 어려서도 혼이 났다. 한줄씩 가지런하게 깨끗하게 똑똑 떼어먹으면 지저분해질 이유가 없는데!

하여간 옥수수 맛있게 삶는 법은 간단하다. 괴산대학찰옥수수 사먹을 때 그쪽 농장에서 쪽지에 보내준 내용대로 몇년째 계속 실천중. 옥수수를 속껍질 한두장 남겨서 잘 씻은 다음(유기농이라 안씻어도 된다지만 난 꼭 씻는다! ㅋㅋ) 물을 넉넉히 붓고(옥수수가 다 잠기게) 천일염 한줌 넣어 푹푹 끓이는 거다. 2, 30분이면 완성.

귀찮다고 껍질을 다 떼버리고 삶으면 확실히 단맛이 덜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옥수수 수염도 잘 씻어서 함께 삶는다고 함. 


​식혀서 일부는 냉동실에 잘 넣어둔 다음, 간식으로 먹고 주식으로 먹고 며칠째 원없이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도 뭔가 조바심이 든다. 옥수수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맛있는 옥수수 몇 자루 더 사먹어야하는데 싶어서.. 

너무 덥다는 핑계로 국이며 찌개며 끓이는 요리는 하나도 안하겠다 선언해놓고, 옥수수 삶는 건 하나도 안덥고 신이 났다. 오죽하면 들통 인증샷까지 찍었을라고. ㅋㅋㅋ 암튼 이 여름 찰옥수수는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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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먹거리들

놀잇감 2015. 11. 19. 15:40


광화문에서도 저 멀리 파리에서도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는 동안 탱자탱자 놀러만 다녔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죄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하고, 오랜 여행 끝엔 원래 무기력증이 확 찾아오게 마련이라 컴퓨터 앞에 앉기까지도 좀 어려웠다. 여행 자랑 포스팅이나 할 때냐 지금이.. 뭐 그런 생각.

그래도 여행 후유증은 지난 사진 들여다보며 차츰차츰 극복해나가야하는 것이라 우기며 슬슬 사진정리를 시작했다. 우선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것들 사진이다. 먹거리 사진을 엄청 많이 찍은 것 같은데 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었던 듯 막상 골라보니 몇장 없다. 단체카톡방에 드글거렸던 제주도 사진들은 이미 너무 오래돼서 안보이고... 

먹거리 앞에서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사진찍는 스타일은 아니고보니 후딱 한장씩 남긴 거라 화질도 별로다. 그래도 다음에 또 제주도엘 가게 된다면 참고할 요량으로 기록해놔야지...


11시20분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현금봉투 분실사건으로 혼이 절반쯤 빠진 상태에서 찾아간 곳은 제주시내에 자리잡은 갈치조림집, 제주마당(제주시 노형동 914-2. T: 064-749-5501) 

갈치조림 맛있는 집은 제주에 허다하기 때문에 고민을 엄청 하다가, 한국 TV예능 프로그램과 연예계 소식을 나보다 더 잘 아는 LA아줌마들을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 배용준과 박수진이 신혼여행갔다가 먹고간 집이라나 뭐라나.. (카운터 앞에 배용준 사인이 걸려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철판에 거대한 통갈치조림을 해주는 걸로 유명하단다. 소문으론 하루 다섯마리밖에 안판다고 해서 걱정하며 전화로 예약하려했더니 일요일이라 예약은 안 되고, 점심때 오면 떨어져서 못먹을 일은 없다는 말에 안심했는데... 막상 가보니 진짜 대왕통갈치가 아니라 작은 거 두마리(그래도 크긴 하지만)가 들었다.. ㅠ.ㅠ  

비주얼로 승부하려는 식당이 다 그렇지만 맛은.. ^^; 오래 전 먹어본 유리네 갈치조림 만 못했다. ㅋㅋ 한참 끓여야 맛이 드니 당연하겠지...온통 옷에 냄새 배고... 가격도 108000원(8명까지 먹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공기밥은 따로 계산했던 듯. 다만 넣고 끓여먹을 라면 사리는 그냥 준다^^) 

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이 슴슴하니 맛있었고, 먼데서 온 일행들은 에피타이저인지 디저트인지 곁들여 나온 오메기떡에 반해서 두번이나 더 시켜먹었다. 서귀포올레시장에 가서 진짜 오메기떡 사먹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ㅋ

저녁은 횟집을 갈 계획이었으니 서귀포 올레시장 구경갔다가 이것저것 먹고픈 것들을 바리바리 사기 시작하면서 전격 수정. 소라와 문어, 멍게 따위를 좀 사고, 튀김에다 순대, 오메기떡, 연시, 귤, 기타등등 생각도 나질 않는 잡다한 먹거리를 사다가 펜션 방에 모여 먹었다. 사진은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LA에 있는 남편에게 자랑하자, LA뿐 만 아니라 교민사회 어디든 있는 H마트에서 사온 것과 다를 바 없어뵌다는 촌평을 들었다. ㅎㅎㅎ 그래도 가격대비 만족도로는 최상의 한 끼니였음. 

친구는 이렇게 납작한 연시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면서 (뾰족한 대봉시는 LA에서도 볼 수 있단다) 시장에 가자마자 제일 먼저 만원어치 한보따리를 사들었다. 2박3일간 먹다먹다 마지막에 친구와 내가 1개씩 공항에 들고 들어갔었는데.. 어떡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_+



다음날 아침은 펜션에서 주는 조식. 

조식펜션으로 열나 검색해서 ​찾아낸 우리의 숙소, <해와 돌바라기> 펜션(서귀포시 하효동 1068번지)의 쌀국수와 또띠아 샌드위치다. 펜션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었고, 쌀국수도 맛있었고 침구며 인테리어도 깔끔하니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펜션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1층엔 조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객실은 당연히 2, 3층에 있는데.... 한국체류 보름간의 짐을 몽땅 다 들고 인천에서 곧장 제주도로 날아간 여행객들의 묵직한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려니.. ㅠ.ㅠ 가장 크고 무거운 가방을 가져왔던 친구의 막내올케는 1층 중간 계단에서 가방을 집어던졌다.... 결국 그 가방은 내가 들고 올라갔음. ㅋ 엘리베이터 있는 펜션은 없을테니, 아침밥도 주고 방이 1층에 있는 펜션을 구했어야했다! 

싱그러운 샐러드가 곁들여진 샌드위치는 한 입 맛보니 좀 달았고(귤청이 들어간듯?), 연 이틀 쌀국수로 부탁해 먹은 난 만족했다. 일부러 쌀국수만 사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더라. 주인장 자매도 아주 친절하시다.

 





가로세로 사진을 붙이니 좀 우스꽝스럽고 순서도 뒤바뀌었지만... 우도 검멀레해안 근처 산호반점에서 먹은 뿔소라짜장면과 뿔소라짬뽕,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서 파는 땅콩아이스크림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이다. 원래 계획은 항구에 내리자마자 눈에 띤다는 소라반점의 한치짬뽕과 한치짜장면을 먹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우리가 내린 곳이 청진항이 아니었던 관계로 ㅠ.ㅠ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통 익숙치 않은 전기차를 몰고 섬을 반바퀴 이상 돌고 나자 모두들 지쳐버려서 횟집을 찾아갈까 묻는 것도 조마조마, 그냥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해물짬뽕이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러면서.  

소라가 정말 많이 들었다. 짬뽕은 12000원, 짜장면은 8천원. 메뉴는 딱 이 두가지. 탕수육은 안된단다. ㅋㅋ 짬뽕은 군말이 없었는데 짜장면은 양이 적다고 누군가 투덜거렸었다. ^^; 땅콩아이스크림은... 으음... 아이스크림 자체가 맛있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겠고 우도의 땅콩은 정말 고소하다. 한라봉 아이스크림보다는 역시 땅콩 아이스크림을 권하겠다. 

이틀째 저녁엔 드디어 소원하던 회를 '배터지게' 먹었다. 내가 검색해서 가볼까 하고 염두에 두었던 서귀포 인근 횟집이 두어군데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나 현지인에게 묻는 게 낫지 싶어 펜션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좀 복잡하긴 하겠지만<쌍둥이횟집>을 가보라 추천했다. 내 목록에도 있던 집이라 얼렁 달려갔다. 그러나... 인산인해.. ㅠ.ㅠ 번호표 뽑고 40분쯤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가 안고팠기에 망정이지.

​4명기준 15만원짜리 특모듬'스페샬' 회세트를 시키고 2명은 두당 3만원씩 추가. 맛보기용으로 너무 조금씩 나온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맛나게 먹었고, 그밖에 곁다리 반찬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음식이 아까웠다. 빨간생선을 튀겨 소스를 끼얹은 탕수어 같은 것도 맛있었는데 절반도 못먹고.. 심지어는 회도 남기고 왔다(위 사진 속 회가 2인분 추가용으로 나온 작은 접시였다). 1년간 회 먹고 싶은 생각 안들 거라고들 하던데 과연... 마지막엔 칵테일 통조림 과일 잔뜩 얹은 팥빙수까지 나오는데.. 우린 배부르다며 마구 손을 내저었으나 너무도 친절하신 종업원께서 하나만 맛보라고 가져다주심. ㅠ.ㅠ 처음에 나온 찹쌀꿀빵(?)도 맛있다고 하니 싸가라고 한 접시 리필... 과연 다음날 언니들이 그 찹쌀빵을 다 먹었을지는 모르겠다. 째뜬 너무 배가 불러서 가장 중요한 회맛을 모르겠더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 ㅋㅋㅋ 그래도 회를 투툼하게 썰어주는 건 좋았다. 관광객 상대의 이런 대형횟집에서 먹는 '모듬회' 보다 작고 알찬 횟집에서 도다리니, 돔이니 제철 생선 종류 골라가며 먹고팠으나... 이번 여행엔 그게 불가능했다. 사모님들 취향엔 역시 음식점이 좀 깔끔하고 화려해야 제맛이니까.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먹어줘야한다는 일행들의 염원으로 다음날 점심끼니로 찾아간 집은 제주시의 <흑돼지가 있는 풍경>(제주시 진군남4길 7-8, T: 054-742-1108).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과 야노시호가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 봤다면서 꼭 가야한다는 둘째언니의 원풀이 용이었다. 물론 내가 미리 경고했다. 맛있어봤자 돼지고기요, 그들은 최고의 리액션이 자동탑재된 '연예인'임을 잊지 마시라고 ^^; ​

자염을뿌려 구운 저 두툼한 오겹살을 갈치젓인가 멸치젓인가... 암튼 사진에 살짝보이는 작은 뚝배기 안 젓갈에 찍어먹는 식인데... 맛은 있었으나 딱히 흑돼지 특유의 맛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 끓이니 젓갈에서 토종된장 맛도 나는 것 같고 난 괜찮던데. 그래도 입짧은 친구는 젓갈에 찍는 건 아무래도 못먹겠다며 그냥 쌈장 찍어먹었다. 다만 1인분에 1마리씩 나오는 싱싱한 전복구이도 전날 횟집에서 먹었던 전복버터구이에 비하면.. ㅠ.ㅠ 비리고 질기고... 그냥 돼지고기를 더 주지 싶었다. 살아있는 전복이 꿈틀거리며 익어가는 모습도 지켜보기 좀 괴롭;;; 

두툼한 흑돼지는 100g에 만원. 1인분에 2만원이라는 얘기다. 사진 속 고기 세 덩이가 2인분. 우리는 6명이서 5인분을 시키고 추가로 김치째개에 공기밥, 비빔보리국수를 먹었다. 보리국수는 비추천. ㅋ LA손님들은 흑돼지보다도 같이 나온 싱싱하고 다양한 쌈채소에 반해서 연신 감탄을 했다. 흑돼지고기먹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제주도 쌈채소 먹으러 온 사람들 같았음. 근데... 난 저 노란 돼지껍질이 너무 딱딱하고 안씹혀서 좀 별로... 오겹살을 좋아하지만... 저런 껍질까진 먹고싶지 않다고 생각. 

야노시호가 '오이시 오이시!' 감탄하던 게 토옹 이해가지 않는다는 일행과 맛있어서 그럴만 하다는 일행으로 의견이 나뉘었는데... 본점은 점심을 2시부터 장사하기 때문에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가서 먹었었다. 멀지 않은 노형동에 2호점이 있단다. 사실 나는 GD가 애정한다는 돈사돈엘 가보고싶었었으나, 젓갈 찍어먹는 흑돼지 구이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흑돼지 아니어도, 백돼지여도 난 삼겹살, 오겹살이 맛있는 인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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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거짓말이 아니고 취향과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의심많은 성격 답게 먹거리에 관한 한 TV 속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다. TV 맛집 선정에 관한 검은 뒷거래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종종 유명 맛집에도 적용됨을 알기 때문이다.

몇년에 한번씩 한국에 다니러 오는 LA 친구가 이번 11월에 방문계획을 알려오며, 가고픈 곳 먹고픈 것들을 미리 알려왔다. 신나게 여행 계획과 맛집 탐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친구가 가고프다고 한 집 중에서 한 군데는 내가 퇴짜를 놓았다. '탕수육'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유명 요리사의 중식당이었다. 

마침 우리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이전에 세번쯤 가보았지만 단연코 그 집 '탕수육'은 별로였다. ^^; 물론 며칠 전에 예약해두어야 먹을 수 있는 '동파육'과 파삭파삭한 '군만두'가 맛있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먹느라 바빠 대충 찍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어왔을 정도. ㅋㅋ

이것이 동파육당연히 이건 군만두

하지만 탕수육은.. 너무 달고 딱딱하고 별로였는데! 하필 울 오마니 생신날 온 가족을 대동하고 갔던 터라, 조카들이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이 맛없어서 우린 '다시는 가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집 탕수육이 전국 최고라고 셰프들도 인정하는 맛이라는 격찬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뜨악해졌다. 흠.. 그날만 유독 요리사들이 우리가 먹을 탕수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걸까?  째뜬 그 이전에도 이 중식당을 추천한 지인들(ㅂㄹ와 D양)도 탕수육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_+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져서 다시 가보려해도 두어달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니, LA친구에겐 소문만큼 맛도 없고 예약도 어렵다고 일러주었다. 차라리 그 주변에 셀수없이 많은 다른 화교 운영 중식당을 아무데나 가더라도 평균적인 맛은 보장할 수 있다고... ㅎㅎ

또 한군데 소문과 달리 실망스러웠던 집은 '손만두'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내가 가본 날도 손님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으음.. 막상 먹어보니... 가격대비 만족도로 보아 다시 가고픈 곳은 아니었다. 마치... 열심히 요리학원에 다닌 새댁이 때깔은 좋게 상을 차렸는데 음식 맛은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그 음식점의 특징이라고는 해도, 굳이 그 돈 주고 사먹으러 다니고 싶진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일 뿐, 유명한 맛집 순례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가겠지만...


알록달록 예쁜 손만두를 일부러 포장해서 사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솔직히 나는 도무지 저런 형광색을 보면서는 식욕이 돋질 않았다. ㅠ.ㅠ 참으로 입맛과 취향은 가지가지다. 

둘이 먹을 만두전골이 3만8천원인가 했던 거 같은데, 재료를 죄다 국산으로 좋은 것만 쓴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지 않나? 물론 눈물나게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 가격도 저항이 없겠지만, 나로선 좀 ㅎㄷㄷ 아까웠다.  

(이 사진은 식탐을 달래는 보관용이 아니라 만두색이 놀라워서 언제고 포스팅하려고 올초에 찍었는데 참 오래도 묵혔다가 써먹는다) 


요즘은 정말 TV채널만 돌리면 어디서도 요리사들이 혹은 일반인들이 활약하는 먹방, 쿡방을 볼 수 있다. 식탐가로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제이미올리버쇼, 헬스키친, 마스터셰프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보았고 얼마전까지도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집밥백선생까지 줄줄이 챙겨보았지만 이젠 다 시큰둥해졌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요리대결, 맛집 탐방을 하는 판국이니 원... 식상해하는 이들이 나뿐은 아닐테고, 머잖아 또 유행타듯 다들 휙 사라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간혹 엄청난 극찬 요리를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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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자랑

놀잇감 2015. 7. 28. 22:45

친구가 도자기 공방하는 친구에게 특별 주문해서 만든 스누피 접시를 선물했다 ^^
아까워서 전시해놓고 구경해야겠다고 했더니 매일 사용하는 막접시로 만들어 달랬다며 당장 쓰라고 종용. 사용 인증샷도 보내라고... 
해서 받아온 날로 당장 샐러드를 담아 먹었고 진짜로 거의 매일 써먹으며 친구에게 보고용 사진을 찍었다 ㅎㅎ

포스팅을 위한 삶을 인증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니 사진은 접어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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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도 집에서

놀잇감 2015. 7. 20. 19:49

작년 여름부터 밀탑 밀크빙수의 맛을 알아버린 왕비마마.
괜히 백화점 갈 일을 만들어 빙수 먹고 가자고 꼬드기더니 내가 거듭 협조를 안하자 혼자서도 유유히 사먹고 들어오기도 하신다. 너 없으면 내가 못먹을 줄 아냐 신공. +_+ 

당분 중독이라고 구박하면서도
어쩔 수 없으니 차라리 집에서 우유 얼리고 냉동 망고랑 연유 사다가...
유자청 끼얹어서 요즘 유행하는 유자망고 빙수를 만들어 바친다.
통조림 단팥은 못 미덥고 단팥까지 만들기는 너무 번거로워서. 

대신에 사흘에 한번이야요! 장담하지만 오늘이 사흘짼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분명 엊그제 주말에도 해바친 것 같은데... 으음. 해서 오늘은 일부러 딴때보다 작은 그릇에... ㅎㅎ 요건 아마 모르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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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놀잇감 2015. 4. 23. 00:21

어느날의 밑반찬이다. 

넉넉히 만들어서 멸치볶음이랑 피클까지 4종세트로 막내고모네도 날라다주었다. 그랬더니 고모가 레시피를 달라고 해서 카톡으로 대충 적어보낸 걸 여기도 퍼다놓는다.착한 조카 코스프레. 


새송이버섯 장조림


1. 달걀을 완숙으로 (7-8분) 삶아 까놓는다
2. 새송이버섯을 씻어 통으로 절반만 자른다
3. 냄비에 버섯을 넣고 간장과물 1:1 정도의 비율로 넣고 10분쯤 끓인다. 버섯에서 물 많이 나오니 물 많이 넣을 필요 없음. 
4. 고기장조림처럼 통마늘 생강 풋고추 넣어서 향긋한 맛 추가
5. 끓기 시작하면 작은불로 줄여서 10분쯤 졸이다가 버섯에 간장색이 다 뱄다 싶으면 삶은 달걀 넣고 뒤적이며 같이 좀더 조린다
6. 식은 다음에 버섯을 쪽쪽 찢어서 그릇에 담으면 끝.


브라질식당에서 먹은 비나그래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콩샐러드(?) 


1. 파프리카 빨강, 노랑, 주황, 적양파(없으면 그냥 양파), 오이, 당근, 적채(적양파 들어가면 생략가능), 토마토(좀 단단한 걸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콩알만하게 자른다.

2. 통조림 옥수수 국물 꽉 짜서 넣고 캐슈넛이랑 아몬드, 삶은 병아리콩 넉넉히 넣고 청*원 프렌치발사믹 소스에 버무리면 끝. 

3. 파슬리 가루 좀 뿌려주고....

그밖에 아보카도, 소금 좀 넣고 삶은 울타리콩을 넣어도 된다. (위 사진엔 통조림 옥수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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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무국

식탐보고서 2015. 3. 6. 01:40

한밤중에 일하다 말고 종종 국을 끓인다. 큰 냄비에 잔뜩 국을 한번 끓이면 꼬박 서너끼는 먹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 딱 엄마가 홀로 챙겨드실 아침에 먹을 국이 없으면, 괜히 신경이 쓰여서 일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저녁 설거지 하면서 미리 생각해서 찌개나 국을 만들어놓기도 하는데, 오늘은 냉동실에 얼려놓은 고기 녹이는 걸 너무 늦게했다. 


여름엔 당연히 잘 안 끓이고, 봄과 가을에도 종종 생략하지만, 추운 겨울 동안엔 밥상에 국이나 찌개가 없으면 아무리 반찬을 많이 해놓아도 밥순이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은 자격지심에 휩싸인다. 뜨끈한 국물은 고혈압의 적! 아무리 싱겁게 끓인다 해도 국물은 남기시오! 찌개랑 국도 그냥 젓가락으로 건더기 위주로 먹기! 밥상머리에서 온갖 잔소리를 해대면서 또 국물이 없으면 찔리는 건 뭔가. 쳇...


해동한 쇠고기를 덩어리째 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그 사이 물을 끓이다가 고기를 풍덩. 통마늘도 대여섯 개 투입. 대파와 표고버섯도 숭숭숭 썰어넣은 뒤, 고기 익는 동안 달큰한 제주도 무를 나박나박 썰었다. 쇠고기 무국은 정말로 겨울에 먹어야 제일 맛있는 듯. 여름무는 종종 쓰고 매워서 똑같이 끓여도 맛이 없다. 30분쯤 끓여서 덩어리 고기가 다 익으면 집게로 붙잡고 가위로 조각조각 먹기 좋게 자른다. 식가위 없을 땐 대체 어떻게 살았을까 몰라. 포기 김치도 당연히 가위로 잘라 먹는데, 이젠 아주 제법 가지런히 도마에 자른 것처럼 차곡차곡 잘라 그릇에 담는 신공까지 익혔다. ^^v


물론 명절이나 제사 때 올리는 탕국을 끓일 땐 상스럽게(!) 가위질을 하면 안되니깐 특별히 좋은 양지를 사다가 익혀서 결 따라 찢어 따로 국간장에 참기름에 갖은 양념을 해 놓았다가 고명을 올리듯 다시 탕국에 데워 수북하게 놓는다. 그치만 그냥 두 모녀 먹자고 그런 정성을 들이긴 싫다! 가끔 괜한 정성이 뻗쳐서 얼마 되지도 않는 뜨거운 고기를 건져 양손에 비닐 장갑 끼고 찢고 있노라면 괜히 서러워지는 걸 ㅠ.ㅠ 암튼 그래서 대충 먹는 쇠고기 무국 고기는 그냥 가위질로 낙착. 무는 금방 익으니깐 투입 시간은 고기 자르고 나서.


고기가 더 잘 무르기까지 총 1시간은 족히 끓여야하니 계속 시간을 확인하느라고 어차피 일엔 집중할 수가 없다. 자칫 까먹고 있다가 몇시간 지나 홀라당 국물이 졸아버리면 큰 낭패. 국냄비는 아직 그런 적이 없지만 찻주전자는 물 올려놓고 딴짓하다 하도 많이 태워먹어서리... -_-; 


맛있는 냄새가 온 집안에 풍긴다. 요번에 표고버섯이 좋았나? 아니면 무가 특히 달콤한가? 아직 소금도 넣기 전인데 다른 때보다 더 감칠맛 나는 냄새가 풍기는 이유는 뭐지? 쇠고기는 늘 사던건데... 이건 마치 그 옛날 방학때 놀러간 외할머니댁에서 아침 일찍 잠결에 풍겨오던 추억의 냄새 같기도 하고. ㅋㅋ 우리집이나 친할머니 댁에선 특별히 아침밥 준비하는 냄새에 잠을 깬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한옥집의 구조 때문인지 외할머니댁에서 자면 안방에서 자든, 건넌방에서 자든, 뒷채 구석방에서 자든 고소한 나물 볶는 냄새나 구수한 국 냄새에 선잠이 깨곤 했다. 심지어 새까만 가마솥에 짓는 밥냄새도 분간이 되어, 노랗게 일부러 눌렸다가 통째로 들어내는 바삭한 가마솥 누룽지 먹을 생각에 자다말고 침을 삼기키도.


물론 일찌감치 아침밥 먹으라고 할머니가 깨우면 이잉 이불 쓰고 누워 버티다가 느즈막하게 한번 더 차린 아침상을 게으름뱅이들끼리--외삼촌들, 사촌언니, 그리고 나--둘러앉아 먹었었다. 그때 먹은 무국엔 분명 쇠고기는 없고 다시마랑 무랑 표고버섯이랑 유부가 들어 있었는데, 어떻게 지금 내가 끓이는 거랑 냄새가 똑같다고 느껴지는지? 내 착각이 틀림없다. 내가 '기억'한다고 우겨대는 수많은 추억들이 상당부분 왜곡되어 실제와 거리가 있듯이, 추억으로 남은 냄새도 내가 막 제멋대로 꾸며댔을지 모르겠다. 


느릿느릿 이 글을 적어대는 사이 1시간 경과. 드디어 소금으로 슴슴하게 간을 하고 가스불을 껐다. 이젠 그만 일할 시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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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아른...

식탐보고서 2015. 2. 25. 17:40

어떤 요리프로그램이었나, 거기 나온 요리사가 그랬다. 탄수화물을 기름에 튀기면 어떻게 하더라도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온갖 튀김 재료에 특히나 겉에 튀김옷을 입혀 더욱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건 그 때문인 듯. 


아무튼... 튀긴 음식은 온갖 대사증후군을 지니고 계신 어마마마에게 절대 피해야할 음식이고, 나 또한 탐닉하는 만큼 뱃속은 튼튼하질 못하게 된 고로 웬만하면 튀김을 먹는 일이 드물다. 프라이드 치킨이든, 돈까스든, 탕수육이든... 혹시라도 식탐을 부려 먹게 되면 다음날 속깨나 아픈 걸 감당할 각오를 해야.. (튀김 하나 먹는데 뭐가 이리 비장한가. ㅋ)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커지는 법. '그래, 먹고 죽자' 싶은 심정으로 나몰라라 먹어댈 때가 있다. 주로 '치+맥'의 형태. ^______^ 거기다가 또 하필 요새 정붙일 곳 없이 방황하던 내가 탐닉하는 TV 프로그램은 죄다 먹는 게 주제다. <삼시세끼 어촌편>,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막강한 차줌마의 온갖 진기명기 요리솜씨 때문에 자괴감마저 든다는 아줌마들이 주변에 꽤 많은데(홍합 짬뽕 때도 놀랐지만 요번에 화덕을 오븐으로 개조해 테스트 베이킹을 거쳐 식빵까지 완벽하게 구워내는 걸 보고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냥 그는 차줌마가 아니라 '차셰프'다. +_+),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스피드'라고 말하는 성질 급한 차승원의 '빨리빨리' 해치우는 요리가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아 완전 신이 나서 구경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데 시간 오래 걸리는 거 진짜 싫고, 있는 재료로 대충대충 만들지만 꽤 맛은 비슷하게 내는 거 좋아좋아... ㅋㅋ 다만 모든 양념에 설탕을 넣는 건 불만이다. 매운탕 양념에도 설탕을 넣다니! 으어... 개인적으로.. 감칠맛은 몰라도 단맛 나는 찌개는 싫다규~


<수요미식회>는 허름해도 오랜 전통을 지켜온 가게들 위주로 음식의 통사까지 대충 훑어주는데다 패널 별로 아주 매몰차게 의견이 갈리고 비판도 서슴칠 않는 점이 흐뭇하다. 쓸데없이 유명한데 맛없는 집이 좀 많은가 말이다. 줄서서 먹어야하고 심지어 선불에다 자리에 앉자마자 쫓겨나다시피 흡입해야하는 명동 칼국수집 얘기 나왔을 땐 많이 통쾌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부모님따라 다닌 집이고, 아직도 그 집 만두와 칼국수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서 일단 마음을 접고 아직도 1년에 한두번 가고는 있지만 먹고 나면 늘 찝찝텁텁. 얼마 전 서울 장안의 '치킨' 집을 다루었을 땐 TV보며 아주 괴로웠다. 하마터면 바로 다음날 반포 치킨 먹으러 달려나갈뻔... (대신에 며칠 뒤 집 근처의 영양센타 전기구이 통닭을 먹어주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매번 진짜로 출연진의 냉장고를 옮겨다가 그 안의 재료로만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솜씨가 기발하고 놀랍다. 나도 단지 장보러 나가는 게 귀찮아서 냉장고 텅텅 빌 때까지 막판엔 요것조것 '퓨전' 반찬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까. 본인도 내용물의 존재를 잘 모르는 남의 냉장고 들여다보며 놀려대는 재미도 쏠쏠. 이것도 못말리는 관음증이겠지. ㅋㅋ 아무튼 요리엔 맛의 조화를 짐작하는 센스와 순발력, 창의력이 새삼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역시 요리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 오랜 시간 공들이고 정성 바치면 누가 못하겠나, 후다닥 단시간(15분!)에 있는 재료만으로 꽤나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구상이 딱 내 취향이다. ㅎㅎ 간혹 일반인이 만든 요리가 전문가 셰프의 요리를 이기는 반전도 흥미진진.  


하여간 설날 연휴 내내,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남아있던 각종 전을 데워먹었고 주말엔 밖에 나가서 '리치'한 ^^; 맛의 토스트와 감자튀김도 먹어주었건만, 자꾸만 휴대폰에 든 먹거리 사진 중에 감자튀김과 맥주 사진이 아른거려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아으...


이 포스팅도 그 감자튀김 열망을 식혀보고자 시작한 것인데 딴소리가 길었다. ㅜ.ㅜ



경복궁 역 근처 체부동 음식점 골목 안쪽, '열정 감자'로 시작했다가 상표 등록 문제로 이름을 바꾼 '청년 감자'의 감자튀김과 맥주다. 고깔모양 봉투를 편의점 앞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 테이블 가운데 홈에 푹 꽂아주는 게 특색. 사실 좀 짜고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 일반 튀김도 같이 시켰지만 역시나 나중엔 케이준 맛으로 더 시켜 먹었다. 둘이서 감자튀김 세 봉다리를 먹었네그려... 더불어 크림맥주도 꽤나 마신듯. 파이렉스 계량컵에 맥주를 담아주는 것도 특이한데, 나는 잔도 무겁고 계량컵이라는 원래 용도가 거슬려서 쫌 별로다! 그래도 바삭한 감자튀김이 저렴하니 맛있고, 특히나 '젊고 잘생긴 엉아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친절하게 서빙하는 게 마음에 들었었다. ㅋㅋㅋ 알바생이 아니라 다들 정규직원이라는 것 같지 아마. 재미난 별명 등에 적힌 검정색 티셔츠 입고 있었던 여름에 주로 많이 갔었는데, 화장실이 불편해서 한두잔 후딱 마시고 일어나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종 생각난다는 게 함정. 


유학중 남편 먼저 학위 따게 뒷바라지 하랴, 아들 둘 키우랴 본인 공부하랴 엄청 바빴던 친구는 그 놀라운 상황 속에서도 여러 종류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심지어 육포까지 집에서 만들어 먹이던 좀 심한 열혈 슈퍼우먼이었는데(미쿡에서 사먹는 김치와 육포는 너무 비싸고 무엇보다도 재료가 못 미더워서였다고;;),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유학 생활 중 쌓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프렌치프라이를 대형 오븐에 두판 쯤 구워서(? 그래도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먹어댔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은 아직도 자기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힐링음식이라나. 학창시절 '하늘하늘 코스모스 신비소녀'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나와 함께 와구와구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꽤 많이 마셔서 놀랐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다. 


1월 어느날이었던 것 같은데 저 사진 찍은 날도, 자극적인 감자튀김 때문에 맥주를 주량 이상 들이키고는 다음날 수북하게 부은 눈으로 속이 아파 한참이나 빌빌 거렸던 기억이 생생하건만 지금 막 땡기는 건 뭐지... 그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지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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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일기 2015. 1. 29. 17:53

언제부턴가 소화력이 떨어진 건 확실하고, 밥만 먹으면(특히 저녁밥) 빌빌 졸린 증상이 이어지더니 최근엔 가끔 빈속이나 식후에 뱃속이 좀 따끔거렸다. 위염이 약간 있다는 건 건강검진때 알았으나, 불편한 점 없으면 굳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기에 나몰라라 방치해서 증상이 심해진 건가? 아니면 그냥 단기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려니 했다.


그러다가 그끄저께 밤부턴 속이 심하게 쓰라려 집중이 안 돼 일도 잘 못하겠고 그렇다고 잠도 잘 못자는 상황. 아플 때 대뜸 병원부터 달려가는 성격이 아닌 사람이라 그냥 버텼다. 소화기 내과 찾아가면 내시경부터 하자고 할 텐데, 동네 병원에서 내시경을 위생적으로 잘 관리할지 어쩔지 미심쩍고, 그렇다고 대학병원엘 곧장 갈 수도 없고 (예약하기도 어려울 걸;;) 2차 병원 중에서 찾아봐야 하는데.... 뭐 이런 생각만 가만히 앉아 하고 또 하는 스타일, 짜증나지만 진짜 우유부단의 극치다.


병원 멀리하다가 큰 코 다친 사람들을 봤으면서도 도무지 '병원가기 싫은 병'은 떨칠 수가 없다. 암튼 그래서 인터넷 검색으로 대충 속쓰림, 위염 따위를 알아보다 눈에 띈 건 바로 '단식'. 옛날부터 울 집에서도 할머니들이 배앓이엔 그저 굶는 게 최고라고 하시지 않았던가. 옳거니, 굶으면 되겠다 싶었다. 위가 따가운 건 상처난 위벽에 자꾸만 위액이 닿아서 그런 게 아니겠나, 뭐 이런 돌파리 진단으로 생각해보면, 1달 내내 병원다니며 약 먹어도 안 낫던 위염이 3일간 단식후 싹~ 다 나았다(물론 과장임을 안다;;)거나 훨씬 속이 편해졌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타당하게 여겨졌다.


언젠가 TV로 본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단식'이 확실히 여러가지 병을 치유한다던데, 나도 까짓거 굶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차피 속이 아파서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데 뭐. 사흘 쯤 물만 먹고 버티는 거, 외출만 안하면 문제 없지 않을까... 사흘이 힘들면, 되는 데까지 지친 위를 최대한 쉬게 해주겠어!


허나 ㅋㅋㅋ 밖으로 나다닐 땐 한 끼만 굶어도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마구 분노가 치밀지만, 집안에 얌전히 있을 땐 괜찮겠지 싶었던 건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20대쯤이었나 단체로 동조단식을 한다며 물만 마시고도 으쌰으쌰 밤새 노래부르고 꼬박 이틀을 버텼던 경험은 그냥 젊은 패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었던 듯했다. 2끼는 아무 어려움 없이 건너뛰었으나, 만 24시간이 넘어가자 온몸에 기운이 쪽 빠지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일도 해야하는데 도무지 글자도 눈에 안들어오고, 단어가 생각이 안 나! 문장이 안 만들어져! ㅠ.ㅠ 그럴 땐 자는 게 상책이라지만, 잠을 시도하기 전에 나는 이미 뭔가 부드러운 음식을 만들 재료를 찾아 냉장고를 뒤지고 있었다...   


맙소사, 유민아빠는 45일간이나 단식을 하셨다던데... 어휴. 민망했다. 암튼 그래서 오밤중에 감자 한 알을 전자렌지에 찌고 우유를 약간 데우고 잡곡밥과 한 술과 함께 믹서기에 넣어 휘리릭 갈아서 대충 미음 비슷한(실은 수프에 더 가까웠다)걸 만들어 한 컵을 먹었다. 또 쓰라리면 어쩌나 염려했던 뱃속은 그럭저럭 참을 만했고, 대신에 차가워졌던 손발에 차츰 다시 온기가 돌았다. 식탐녀 주제에 단식은 무슨...  괜히 밥 안먹는다고 커피까지 금했더니 편두통만심했다. 


그렇게 하루만에 단식을 포기하고 계속 살살 위를 달래는 중이다. 이후 두 끼는 죽을 조금 먹었고, 밥을 먹더라도 예전의 절반 양만 50번씩 꼭꼭씹어서 삼키고, 위에 남아 염증을 일으킨다는 밀가루는 입에도 대지 않는 중. 근데 이잉... 우동도 먹고 싶고 스파게티도 먹고 싶다. 


그래도 왕성한 식탐이 이끄는 대로 예전처럼 아무거나 와구와구 먹어대려면 한동안 조심해야지. 며칠 두고보다 결국 위내시경을 받아보긴 해야겠지 싶던 마음은 차츰 속쓰림이 잦아들면서 꼬리를 내리고 있다. 그냥 버텨도... 자연치유가 되지 않을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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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박2일

놀잇감 2014. 9. 1. 16:18

누가 물으면 올해는 여름휴가따위 없어! 그랬는데, 다녀오고 보니 짧아도 이게 나의 여름휴가였구나 싶다. ㅎㅎ 

외국도 아니고 겨우 부산엘 가면서 7월초부터 가격대비 효율성을 따지고 또 따져서 -_-; 호텔을 예약하고, 또 KTX도 미리미리 할인좌석으로 예매해놓고 날을 기다리기를 또 한달. 헌데 D데이 전날인 25일엔 부산을 비롯해 남부지방에 폭우로 난리가 났다. 맙소사. 그나마 다행인 건 비가 계속 오진 않는다는 일기예보. 해수욕 할 것도 아니니 비가 오거나 날씨 흐린 건 괜찮은데, KTX 선로 피해랑 부산 지하철 역사 폐쇄 소식은 걱정스러웠다. 그래도 떠날수밖에. 어차피 예약과 동시에 결제까지 해야했던 호텔은 취소해도 환불도 안되는 마당에 그냥 가는 지 뭐 어쩌겠어.

 

염려와 달리 10시에 서울역을 출발해 12시 40분 정각에 도착한 부산은 조금 날이 흐렸어도 푹푹 찌는 무더위. KTX에서 얼핏 본 뉴스로도 부산 지하철은 모두 정상운행중이라고 했으렸다. 앞으로 괜한 걱정은 붙들어매놓기로 했다. 어차피 해운대 근처에서 뱅뱅 돌 테니 비 피해 심한 쪽은 갈 일도 없었다.

 

부산에서의 첫 끼니는 부산 여행때마다 별렀어도 현지에선 못 먹어본 밀면! ^^; 부산역에서 제일 가까운 초량밀면집으로 향했다. 위치는 부산역에서 길건너 국민은행 건물 바로 오른쪽 큰길가.

으어... 줄지어 늘어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라.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며 우리도 얼른 줄을 섰다. 다행히 줄은 금방금방 줄어들어서 한 20분 기다렸던가...

대신에 자리만 나면 거의 앉자마자 주문 후 수분 내로 밀면과 왕만두를 맛볼 수 있다. 캐리어들고 곧장 온 관광객들도 많지만, 떼거지로 몰려와 곱배기 시켜먹는 청년들도 많았음.

 

 

 

 

 

 

 

 

 

이것이 3500원짜리 밀면과 왕만두의 위용이다(일행은 가격이 하도 싸서 왕만두 1개에 3500원인 줄 알았다고;; ㅋ). 면이 거의 쫄면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쫄깃쫄깃... 밀면도 만두도 맛있어 맛있어... 그러면서 먹었다. 뭔가 옛날 분식집에서 먹던 추억의 맛 같기도 하고... 하도 얇아서 막 찢어질 정도인 만두피에 감싸인 잘게 다진 소가 인상적. 하지만 뭔가 많이 씹히는 만두를 좋아한다면 별로일 수도 있을 듯. 째뜬 나는 가격대비 엄청 만족스러웠음.

 

부산에서도 지하철보다는 버스파의 취향을 계속 발휘, 다시 길을 건너 1003번을 타고 해운대로 향했다. 한 40분쯤 걸렸나? 지하철 노선 한두번  갈아타고 계단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쭉 가니 훨씬 편했음. 전철역보다 버스정류장이 해운대 해안도로와도 훨씬 더 가깝고! 마침 우리 호텔 바로 앞이 버스정류장이었으나, 일단 뭔가 더 시원한 것으로 입을 달랠 욕심에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스타벅스로 올라갔다. 뜨겁고 더워서 더 멀리 가기도 싫고...

 

카페인 섭취 후 드디어 체크인 후 올라간 호텔방에선 눈앞에 바다가 뙇~~!! ^^*

비록 광안대교 교각 아래로 출렁출렁 흘러들어가는 낙동강 물빛은 무시무시한 황토빛이고, 설마 누런 강물이 해운대를 뒤덮은 건 아니겠지 싶은데도 흐린 날씨 탓인지 새파란 파다 대신 누리끼리한 바다가 절반 이상 펼쳐져 있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

뉴스에서 본, 다닥다닥 소름끼치게 백사장을 뒤덮었던 파라솔은 거의 다 철수해 일부만 접혀 있고 군데군데 파도와 뛰노는 해수욕객들이 간간이 보이는데, 아 여유롭도다, 딱 내 취향일세...

 

 

 

 

 

저녁은 회를 먹기로 했지만, 광안리 회타운에 가려던 애당초 계획은 '귀찮아서' 전격 수정. 가까운 미포 해구(해운대 끄트

머리라 걸어가도 됨)에 있는 횟집으로 택시타고 가기로. 수많은 호객행위를 물리치고 찾아간 곳은 유람선 선착장 2층에 있는 마라도횟집. ㅋㅋㅋ 유일하게 내가 가본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새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바뀌어서 더 마음에 들었는데, 자연산 회를 생선종류별로 가려가며 먹을 게 아닌바에야 모듬회는 어차피 그 동네 다 1인당 3만5천원 균일이다. 일부러 광안대교 보이는 자리로 앉혀주었지만, 우리는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먹기 시작해서 해지기 전에 나왔을 뿐이고! ㅋㅋ

 

쓸데없이 이것저것 곁다리 음식이 많이 나오는 게 아니라 여자 둘이 먹기에 딱 좋은 양만 적당히 나오는 식이라, 우린 꽤나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지만 회마니아에겐 양이 부족하다싶을 수도 있을 듯. 먹기 바빠서 이 집에선 죄다 먹다말고 한장씩 남긴 사진들이라 그나마 푸짐해보이는 거로 한장.   

 

 

돌아갈 땐 소화도 시킬겸 백사장을 걸었다. 드디어 바닷물에 발도 담그고 노래도 흥얼흥얼... 파도 앞에서 촐싹거리다가 당연히 바짓가랑이 다 적시고...

 

아...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하늘이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인데, 해안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인적이 드문 해운대 백사장을 거닐 고 있으려니 신선놀음 하는 듯. ㅎㅎㅎ

 

마침 일행의 지인이 부산 주민이라 달맞이언덕이며 광안리까지 부산 야경보러 잠깐 드라이브를 한 뒤엔 높은빌딩 빽빽한 마린시티에서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차를 마셔주었다. 부산에서 음식점이든 카페엘 가서 주민인지 관광객인지 판단하는 방법은 바다가 보이는 자리로 앉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라는데, ㅋㅋㅋ 부산 거주 10년째라는 그분은 아직도 본능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를 찾아서 원주민들의 비난을 받는다고. 에펠탑 보기 싫어서 에펠탑 안에 있는 식당에서 매일 밥먹는다는 어느 파리시민의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내 기억속의 광안대교(오래 전 한화콘도에서 내려다보았던)는 시시각각 보라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조명이 변했더랬는데 이번에 보니 바깥쪽 조명은 계속 파란색이고, 광안리해수욕장 쪽에서 보는 안쪽 다리에만 요란하게 글자도 새겨지고 색깔도 여러번 바뀌는 듯(어쩌면 2년전 광안리 횟집에서 보았던 광경과 뒤죽박죽 섞인 건지도 모르겠다). 째뜬 낮게 드리워진 구름에 반사된 광안대교의 조명 덕분에 하늘에서도 빛이 내려오는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그 옛날에도 내가 모르도르 같다고 했었거늘! 

 

 

술도 별로 안마셨지만 다음날 느즈막한 아침 메뉴는 해장을 위한 복지리. ^^; 하도 뱅글뱅글 해운대 주변을 차타고 많이 다녀서 이젠 웬만한 해운대 지리는 내 손바닥안에 있소이다... 걸어서 5분 거리인 금수복국으로 단숨에 찾아갔다. 꼬르륵거리는 뱃속에 황급히 퍼넣다 말고 생각나서 얼른 한장 남긴 사진. ㅎㅎㅎ 금수복국은 이제 서울에도 지점이 있어서 희소성이 떨어진 기분이 들지만, 그래도 강남이라 강북녀에겐 여전히 먼 곳. 다음에도 이왕이면 부산에 가서 먹어주겠어.

 

부른 배를 두들기며 또 다시 바닷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노닥거리다, 가보고 싶었던 이기대자연공원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그냥 동백섬 해안산책로를 한바퀴 돌았다. 

 

 

 

 

느릿느릿 걷다 쉬다 뜸들이며 걸어도 1시간이면 충분한 산책로이고, 데크가 잘 깔려있는 길 곳곳에 벤치와 전망대가 있어서 해운대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음. 그러나 내가 구경하고팠던 곳은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옆에 있는 이기대 해안산책로와 공룡발자국이었을 뿐이고... ㅠ.ㅠ  

남은 오후 시간은 일행의 취향에 맞춰 '세계 최대백화점'이라고 뻘건 간판이 곳곳에 붙어있는 센텀시티 신세계에서 눈요기로 보냈다. 돌연 빵심 충만하여 늦은 점심도 지하에 입점한 '이흥용제과점'의 빵('검정고무신, 하얀고무신'이라는 이름의 빵이 유명한듯)으로 해결했는데, 요즘 위장 컨디션이 별로인 나는 그만 밀가루세례에 체하고 말았다는 슬픈 마무리...  (2014년 8월 26, 27일)

 

일정이 짧아도, 탈이 났어도, 가고픈 델 다 못봤어도, 그럼에도 결론은 여행은 좋은 것이여~!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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