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에 해당되는 글 123건

  1. 2017.07.03 단풍국을 향해 - 4/22(토) 6
  2. 2017.06.23 포틀랜드로 - 4/21(금) 7
  3. 2017.06.19 애슐랜드로! 4/20(목) 8
  4. 2017.06.13 샌프란시스코 둘쨋날 4/19(수) 8
  5. 2017.06.07 샌프란시스코 첫날 4/18(화) 5
  6. 2017.02.04 성수동 대림창고 4
  7. 2016.10.19 오늘 점심 4
  8. 2016.10.06 공주 나들이 2
  9. 2016.09.29 홍옥 9
  10. 2016.08.03 7월 5

이날은 드디어 예약해둔 배를 타고 국경을 넘어 캐나다 빅토리아섬에 들어가는 날이라 새벽부터 일정이 바빴다. 전날 잠들기 전, 7시엔 출발을 해야 늦지 않게 포트앤젤레스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배를 탈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름도 비슷하지만 포틀랜드부터 포트앤젤레스까지는 아예 주도 달라지고(오레곤 주에서 워싱턴 주로)또 다시 4시간쯤 380킬로미터나 더 가야했다. 

밥보다 잠이 더 중요하니깐 ^^; 아침은 그냥 먹지 말고 가자며 7시 좀 못 돼서 가방 다 싸들고 로비로 내려가 열쇠 돌려주고 체크아웃을 했는데 로비 한 귀퉁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풍겨나오는 커피랑 빵 냄새가 너무 유혹적인 거라... ㅋㅋ E언니가 즉각 계획을 수정해 간단하게 베이글이나 머핀에 커피 한 잔씩 먹고 가자고 말했다. 녜녜, 좋지요... 그러나 먹는 것에 관한 한 E언니는 절제를 모르는 사람! 언니 홀로 주문하러 보냈더니 베이글과 머핀 뿐만 아니라, 오트밀과 과일까지 또 완벽한 끼니를 시켜놓았더라는;; 

워낙 준비 느린 스타벅스 웨이트리스를 원망하듯 쳐다보며 하나 하나 메뉴가 나올 때마다 전투적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는 그래도 2-30분만에 호텔을 나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호텔 조식을 먹을 걸. ㅋㅋ 째뜬 날이 흐려 아직 어두컴컴한 분위기 속에서 차를 미친듯이 달려 포트앤젤레스에 무사히 11시쯤 당도했다. E언니도 브레이크 자주 밟는 거 싫어하고 속도를 좀 즐기는 살짝 터프한 운전 스타일이 나랑 약간 비슷하다. ^^;  

캐나다행 페리는 12시까지 국경 검문소로 진입하면 되므로, '간단히' 점심을 먹으러 항구 코 앞에 있는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고를 것도 없이 눈에 띄자마자 선택된 코코펠리 그릴.

메뉴판을 받아든 나는 간단하게 햄버거나 먹겠다고 말한 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좀 이따 테이블을 뒤덮은 접시들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ㅎㅎㅎ 게살 샐러드에, 새우튀김에, 또 뭐가 있었더라.. ㅠ.ㅠ 사진이 없으면 기억도 안남는다. 에효... 암튼 아침도 대충 때웠으니 점심은 제대로 먹어야한다는 언니들 쵝오~! 

K언니가 찍어준 이 음식 사진에서 주목할 것은 햄버거를 자르는 나의 길쭉한 손가락! ㅋㅋ 휴대폰의 왜곡이 틀림없는데도 괜히 좋아라 했었다. 맨 오른쪽은 서둘러 배를 타러 나가는 나의 친구 S와 E언니의 뒷모습을 2층에서 찍은 것이다.  이제 슬슬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들어오는데 우린 이미 식사 끝내고 나가는 중.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거나 육로로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을 땐 별도로 비자가 필요없다. 그냥 출입국 사무소에서 자동차에 앉은 채로 4명 여권 죄다 걷어서 주면 스윽~ 보고 캐나다에 뭐하러 가냐고 묻는 게 끝이다. 그러고는 안내원이 시키는 대로 줄줄이 차를 주차시켜놨다가 순서대로 줄줄이 배에 싣는다. 세월호 트라우마가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는 페리가 안전하겠지, 혹시 사고나면 물 차가워서 그냥 죽는 건데 그래도 가족한테 보상금 엄청 많이 나올 거야, 염려 마.. 뭐 그런 얘길 웃으며 친구와 주고받았다. ㅎㅎ

캐나다 빅토리아 항구까지는 1시간 반 거리. 계속 축복처럼 화창했던 날씨는 이날부터 꾸물꾸물.. 먹구름이 끼더니 드디어 후드득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중독처럼 틈틈이 포켓

틈틈이 포켓몬고 ㅋㅋ

몬 잡기에 열중했던 나는 이날 포트앤젤레스 항구에서 나름 희귀몬인 루주라를 잡아 희희낙락했다! 포켓몬을 잡으면 맨 밑에 장소가 기록되어 있는데 캬캬캬 이번 여행에서 꽤 다양한 장소에서 여러마리를 잡아놓고 혼자만 괜히 열어보고 좋아하는 중이다. 


페리 화물칸에 차를 세워두고는 곧장 위로 올라갔다. 일찍 올라가야 테이블도 있는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데, 이미 주차순서에서 밀린 우리는 테이블 좌석 차지 실패. 그나마 자리는 많아서 선실 좌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바람 쏘이러 갑판으로 나갔다가 들낙날락했다. 바깥 풍경이 자꾸 바뀌는 차로 달리는 4시간보다 희뿌연 수평선만 보이는 1시간 반 뱃길이 훨씬 더 지루하게 생각되었다. 


가도 가도 계속 이런 바다만 보이니 원... 재미가 있나. 그래도 1시간쯤 지나자 저 멀리 캐나다 땅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대충 찍어도 그렇지 수평이 하나도 안맞은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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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오후 한국 출판사에서 걸려온 원고 독촉 전화에 뜨끔해진 나는 또 밤중에 홀로 청승을 떨며 주방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새벽까지 일을 하다가 침대로 기어들어갔고, 눈을 스르륵 감았다 뜨니 8시에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ㅎㅎㅎ


후딱 씻고 룰루랄라 조식 뷔페를 먹으러 로비 건물로 향했다.

K언니가 그나마 촬영용으로 우아하게 담아온 자기 접시를 기록으로 남겨 공유해주었다. 

물론 나는 전날 맛을 들인 특산물 감자요리와 아스파라거스+버섯을 곁들인 오믈렛을 큰접시에 산처럼 퍼다먹었고, 과일도 전날의 아쉬움을 완전 날려버릴 만큼 양껏 욕심을 부렸다. 밤새 일하면서 디카페인 커피에다 머핀을 먹었는데도 계속 어찌나 배가 고팠던지... +_+ 이미 위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두 배로 늘어난 게 확실했다. 

빵도 맛있고, 오렌지주스도 맛있고, 과일도 싱싱하고.. 이제껏 먹은 호텔 조식 중에 가장 훌륭하다고 마구 칭찬을 하며 슬며시 리디아 온전 리조트의 방값이 궁금해졌다. 

체크아웃 하면서 K언니가 받아온 영수증을 보니 $229. 

4명이 분담하면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E언니가 회비를 너무 적게 받은 것 같아 양심에 찔렸다. 

출국 전 1인당 여행경비를 묻자, E언니는 9박 10일 일정을 짰으니 1박당 100불씩, 900불을 내면 된다고 했었다. 하루에 1인당 방값 50불, 밥값 50불 정도 계산하면 될 거라나. (그러나 막상 돌아다닌 건 10박 11일이었음을 돌아와서 깨달았다. 바보도 아니고... 참나...)

남아도 안 돌려주고, 모자라도 자기가 부담할 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경비 걱정 안하고, 여행 코스도 그저 따라만 다니면 되니 무조건, 네 좋아요! 그러면서 덥석 다 받아먹고 다녔지만, 굳이 비싼 음식점을 찾아 들어갈 때도, 2, 3일에 한번은 방을 2개씩 얻어 편히 잘 때도 E언니한테 부담을 너무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 불편해하기는 S도 마찬가지. 

그래서 우리가 긴급제안을 했다. 이제부터 무조건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먹고, 점심은 간단하게 조식부페에서 싸간 걸로 대충 때우고 저녁만 그럴듯하게 먹자고... 이미 사흘만에 밥값으로 경비 파탄 났을 거라고. ㅋㅋ 그러고는 눈치보며 달걀과 머핀을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었는데... 와... 다른 사람들은 아예 쟁반만한 테이크아웃용 그릇에다 한 상을 차려가지고 당당하게 들고나가더라! +_+ ㅎㅎㅎ


날씨는 계속 화창했고, 포틀랜드로 달려가는 내내 눈이 부셔 밖을 내다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열흘 내내 거의 날씨가 괜찮은데 하필 캐나다에 들어가는 날만 비가 예보되어 있었다. 그건 뭐 하늘의 뜻인걸 어쩔 수 없쥐..

암튼 또 포틀랜드까지 450킬로미터쯤, 4시간 반 정도 차로 달려가야했다. 점심무렵 맥도날드에 들러서 커피와 치킷너겟 몇개만 주문해, 호텔에서 싸온 삶은 달걀, 머핀과 함께 정말로 저렴한 한 끼니를 해치웠다. 오레곤 주의 법 때문에 굳이 테이블까지 서빙을 해주는 종업원이 있어도 우린 외부 음식을 아랑곳하지 않고 먹겠어! ㅋㅋ

드디어 오후 3시쯤 포틀랜드에 도착. 컬럼비아 강을 내려다보는 전망대 '비스타 하우스(Vista House)'엘 먼저 들렀다.  

이것이 비스타하우스 건너편 풍경

1층과 지하에 카페와 기념품숍이 있고 2층에 전망대가 있다는데 ㅋ 벌써 문을 닫았어! 게다가 바람은 또 어찌나 세차게 부는지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얼른 한바퀴 돌고는 차에 올랐다. 

강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를 달려 다음으로 간 곳은 멀트노마 폭포. 2단 폭포가 꽤 길고 물의 양도 많아서 꽤 유명한 관광지인듯 비스타하우스와 달리 사람들이 바글바글 줄지어 드나들었다.

ㅎㅎㅎ 맨 오른쪽은 인스타그램에도 자랑한 적 있는 아이들 도촬 사진. (이런 거 넘 부도덕한가? ㅠ.ㅠ)

잘 닦인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중간쯤에 걸린 저 다리를 지나 정상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지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저 다릴 건널 이유도 없고... ㅋㅋ 그래도 저 다리 높이까지는 올라가서 장엄한 물소리를 듣고 왔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유명 사진작가들이 사진 찍으러도 많이 온다는데 난 수없이 셔터를 눌렀어도 이 정도가 최선이다. 


습기가 많아서 주변 나무들에 죄다 이끼가 덮여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나무 괴물 생각도 나고, 밤에 보면 엄청 더 으스스하겠단 느낌이 들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폭포 바로 앞에 있는 100년쯤 된 멀트노마 폭포 롯지?라는 음식점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는 것이었다. ^^;; 풍경이 음식의 조미료가 되는 셈?

이건 퍼온 음식점 건물 사진

폭포 입구와 건물 앞 도로가 워낙 좁고 차도 자주 다녀 길건너편 주차장에선 도무지 건물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어서, 인터넷 뒤져 퍼왔음. 건물자체도 오래되어 1층엔 작은 박물관이랑 기념품가게도 있다. ㅎㅎ 

E언니가 원래 6시로 2층에 있는 식당 예약을 해놓았었는데, 폭포 1/3지점까지 슬슬 올라갔다 내려왔어도 시간이 남아 30분 일찍 먹게 해달라고 부탁해 좀 기다렸다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우왕.. 역시나 경치 끝내주고! 이른 저녁을 먹는 사람들은 또 어찌나 많은지... @.@


예전에 이미 한번 와 본 적이 있던 E언니가 경치에 비해 음식 맛은 그저 그렇다고 선입견을 심어주었는데, 배가 별로 안고픈 S가 자긴 수프 한 그릇만 먹으면 된다고 해서 시켰던 걸쭉한 양파수프도 그렇고.. (가운데 사진... 저 위에 얹힌 건 치즈다.)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서 좀 비웃었던 피시앤칩스도 연어 스테이크도, 생선 살만큼은 정말 싱싱해서 배고팠을 때 왔더라면 군말없이 맛있다고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테이블이 막 비좁아서 불편했을 정도였고 파스타도 하나 있었던 거 같은데... 으음... 사진 안찍고 그냥 먹어버린 건지 원래 안시켰는지 기억에 없다. 

피시앤칩스엔 또 무조건 맥주! 캘리포니아도 가는 곳마다 지역 특산맥주가 있어서 이름도 기억 안나고 사진으로 남기지도 못한 에일 맥주를 많이 시켜마셨는데 대체로 다 맛있었다. 잘 모르겠으면 일단 동네 맥주 중에서 에일 종류로 시키면 되는 것 같음. 물론 내 입맛에 그랬단 거고, 달달한 술 좋아하는 친구는 너무 쓰다고 인상을 썼다. 

또 다시 부른 배를 두들기며.. 포틀랜드 Courtyard Marriott 호텔로 향했다. 여기는 코인빨래방이 있어서 드디어 밀린 빨래를 돌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1회용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로비 끄트머리 작은 마트에서 사가지고 25센트 동전을 수십개나 바꿔 세탁기와 건조기를 돌렸더니 2시간도 훨씬 넘게 걸린 듯... 

이날은 문 하나로 내부가 연결되어 있는 312호와 314호 방 2개를 빌려 따로 잤는데... 처음 빨래방에 내려갔을 때만 은근 기계치라는 E언니를 도우러 내가 따라갔고, 나중에 시간 맞춰 언니들이 내려가 빨래 가져다가 일일이 다 개어 우리방에 가져다주는 동안 나는 잠깐 침대에 누워 쉰다고 흠냐흠냐 졸다가 결국 완전 나가떨어져서 자정을 넘기고서야 퍼뜩 잠이 깼다. 으이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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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여행 셋쨋날이자 온천 리조트가 있는 애슐랜드로 향하는 날이 밝았다. 호텔이 있는 페어필드는 포도주로 유명한 나파밸리 근처라 다음 주에 돌아오는 길에 본격적으로 근방을 둘러볼 예정이어서 순전히 잠만 자러 들른 도시였다. 전날 밤 잠들기 전에 E언니가 말하길, 호텔이 너무 작고 시골이라서(메리엇 호텔 체인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Courtyard by Marriott Hotel의 경우는 비즈니스호텔 규모로 보면 된다고;; 그러나 내가 보기엔 4, 5성급 족히 되는 것 같던데! ㅋ), YELP 앱으로 확인해보니 조식이 별로라며 느긋하게 자고 일어나 브런치는 따로 나가서 먹자고 했었다. 거의 매일 짐을 쌌다 풀렀다 호텔을 옮기는 자동차 여행에서 하루 쯤 조식 포기하고(가난한 여행자 마인드로는 사실 좀 아까웠음을 고백한다;; ㅎㅎ) 푹 자는 거 좋쥐! 

물론 이론상 그랬다는 거다. 친구와 단둘이 편하게 잘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실컷 넓은 침대에서 뒹굴며 숙면을 취했으면 좋았겠지만, 마감 앞두고 출판사 몰래 놀러간 거라 양심상 이날은 새벽 4, 5시까지 구석에서 노트북 켜고는 굶주린 뱃속에 쿠키와 커피, 차를 쏟아 부으며 일을 했다. 친구가 온갖 소음과 불빛에 상관없이 머리만 닿으면 자는 스타일이라 어찌나 고마웠는지... 돌이켜보니, 이날 호텔 조식을 포기하고 늦게 일정을 시작한 건 내게 밤새 일 할 시간을 주려는 E언니의 배려였던 것 같다. (실제로 바로 다음날 출판사에서 원고 마무리 잘 되어가냐는 확인 전화를 받고 뜨끔했다. ㅠ.,ㅠ)

암튼 새벽에 잠들었어도 꽤 많이 자고 일어나 30분만에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는 10시반쯤 호텔을 나왔다. 브런치를 먹으러 간 곳은 허클베리스. 메뉴판이 타블로이드 신문 같은 종이라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신문지를 전천후로 활용하는 한국인의 본능이 불쑥 동하여 (요즘도 명절 때는 일부러 제일 두꺼운 신문을 한 부 사오기도 한다. 거실 화분 치울 때 책상에 깔아야해서리;;;) 기념으로 한 부 집어올까 살짝 충동이 일었으나 관뒀다. ^^; 다 짐이야!

이것이 메뉴라니오믈렛보다 저 감자가 엄청 맛있었다!와플은 뭐 흔히 먹는 맛..

이렇게 인쇄된 메뉴를 마구 소모할 정도면 아마도 체인점이 아닐까 싶다. 평일 오전인데도 웬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와글와글 시끌시끌... 설마 다 여행객은 아닐테고, 차림새를 보아하니 운동하다 들어온 동네 주민인 듯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동남아시아 쪽만 아침밥을 밖에서 사먹는 게 아닌 모양이라고, 여자들이 가사노동에서 점점 멀어지는 건 세계적인 추세인 모양이라고 우리끼리 함부로 일반화 결론을 내렸다. 

와플과 오믈렛, 팬케이크에다 추가로 머핀까지 골고루 시켰는데 으어 진짜 양이 푸짐해서 점심때를 넘기고도 당연히 한참이나 배가 꺼지지 않았다. (가운데 사진 속 머핀은 결국 남겨서 싸가지고 나와선 밤참으로 내가 먹었다 ㅎㅎ)

친구가 주문했던 핫케이크와 해시브라운

메뉴판만 내가 찍은 거고 오른쪽 두 음식사진은 K언니 작품이다. +_+  내가 찍은 건 이렇게 성의가 없고.. 확실히 덜 맛있어보인다. ㅠ.ㅠ 

캘리포니아 근처에서 생산되는 country reds라고 하는 종의 감자를 깍뚝썰기 해서 오븐에 구운 것 같은 저 감자도 그렇고 해시브라운도 그렇고 사이드디시 선택으로 나온 감자가 특히나 느무느무 맛있었다. 추릅;; 

저 기름진 음식과 함께 커피를 각각 거의 두 주전자쯤 마시고는 드디어 출발~!







캘리포니아주를 벗어나 드디어 오레곤 주로 넘어가는데 우와... 저 앞에 보이는 것은 분명 설산?!!

사진으로 보면 구름과 하얀 설산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달리는 차안에서 창문 열고 어렵사리 찍어서 편집했더니 두 사진의 규격도 잘 안맞는다. 암튼... 지난 겨울과 봄에 비와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도 8월까지 스키를 탈 수가 있다나 뭐라나. 실제로 친구 동생네는 주말에 근교로 스키여행을 떠났다며 스키타는 사진을 보내왔었다.  

전날 낮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더워 더워를 외치다 하루만에 다시 눈앞에 설산이 펼쳐지니 얼마나 신기한지 굽은 길을 돌아 새로운 설산이 나타날 때마다 감탄했지만... 2시간쯤 지나 계속 눈덮인 산이 나타나자 다들 시큰둥.. 뒷좌석에 앉은 나와 친구는 그냥 쿨쿨 잠만 잤다. ㅎㅎㅎ

오레곤 주는 다른 주보다 실업률이 높다나 뭐라나, 셀프 주유가 당연한 미국 땅에서 놀랍게도 운전자가 주유기구에 손을 대면 안되고 무조건 우리나라처럼 주유원이 와서 기름을 넣어주고 카드 결제도 처리해준다. 캘리포니아 주민인 E언니와 친구는 그걸 까먹고 갈 때 올 때 모두 오레곤주에 들러 기름을 넣을 때마다 아차차 당황했었다. 심지어는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을 시켜도 테이블에 세워놓는 번호표를 주고는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나중에 종업원이 쟁반에 고이 담아 갖다준다! 패스트푸드 점에서도 무조건 홀 종업원을 더 고용해 서빙을 시켜야하는 것이 오레곤 주의 법이라고.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에 자주 휴게소가 있는 게 아니라서, 미국 프리웨이를 달릴 때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무조건 인근 도시로 나와서 주유소나 카페 화장실을 들러야하기 때문에 몇시간에 한번은 스타벅스나 주유소, 맥도날드를 이용했는데 오레곤 주만 법이 달라서 재미있었다. ㅎㅎ

또 다시 4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려 드디어 애슐랜드 리디아 온천 리조트에 도착했다. 애슐랜드는 인구가 2만명 남짓한 작은 도시라는데, 셰익스피어 연극 페스티벌도 열리고 오래된 전통 목조건축이 많이 남아있다나 뭐라나. 

리디아 스프링스 리조트 로비 하우스 건물이다 저기 누워 책 읽으며 종일 빈둥거려도 좋겠다

온천 물이 좋아서 꽤 유명한 관광지라는데 우왕 이렇게 소박하고 귀여울 수가 있나... ㅎㅎㅎ 딱 펜션 느낌이다. 통나무집 지어놓은 우리나라 펜션들도 당연히 이런 데를 벤치마킹했겠지? 캘리포니아도 그렇고 오레곤도 그렇고... 대도시가 아니고선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여유로우니 딱히 건물을 높이 지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호텔도 기껏해야 2, 3층으로 낮게 지은 곳이 많았다. 

E언니와 K언니를 로비 하우스에 들여보내놓고서는 기웃기웃 주변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언니들이 일단 로비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웰컴 티와 과일, 머핀이 준비되어 있으니 일단 좀 먹고 방으로 가자면서... 

로비 안쪽 아담한 티룸(?)이 마련되어 있고 구석 테이블엔 삼단 접시에 꽃과 함께 담긴 과일, 각종 차와 머핀, 쿠키 등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른 손님들이 하도 조용조용 테이블에앉아 먹고 마시는 중이라 차마 철컥철컥 사진은 못찍고... 얼른 과일을 담아가지고 테이블에 앉았다. (아이폰7을 미쿡에서 공수받았다는 K언니의 휴대폰은 사진을 찍어도 철컥철컥 소리가 안난다! 내 아이폰6보다 사진도 훨씬 정교하고, 카메라 소리도 안나는 걸 보며 나 역시 미쿡에서 아이폰7을 사가지고 갈까 몇번 고민했다. 암만 생각해봐도 무조건 누구나 예비 몰카족 범인 취급하듯 모든 휴대폰 기기에 철컥 소리 나게 사진 찍는 걸 법으로 만든 우리나라 넘 구리다;;) 

이 사진 역시 조용한 K언니의 아이폰으로 찍은 것. 우리나라 딸기보다 훨씬 과육이 단단한 미국 딸기는 단맛도 훨씬 덜하지만 정말 싱싱한 느낌이 입안에 퍼진다. 한국의 모든 과일에 경쟁적으로 당도표시까지 붙이고 달게 만드는 거 난 반대하는 입장이라 (차라리 설탕물을 먹지!) 과일 본연의 맛이 나는 이런 딸기 맛있어서 조식 부페 때 나오면 엄청 먹어댔다.  

일단 사진 촬영 용으로 우아하게 이렇게 담았지만, 촬영이후엔 그간 싱싱한 과일에 주려 있던 우리가 과일 접시를 모조리 비워버리곤, 또 갖다주면 더 먹어야지 하며 좀 기다렸었다. 우리 다음으로 체크인 하러 들어온 젊은 부부와 아이 손님한테 미안하게도 한참이나 과일을 채워주지 않았다! 쩝;;

그러나 우리가 포기하고 막 로비를 벗어나려는데, 갓 썰어낸 과일 접시를 든 종업원이 주방에서 나왔다. 아까비... ㅋㅋ

배정받은 숙소로 들어가니 오옷... 멋져멋져... (가짜) 벽난로도 있고 주방도 넓고 방도 뭔가 아기자기 여성스럽고 클래식한 느낌?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하늘색을 주조로 꾸민 인테리어라 너무 행복했다. 나의 짧은 다리로는 걸터앉기도 좀 버거웠던 ^^; 저 높다란 침대는 예쁘고 넓긴 하였으되 너무 푹신해서 다음날 아침 언니들의 요통을 유발하였다. ㅎㅎ 

K언니가 찍은 멋진 사진엔 벽난로가 안나와서 또 내가 찍은 알량한 사진을 하나 공개하면.. 이렇다. ㅋㅋ

노란 등이 내려와 있고 하얀 의자에 나의 꽃무늬 베낭을 놓아둔 저 자리에서 나는 또 다시 밤샘 번역작업에 힘써야 했다. ㅠ.ㅠ

일단 가방만 방에 들여놓고선 우린 숲길이 아름답다는 리디아 공원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 워낙 작은 도시라 5분 거리에 모든 관광지(?)가 다 있었다.

캠핑하는 가족들도 종종 보이고 맑은 물이 흘러내리던 리디아 공원 산책로를 따라 꽤나 많이 걸어다녔는데, 이 코스 역시 등산 다니는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늘 차로 움직이기 때문에 하루에 500보도 걸을 일이 없다는 은행 지점장님 E언니와 사모님 포스 철철 풍기는 K언니, 그리고 은행원인 나의 친구 S모두 사흘만에 3년치 걸을 거 다 걸었다고 스스로도 놀라워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하늘과 나무, 숲, 잔디... 곳곳에 피어있는 주먹만한 꽃들.. (진짜로 미국은 꽃송이도 정말 크더라!) 싱그러운 공기와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느라 휴대폰을 수시로 꺼낼 마음도 들지 않았었다. 어차피 숲속에선 그늘이 깊어 사진도 잘 안나오고...

영화 매디 카운티의 다리 같은 나무 다리를 여러번 건너 계곡을 이쪽저쪽으로 따라 걷다가 드디어 경사가 급해지면서 등산로가 나타나 미련없이 뒤돌아 나왔다. 

짧기 그지 없었던 애슐랜드 메인스트리트 주변 건물들도 예뻤는데 이상하게 사진엔 잘 안나와서 속상해하며 다 지웠다. 약간 고지대인듯 이미 해가 넘어가기 시작해서 막상 찍으면 죄다 이렇게 어둡게 나오고... 노출을 조절하면 너무 하얗게 바라고...

암튼 이 사진은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너무 예뻐서 지우지 않고 남겨두었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 구경하다 중고 음반가게에서 비틀즈와 콜드플레이 LP판을 살까말까 망설이다 나온 바로 직후였던 것 같다.

여전히 배는 안 꺼졌지만, 딱히 더 할일도 없어서 일찍 저녁을 먹은 후 자쿠지에서 온천욕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거리를 쏘다니다 보아둔 음식점  Hearsay로 들어갔다. 

메인스트리트에 나름 바글바글 젊은 사람들이 많은 음식점도 물망에 올랐으나, E언니가 YELP 앱으로 확인해보니 평점이 안좋다며 다른 곳으로 정한 거였는데, ㅋㅋ 거의 깜깜하고 고전적인 분위기의 이 음식점은 나이든 사람들 취향인지 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몰려들더라는;; ㅋㅋㅋ

인테리어가 이런 식이고, 붉은 벨벳이 덮인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 부담없이 먹기엔 음식값도 비싼 편이라고 나중에 K언니가 슬쩍 귀띔해주었다. 여행에선 무조건 푸짐하게 최고로 잘 먹어야한다는 게 E언니의 지론이어서 우린 늘 행복하게 배를 두들겼고, 주문 받는 웨이터들은 우리가 메뉴를 읊어대면 종종 그만하면 넷이 먹기 충분하다고, 그만 시키라고 말렸을 정도다. 그리고 한국인 뿐만 아니라 동양사람들은 대체로 각각 시킨 음식을 나눠먹는 문화라는 걸 인지한 듯, 나눠먹을 개인접시 줄까? 하고 묻는 경우도 많았다. 옆 테이블 살펴보면 웬만한 미쿡 사람들은 절대 나눠먹지 않는다... 야박하게스리.. ㅋ

스테이크와 해산물 수프, 버섯 리조또만 사진에 남았다. 산처럼 높이 쌓여 나온 치킨 샐러드는 촌스럽다고 깔깔 웃다가 사진도 못 남김. ㅎㅎ 음식은 대체로 흡족해서, 배 안고프다고 언제 그랬나싶게 싹싹 다 긁어먹었다. 온천욕하면 다 소화될 거야, 괜찮아.. 그러면서 애슐랜드에서만 판다는 지역 에일 맥주도 홀짝홀짝. 

원래는 마트에 들러서 과일이랑 맥주나 와인을 사다가 온천욕 하면서 더 먹고 마실 계획이었는데, 다들 술도 너무 약하고 또 배도 심히 불러서 관뒀다. 숙소로 돌아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는 곧장 온천욕만 하기로!

온천 자쿠지는 이런 모습;;

밤이 되니 기온이 내려가서 과연 야외 온천욕을 얼마나 할수 있을까 염려하며, 타월로 둘둘 싸매고 밖에 나갔는데 우와.. 물이 엄청 뜨거웠다! 일본 온천 갔을 때 생각날 만큼 물이 뜨끈뜨끈해서 처음엔 발목만 담갔다가 조금씩 들어가야했다. 우리보다 먼저 온 중년 백인 부부도 풍덩 못 들어가고 발목만 담근 채 우릴 보며 Isn't it crazy? It's so hot!! ? 이라고 아는 척을.. ㅠ.ㅠ 

밤에 온천욕 하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 완전 착각이어서, 좀 있으니 십대 여자애들도 나타나 거침없이 자쿠지에 들어갔다 금방 나와선 찬물 수영장으로 곧장 다이빙! 허허 니들은 역시 젊구나...그랬다. 

샤워를 한꺼번에 할 수가 없으니 친구와 내가 먼저 온천물에서 노닥거리다, 언니들과 바통터치를 하기로 했는데 차가운 공기 속에서 뜨거운 온천물에 몸담그고 땀빼는 상쾌함이란 으어... 정말로 하나도 안추웠고, 빨갛게 달아오른 몸을 타월로 슥슥 닦고는 방으로 돌아가며 좀 아쉬울 정도였다. 

이 사진 역시 마지막까지 남아 온천욕을 즐기고 온 K언니가 공유해준 거다. 당근 나는 휴대폰 챙겨갈 생각도 안했음. ㅎㅎㅎㅎ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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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엇 호텔 회원이라는 E언니 덕분에 여행일정 중 온천리조트에 묵은 날을 빼곤 계속 메리엇 호텔에 묵는 호사를 누렸었다. 회원가라고는 해도 대도시의 경우엔 확실히 호텔비가 비싸서 방을 한개만 빌려 4명이 같이 쓰고, 소도시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며 방을 2개씩 빌렸다고 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방을 두개 얻었을 때도, 한 방에 4명이 묵을 때도 웬만하면 더 큰 방으로 업그레이드 해줬단 호텔측의 생색을 많이 들었고, 당연히 숙소는 매번 흡족했다. 

물가 비싼 샌프란시스코에선 당근 넷이 한 방을 썼는데, 유일하게 조식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샌프란시스코 인심 야박하다고 투덜거렸지만 뭐 그래서 느긋하게 일어나 따로 브런치 먹으러 다닌 것도 좋은 추억이었다. ^^; 

전날 600km 넘는 거리를 (서울-부산 거리가 450km라는 듯) 거의 홀로 운전하다시피한 E언니를 쉬게 하는 의미에서 담날은 늦게 일어나 10-11시쯤 브런치를 먹으러 가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문제는 늘 5시면 일어나 6시에 출근하는 습관을 들인 부지런한 나의 친구 S와 시차적응에 실패한 내가 새벽 6시도 못 넘기고 일어나버렸다는 것. ㅋㅋ 호텔 로비에 스타벅스가 있길래, 그럼 내려가서 커피 한잔 마시고 있자고 했더니만 방에 커피드리퍼가 있는데, 그리고 어차피 아침 먹으러 가서 커피 마실 건데 왜 굳이 또 사마시냐고 친구가 타박... +_+ 정말로 호텔방엔 옛날식 커피메이커가 아니라 1회용 전기 드리퍼와 함께 테이크아웃용 종이컵과 뚜껑까지 완비되어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러고도 로비에 따로 커피 머신과 주스 테이블이 있어서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완전 좋아라... 사진을 열심히 찍는다고 찍었는데 돌아와서 1인용 전기 드리퍼 사진은 죄다 삭제해버렸음을 깨달았음. 에고...

암튼 잠시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출근하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로비 소파에서 친구와 둘이 각자 휴대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언니들이 방에서 내려와 브런치를 먹으러 두 블럭쯤 걸어갔다.

역시나 YELP의 추천으로 골라 간 브런치 음식점은 SOMA EATS라는 곳.

원래 시키려던 메뉴가 있었는데 갓 구워나온 빵도 맛있어 보인다면서 이것저것 언니들이 알아서 주문을 하고, 친구와 나는 얼른 넷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의외로 늦게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딱 떨어지는 정장을 입은 남녀들이 각기 홀로 들어와 테이블을 잡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는 맛있었지만, 근데 여기가 왜 그렇게 유명하다는 거지? 잉글리시머핀과 부리토, 요거트, 크루아상이 맛있어봤자지..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ㅋ 넓은 유리창으로 찬란한 햇빛이 들어오는 분위기는 그래도 엄청 마음에 들었었다.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이름을 딴 상호도 멋지고...

관광객 역할에 충실하느라고, 나중에 아침 먹고 나와서 저 하늘색 의자에 앉아 똥폼잡으며 독사진도 찍었다. K언니가 다짜고짜 빨랑 가서 앉으라고 하심;; ㅋㅋ




난 아무래도 음식사진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성이 부족하다. ㅋㅋ 사람들 못 먹게하고 사진부터 찍는 거 너무 민망해서리... 암튼 그래도 호텔조식 아닌 브런치라 사진으로 남겼음.

좀 조촐하게 보이는 건, 곧 점심을 해산물로 거하게 먹을 거라 배를 많이 채우지 않는 작전을 세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먹다보니 결국 배불러서 오른쪽 페스트리는 싸가지고 감;;

부른 배를 두들기며 호텔로 다시 걸어가 짐을 마저 챙겨 체크아웃을 한 뒤 차로 움직인 곳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리시커피가 유명한 부에나비스타 카페.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이때부턴 오후 내내 해변을 걸어다녔다. 

바 자리에 앉으면 눈앞에서 저 아저씨가 아이리시커피를 제조해 곧바로 내밀어주는데, 우왕.. 위스키가 꽤 많이 들어간다. 술에 약한 친구는 아침부터 길바닥에 쓰러질 수 없다면서 술 없이 그냥 각설탕만 넣고 생크림을 부은 걸로 만들어 달랬다.  

완성된 아이리시커피는 요로케 생겼다. 수년전 대한항공 광고에도 나왔다나 뭐라나... 암튼 뱃사람들이 바다에 나가기 전과 후에 몸을 후끈하게 만들려고 마셨다는 것 같다. 뜨거운 커피를 유리잔에 담아 마시게 된 연유가 뭘지 궁금하지만 아직 검색 안해봄. ㅎㅎ

각설탕이 이 한잔에 세개가 들어가던가... 근데 위스키도 많이 들어가고 커피도 진해서 엄청나게 단 느낌은 없고 독특한 향이 좋았다. 작년이 딱 카페 설립 100주년이라서 뭔가 큰 행사가 있었다는 것 같았음. 

오전부터 사람들이 드글드글, 우리처럼 바에서 아이리시 커피만 먹는 사람들 말고도 본격 테이블에 앉아 다른 브런치 메뉴 점심 메뉴 시키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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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인 18일 화요일 아침. 6시 알람에 눈이 번쩍! 언니들(큰언니의 친구분도 한 명, 총 4명이 여행 일행이었음)은 8시까지 오기로 되어 있었으므로 얼른 씻고 소풍 준비하듯 친구는 달걀을 삶고(남편이 주말 농장에서 키우는 닭이 낳은 유기농 달걀이라면서) 전날 밤 미리 구워 잘라놓은 쥐포와 문어 다리(!)를 챙기고...그러는 사이 나는 치즈케이크 한조각과 커피로 아침을 먹었다. 

친구가 차려준 첫 끼니이므로 기념촬영해야한다고 하니 민망하다고 깔깔 웃는 친구... 원래 아침 잘 안 먹지만, 여행 다닐 땐 삼시세끼 꼭 챙겨먹어야하는 의무감 같은 게 있다. 하루 24시간을 악착같이 활용하려면 체력보충부터 해야하기 때문일까? 

이렇게 매일 고칼로리로 아침을 시작해 열흘 내내 삼시세끼+간식으로 충만한 삶을 산 결과는 역시나 빤한 것이어서, 나는 얼굴에 주름이 모두 펴질 정도로 빵빵하게 보름달처럼 부푼 얼굴로 귀국했었다. 체중도 3kg쯤 늘었었고... 

어행에서 돌아온지 한달도 더 지난  지금 체중은 예전으로 돌아왔는데 빵빵한 얼굴은 왜 때문인지 아직 여전해서,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 좋아졌다'고들 한마디씩 한다. 여행가서 아주 좋았나보구나? 얼굴이 훤하다.. 등등..

그들의 선입견 탓인지, 진짜로 낯빛이 환해졌는지 그건 잘 모르겠고 암튼 동그란 얼굴이 심히 빵빵한 네모가 되어있는 건 사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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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대림창고

놀잇감 2017. 2. 4. 21:49

대학시절 학교와 가까웠던 성수동은 내게 별로 좋은 기억이 없었다. 멀어도 꼭 버스를 타고 등교하는 고집을 부리다 어쩔 수 없이 지각할 것 같은날만 가끔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꼭 내가 뛰어가서 갈아탄 지하철은 순환선인데도 이상하게도 꼭 성수역에서 멈췄다. 지하철 탄 보람도 없이!

그러다 졸업후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말이 미국 의류회사 서울사무소 직원이지, 버젓이 MD 명함을 들고 다녔으되 그냥 본사 디자이너며 검사원들 '따까리'였다. 그래서 샘플 개발이니, 생산 지시니 해서 버젓한 사무실 상담만큼이나 원단공장, 봉제공장, 나염공장을 돌아다녔다. 성수동엔 주요 거래처였던 나염공장이 있어서 한달에도 몇번씩 외근을 나갔던 것 같다. 

주로 벽돌을 쌓아올리거나 철제펜스를 치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어.. 흉한 모양새에다 겨울엔 무지 춥고 여름엔 한증막이던 큼직큼직한 건물들이 즐비한 골목에서 샘플 패턴을 한아름 안고 홀로 택시에서 내리면 공단 특유의 기름 냄새 같은 것에 섞여 가죽 냄새, 찌개 끓이는 냄새 따위가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먹은 나이 만큼이나 오랜 세월이 흘러서.. ㅠ.ㅠ 성수동은 이제 또 다른 문화가 존재하는 공간이 되었단다. 가죽으로 유명한 거리엔 수제화 골목이 생겨나기도 하고, 텅빈 공장 건물에 젊은 작가들이 공방을 차리기도 하고, 갤러리를 열기도 하고... 커피라면 사족을 못쓰는 한국인들이 모여드니 당연히 카페와 음식점도 속속 생겨났대고.

해서 친구들과 이름하여 '성수동 프로젝트' 날을 잡았다. 말이 거창해 프로젝트지 그냥 서울 경기 곳곳에 흩어져 사는 대학 친구들이 성수동에 모여 '힙'하다는 밥집, 찻집, 갤러리, 공방 따위를 구경하자는 거였다. 근데 또 하필 그날은 영하 9도였던가... 칼바람에 귓불이 꽁꽁 얼어 동상입기 직전인 날씨였고, 서로 잘 알아보고 왔겠거니 기대하는 바람에 괜히 헤매다가 제대로 공방과 갤러리 순례는 하지 못했다.

그나마 추위 핑계로 오래 머물렀던 대림창고를 다들 인상적으로 여겨주어 다행.​

​대림창고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벽에 매달려 있던 옛날 간판을 떼지 않고 그대로 둔데다 '컬럼'이라고 적힌 금속제 새 간판은 눈에 잘 안띄어 잘 모르는 사람은 그냥 휙 지나치기 쉽다. 친구들도 문 열고 들어가기 전까지는 뭐 잘못 알고 온 거 아니냐고 나를 의심했을 정도다. ^^;;


​꽤 높은 나무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가면 이런 내부가 나오고

넓은 창고형 공간이 툭 트여있는데... 눈앞에 키네틱아트(?) 작품이 떡하니 버티고 서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 뭔가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

 

​넓은 공간은 다시 가운데 벽을 사이에 두고 둘로 나뉘어 좀 더 어둠컴컴한 카페와 안쪽에 좀 더 환한 느낌의 레스토랑이 있다. 입구 왼쪽 갤러리 위엔 다락방처럼 생긴 2층도 있는 듯.​

사진은 비슷하게 나왔는데 오른쪽 카페가 훨씬 어둡다. 카페 오른쪽 카운터에서 모든 주문을 하고 진동벨을 받은 다음 죄다 셀프로 받아다 먹어야하고 나중에 빈그릇도 각자 반납해야 한다. 가격대도 싸지 않은데 이왕이면 서빙도 좀 해주지... 모델처럼 생신 청년들이 돌아다니며 테이블 정리도 하고 그러던데 좀 더 인건비에 투자를 하시지... 심지어 주말엔 입장료도 만원 받는다고 함!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뜻이려나?

​나중에 찾아보니 대림창고 운영자도 조각가였던가... 예술가이고, 곳곳에 예술작품이 소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주말 입장료도 받는 만큼 정기적으로 작품이 바뀐다는 것 같다. 암튼 추운 겨울에 찾아간 우리는 엄청나게 튼튼해보이고 화력도 좋은 무쇠난로에 홀딱 반해가지고, 저기다 고구마도 구워팔면 좋겠다... 그런 소박한 상상을 했다. ㅋ 여기서 파는 서양 음식들과 안 어울리려나?


아침도 굶었던 터라 배고파배고파 노래를 부르면서 점심 메뉴를 골라 시켰다. 대체로 간도 슴슴하고 원재료에 충실한 싱그러운 맛? 버섯이 잔뜩 올라 있던 피자도 길쭉하게 생겨서 괜히 정겹고 담백한 맛이라 짠 음식 질색하는 친구들 모두 흡족해했다. 파스타도 괜찮다는 평을 받았는데 만오천원 쯤 하는 가격이면 당연히 맛있어야 하지 않나? ;-P 스테이크 종류는 디너 메뉴라며 점심땐 아예 팔지도 않던데 4만원 가까이 했던 듯... 

왼쪽은 샐러드까지 4가지를 시켜서 합이 7만 8천원 나왔던 그날의 오찬 사진이다. 4명이 먹기에 적당했는데 그 중 1명은 워낙 소식하는 사람이라 나 같은 대식가만 모이면 모자랄 지도 모르겠다. ^^; 암튼 스테이크 샐러드는 확실히 맛있었음! 

오른쪽 사진은 옆 테이블에서 시켜놓고 먹길래 모양도 하도 예쁘고 맛도 궁금하여 한참 수다로 배를 꺼뜨린 뒤에 다시 주문했던 디저트 메뉴 '화가의 낮잠'이다. ㅎㅎㅎ 동그란 그릇엔 초콜릿 무스가 담겨 있고 몽키 바나나를 절반 갈라 구운 듯 그 위에 설탕 시럽을 뿌려 굳혔다. 모종삽에 든 흙처럼 생긴 건 과자와 초콜릿 부스러기.. 구운 마시멜로 두 덩어리도 뒹굴고 있는데, 암튼 맛보다도 유화 캔버스를 활용한 플레이팅이 참신하고 너무 예쁘다며 반색했더니... 언젠가 무슨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써먹었던 콘셉트라는 것 같다. 째뜬 뭐 눈요기로 훌륭하고 행복했으니 되었다. 커피는 맛있었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소호나 브룩클린에 온 것 같아!라며 들떠서 꽤나 즐겁게 수다를 이어갔던 것 같다. 나중에 가죽 거리를 헤매고 헤매다 가오픈했다는 작은 소품숍을 만나서 그나마 한 건 했다고 안심하고는 얼른 또 차 마시러 다른 카페로 들어갔었다.

동네 유명해지고 사람들 몰려들면 결국 또 분위기 이상해지면서 거대자본과 대기업이 밀려들어와 제 모습을 잃는 일이 계속 반복되는 걸 본다. 홍대도 그랬고 합정, 상수, 연남동, 가로수길, 북촌, 서촌, 이태원, 망원동까지... 과연 성수동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블로그에 이렇게 자랑과 허세 쩌는 포스팅 하면 나 또한 젠트리피케이션에 한몫 가담하는 것임을 알면서 째뜬 또 지난 일기랍시고 세태에 편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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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

놀잇감 2016. 10. 19. 15:33

배가 고프면 남들보다 심히 화가 나는 성격이라고 알고 살았는데, 요샌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화가 나면 폭식 경향도 보이는 것 같다. 원래도 배고플 때 공기에 밥을 담으면 고봉밥, 머슴밥을 퍼놓고 낄낄대지만서도... (배고플 때 장보면 쓸데없는 물건을 마구 계획없이 사기 때문에 빈속에 마트 가선 안된다는 보편적 진리가 있는 걸 보면 다들 비슷할수도 있겠다)

암튼 점심 준비 앞두고 속상한 문자와 통화를 한 탓에 칼질부터 손길이 마구 거칠어지면서 욕심도 양도 대폭발했다. 정신없이 잘라 프라이팬에 던져넣은 채소를 불에 올려 볶으면서, 그제야 2인분으론 너무 많군,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서 사진을 찍어댔다. 이럴 땐 정말 블로그는 나의 힘, 나의 위로다. ㅠ.ㅠ

1. 점점 비어가는 냉장고 파먹기의 일환으로...양파, 새송이버섯, 브로컬리, 통마늘, 단호박을 대~충 잘라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에 볶는다.


2. 냉동실에 있던 닭가슴살도 해동해서 잘라넣고...(1인당 하루에 고기 100그램 먹어야한대서) 좀 더 볶다가


3. 시판 토마토 소스 서너 숟갈, 면수 한국자(소스 병 헹구느라고...), 우유를 좀 부어 바글바글 끓인다.


4. 왕비마마가 딱딱한 국수 딱 질색이라 알텐테는 집어치우고...10분간 푹푹 끓인 스파게티 면을 소스에 건져 넣고 좀 더 뒤적이다 접시에 담으면 완성. 오늘은 기분전환이 필요해서 나만 스누피 접시에 담아 먹었다. 

5. 포스팅용이라지만 예쁘게 소량으로 담는 연출까지는 귀찮고, 그래도 파슬리 가루랑 파르메산 치즈 가루를 뿌리는 정성으로 마무리. +_+


아니 이거슨... 이탈리아 머슴밥인가 싶게 양이 엄청났는데(원래도 늘 채소가 많아 1인분에 국수 80그램 딱 저울에 재서 삶는데 오늘은 부재료가 많아 150그램만 삶았는데도;;) 사진으로 보니 위에서 찍어서 수북한 느낌이 다행히도 잘 안보인다. 

놀라울 정도로 국제적인 입맛을 갖추신데다 국수 종류는 죄다 좋아하는 왕비마마 덕분에 사나흘에 한번은 파스타를 해먹는 것 같다. 점심 때도 맨날 밥 먹기 싫어서 하루 한끼는 노상 떡만두국, 우동, 칼국수 따위 '분식'으로 돌려막기를 하기 때문이다. 큰 마음 먹고 밀가루 반죽 해 수제비 씩이나 해먹은 날도 이건 포스팅 감이야.. 생각은 하지만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된 상태로는 거기까지 정성이 미치지 못한다. 아이폰을 아끼는 건가? ㅋ 

맛은 어땠냐고? ㅠ.ㅠ 그게 문제다. 뭘 만들어도 기본적인 맛이 보장된다는 거. 요리를 못하거나 싫어하는 친구들을 보면 오히려 종종 부럽다. 본인이 고생할 이유가 없는 거다! 먹고 싶으면 나가서 사먹고 행복해하면 끝. 집에서 자주 파스타까지 대령하면서, 웬만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선 왕비마마를 만족시킬 수가 없다. +_+ 바깥 음식은(특히 음식점 파스타는) 짜기만 할 뿐, 가격 대비 양도 너무 적고 내가 만들어 드린 게 더 맛있다는 총평을 매번 내리심. 녜, 녜, 앞으로도 손수 만들어바치겠습니다요... 

식후 세 시간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속이 그득한 걸 보면, 심히 많이 먹은 건 확실하다. 화나서 폭식하고, 그래서 졸음 쏟아져 낮잠 퍼져 자면 아주 완벽하게 식충이다운 삶이겠으나 다행히도 마감에 쫓겨 그 지경까지는 못감. 커피나 찐하게 만들어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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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나들이

놀잇감 2016. 10. 6. 17:51

공주에 아주 예쁜 밥집과 찻집이 있다는 얘길 듣고 친구 탄신파티하러 다녀왔다. 사람들은 대체 그 외진 곳에 있는 밥집, 찻집을 어떻게 알고 찾아나니는지!

아침엔 약간 흐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더니만 충청도로 넘어가면서는 해가 비쳤다. 남쪽엔 태풍이 몰아치던 날이었는데;; 참 새삼 넓은 나라임을 실감.

저 멀리 계룡산을 배경으로 들판엔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었다. 아직 단풍 들기 이전인데도 눈으로 콧바람으로 가을이구나 느껴졌다.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약선요리 밥집 <신야춘추>의 1층은 차 마시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통유리창으로 멋진 풍경이 내다보이는 방에 통나무 테이블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다

우리가 갔을 땐 이미 다른 팀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어서 사진찍기 민망한 상황이었다. 해서 친구가 예전에 찍어온 사진 퍼왔음. 아주 튼튼해보이는 나무 탁자와 자수, 퀼트 소품들도 인상적이지만, 통창으로 보이는 배경이 더 근사하다. 새빨갛게 단풍이라도 들면 정말 더 장관이라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먹은 연잎밥 정식(아마도;;)의 모습이다. +_+ 반찬이 너무 과하지도 않고 딱 먹을 것들로만 소박하면서도 알차게 차려진 밥상이 아닌지. 텃밭에서 직접 길렀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는데 샐러드에 든 채소도 하나같이 고소하고 달큰했다. 연잎을 형상화한 오이 냉국(?)은 특별히 클로즈업... +_+ 오이는 그냥 보기 좋으라고 띄운 것이고 진짜는 효소를 넣어 담근 냉국 국물이란다. 역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은 법?

​2층 밥상에 앉아서도 커피를 청해 마실 수 있지만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와 다시 티타임을 누렸다. 커피메이커로 드립한 커피를 앙증맞은 수제 코스터 깔고 각기 다른 찻잔에 따라 마시며 또 한번 행복했다. ㅎㅎㅎ

​건물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마당 잔디가 다 패이는 게 속상해서 쪼르륵 물확을 놓아두었단다. 아이고 예쁘다.. 집 주변엔 코스모스와 구절초가 마구마구 피어나 있고...  '보리'라는 이름의 골든리트리버 강아지도 한 마리 뒤뜰에 살고 있었다.


곧이어 밥집 인근의 꽃마당 예쁜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조인성 엄마 차화연씨가 살던 집으로 나온 찻집이라나 뭐라나. 계절마다 마당에 흐드러지게 예쁜 꽃을 가꾸는 걸로 유명한 <담꽃>. 좋은 차를 파는지 찻값은 비싸다 싶었으나 평일에도 손님이 드글드글! ㅋ

제일 바깥쪽 방에 앉아서 마당을 내다보면 이런 모습이다..  군데군데 놓인 물확엔 어김없이 수생식물이나 꽃을 띄워놓는 정성을 보이고. 


현지 주민들보다는 어쩐지 ​'돈많은'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공들여 지은 별장 같은 집들이 곳곳에 서 있는 공주 하신리 마을을 한가롭게 걸어다니며 집구경을 하다가 또 다시 마지막 코스~ 아산 현충사 앞 은행나무길로 향했다. 아직 노랗게 물들기 전이지만 옛날 박통 때 현충사 다니는 권력자를 위해 심고 조성했다는 그 길을 이제는 차가 못다니게 공원으로 가꿔놓았더라. 그러나 떨어져 뒹구는 은행 열매의 향기롭지 못한 냄새 어쩔...!

한강 둔치의 벤치마킹인지 어쩐지 요샌 어느 도시를 가든 하천 변에 산책로와 자전거길, 공원을 예쁘게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좋다는 얘기. 이름 까먹은 하천 옆 한쪽엔 국화밭이, 맞은 편엔 코스모스 밭이 이제 막 피어나 사람들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꽃밭은 한철 장사(?)겠거니, 인공적이라 흉하다 그러면서 내려갔는데 막상 가까이서 보니 옹기종기 예뻐! ㅋㅋ 온종일 친구 덕분에 눈호강 입호강 한 날이었다. 여유롭게 맨날 놀러다니면 참 좋겠다, 그런 생각이 더욱 깊어졌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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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옥

투덜일기 2016. 9. 29. 21:42

식탐녀는 먹을거리로 계절을 실감한다. 옥수수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홍옥의 계절이 왔다. 열흘쯤 전 경복궁 주변 서촌 과일가게에서 제일 먼저 홍옥을 본 순간, 아 홍옥이다! 외치며 사들고 오고싶었으나... 음주하러 가는 길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며칠 뒤 동네 지하철역 근방에서도 홍옥을 만났다. 

등산갔다 오는 길이었는데... 무겁거나 말거나 10개를 골라 사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시절부터 세뇌된, 내 뇌리 속 사과의 개념에 꼭 맞는 빛깔과 모양,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질감은 역시나 뭐니뭐니해도 홍옥이다. 아으 맛있어라...

오늘도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먹으려고 보니.... 아 이건 또 동화 <백설공주>에서 마녀가 일부러 독을 넣어 공주를 유혹하려고 만든 사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녀는 분명 이 노란 부분을 깨물겠지. ^^; 나머지는 잔뜩 독이 들었으렸다~!

나는 백설공주 코스프레를 하듯 새빨간 부분부터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당연히 맛있어, 맛있어! ㅋㅋ 추석때 제수용품으로 샀던 큼지막한 홍로 사과는 복불복이어서, 아삭한 것도 있고 푸석한 것도 있고 맛도 제각각이었다. 헌데 이 홍옥은 크기도 작은데 안에 꿀(?)까지 들었다. 진짜로 꿀인지 어쩐지, 꿀사과라고 파는 건 안을 잘라보면 과당이 뭉친 듯 투명한 결정 부분이 존재한다. 근데 홍옥이자 꿀사과라니 꺄오...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다는 생각에 깨물기 전에 이 사진을 찍어놓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노라니 또 다른 사과 생각이 났다. 딱 요정도 크기였던가, 아니 훨씬 작았던가... 낯선 나라 과일가게에서 딱 백설공주에 나올 법한 새빨간 사과를 발견하고는 얼른 골라담아 호텔방에서 아침저녁으로 와그작와그작 깨물어 먹었더랬다. 


사진으로도 찍었었지.. 싶어 찾아보니 있긴 한데... ㅋ 화질이 아주 구리다. 

사과보다 엄지손가락 거스러미가 더 눈에 띄는 건 자격지심이겠지비... ㅋ 이제보니 터키에서 먹은 이 사과는 훨씬 더 작았었다. 기억에 남은 맛은 오늘 먹은 홍옥보다 좀 더 새콤했던 것 같고, 씹는 질감은 좀 더 단단했다. 그래도 이것은 홍옥이여~ 그러면서 기뻐했었지.  

시간이 기억을 왜곡하고, 일그러진 기억은 또 자체 보정을 거쳐 마치 생생한 '사실'처럼 내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을 텐데, 난 '남들보다 좋은 기억력'을 주문처럼 외우며 틀림없는 진실로 남들에게 들이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 또한 꼰대짓이고 옛날 사람 인증이다. 


흠...

한동안 멀리했던 블로그질에 다시 열을 올리는 이유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ㅠ.ㅠ 번역서의 역자후기 마무리를 도무지 하지 못해서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제대로 생각이 들어가고 고민이 깃든 글을 쓰지 않다보니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 

책도 안 읽으면서 무슨 글 타령이냐 싶고, 머리가 드디어 깡통이 되었구나 반성하며 그래도 방바닥에 굴러다는 책 가운데 젤 만만한 걸로 집어들었더니 거기서,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어야 글 쓸 자격이 있다는 글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맞다.  매일 써지는 글의 가벼움과 한계도 물론 존재하지만, 어쨌든 어딘가 몇줄이라도 생각을 적어놓는다는 것의 즐거움이 분명 있었는데, 더는 진득하게 앉아서 배설해내는 짓거리도 하지 않고 살았구나 싶었다. 여기다도 후다다닥 얄팍한 자랑 아니면 푸념만 반복했을 뿐.

하여간에 그래서 또 이렇게 반성모드로 포스팅을 하다보면 글이 글을,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아이디어를 물고 꼬리를 잇는 마법 같은 것이 벌어지려나 기대하면서 이렇게 낑낑대고 있다. 이러면서 난 어떻게 글줄로 밥벌이를 계속 하려는 것이었는지? 참 나. 어이가 없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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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놀잇감 2016. 8. 3. 00:00

​올 7월은 이상스레 엄청 길게 느껴졌다. 탄신파티 몇번 하고 나면 후딱 가버렸던 예년의 7월과 달리, 옥수수 농장에 주문해놓고서도 익기를 기다리기까지 며칠간이 한참 걸린 것 같고, 월초에 두번이나 갔던 등산은 아주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진다. 

탱자탱자 거의 먹고 놀려니 오히려 블로그질엔 소홀했다. 게다가 몇달에 한번씩 마감이 있다가 2주마다 마감에 쫓기려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느긋하게 글을 끼적일 여유 또한 사라졌다. 또한 그간 책도 멀리하고 문화생활도 잘 안하고 탱탱 빈 머리를 통 채우질 않았더니만, 말이든 글이든  문장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힘들어 어디 해먹겠나 싶을 때가 많다. 글줄로 밥벌이 계속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작년 쯤부터 어느덧 또래 친구들이 대화 중 <그거 뭐야>, <그게 뭐지>를 거의10초마다 추임새로 넣는 걸 내가 막 놀려먹으면, 너도 좀 있어봐라, 머지 않았다는 협박성 예언을 들었는데, 정말로 나 역시 파닥파닥 낱말이 떠오르질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뭔가를 설명할 때 서론도 길고 말이 긴 인간인데 이젠 거두절미하고 요점만 잘 추려서 말하는 법을 새로 익히기라도 해야할 것 같다. 

어휘를 더 잃어버리기 전에 우선 책, 책, 책을 읽어야해! 라고 생각을 하지만 더운 날씨 핑계로 몇달째 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도 이러면서 무슨 책 안읽는 국민들 탓을 하고 난리냐, 급반성.

탁상 달력을 오늘에야 8월로 넘기려니 7월엔 칸칸이 뭐가 이리도 적힌 게 많은지... 웃겨서라도 기록을 해놔야지 싶었다. 


1. 등산: 북한산(정릉코스), 양평 소리산

북한산이 명산인 건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정릉 계곡이 그렇게 깊고 청량한 줄은 정말 몰랐었다. 까마득한 옛날에 소풍도 가고 그랬는데 완전 새로운 느낌. 언제고 북한산을 능선따라 한번 종주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멋 모르고 부모님 따라갔던 것처럼... 송추에서 우이동까지? ㅋㅋ 

양평 소리산 역시 계곡이 일품. 비 많이 내린 며칠 뒤에 가서 계곡물 구경 제대로 했지만, 곳곳에 바위가 미끄러워서 애도 많이 먹었다. 낑낑대고 올라갔다 내려와서 시린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노는 게 좋아지면서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는 건가 민망하다. 예전 같으면 등산화 벗는 거 귀찮아서 절대 싫다고 했었는데 ㅠ.ㅠ 

2. 영화: <굿바이 싱글>, <귀향>, <내부자들>, <의궤, 8일간의 축제>, <제이슨 본>

 <굿바이 싱글>은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아무 기대없이 보러 들어갔다가 의외로 재미나게 눈물도 흘리며 봤다. 김혜수, 마동석 연기야 뭐 믿고 보는 거라 치고, 서현진이 마동석 부인으로 나왔다는 거! ㅋ 요샌 영화든 드라마든 아역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듯. 십대 미혼모로 나온 김현수 연기가 대단하다 싶었다. 김혜수한테 안 밀려! ㅎㅎ

<제이슨 본> 돌아온 맷 데이먼! 말이 필요없다. 기억도 다 돌아온 마당에 더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ㅎㅎ 기대를 했는데도 그럭저럭 좋았다. 주말에 빈 자리 하나도 없는 극장에서 몸을 움찔움찔 하며 봤음. 폭력은 너무 과하지 않을 정도이고 늘 그렇듯 액션과 추격 신은 풍부하다. 

뒷북으로 본 <귀향>, <내부자들>은 볼까말까... 벼르다가 본 거라서... 그냥.. 의외로 좋았다, 고만 쓰련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KBS다큐멘터리 3부작인가로 다 본 건데도 영화판으로 한번 더 보며 눈요기했다. 리움 미술관에서 봤던 화성능행도 그림들을 떠올리면서..


3. 공연: <ONE LOVE> 콘서트 @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따라 묘한 팬질을 하고 있다. ㅋㅋ 토요일 낮공연엔 유열, 이사벨, 임태경이 차례로 나와 노래를 서너곡 씩 불렀다.  판매수익이 재난구호단체에 기부된다고 해서 사실 대단히 부실한 공연을 고가에 보고도 그리 분노하지 않았다. 백주년 기념관의 지나치게 빵빵한 에어컨에 놀란 몸이 심한 냉방병에 걸려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라 공연 중간에 밖으로 뛰쳐나가기까지.. ㅠ.ㅠ 했던 것과 상전벽해가 따로 없구나 싶었던 놀라운 백양로 풍경이 더 기억에 남았다. 


4. 드라마: <굿 와이프>, <닥터스>

박신혜의 은근 팬이라 <닥터스>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오글오글 병원에서 의사들이 연애하는 얘기 뻔하다며 많이 접어줬는데도 느글느글 김래원표 홍지홍 쌤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워졌다. 특별출연하는 배우들도 대단. 어제 오늘은 남궁민이랑 애들 때문에 눈물 찔끔.  

<굿 와이프>는 케이블 TV 챙겨보기 어려워서 안 보고 있다가 주변의 추천으로 뒷북 탑승했다. 와... 다들 왜 보라 그랬는지 알겠다. 전도연은 비뚤어진 입 때문에 한쪽만 더 깊어진 주름까지 아름다운 자태로 김혜경 변호사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고, 유지태의 폭발할 듯한 존재감이 대단하다. 유지태한테 좀 밀리긴 하지만 윤계상도 그만하면 잘하고 있고 , 무엇보다도 법조계와 정재계 비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죽겠다. 누가 정말 나쁜 놈인지도 아리송...  그게 매력이다.   


5. 먹는 게 남는 것이 아니고, 사진으로 남은 먹거리 ^^;

이젠 식상해져서 예전처럼 음식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푸드포르노 트렌드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민망하면서도 얼른 사진으로 남겨둔 음식의 자태를 가끔 휴대폰으로 넘겨보며 뿌듯하다. 그래, 이날 이건 이런 맛이었지... ㅠ.ㅠ

하지만 음식과 함께 그날 같이 있었던 사람들, 주고받은 이야기도 함께 떠오르기 때문에 내겐 그 또한 소중한 기록이다. 나 이렇게 잘 먹고 잘산다는 과시형 목적보다는 정보공유 차원이라는 핑계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긴 나도 여기가 젤 편하다니깐요...

라뮤즈 드 연희의 음식들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프스테이크, 라구 파스타, 리코타 치즈 샐러드, 라뮤즈 버거다. 룸이 여럿 있는 모양이어서 가족모임하기 딱이었는데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진다면 흠... 글쎄 ^^; 괜찮은 것도 같고. 브런치나 런치 세트 메뉴는 가격도 괜찮아 보였지만, 우린 샐러드 제외 1인 1메뉴가 필요한 대식가 부대이고 저녁 시간이라, 200g짜리 고깃덩어리도 좀 작아보였다. 300g짜리를 시킬 걸 그랬나 했었음. 10명이서 스테이크 다섯 접시, 버거 2개, 파스타3개, 샐러드 4개 완전 클리어! 그나마 파스타 1개는 나중에 추가주문했는데 실수로 주문이 안들어가서 안 먹고 나왔음. ㅋㅋ 밖에서 스테이크를 잘 안 사먹어봐서 가격대를 모르겠다....  ㅎㅎ  대체로 맛있게 먹었고 친절해서 음식과 서비스 면에선 좋았다. 많이 먹었다면서 나중에 아이스커피 서비스로 줬음. 일방통행 골목에 있고 주차장도 없는 2층 주택 개조 레스토랑이지만, 골목 입구에서 발레파킹 가능!  담엔 맥주랑 안주를 먹으러도 한번 가보고싶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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