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건 좋다'에 해당되는 글 51건

  1. 2014.02.06 AI야 가라, 닭고기는 맛있어~ 4
  2. 2013.06.25 다시마의 용도, 정말일까? 9
  3. 2013.05.04 제니스 브레드_연희동 11
  4. 2013.03.14 혜화동 나들이 6
  5. 2013.03.05 2월에 놀고먹고
  6. 2013.02.08 다시 그 자리 11
  7. 2013.01.18 올림픽 수제비 10
  8. 2012.11.16 그리고 부산 6
  9. 2012.09.08 달걀 삶기 8
  10. 2012.08.27 여름 다 지나고 빙수 12

제목을 적고보니 뜬금없이 노인들이 제일 좋아하는 폭포가 '나이야가라'라는 관광버스 유머가 생각났다. -_-; 암튼 인간의 탐욕 때문에 좁고 더럽고 스트레스 심한 환경에서 사육된 조류들의 질병이 더는 생겨나지 않도록 세상이 좀 바뀌면 좋겠다. 읽혀 먹으면 닭고기 오리고기는 아무 문제없다고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대도 마트나 시장에서 일단 닭과 오리를 사기가 힘들어진 것 같고 (특별 할인 스티커를 붙이고 있지 않으면, 아예 매장에서 제품이 잘 보이지 않는다) AI가 수도권까지 퍼졌으니 죄다 살처분하고 나면 당분간 닭고기 오리고기 값은 고공행진일듯. 이런 악순환은 좀 어떻게 안되겠니!

 

먹거리 포스팅이 뜸하다는 나무샘의 요청에 힘입어, 그리고 AI가 수그러들기를 바라는 닭고기 애호가의 마음으로 그간 먹어댄 닭고기 음식 사진을 모아보았다. 닭고기는 정말이지 어떻게 요리해도 맛없기가 어려운 재료가 아닐지. 내가 다 애정하는 집들인데, AI 때문에 닭수급에 어려움이나 심히 겪지 않기를 바란다.

 

1. 동대문 원조 닭한마리 칼국수

 

내가 동대문 시장 뒷골목에 자리잡은 양푼 닭한마리 칼국수를 처음 접한 건 90년대 초. 같이 졸업한 학교 선배가 동대문 근방 청계천변에 헌책방을 인수했고, 개업 축하 비슷하게 친구들과 몰려갔던 날 선배가 닭고기의 신천지를 소개했다. ^^;

등에 감자를 꽂은 닭 한마리가 통째로 냄비도 아니고 커다란 양푼에 담겨 나오는데, 시커먼 가위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어설프게 가위질을 할라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어우... 근데 겨자와 간장 식초 따위를 넣은 양념장에 찍어먹는 닭고기 맛이 그야말로 신세계! 인근 시장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술집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자주 갈 기회도 없었는데 회사 생활 때려치우고 번역을 한답시고 준백수처럼 대낮엔 학원다니고 나이 어린 친구들과 몰려다니게 되자,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닭한마리 칼국수를 먹으러 가기에 이르렀다. 외국인 선생들이 이런 험악한 음식을 더 좋아할줄이야! (국물까지 싹싹 저 양푼을 바닥까지 비우고는 뿌듯해하며 여럿이 양푼 쳐들고 찍은 엽기 관광객 모드 사진도 어딘가 있다) ㅎㅎ 암튼 동대문에 밀리오레, 두타 같은 패션타운이 생겨나면서 야시장 구경을 수시로 다녔던 시기까지 겹쳐, 30대 중반까지 참 많이도 먹으러 다녔다. 그러나 그 뒤로 너무 유명해지고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점점 외국 관광객들을 포함해 찾는 사람들도 많아져 줄을 오래 서야하는 게 싫어 이젠 아주 많이 별러야 가는 정도. 정 먹고 싶으면 집에서도 비슷하게 흉내내서 끓여먹기도 하는데, 맛을 똑같이 낼 순 없다. 그러니 노상 그렇게 사람들이 많겠지. 90년대에도 이미 주인 할머니는 여름 내내 하와이 별장에 가서 쉰다는 둥, 빌딩이 수십채라는 둥 갑부설이 나돌았었다. ^^; 저 사진을 찍어온 날은 울 엄니까지 대동하고서 추위를 뚫고 동생네랑 갔었는데, 노인 동반 대가족 프리미엄 덕분에 줄 서 기다리는 남들보다 금방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하이고, 그러고 보니 20년 넘게 다녔다는 얘기다. 중간에 가게에 불도 나고 아들이 분점 내면서 맛이 변했네 어쨌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째뜬 20년 넘게 안 없어지고 건재하는 게 고맙다. 시장통 골목 음식점이라 위생이니 친절이니 꼼꼼하게 따질 순 없지만 묘한 중독성을 지닌 맛인 걸 어쩌겠나. 추릅.... 올 겨울 가기 전에 한번 더 가봐야지. 

 

2. 춘천 우성 닭갈비

 

작년 가을 남이섬에 갔을 때 선착장 근처에서 도저히 닭갈비라고 부르기에 화나는 수준의 닭갈비를 먹고는 춘천 원조 닭갈비를 먹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결국 그 다음 달에 다녀왔다. ㅋㅋ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명동 닭갈비 골목 말고 춘천 시민들이 간다는 바로 그 우성 닭갈비! (파피야 고맙다 ^^;)

삽처럼 커다란 뒤집개가 아주 인상적이지 않은가? ㅎㅎㅎ

원래 닭갈비는 숯불에 구워먹는 거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닭갈비는 저렇게 철판에 볶아먹어야 제맛인 것 같다. 방산 시장 가서 저런 철판을 사다가 한번 해먹어보면 비슷한 맛이 나려나 늘 궁금한데, 그런 수고를 들이느니 그냥 춘천으로 먹으러 다니는 게 낫지, 그러며 참는다. 알싸하고 시원한 동치미까지 곁들여 먹으려면 암.. 가서 먹어야하고 말고.

이날 꽤 아침 일찍 서둘러 갔기에 내 생각 같아선 소양댐도 올라가고 청평사도 가고 그럴까 싶었으나, 동행의 반대로 소소하게 공지천 산책길만 둘러보고 춘천MBC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고는 휭하니 올라와 좀 아쉬웠다. 순전히 닭갈비 먹으려고 춘천 가는 여자다 나. ㅋㅋ 

 

 

3. 부암동 계열사 치킨

 

부암동 치킨집이 서울 3대 치킨에 든다는 말을 들은 터라, 김환기 미술관 구경갔던 날 꽤나 벼르고 기대해서 찾아간 곳.

요즘 추세처럼 튀김옷에 온갖 양념과 자극적인 맛을 첨가하는 게 아니라 옛날 방식으로 담백하게 튀겨낸 치킨이었다. 치맥은 진리~ 라며 생맥주 한잔을 들이키며 먹으니 맛은 있었지만, 진짜로 이게 서울 3대 치킨이라고? 하는 의아한 마음이 들었음. 물론 치킨과 같이 나오는 큼지막한 감자튀김이 흡족했고 둘이서 배가 터지도록 바구니를 싹 비웠지만, 소문처럼 그렇게 몇시간씩 줄 서서 사먹을 만한 맛인줄은 잘 모르겠다. 다행히 이 날은 춥기도 했고 평일 저녁이라 줄을 서야하는 문제 따윈 없었으나, 우리가 나올 무렵엔 거의 자리가 없었다. 듣자하니 맥주를 제외한 안주메뉴는 추가주문이 안된다고. 골뱅이 세트도 있는데 그런 건 앉자마자 시켜야한다는 뜻. 켁.. 하여간 저 한바구니에 2만원이다.

나중에 부암동 주민께 물어보니, 원주민들은 이집보다 되레 그 골목 안쪽에 있는 다른 치킨 집 맛을 더 쳐준다고... 나중엔 그 집에 가서 한번 먹어보고 비교해야지.

 

 

4. 백숙

 

 

사실 닭고기는 집에서도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 해먹는 것 같다. 백숙과 안동찜닭을 번갈아 해먹는 중간중간 닭안심을 사다 얼려두고는 스파게티에도 넣으니까. 하지만 토종닭 백숙은 뭐 딱히 요리랄 것도 없어서 사진을 찍어둘 생각도 하지 않는데, 차례상을 차릴 때마다 서식 안내서를 들고 낑낑대는 동생들을 불쌍히 여겨 언젠가 찍어둔 사진이 생각났다. ^^;

우리집은 제기 설거지를 최대한 피하고 얼른 우리가 상 차려 먹을 수 있도록 기름기 있는 음식은 죄다 접시에 올려 제기로 받치기만 한다는 사실~!

그러고 보니 요번 설날 차례 때는 단감을 사과 왼쪽에 둔 것 같은데 쩝;;; ㅋㅋㅋ 

하여간 차례나 제사때는 어쩔 수 없이 저렇게 껍질째 통닭을 삶지만, 평소 먹을 땐 끓이기 전에 껍질과 꼬리, 온갖 지방을 완전히 제거한 뒤에 담백하게 삶는다. 차례와 제사 때도 통대파와 통마늘 듬뿍 넣고 푹푹 삶아 건져버림. 순전히 산자들이 맛있게 먹기 위한 음식이라규~ 

 

 

5. 단호박 치킨 파스타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마지막 닭안심을 녹여서 바로 어제 해먹었다. 사진 찍을 줄 알았으면 좀 더 예쁘게 담았어야 하는데, 가지런히 담았던 엄마 접시는 이미 시식중이셨고, 마침 모짜렐라 치즈 얹은 파스타 해먹는다는 자랑에 친구가 사진 보내보라고 해서 찍은 거라 민망타. 

냉장고에 있는 채소랑 마늘, 닭고기 대충 볶다가 우유 붓는 걸로 화이트소스 끝. 

닭고기는 정말 어디에 넣어도 어울리는 재료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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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장을 보러 가면서 먼저 건어물 가게에 들러 이것저것 달랬더니 금액이 꽤 나왔다. 아주머니가 그밖에 제사에 필요한 물건 빠뜨린 거 없느냐고 막 챙겨주면서 탕국에 넣을 다시마는 있나? 하고 물었다. 마침 집에 다시마는 똑 떨어지고 없었기에 도리질을 했더니, 하나 '서비스'로 챙겨 봉투에 담아주며 중얼중얼 읊조리듯 말했다. 탕국엔 왜 꼭 다시마를 맨 위에 얹나 몰라...

 

엇, 그러고 보니 뼈대있는 집안도 아니고 제사 전통도 대충 이어온 우리집에선 탕국에 딱히 다시마를 얹지 않는다. 근데 다시마 조각을 얹은 탕국을 본 기억은 대단히 또렸했다. 어디에서 봤더라...(종묘 답사 갔을 때 본 것도 같고;;;) 궁금해하며 집에 돌아와, 서비스 다시마 얻어온 사연을 자랑삼아 이야기하며 왕비마마한테 물었다. 탕국엔 다시마를 얹는 거라던데 이유가 뭐냐고. 왕비마마의 입에선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아 글쎄, 조상신이 제사음식 묶어가라고 다시마를 좀 기름하게 잘라 탕국 위에 올리는 거란다. 푸핫. 푹푹 끓인 다시마로 어떻게 음식을 묶어간다고! 게다가 우리집 탕국엔 다시마를 올려놓아본 적이 없는데!

 

근데 쇠고기 무국 끓이면서 생각해보니 참 재미있는 발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왕비마마의 말이 맞다면 옛날 사람들 진짜 아기자기하지 않나? ㅋㅋㅋㅋ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전주이씨 XXX파 후손이신 왕비마마가 질문을 듣자마자 1초도 안돼서 내놓은 답이니 상당히 신빙성이 있을 것 같긴 한데, 폭풍검색을 해보아도 탕국 다시마의 유래에 대해선 잘 확인이 안된다. 지방마다 탕국에 넣는 재료도 좀 다르고 해서...

 

어쨌거나 나는 킬킬대며 얻어온 다시마를 좀 길게 잘라 넣고 국을 끓였고, 탕국을 풀 때 제일 두툼한 다시마 조각을 하나 골라 수북하게 쌓은 고기와 무 위에 척 얹어 들여보냈다. 종교도, 영혼의 존재도, 사후세계도 믿지 않지만 어쨌든 제사를 빙자해 친척들 모여서 다 같이 밥먹는 데 깊은 의미가 있다는 쪽에는 나도 동의하는 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짧은 다시마로 음식을 묶어간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신묘한 귀신이 뭘 못하겠어! 라지만 창살도 문도 못 뚫고 들어와 제사 전에 문을 열어주어야 하는 건 어쩌라고? ㅎㅎ) 앞으로도 탕국에 다시마 올리는 건 재미 삼아서라도 빼놓지 말아야겠다. 누군가가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러주더라도 뭐, 다시마 넣으면 국물 맛이 깊어지는 거야 진리 아니겠나.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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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샌드위치랑 초콜릿 스콘이 맛있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속으로 혼자 팬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홍대 제니스 브레드가 작년 6월엔가 문을 닫았었다. 여기다 수제 햄버거랑 비교 포스팅까지 했었는데 두 집 다 문을 닫다니, 내가 입방정을 떨어서 사달이 났나 싶기도 한 것이 좀 허망했다. 제니스 카페엘 가면 점심때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쉬 가게 되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홍대 나가본지 백만년은 된 느낌. +_+

 

아무튼 뭐 그냥 잊고 살고 있었는데, 요번에 가정의 달을 맞아 밥 먹으러 어디로 가야하나 연희동 맛집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사실! 제니스 브레드가 최근 연희동에 오픈을 했다는 게 아닌가! 오호라... 낭보로다. 홍대근처 번화가가 합정동, 상수동까지 확대되다가 급기야 행정구역을 달리해 연남동까지 넘어온지 오래다. 하기야 연남동엔 옛날부터 맛있는 기사식당 골목이 유명했고, 화교들이 많이 사는 연희동엔 중국음식집을 중심으로 온갖 종류의 음식점들이 성업중이었다. 그러더니 요샌 골목골목 보세옷집이며 예쁜 카페, 커피 볶는 집까지 연희동마저 약간 홍대'삘'이 나면서 대단치도 않다. 좁아터진 이면도로와 일방통행 골목길이 점심시간이면 자동차로 가득 차 오가기도 어려울 정도.

 

제니스 브레드도 그런 연희동엘 입성한 거다. 나야 그저 고마울 따름. ^^;  위치는 사러가 쇼핑 옆골목이며, 1층엔 빵만 팔고 2층엔 음식점이라는 정보만 알고 스콘 사러 갔다가 지난주말엔 일방통행 골목을 헤매다 '제니스'라는 영어 간판을 발견하고 엉뚱한 커피 집엘 먼저 들러서 빵 내놓으라고 했었다. 바로 뒷골목 비슷한 위치에 '제니스 커피하우스'가 있는 걸 내 어찌 알았겠나. ㅎㅎㅎ 난 서로 관련 있는 줄 알고 제니스  브레드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민망하게도 모른단다.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안다고. 켁. 작년만 해도 개인 주택이었던 곳이 죄다 음식점, 카페로 변하는 것도 서교동, 상수동 운명이랑 비슷하다. 연희동 밥집에 밥먹으러 가면서 주변에 마당 넓은 양옥집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쩝... 제니스 그 집도 커피 향기가 엄청 그윽하고 유혹적이었다.

 

아무려나, 구운 가지 넣은 샌드위치와 초콜릿 스콘이 눈에 밟혀(저녁이라 스콘은 다 떨어지고 없었다) 결국 일주일만에 다시 가게 됐다. 샌드위치 런치세트도 먹고 초콜릿 스콘도 사왔으니 원풀이를 다 한 셈인데, 좀 아쉽다. 요즘 워낙 파스타가 대세라서 그런지 파스타는 종류가 많은데, 샌드위치 메뉴는 서너가지로 확 줄었다. 특히나 내가 아끼던 '멜라자네'가 더는 없었다. ㅠ.ㅠ 버섯 샌드위치도 없고... 흑... 애당초 제니스 카페테리아의 시작이 샌드위치였어도, 유행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요즘 사람들 파스타는 한 끼니로 먹는 사람 많지만, 같은 가격에 샌드위치나 수제햄버거를 사먹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 동생네 햄버거집도 그래서 망한 거 아니겠나. -_-;;  해서 나도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는데, 나름 절반의 성공이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내가 시킨 샌드위치는 이름도 모르겠고, 왕비마마가 드신 건 쇠고기 샌드위치. 

오늘의 수프는 양송이 수프였는데, 우리 모녀 입맛에 약간 짰다는 점을 제외하면 '엄청' 맛있었다. 아웅... 치즈가루랑 바삭한 그루통의 위용을 보라!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시원하게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있었다. 내가 시킨 건 구운 호밀빵 사이에 토마토랑 치즈, 루꼴라가 들어가 담백한 맛. 다만 틀니파 왕비마마는 빵이 딱딱해서 입천장 까지겠다며 하나만 맛보셨음. 오른쪽 불고기 샌드위치는 맛은 괜찮았는데 역시나 고기양념이 우리 입맛에 심히 짰다. 집에 와서 물 엄청 마셔댔음. 멜라자네 샌드위치가 없다는 것 때문에 심술이 좀 났는지, 오늘은 웨지 감자도 덜 바삭했다고 생각;; ㅋ

 

제니스 브레드와 제니스 카페가 같이 있는 셈이라, 파스타 메뉴가 훨씬 다양하니 다음엔 파스타엘 도전해봐야겠다. 2층 양옥을 개조한 구조라서 마당에 차도 석대쯤 주차가능하고, 1층 가운데는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인듯?, 카페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은 오른쪽에 있다.  2층 전체를 다 사용하니까 시야가 툭 트여 굉장히 넓은 느낌이 들고 쾌적하다. 지난번 제니스 브레드는 천장이 유독 낮아서 아늑하긴 해도 좀 답답한 느낌이었다면, 여긴 테라스 좌석도 있고 테이블이 꽤 많다.

 

배고파서 얼른 들어갈 욕심에 계단 올라가며 대충 난사한 전경사진과, 배불리 먹고 나와서 또 빵집에 들러 역시나 민망해 하며 후딱 한장만 찍은 빵사진은 그나마 잘 나왔는데 여러번 눌러댄 실내 사진은 죄다 흔들렸다. ㅋㅋㅋ 그나마 샌드위치 사진이 흡족하게 나와 다행.

 

초콜릿 스콘은 예전과 달리 진열장 안 쟁반에 있어서 촬영 포기. 네 개 남은 거 다 싸달라고 해서 잘 모셔놨다. 내일 조카들이랑 디저트로 먹어야쥐;; 갓 구워나온 빵들 보니깐 배 부른데도 욕심이 나서 크랜베리랑 견과류 들어간 바게트 빵이랑 치즈 들어간 치아바타랑 또 뭘 샀더라... 암튼 대체로 여기 빵은 내가 좋아하는 거칠고 찝질한 맛의 빵이다! ㅋ 달콤한 건 초콜릿 스콘밖에 없을지도 모름. 주택가에 들어선 때문인지 처음 빵 나오는 시간이 무려 아침 7시 반이라고 적혀 있었다. 걸어가는 거리에 이런 빵집이 있어서 아침에 따끈한 빵 사다가 먹으면 좋겠다는 로망을 잠시.. 품었음(퍽도 니가 빵 사먹을라고 아침 일찍 일어나겠다 야... 쳇;;). 에효. 

 

저녁 7시 이후엔 빵집은 문을 닫지만 일부 빵은 2층 카페에서 살 수 있단다. 매일 11시 반부터 4시까지(맞겠지? 전에도 그랬으니깐;;)는 샌드위치와 파스타 가격에 런치세트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아닐지. 평일에만 런치세트 파는 집이 대부분이다보니...  또, 전에는 커피랑 녹차, 청량음료만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늘 보니 오렌지주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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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쪽으로 나가 놀일이 그간 통 없었다가 간만에 어제 혜화동을 누볐다. 맛있는 커피집을 소개받기로 했던 게 지난 여름부터였는데 벼르고 벼르다 두 계절이나 지난 뒤에 드디어 성공. 향기롭고 맛있는 반나절을 보낸 행복감에 쓰다 만 밀린 포스팅들 죄다 제쳐두고 그 자랑부터 해볼란다. 요즘은 다들 입맛이 까다로워서 카페마다 커피는 웬만하면 다 맛있는 편이지만 간만에 원두까지 장만하고픈 집을 만난 게 어찌나 반가운지.  

 

위치는 번화한 대학로 쪽이 아니고 혜화동 로터리에서 주유소 옆 도로로 좀 올라가다 왼편 골목 안에 있다. 이렇게 써놓으면 누가 찾아갈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흥미가 있다면야 방법은 있겠지. 원래 나는 그렇게 친절한 맛집 안내 블로거가 아니라 항상 먹고 논 거 슬쩍 자랑 수다에 치중하는 사람. ㅋㅋ

 

 

오래된 좁은 한옥을 개조해서 만든 집이란 것도 나에겐 무조건 가산점! 혜화동에도 가만 보면 아직 한옥들이 점점이 박혀있긴 하지만 대부분 폐허에 가깝던데 반갑기도 하여라...

 

<Lim's Coffee>라는 곳인데 이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기만 해도 고소하고 향기로운 커피 냄새가 풍겨와 황홀했다. 직접 볶은 원두도 팔지만 로스팅 교육도 하고 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요즘은 일하기 싫은병에 이어 '뭐든 배우고픈 병'에 걸렸는지 순간적으로 로스팅 교육 받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_-;) 자체 개발해서 이름 붙인 커피와 직접 블렌딩한 커피도 여러종류인 듯했다.

 

어제는 '케냐투샤'라는 커피를 추천해주어서 드립으로 마셨다. 드립 커피 가격은 6천원 정도였던 듯. 드립커피야 어디나 좀 비싸지만, 여긴 원하면 다른 종류로 커피를 얼마든지 무료 리필해 마실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시간만 늦지 않았으면 나도 세잔까지 마실 욕심을 부렸겠지만... '만델링'을 두번째로 마시고 참았다. 진하게 볶은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라 요새 집에서도 케냐AA를 마시고 있는데, 이집 커피는 특히나 진하면서도 고소한 맛과 향을 높이는 로스팅 비법을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만델링 원두를 사와서 오늘 내가 어설픈 솜씨로 드리퍼에 내려 마셨는데, 오오 어제 전문가 솜씨보단 못해도 맛있게 내려졌다. ^_______^  좀 전엔 모카포트로 에스프레소 추출해서도 다시 마셔보고 간만에 카페놀이에 흠뻑 빠졌음.

 

게다가 드립커피 담아주는 커피잔도 예뻐! ^^; 손님마다 커피잔을 달리 주는데 처음 마신 커피잔은 연분홍색이라 사진이 잘 안나왔다. 음식 앞에두고 여러컷 사진질하는 건 민망해서 달랑 한장 찍고 얼른 먹고 마시는데 집중하는 편이라 처음 마신 커피잔 사진은 못 올리는 것이 아쉽다. 아래 두 사진은 두번째로 리필해달라고 해서 등장한 '스프링 왈츠'와 만델링. 자체 블렌딩해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뽑아주는 커피도 여러 종류가 있어서, 강하게 볶은 '하드락'이란 것도 있다고. 담에 가선 그걸 마셔봐야겠다고 결심.   

머그잔 모양이야 특별할 것도 없지만, 색달랐던 건 오른손잡이의 경우 안쪽 로고가 본인말고 상대방 쪽에서 볼 수 있게 인쇄되었다는 점. 크레마로 뒤덮인 머그잔 아래로 드러난 저 로고를 본 순간 나도 마시고 싶어졌다. ㅋ 내가 마신 저 파란색 꽃무늬 커피잔은 노리다케 제품. 커피잔마다 다 브랜드 다른 걸 골라모은 듯했다. 큼지막한 머그잔에 잔뜩 담아주는 것도 좋지만, 확실히 잔받침 있는 커피잔에 우아하게 마시는 커피도 매력있다.

 

원두는 100g에 7천원 정도. 다른데와 비교해보면 저렴하다곤 할 수 없으나 신선하고 맛있는 로스팅으로 승부하려나보다 했다. 1kg을 4만원에 신청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월요일마다 4번에 나눠서 받아먹는 제도도 있다는 것 같다. 솔깃했지만 한달에 원두 1kg을 내가 다 못먹는다는 것이 문제. ㅋ

 

암튼 테이블도 몇개 안되고 아직은 비닐로 막아놓은 테라스 자리가 좀 추울 듯하지만 원목 의자와 테이블이며 천장에 드러난 서까래와 작은 화분들까지 마음에 들었다. 담에 가볼 땐 어느 케이크 전문점에서 공수해온다는 조칵 케이크도 맛있나 먹어봐야지.

 

저녁시간이 다 되어 출출해진 우리는 무얼 먹을까 또 한참을 고민했다. 눈알이 빠지게 맛집 검색을 해보다 포기한 뒤엔, 일행이 가본 적 있다는 칼국수집으로 가기로 했다. 사골칼국수집에서 아 글쎄 통통한 생선튀김을 판다네!?  

 

이름하여 <혜화 칼국수>. 위치도 혜화동로터리에서 금세였다. 이번엔 로터리에 있는 주유소 오른쪽 골목으로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수십년 역사와 포스가 한눈에 느껴지는 알루미늄 샤시문과 낡은 간판이 나타난다. 생선튀김을 먹어야 하므로 칼국수는 하나만 시키려고 우물쭈물했더니만 서빙하시는 아주머니 재빨리 생선튀김 반 짜리가 있다며 둘 다 칼국수 시켜야 양이 맞는다고 부추겼다. (이 아주머니 별도 메뉴 시키는 다른 테이블에도 악착같이 칼국수를 인원수대로 주문 받아내는 신공이 있었다. 그건 쫌 불만!) 지킴이 면접만 없었으면 반주도 하면서 안주로 먹기에 딱이겠다 싶어 내심 아쉬웠던 통통한 생선튀김의 위용은 바로 이렇다!

흰살생선의 정체는 대구일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아마 맞을 듯. 바삭하고 신선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다!

원래 허름하고 유서깊은 칼국수 집에서 다른 메뉴 성공시키기가 어려운 법인데 신기했음. 생선튀김 원래 가격이 2만5천원이고, 절반은 만3천원이니 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먹어보고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칼국수는 7천원.

 

튀김기름 처리문제가 무섭기도 하고 왕비마마에겐 기피해야할 음식 1순위가 튀김이라 집에선 절대로 튀김요리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진짜 웬만한 재료는 바삭바삭 튀겨놓으면 다 맛있다는 걸 내가 왜 모를꼬. 나 역시 기름에 튀긴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저질 몸이 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가끔 튀김 먹고싶어지면 찾아가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ㅎㅎㅎ

 

통통한 생선살의 느낌을 찍어보려 카메라를 들이대긴 했으나 초점도 잘 못맞췄다. 생선튀김을 거의 다 먹고 났을 무렵 나온 사골칼국수는 평균적인 맛이었다. 다데기 양념을 좋아하지 않아서 거의 다 덜어내고 풀어놓은 모습이 아래 사진 오른쪽. 집 근처에도 <연희칼국수>라고 오래 된 사골칼국수 집이 유명한데, 그 집에 비하면 크게 맛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특히 연희칼국수는 백김치가 인기의 비결인데, 혜화칼국수는 김치와 무채나물이 내 입맛에 좀 짰다.  

그래도 생선튀김 때문에 다 용서되는 기분! ㅋㅋㅋ 다음에도 혜화동 가면 칼국수와 생선튀김을 먼저 먹고 림스커피에 가서 향긋한 커피를 마시는 순서로 동선을 짜볼 작정이다.

 

간만의 혜화동 나들이가 즐거워, 버스 안에서 흥얼흥얼 혜화동 노래를 부르다 집에 돌아온 다음에도 얼른 동물원 노래를 찾아들었다. 내 어린시절의 골목길 추억은 헤화동과 상관없지만 기분은 딱 옛친구를 옛동네에서 만나고 온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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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놀고먹고

놀잇감 2013. 3. 5. 16:46

3월 중엔 어쩔 수 없이 슬슬 일을 시작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월엔 그야말로 참 열심히 놀고먹었다. 머릿속도 좀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기대만큼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전시는 세 개나 봤잖니. ^^; 처음엔 다 따로따로 포스팅할 작정이었으나 벌써 다 기억이 가물거려 대강 기록만 해둘 요량이다. 안 그러면 몇달 지난 뒤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져버릴 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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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자리

투덜일기 2013. 2. 8. 14:15

 

가구 옮기고, 집안 구석구석 찌든 때 벗기고
커튼 갈고 이불 빨고
나박김치 담그고...
체력은 국력!! 튼튼해져서 다행.

물긷는 건 안했으니 무수리 역할만 빼고 온갖 노동에 힘쓰느라 계속 책상 앞에 앉을 새가 없었는데 급히 이메일 하나 보내려고 간만에 컴퓨터 켠 김에 블로그도 들어와봤다. 덕수궁 답사도 다녀왔고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 전시회도 봤지만 후기는 설날 지나고 심신의 여유가 있을 때 써야지... 

5년만에 우리집으로 돌아온 명절 준비, 드디어 이제 나가서 장 봐오고 대청소 한판 하면 얼추 사전준비는 끝이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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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이라고 쓰기는 하지만 아직도 2013년 1월이라는 게 적응이 안된다) 스팅공연 보러 간 날, 전날까지만 해도 방이동과 몽촌토성역 근방의 '그럴듯한' 맛집 후보지 중 한 군데를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난데없는 폭설로 일단은 전철 타고 올림픽공원 근처에 가 아무거나 먹자는 쪽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공원 내 공연장을 자주 다녀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그 바로 주변 상가엔 먹을 만한 밥집이 별로 없다. 역 바로 앞에 버젓이 올림픽아파트 상가가 있지만 대규모 공연이 있는 날 그 근처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집은 햄버거집이랑 편의점일 정도다. 입맛이야 상당히 주관적인 잣대일 수밖에 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보기엔 딱 한 군데 의외의 보물같은 맛집이 있으니, 올림픽 상가(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암튼;;) 지하에 있는 올림픽 수제비다.

 

몇해 전 여름, 수제비 좋아하는 후배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온 집이었는데 처음엔 길을 잘못 들어서 허름한 지하주차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마트를 마구 헤매다 찾아간 바람에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야말로 시장통 분식집 느낌. 그런데 나온 음식을 보니 선입견이 쏙 들어갔다. 해물이 완전 싱싱해!

 

해물 수제비의 위용. 반죽에도 채소를 갈아 넣었는지 초록빛이 난다

간도 슴슴하니 내 입맛에 딱이었고 자극적인 조미료맛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의 맛이라는 감이 팍 다가왔다.

무슨 메뉴를 시키든 볶은밥을 앙증맞게 김에 싸서 나오는 에피타이저가 나오는데 배고픈 김에 얼른 집어먹고 사진도 못찍었을 정도였다. 김치랑 깍두기도 맛있었고...

 

바지락 칼국수와 해물 수제비를 하나씩 시켜놓고 먹었는데, 짜지 않은 생물 바지락(싱싱하지 않은 바지락은 대부분 엄청 짜다;;)이 풍성하게 들어간 칼국수 사진 역시 남기지 못했다.

 

이후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재차 가보려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았었는데 스팅 공연보러간 날 일행들과 뜻이 맞아 다시 가게 된 터였다. (스팅을 만나러 가는 날이니 일행들은 이왕이면 좀 더 그럴싸한 메뉴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올림픽 상가 1, 2층 식당을 뺑뺑 돌고 난 뒤이긴 했다;; ㅋㅋ)

 

이젠 맛있다고 소문이 많이 나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날 역시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통 같은 지하 식당가 반찬집 옆에 있는 위치 때문일까나? 어쨌든 나야 맛있으면 장땡.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통영인가 여수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굴로 만든 굴국밥이 계절메뉴로 새로 등장해 있었다. 굴이라면 익혔든 생으로든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므로 해물수제비와 함께 일단 시키고 봤다.

 

왼쪽 사진 위에 보이는 시커먼 물체가 1인당 2개씩 나오는 볶음밥 김쌈(?)이고, 오른쪽 사진이 정신없이 퍼먹다가 아차 하면서 찍어 자못 민망한 굴국밥이다. 익힌 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굴 넣고 끓인 미역국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날 이집에서 부추와 두부를 곁들인 시원한 굴국밥을 먹어본 뒤로는 계속 집에서 해먹어봐야지, 해먹어봐야지 한달 넘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며칠 전, 굴과 부추를 사다가 시도해보았다! 당연히 그날의 전문가스러운 맛은 내지 못했지만 다시마와 무와 멸치로 낸 다시 국물에 굴과 부추와 두부를 넣어 끓인 뒤 밥에 부어 먹었더니 캬... 겨울 별미로 딱이었다. 한번 더 가서 먹어보면 완벽하게 비슷한 맛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 이거 먹겠다고 엄동설한에 남의 동네 지하상가엘 가자니 좀 민망한 느낌. ^^;;

 

찾아갈 때마다 계속 헤맸지만 그날 주인아저씨의 안내로 직통 출입구를 알아두었으니 이젠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아갈 자신도 있다. 반원형으로 생긴 올림픽 상가 건물 입구로 들어가지 말고, 상가 앞 광장 왼쪽 귀퉁이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곧장 건물지하로 들어가면 코앞에 올림픽 수제비가 있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정갈하니 앞으로 올림픽공원에 갈 일 있으면 무조건 고민 않고 이 집으로 밥먹으러 갈 작정이니 부디 오래오래 번창하길 빈다. 오늘따라 저 해물 수제비가 몹시 먹고 싶어서 눈요기라도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이거 좀 과한 홍보인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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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산

여행담 2012. 11. 16. 20:29

안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두시간 반. 푹신하고 넓은 우등고속 좌석은 곤한 다리를 쉬기에 딱이었고 우린 터미널 카페에서 드디어 반갑게 상봉한 쓴 커피를 '원샷'한 뒤에도 곧장 잠에 빠져들었다. 심야가 아닌데도 친절한 버스기사 아저씨는 버스 안 조명을 깜깜하게 꺼두었다가 부산 노포 톨게이트에 접어들고나서야 실내등을 켜 승객들을 깨웠다.

 

안동 여행을 계획하며 잠깐이라도 부산까지 찍고 오자 결심했던 이유는 처음 일본에 가려 했을 때 부산에 내려가 하루쯤 놀다가 배를 타고 일본에 다녀오면 더 재미있겠다는 사전 모의가 무산되면서 뭔가 대단히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선 친구 핑계대고 이왕 나선 김에 부산에 이어 통영, 해남, 순천만 생태공원까지(여름부터 친구랑 휴가 계획 짜며 모두 언급되었던 여행지들이다 ㅋ) 죄다 둘러오고 싶었다. 그러나 막상 휴가가 2주라고 해도 S는 금요일 출국인데다 수요일엔 또 LA에서 같이 휴가나온 동료도 만나야했다. 은행장이 특별히 임무를 부여했다나 뭐라나 -_-;

 

다음날 약속시간에 맞춰 올라갈 KTX도 이미 2시반에 예약해둔 터라 부산에서 보낼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친구는 어디서 들었는지 숙소 예약하지 말고 우리도 <바다 보이는 찜질방>에서 한번 자보자고 별렀다. 하룻밤은 우아하게 별당아씨 노릇을 했으니 또 하룻밤쯤은 행랑아범처럼 쭈그려 자도 재밌겠다고. LA교포들의 정보력이란 암튼 놀랍기 그지없다. (심지어 친구의 언니는 한인 아침방송에서 봤다며 다이어트에 좋다는 '빼빼목'을 사오라고 부탁했다는데, 나는 금시초문이었을 뿐이고!) 찜질방도 퍽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다, 수많은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과연 잠을 잔다는 것이 가능할지 두려웠으나 까짓것 하루쯤 잠 못자면 어떠랴, 내가 LA 놀러갔을 때도 뜬금없이 코리아타운 사우나엘 데려갔을 정도로 친구는 대중목욕탕 애용자인 것을. 그리하여 만 하루가 못되는 부산일정 역시 먹는 것을 중심으로 계획했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광안대교 야경보며 시원소주에 회 먹기, 다음날 아침은 속풀이로 금수복국, 점심은 밀면! 부산 오뎅과 자갈치시장 씨앗 호떡은 간식 옵션이었다. ^^;

 

안동에선 시내버스비 1200원을 꼬박꼬박 현금으로 내야 했으나 부산에선 선후불 교통카드 사용에 불편이 없었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갔을 때 사고 남은 티머니 카드가 그래서 서울과 부산에서 아주 요긴했는데, 친구가 갖고가 버렸다. 좀 남았을 텐데 ㅋㅋㅋ 인상적인 기념품이 되었으려나. 째뜬 노포에서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곧장 향한 곳은 광안역. 광안리해수욕장까지 걸어서 5분이면 된다더니, 우리 걸음으론 역시나 15분쯤 걸린 듯하고 인도에 나다니는 사람들 별로 없는 아파트촌 옆을 지나면서는 친구가 미국시민 답게 좀 두려워했다. 한국은 안전하다고 큰소리를 치면서도 중고딩으로 보이는 아이들 무리와 마주쳤을 땐 나도 좀 간이 오그라들었음. ㅋ 다행히 곧 나타난 광안리해수욕장 인근은 평일임에도 휘황찬란 해변 카페, 술집마다 사람들이 드글드글, 바닷가엔 저녁 산책 및 운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친구가 제일 재미있어 한 것은 해변에서 군데군데 영업중인 점 보는 파라솔! (광안대교 사진 오른쪽에도 살짝 걸쳐 나왔다 ㅋ) 대체 누가 저런 걸 보나 싶은데도, 파라솔마다 데이트하는 연인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사주궁합 안좋다 그러면 헤어질 건가??? 오히려 내가 물어보고 싶었음. 오른쪽 사진은 민락 회타운인가 하는 건물 꼭대기층 횟집에서 내려다본 전경이다. 일부러 광안대교 보이는 집으로 골라간 건데 다리쪽 방엔 자리가 다 찼다. ㅠ.ㅠ

 

그래도... 요즘 제철이라며 전어회도 따로 좀 챙겨주시고 맛과 서비스는 흡족했다. 배고파서 허겁지겁 집어먹다가 매번 아차, 그러면서 찍은 사진들. (휴대폰에 먹고팠던 갖가지 한국 음식 사진을 넣어가는 것이 친구의 소망이라면 소망인지라;;)

 

부산에 왔으면 시원소주를 마셔줘야지 암, 그러면서 술꾼인척 소주를 시켰으나 결국엔 사이다와 소주를 3:1의 비율로 섞어 먹다 배부르다는 핑계로 반병 남기고 왔다. 소맥을 할 걸 그랬나보다. ;=p

 

 

밤이 깊어가고 있었으나, 찜질방에 체류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이고 싶어 내가 짜낸 아이디어는 심야영화를 보는 것. CJ에서 배급하는 영화들은 LA에서도 볼 수 있다며 친구는 이왕이면 다른 걸 보고 싶어했으나 마침 볼만한 다른 한국영화가 없으니 선택은 결국 <광해>였는데, 나는 또 묘한 인연 같은 걸 느꼈다. 영화 장면장면마다 우리가 최근에 갔던 창덕궁 구석구석이 막 나오는 게 아닌가! 쓰러진 광해가 숨어있던 집 역시 안동 하회마을일 리 없는데도 낮에 본 한옥들과 겹쳐져 더욱 실감이 났다. 그토록 뜸들이다 부산에까지 와서 <광해>를 보게 된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인가 싶기도 하고.

 

암튼 미루고 미루다 새벽 2시가 다 돼 택시타고 찾아간 달맞이 언덕 베*타 찜질방은 상상했던 것만큼 어마어마한 규모는 아니었으나 꽤 훌륭했다. 그리고 평일이라 사람들 별로 없으리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드넓은 방마다 자고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큰 방엔 거의 누을 자리가 없을 정도! 여성용 수면실이 따로 있긴 하던데 좁은데다 온도가 너무 높아 숨이 막힐 정도이고 코고는 소리도 요란하여 들어가고 싶진 않았다. 다들 덮고 자는 담요는 과연 어디에서 구하는 것일까 이리저리 구경다니며 탐색하던 우리도 드디어 담요와 목침을 하나씩 구해들고 제일 덜 더운 방에 몸을 눕혔다... 근데 거기도 너무 더워 ㅠ.ㅠ 나는 잠든 친구를 남겨두고 찬바람을 쏘이러 베란다 앞으로 갔다가 식당으로 갔다가... 결국 다시 친구 옆으로. 에구구 여행에서 잠자리는 역시 편해야 제맛임을 실감.

 

 

그렇긴 해도 또 눈을 뜨자마자 이런 광경을 호텔이나 모텔이 아닌 곳에서 만나보는 묘미는 인정해야할 것 같다. 전날 밤 그저 깜깜한 유리창으로만 보였던 목욕탕 전면도 죄다 저렇게 바다로 향해 있어 탕에 들어앉아서도 바다감상이 가능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정말 참 찜질방 자리 하나는 잘 잡았다. ㅎㅎ

 

아래는 노천탕이 있다는 옥상구경하러 올라가서 찍어온 해운대 앞바다 사진. 아침을 먹고 나서 친구에게 해운대 모래사장을 좀 걸어보겠냐고 했더니 바다구경은 충분하단다. 맞다, LA에서도 바다는 금방이었지... 

 

 

 

간단하게 때밀이(!) 목욕을 마치고 나서 행선지는 계획대로 금수복국 해운대점. 오래 전 부산에 갔을 때 택시타고 가자했더니 교묘하게 곧장 2층 입구에 내려주어 얼결에 수만원짜리 '정식'을 먹어야했던 전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조심해야지 했는데, 웬걸. 택시 아저씨가 쿨하게 큰길가에 내려주고 골목안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가르쳐주었다. ^^;

 

그래서 시켜먹은 것이 은복 지리와 복주머니 만두. 

LA 한식당에 비해서 다들 음식이 왜 이리도 양이 적으냐고 투덜거리던 친구는 처음으로 1인분다운 뚝배기를 만났다고 기뻐했다. 서울에도 이미 분점이 있지만, 말간 국물의 복국은 어쩐지 부산에서 먹어야 제맛인 느낌. 해장할 필요도 없이 속은 멀쩡했지만 어김없이 시원했다.

 

 

마침 복국집 바로 앞에 원두커피집도 있겠다, 이날은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순히 풀려주는 기분이었다. 이후 부산관광은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태종대, 자갈치시장 쪽을 돌아 기점인 부산역으로 시간 맞춰 돌아오는 것이었다. 해운대 코스를 타면 광안대교도 건너간다잖아! (버스비는 만원. 하루 종일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내리며 계속 관광이 가능하다. 우리가 일본에 간 동안 역시나 부산여행을 한 울 엄니가 가르쳐 주심. 후쿠오카 시티투어버스에 비해 훨씬 유용한데 우린 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그만;;) 

 

 

진짜로 광안대교를 건너가며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해운대 인근의 스카이라인이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여름엔 정말로 뚜껑없는 이층 투어버스가 다닌다는 듯;;

 

 

 

 

 

 

 

 

 

부산역 앞에서 은행구경과 서비스 체험도 좀 하고(얼마나 친절하고 편리한지 친구가 미국은행과 비교를 원했다), 다시 태종대행 시티투어버스를 타긴 했으나, 2시반 기차 시간에 맞추려면 자갈치시장은 아예 갈 수도 없을 듯했고 태종대도 제대로 볼 여유는 없었다.  잘 기억도 나진 않지만 예전엔 택시를 타고 등대앞까지 갔었던 것 같은데... 이젠 입구부터 차량이 통제되고 거기선 다시 코끼리 열차 같은 걸 타고 올라가야 한단다. 게다가 시티'투어'버스다 보니 어찌나 해안으로만 돌고돌아 구석구석 다녀주시는지, 도심에서 태종대까지 시간도 꽤 많이 걸렸다. (나중에 택시타고 와보니깐 부산역까지 15분도 안 걸리더만!)  

 

 

말이 태종대지 솔숲길로 조금 걸어내려가 우묵하게 파인 만과 전망대 앞 바닷가를 본 것으로 이날의 관광 끝. 점심으로 별렀던 밀면을 먹을 시간조차없었다. ㅠ.ㅠ

 

 

결국 우린 회먹으러 부산 온 거였네, 라고 자조하며 기차시간에 맞추느라 에스컬레이터에서도 뛰어야할 정도였다. 헉헉대며 자리에 앉아, 또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서울역.

 

 

곧장 전철로 이동하여 인사동에서 만나기로 했던 친구의 동료들과 합류, 쌈지길과 청계천을 쏘다닌 뒤론 다시 홍대앞(주차장길 네일샵→액세서리 가게→조폭 떡볶이→커피집)을 휩쓸다 이날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온 우리는 장렬히 쓰러지고야 말았다. ㅋㅋㅋ

전국이 일일생활권임을 몸소 실천한 좋은 예.

 

(201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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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삶기

식탐보고서 2012. 9. 8. 22:26

찬물에 열심히 헹궈 식히지 않아도 껍질이 잘 까지는 달걀 삶기 비법을 쌘이 블로그에서 전수받아 오늘 시도해봤는데

정말이었다! 완전 신기하여라. 방법은 물의 양을 한 국자, 75ml 정도만 냄비에 넣고 달걀을 중불에 뚜껑 닫고 6-7분 삶다가, 뚜껑을 덮은 채로 반숙은 3-4분, 완숙은 다시 6-7분 놓아두는 것. 물을 그렇게 조금 바닥에 깔릴 만큼만 넣고 달걀을 삶는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으나, 결과물은 정말로 신기했다.

 

달걀 삶아서 껍질을 매끈하게 잘 까려면, 갑자기 찬물에 담가서 껍질의 부피를 확 줄여 중간에 공기층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왕이면 얼음물에 담그라고 하는 조언을 오래 전 요리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어 나름 찬물에 헹궜다가 찬물 틀어놓은 수도꼭지 아래서 까보아도 성질 급한 나는 종종 우툴두툴 살점이 떨어지게 만들곤 했다. 그뿐인가, 냉장고에서 달걀을 바로 꺼내 냄비에 넣고 삶으면 왜 꼭 터져서 내용물이 질질 새어나오는지! 냉면 먹을 때야 옆구리 좀 터진 삶은 달걀을 얹어도 상관없지만, 장조림 같은 거 하려고 여러 개 삶을 때 터져버리면 참 난감했다. 삶을 때 터지지 않아도 껍질 까면서 우툴두툴 살점 떨어진 달걀은 장조림을 해놓아도 당연히 볼품 사납다.

 

달걀을 삶는 도중 껍질이 터져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을 나름 찾아보니 몇 가지가 있었다.

- 물에 소금을 넣고 삶을 것. 소금 성분이 단백질을 응고시킨다고.

- 불을 너무 세게 하지 말 것. 약불로 시작해 중불로 불 조절 필요. 냉장고에서 나온 차가운 달걀이 급격한 온도변화를 견디지 못해 급팽창하는 것이라나.

- 달걀이 완전히 물에 푹 잠기지 않도록 약간 숨구멍을 허락할 정도로만 물 양을 조절할 것. 뜨거워진 공기가 새어나올 구멍이 필요하다고.

- 삶는 도중 냄비를 흔들어 안에 든 달걀을 몇 번 굴려줄 것. 온도를 골고루 퍼지게 함과 동시에 노른자 위치도 정중앙에 놓이는 이점이 있음. 

 

그리하여 달걀을 터지지 않게 삶는 경지에는 오를 수 있었으나 살점 안 떨어지게 껍질 까는 것은 최근까지도 나에게 어려운 숙제였다. 웬만한 요리는 어깨너머로 보고도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삶은 달걀 하나 매끈하게 못 깐다는 게 때로는 자존심이 상할 정도. ㅠ.ㅠ 찬물에 여러번 헹구면야 물론 나도 매끈하게 깔 수 있지만, 후닥닥 30분 미만으로 점심 준비하면서 냉면 사리와 달걀을 동시에 삶고, 오이채 준비하고 상차림까지 완비하려면 일사천리로 쉴 새 없이 과정이 진행되어야 직성이 풀린다. 대개는 앗 뜨거라 하면서도 수도꼭지 아래서 후딱후딱 삶은 달걀 껍질을 까다보니...

 

째뜬 쌘이의 비법대로 오늘 삶은 달걀은 찬물에 한번만 헹구고 뜨거운 채로 막 까도 확실히 껍질이 잘 벗겨졌다. 물에 담가 끓이는 편보다 온도변화가 더 빨라서 내용물의 부피가 확 주는 모양인지, 톡톡 깨뜨려보니 공기구멍이 보통 물에 푹 담가 삶을 때보다 훨씬 컸다. 알고 보면 달걀 삶는 것뿐만 아니라 요리의 모든 과정에도 이토록 놀라운 과학의 비밀이 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염장 음식은 삼투압 현상을 이용해 재료의 수분 양을 줄이는 원리일 것이고, 밥만 해도 쌀의 녹말 형태를 변형시켜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작용이 아니겠나. 대대로 내려오는 손맛과 전통 같은 것이야 과학 따위가 끼어들 틈도 없이 그저 정성과 세월의 힘이라고 믿지만, 나 같은 식탐형 얼치기 요리사는 확실히 요리법과 함께 원리를 깨쳐야 납득을 잘하는 것 같다. 그러니 앞으로도 내 손으로 꿈쩍여 먹고 살려면 배워야할 게 또 얼마나 많을까. 어차피 사람은 평생 배우며 살아야한다지만, 껍질 매끈하게 벗겨지는 달걀 삶기 비법을 사십대 중반에 비로소 깨닫고 좋아라 흥분했다고 생각하니 실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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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너무 뜨겁고 더워도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걸 처음 실감했던 올 여름. 생각보다 빙수는 많이 먹으러 다니지 않았다. 빙수 한 그릇 먹을까 싶다가도 막상 시키려고 보면 달디 단 빙수보다는 얼음 잔뜩 넣은 쌉싸름한 아이스커피가 더 땡기는 걸 어쩌겠나. 유명한 빙수집을 잘 모르는 것도 그만큼 내가 빙수를 즐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해서 여름을 통틀어 빙수는 너댓 번 먹은 게 다인 것 같다. 그럼에도 뭘 또 굳이 적어두나 싶지만 마침 휴대폰 사진 정리하다 나온 사진 석장에 기록의 유혹을 느꼈다. 내년 여름에도 혹시 빙수 생각나면 참고해야지.

 

 

북촌 한옥마을 가던 날 안국역 지하에 있는 (아마도) 파리크라상에서 먹은 올 여름 첫 팥빙수. 이름이 <얼음공주>였다. 화이트초콜릿으로 만든 티아라를 얹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나, 나는 딱 한 입 먹어보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엄청 달아~! 달아도 너~~~무 달아서.... 지금도 몸서리가 부르르.

위에 얹은 인절미는 부드럽고 쫄깃했던 것으로 기억되나 팥은 그냥 중국산 통조림 팥이 분명하다. 가격은 9500원쯤 했던 듯.

다시 먹고픈 마음은 없다.

 

 

 

 

 

 

 

 

 

 

 

 

 

저 멀리 판교까지 가서 먹은 '아임홈'의 <밀크빙수>.

후배가 유명한 곳이라며 데려갔는데, 알고 보니 I'm Home이라는 카페가 여기저기 프랜차이즈로 있는 모양이다. 분당에도 있고 죽전에도 있고...  서판교였던가 동판교 였던가 암튼 거기도 카페거리가 있던데 딱 보정동 카페거리처럼 생겼다.

후배 말로는 위에 얹은 아이스크림도 직접 만든 수제아이스크림이라고. 곱게 간 우유얼음 아래 견과류와 팥이 숨어 있다. 견과류 좋아하는 나는 별로 달지 않고 고소해서 좋아라했는데, 인절미 대신 찹쌀떡이 나에겐 에러! 난 찹쌀떡이 달아서 싫다.

11000원이었던 걸로 기억. 밥 잔뜩 먹고 갔던 터라 둘이 먹다 다 못먹고 남겼다. 사진 찍어온 빙수 셋 중에선 단연 독보적인 1위. 그러나 최고의 빙수라고 할 순 없다...

 

 

 

신촌 명물거리에서 기차역쪽에 가까운 대로변에 있는 '호밀밭'의 <밀크빙수>. 줄서서 기다렸다 먹는 빙수집으로 워낙 유명하다며 꼭 한번 가보자는 친구 말에 싫단 말도 못하고 따라갔다. 정말로 20분쯤 줄 서서 기다렸다 먹었는데, 대체 왜 그렇게 유명해진 건지 나로선 좀 의아했다. 혹자는 <밀탑> 빙수의 맛과 견주던데, 팥 리필해주는 거 말고 어디가 비슷하다고! 통단팥의 씹히는 맛으로 보아 여기서 직접 만든 것 같기는 했고, 콩고물 안 묻힌 찹쌀떡 얹어주는 것도 밀탑 식이긴 하다. 하지만 빙질과 맛은... 으음. (밀탑 빙수 먹어본지 오래됐긴 하다만;) 어쨌든 가격은 저렴했다. 단돈 5500원. 당연히 양이 적은 편인데, 둘이 하나 시켜놓고 팥 리필 두번이나 해서 먹는 사람들도 있더라. 으어.... 달랑 두개 나온 찹쌀떡은 안 먹어봐서 모르겠다. 팥소를 처음부터 아예 따로 주는 건 마음에 들지만 우유얼음을 너무 곱게 갈아서 숟가락질 몇번 하면 금방 물이 되어버린다. 팥 없이 그냥 얼음만 먹으면 딱 <서주아이스주> 맛이라고 내가 말했더니 친구도 동의했다. ^^;

 

 

부산 광안대교 주변인가 그렇게 팥빙수 골목이 유명하다는데, 정말 싸고도 별로 안 달고 맛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워낙에도 단팥을 좋아하지 않으니, 막상 가보면 시큰둥하게 될듯...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최고의 맛으로 각인된 빙수의 추억은 두 군데가 있다. 첫 번째는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검정 모 대학 언덕배기에 있던 그랑빌 분식의 커피빙수. 수십년 전이라 그저 빙수 얼음에 가루커피와 연유를 듬뿍 얹어주는 게 전부였는데도 정말 너무너무 맛이 있었다. (내 키가 요렇게 작은 이유가 정말로 중학생 때부터 탐닉한 인스턴트 커피 때문인지 아닌지 못내 궁금타;;) 그집은 그랑빌 국수라고 해서 쫄면을 칼국수처럼 끓인 국수가 엄청 맛있고 유명했는데, 뜨끈한 그랑빌 국수를 후후불어 먹고 나서 후식으로 커피빙수를 먹으면 정말이지 세상이 내것인 듯 기분이 좋아졌었다. 졸업후에도 그 맛을 못 잊어 가봤더니 분식집이 통째로 없어졌두만...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아 글쎄 신촌 호밀밭의 커피빙수도  인스턴트 가루커피를 얹어주길래 깜짝 놀랐다. 호기심이 약간 동하긴 했으나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안드는 비주얼. 그 옛날 그랑빌의 커피빙수는 가루커피에 우유랑 연유를 듬뿍 얹어주어 진짜 맛있었는데... 

 

두 번째 역시 공교롭게도 분식집에서 팔던 빙수다. 하기야 수십년 전엔 지금처럼 카페가 많지도 않았고, 빙수는 여름에 제과점에서 주로 파는 한정 상품이었다규~! 암튼 내가 반했던 두 번째 빙수는 바로 이대앞 가미분식의 수박 빙수. 가미도 여름 한철 수박빙수에 연유를 듬뿍 얹어 내주었던 것 같다. 나 설마 빙수가 아니라 연유 맛을 좋아했던 것 아니겠지? ㅋ 째뜬 가미분식은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주인이 바뀐 이후로 맛이 완전히 달라져 발길을 끊은지 10년도 넘은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정말이지 시험 끝난 다음이나 여름 방학 때 큰 마음 먹고 이대앞에 나가 가미분식 찾아가는 걸 대단한 행사로 여겼었는데...

 

이제는 사라져버린데다 추억이 가미되어 더 맛있었다고 느껴지는 그런 상상의 빙수맛 말고, 진짜로 내 입맛에 꼭 맞는 빙수가 어디엔가는 있으려니 싶어서 해마다 여름이면 빙수를 떠올리는 것 같다. 하지만 어디 커피빙수 맛있게 하는 집 없을까, 하는 나의 로망은 이번에도 내년으로 넘겨야할듯.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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