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이라고 쓰기는 하지만 아직도 2013년 1월이라는 게 적응이 안된다) 스팅공연 보러 간 날, 전날까지만 해도 방이동과 몽촌토성역 근방의 '그럴듯한' 맛집 후보지 중 한 군데를 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난데없는 폭설로 일단은 전철 타고 올림픽공원 근처에 가 아무거나 먹자는 쪽으로 급선회할 수밖에 없었다. 올림픽공원 내 공연장을 자주 다녀보는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그 바로 주변 상가엔 먹을 만한 밥집이 별로 없다. 역 바로 앞에 버젓이 올림픽아파트 상가가 있지만 대규모 공연이 있는 날 그 근처에서 제일 장사 잘 되는 집은 햄버거집이랑 편의점일 정도다. 입맛이야 상당히 주관적인 잣대일 수밖에 없지만 어쨌거나 내가 보기엔 딱 한 군데 의외의 보물같은 맛집이 있으니, 올림픽 상가(이름이 정확한지 모르겠으나 암튼;;) 지하에 있는 올림픽 수제비다.

 

몇해 전 여름, 수제비 좋아하는 후배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온 집이었는데 처음엔 길을 잘못 들어서 허름한 지하주차장을 가로질러 반대편 마트를 마구 헤매다 찾아간 바람에 첫인상이 좋지 못했다. 그야말로 시장통 분식집 느낌. 그런데 나온 음식을 보니 선입견이 쏙 들어갔다. 해물이 완전 싱싱해!

 

해물 수제비의 위용. 반죽에도 채소를 갈아 넣었는지 초록빛이 난다

간도 슴슴하니 내 입맛에 딱이었고 자극적인 조미료맛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의 맛이라는 감이 팍 다가왔다.

무슨 메뉴를 시키든 볶은밥을 앙증맞게 김에 싸서 나오는 에피타이저가 나오는데 배고픈 김에 얼른 집어먹고 사진도 못찍었을 정도였다. 김치랑 깍두기도 맛있었고...

 

바지락 칼국수와 해물 수제비를 하나씩 시켜놓고 먹었는데, 짜지 않은 생물 바지락(싱싱하지 않은 바지락은 대부분 엄청 짜다;;)이 풍성하게 들어간 칼국수 사진 역시 남기지 못했다.

 

이후 올림픽 공원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재차 가보려했으나 기회가 닿질 않았었는데 스팅 공연보러간 날 일행들과 뜻이 맞아 다시 가게 된 터였다. (스팅을 만나러 가는 날이니 일행들은 이왕이면 좀 더 그럴싸한 메뉴를 먹고 싶어하는 눈치여서, 올림픽 상가 1, 2층 식당을 뺑뺑 돌고 난 뒤이긴 했다;; ㅋㅋ)

 

이젠 맛있다고 소문이 많이 나서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날 역시 한산한 분위기였다. 시장통 같은 지하 식당가 반찬집 옆에 있는 위치 때문일까나? 어쨌든 나야 맛있으면 장땡. 벽에 붙은 메뉴를 보니 통영인가 여수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굴로 만든 굴국밥이 계절메뉴로 새로 등장해 있었다. 굴이라면 익혔든 생으로든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므로 해물수제비와 함께 일단 시키고 봤다.

 

왼쪽 사진 위에 보이는 시커먼 물체가 1인당 2개씩 나오는 볶음밥 김쌈(?)이고, 오른쪽 사진이 정신없이 퍼먹다가 아차 하면서 찍어 자못 민망한 굴국밥이다. 익힌 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굴 넣고 끓인 미역국도 좋아하기 때문에, 이날 이집에서 부추와 두부를 곁들인 시원한 굴국밥을 먹어본 뒤로는 계속 집에서 해먹어봐야지, 해먹어봐야지 한달 넘게 다짐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며칠 전, 굴과 부추를 사다가 시도해보았다! 당연히 그날의 전문가스러운 맛은 내지 못했지만 다시마와 무와 멸치로 낸 다시 국물에 굴과 부추와 두부를 넣어 끓인 뒤 밥에 부어 먹었더니 캬... 겨울 별미로 딱이었다. 한번 더 가서 먹어보면 완벽하게 비슷한 맛을 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음... 이거 먹겠다고 엄동설한에 남의 동네 지하상가엘 가자니 좀 민망한 느낌. ^^;;

 

찾아갈 때마다 계속 헤맸지만 그날 주인아저씨의 안내로 직통 출입구를 알아두었으니 이젠 헤매지 않고 단번에 찾아갈 자신도 있다. 반원형으로 생긴 올림픽 상가 건물 입구로 들어가지 말고, 상가 앞 광장 왼쪽 귀퉁이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 곧장 건물지하로 들어가면 코앞에 올림픽 수제비가 있다.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도 친절하시고 싱싱한 재료로 만든 음식도 정갈하니 앞으로 올림픽공원에 갈 일 있으면 무조건 고민 않고 이 집으로 밥먹으러 갈 작정이니 부디 오래오래 번창하길 빈다. 오늘따라 저 해물 수제비가 몹시 먹고 싶어서 눈요기라도 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이거 좀 과한 홍보인가? ㅋㅋㅋ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