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샌드위치랑 초콜릿 스콘이 맛있어서, 자주 가진 못하지만 속으로 혼자 팬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홍대 제니스 브레드가 작년 6월엔가 문을 닫았었다. 여기다 수제 햄버거랑 비교 포스팅까지 했었는데 두 집 다 문을 닫다니, 내가 입방정을 떨어서 사달이 났나 싶기도 한 것이 좀 허망했다. 제니스 카페엘 가면 점심때는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쉬 가게 되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홍대 나가본지 백만년은 된 느낌. +_+

 

아무튼 뭐 그냥 잊고 살고 있었는데, 요번에 가정의 달을 맞아 밥 먹으러 어디로 가야하나 연희동 맛집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사실! 제니스 브레드가 최근 연희동에 오픈을 했다는 게 아닌가! 오호라... 낭보로다. 홍대근처 번화가가 합정동, 상수동까지 확대되다가 급기야 행정구역을 달리해 연남동까지 넘어온지 오래다. 하기야 연남동엔 옛날부터 맛있는 기사식당 골목이 유명했고, 화교들이 많이 사는 연희동엔 중국음식집을 중심으로 온갖 종류의 음식점들이 성업중이었다. 그러더니 요샌 골목골목 보세옷집이며 예쁜 카페, 커피 볶는 집까지 연희동마저 약간 홍대'삘'이 나면서 대단치도 않다. 좁아터진 이면도로와 일방통행 골목길이 점심시간이면 자동차로 가득 차 오가기도 어려울 정도.

 

제니스 브레드도 그런 연희동엘 입성한 거다. 나야 그저 고마울 따름. ^^;  위치는 사러가 쇼핑 옆골목이며, 1층엔 빵만 팔고 2층엔 음식점이라는 정보만 알고 스콘 사러 갔다가 지난주말엔 일방통행 골목을 헤매다 '제니스'라는 영어 간판을 발견하고 엉뚱한 커피 집엘 먼저 들러서 빵 내놓으라고 했었다. 바로 뒷골목 비슷한 위치에 '제니스 커피하우스'가 있는 걸 내 어찌 알았겠나. ㅎㅎㅎ 난 서로 관련 있는 줄 알고 제니스  브레드는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민망하게도 모른단다. 근처에 있다는 것만 안다고. 켁. 작년만 해도 개인 주택이었던 곳이 죄다 음식점, 카페로 변하는 것도 서교동, 상수동 운명이랑 비슷하다. 연희동 밥집에 밥먹으러 가면서 주변에 마당 넓은 양옥집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쩝... 제니스 그 집도 커피 향기가 엄청 그윽하고 유혹적이었다.

 

아무려나, 구운 가지 넣은 샌드위치와 초콜릿 스콘이 눈에 밟혀(저녁이라 스콘은 다 떨어지고 없었다) 결국 일주일만에 다시 가게 됐다. 샌드위치 런치세트도 먹고 초콜릿 스콘도 사왔으니 원풀이를 다 한 셈인데, 좀 아쉽다. 요즘 워낙 파스타가 대세라서 그런지 파스타는 종류가 많은데, 샌드위치 메뉴는 서너가지로 확 줄었다. 특히나 내가 아끼던 '멜라자네'가 더는 없었다. ㅠ.ㅠ 버섯 샌드위치도 없고... 흑... 애당초 제니스 카페테리아의 시작이 샌드위치였어도, 유행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요즘 사람들 파스타는 한 끼니로 먹는 사람 많지만, 같은 가격에 샌드위치나 수제햄버거를 사먹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 동생네 햄버거집도 그래서 망한 거 아니겠나. -_-;;  해서 나도 아예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는데, 나름 절반의 성공이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내가 시킨 샌드위치는 이름도 모르겠고, 왕비마마가 드신 건 쇠고기 샌드위치. 

오늘의 수프는 양송이 수프였는데, 우리 모녀 입맛에 약간 짰다는 점을 제외하면 '엄청' 맛있었다. 아웅... 치즈가루랑 바삭한 그루통의 위용을 보라!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서 시원하게 마신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맛있었다. 내가 시킨 건 구운 호밀빵 사이에 토마토랑 치즈, 루꼴라가 들어가 담백한 맛. 다만 틀니파 왕비마마는 빵이 딱딱해서 입천장 까지겠다며 하나만 맛보셨음. 오른쪽 불고기 샌드위치는 맛은 괜찮았는데 역시나 고기양념이 우리 입맛에 심히 짰다. 집에 와서 물 엄청 마셔댔음. 멜라자네 샌드위치가 없다는 것 때문에 심술이 좀 났는지, 오늘은 웨지 감자도 덜 바삭했다고 생각;; ㅋ

 

제니스 브레드와 제니스 카페가 같이 있는 셈이라, 파스타 메뉴가 훨씬 다양하니 다음엔 파스타엘 도전해봐야겠다. 2층 양옥을 개조한 구조라서 마당에 차도 석대쯤 주차가능하고, 1층 가운데는 악세사리를 파는 가게인듯?, 카페로 올라가는 철제 계단은 오른쪽에 있다.  2층 전체를 다 사용하니까 시야가 툭 트여 굉장히 넓은 느낌이 들고 쾌적하다. 지난번 제니스 브레드는 천장이 유독 낮아서 아늑하긴 해도 좀 답답한 느낌이었다면, 여긴 테라스 좌석도 있고 테이블이 꽤 많다.

 

배고파서 얼른 들어갈 욕심에 계단 올라가며 대충 난사한 전경사진과, 배불리 먹고 나와서 또 빵집에 들러 역시나 민망해 하며 후딱 한장만 찍은 빵사진은 그나마 잘 나왔는데 여러번 눌러댄 실내 사진은 죄다 흔들렸다. ㅋㅋㅋ 그나마 샌드위치 사진이 흡족하게 나와 다행.

 

초콜릿 스콘은 예전과 달리 진열장 안 쟁반에 있어서 촬영 포기. 네 개 남은 거 다 싸달라고 해서 잘 모셔놨다. 내일 조카들이랑 디저트로 먹어야쥐;; 갓 구워나온 빵들 보니깐 배 부른데도 욕심이 나서 크랜베리랑 견과류 들어간 바게트 빵이랑 치즈 들어간 치아바타랑 또 뭘 샀더라... 암튼 대체로 여기 빵은 내가 좋아하는 거칠고 찝질한 맛의 빵이다! ㅋ 달콤한 건 초콜릿 스콘밖에 없을지도 모름. 주택가에 들어선 때문인지 처음 빵 나오는 시간이 무려 아침 7시 반이라고 적혀 있었다. 걸어가는 거리에 이런 빵집이 있어서 아침에 따끈한 빵 사다가 먹으면 좋겠다는 로망을 잠시.. 품었음(퍽도 니가 빵 사먹을라고 아침 일찍 일어나겠다 야... 쳇;;). 에효. 

 

저녁 7시 이후엔 빵집은 문을 닫지만 일부 빵은 2층 카페에서 살 수 있단다. 매일 11시 반부터 4시까지(맞겠지? 전에도 그랬으니깐;;)는 샌드위치와 파스타 가격에 런치세트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 아닐지. 평일에만 런치세트 파는 집이 대부분이다보니...  또, 전에는 커피랑 녹차, 청량음료만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오늘 보니 오렌지주스도 있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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