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건 좋다'에 해당되는 글 51건

  1. 2016.09.29 홍옥 9
  2. 2016.08.03 7월 5
  3. 2016.07.24 옥수수의 계절 6
  4. 2015.11.19 제주도 먹거리들 2
  5. 2015.10.06 TV 먹방의 거짓말 6
  6. 2015.07.28 접시 자랑 3
  7. 2015.04.23 먹고살기 2
  8. 2015.04.06 냉이 7
  9. 2015.02.25 아른아른... 8
  10. 2014.02.14 일주일이...

홍옥

투덜일기 2016. 9. 29. 21:42

식탐녀는 먹을거리로 계절을 실감한다. 옥수수의 계절이 지나고 어느덧 홍옥의 계절이 왔다. 열흘쯤 전 경복궁 주변 서촌 과일가게에서 제일 먼저 홍옥을 본 순간, 아 홍옥이다! 외치며 사들고 오고싶었으나... 음주하러 가는 길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며칠 뒤 동네 지하철역 근방에서도 홍옥을 만났다. 

등산갔다 오는 길이었는데... 무겁거나 말거나 10개를 골라 사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시절부터 세뇌된, 내 뇌리 속 사과의 개념에 꼭 맞는 빛깔과 모양, 새콤달콤한 맛과 아삭한 질감은 역시나 뭐니뭐니해도 홍옥이다. 아으 맛있어라...

오늘도 냉장고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먹으려고 보니.... 아 이건 또 동화 <백설공주>에서 마녀가 일부러 독을 넣어 공주를 유혹하려고 만든 사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녀는 분명 이 노란 부분을 깨물겠지. ^^; 나머지는 잔뜩 독이 들었으렸다~!

나는 백설공주 코스프레를 하듯 새빨간 부분부터 와그작 깨물어 먹었다. 당연히 맛있어, 맛있어! ㅋㅋ 추석때 제수용품으로 샀던 큼지막한 홍로 사과는 복불복이어서, 아삭한 것도 있고 푸석한 것도 있고 맛도 제각각이었다. 헌데 이 홍옥은 크기도 작은데 안에 꿀(?)까지 들었다. 진짜로 꿀인지 어쩐지, 꿀사과라고 파는 건 안을 잘라보면 과당이 뭉친 듯 투명한 결정 부분이 존재한다. 근데 홍옥이자 꿀사과라니 꺄오...

먹기 아까울 만큼 예쁘다는 생각에 깨물기 전에 이 사진을 찍어놓고 휴대폰을 들여다보노라니 또 다른 사과 생각이 났다. 딱 요정도 크기였던가, 아니 훨씬 작았던가... 낯선 나라 과일가게에서 딱 백설공주에 나올 법한 새빨간 사과를 발견하고는 얼른 골라담아 호텔방에서 아침저녁으로 와그작와그작 깨물어 먹었더랬다. 


사진으로도 찍었었지.. 싶어 찾아보니 있긴 한데... ㅋ 화질이 아주 구리다. 

사과보다 엄지손가락 거스러미가 더 눈에 띄는 건 자격지심이겠지비... ㅋ 이제보니 터키에서 먹은 이 사과는 훨씬 더 작았었다. 기억에 남은 맛은 오늘 먹은 홍옥보다 좀 더 새콤했던 것 같고, 씹는 질감은 좀 더 단단했다. 그래도 이것은 홍옥이여~ 그러면서 기뻐했었지.  

시간이 기억을 왜곡하고, 일그러진 기억은 또 자체 보정을 거쳐 마치 생생한 '사실'처럼 내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을 텐데, 난 '남들보다 좋은 기억력'을 주문처럼 외우며 틀림없는 진실로 남들에게 들이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지 말아야지, 그 또한 꼰대짓이고 옛날 사람 인증이다. 


흠...

한동안 멀리했던 블로그질에 다시 열을 올리는 이유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ㅠ.ㅠ 번역서의 역자후기 마무리를 도무지 하지 못해서다. 짧은 글이든 긴 글이든 제대로 생각이 들어가고 고민이 깃든 글을 쓰지 않다보니 점점 더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 

책도 안 읽으면서 무슨 글 타령이냐 싶고, 머리가 드디어 깡통이 되었구나 반성하며 그래도 방바닥에 굴러다는 책 가운데 젤 만만한 걸로 집어들었더니 거기서, 매일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어야 글 쓸 자격이 있다는 글귀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맞다.  매일 써지는 글의 가벼움과 한계도 물론 존재하지만, 어쨌든 어딘가 몇줄이라도 생각을 적어놓는다는 것의 즐거움이 분명 있었는데, 더는 진득하게 앉아서 배설해내는 짓거리도 하지 않고 살았구나 싶었다. 여기다도 후다다닥 얄팍한 자랑 아니면 푸념만 반복했을 뿐.

하여간에 그래서 또 이렇게 반성모드로 포스팅을 하다보면 글이 글을, 하나의 생각이 또 다른 아이디어를 물고 꼬리를 잇는 마법 같은 것이 벌어지려나 기대하면서 이렇게 낑낑대고 있다. 이러면서 난 어떻게 글줄로 밥벌이를 계속 하려는 것이었는지? 참 나.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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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놀잇감 2016. 8. 3. 00:00

​올 7월은 이상스레 엄청 길게 느껴졌다. 탄신파티 몇번 하고 나면 후딱 가버렸던 예년의 7월과 달리, 옥수수 농장에 주문해놓고서도 익기를 기다리기까지 며칠간이 한참 걸린 것 같고, 월초에 두번이나 갔던 등산은 아주 까마득한 일처럼 느껴진다. 

탱자탱자 거의 먹고 놀려니 오히려 블로그질엔 소홀했다. 게다가 몇달에 한번씩 마감이 있다가 2주마다 마감에 쫓기려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느긋하게 글을 끼적일 여유 또한 사라졌다. 또한 그간 책도 멀리하고 문화생활도 잘 안하고 탱탱 빈 머리를 통 채우질 않았더니만, 말이든 글이든  문장 하나 만드는데 이렇게 힘들어 어디 해먹겠나 싶을 때가 많다. 글줄로 밥벌이 계속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작년 쯤부터 어느덧 또래 친구들이 대화 중 <그거 뭐야>, <그게 뭐지>를 거의10초마다 추임새로 넣는 걸 내가 막 놀려먹으면, 너도 좀 있어봐라, 머지 않았다는 협박성 예언을 들었는데, 정말로 나 역시 파닥파닥 낱말이 떠오르질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가뜩이나 뭔가를 설명할 때 서론도 길고 말이 긴 인간인데 이젠 거두절미하고 요점만 잘 추려서 말하는 법을 새로 익히기라도 해야할 것 같다. 

어휘를 더 잃어버리기 전에 우선 책, 책, 책을 읽어야해! 라고 생각을 하지만 더운 날씨 핑계로 몇달째 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지도 이러면서 무슨 책 안읽는 국민들 탓을 하고 난리냐, 급반성.

탁상 달력을 오늘에야 8월로 넘기려니 7월엔 칸칸이 뭐가 이리도 적힌 게 많은지... 웃겨서라도 기록을 해놔야지 싶었다. 


1. 등산: 북한산(정릉코스), 양평 소리산

북한산이 명산인 건 갈 때마다 느끼지만, 정릉 계곡이 그렇게 깊고 청량한 줄은 정말 몰랐었다. 까마득한 옛날에 소풍도 가고 그랬는데 완전 새로운 느낌. 언제고 북한산을 능선따라 한번 종주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 멋 모르고 부모님 따라갔던 것처럼... 송추에서 우이동까지? ㅋㅋ 

양평 소리산 역시 계곡이 일품. 비 많이 내린 며칠 뒤에 가서 계곡물 구경 제대로 했지만, 곳곳에 바위가 미끄러워서 애도 많이 먹었다. 낑낑대고 올라갔다 내려와서 시린 계곡 물에 발 담그고 노는 게 좋아지면서 점점 아저씨가 되어가는 건가 민망하다. 예전 같으면 등산화 벗는 거 귀찮아서 절대 싫다고 했었는데 ㅠ.ㅠ 

2. 영화: <굿바이 싱글>, <귀향>, <내부자들>, <의궤, 8일간의 축제>, <제이슨 본>

 <굿바이 싱글>은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아무 기대없이 보러 들어갔다가 의외로 재미나게 눈물도 흘리며 봤다. 김혜수, 마동석 연기야 뭐 믿고 보는 거라 치고, 서현진이 마동석 부인으로 나왔다는 거! ㅋ 요샌 영화든 드라마든 아역배우가 연기를 잘해야 완성도가 높아지는 듯. 십대 미혼모로 나온 김현수 연기가 대단하다 싶었다. 김혜수한테 안 밀려! ㅎㅎ

<제이슨 본> 돌아온 맷 데이먼! 말이 필요없다. 기억도 다 돌아온 마당에 더 무슨 할 이야기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ㅎㅎ 기대를 했는데도 그럭저럭 좋았다. 주말에 빈 자리 하나도 없는 극장에서 몸을 움찔움찔 하며 봤음. 폭력은 너무 과하지 않을 정도이고 늘 그렇듯 액션과 추격 신은 풍부하다. 

뒷북으로 본 <귀향>, <내부자들>은 볼까말까... 벼르다가 본 거라서... 그냥.. 의외로 좋았다, 고만 쓰련다. <의궤, 8일간의 축제>는 KBS다큐멘터리 3부작인가로 다 본 건데도 영화판으로 한번 더 보며 눈요기했다. 리움 미술관에서 봤던 화성능행도 그림들을 떠올리면서..


3. 공연: <ONE LOVE> 콘서트 @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친구따라 묘한 팬질을 하고 있다. ㅋㅋ 토요일 낮공연엔 유열, 이사벨, 임태경이 차례로 나와 노래를 서너곡 씩 불렀다.  판매수익이 재난구호단체에 기부된다고 해서 사실 대단히 부실한 공연을 고가에 보고도 그리 분노하지 않았다. 백주년 기념관의 지나치게 빵빵한 에어컨에 놀란 몸이 심한 냉방병에 걸려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라 공연 중간에 밖으로 뛰쳐나가기까지.. ㅠ.ㅠ 했던 것과 상전벽해가 따로 없구나 싶었던 놀라운 백양로 풍경이 더 기억에 남았다. 


4. 드라마: <굿 와이프>, <닥터스>

박신혜의 은근 팬이라 <닥터스>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다. 오글오글 병원에서 의사들이 연애하는 얘기 뻔하다며 많이 접어줬는데도 느글느글 김래원표 홍지홍 쌤까지 귀엽고 사랑스러워졌다. 특별출연하는 배우들도 대단. 어제 오늘은 남궁민이랑 애들 때문에 눈물 찔끔.  

<굿 와이프>는 케이블 TV 챙겨보기 어려워서 안 보고 있다가 주변의 추천으로 뒷북 탑승했다. 와... 다들 왜 보라 그랬는지 알겠다. 전도연은 비뚤어진 입 때문에 한쪽만 더 깊어진 주름까지 아름다운 자태로 김혜경 변호사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고, 유지태의 폭발할 듯한 존재감이 대단하다. 유지태한테 좀 밀리긴 하지만 윤계상도 그만하면 잘하고 있고 , 무엇보다도 법조계와 정재계 비리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죽겠다. 누가 정말 나쁜 놈인지도 아리송...  그게 매력이다.   


5. 먹는 게 남는 것이 아니고, 사진으로 남은 먹거리 ^^;

이젠 식상해져서 예전처럼 음식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진 않지만, 여전히 푸드포르노 트렌드에서 벗어나진 못한 것 같다. 민망하면서도 얼른 사진으로 남겨둔 음식의 자태를 가끔 휴대폰으로 넘겨보며 뿌듯하다. 그래, 이날 이건 이런 맛이었지... ㅠ.ㅠ

하지만 음식과 함께 그날 같이 있었던 사람들, 주고받은 이야기도 함께 떠오르기 때문에 내겐 그 또한 소중한 기록이다. 나 이렇게 잘 먹고 잘산다는 과시형 목적보다는 정보공유 차원이라는 핑계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긴 나도 여기가 젤 편하다니깐요...

라뮤즈 드 연희의 음식들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비프스테이크, 라구 파스타, 리코타 치즈 샐러드, 라뮤즈 버거다. 룸이 여럿 있는 모양이어서 가족모임하기 딱이었는데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진다면 흠... 글쎄 ^^; 괜찮은 것도 같고. 브런치나 런치 세트 메뉴는 가격도 괜찮아 보였지만, 우린 샐러드 제외 1인 1메뉴가 필요한 대식가 부대이고 저녁 시간이라, 200g짜리 고깃덩어리도 좀 작아보였다. 300g짜리를 시킬 걸 그랬나 했었음. 10명이서 스테이크 다섯 접시, 버거 2개, 파스타3개, 샐러드 4개 완전 클리어! 그나마 파스타 1개는 나중에 추가주문했는데 실수로 주문이 안들어가서 안 먹고 나왔음. ㅋㅋ 밖에서 스테이크를 잘 안 사먹어봐서 가격대를 모르겠다....  ㅎㅎ  대체로 맛있게 먹었고 친절해서 음식과 서비스 면에선 좋았다. 많이 먹었다면서 나중에 아이스커피 서비스로 줬음. 일방통행 골목에 있고 주차장도 없는 2층 주택 개조 레스토랑이지만, 골목 입구에서 발레파킹 가능!  담엔 맥주랑 안주를 먹으러도 한번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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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의 계절

놀잇감 2016. 7. 24. 23:01

바야흐로 옥수수의 계절이다. 겨울과 봄을 거쳐 햇옥수수가 나오기 전까지도 줄창 중국산 냉동옥수수를 쪄서 파는 좌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계속 사다먹긴 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옥수수의 계절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는지...  

일찌감치 찾아온 폭염에 올해는 옥수수가 일찍 익었다며, 6월 말부터 5천원에 3개씩 담아 파는 국산 햇옥수수도 깨나 사다먹었는데 드디어 두둥~ 괴산을 오가며 공동농장 농사를 거들던 후배가 옥수수 수확 시기를 알려왔다. 선주문하면 밭에서 딴 옥수수를 곧장 자루에 담아 보내주겠노라고.

30개들이 한자루 얼른 주문하고 오매불망 기다렸다가, 택배 도탁하자마자 들통에다 찰옥수수를 한꺼번에 다 삶았다. 옥수수를 맛있게 먹으려면 따자마자 푹푹 삶아줘야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그대로! ㅋㅋ

사방팔방 자랑했더니 옥수수 싫어하는 이들이 비웃어댔다. 먹기 지저분하고 이빨에 끼고 별로 맛도 없다나... 아니, 어떻게 그런 옥수수를 모욕하는 발언을! 이북 출신인 가족이라 그랬는지, 우리 집에선 옥수수 지저분하게 먹으면 어려서도 혼이 났다. 한줄씩 가지런하게 깨끗하게 똑똑 떼어먹으면 지저분해질 이유가 없는데!

하여간 옥수수 맛있게 삶는 법은 간단하다. 괴산대학찰옥수수 사먹을 때 그쪽 농장에서 쪽지에 보내준 내용대로 몇년째 계속 실천중. 옥수수를 속껍질 한두장 남겨서 잘 씻은 다음(유기농이라 안씻어도 된다지만 난 꼭 씻는다! ㅋㅋ) 물을 넉넉히 붓고(옥수수가 다 잠기게) 천일염 한줌 넣어 푹푹 끓이는 거다. 2, 30분이면 완성.

귀찮다고 껍질을 다 떼버리고 삶으면 확실히 단맛이 덜해지는 것 같다. 누군가는 옥수수 수염도 잘 씻어서 함께 삶는다고 함. 


​식혀서 일부는 냉동실에 잘 넣어둔 다음, 간식으로 먹고 주식으로 먹고 며칠째 원없이 옥수수를 먹고 있는데도 뭔가 조바심이 든다. 옥수수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맛있는 옥수수 몇 자루 더 사먹어야하는데 싶어서.. 

너무 덥다는 핑계로 국이며 찌개며 끓이는 요리는 하나도 안하겠다 선언해놓고, 옥수수 삶는 건 하나도 안덥고 신이 났다. 오죽하면 들통 인증샷까지 찍었을라고. ㅋㅋㅋ 암튼 이 여름 찰옥수수는 진리!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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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먹거리들

놀잇감 2015. 11. 19. 15:40


광화문에서도 저 멀리 파리에서도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는 동안 탱자탱자 놀러만 다녔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죄책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하고, 오랜 여행 끝엔 원래 무기력증이 확 찾아오게 마련이라 컴퓨터 앞에 앉기까지도 좀 어려웠다. 여행 자랑 포스팅이나 할 때냐 지금이.. 뭐 그런 생각.

그래도 여행 후유증은 지난 사진 들여다보며 차츰차츰 극복해나가야하는 것이라 우기며 슬슬 사진정리를 시작했다. 우선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것들 사진이다. 먹거리 사진을 엄청 많이 찍은 것 같은데 다 내가 찍은 사진이 아니었던 듯 막상 골라보니 몇장 없다. 단체카톡방에 드글거렸던 제주도 사진들은 이미 너무 오래돼서 안보이고... 

먹거리 앞에서 심혈을 기울여 열심히 사진찍는 스타일은 아니고보니 후딱 한장씩 남긴 거라 화질도 별로다. 그래도 다음에 또 제주도엘 가게 된다면 참고할 요량으로 기록해놔야지...


11시20분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내리자마자 현금봉투 분실사건으로 혼이 절반쯤 빠진 상태에서 찾아간 곳은 제주시내에 자리잡은 갈치조림집, 제주마당(제주시 노형동 914-2. T: 064-749-5501) 

갈치조림 맛있는 집은 제주에 허다하기 때문에 고민을 엄청 하다가, 한국 TV예능 프로그램과 연예계 소식을 나보다 더 잘 아는 LA아줌마들을 위해 선택한 곳이었다. 배용준과 박수진이 신혼여행갔다가 먹고간 집이라나 뭐라나.. (카운터 앞에 배용준 사인이 걸려 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철판에 거대한 통갈치조림을 해주는 걸로 유명하단다. 소문으론 하루 다섯마리밖에 안판다고 해서 걱정하며 전화로 예약하려했더니 일요일이라 예약은 안 되고, 점심때 오면 떨어져서 못먹을 일은 없다는 말에 안심했는데... 막상 가보니 진짜 대왕통갈치가 아니라 작은 거 두마리(그래도 크긴 하지만)가 들었다.. ㅠ.ㅠ  

비주얼로 승부하려는 식당이 다 그렇지만 맛은.. ^^; 오래 전 먹어본 유리네 갈치조림 만 못했다. ㅋㅋ 한참 끓여야 맛이 드니 당연하겠지...온통 옷에 냄새 배고... 가격도 108000원(8명까지 먹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공기밥은 따로 계산했던 듯. 다만 넣고 끓여먹을 라면 사리는 그냥 준다^^) 

반찬으로 나온 간장게장이 슴슴하니 맛있었고, 먼데서 온 일행들은 에피타이저인지 디저트인지 곁들여 나온 오메기떡에 반해서 두번이나 더 시켜먹었다. 서귀포올레시장에 가서 진짜 오메기떡 사먹을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ㅋ

저녁은 횟집을 갈 계획이었으니 서귀포 올레시장 구경갔다가 이것저것 먹고픈 것들을 바리바리 사기 시작하면서 전격 수정. 소라와 문어, 멍게 따위를 좀 사고, 튀김에다 순대, 오메기떡, 연시, 귤, 기타등등 생각도 나질 않는 잡다한 먹거리를 사다가 펜션 방에 모여 먹었다. 사진은 없다. 일행 중 한 명이 LA에 있는 남편에게 자랑하자, LA뿐 만 아니라 교민사회 어디든 있는 H마트에서 사온 것과 다를 바 없어뵌다는 촌평을 들었다. ㅎㅎㅎ 그래도 가격대비 만족도로는 최상의 한 끼니였음. 

친구는 이렇게 납작한 연시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면서 (뾰족한 대봉시는 LA에서도 볼 수 있단다) 시장에 가자마자 제일 먼저 만원어치 한보따리를 사들었다. 2박3일간 먹다먹다 마지막에 친구와 내가 1개씩 공항에 들고 들어갔었는데.. 어떡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_+



다음날 아침은 펜션에서 주는 조식. 

조식펜션으로 열나 검색해서 ​찾아낸 우리의 숙소, <해와 돌바라기> 펜션(서귀포시 하효동 1068번지)의 쌀국수와 또띠아 샌드위치다. 펜션은 서귀포시 쇠소깍 근처에 있었고, 쌀국수도 맛있었고 침구며 인테리어도 깔끔하니 좋았으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펜션은 최선의 선택은 아니었다. ​1층엔 조식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고, 객실은 당연히 2, 3층에 있는데.... 한국체류 보름간의 짐을 몽땅 다 들고 인천에서 곧장 제주도로 날아간 여행객들의 묵직한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오르려니.. ㅠ.ㅠ 가장 크고 무거운 가방을 가져왔던 친구의 막내올케는 1층 중간 계단에서 가방을 집어던졌다.... 결국 그 가방은 내가 들고 올라갔음. ㅋ 엘리베이터 있는 펜션은 없을테니, 아침밥도 주고 방이 1층에 있는 펜션을 구했어야했다! 

싱그러운 샐러드가 곁들여진 샌드위치는 한 입 맛보니 좀 달았고(귤청이 들어간듯?), 연 이틀 쌀국수로 부탁해 먹은 난 만족했다. 일부러 쌀국수만 사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더라. 주인장 자매도 아주 친절하시다.

 





가로세로 사진을 붙이니 좀 우스꽝스럽고 순서도 뒤바뀌었지만... 우도 검멀레해안 근처 산호반점에서 먹은 뿔소라짜장면과 뿔소라짬뽕, 그리고 바로 그 옆에서 파는 땅콩아이스크림과 한라봉 아이스크림이다. 원래 계획은 항구에 내리자마자 눈에 띤다는 소라반점의 한치짬뽕과 한치짜장면을 먹는 것이었는데.. 역시나 우리가 내린 곳이 청진항이 아니었던 관계로 ㅠ.ㅠ 그 계획은 무산되었다. 게다가 통 익숙치 않은 전기차를 몰고 섬을 반바퀴 이상 돌고 나자 모두들 지쳐버려서 횟집을 찾아갈까 묻는 것도 조마조마, 그냥 눈에 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해물짬뽕이 거기서 거기지 뭐.. 그러면서.  

소라가 정말 많이 들었다. 짬뽕은 12000원, 짜장면은 8천원. 메뉴는 딱 이 두가지. 탕수육은 안된단다. ㅋㅋ 짬뽕은 군말이 없었는데 짜장면은 양이 적다고 누군가 투덜거렸었다. ^^; 땅콩아이스크림은... 으음... 아이스크림 자체가 맛있다는 말은 절대로 못하겠고 우도의 땅콩은 정말 고소하다. 한라봉 아이스크림보다는 역시 땅콩 아이스크림을 권하겠다. 

이틀째 저녁엔 드디어 소원하던 회를 '배터지게' 먹었다. 내가 검색해서 가볼까 하고 염두에 두었던 서귀포 인근 횟집이 두어군데 있었는데 그래도 역시나 현지인에게 묻는 게 낫지 싶어 펜션 주인장에게 물었더니 좀 복잡하긴 하겠지만<쌍둥이횟집>을 가보라 추천했다. 내 목록에도 있던 집이라 얼렁 달려갔다. 그러나... 인산인해.. ㅠ.ㅠ 번호표 뽑고 40분쯤 기다려서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배가 안고팠기에 망정이지.

​4명기준 15만원짜리 특모듬'스페샬' 회세트를 시키고 2명은 두당 3만원씩 추가. 맛보기용으로 너무 조금씩 나온 갈치회와 고등어회를 맛나게 먹었고, 그밖에 곁다리 반찬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 음식이 아까웠다. 빨간생선을 튀겨 소스를 끼얹은 탕수어 같은 것도 맛있었는데 절반도 못먹고.. 심지어는 회도 남기고 왔다(위 사진 속 회가 2인분 추가용으로 나온 작은 접시였다). 1년간 회 먹고 싶은 생각 안들 거라고들 하던데 과연... 마지막엔 칵테일 통조림 과일 잔뜩 얹은 팥빙수까지 나오는데.. 우린 배부르다며 마구 손을 내저었으나 너무도 친절하신 종업원께서 하나만 맛보라고 가져다주심. ㅠ.ㅠ 처음에 나온 찹쌀꿀빵(?)도 맛있다고 하니 싸가라고 한 접시 리필... 과연 다음날 언니들이 그 찹쌀빵을 다 먹었을지는 모르겠다. 째뜬 너무 배가 불러서 가장 중요한 회맛을 모르겠더라는 것이 나의 솔직한 느낌? ㅋㅋㅋ 그래도 회를 투툼하게 썰어주는 건 좋았다. 관광객 상대의 이런 대형횟집에서 먹는 '모듬회' 보다 작고 알찬 횟집에서 도다리니, 돔이니 제철 생선 종류 골라가며 먹고팠으나... 이번 여행엔 그게 불가능했다. 사모님들 취향엔 역시 음식점이 좀 깔끔하고 화려해야 제맛이니까.

제주에 왔으니 흑돼지는 먹어줘야한다는 일행들의 염원으로 다음날 점심끼니로 찾아간 집은 제주시의 <흑돼지가 있는 풍경>(제주시 진군남4길 7-8, T: 054-742-1108).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과 야노시호가 그렇게 맛있게 먹는 걸 봤다면서 꼭 가야한다는 둘째언니의 원풀이 용이었다. 물론 내가 미리 경고했다. 맛있어봤자 돼지고기요, 그들은 최고의 리액션이 자동탑재된 '연예인'임을 잊지 마시라고 ^^; ​

자염을뿌려 구운 저 두툼한 오겹살을 갈치젓인가 멸치젓인가... 암튼 사진에 살짝보이는 작은 뚝배기 안 젓갈에 찍어먹는 식인데... 맛은 있었으나 딱히 흑돼지 특유의 맛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오래 끓이니 젓갈에서 토종된장 맛도 나는 것 같고 난 괜찮던데. 그래도 입짧은 친구는 젓갈에 찍는 건 아무래도 못먹겠다며 그냥 쌈장 찍어먹었다. 다만 1인분에 1마리씩 나오는 싱싱한 전복구이도 전날 횟집에서 먹었던 전복버터구이에 비하면.. ㅠ.ㅠ 비리고 질기고... 그냥 돼지고기를 더 주지 싶었다. 살아있는 전복이 꿈틀거리며 익어가는 모습도 지켜보기 좀 괴롭;;; 

두툼한 흑돼지는 100g에 만원. 1인분에 2만원이라는 얘기다. 사진 속 고기 세 덩이가 2인분. 우리는 6명이서 5인분을 시키고 추가로 김치째개에 공기밥, 비빔보리국수를 먹었다. 보리국수는 비추천. ㅋ LA손님들은 흑돼지보다도 같이 나온 싱싱하고 다양한 쌈채소에 반해서 연신 감탄을 했다. 흑돼지고기먹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제주도 쌈채소 먹으러 온 사람들 같았음. 근데... 난 저 노란 돼지껍질이 너무 딱딱하고 안씹혀서 좀 별로... 오겹살을 좋아하지만... 저런 껍질까진 먹고싶지 않다고 생각. 

야노시호가 '오이시 오이시!' 감탄하던 게 토옹 이해가지 않는다는 일행과 맛있어서 그럴만 하다는 일행으로 의견이 나뉘었는데... 본점은 점심을 2시부터 장사하기 때문에 드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한참 돌아다니다 들어가서 먹었었다. 멀지 않은 노형동에 2호점이 있단다. 사실 나는 GD가 애정한다는 돈사돈엘 가보고싶었었으나, 젓갈 찍어먹는 흑돼지 구이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 흑돼지 아니어도, 백돼지여도 난 삼겹살, 오겹살이 맛있는 인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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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거짓말이 아니고 취향과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의심많은 성격 답게 먹거리에 관한 한 TV 속 이야기를 잘 믿지 않는다. TV 맛집 선정에 관한 검은 뒷거래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고,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종종 유명 맛집에도 적용됨을 알기 때문이다.

몇년에 한번씩 한국에 다니러 오는 LA 친구가 이번 11월에 방문계획을 알려오며, 가고픈 곳 먹고픈 것들을 미리 알려왔다. 신나게 여행 계획과 맛집 탐방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친구가 가고프다고 한 집 중에서 한 군데는 내가 퇴짜를 놓았다. '탕수육'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유명 요리사의 중식당이었다. 

마침 우리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고,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이전에 세번쯤 가보았지만 단연코 그 집 '탕수육'은 별로였다. ^^; 물론 며칠 전에 예약해두어야 먹을 수 있는 '동파육'과 파삭파삭한 '군만두'가 맛있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먹느라 바빠 대충 찍기는 했지만 두고두고 감상하려고 사진도 찍어왔을 정도. ㅋㅋ

이것이 동파육당연히 이건 군만두

하지만 탕수육은.. 너무 달고 딱딱하고 별로였는데! 하필 울 오마니 생신날 온 가족을 대동하고 갔던 터라, 조카들이 가장 좋아하는 탕수육이 맛없어서 우린 '다시는 가지 말자'는 결론을 내린 음식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집 탕수육이 전국 최고라고 셰프들도 인정하는 맛이라는 격찬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보면서 뜨악해졌다. 흠.. 그날만 유독 요리사들이 우리가 먹을 탕수육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걸까?  째뜬 그 이전에도 이 중식당을 추천한 지인들(ㅂㄹ와 D양)도 탕수육 맛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었는데.. +_+ 

어쨌거나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져서 다시 가보려해도 두어달 전에 예약을 해야한다니, LA친구에겐 소문만큼 맛도 없고 예약도 어렵다고 일러주었다. 차라리 그 주변에 셀수없이 많은 다른 화교 운영 중식당을 아무데나 가더라도 평균적인 맛은 보장할 수 있다고... ㅎㅎ

또 한군데 소문과 달리 실망스러웠던 집은 '손만두'로 유명한 음식점이었다. 내가 가본 날도 손님들이 엄청나게 밀려들어 줄지어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으음.. 막상 먹어보니... 가격대비 만족도로 보아 다시 가고픈 곳은 아니었다. 마치... 열심히 요리학원에 다닌 새댁이 때깔은 좋게 상을 차렸는데 음식 맛은 어딘가 좀 부족한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슴슴하고 담백한 맛이 그 음식점의 특징이라고는 해도, 굳이 그 돈 주고 사먹으러 다니고 싶진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일 뿐, 유명한 맛집 순례하는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몰려가겠지만...


알록달록 예쁜 손만두를 일부러 포장해서 사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솔직히 나는 도무지 저런 형광색을 보면서는 식욕이 돋질 않았다. ㅠ.ㅠ 참으로 입맛과 취향은 가지가지다. 

둘이 먹을 만두전골이 3만8천원인가 했던 거 같은데, 재료를 죄다 국산으로 좋은 것만 쓴다고는 해도 너무 비싸지 않나? 물론 눈물나게 맛있다고 느낀다면 그 가격도 저항이 없겠지만, 나로선 좀 ㅎㄷㄷ 아까웠다.  

(이 사진은 식탐을 달래는 보관용이 아니라 만두색이 놀라워서 언제고 포스팅하려고 올초에 찍었는데 참 오래도 묵혔다가 써먹는다) 


요즘은 정말 TV채널만 돌리면 어디서도 요리사들이 혹은 일반인들이 활약하는 먹방, 쿡방을 볼 수 있다. 식탐가로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제이미올리버쇼, 헬스키친, 마스터셰프코리아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보았고 얼마전까지도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한식대첩, 집밥백선생까지 줄줄이 챙겨보았지만 이젠 다 시큰둥해졌다.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요리대결, 맛집 탐방을 하는 판국이니 원... 식상해하는 이들이 나뿐은 아닐테고, 머잖아 또 유행타듯 다들 휙 사라지겠지만 그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간혹 엄청난 극찬 요리를 만나게 되더라도 절대 넘어가지 않을테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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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 자랑

놀잇감 2015. 7. 28. 22:45

친구가 도자기 공방하는 친구에게 특별 주문해서 만든 스누피 접시를 선물했다 ^^
아까워서 전시해놓고 구경해야겠다고 했더니 매일 사용하는 막접시로 만들어 달랬다며 당장 쓰라고 종용. 사용 인증샷도 보내라고... 
해서 받아온 날로 당장 샐러드를 담아 먹었고 진짜로 거의 매일 써먹으며 친구에게 보고용 사진을 찍었다 ㅎㅎ

포스팅을 위한 삶을 인증하는 것 같아 좀 민망하니 사진은 접어야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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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놀잇감 2015. 4. 23. 00:21

어느날의 밑반찬이다. 

넉넉히 만들어서 멸치볶음이랑 피클까지 4종세트로 막내고모네도 날라다주었다. 그랬더니 고모가 레시피를 달라고 해서 카톡으로 대충 적어보낸 걸 여기도 퍼다놓는다.착한 조카 코스프레. 


새송이버섯 장조림


1. 달걀을 완숙으로 (7-8분) 삶아 까놓는다
2. 새송이버섯을 씻어 통으로 절반만 자른다
3. 냄비에 버섯을 넣고 간장과물 1:1 정도의 비율로 넣고 10분쯤 끓인다. 버섯에서 물 많이 나오니 물 많이 넣을 필요 없음. 
4. 고기장조림처럼 통마늘 생강 풋고추 넣어서 향긋한 맛 추가
5. 끓기 시작하면 작은불로 줄여서 10분쯤 졸이다가 버섯에 간장색이 다 뱄다 싶으면 삶은 달걀 넣고 뒤적이며 같이 좀더 조린다
6. 식은 다음에 버섯을 쪽쪽 찢어서 그릇에 담으면 끝.


브라질식당에서 먹은 비나그래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콩샐러드(?) 


1. 파프리카 빨강, 노랑, 주황, 적양파(없으면 그냥 양파), 오이, 당근, 적채(적양파 들어가면 생략가능), 토마토(좀 단단한 걸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콩알만하게 자른다.

2. 통조림 옥수수 국물 꽉 짜서 넣고 캐슈넛이랑 아몬드, 삶은 병아리콩 넉넉히 넣고 청*원 프렌치발사믹 소스에 버무리면 끝. 

3. 파슬리 가루 좀 뿌려주고....

그밖에 아보카도, 소금 좀 넣고 삶은 울타리콩을 넣어도 된다. (위 사진엔 통조림 옥수수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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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

투덜일기 2015. 4. 6. 11:15

냉이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요즘 냉이는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거라 향이 옛날 같지 않다, 는 것이 엄마의 총평. 까다로운 노친네가 트집을 잡거나 말거나, 나는 식탁에 앉아 된장찌개 한 입 떠먹은 순간 입안으로 확 퍼지는 냉이 향기에 나도 모르게 아, 봄맛이네....그랬다. 음식의 '맛'이란게 대부분 기억의 총합이고 추억이라더니만, 봄마다 먹어온 냉이 된장찌개가 내 두뇌에 그렇게 새겨놓은 탓일 거다. 냉이를 먹으면 봄이다, 이런식으로.  


잔털에 붙은 흙이며 지저분한 잎사귀 떼어내고 정리하는 게 귀찮아서 냉이는 봄이 되어도 내가 즐겨 사는 재료가 아니다. 그런데도 봄에 냉이로 국이든 찌개든 나물이든 한번쯤은 해먹어 줘야 봄을 봄답게 맞는 것 같은 마음 역시 오랜 세월 세뇌된 머리가 짜내는 계절성 습관이겠지? 마트에 나온 냉이를 조금 째려보다가 (아 손질하기 귀찮아;;) 기어코 카트에 한 팩 넣었으니 하는 말이다. 


어렸을 땐 봄에 꼭 엄마가 끓여주는 쑥국, 냉잇국이 싫었다. 쑥국은 너무 쓰고, 냉잇국에선 흙냄새가 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조카 ㅈㅎ이가 '걸레냄새가 난다'며 모든 버섯을 치떨리게 싫어하고 못먹는 것과 비슷한 듯하다. 조카들은 싫은 음식은 죽어도 안먹고 버텨도 되지만, 그 옛날 어린 나는 싫은 음식도 꾸역꾸역 참고 먹어야했다. 편식은 안 돼! 음식 귀한 줄 알아야지. 음식 남겨서 버리면 죄받는다. 지옥에 가서 평생 버린 음식 다 먹어야 된대. 몸에 좋은 거야. 무조건 먹어... 밥상에서 이런 말로 잔소리를 했던 건 주로 할아버지와 엄마였다. 때로는 꼴깍꼴깍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느라고 눈물이 핑 돌면서도 (검정색 수건처럼 생긴 천엽이라든지, 금방이라도 피가 줄줄 흐를 것 같은 생간, 살코기보다 허연 비계와 껍데기가 더 많은 돼지고기 수육!) 난 또 '솔선수범' 착한 누나 역할에 힘쓰느라 씹지도 않고 대충 꿀꺽 삼키고는 칭찬을 듣는 쪽을 택했다. (완강하게 싫다고 왜 말을 못했니... 응?) +_+ 


어쨌든 쑥국 싫어! 냉잇국 맛없어! 엄마한테 투정을 부려도 아예 안 먹는 건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닌가? 그냥 내가 괜히 잘난척 하느라고 먹으라는 대로 다 따라 먹었을 수도 있겠다. 편식 심한 막내동생은 막 울면서 끝까지 버텼을텐데! 닭백숙은 좋아라 먹었어도, 누런 기름이 둥둥 뜬 백숙 국물은 아버지 빼곤 아무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는데도 엄마는 어떻게든 그걸 우리한테 다 먹이려들었었다. 하지만 막내는 차라리 맨밥을 빡빡 빨아먹으면 먹었지 절대로 안 먹고 도리도리... 어떻게든 '영양가 많은' 닭국물을 먹이겠다는 일념하에 엄만 라면 좋아하는 막내를 위해, 백숙국물로 라면을 끓여바쳤지만 한 입 딱 먹어본 막내는 그 좋아하는 라면도 외면했다는 일화를 아직도 가끔 들려주신다. 막내동생의 막내아들 ㅈㅇ가 편식 심한 건 다 지 애비 닮아서 그런 거라며...


씁쓸한 맛이 나는 음식 맛을 즐기게 되면 그게 다 컸다는 증거라던가. 하지만 씁쓸한 쑥국과 흙냄새 풀풀나는 냉이를 언제부터 거부감 없이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근데 참, 냉이 향을 흙냄새로 느끼는 건 나뿐일까? 하긴 뭐, 익힌 당근에서 나는 특유의 향을 나는 어려서부터 석유 냄새로 인식했고, 익힌 당근을 억지로 먹으면 버스멀미 하는 느낌에 시달렸다. 그래서 지금도 별로 즐기진 않음.  암튼 쑥이나 냉이를 딱히 즐긴다기보다는 그냥 계절맞이 절차로 참아넘기다 보니 먹을만하게 되었다가, 오랜 습관이 쌓이면서 조건반사처럼 계절에 따라 내가 먼저 찾게 된 거다. 제철 음식, 제철 과일은 어떤 영양제보다 몸에 좋다는 이야기에 심히 혹했을 수도 있다. 워낙 먹는 거에 탐닉하는 인간이라서... ㅎㅎ 


모전녀전이라고 어제 성묘가며 들른 떡집 앞에서 엄마는 차창을 내리고 내게 소리를 질렀다. '쑥개떡'도 있으면 사오라고... ㅎㅎ 그렇지, 봄은 또 쑥개떡의 계절 아닌가. 하지만 시간이 이른 탓인지 아쉽게도 쑥개떡은 보이지 않았다. 쌀가루보다 쑥이 더 많이 들어가 떡인지 쑥뭉침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그 옛날 엄마표 쑥개떡 역시 난 별로 안좋아했다. 이름도 마음에 안들어.. 개떡이 뭐냐 개떡이... 오죽하면 개떡같이 얘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속담이 있을라고. 떡이라면 모름지기 맛있는 소가 들어간 바람떡이나 송편, 고소한 콩가루를 입힌 인절미, 달콤한 백설기 정도는 돼야지 말이야. 어려서는 바람떡이나 송편, 절편을 먹을 때도 꼭 '하얀색'만 골라먹었고, 쑥색은 절대 피했었는데 언제부턴가는 쑥떡 쪽에 먼저 손이 간다.게다가 단 음식들이 싫어지면서는 제일 먼저 손이 가는 떡이 쑥절편... ^^; 


그렇다고 제철음식 먹으러 주꾸미 축제니, 새우축제니 하는 데 굳이 찾아갈 만큼의 부지런함은 없다. 일단 '축제'라고 이름붙은 공간의 번잡함과 시끄러움이 싫어! 특별히 더 싸게 파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동네 횟집에도 '봄 도다리', '주꾸미 입하'라고 적혀 있지만 그건 별로 땡기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억지로든 즐겨서든 많이 먹어본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내심 그래서 다행이다. 밥순이의 삶이 꽤 오래 되어도 아직 어류를 맨손으로 손질하는 거 영 마뜩찮다. 봄마다 도다리 쑥국 이런 거 끓여먹고 싶어진다면 얼마나 귀찮겠나! 어우 비린내 생각만해도.. ㅠ.ㅠ 그나마 냉이가 낫지. 올봄 추억의 제철음식은 어제 먹은 쑥절편이랑 냉이 된장찌개로 만족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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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른아른...

식탐보고서 2015. 2. 25. 17:40

어떤 요리프로그램이었나, 거기 나온 요리사가 그랬다. 탄수화물을 기름에 튀기면 어떻게 하더라도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고. 온갖 튀김 재료에 특히나 겉에 튀김옷을 입혀 더욱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건 그 때문인 듯. 


아무튼... 튀긴 음식은 온갖 대사증후군을 지니고 계신 어마마마에게 절대 피해야할 음식이고, 나 또한 탐닉하는 만큼 뱃속은 튼튼하질 못하게 된 고로 웬만하면 튀김을 먹는 일이 드물다. 프라이드 치킨이든, 돈까스든, 탕수육이든... 혹시라도 식탐을 부려 먹게 되면 다음날 속깨나 아픈 걸 감당할 각오를 해야.. (튀김 하나 먹는데 뭐가 이리 비장한가. ㅋ)


하지만 하지 말라는 것,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욕망은 점점 더 커지는 법. '그래, 먹고 죽자' 싶은 심정으로 나몰라라 먹어댈 때가 있다. 주로 '치+맥'의 형태. ^______^ 거기다가 또 하필 요새 정붙일 곳 없이 방황하던 내가 탐닉하는 TV 프로그램은 죄다 먹는 게 주제다. <삼시세끼 어촌편>, <수요미식회>, <냉장고를 부탁해>


막강한 차줌마의 온갖 진기명기 요리솜씨 때문에 자괴감마저 든다는 아줌마들이 주변에 꽤 많은데(홍합 짬뽕 때도 놀랐지만 요번에 화덕을 오븐으로 개조해 테스트 베이킹을 거쳐 식빵까지 완벽하게 구워내는 걸 보고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냥 그는 차줌마가 아니라 '차셰프'다. +_+),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스피드'라고 말하는 성질 급한 차승원의 '빨리빨리' 해치우는 요리가 나랑 비슷한 점이 많아 완전 신이 나서 구경하고 있다. 음식 만드는 데 시간 오래 걸리는 거 진짜 싫고, 있는 재료로 대충대충 만들지만 꽤 맛은 비슷하게 내는 거 좋아좋아... ㅋㅋ 다만 모든 양념에 설탕을 넣는 건 불만이다. 매운탕 양념에도 설탕을 넣다니! 으어... 개인적으로.. 감칠맛은 몰라도 단맛 나는 찌개는 싫다규~


<수요미식회>는 허름해도 오랜 전통을 지켜온 가게들 위주로 음식의 통사까지 대충 훑어주는데다 패널 별로 아주 매몰차게 의견이 갈리고 비판도 서슴칠 않는 점이 흐뭇하다. 쓸데없이 유명한데 맛없는 집이 좀 많은가 말이다. 줄서서 먹어야하고 심지어 선불에다 자리에 앉자마자 쫓겨나다시피 흡입해야하는 명동 칼국수집 얘기 나왔을 땐 많이 통쾌했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부모님따라 다닌 집이고, 아직도 그 집 만두와 칼국수 좋아하는 지인이 있어서 일단 마음을 접고 아직도 1년에 한두번 가고는 있지만 먹고 나면 늘 찝찝텁텁. 얼마 전 서울 장안의 '치킨' 집을 다루었을 땐 TV보며 아주 괴로웠다. 하마터면 바로 다음날 반포 치킨 먹으러 달려나갈뻔... (대신에 며칠 뒤 집 근처의 영양센타 전기구이 통닭을 먹어주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매번 진짜로 출연진의 냉장고를 옮겨다가 그 안의 재료로만 그럴싸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디어와 솜씨가 기발하고 놀랍다. 나도 단지 장보러 나가는 게 귀찮아서 냉장고 텅텅 빌 때까지 막판엔 요것조것 '퓨전' 반찬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까. 본인도 내용물의 존재를 잘 모르는 남의 냉장고 들여다보며 놀려대는 재미도 쏠쏠. 이것도 못말리는 관음증이겠지. ㅋㅋ 아무튼 요리엔 맛의 조화를 짐작하는 센스와 순발력, 창의력이 새삼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역시 요리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어... 오랜 시간 공들이고 정성 바치면 누가 못하겠나, 후다닥 단시간(15분!)에 있는 재료만으로 꽤나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낸다는 구상이 딱 내 취향이다. ㅎㅎ 간혹 일반인이 만든 요리가 전문가 셰프의 요리를 이기는 반전도 흥미진진.  


하여간 설날 연휴 내내, 그리고 바로 어제까지도 남아있던 각종 전을 데워먹었고 주말엔 밖에 나가서 '리치'한 ^^; 맛의 토스트와 감자튀김도 먹어주었건만, 자꾸만 휴대폰에 든 먹거리 사진 중에 감자튀김과 맥주 사진이 아른거려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아으...


이 포스팅도 그 감자튀김 열망을 식혀보고자 시작한 것인데 딴소리가 길었다. ㅜ.ㅜ



경복궁 역 근처 체부동 음식점 골목 안쪽, '열정 감자'로 시작했다가 상표 등록 문제로 이름을 바꾼 '청년 감자'의 감자튀김과 맥주다. 고깔모양 봉투를 편의점 앞에서 흔히 보는 플라스틱 테이블 가운데 홈에 푹 꽂아주는 게 특색. 사실 좀 짜고 너무 자극적인 맛이라 일반 튀김도 같이 시켰지만 역시나 나중엔 케이준 맛으로 더 시켜 먹었다. 둘이서 감자튀김 세 봉다리를 먹었네그려... 더불어 크림맥주도 꽤나 마신듯. 파이렉스 계량컵에 맥주를 담아주는 것도 특이한데, 나는 잔도 무겁고 계량컵이라는 원래 용도가 거슬려서 쫌 별로다! 그래도 바삭한 감자튀김이 저렴하니 맛있고, 특히나 '젊고 잘생긴 엉아들'이 마구 뛰어다니며 친절하게 서빙하는 게 마음에 들었었다. ㅋㅋㅋ 알바생이 아니라 다들 정규직원이라는 것 같지 아마. 재미난 별명 등에 적힌 검정색 티셔츠 입고 있었던 여름에 주로 많이 갔었는데, 화장실이 불편해서 한두잔 후딱 마시고 일어나야 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종종 생각난다는 게 함정. 


유학중 남편 먼저 학위 따게 뒷바라지 하랴, 아들 둘 키우랴 본인 공부하랴 엄청 바빴던 친구는 그 놀라운 상황 속에서도 여러 종류 김치를 직접 담그고 심지어 육포까지 집에서 만들어 먹이던 좀 심한 열혈 슈퍼우먼이었는데(미쿡에서 사먹는 김치와 육포는 너무 비싸고 무엇보다도 재료가 못 미더워서였다고;;), 10년 가까이 이어지는 유학 생활 중 쌓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프렌치프라이를 대형 오븐에 두판 쯤 구워서(? 그래도 프렌치'프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먹어댔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은 아직도 자기에게 스트레스 해소용 힐링음식이라나. 학창시절 '하늘하늘 코스모스 신비소녀' 분위기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친구가 나와 함께 와구와구 감자튀김에 맥주까지 꽤 많이 마셔서 놀랐더니 그런 사연이 있었다. 


1월 어느날이었던 것 같은데 저 사진 찍은 날도, 자극적인 감자튀김 때문에 맥주를 주량 이상 들이키고는 다음날 수북하게 부은 눈으로 속이 아파 한참이나 빌빌 거렸던 기억이 생생하건만 지금 막 땡기는 건 뭐지... 그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일지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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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투덜일기 2014. 2. 14. 17:35

일주일이 아직 다 가지 않았는데, 직딩 시절 월요일부터 연일 야근에 시달리다 맞은 금요일처럼 축 늘어진 파김치 신세다. 그간은 약간씩 '기운'만 돌다 말았을 뿐 매번 내가 먹어대거나 푹 쉬거나 하는 수법으로 늘 물리쳤던 감기가 드디어 내 면역력을 넘어섰다. 다행히 요즘 유행한다는 독감은 아니고 그냥 지저분한 콧물감기. 요란한 재채기 몇번 이후 코찔찔 흘리느라 목소리가 변했다. 코를 풀다풀다 지쳐 코주변에서 껍질이 벗겨질 때쯤이면 감기가 떨어지겠지.

 

조카의 중학교 졸업식에 갔었다. 삐까번쩍 멋지게 들어선 아트센터 건물에서 거행된 졸업식은 어쩜... 수십년 새 그렇게 하나도 안변했을 수가 있나. 심지어 더 나빠진 것 같다. 예전에도 애국가를 4절까지 다 불렀던가? 어쨌거나 저 아래층의 학생들도 2층 객석의 나도 몸을 배배 틀며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개그콘서트에서 박지선이 늘 "몸이 고생을 기억해요~" 따위의 대사로 웃기는데, 30년 넘게 부를 일 없었던 교가와 졸업식 노래가 다 기억나서 깜짝 놀랐다. 하와이 민요에 붙인 그 졸업노래는 딴 데 가서도 진짜 들을 일 없을 텐데 ㅋ.

 

식이 끝난 후 멀고먼 교실 건물까지 또 낑낑대고 따라가서 보니 여전히 복도는 좁아터져 학부형들로 발디딜 틈조차 없었고, 저 안에 어떻게 70명이 바글거리고 앉았나 싶게 교실도 작았다. 이제는 학생 수가 그 절반도 안되는 30명이라던가. 왁자지껄한 교실엔 그래도 누군가 풍선도 매달고 '선생님 사랑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도 붙여 놓았고 교탁에 케이크도 놓여 있었다. 하지만 앞에서 담임이 뭐라고 하건 말건 지들끼리 수시로 왁왁 괴성을 질러대는 아이들이 나는 조금 무서웠다.

 

모든 게 끝나고, 싫다고 도망치는 조카를 애써 담임 옆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지만 당연히 흔들려 하나도 건질 게 없다. 괜히 찍으라고 그랬나.

 

 

 

돌아오는 길에 봐온 장으로 어젠 또 종일 대보름 먹거리를 준비했다. 여름부터 엄마가 말려놓은 호박, 가지, 시레기, 나물 3종세트에 콩나물과 시금치를 더해 5종 세트 완성. 9가지엔 못미쳐도 그나마 작년보다 한 가지 더 많아졌다. 냉장고가 그득하니 안먹어도 배가 부른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지금 배가 부른 건 오곡밥을 하도 많이 먹어서지만...

 

고된 일주일을 씩씩하게 보낸 나에게 장하다고 뭔가 상이라도 줘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날짜를 보니 발렌타인 데이. 옳다구나 냉장고를 열어 친구가 보낸 초콜릿을 한귀퉁이 쪼개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달콤쌉싸름한 카카오의 맛이 고단함을 달래 잠시라도 영혼을 말랑말랑하게 해주기를.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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