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ㅋ 한꺼번에 폭풍 포스팅이다. '레시피' 들어가는 영화 후기 쓰고 보니 생각난 게 있어서 또...
노년의 엄마는 살림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됐으면서도 철철이 찾아오는 주부 본능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햇마늘 나오면 꼭 한두 접 사야하고, 가을에 태양초 고춧가루 누가 고향에서 가져다 판다고 하면 또 막 사고 싶어한다. 김치도 안담그면서 대체 왜!! 보관 문제도 그렇고 쓸데없이 일 벌이는 걸 완전 싫어하는 내가 방방 뜨면서 극구 말려보기는 하지만, 나의 투정쯤은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지 올해도 또 햇마늘을 사들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시위의 방편으로 나는 마늘까기에 손도 대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혹시라도 다 썩어서 버리게 되면 쓰레기 치우는 건 내가 담당하겠노라고 악담을 했다. 그랬더니 이 노친네 몇달에 걸쳐서 가끔씩 마늘을 까고 또 까고... 현관 근처에 봉지째 굴러다니던 두 접의 마늘까기가 오늘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v 다 내가 구시렁구시렁 투덜투덜 악담을 추임새로 넣은 덕분에 엄마가 오기로 다 깐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1차로 깐 마늘을 처리는 해야하니 어쩌겠나. 한달 전 쯤 소량으로 장아찌를 담갔다. 예년에도 시도했지만 막상 또 담가놓으면 잘 드시지도 않는다. 맵고 아리다나 뭐라나. 내 실력 부족 탓으로 덜 삭혀서 그런가 싶어 요번엔 내맘대로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제대로 찾아보고 시도를 했는데, 결과물이 제법 흡족하다.
간장 달여서 붓자마자 찍은 것
냉장고에 보따리 보따리 깐마늘 봉지가 점점 늘어가니 일부는 다져서 냉동실에 넣는다고 해도, 또 한번 마늘장아찌를 담가야할 것 같아 한달 전의 기억을 더듬어 적어놓기로 했다.
싱겁고 덜 달게 만들어야 하니 검색해본 방법 그대로 적용한 게 아니라서.
<마늘 장아찌>
마늘, 간장, 식초, 물, 설탕, 매운고추.
1. 깐마늘은 잘 씻어 채에 건져 물기를 말린다. 통째로 담가서 껍질을 발라 먹는 방법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담가놓으면 귀찮아서 누군가 손으로 죄다 발라주어야 하기에, 그 노동은 내 몫이 될 게 뻔하기에 알마늘로 담근다.
2. 예년의 경험상 햇마늘은 특히나 단단하고 매워서 잘 안 삭는 것 같아 이번엔 굵기가 굵은 녀석들은 절반, 또는 삼등분으로 저몄다. (그러느라 손 매워 혼났다. 비닐장갑 사용 추천;;)
3. 검색해보니 대체로 간장과 식초, 물, 설탕의 비율이 1:1:1:1이었으나, 그럼 너무 달고 짤 것 같아서 설탕의 양은 얼추 1/3로 줄였다. 간장에도 단 맛이 있으니까.
일단 식초와 물, 설탕의 비율을 1:1:0.3의 비율로 촛물을 만들어 사나흘 정도 마늘을 담가놓는다. 마늘이 잠기도록... 혹시 뜨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종지를 엎어 두었다. 하얀 마늘이 연두색으로 변해가는데 연두색이 꽤나 진해져야 매운 맛이 다 빠지는 것 같다.
4. 식촛물을 냄비에 따르고 간장은 처음 넣은 물과 식초의 7할(이라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다. 반컵보다 약간 더 많았음) 정도의 비율로 넣고 끓인다. 이 때 매운 고추도 몇 조각 투척.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5. 오이지 담글때도 그렇고 나로선 이해가 잘 안되지만 팔팔 끓여서 식힌 간장촛물은 뜨거울 때 그대로 마늘에 붓는다. 그래야 아작아작하다고. (상식적으론 겉이 익어 물러질 것 같은데 왜 더 아작아작해질까나;; ㅋ) 그러니까 보관용기는 당연히 유리로 해야할 듯. 팔팔 끓인 물로 병을 소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차피 양도 적고 냉장고에 넣고 먹을 거라 소독 같은 절차는 생략했다.
6. 간장농도가 짙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상온에서 열흘 쯤은 두어야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이 드는 것 같았다. 오래 보관해두고 먹으려면 중간에 장을 한번 더 따라서 끓여 부어야 한다고.
마늘에서도 좀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간장촛물이 좀 남았는데 버리기엔 아까워서 앙파 장아찌도 같이 담가보았다. 근데 울 엄니, 부드러운 양파 장아찌를 더 잘 드신다. ㅋㅋ 어쩔 수 없이 계속 양파 두세개 씩 담그고 있는 중.
<양파 장아찌>(라지만 피클에 가까운 것도 같다)
양파, 간장, 식초, 물, 매운 고추.
1. 양파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집어먹기 좋게 자른다.
2. 양파는 단맛이 있으니 설탕 생략. 간장:식초:물을 0.7:1:1의 비율로 냄비에 붓고, 냉동실에 잘라 넣어둔 매운 고추 몇 조각 투척해 파르르 끓여 부으면 끝. 하루 이틀이면 곧바로 먹을 수 있다. 날로도 먹으니까 굳이 삭힐 필요도 없고, 피클 담글 때를 생각하면 간장을 끓여 부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더 아작아작해진다니까...
입던 옷차림에 슬리퍼를 대충 끌고 아무때나 스스럼없이 집으로 놀러가도 좋을 동네 친구는 이제 없다. 여전히 '우리집으로 놀러와'라고 말하는 친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선뜻 나서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나만해도 몇년 전까진 아주 가끔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는 일이 있었으나, 조카들 놀러오는 것도 귀찮은 마당에(!) 친구가 집으로 오는 건 이제 손사래를 치며 말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청소하기 싫엇!
내 입장에선 차라리 그냥 밖에서 만나서 수다떨고 밥먹고 차마시는 게 훨씬 편하고, 전업주부든 아니든 친구들도 대개 내 의견에 동감한다. 혹시 아이가 어리다든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집에서 모이게 되더라도 밥은 반드시 나가서 먹거나 시켜먹는 것이 대세. 그렇더라도 나로선 한끼니 내 손으로 안챙겨도 해결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누군가에게 집밥을 대접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황공무지한 일이 된지 오래. 사실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동생네 집에 가서 큰올케가 해주는 집밥을 얻어먹으며 황송해한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더러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시누이 노릇이고 아니고를 떠나 똑같이 지겨운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으로서 양심이 저릿저릿 하는 것 같다.
암튼 집밥의 귀중함을 알기에 누구에게든 함부로 청할 수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으며 누가 해준다고 하면 일견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최근 그런 귀한 집밥상을 친구에게 연달아 받는 일이 생겼다. "요리 내가 했으니 설거지는 밥값으로 니가 해!"라고 하는 친구들도 아니어서 나는 그야말로 황송하고 감격했다. 귀찮게 나가서 먹지 뭘 밥을 했느냐고, 괜한 빈말이 아니라 정말 미안해하던 나에게 그들은 좋은 사람을 위해 차리는 밥상은 전혀 피곤하지도 귀찮지도 않다는 대답으로 나를 더욱 민망하게 했다. 나는 매끼니 밥상 차리면서 노상 인상 구기고 툴툴대는 인간인데...
확실히 그들은 나와는 다른 유형의 인간이 틀림없다고 여기며, 괜한 죄책감까지 품지는 않을 작정이지만 사진을 담아둔 김에 고마움과 자랑을 겸한 포스팅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셋 다 내가 이런데다 자기네가 차려준 밥상 사진을 올리고 주절대는 짓거리를 하고 산다는 건 모르고 있으니 금상첨화. 친구가 해준 요리 중엔 참고 삼아 나중에 해먹어도 좋을 것들도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한 기록이 될 거라 믿는다.
밥상1.
이중에 나도 시도해본 건 냉이무침과 새싹채소 샐러드. 뒷줄 왼쪽, 삼치를 밀가루 입혀 굽고 데리야끼 소스를 끼얹은 건 한번 해먹어보고 싶은데 귀찮아서 잘 안된다. 소금구이로도 맛있는걸 뭐! 그날 친구의 냉장고엔 이 요리를 위한 레시피 적힌 종이가 매달려 있었다. 친정엄마가 해주셨다는 김치 두 종류 말고는 따끈한 잡곡밥까지 죄다 신선한 반찬. 과연 몇시간을 공들여 차려낸 밥상일지 감개무량.
밥상2
당연히 밖에서 사먹을 거라 생각했다가 집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놀랐던 두번째 친구의 밥상은 사진 한장으로 담을 수가 없었다. 내가 도착한 순간 씻어놓았던 쌀로 돌솥에 밥을 앉히고 중탕으로 계란찜까지... 죄다 냉장고에서 꺼낸 밑반찬이라 손 가는 거 하나 없었다고 극구 주장했지만, 중탕 계란찜도 누룽밥도, 부추전도 저절로 되는 요리는 아님을 내가 왜 모르나. 우리집 계란찜은 늘 전자렌지에 뚝딱 해먹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퍽퍽하고 딱딱해져서 계란찜 메뉴로 눌러놓고도 틈틈이 휘저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날 밥 한공기 다 먹고 누룽밥까지 과식한 바람에 위가 아파서 저녁은 굶어야 했다. ㅎㅎㅎ
밥상3
이날도 저 수북한 밥그릇 좀 봐라. 원래 집에서 먹는 양은 저 절반쯤 되는데... 밖에만 나가면 꾸역꾸역 참 잘도 먹는다. 따끈따끈한 새밥은 정말 그냥 밥만 씹어도 맛있다는 걸 이제 나도 아는 나이랄까... ㅠ.ㅠ 이 친구네 냉장고 안엔 밑반찬이 단 한 개도 없고, 매끼니 새로운 반찬을 즉석에서 해먹는 걸로 유명하다. 가운데 있는 건 맵지 않게 끓인 닭볶음탕이고, 부추 샐러드와 부추전도 내가 보는 앞에서 금세 뚝딱 만들어냈다. 여덟살 짜리 아들놈이 초록색 부침개를 좋아해서 부추를 갈아 체에 걸러 놓았다가 저렇게 앙증맞은 부추전을 부쳐먹는단다. 켁... 가서 울 엄마 부쳐드리라고 초록색 반죽을 준다고 해서 급사양했다. 울 엄마가 애기도 아니고! 이 다음날 부추 사다가 부추가 잔뜩 씹히는 두번째 밥상 속 부추전을 만들어 먹고, 남은 생부추는 비빔국수에 넣었더니 엄만 안 씹혀 못먹겠다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들기름과 간장 들깨로 버무린 향긋한 부추샐러드는 우리집에선 못해먹을 음식이란 의미. 대신에 닭볶음탕을 그렇게 간장에 청양고추만 조금 넣고 안동찜닭처럼 해먹어봐야겠다.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커피를 마신다'고 했던가? 고현정의 내레이션이 깔린 연아커피 선전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한번 먹어봐야지 했었는데 막상 마트엘 가면 늘 까먹었다. 아예 인스턴트 커피 코너 쪽으론 잘 안가게 되기 때문이다. 성묘갈 때 타가려고 사놓았던 경쟁사의 믹스커피(강동원 커피!)가 꽤 오래 굴러다닌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어쨌거나 이미 연아커피를 시음해본 사람들이 별로라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호기심은 남았다. 아마도 순전히 모델에 대한 호감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사에 시큰둥, 과대광고를 비웃는 나마저도 이러니 엄청난 모델료를 주고서라도 광고계가 특정 인물을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록 제품값에 그 엄청난 모델료며 홍보비용이 다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째뜬 광고 보고 호기심이 인 먹거리가 연아커피 하나였으면 또 그냥 흐지부지 잊고 말았을 텐데, 얼마전 내 눈에 딱 들어온 TV광고가 있었으니... 송창식이 노래를 부른 <참붕어빵>이다. 유명 모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그냥 붕어빵이 주인공인 광고에 송창식이 CM송을 불렀는데, 단박에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 바삭한 붕어빵을 한번도 못 먹어보고 그냥 지냈다. 어쩐지 억울해 억울해. 봄이 되면서 거리마다 붕어빵 노점상은 다 사라졌으니, 제과회사에서 만든 붕어빵 과자라도 사먹어보리라 불끈 결심이 섰다.
그러고도 까마귀 정신이라 까맣게 잊고 장볼 때마다 몇번을 그냥 건너 뛰고는 어쩌다 만나게 되는 광고에 아차! 하기를 여러번. 요번엔 마트 갈때 적는 메모지에 연아커피와 참붕어빵도 일부러 적어넣었다. 적어가서도 빼놓고 사오는 물건이 있는 마당에, 안 적어가서 생각해내기를 기대하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라고 하면 당연히 좀 과장이다;; ㅋ) 시식에 돌입했다. 둘 다 단 거라 한꺼번에 시도했을 리는 없고, 일단 참붕어빵부터 밤참으로 뜯었다. 엇.. 근데 과자 포장이 뭐이리도 예쁘다냐!
요즘 모든 과자가 요란뻑적지근한 과대포장을 하는 통에 박스는 꽤 큰 반면 막상 열어보면 은박비닐 포장된 내용물이 몇 개 안 들어 화를 돋우는데, <참붕어빵>도 그 대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속포장을 색색깔로 네 종류나 달리 해놓다니 무슨 팬시용품 같기도 하고 왠지 맘에들어! 포장비에 투자할 돈으로 내용물이나 좀 더 크게 만들지, 라며 노상 투덜거린 게 민망스럽게도 나는 과대포장 상술에 또 홀딱 넘어가 후한 점수를 주고 앉았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속포장을 까서 시식. 으으 역시 달구나. 찹쌀을 넣어 쫄깃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더니 역시나 내가 기대한 붕어빵의 맛과는 거리가 좀... 쫄깃거리는 게 아니라 내 입엔 좀 찐덕찐덕 마시멜로 같기도 하고 스펀지 같기도 하고, 씹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마들렌처럼 부드럽게만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째뜬 엄연히 밤참끼니로 먹는 것이므로 우유랑 삼켜서 그럭저럭 2개를 먹었지만 너무 달아서 한번에 그 이상은 못먹을 것 같았다. 열량표시를 보니 역시나 2개가 '1회 제공량'이라고 되어 있고 280칼로리쯤 된다고. 당연하겠지만 밥한공기를 너끈히 넘기는 열량이다. 니글니글 텁텁하게 남은 단맛 때문에 결국 나는 얼른 대저토마토를 우적우적 씹어먹어야 했다. 마트에서 할인해 3천5백원쯤 주고 샀으니 할인 전엔 마리당 500원 정도라는 의미다. 요새 2천원에 세마리 주는 진짜 붕어빵보다는 저렴하지만 물론 크기도 훨씬 작고 팥소도 부실하다. 앞으로 송창식 아저씨가 노래로 낭랑하게 꼬셔도 다신 안 사먹어야지, 쳇.
다음날 연아커피는 오전 두번째로 마시는 커피타임에 시도해보았다. 설탕 부분을 조절하더라도 단맛을 감안해 냉커피로 마셔볼테닷. 헌데 그게 나의 착오였던 듯. 가뜩이나 연한 연아커피를 얼음 잔뜩 부어 냉커피로 만들어놓으니 이도저도 아닌 싱거운 맛만 강조되는 게 아닌가. 다시 다음날엔 적당히 물을 조금 부어 뜨겁게 타 마셔보았는데, 그간 원두 갈아마시기에 심취하여 믹스커피의 참맛을 까먹은 듯, 달달하고 진한 자판기 커피 특유의 매력을 통 느낄 수가 없었다. 부드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커피 본연의 매력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걸까나. 에잇, 연아커피도 다신 안 사먹을 테닷! (근데 남은 봉지믹스는 어쩐담;;)
언젠가 누군가 새로 나오는 과자와 라면 따위를 죄다 먹어보며 올린 시식기를 킬킬대며 읽었던 적이 있다. 어찌나 자세하고도 구구절절 느낌이 자상하던지. 그게 누구였더라? 나는 귀도 막귀라서 음악을 섬세하게 구분해 듣지 못하듯, 입도 막입이라 아무거나 잘먹는 반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세세하게 구분해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어불성설 이런 포스팅을 한다는 게 좀 민망하지만, 워낙 별렀다가 먹어보고 실망한 참이라 식탐녀의 흔적으로 기록해둘 만하다 여겼다. ^^;
오만가지에 다 적용되는 줄임말을 싫어하는 편이면서도 또 줏대없이 덩달아 따라쓰는 줄임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치맥'이다. 사실 치킨에 맥주의 궁합은 건강상 대단히 안 좋은 거라지만, 어차피 건강을 심히 챙기려면 아예 술을 마시질 말아야지! 바삭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이나 전기구이 통닭을 먹다보면 탄산음료보다는 역시 시원한 맥주가 제격.
치킨에 맥주를 즐겨온 역사를 따져보라고 한다면 정말 까마득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언제부턴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엔 프라이드 치킨과 튀김엔 끄덕 없고 유난히 볶음밥만 소화를 못시키더니, 급기야 기름에 튀긴 모든 음식들이 확실히 부담스럽다. 뱃속에 넣은지 몇시간 지난 뒤에도 막 기름냄새가 계속 튀어올라오는 기분이 들고 위가 붓는 느낌까지 있다. 어흑, 내가 치킨에 맥주 마시는 걸 얼마나 좋아라 했는데!
그래서 자주 못먹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가끔 기회가 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까짓것 위 좀 혹사시키면 어때! 웩웩 게워내고도 또 술 퍼마시던 때에 비하면야 치맥 정도는 양반이다. 어차피 치킨에 탐닉하느라 배불러서 많이도 못 마시질 않는가. ㅎㅎ
홍대 레게치킨이 그리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통 가볼 기회가 없었다.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젠장. 근데 꿩 대신 닭이라고 얼결에 들어간 치킨집이 완전 마음에 들었다. 워낙 치킨을 멀리하며 살다보니 내 입엔 그저 닭만 대충 튀겨놓아도 무조건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일행도 맛있다고 칭찬했으니 객관적인 평가도 뒷받침된 감상이다. 게다가 생맥주에 무슨 짓을 한 건지 거품이 아주 쫀쫀한 느낌으로 괜찮았다. 맥주 자체가 진한 맛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물타서 싱거운 맥주는 아니라는 데서 점수를 얻었다. 이름하여 깐부치킨. 상상마당 건너편 주차장 길 모퉁이에 있다.
이젠 맥주 한 두잔에 알딸딸하는 형편없는 주량으로 전락했으면서도 성인이 된 이후로 음주를 즐긴 역사가 길기 때문인지 비가 온다거나, 금요일밤이 되면 이상스레 술이 마시고 싶어짐을 느낀다. 날씨 화창해진 요즘 금요일밤은 더더욱! 냉장고에 사다 넣어둔 캔맥주도 있지만 그건 또 일요일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한 캔씩 홀짝거리는 용도였다. 출근도 안하는 주제에 왜 일주일이 다 가고 월요일이 오는 게 서글픈지 원. 그러나 일요일밤을 헤롱헤롱 보내다 12시를 넘기면 월요일을 술기운에 시작하는 것 같아 그짓도 몇번 하다 관뒀다. 혼자 술마시는 게 알코올 중독의 시초라는데! ;-p
암튼... 지난주 금요일밤의 치맥이 못내 그리워 사진 쓰다듬다 마음을 달래려 시작한 포스팅이다.
이름이 [순살 치킨]이었을 거다
이건 [마늘 치킨]
식탐녀답게 휴대폰에 종종 먹거리 사진을 모아둔다. 물론 먹는 게 급해서 사진을 못찍을 때가 더 많지만, 사진으로도 갖고 싶은 음식이 꼭 있더라고... 그러다 가끔 배경화면으로 쓰기도 한다. ㅋ
메뉴판을 보고 별 생각 없이 시켰는데, 나중에 둘러보니 이 두 메뉴보다는 크리스피 치킨이 더 인기인 것 같다. 발라먹기 귀찮더라도 담엔 그걸 시켜먹어봐야지. 같이 튀겨 내온 감자튀김의 양이 좀 적긴 하지만 파삭파삭 맛있었다. 전기구이 통닭에 마늘소스를 얹어 준 것도 담백하니 맛났음. 생맥주는 3천원, 치킨 가격은 16000-17000원 전후. 가격은 다른 데와 비슷한데 양이 좀 적은 것도 같다. 이 정도면 보통인가? 나로선 엄청 배고플 때 들어가서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는지 진짜로 훌륭한 맛인지 한번 더 먹어보고 판단해줄 테다. 치맥 궁합은 역시 진리!
되돌이표 붙은 악보처럼 절기별로 반복되는 내 인생. 기시감이 들 만큼 작년 대보름날과 똑같이 콩닥콩닥 몸을 놀려 오곡밥과 나물을 해먹었고, 작년과 똑같이 남은 팥으로 알량하게 팥죽을 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좀 더 야심차게 찹쌀도 불려넣고 새알심도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참고한 레시피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옛날의 기억을 떠올려 만든 팥죽은 절반의 실패였다. 삶은 팥을 체에 걸러서 거친 껍질을 빼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껍질 영양분과다설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통팥을 그냥 사용한 건 좋았는데 새알심이 문제였다. 맵쌀가루를 뜨거운물로 개어 익반죽을 해야한다는 것까지는 잘 기억하고 있었고, 동글동글 내 입에 딱 맞게 작은 새알심을 빚은 것도 훌륭했다. 그러나... 새알심을 끓는 물에 먼저 삶아 팥죽에 넣었어야 하는 것을 그냥 투하했더니만 당최 익어야 말이지. 하는 수 없이 건져내 끓는 물에 다시 삶아보았으나 이미 회복불가였다. 딱딱한 새알심 때문에 낑낑거리며 문득 네이버 웹툰 <역전야매요리>가 생각났다. 작가에게 소재로 쓰라고 알려줄까보다. 킥킥. 손수 팥죽을 끓여본지 30년쯤 된 엄마는 아마도 새알심 반죽이 너무 되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진실인지 확인할 순 없었다.
안씹히는 건 아니지만 쫄깃쫄깃 보들보들한 새알심과는 영판 다른(마치 절반쯤 굳은 가래떡 씹어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딱딱한 새알심을 씹어야 했지만, 그래도 소금과 설탕을 소량씩 넣은 팥죽의 맛은 그럴듯했다(고 주장;;). 요즘은 정말 순전히 먹으려고 사는 인간 같아 민망스럽다. 그러면서도 굳이 여기 적어두는 건 내년에도 반복되기 십상인 대보름날 팥죽 타령의 실패를 막기 위함이다. ㅋ
에디스 B는 수제햄버거가 주력상품이고 제니스 브레드엔 아예 햄버거가 없으며 서로 메뉴도 많이 달라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으나, 어쨌거나 내 마음대로 식탐분류에는 같은 범주에 속하므로 최근 두군데 다 다녀온 김에 재미삼아 한번 비교해봤다. 내 마음 같아선 두집 다 버글버글 눈코뜰새없이 장사가 잘 되면 좋겠는데 (나한테 아무런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이런 바람을 품는지? ㅋㅋ) 두집 모두 갈 때마다 그리 손님이 많지 않은 게 좀 안타깝다. ^^; 물론 운좋게도 손님 많은 시간을 내가 잘 피해다녔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 홍대 제니스 브레드. 위치는 홍대 정문에서 산울림소극장쪽으로 150미터쯤? 내려와 뉴스 미술학원(길 건너엔 에이랜드가 있다)을 지나 바로 나오는 골목으로 꺾어져 10미터쯤 올라가면 주택가 건물 1층에 위치한 제니스 브레드가 보인다. 주택가 골목에 있으므로 주차장 따위 갖추어져 있을 리 없으니 근처 골목에 재주껏 세우거나 주차장길에 세우고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
마음에 쏙 드는 소박한 제니스 브레드의 외관
나 해야한다. 나는 제니스 카페가 둘로 나뉘기 이전, 홍대앞 큰길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던 나름 오랜 팬이라고 자처하고 싶다.
주차장길 고엔(내가 교자 덮밥으로 칭송해마지 않던;;) 건너편에 있는 파스타집 제니스 카페에도 가보았으나, 양은 적은데다 심히 짜고(!) 느끼해진 듯한 파스타류는 내 입에 별로 맞지 않았다. 다만 그곳의 빵을 전부 여기서 구워 가져간다는 것 같다.
갈 때마다 너무도 당연하게 샌드위치만 시켜먹어서 다른 메뉴가 거의 기억나질 않지만, 샐러드와 피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발사믹 식초에 버무린 버섯 샐러드 무척 좋아하는데, 평일엔 7시까지밖에 영업을 하지 않아(주말엔 10시까지 하는 듯;) 최근엔 계속 낮에 가서 런치스페셜만 먹어대느라 샐러드 먹어본지가 꽤 됐다. 샐러드 가격은 9500-13500원 사이. 피자는 종류별로 2만원 안팎이고, 각종 샌드위치는 12000원 안팎이다(가격 생각 안나서 홈페이지 가 확인했다 ㅋㅋ 자세한 메뉴는 여기). 그러나 11시 30분부터 4시까지 제공되는 런치스페셜엔 오늘의 수프 + 샌드위치 + 음료가 샌드위치 가격에 제공된다. 예를 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운 가지와 루꼴라, 말린 토마토가 들어가는 멜라자네 가격이 12000원인데, 4시까지는 수프와 멜라자네, 커피까지 12000원에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멜라자네
오늘의 수프와 커피
느끼한 것에 강한 나는 가끔 각종 치즈가 들어간 포르마지오 샌드위치를 시켜먹기도 하는데, 언젠가 같이 간 친구는 1/4쪽만 먹고도 막 느끼해 죽으려고 했었다. ㅋㅋ 멜라자네를 제일 자주 시켜먹지만 구운 버섯이 들어간 풍기 샌드위치도 맛있다. 꽤 큰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네조각으로 잘라주므로 일행들과 종류별로 시켜서 나눠먹으면 냠냠쩝쩝 아주 흡족하게 먹을 수 있다.
포르마지오 샌드위치
샌드위치도 맛있지만 나는 제니스의 저 웨지감자가 너무도 좋다! 오븐에 구워 바삭하면서도 포실포실한 감자, 좋아좋아... (이 사진은 좀 흐리게 찍혀 감자가 덜 맛나보인다. 쩝..)
오늘의 수프는 갈때마다 달라지는데 저날은 토마토 수프였다. 혹시나 내가 싫어하는 당근 수프가 나오면 어쩌나 염려하며 시켜도 아직은 한번도 안걸렸다. 양파 수프, 버섯 수프 다 맛있다. 진한 커피도 일품인데, 큰길가에 있을 때는 꽤 큰 와인셀러가 가게 입구에 서있고 밤에 치즈에 와인을 마시러 오는 손님들도 꽤 많은 것으로 보아 괜찮은 와인도 파는 것 같다. 물론 촌스럽게도 적포도주를 마시면 머리가 아픈 지병을 갖춘 나는 마셔보지 못했다. ㅠ.ㅠ
원조 제니스 카페가 제니스 브레드와 제니스 카페로 양분되면서 달라진 점은 제니스 브레드에서 구운 신선한 빵을 판다는 점이다. 주변에 산다면 며칠에 한번씩 바게트 빵이나 치아바타를 사다가 살짝 데워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막상 샌드위치를 꾸역꾸역 먹고나면 따로 빵을 사가지고 나오게 되질 않는다. 다만 초콜릿 스콘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좀 늦게 가면
다 떨어져버려 스콘을 구경도 할 수가 없고, 많이 사고 싶어도 몇 개 안남아 많이 살 수 없는 날이 많다. 이날도 딱 세 개 남아 있어서 내가 얼른 떨이로 사가지고 돌아왔다. 초콜릿 칩과 호두가 우적우적 씹히는 스콘은 커피랑 마시면 정말 황홀하게 맛나다. ^^; 보기에도 실해보이는 저 초콜릿 스콘은 작은 게 2천원, 큰게 3천원.
직접 만든 트라미수 케이크도 맛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아직 못 먹어보았다. 욕심내서 시킨 후 다 먹고나면 워낙 배가 불러서리...
제니스 브레드는 홍대 근방에 대한 나의 편애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딱 내가 좋아하는 담백하고 정겹고 한결같은 맛이 느껴져 좋다. 친구들 셋이 의기투합해 시작했다는 창업 스토리도 그렇고, 한 사람은 열심히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한 사람은 주방과 홀을 오가며 서빙하는 조용하고 아담한 분위기도 내겐 아주 편하다. 혼자 가서도 서슴없이 시켜먹을 수 있는 환경이랄까. 다만 평일 7시 영업종료와 초콜릿 스콘 사기 힘든 점은 퍽 불만이다. ;-p
다음은 광화문 에디스 B. 광화문이라고 우겼지만 위치는 안국동과 광화문의 중간쯤이 아닐까나. 매주 수요일마다 일본군 위안부할머니들의 시위가 벌어지는 일본대사관 바로 옆이고, 누군가의 스캔들의 장소로 한때 뉴스에 오르내린 서머셋팰리스와 마주보고 있으며 옛날 한국일보 자리에 생겨난 트윈트리타워 A동 지하1층에 있다. 건물이 크니 무료주차도 2시간 가능하고, 근방 다른 대형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주말에는 5천원으로 종일주차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주차장 반대편 큰길쪽에서 들어가는 입구
eddy's B는 최근 메뉴가 꽤 많이 바뀌었다. 빵 종류 고르랴, 패티 종류 고르랴 처음부터 난감해하던 손님들을 감안한 때문인지 이제 빵은 고르지 않아도 된다. 샌드위치와 버거의 종류만 정하면 되고, 대신 단품과 세트 메뉴로 나뉘었다. 세트메뉴엔 탄산음료와 감자튀김이나 샐러드가 포함되는 식이다.
뿐만 아니라 한종류 뿐이던 쇠고기, 치킨, 해산물 버거가 죄다 두종류씩 늘어났다. 요즘 대세인 매운맛을 하나씩 늘린 듯... 바뀐 메뉴 가운데 나는 크리스피 치킨만 먹어봤으나 지난번 치킨 버거보다 확실히 맛있어졌더라. 칠리 쇠고기 버거를 먹어본 막내올케도 맛있다고 했음. 하기야 뭐 맛을 개선하느라 메뉴개편을 했겠지 굳이 개악했을 리 없잖아! ㅋ 어린이 메뉴와 파스타도 새로이 생겨났다. 사실 초록색 이파리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절대 입에 대려하지 않는 어린이 지우는 워낙 햄버거를 싫어하여 지난번에 갔을 때 주스와 감자튀김만 먹고 왔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 입맛이 그러하므로 어린이 메뉴를 몇 종류나 개발한 모양이었다. 두세가지 이상이던데 자세히 안봐서 모르겠고 요번에 지우는 돈까스와 스파게티 세트를 시켰으나 사진을 안찍어왔으니 패스~. -_-; 궁금하면 직접 가보시든가.. ㅋㅋ
크리스피 치킨버거의 위용
치즈 맛이 진한 마카로니 치즈
매콤한 칠리소스 닭다리 튀김을 넣은 크리스피 치킨버거는 세트가 8400원, 그러고 보니 지난번 싱글, 더블 어쩌고 하는 구분도 사라졌군. 리가토니 면(파스타 이름 맞는지 불확실^^;) 몇 개와 마카로니가 함께 진한 치즈를 뒤집어쓰고 있는 마카로니 치즈는 만원(토마토 스파게티는 9500원)이다. 버거나 샌드위치 세트에서 탄산음료 대신 커피로 시켜도 되는지 그걸 모르겠다. 하기야 뭐 몇백원 더 내면 불가능하지야 않겠지. 다만 궁금한 것은 제니스 브레드처럼 같은 세트 가격에 커피를 주느냐인데... +_+ 그건 나중에 직접 주문해보고 댓글로 추가하겠음. ㅋ 커피맛은 지난번 ThinkCoffee에 대한 불만을 폭로하며 언급한 대로 괜찮은데다 양도 많아 나로선 아주 뿌듯하다. 제니스 브레드의 커피는 맛있는데 양이 적어서 샌드위치 먹다보면 나중엔 좀 모자란단 말이지...
메뉴가 대거 바뀌면서 저렴한 오늘의 수프는 사라졌다. 그냥 버섯수프와 클램차우더를 취향껏 7천원 안팎으로 시켜먹을 수 있다. 헌데 초창기에 두어번 먹어보고 반했던 '크리미 머쉬룸 수프'는 맛과 때깔이 달라져 좀 불만스럽다. 개업직후 막 메뉴를 개발하고 있던 과정에서 모양새와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졌으리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버섯 수프를 버섯 수프라고 부를 수 없는 맛은 좀... 아니지 않나? 쳇! 지난번엔 햄버거집에서 수프가 제일 맛있으면 문제 아닌가 했었으니, 제법 마이너한 메뉴인 수프로 딴죽 걸기가 좀 미안하지만 비판적 지지입장으로 한마디 하고 넘어가야겠다.
최근 색과 맛이 연해진 버섯 수프
초창기 버섯 수프
조명이 달라 외양의 절대적 차이를 논하기 좀 뭣하지만, 그래도 두 가지 사진이 똑같은 '크리미 머쉬룸 수프'를 찍은 거라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사진 순서가 뒤바뀌었는데 오른쪽이 내가 반했던(그나마 이것도 초창기 시식단과 함께 가서 먹었을 때 길게 마늘빵이 얹혀 있던 날보다는 맛이 연했고 위에 굴러다니는 올리브오일이 좀 과했다) 버섯향 풍부한 수프였고, 왼쪽은 너무도 실망하여 '우유죽' 아닌가 의아했던 맛의 버섯 수프 사진이다. 장금이는 아니지만 식탐녀로서 맛을 규명해보자면 초기에는 고가의 표고버섯을 많이 넣었다가 나중엔 저렴한 양송이나 새송이 버섯으로 대체했을지 모른다는 것이 나의 결론. 하지만 그래도 버섯 수프에선 버섯 맛이 나야지 들척지근 크림 맛만 나면 어쩌란 말인가! 이날 이후 놀란 나는 두번 다시 에디스비에서 수프를 시켜먹지 않았다. +_+
통째로 나온 훈제치킨 샌드위치를 반으로 자른 뒤 아차차 하며 찍었다
쓴소리 미안해서 맛있어보이는 샌드위치 사진 또 하나. ㅋㅋㅋ
치아바타 훈제치킨 샌드위치를 세트로 시키면 이제 10500원. 버거류는 세트메뉴 없을 때보다 좀 가격이 오른 듯 하고 샌드위치류는 오히려 좀 내린 것 같다. 맞다! 트리오 버거라고 해서 각기 다른 맛의 미니 버거가 세 종류나 나오면서 9천원대인 신메뉴가 있었는데, 위장 작은 녀성동지 둘이 가서 시켜 나눠먹으면 딱이겠더라. 먹느라 바빠 그것도 사진을 못찍어와 아쉽;; 생각해보니 에디스 B는 메뉴와 가격 확인해볼 정식 홈페이지도 없다. 아직 그거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나보다;; ㅋ
샌드위치와 버거는 이제 질려서 한동안 안먹겠다고 다짐한지가 언제였더라? 암튼 요즘은 다시 종류별로 제니스와 에디스의 메뉴를 골라먹어보고 싶어지는 탐식기간이다. 아니,집중적인 탄수화물 탐식기간인가? -_-; 어제 밤참으로는 새벽2시에 팔아프게 달걀 거품내서 무려 '핫케이크'를 구워먹었다. 켁...
언제고 내가 꼭 내려가 살고 싶은 제주도에 난데없는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정마을엔 결국 오늘 공사강행이 시작된 모양이고,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축출됐던 강용석의 국회의원 제명은 똑같은 놈들의 비호로 부결되었으며, 6년이나 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 친구를 집단 성추행했던 고대 의대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징계수위는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몇해 전 운동권 학생들은 2주만에 전격 출교(재입학이 불가한 최고 수준의 징계란다)시킨 고대가 돈많고 빽 든든한 의대생들은 퇴학(한학기만 지나면 재입학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니, 하는 꼬라지가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랑 수준이 딱 맞다. 에이 더러운 것들. 성폭력 피해자에게 꼭 니들이 짧은 치마 야한 옷 입고서 먼저 범죄를 유발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기막힌 논리가 언제까지 통하려는지 원!
아, 이렇게 더럽고 쓴 세상 때문에 달달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자꾸 딴길로 빠진다. 모두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와 자랑질로만 블로그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헌데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은 온통 분노할 일 뿐이다. 잠깐 릴랙스, 릴랙스...
요리에 대해서 별 두려움은 없지만 내가 웬만하면 피하고 싶어 한 것이 바로 베이킹의 세계다. 집에서 척척 스콘 굽고 초코칩 쿠키 만들고 심지어 새우깡까지 홈메이드로 만들어 간간이 맛을 보여주는 친구를 보노라면 완전 요술쟁이 같아 자꾸만 관심이 쏠린다. 집에 오븐이 없기에망정이지 있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그러나 내가 '원래' 그리 단것과 간식을 즐기지 않는데다 베이킹은 곧 탄수화물 및 고밀도 과당 섭취의 지름길이므로 (왕비마마의!) 건강상 애써 멀리해왔다.
그런데 아뿔싸. 요즘엔 물부어 대충 반죽한뒤 전자렌지에 띵~ 돌리면 베이킹이 끝나는 온갖 '믹스'들이 마트에 깔려 저마다 손짓을 보낸다. 게다가 TV에선 잘생긴 고수가 너도 한번 해보라고, 엄청 쉽다고 유혹까지... ㅠ.ㅠ
결국 유혹에 넘어가 <흰눈표 브라우니 믹스>를 사다가 시도해봤다. 오, 놀랍게도 정말 단번에 '거의' 성공. 덜 식혀서 잘라 먹는 바람에 모양이 좀 흩어지긴 했으되 촉촉하고 달달한 데다 초코칩 덩어리까지 막 씹히는 것이 꽤 훌륭했다. 비록 달랑 320g에 1440칼로리라는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눠먹으면 되지 뭐 이럼서 벌써 세번째 시도. 두번째 작품(?)을 먹어본 조카들도 진짜 산 것처럼 맛있다며 열화와 같은 칭찬을 안겨주었다.
자랑스러워 찍어놓은 세번째 브라우니의 자태는 이러하다.
설명서엔 평평한 네모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 용량에 따라 3분 30초에서 4분 돌리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4분 10초 돌렸다. 직사각형 그릇이라 그런지 처음 가운데가 푹 꺼져 거기만 잘 안익어 시간을 연장해야했기 때문. 오른쪽 사진은 6등분해서 자른 것. 한 조각당 무려 240 칼로리지만, 커피와 함께 치명적인 달콤함에 빠지는 순간에는 더러운 세상따위 잠깐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입맛이 유독 써서 어느 날보다 달콤함이 필요한 오늘은 남은 게 없다. 어제 밤참으로 마지막 조각을 홀랑 다 먹어버려서.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진으로라도 달콤함을 불러일으켜야겠다.
쓸까말까 망설였다. 원래 내가 적극적으로 맛집 소개하는 블로거도 아닌데, 과연 여기다 광고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괜히 이웃들에게 욕이나 먹는 건 아닐까?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내 팔이 심히 안으로 굽는다는 것. 학연, 지연 따위에 절절 매는 사람들 함부로 욕할 게 아니란 걸 요번에 깨달았다. ^^; (어차피 홍보 효과여부도 알 수 없는데 뭐 어때! 라고 애써 자위 중) 양심에 크게 찔리는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개한다. 어차피 홍보성 글이므로 탐탁지 않으신 분들은 이쯤에서 읽기를 관두시라고 나머지는 접어둔다.
몇달전 동생이 뜬금없이 요즘 좀 뜬다싶은 동네마다 유행처럼 생겨나는 수제 햄버거집 이야기를 꺼냈다. '7성급'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권의 수제 햄버거라면 사람들이 반길 것 같느냐고. (나야 수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가끔 그리워하며 먹으러 다니는 사람이지만, 내 주변엔 그 돈 주고 절대 먹기 불편한 햄버거 안 사먹겠다는 이들이 팔할 이상인데!) 게다가 에드워드 권이라니. (나 그 사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못 미덥고 싫던데!) 동생이 마당발인 건지, 에드워드 권이 마당발인 건지... 어이하다 두 사람이 지인 사이가 됐을꼬... -_-; 암튼 내 한번 먹어보고 판단해주마.
우려와 기대가 뒤섞인 주변의 시선 속에 길고 지루한 장마로 인테리어 작업이 늦어진 데다 셰프의 해외출장이 겹치는 바람에 드디어 지난 3일 에드워드 권이 새로 여는 브랜드 <eddy's B>가 오픈했다. 위치는 서울 안국동 옛날 한국일보 빌딩 자리에 새로이 들어선 트윈트리타워 A동 지하1층. 나는 개업을 하고도 며칠 뒤인 일요일, 엄마를 비롯한 가족 시식단(?)을 이끌고 다녀왔다.
지하주차장에서 A동 건물로 들어가 좁다란 지하1층 로비로 들어서면 <에디스 B>로 들어가는 유리문이 보이고 이런 기다란 징검다리길을 건너면 드디어 입구가 나타난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경우 1층 로비에서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도 되지만 그러면 지하를 좀 가로지르는 느낌. 차라리 A동과 B동 사이로 난 테라스 입구 계단--Think Coffee 바로 옆--으로 내려와 건물 안쪽의 유선형 계단을 내려가면 곧장 이 입구와 연결된다. 경복궁 쪽에서 걸어오는 경우 건물 끝에 지하 테라스로 이어지는 별도의 나무 계단이 있다.) 지하라고 해서 염려했더니만 건물구조상 자연채광이 좋아서 다행히 지하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색깔로 틀을 칠한 저 오른쪽 공간 안쪽이 음식점이다.
에디는 당연히 에드워드 권의 애칭이고 B는 Better than anything 또는 Bakery & Burger & Bread를 의미한단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메뉴판. 버거로 할지 샌드위치로 할지 우선 빵을 먼저 고르고(1000-2000원), 안에 넣을 패티의 종류를 고른 뒤 계산을 하면 진동벨을 준다. 메뉴별로 다 어떤 맛일지도 모르고 무얼 먹을 것인지 고민하느라 처음엔 당황했다. =_=
버거는 싱글을 두개 시키는 것보다 더블을 시키는 편이 훨씬 싸다. 싱글 버거를 주문하면 뭔가 특별한 게 더 들어간다나 뭐라나... 우리는 워낙 식구가 많아서 죄다 더블버거로 시켰다. 더블버거로 시켜도 패티 종류를 따로하면 되니 상관없음. 버거류엔 케이준 감자튀김이, 샌드위치류엔 샐러드가 소량 딸려나온다. 여러 종류의 햄버거 번과 치아바타, 포카치아는 파티셰가 매일 아침 직접 굽는단다. 빵은 따로 판매도 하고, 모든 메뉴 당연히 포장 가능.
포카치아+포크 슈니첼 샌드위치
레드와인번+비프패티/크랩패티 더블버거
점심때쯤 갔으므로 나의 첫 끼니였던 터라 배가 고파서 사진도 찍기 전에 얼른 먹으려고 막 자르다 보니 아차차 싶었다. 다시 붙여놓고 후딱 찍었더니 사진이 죄다 엉망이다. ㅎㅎ 접시마다 보이는 분홍색 먹거리의 정체는 양배추 피클이다.
저것 말고도 포카치아 훈제치킨 샌드위치와 에디스 B 샐러드도 시켰으나 사진은 못 찍었다. 사실 조카들이 하도 떠들어대고 맛본답시고 막 나눠먹느라 제대로 맛을 봤는지 어쩐지도 모르겠다. -_-;
원래도 나는 버거보다는 포카치아나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더 좋아하는 편이다. 홍대앞 수제버거류의 양대산맥(내 맘대로;;)이라 할 수 있는 <감싸롱>과 <제니스 브레드> 중에서 나는 <제니스 브레드>를 훨씬 더 높이 평가한다. 도대체 왜 그리도 사람들이 즐기는지 나로선 알 수 없는 크라제 버거(가격대비 진짜 별로다. 차라리 버거왕 와퍼를 먹지!)보다는 감싸롱 버거가 훨씬 더 흡족하지만, 주인이 매장에서 직접 만든 치아바타와 포카치아를 살짝 다시 오븐에 굽고 버섯이나 치즈, 구운 가지와 말린 토마토를 넣은 제니스 브레드의 따끈한 샌드위치는 크헉.. 가끔 먹으면 정말 감동이다(다만 좀 느끼할 수 있다 ^^).
해서 여기도 파티셰가 직접 여러가지 빵을 아침마다 구워 따로 팔기도 한다기에 부디 제니스 브레드의 빵맛과 비슷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었다. 바삭하면서 촉촉한 포카치아 빵은 괜찮은 듯했고 조금씩 맛을 본 메뉴 중 사진 왼쪽의 포카치아 슈니첼(슈니첼이 뭔고하니 납작하게 편 돼지고기를 튀긴 거다. 독일식 돈까스라고 보면 된다고;)이 제일 맛있다는 평을 들은 것 같다. 저렇게 시키면 샌드위치 값만 11900원, 탄산음료(1600원)나 커피(아마도 2500원?)을 더하면 한끼니 값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랄 수 있지만, 양 적은 사람은 둘이 나눠먹을 수 있을듯. (위대한 나도 혼자선 저걸 다 못먹었다. 꽤 배고팠었는데;;)
오른쪽 더블버거는 빵값도 절약되고 해서 저렇게 2인분에 11000원 정도. 비프패티(4800원)과 치킨패티(4300원)를 선택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비프와 크랩(5200원)을 선택하면 빵값까지 12000원이 되는 식. 이 정도 가격에 에드워드 권 셰프의 버거를 먹는 건 정말 훈늉(!)한 거라고 동생은 거듭 역설하시었다. ㅋㅋ 버거 패티엔 비프, 치킨, 크랩 세 종류가 있고, 치킨이 제일 저렴하다. (메뉴사진 참조 ^^)
탄산음료를 즐기지 않는 나는 아이스커피를 시켰다. 모든 음료는 카운터 옆에서 컵을 주며 직접 따라마시라고 하는데 커피의 경우는 에프스레소 머신을 작동해야 하므로 매니저이신 듯한 분이 만들어주셨다. 탄산음료(1600원)도 저렴하지만 특히 커피는 싸면서도 맛있다는 주최측의 자랑을 익히 들었으나, 얼음을 너무 많이 넣어주는 바람에 싱거워서 커피 맛은 제대로 보지 못했다. 담엔 내가 얼음량을 적당히 조절해서 마셔보거나 뜨겁게 마셔보고 제대로 판단해주겠어!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 포스팅이라고 해도 거짓말은 못한다규~!)
사진은 없지만 막내동생이 먹은 포카치아 훈제치킨 샌드위치 역시 빵값과 내용물을 합하면 11000원. 오히려 샐러드류는 저렴한 것 같다. 우묵한 그릇도 멋지고 맛도 괜찮았는데 역시나 사진은 없다. (블로그에 홍보해주겠다는 마음이 있기는 했던 거냐? -_-;) 수프도 맛있는데 왜 안시켰느냐고 주최측의 퉁박을 들었으니 담엔 잊지말고 수프 맛도 봐야지.
전체적으로 공간이 아주 길쭉하기만 해서 어떻게 보면 기차 식당칸 같은 느낌이라 개성 있고 독특한 분위기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좀 답답하고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올만 하다. 에드워드 권이 콕 찝어서 고른 장소라는데 내가 이제와서 왈가왈부 토다는 것도 웃기지만 뭐 그렇다는 얘기다.
사진으로 보아 알 수 있듯 반달처럼 굽은 길쭉한 공간에 한쪽에만 테이블이 있다. 모두 해봐야 테이블이 8개쯤?
5명 이상 가면 테이블을 붙여 앉기도 어려울 정도로 폭이 좁다. 나눠 앉는 수밖에 없을듯.
한쪽 벽을 차지한 일러스트와 캐리커쳐는 홍대 미대생작품이라고 들었다. 합리적인 가격의 베이커리형 캐주얼 레스토랑(? 헐.. 다 외래어닷)이 모토래고,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9시까지. 아직 휴일 없이 매일 영업중. ^^; (그러고 보니 아직 문연지 일주일밖에 안됐다 ㅎ)
애당초 나는 '7성급'이라는 말부터 마뜩찮았던 사람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가 레시피를 개발하고 만든 요리라고 다 맛있을 거란 기대는 없었으며, 어디 얼마나 맛있는지 보자는 태도로 갔었기 때문에 당최 객관적이고 엄중한 평가를 내릴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평을 내린다면 가격대비 괜찮은 편이랄까? 크라제 버거는 내가 워낙 별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댈 것도 아니고, 바로 옆건물인 서머셋 팰리스의 <리틀 제이콥스> 샌드위치나 서울파이낸스센터의 <W버거>보다는 맛있다고(나 이래뵈도 한때 맛집 찾아다니는 열혈식탐녀였단 말쌈이쥐~) 우기는 바이지만 어차피 맛이라는 게 개인차가 있으니 내 취향을 강권할 순 없다. ^^;
하지만 가끔가다 내가 버거왕표 와퍼나 제니스 브레드 샌드위치를 그리워하듯 햄버거나 샌드위치가 땡길 때 사람들이 이곳을 생각하고 찾을 수 있는 '광화문 맛집' 또는 '안국동 맛집' 반열에 오르기를 진심으로 빌고 있다. 비록 나한테 떨어지는 콩고물은 전혀 없더라도 말이다! (어쩌다 소개받은 식당 하나 소개하면서도 이렇게 민망한데, 일부 파워블로거들은 어떻게 몇억씩 챙기며 홍보글을 썼을까? 역시 돈의 힘인가? 문득 궁금하다 ㅋ)
[#M_두번째 맛보기|접기|민망한 이 글을 보고서도 흔쾌히 시식단(응?) 모집에 응해준 이웃들과 채 일주일도 되기 전에 한번 더 다녀왔다. 역시나 조카들과 갔을 때보다는 맛을 좀 더 잘 음미할 수 있었던 듯. 이번에도 버거와 샌드위치를 같이 시켜보았는데, 내 아무리 치아바타와 포카치아 빵을 좋아한다해도 eddy's B의 주력상품은 수제'햄버거'라는 걸 깨달았다. 치아바타 훈제치킨 샌드위치와 비프 버거를 동시에 먹어보니 햄버거에서 더 오묘하게 깊은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음. 뭐 그렇다고 샌드위치가 맛없다는 건 아니고! ㅋㅋ
오늘의 최고 감동 메뉴는 '크리미 머쉬룸 수프'였는데 아뿔싸... 순식간에 흡입해 먹느라고 또 사진을 못찍었다. ㅠ.ㅠ 오늘의 수프가 하필 '캐럿 수프'라기에 우웩 나 당근 싫엇! >,.< 그러면서 버섯 수프를 시켜보았는데, 우와... 외형(아마도 버터와 마늘소스를 발라 구운 듯한 기다란 바게트 빵 한 조각이 수프 그릇에 가로질러 놓여 있다; 사진이 없으니 설명으로라도 =_=)이며 맛이며 고급 코스요리에 나오는 훌륭한 수프로도 손색없었다! (사실 나는 두번째로 먹어보고서야 비로소 에드워드 권의 맛을 인정했다는;; ㅋ)
지난번엔 햄버거 패티가 잘 안보이게 위에서 대충 찍었다고 불만이 접수되어 요번에 가면 잘 찍어보겠노라 생각은 했었으나, 또 다시 암 생각 없이 먹느라 그만... (제대로 된 햄버거 사진을 보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해보시길)
대신에 싱글버거에 추가되는 특별한 '무언가'가 뭔지 알아냈다. ^^; 청보리차 버거번(1100원)에 비프패티를 주문하자, '크리스피 베이컨'과 '프라이드 에그' 중 하나를 골라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과연 맛의 차이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나라도 바삭한 베이컨을 고르겠다.
그나마 촬영에 성공한 사진은 샐러드와 디저트.
근데 미안하게도 내가 주문한 게 아니라서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다. '라코타 치즈를 넣은 토마토 샐러드' 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싱싱하고 다양한 채소의 색깔도 예쁘고 올리브오일을 베이스로 한 듯한 드레싱이 싱그럽고 독특한 맛이었다. 그치만 나는 지난번에 먹은 '에디스비 샐러드'의 손을 들어주고 싶음. ^^;
새하얀 배의 선체를 닮은 큼지막한 샐러드 그릇은 암튼 마음에 든다.
커피와 함께 맛보리라 결심했던 디저트 주문에도 성공했다.
저 하얀 크림 아래 과일조림 같은 것이 깔려 있는데 심하게 달지 않고도 위에 뿌린 견과류와 적절하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페이스트리를 구워 올리는 디저트라기에 대체 뭔가 궁금했었는데... 위에 꽂힌 게 바로 겹겹이 반죽의 결대로 쪼개지는 파이였다. 한 사람당 버거를 다 먹고 수프에다 샐러드에다 꾸역꾸역 다 먹어댔으니 비록 배는 터질 지경이었지만 흡족.
맞다. 커피 맛은...
엄청 감동스럽달 순 없고 ^^ 그럭저럭 괜찮다 정도라고 하겠음. 아니, 가격 대비 훌륭하다고 해야하나? ㅋ
이왕 광고한 거 좀 더 뻔뻔해지자면
트윈트리타워에 아직 사무실 입주가 끝나지 않아 당분간은 주차장 이용이 매우 편리할 듯하고, 카운터에서 무료주차권도 지급하므로 근처를 지나다 부담없이 들러봐도 좋겠다. (이젠 아주 창피함도 모르고 홍보에 열을;;)
그리고 오늘의 불만 한 가지. 음식점 공간이 정말로 긴데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많아 네명이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서 맨 안쪽에 자리를 붙여 앉았더니 음식 주문하고 받으러 가고 음료수 리필하러 다니고 하는 동선이 어찌나 긴지 진이 다 빠졌다. +_+ 나 같은 게으름뱅이들은 필히 중간쯤에 앉아야할 듯. ;-p
그러고 보니 8월이다. 8월 첫 포스팅으로 친구 뒤에서 흉이나 보는 듯한 얘기를 끼적인 게 찔려서 밀어내기 포스팅 하나 더.
홍대앞엘 가면 술집은 지천이어도 적당히 끼니를 때우려 들면 막상 갈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내가 파스타에 탐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정식 백반이나 다름없는 파스타를 대단한 고급 요리인 것처럼 만얼마씩 주고 사먹는 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일부러 마음 먹고 나가 호사 떠는 외식이 아니라면 한끼니 밥값은 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서민인 나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 앞에서 딱 맞는 밥집이 바로 <고엔>이 아닐지. 위치는 상상마당 건너 주차장길에서 조 샌드위치 골목으로 들어가, 405 키친 앞 골목으로 좌회전, 감싸롱 지나 제니스 카페 맞은편 쯤에 있다. 노상 지나다녀도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먹으려고 드니 같은 날 1시간 30분 간격으로 두번을 먹었다. ㅋㅋ 그러고선 따라하기 좋아하는 성격을 발휘하여 따라 만들어 보았다.
교자 전문이라 각종 교자(새우, 타코, 마늘, 카레 등등)를 골라 세트 메뉴로 먹을 수 있다. 두번째 갔을 땐 연두부 샐러드도 추가로 시켰는데 그것도 맛있었으나 수다떠느라 사진은 못찍었다. 아래는 처음 단체로 가서 시켰을 때 찍은 사진.
이렇게 주고 7-8천원 정도 했던 것 같다. 원래는 일식집 특유의 1인용 나무쟁반에 세팅되어 나오는데 이날은 우리가 워낙 인원이 많아 접시가 따로따로 나왔다. 알록달록 접시 색깔도 예뻐서 식욕을 돋운다.
두번째 갔을 땐 타코 교자를 먹었는데 무식하게도 나는 멕시코 타코를 연상하며 매운 맛일 거라 기대했더니 ^^;
타코야끼처럼 문어가 들었다는 뜻이었다. ㅋㅋㅋ 내가 먹어보고 문어인줄 알아차릴 정도였으니 내용이 실하다는 의미다. 두번 먹어보니 만들기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건강식이라 엄니한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숙주랑 돼지고기 사다가 시도해봤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후리가께를 빼먹었지 뭔가! 어차피 만두는 옵션이라 생각해서 새송이 버섯을 소금구이해 얹어 구색을 갖추었으나, 역시나 후리가께 없인 뭔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굴소스로 맛을 낸다고는 했으나 숙주도 너무 숨이 팍 죽었고. 딸의 막요리에 그리 점수가 후하지 않은 엄마는 별 반응이 없었다. 다만 좀 싱겁다고 한 마디. -_-;
하지만 꽤나 간편한 일품요리(만드는데 총 20-30분이면 충분한 것 같다)면서 영양면에서도 균형잡힌 메뉴라는 생각에 지난번 장 볼때 잊지 않도록 목록 적을 때 후리가께를 아주 크게 써가지고 갔다. 문제는 어떤 맛을 사야할지 내가 모른다는 것. ㅋㅋ 그래서 제일 무난한 김맛으로 골랐다. 가쓰오부시나 연어맛은 혹시 입에 안맞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드디어 일요일 별식으로 두번째로 시도했다.
이번엔 군만두까지 완비했다. 역시나 후리가께가 이 요리의 완성이었던 듯 때깔이 많이 비슷해졌고 맛도 얼추 비슷하다고 주장하련다. ㅋㅋ 대체 이 요리의 이름이 무어냐는 엄마의 물음에 나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돼지고기 숙주 덮밥>이라 대답했다. +_+ 사진을 찍고보니 외모지상주의자스럽게 알록달록한 예쁜 접시를 사고파졌다. ㅎ
1. 돼지고기를 허브솔트 약간, 소금, 후추, 다진마늘, 참기름에 재놓는다.
2. 돼지고기를 우묵한 팬에 들기름 약간 두르고 볶다가 굴소스도 반 숟가락 정도 넣는다.
3. 고기가 다 익을 무렵 씻어 건진 숙주를 넣고 숙주쪽에만 소금, 들기름 약간 더 넣어 금세 볶아낸다.
4. 옆 불 프라이팬에서 동시에 기름에 지진 군만두와 함께 접시에 담아 낸 뒤 후리가께를 적당히 뿌린다.
(다음엔 미소시루도 준비해볼까나... 그냥 된장 엷게 풀어 끓이면 그게 더 맛있다 뭐!)
밥순이로 살더라도 몹시 수고롭고 골치 아픈 김치는 웬만하면 담가먹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나, 예외는 간혹 있다. 지난번엔 식탐 열망을 이기지 못해 오이김치를 두번이나 만들어 먹었고(첫번째가 너무도 맛있어 열흘쯤 뒤엔 더 다량의 오이를 사다가 만들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다시는 시도 안하고 있기는 하다;), 제사나 차례를 앞두고 나박김치는 내가 담그지 않으면 안되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설날 때는 수정과라도 올리니까 제기 중에서 국물 담는 그릇을 하나라도 쓸 수 있는데, 여름엔 나박김치가 없으면 네 개나 되는 우묵한 제기를 전혀 쓰지 못하는 게 좀 민망하다. 누구보다도 나박김치를 좋아하셨던 할머니 제사땐 꼭 올리려고 했었는데 여름이었던 할머니 제사를 겨울 할아버지 제사로 합치고 보니, 이젠 제사 핑계로 담근 나박김치에 국수를 말아먹으려면 아버지 기일과 추석에 맞춰 담그는 수밖에 없다.
대충요리의 선구자로서 대충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내 그간 어깨 너머로 배운 아이디어까지 더하여 대강 뚝딱 만들고 나면 이상하게도 첫 솜씨가 제일 훌륭하다. 나박김치도 몇해 전 처음 만들었을 때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의 나박김치보다는 무와 배추를 조금 작게 썰어, 엄마에겐 소꿉장난 하느냐는 일갈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할머니표 나박김치인 것을 어쩌랴. 말년에 이가 부실해지신 데다 허리까지 굽어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할머니는 나박김치의 무와 배추도 앙증맞을 만큼 작게 썰어 만드셨고, 매 끼니마다 나박김치를 한 탕기씩 해치우셨다. 그런데 나도 그 편이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대로 따랐던 거다. 또 다시 일년만에 나박김치를 담그느라 어제 몇시간 서 있었더니 종아리에 알이 배겼는데, 깜박깜박하는 나의 기억력으로 볼 때 어딘가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재료를 또 하나 빠뜨릴 것 같아 기록해두기로 했다. 어제는 글쎄 장 볼 때 배를 빠뜨리는 바람에 다 저녁때 나가서 사와야 했다. 나박김치엔 뭐니뭐니 해도 배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해지는 법이거늘.
재료: 무 반 개, 쌈용 배추 한 통, 큼지막한 배 한 개, 쪽파 한 움큼, 미나리 한 움큼, 통마늘, 홍고추, 고춧가루, 천일염, 찹쌀가루, 흰설탕, 멸치액젓 한숟가락.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으로 딱 하나 분량임)
1. 찹쌀가루를 두 숟가락 정도 물에 개어 묽게 찹쌀풀을 쑤어 놓는다.
2. 무를 1.2~1.5cm 두께로 토막내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납작납작 잘라 소금을 뿌려 절인다.
3. 나박김치에 들어가는 배추는 노란 속잎만 넣는 게 맛있으므로 나는 아예 쌈용 배추 속고갱이만 사서 넣는다. 배추 역시 무와 비슷한 크기로 잘라 슬쩍 소금에 절인다.
4. 쪽파와 미나리를 다음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적당한 길이로(나는 2.5cm)로 잘라둔다.
5. 홍고추는 절반 갈라 씨를 거의 다 빼낸다.
6. 절인 무와 배추를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7. 배 껍질을 깎아 무와 같은 크기로, 대신에 좀 더 도톰하게 잘라놓는다.
8. 통마늘을 저며 채썰어놓는다.
9. 찹쌀풀에 소금, 멸치액젓, 설탕, 생수 약간을 넣어 잘 저어 풀어놓는다.
10. 김치통에 미나리를 뺀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양념을 부은 다음 생수를 넉넉히 부어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설탕을 아예 넣지 않는 집도 있다지만 나는 역시나 할머니 식으로 백설탕을 약간 넣는다. 그래야 나중에 소면 삶아 말아먹을 때도 환상적인 맛이 난다. ^^;
11. 고춧가루를 원래 베 보자기에 싸서 국물에 담가 지저분해지지 않게 발그레한 색을 거라는데 나는 나중에 베 보자기 빠는 게 귀찮아서 -_-; 멸치 다시 국물내는 거름망에 고춧가루를 넣고 그걸 김치통에 담근다. ^^v 가는 고춧가루는 빠져나가지만 뭐 그래도 거의 똑같은 효과가 나므로 흡족하다.
12. 날씨에 따라서 하루나 이틀 정도 상온에서 익힌 다음에 미나리는 맨 마지막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미나리를 처음부터 넣으면 뭔가 맛이 없어지고 빨리 신다고 할머니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나박김치가 맛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미나리는 넣기 전이다. 새콤하니 익은 냄새가 나긴 하는데 좀 덜 익었다. 오늘 밤중이나 내일 새벽에 냉장고에 넣으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