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건 좋다'에 해당되는 글 51건

  1. 2012.08.17 장아찌 9
  2. 2012.05.22 친구의 밥상 15
  3. 2012.05.04 연아커피와 참붕어빵 9
  4. 2012.04.27 치맥 열망 12
  5. 2012.02.08 뜬금없이 팥죽 6
  6. 2011.11.18 홍대 제니스 브레드 vs 광화문 에디스 B 3
  7. 2011.09.02 달콤함이 필요하다 13
  8. 2011.08.09 수제햄버거 eddy's B 21
  9. 2011.08.01 따라하기 요리 - 홍대 고엔 16
  10. 2011.06.15 나박김치 2

장아찌

식탐보고서 2012. 8. 17. 01:59

ㅋㅋ 한꺼번에 폭풍 포스팅이다. '레시피' 들어가는 영화 후기 쓰고 보니 생각난 게 있어서 또...

 

노년의 엄마는 살림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됐으면서도 철철이 찾아오는 주부 본능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다. 햇마늘 나오면 꼭 한두 접 사야하고, 가을에 태양초 고춧가루 누가 고향에서 가져다 판다고 하면 또 막 사고 싶어한다. 김치도 안담그면서 대체 왜!! 보관 문제도 그렇고 쓸데없이 일 벌이는 걸 완전 싫어하는 내가 방방 뜨면서 극구 말려보기는 하지만, 나의 투정쯤은 금세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지 올해도 또 햇마늘을 사들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시위의 방편으로 나는 마늘까기에 손도 대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혹시라도 다 썩어서 버리게 되면 쓰레기 치우는 건 내가 담당하겠노라고 악담을 했다. 그랬더니 이 노친네 몇달에 걸쳐서 가끔씩 마늘을 까고 또 까고... 현관 근처에 봉지째 굴러다니던 두 접의 마늘까기가 오늘 드디어 마무리되었다.  ^^v 다 내가 구시렁구시렁 투덜투덜 악담을 추임새로 넣은 덕분에 엄마가 오기로 다 깐 게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1차로 깐 마늘을 처리는 해야하니 어쩌겠나. 한달 전 쯤 소량으로 장아찌를 담갔다. 예년에도 시도했지만 막상 또 담가놓으면 잘 드시지도 않는다. 맵고 아리다나 뭐라나. 내 실력 부족 탓으로 덜 삭혀서 그런가 싶어 요번엔 내맘대로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제대로 찾아보고 시도를 했는데, 결과물이 제법 흡족하다.

 

간장 달여서 붓자마자 찍은 것

냉장고에 보따리 보따리 깐마늘 봉지가 점점 늘어가니 일부는 다져서 냉동실에 넣는다고 해도, 또 한번 마늘장아찌를 담가야할 것 같아 한달 전의 기억을 더듬어 적어놓기로 했다.

 

싱겁고 덜 달게 만들어야 하니 검색해본 방법 그대로 적용한 게 아니라서.

 

<마늘 장아찌>

마늘, 간장, 식초, 물, 설탕, 매운고추.

 

1. 깐마늘은 잘 씻어 채에 건져 물기를 말린다. 통째로 담가서 껍질을 발라 먹는 방법도 있지만 우린 그렇게 담가놓으면 귀찮아서 누군가 손으로 죄다 발라주어야 하기에, 그 노동은 내 몫이 될 게 뻔하기에 알마늘로 담근다.

 

2. 예년의 경험상 햇마늘은 특히나 단단하고 매워서 잘 안 삭는 것 같아 이번엔 굵기가 굵은 녀석들은 절반, 또는 삼등분으로 저몄다. (그러느라 손 매워 혼났다. 비닐장갑 사용 추천;;)

 

3. 검색해보니 대체로 간장과 식초, 물, 설탕의 비율이 1:1:1:1이었으나, 그럼 너무 달고 짤 것 같아서 설탕의 양은 얼추 1/3로 줄였다. 간장에도 단 맛이 있으니까.

일단 식초와 물, 설탕의 비율을 1:1:0.3의 비율로 촛물을 만들어 사나흘 정도 마늘을 담가놓는다. 마늘이 잠기도록... 혹시 뜨는 걸 방지하기 위하여 종지를 엎어 두었다. 하얀 마늘이 연두색으로 변해가는데 연두색이 꽤나 진해져야 매운 맛이 다 빠지는 것 같다.

 

4. 식촛물을 냄비에 따르고 간장은 처음 넣은 물과 식초의 7할(이라지만 사실 정확하지 않다. 반컵보다 약간 더 많았음)  정도의 비율로 넣고 끓인다. 이 때 매운 고추도 몇 조각 투척. 칼칼한 맛이 더해진다.

 

5. 오이지 담글때도 그렇고 나로선 이해가 잘 안되지만 팔팔 끓여서 식힌 간장촛물은 뜨거울 때 그대로 마늘에 붓는다. 그래야 아작아작하다고. (상식적으론 겉이 익어 물러질 것 같은데 왜 더 아작아작해질까나;; ㅋ) 그러니까 보관용기는 당연히 유리로 해야할 듯. 팔팔 끓인 물로 병을 소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어차피 양도 적고 냉장고에 넣고 먹을 거라 소독 같은 절차는 생략했다. 

 

6. 간장농도가 짙지 않아서 그렇겠지만 상온에서 열흘 쯤은 두어야 먹을 수 있을 만큼 맛이 드는 것 같았다. 오래 보관해두고 먹으려면 중간에 장을 한번 더 따라서 끓여 부어야 한다고.  

 

 

마늘에서도 좀 수분이 나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간장촛물이 좀 남았는데 버리기엔 아까워서 앙파 장아찌도 같이 담가보았다. 근데 울 엄니, 부드러운 양파 장아찌를 더 잘 드신다. ㅋㅋ 어쩔 수 없이 계속 양파 두세개 씩 담그고 있는 중.

 

 

<양파 장아찌>(라지만 피클에 가까운 것도 같다)

양파, 간장, 식초, 물, 매운 고추.

 

1. 양파를 씻어 적당한 크기로 집어먹기 좋게 자른다.

 

2. 양파는 단맛이 있으니 설탕 생략. 간장:식초:물을 0.7:1:1의 비율로 냄비에 붓고, 냉동실에 잘라 넣어둔 매운 고추 몇 조각 투척해 파르르 끓여 부으면 끝. 하루 이틀이면 곧바로 먹을 수 있다. 날로도 먹으니까 굳이 삭힐 필요도 없고, 피클 담글 때를 생각하면 간장을 끓여 부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어쨌든 더 아작아작해진다니까...

 

 

 

Posted by 입때
,

친구의 밥상

투덜일기 2012. 5. 22. 17:26

입던 옷차림에 슬리퍼를 대충 끌고 아무때나 스스럼없이 집으로 놀러가도 좋을 동네 친구는 이제 없다. 여전히 '우리집으로 놀러와'라고 말하는 친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선뜻 나서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 나만해도 몇년 전까진 아주 가끔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는 일이 있었으나, 조카들 놀러오는 것도 귀찮은 마당에(!) 친구가 집으로 오는 건 이제 손사래를 치며 말리고 싶다. 무엇보다도 청소하기 싫엇!

 

내 입장에선 차라리 그냥 밖에서 만나서 수다떨고 밥먹고 차마시는 게 훨씬 편하고, 전업주부든 아니든 친구들도 대개 내 의견에 동감한다. 혹시 아이가 어리다든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집에서 모이게 되더라도 밥은 반드시 나가서 먹거나 시켜먹는 것이 대세. 그렇더라도 나로선 한끼니 내 손으로 안챙겨도 해결되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누군가에게 집밥을 대접받는다는 것은 언감생심 황공무지한 일이 된지 오래. 사실 나는 매주 수요일마다 동생네 집에 가서 큰올케가 해주는 집밥을 얻어먹으며 황송해한다. 밥을 얻어먹었으니 설거지는 내가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더러 그럴 수 없는 사정(?)이 생기면 시누이 노릇이고 아니고를 떠나 똑같이 지겨운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으로서 양심이 저릿저릿 하는 것 같다.

 

암튼 집밥의 귀중함을 알기에 누구에게든 함부로 청할 수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으며 누가 해준다고 하면 일견 부담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최근 그런 귀한 집밥상을 친구에게 연달아 받는 일이 생겼다. "요리 내가 했으니 설거지는 밥값으로 니가 해!"라고 하는 친구들도 아니어서 나는 그야말로 황송하고 감격했다. 귀찮게 나가서 먹지 뭘 밥을 했느냐고, 괜한 빈말이 아니라 정말 미안해하던 나에게 그들은 좋은 사람을 위해 차리는 밥상은 전혀 피곤하지도 귀찮지도 않다는 대답으로 나를 더욱 민망하게 했다. 나는 매끼니 밥상 차리면서 노상 인상 구기고 툴툴대는 인간인데...

 

확실히 그들은 나와는 다른 유형의 인간이 틀림없다고 여기며, 괜한 죄책감까지 품지는 않을 작정이지만 사진을 담아둔 김에 고마움과 자랑을 겸한 포스팅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교롭게도 셋 다 내가 이런데다 자기네가 차려준 밥상 사진을 올리고 주절대는 짓거리를 하고 산다는 건 모르고 있으니 금상첨화. 친구가 해준 요리 중엔 참고 삼아 나중에 해먹어도 좋을 것들도 있으니 여러모로 유용한 기록이 될 거라 믿는다.

 

밥상1.

이중에 나도 시도해본 건 냉이무침과 새싹채소 샐러드. 뒷줄 왼쪽, 삼치를 밀가루 입혀 굽고 데리야끼 소스를 끼얹은 건 한번 해먹어보고 싶은데 귀찮아서 잘 안된다. 소금구이로도 맛있는걸 뭐! 그날 친구의 냉장고엔 이 요리를 위한 레시피 적힌 종이가 매달려 있었다. 친정엄마가 해주셨다는 김치 두 종류 말고는 따끈한 잡곡밥까지 죄다 신선한 반찬. 과연 몇시간을 공들여 차려낸 밥상일지 감개무량.

 

밥상2 

당연히 밖에서 사먹을 거라 생각했다가 집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놀랐던 두번째 친구의 밥상은 사진 한장으로 담을 수가 없었다. 내가 도착한 순간 씻어놓았던 쌀로 돌솥에 밥을 앉히고 중탕으로 계란찜까지... 죄다 냉장고에서 꺼낸 밑반찬이라 손 가는 거 하나 없었다고 극구 주장했지만, 중탕 계란찜도 누룽밥도, 부추전도 저절로 되는 요리는 아님을 내가 왜 모르나. 우리집 계란찜은 늘 전자렌지에 뚝딱 해먹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퍽퍽하고 딱딱해져서 계란찜 메뉴로 눌러놓고도 틈틈이 휘저어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날 밥 한공기 다 먹고 누룽밥까지 과식한 바람에 위가 아파서 저녁은 굶어야 했다. ㅎㅎㅎ

 

밥상3

 

이날도 저 수북한 밥그릇 좀 봐라. 원래 집에서 먹는 양은 저 절반쯤 되는데... 밖에만 나가면 꾸역꾸역 참 잘도 먹는다. 따끈따끈한 새밥은 정말 그냥 밥만 씹어도 맛있다는 걸 이제 나도 아는 나이랄까... ㅠ.ㅠ 이 친구네 냉장고 안엔 밑반찬이 단 한 개도 없고, 매끼니 새로운 반찬을 즉석에서 해먹는 걸로 유명하다. 가운데 있는 건 맵지 않게 끓인 닭볶음탕이고, 부추 샐러드와 부추전도 내가 보는 앞에서 금세 뚝딱 만들어냈다. 여덟살 짜리 아들놈이 초록색 부침개를 좋아해서 부추를 갈아 체에 걸러 놓았다가 저렇게 앙증맞은 부추전을 부쳐먹는단다. 켁... 가서 울 엄마 부쳐드리라고 초록색 반죽을 준다고 해서 급사양했다. 울 엄마가 애기도 아니고! 이 다음날 부추 사다가 부추가 잔뜩 씹히는 두번째 밥상 속 부추전을 만들어 먹고, 남은 생부추는 비빔국수에 넣었더니 엄만 안 씹혀 못먹겠다고 하셨다. 결과적으로 들기름과 간장 들깨로 버무린 향긋한 부추샐러드는 우리집에선 못해먹을 음식이란 의미. 대신에 닭볶음탕을 그렇게 간장에 청양고추만 조금 넣고 안동찜닭처럼 해먹어봐야겠다.

 

Posted by 입때
,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커피를 마신다'고 했던가? 고현정의 내레이션이 깔린 연아커피 선전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한번 먹어봐야지 했었는데 막상 마트엘 가면 늘 까먹었다. 아예 인스턴트 커피 코너 쪽으론 잘 안가게 되기 때문이다. 성묘갈 때 타가려고 사놓았던 경쟁사의 믹스커피(강동원 커피!)가 꽤 오래 굴러다닌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어쨌거나 이미 연아커피를 시음해본 사람들이 별로라고 하더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호기심은 남았다. 아마도 순전히 모델에 대한 호감때문이었을 것이다. 매사에 시큰둥, 과대광고를 비웃는 나마저도 이러니 엄청난 모델료를 주고서라도 광고계가 특정 인물을 선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비록 제품값에 그 엄청난 모델료며 홍보비용이 다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째뜬 광고 보고 호기심이 인 먹거리가 연아커피 하나였으면 또 그냥 흐지부지 잊고 말았을 텐데, 얼마전 내 눈에 딱 들어온 TV광고가 있었으니... 송창식이 노래를 부른 <참붕어빵>이다. 유명 모델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그냥 붕어빵이 주인공인 광고에 송창식이 CM송을 불렀는데, 단박에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지난 겨울 바삭한 붕어빵을 한번도 못 먹어보고 그냥 지냈다. 어쩐지 억울해 억울해. 봄이 되면서 거리마다 붕어빵 노점상은 다 사라졌으니, 제과회사에서 만든 붕어빵 과자라도 사먹어보리라 불끈 결심이 섰다.

그러고도 까마귀 정신이라 까맣게 잊고 장볼 때마다 몇번을 그냥 건너 뛰고는 어쩌다 만나게 되는 광고에 아차! 하기를 여러번. 요번엔 마트 갈때 적는 메모지에 연아커피와 참붕어빵도 일부러 적어넣었다. 적어가서도 빼놓고 사오는 물건이 있는 마당에, 안 적어가서 생각해내기를 기대하는 건 이미 불가능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해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라고 하면 당연히 좀 과장이다;; ㅋ) 시식에 돌입했다. 둘 다 단 거라 한꺼번에 시도했을 리는 없고, 일단 참붕어빵부터 밤참으로 뜯었다. 엇.. 근데 과자 포장이 뭐이리도 예쁘다냐!

itistory-photo-1

(이미 두개 먹고 나서 생각나 사진을 찍었다 ㅋ)

요즘 모든 과자가 요란뻑적지근한 과대포장을 하는 통에 박스는 꽤 큰 반면 막상 열어보면 은박비닐 포장된 내용물이 몇 개 안 들어 화를 돋우는데, <참붕어빵>도 그 대세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속포장을 색색깔로 네 종류나 달리 해놓다니 무슨 팬시용품 같기도 하고 왠지 맘에들어! 포장비에 투자할 돈으로 내용물이나 좀 더 크게 만들지, 라며 노상 투덜거린 게 민망스럽게도 나는 과대포장 상술에 또 홀딱 넘어가 후한 점수를 주고 앉았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속포장을 까서 시식. 으으 역시 달구나. 찹쌀을 넣어 쫄깃하고 부드럽게 만들었다더니 역시나 내가 기대한 붕어빵의 맛과는 거리가 좀... 쫄깃거리는 게 아니라 내 입엔 좀 찐덕찐덕 마시멜로 같기도 하고 스펀지 같기도 하고, 씹는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라리 마들렌처럼 부드럽게만 만들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째뜬 엄연히 밤참끼니로 먹는 것이므로 우유랑 삼켜서 그럭저럭 2개를 먹었지만 너무 달아서 한번에 그 이상은 못먹을 것 같았다. 열량표시를 보니 역시나 2개가 '1회 제공량'이라고 되어 있고 280칼로리쯤 된다고. 당연하겠지만 밥한공기를 너끈히 넘기는 열량이다. 니글니글 텁텁하게 남은 단맛 때문에 결국 나는 얼른 대저토마토를 우적우적 씹어먹어야 했다. 마트에서 할인해 3천5백원쯤 주고 샀으니 할인 전엔 마리당 500원 정도라는 의미다. 요새 2천원에 세마리 주는 진짜 붕어빵보다는 저렴하지만 물론 크기도 훨씬 작고 팥소도 부실하다. 앞으로 송창식 아저씨가 노래로 낭랑하게 꼬셔도 다신 안 사먹어야지, 쳇.

다음날 연아커피는 오전 두번째로 마시는 커피타임에 시도해보았다. 설탕 부분을 조절하더라도 단맛을 감안해 냉커피로 마셔볼테닷. 헌데 그게 나의 착오였던 듯. 가뜩이나 연한 연아커피를 얼음 잔뜩 부어 냉커피로 만들어놓으니 이도저도 아닌 싱거운 맛만 강조되는 게 아닌가. 다시 다음날엔 적당히 물을 조금 부어 뜨겁게 타 마셔보았는데, 그간 원두 갈아마시기에 심취하여 믹스커피의 참맛을 까먹은 듯, 달달하고 진한 자판기 커피 특유의 매력을 통 느낄 수가 없었다. 부드러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커피 본연의 매력은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린 걸까나. 에잇, 연아커피도 다신 안 사먹을 테닷! (근데 남은 봉지믹스는 어쩐담;;)

언젠가 누군가 새로 나오는 과자와 라면 따위를 죄다 먹어보며 올린 시식기를 킬킬대며 읽었던 적이 있다. 어찌나 자세하고도 구구절절 느낌이 자상하던지. 그게 누구였더라? 나는 귀도 막귀라서 음악을 섬세하게 구분해 듣지 못하듯, 입도 막입이라 아무거나 잘먹는 반면 미묘한 맛의 차이를 세세하게 구분해내지도 못한다. 그러면서 어불성설 이런 포스팅을 한다는 게 좀 민망하지만, 워낙 별렀다가 먹어보고 실망한 참이라 식탐녀의 흔적으로 기록해둘 만하다 여겼다. ^^;

Posted by 입때
,

치맥 열망

식탐보고서 2012. 4. 27. 23:21

오만가지에 다 적용되는 줄임말을 싫어하는 편이면서도 또 줏대없이 덩달아 따라쓰는 줄임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치맥'이다. 사실 치킨에 맥주의 궁합은 건강상 대단히 안 좋은 거라지만, 어차피 건강을 심히 챙기려면 아예 술을 마시질 말아야지! 바삭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이나 전기구이 통닭을 먹다보면 탄산음료보다는 역시 시원한 맥주가 제격.

 

치킨에 맥주를 즐겨온 역사를 따져보라고 한다면 정말 까마득하다. 그러나 슬프게도 나는 언제부턴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잘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엔 프라이드 치킨과 튀김엔 끄덕 없고 유난히 볶음밥만 소화를 못시키더니, 급기야 기름에 튀긴 모든 음식들이 확실히 부담스럽다. 뱃속에 넣은지 몇시간 지난 뒤에도 막 기름냄새가 계속 튀어올라오는 기분이 들고 위가 붓는 느낌까지 있다. 어흑, 내가 치킨에 맥주 마시는 걸 얼마나 좋아라 했는데!

 

그래서 자주 못먹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가끔 기회가 되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까짓것 위 좀 혹사시키면 어때! 웩웩 게워내고도 또 술 퍼마시던 때에 비하면야 치맥 정도는 양반이다. 어차피 치킨에 탐닉하느라 배불러서 많이도 못 마시질 않는가. ㅎㅎ

 

홍대 레게치킨이 그리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통 가볼 기회가 없었다. 갈 때마다 자리가 없어! 젠장. 근데 꿩 대신 닭이라고 얼결에 들어간 치킨집이 완전 마음에 들었다. 워낙 치킨을 멀리하며 살다보니 내 입엔 그저 닭만 대충 튀겨놓아도 무조건 맛있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으나 다른 일행도 맛있다고 칭찬했으니 객관적인 평가도 뒷받침된 감상이다. 게다가 생맥주에 무슨 짓을 한 건지 거품이 아주 쫀쫀한 느낌으로 괜찮았다. 맥주 자체가 진한 맛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물타서 싱거운 맥주는 아니라는 데서 점수를 얻었다. 이름하여 깐부치킨. 상상마당 건너편 주차장 길 모퉁이에 있다. 

 

이젠 맥주 한 두잔에 알딸딸하는 형편없는 주량으로 전락했으면서도 성인이 된 이후로 음주를 즐긴 역사가 길기 때문인지 비가 온다거나, 금요일밤이 되면 이상스레 술이 마시고 싶어짐을 느낀다. 날씨 화창해진 요즘 금요일밤은 더더욱! 냉장고에 사다 넣어둔 캔맥주도 있지만 그건 또 일요일밤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한 캔씩 홀짝거리는 용도였다. 출근도 안하는 주제에 왜 일주일이 다 가고 월요일이 오는 게 서글픈지 원. 그러나 일요일밤을 헤롱헤롱 보내다 12시를 넘기면 월요일을 술기운에 시작하는 것 같아 그짓도 몇번 하다 관뒀다. 혼자 술마시는 게 알코올 중독의 시초라는데! ;-p

 

암튼... 지난주 금요일밤의 치맥이 못내 그리워 사진 쓰다듬다 마음을 달래려 시작한 포스팅이다.  

이름이 [순살 치킨]이었을 거다 이건 [마늘 치킨]

식탐녀답게 휴대폰에 종종 먹거리 사진을 모아둔다. 물론 먹는 게 급해서 사진을 못찍을 때가 더 많지만, 사진으로도 갖고 싶은 음식이 꼭 있더라고... 그러다 가끔 배경화면으로 쓰기도 한다. ㅋ

 

메뉴판을 보고 별 생각 없이 시켰는데, 나중에 둘러보니 이 두 메뉴보다는 크리스피 치킨이 더 인기인 것 같다. 발라먹기 귀찮더라도 담엔 그걸 시켜먹어봐야지. 같이 튀겨 내온 감자튀김의 양이 좀 적긴 하지만 파삭파삭 맛있었다. 전기구이 통닭에 마늘소스를 얹어 준 것도 담백하니 맛났음. 생맥주는 3천원, 치킨 가격은 16000-17000원 전후. 가격은 다른 데와 비슷한데 양이 좀 적은 것도 같다. 이 정도면 보통인가? 나로선 엄청 배고플 때 들어가서 유난히 맛있게 느껴졌는지 진짜로 훌륭한 맛인지 한번 더 먹어보고 판단해줄 테다. 치맥 궁합은 역시 진리!

Posted by 입때
,
되돌이표 붙은 악보처럼 절기별로 반복되는 내 인생. 기시감이 들 만큼 작년 대보름날과 똑같이 콩닥콩닥 몸을 놀려 오곡밥과 나물을 해먹었고, 작년과 똑같이 남은 팥으로 알량하게 팥죽을 쑤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좀 더 야심차게 찹쌀도 불려넣고 새알심도 만들었다는 것.

그러나 참고한 레시피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옛날의 기억을 떠올려 만든 팥죽은 절반의 실패였다. 삶은 팥을 체에 걸러서 거친 껍질을 빼야한다는 건 알았지만, 껍질 영양분과다설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통팥을 그냥 사용한 건 좋았는데 새알심이 문제였다. 맵쌀가루를 뜨거운물로 개어 익반죽을 해야한다는 것까지는 잘 기억하고 있었고, 동글동글 내 입에 딱 맞게 작은 새알심을 빚은 것도 훌륭했다. 그러나... 새알심을 끓는 물에 먼저 삶아 팥죽에 넣었어야 하는 것을 그냥 투하했더니만 당최 익어야 말이지. 하는 수 없이 건져내 끓는 물에 다시 삶아보았으나 이미 회복불가였다. 딱딱한 새알심 때문에 낑낑거리며 문득 네이버 웹툰 <역전야매요리>가 생각났다. 작가에게 소재로 쓰라고 알려줄까보다. 킥킥. 손수 팥죽을 끓여본지 30년쯤 된 엄마는 아마도 새알심 반죽이 너무 되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진실인지 확인할 순 없었다.

안씹히는 건 아니지만 쫄깃쫄깃 보들보들한 새알심과는 영판 다른(마치 절반쯤 굳은 가래떡 씹어먹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딱딱한 새알심을 씹어야 했지만, 그래도 소금과 설탕을 소량씩 넣은 팥죽의 맛은 그럴듯했다(고 주장;;). 요즘은 정말 순전히 먹으려고 사는 인간 같아 민망스럽다. 그러면서도 굳이 여기 적어두는 건 내년에도 반복되기 십상인 대보름날 팥죽 타령의 실패를 막기 위함이다. ㅋ

조명이 어두워 누런 밀가루처럼 나왔지만 엄연히 새하얀 쌀가루로 만든 새알심

새알심이 딱딱하거나 말거나 밤참으로 처묵처묵 방금 끝장낸 팥죽


Posted by 입때
,

에디스 B는 수제햄버거가 주력상품이고 제니스 브레드엔 아예 햄버거가 없으며 서로 메뉴도 많이 달라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으나, 어쨌거나 내 마음대로 식탐분류에는 같은 범주에 속하므로 최근 두군데 다 다녀온 김에 재미삼아 한번 비교해봤다. 내 마음 같아선 두집 다 버글버글 눈코뜰새없이 장사가 잘 되면 좋겠는데 (나한테 아무런 콩고물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이런 바람을 품는지? ㅋㅋ) 두집 모두 갈 때마다 그리 손님이 많지 않은 게 좀 안타깝다. ^^; 물론 운좋게도 손님 많은 시간을 내가 잘 피해다녔을 수도 있겠지만...



Posted by 입때
,

계속해서 요즘 세상이 너무 쓰디써 달콤함이 몹시 필요하다.

언제고 내가 꼭 내려가 살고 싶은 제주도에 난데없는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강정마을엔 결국 오늘 공사강행이 시작된 모양이고, 아나운서를 꿈꾸는 여대생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축출됐던 강용석의 국회의원 제명은 똑같은 놈들의 비호로 부결되었으며, 6년이나 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 친구를 집단 성추행했던 고대 의대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징계수위는 쉬쉬 하는 분위기 속에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몇해 전 운동권 학생들은 2주만에 전격 출교(재입학이 불가한 최고 수준의 징계란다)시킨 고대가 돈많고 빽 든든한 의대생들은 퇴학(한학기만 지나면 재입학할 수 있다고)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니, 하는 꼬라지가 성희롱, 성추행을 일삼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국회의원들이랑 수준이 딱 맞다. 에이 더러운 것들. 성폭력 피해자에게 꼭 니들이 짧은 치마 야한 옷 입고서 먼저 범죄를 유발했다는 식으로 발뺌하는 기막힌 논리가 언제까지 통하려는지 원!

아, 이렇게 더럽고 쓴 세상 때문에 달달한 포스팅을 하려고 했는데 자꾸 딴길로 빠진다. 모두에게 유쾌하고 즐거운 유머와 자랑질로만 블로그를 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헌데 이놈의 빌어먹을 세상은 온통 분노할 일 뿐이다. 잠깐 릴랙스, 릴랙스...

요리에 대해서 별 두려움은 없지만 내가 웬만하면 피하고 싶어 한 것이 바로 베이킹의 세계다. 집에서 척척 스콘 굽고 초코칩 쿠키 만들고 심지어 새우깡까지 홈메이드로 만들어 간간이 맛을 보여주는 친구를 보노라면 완전 요술쟁이 같아 자꾸만 관심이 쏠린다. 집에 오븐이 없기에망정이지 있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그러나 내가 '원래' 그리 단것과 간식을 즐기지 않는데다 베이킹은 곧 탄수화물 및 고밀도 과당 섭취의 지름길이므로 (왕비마마의!) 건강상 애써 멀리해왔다.

그런데 아뿔싸. 요즘엔 물부어 대충 반죽한뒤 전자렌지에 띵~ 돌리면 베이킹이 끝나는 온갖 '믹스'들이 마트에 깔려 저마다 손짓을 보낸다. 게다가 TV에선 잘생긴 고수가 너도 한번 해보라고, 엄청 쉽다고 유혹까지... ㅠ.ㅠ

결국 유혹에 넘어가 <흰눈표 브라우니 믹스>를 사다가 시도해봤다. 오, 놀랍게도 정말 단번에 '거의' 성공. 덜 식혀서 잘라 먹는 바람에 모양이 좀 흩어지긴 했으되 촉촉하고 달달한 데다 초코칩 덩어리까지 막 씹히는 것이 꽤 훌륭했다. 비록 달랑 320g에 1440칼로리라는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나눠먹으면 되지 뭐 이럼서 벌써 세번째 시도. 두번째 작품(?)을 먹어본 조카들도 진짜 산 것처럼 맛있다며 열화와 같은 칭찬을 안겨주었다.

자랑스러워 찍어놓은 세번째 브라우니의 자태는 이러하다.


설명서엔 평평한 네모 그릇에 담아 전자렌지 용량에 따라 3분 30초에서 4분 돌리라고 되어 있는데, 나는 4분 10초 돌렸다. 직사각형 그릇이라 그런지 처음 가운데가 푹 꺼져 거기만 잘 안익어 시간을 연장해야했기 때문. 오른쪽 사진은 6등분해서 자른 것. 한 조각당 무려 240 칼로리지만, 커피와 함께 치명적인 달콤함에 빠지는 순간에는 더러운 세상따위 잠깐 잊을 수 있다. 그런데... 입맛이 유독 써서 어느 날보다 달콤함이 필요한 오늘은 남은 게 없다. 어제 밤참으로 마지막 조각을 홀랑 다 먹어버려서. 뚫어져라 쳐다보며 사진으로라도 달콤함을 불러일으켜야겠다.  

단 거 별로 안좋아하는 나도 자꾸 단것을 찾게 만드는 팍팍한 세상. 어째야 하나.
Posted by 입때
,

쓸까말까 망설였다. 원래 내가 적극적으로 맛집 소개하는 블로거도 아닌데, 과연 여기다 광고한다고 효과가 있을까? 괜히 이웃들에게 욕이나 먹는 건 아닐까?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내 팔이 심히 안으로 굽는다는 것. 학연, 지연 따위에 절절 매는 사람들 함부로 욕할 게 아니란 걸 요번에 깨달았다. ^^; (어차피 홍보 효과여부도 알 수 없는데 뭐 어때! 라고 애써 자위 중) 양심에 크게 찔리는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공개한다. 어차피 홍보성 글이므로 탐탁지 않으신 분들은 이쯤에서 읽기를 관두시라고 나머지는 접어둔다.
 
_M#]
Posted by 입때
,

그러고 보니 8월이다. 8월 첫 포스팅으로 친구 뒤에서 흉이나 보는 듯한 얘기를 끼적인 게 찔려서 밀어내기 포스팅 하나 더.
홍대앞엘 가면 술집은 지천이어도 적당히 끼니를 때우려 들면 막상 갈 데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전처럼 내가 파스타에 탐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가정식 백반이나 다름없는 파스타를 대단한 고급 요리인 것처럼 만얼마씩 주고 사먹는 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일부러 마음 먹고 나가 호사 떠는 외식이 아니라면 한끼니 밥값은 만원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서민인 나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대 앞에서 딱 맞는 밥집이 바로 <고엔>이 아닐지. 위치는 상상마당 건너 주차장길에서 조 샌드위치 골목으로 들어가, 405 키친 앞 골목으로 좌회전, 감싸롱 지나 제니스 카페 맞은편 쯤에 있다. 노상 지나다녀도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먹으려고 드니 같은 날 1시간 30분 간격으로 두번을 먹었다. ㅋㅋ 그러고선 따라하기 좋아하는 성격을 발휘하여 따라 만들어 보았다.


Posted by 입때
,

나박김치

식탐보고서 2011. 6. 15. 18:22

밥순이로 살더라도 몹시 수고롭고 골치 아픈 김치는 웬만하면 담가먹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나, 예외는 간혹 있다. 지난번엔 식탐 열망을 이기지 못해 오이김치를 두번이나 만들어 먹었고(첫번째가 너무도 맛있어 열흘쯤 뒤엔 더 다량의 오이를 사다가 만들었다 실패하는 바람에 다시는 시도 안하고 있기는 하다;), 제사나 차례를 앞두고 나박김치는 내가 담그지 않으면 안되는 품목이 되고 말았다. 설날 때는 수정과라도 올리니까 제기 중에서 국물 담는 그릇을 하나라도 쓸 수 있는데, 여름엔 나박김치가 없으면 네 개나 되는 우묵한 제기를 전혀 쓰지 못하는 게 좀 민망하다. 누구보다도 나박김치를 좋아하셨던 할머니 제사땐 꼭 올리려고 했었는데 여름이었던 할머니 제사를 겨울 할아버지 제사로 합치고 보니, 이젠 제사 핑계로 담근 나박김치에 국수를 말아먹으려면 아버지 기일과 추석에 맞춰 담그는 수밖에 없다.

대충요리의 선구자로서 대충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아내 그간 어깨 너머로 배운 아이디어까지 더하여 대강 뚝딱 만들고 나면 이상하게도 첫 솜씨가 제일 훌륭하다. 나박김치도 몇해 전 처음 만들었을 때 다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의 나박김치보다는 무와 배추를 조금 작게 썰어, 엄마에겐 소꿉장난 하느냐는 일갈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 할머니표 나박김치인 것을 어쩌랴. 말년에 이가 부실해지신 데다 허리까지 굽어 음식을 씹고 삼키는 것이 쉽지 않았던 할머니는 나박김치의 무와 배추도 앙증맞을 만큼 작게 썰어 만드셨고, 매 끼니마다 나박김치를 한 탕기씩 해치우셨다. 그런데 나도 그 편이 먹기도 좋고 보기에도 예쁘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대로 따랐던 거다. 또 다시 일년만에 나박김치를 담그느라 어제 몇시간 서 있었더니 종아리에 알이 배겼는데, 깜박깜박하는 나의 기억력으로 볼 때 어딘가 적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재료를 또 하나 빠뜨릴 것 같아 기록해두기로 했다. 어제는 글쎄 장 볼 때 배를 빠뜨리는 바람에 다 저녁때 나가서 사와야 했다. 나박김치엔 뭐니뭐니 해도 배를 넣어야 국물이 시원해지는 법이거늘.

재료: 무 반 개, 쌈용 배추 한 통, 큼지막한 배 한 개, 쪽파 한 움큼, 미나리 한 움큼, 통마늘, 홍고추, 고춧가루, 천일염, 찹쌀가루, 흰설탕, 멸치액젓 한숟가락. (김치냉장고용 김치통으로 딱 하나 분량임)

1. 찹쌀가루를 두 숟가락 정도 물에 개어 묽게 찹쌀풀을 쑤어 놓는다. 
2. 무를 1.2~1.5cm 두께로 토막내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납작납작 잘라 소금을 뿌려 절인다.
3. 나박김치에 들어가는 배추는 노란 속잎만 넣는 게 맛있으므로 나는 아예 쌈용 배추 속고갱이만 사서 넣는다. 배추 역시 무와 비슷한 크기로 잘라 슬쩍 소금에 절인다.
4. 쪽파와 미나리를 다음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적당한 길이로(나는 2.5cm)로 잘라둔다.
5. 홍고추는 절반 갈라 씨를 거의 다 빼낸다.
6. 절인 무와 배추를 물에 씻어 건져 물기를 뺀다.
7. 배 껍질을 깎아 무와 같은 크기로, 대신에 좀 더 도톰하게 잘라놓는다.
8. 통마늘을 저며 채썰어놓는다.
9. 찹쌀풀에 소금, 멸치액젓, 설탕, 생수 약간을 넣어 잘 저어 풀어놓는다. 
10. 김치통에 미나리를 뺀 모든 재료를 다 넣고 양념을 부은 다음 생수를 넉넉히 부어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설탕을 아예 넣지 않는 집도 있다지만 나는 역시나 할머니 식으로 백설탕을 약간 넣는다. 그래야 나중에 소면 삶아 말아먹을 때도 환상적인 맛이 난다. ^^;
11. 고춧가루를 원래 베 보자기에 싸서 국물에 담가 지저분해지지 않게 발그레한 색을 거라는데 나는 나중에 베 보자기 빠는 게 귀찮아서 -_-; 멸치 다시 국물내는 거름망에 고춧가루를 넣고 그걸 김치통에 담근다. ^^v  가는 고춧가루는 빠져나가지만 뭐 그래도 거의 똑같은 효과가 나므로 흡족하다.  
12. 날씨에 따라서 하루나 이틀 정도 상온에서 익힌 다음에 미나리는 맨 마지막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미나리를 처음부터 넣으면 뭔가 맛이 없어지고 빨리 신다고 할머니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도 나박김치가 맛있을지 궁금하다.

아직 미나리는 넣기 전이다. 새콤하니 익은 냄새가 나긴 하는데 좀 덜 익었다. 오늘 밤중이나 내일 새벽에 냉장고에 넣으면 될듯.

Posted by 입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