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과 캔디 유형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드라마 퍽 싫어하지만, 요즘 현빈이 싸가지 없는 재벌로 나오는 <시크릿 가든>을 열심히 시청중이(었)다. 대체 왜 드라마작가마다 재벌과 신데렐라의 상투적인 소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런 이야기를 써야만 현실적으로도 시청률이 담보된다는 상황을 나로선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으나, 이 드라마의 매력은 그런 소재가 아니라 순전히 현빈과 하지원, 그리고 이야기의 힘이라고 생각했다. 재벌과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니라 잘해야 재벌과 '인어공주' 이야기가 될 테니까 여주인공에게 나중에 거품처럼 사라져주면 되는 거라고 현빈이 처음부터 일갈하고 시작하는 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달까.
"싸가지는 태어날 때 탯줄이랑 같이 자르고 나온" 전형적인 속물 재벌인 현빈은 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와 맵시나는 옷차림 이외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나 나올 것 같은", 깨진 유리를 청테이프로 붙여놓은 옥탑방에 사는 여자한테 미친놈처럼 반해서 너무도 신기한 나머지 심지어 '가난'을 공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자기 감정이 혼란스러워 문학과지성사의 시집을 꺼내 읽고, 호사스러운 정원 테이블에 앉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는 식이다. 현빈과 드라마 덕분에 의외의 대박을 친 출판사들과 아무 상관도 없으면서, 어쨌거나 나는 작가와 연출에게 박수를 보냈고 '환상의 싸가지 재벌' 현빈을 더욱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세상에도 저런 재벌이 하나쯤 있다고(없다는 건 알지만!) 상상하는 게 나쁠 건 없잖아, 그러면서.
그랬더니 내 환상을 조롱하듯 지난 일요일 곧 이어 채널을 돌려 본 <시사매거진 2580>에서 이 땅에서 현실의 재벌이 어떤 건지 여지없이 조명해주었다. SK계열의 귀한 재벌 아들께서 인수합병과 노조탈퇴를 거부하고 1인시위를 한 화물연대 노조원 운전기사를 데려다가 야구방망이로 때리며 한 대에 백만원씩 '겜값'을 쳐주었다는군. 역시 재벌의 현주소란 그런 것이었다. 룸살롱에서 얻어맞은 재벌2세의 복수를 위해 재벌1세가 직접 나서 종업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질 않나, 매질에도 값을 매겨 돈지랄을 하며 노동자를 '손수' 두들겨 패고도 무사할 줄 알지를 않나. 현빈의 얼굴을 한 재벌 김주원 같은 사람은 원래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닌데도 근 한 시간 간격으로 TV에서 마주한 두 재벌의 괴리에서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한 스스로가 어찌나 우습던지.
"싸가지는 태어날 때 탯줄이랑 같이 자르고 나온" 전형적인 속물 재벌인 현빈은 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와 맵시나는 옷차림 이외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나 나올 것 같은", 깨진 유리를 청테이프로 붙여놓은 옥탑방에 사는 여자한테 미친놈처럼 반해서 너무도 신기한 나머지 심지어 '가난'을 공부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자기 감정이 혼란스러워 문학과지성사의 시집을 꺼내 읽고, 호사스러운 정원 테이블에 앉아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는 식이다. 현빈과 드라마 덕분에 의외의 대박을 친 출판사들과 아무 상관도 없으면서, 어쨌거나 나는 작가와 연출에게 박수를 보냈고 '환상의 싸가지 재벌' 현빈을 더욱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세상에도 저런 재벌이 하나쯤 있다고(없다는 건 알지만!) 상상하는 게 나쁠 건 없잖아, 그러면서.
그랬더니 내 환상을 조롱하듯 지난 일요일 곧 이어 채널을 돌려 본 <시사매거진 2580>에서 이 땅에서 현실의 재벌이 어떤 건지 여지없이 조명해주었다. SK계열의 귀한 재벌 아들께서 인수합병과 노조탈퇴를 거부하고 1인시위를 한 화물연대 노조원 운전기사를 데려다가 야구방망이로 때리며 한 대에 백만원씩 '겜값'을 쳐주었다는군. 역시 재벌의 현주소란 그런 것이었다. 룸살롱에서 얻어맞은 재벌2세의 복수를 위해 재벌1세가 직접 나서 종업원들에게 주먹을 휘두르질 않나, 매질에도 값을 매겨 돈지랄을 하며 노동자를 '손수' 두들겨 패고도 무사할 줄 알지를 않나. 현빈의 얼굴을 한 재벌 김주원 같은 사람은 원래 가능하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걸 모르는 게 아닌데도 근 한 시간 간격으로 TV에서 마주한 두 재벌의 괴리에서 '충격'을 받고 망연자실한 스스로가 어찌나 우습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