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친구 하나가 '미드'에 빠져 연일 날밤을 새며 시즌을 하나씩 섭렵하고 있다며 내게도 추천을 해달라고 했다.
촌스럽게도 기회가 되면 간혹 미드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열성적인 다운로드족이 아닌 나는 그런 걸 추천해줄 입장이 못돼 민망했다.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 옛날 <프렌즈>, <사인펠드>, <섹스앤더시티>, <ER>로 미드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때도 난 다운로드족이 아니라 케이블로 찾아보는 편이거나 dvd를 장만하지 않으면 주변에 빌려봤다. 확실히 나는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형 낀세대라는 얘기다.
지금도 우연히 마주치면 넋을 놓고 시청하는 <CSI>,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도 파일을 다운받아 본 적은 없으며 <위기의 주부들>은 누가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하는데도 별로 볼 마음이 안생겼다. 뭔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욱이 TV시청 자세가 퍽이나 불량한 나는 드라마라고 하면 느긋하게 소파나 큰 쿠션에 거의 드러누워 편히 감상해야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하는 기분으로 봐야하는게 영 마뜩찮다. 일드를 특히 즐겨보는 부지런한 친구 하나는 열심히 다운받아서 케이블로 TV에 연결해 소파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지만, 내가 그 친구 집에 가서 같이 봐주는 건 모를까 내가 몸소 그런 수고를 하고 싶은 생각은 평생 들지 않을 거다.
미드 친구는 당연히 <위기의 주부들>의 열혈팬이었고 내가 이름만 대강 아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열변을 토했다. 부업을 하는 가정주부인 친구는 그날 마땅히 다운받아볼 게 없으면 <위기의 주부들> 시리즈를 여러번 돌려보며 두세번째 시청할 땐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식기, 패션소품까지 눈여겨봐 참고한다고 했다. 목동사시는 시간 많은 여사님들 사이에선 그게 유행이란다. +_+
추천해줄만한 미드가 생각나지 않는다는데도 굳이 최근에 본 걸 떠올리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자신없게 말했다. "가십걸...? 그 전엔 <OC>라는 것도 봤다...."
친구는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나의 어린 취향이 걱정스럽다고(그녀의 표현은 '취향이 어려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자기는 그런 애들 나오는 드라마는 눈에 전혀 안들어온다나. 하기야 다들 <아이리스> 볼 때도 내가 혼자 <미남이시네요> 보면서 설레고 좋아라할 때부터 알아봤단다. 아이돌 가수 몇명을 눈여겨 보며 좋아라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과 학부모 역할을 인생의 커다란 '성취'이자 '성숙함'로로 여기며 '비혼'은 미완성 인생과 미숙함의 표상이라는 걸 은연중에 풍기는 주부 친구들이 "너는 참 취향이 어려서 큰일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어쩌면 자격지심 때문에) 발끈하게 된다. 그들의 말엔 종종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잘 보지도 않는 미국 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예쁜 학용품에 열광하고 실크블라우스보다 그림 그려진 티셔츠에 더 눈길이 가는 나의 태도를 어리다고 판단한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취향은 곧 개성이라는 게 내 생각이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는 하지만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취향을 가질 이유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취향이 비슷해 급속도로 친해지는 사이도 있다. 그러나 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도 취향이 다른 판국에 복제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취향이 판박이처럼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가 있겠나. 하물며 어쩔 때는 본인의 취향 마저도 마음에 안드는 것을.
사실 나는 요즘 여러 분야에서 내 취향이 뭔지 선명하게 이야기할 자신조차 없다.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고, 좋아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의 괴리 속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이제껏 그게 내 모습이라고 그려놓은 형상이 순간순간 허물어지고 일그러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갈팡질팡 우유부단하게 해매는 자신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취향에 대해 핀잔을 들으면 발끈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 같다. 나도 잘 모르는 취향을 누가 얼마나 안다고! 하기야 남의 눈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 더욱 판단이 잘 서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할 수 없다. 어리다고 놀리든 말든, 난 이렇게 살테닷. 쳇.
촌스럽게도 기회가 되면 간혹 미드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열성적인 다운로드족이 아닌 나는 그런 걸 추천해줄 입장이 못돼 민망했다. 벌써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그 옛날 <프렌즈>, <사인펠드>, <섹스앤더시티>, <ER>로 미드의 맛을 알아가기 시작했지만, 그때도 난 다운로드족이 아니라 케이블로 찾아보는 편이거나 dvd를 장만하지 않으면 주변에 빌려봤다. 확실히 나는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형 낀세대라는 얘기다.
지금도 우연히 마주치면 넋을 놓고 시청하는 <CSI>,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도 파일을 다운받아 본 적은 없으며 <위기의 주부들>은 누가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하는데도 별로 볼 마음이 안생겼다. 뭔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욱이 TV시청 자세가 퍽이나 불량한 나는 드라마라고 하면 느긋하게 소파나 큰 쿠션에 거의 드러누워 편히 감상해야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하는 기분으로 봐야하는게 영 마뜩찮다. 일드를 특히 즐겨보는 부지런한 친구 하나는 열심히 다운받아서 케이블로 TV에 연결해 소파에 드러누워 보기도 하지만, 내가 그 친구 집에 가서 같이 봐주는 건 모를까 내가 몸소 그런 수고를 하고 싶은 생각은 평생 들지 않을 거다.
미드 친구는 당연히 <위기의 주부들>의 열혈팬이었고 내가 이름만 대강 아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로 열변을 토했다. 부업을 하는 가정주부인 친구는 그날 마땅히 다운받아볼 게 없으면 <위기의 주부들> 시리즈를 여러번 돌려보며 두세번째 시청할 땐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식기, 패션소품까지 눈여겨봐 참고한다고 했다. 목동사시는 시간 많은 여사님들 사이에선 그게 유행이란다. +_+
추천해줄만한 미드가 생각나지 않는다는데도 굳이 최근에 본 걸 떠올리라는 친구의 말에 나는 자신없게 말했다. "가십걸...? 그 전엔 <OC>라는 것도 봤다...."
친구는 푸하하하 웃음을 터뜨리며 나의 어린 취향이 걱정스럽다고(그녀의 표현은 '취향이 어려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자기는 그런 애들 나오는 드라마는 눈에 전혀 안들어온다나. 하기야 다들 <아이리스> 볼 때도 내가 혼자 <미남이시네요> 보면서 설레고 좋아라할 때부터 알아봤단다. 아이돌 가수 몇명을 눈여겨 보며 좋아라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과 학부모 역할을 인생의 커다란 '성취'이자 '성숙함'로로 여기며 '비혼'은 미완성 인생과 미숙함의 표상이라는 걸 은연중에 풍기는 주부 친구들이 "너는 참 취향이 어려서 큰일이다"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본능적으로(어쩌면 자격지심 때문에) 발끈하게 된다. 그들의 말엔 종종 "그러니까 정신 좀 차려라"는 당부의 뜻이 담겨 있음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잘 보지도 않는 미국 드라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아직도 예쁜 학용품에 열광하고 실크블라우스보다 그림 그려진 티셔츠에 더 눈길이 가는 나의 태도를 어리다고 판단한다면 나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취향은 곧 개성이라는 게 내 생각이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는 하지만 친구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취향을 가질 이유는 없다. 물론 처음부터 취향이 비슷해 급속도로 친해지는 사이도 있다. 그러나 몇 분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도 취향이 다른 판국에 복제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취향이 판박이처럼 똑같은 사람을 만날 수가 있겠나. 하물며 어쩔 때는 본인의 취향 마저도 마음에 안드는 것을.
사실 나는 요즘 여러 분야에서 내 취향이 뭔지 선명하게 이야기할 자신조차 없다. 이것도 좋은 것 같고 저것도 좋은 것 같고, 좋아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의 괴리 속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이제껏 그게 내 모습이라고 그려놓은 형상이 순간순간 허물어지고 일그러지는 걸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갈팡질팡 우유부단하게 해매는 자신이 짜증스럽기도 하다. 취향에 대해 핀잔을 들으면 발끈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 같다. 나도 잘 모르는 취향을 누가 얼마나 안다고! 하기야 남의 눈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 더욱 판단이 잘 서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할 수 없다. 어리다고 놀리든 말든, 난 이렇게 살테닷.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