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

놀잇감 2009. 8. 20. 16:57

과연 이게 초절정 마감모드에 임하는 자세인가 싶게 이번주는 계속 노는 추세다. 발등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음에도 어쩔 수 없는 뻔뻔함의 추동력이 놀랍다.
째뜬 개봉한지 꽤 오래라 이미 다 끝난 줄 알았던 <UP>이 아직 근처 영화관에서 상영중이란 걸 알고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픽사 애니메이션을 놓칠 수야 없지 않은가!

기대를 많이 했더라도 픽사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별로 실망하는 법이 없다. 섬세한 그림과 황홀한 색채만으로도 그저 행복해지기 때문. 칼과 엘리가 살던 집은 고풍스런 가구며 사소한 소품들까지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다 집어오고 싶었다.  확실히 나는 애니메이션에 훨씬 점수가 후하다. 어쨌거나 영화관을 나서며 나는 단언했다. <해운대>보다 <UP>이 훨씬 재미있었다고!
디지털로 봤는데도 장면장면 자지러지듯 놀라고 헐떡거렸으니 3D로 봤더라면 나는 간덩이가 남아나질 않았겠더라. ㅋㅋ
어쩌면 고소공포증 때문에 어지러워하다가 끝내 3D안경을 벗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상투적인 드라마 주인공들이 홀부모 슬하에서 자란 걸로 설정되는 이유는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제작비 때문이거나 출생의 비밀을 터뜨리기 위한 방편이라지만, 가족과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확실히 홀부모 가정을 다루는 시각이 의연하다. 아이없이 해로하는 노부부의 사랑과 행복도 그저 아름답기만 할 뿐이고. 아버지나 어머니의 부재를 당연하게 드러내면서 그 대안으로 확대가족을 제안하는 듯한 부분은 동양적인 것 같지만 어디나 아이와 노인은 상통하는 데가 있으니 굳이 동서양을 따질 것도 없을지 모르겠다.

암튼 여름방학 이벤트로 3대가 같이 본 <UP>은 우리 3대를 모두 만족시켰다. 마지막에 자막 함께 올라가던 칼과 러셀의 새로운 모험 앨범처럼 우리도 평범한 일상에서 사소하게나마 짜릿한 모험을 느끼며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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