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일기 2007. 12. 13. 17:42
드라마를 보면 아줌마나 할머니들이 골머리를 앓고 누워있다거나
아프다고 시위를 할 때 반드시 머리에 흰 끈을 매고 나온다.
대체 그게 두통에 무슨 소용이랴 싶은 생각보다도 우선은 그런 모습을 설정한 드라마 작가들의
상투적인 태도에 화가 치민다.
꽤 오래(내가 초등학생 때까지) 쪽진 머리에 은비녀를 고수했던 우리 친할머니도
돌아가실 때까지 한복을 생활복으로 고수하셨던(물론 여성용이 아니라 남성용 한복이긴 했지만) 외할머니도
편찮으실 때 머리에 흰 띠를 매는 습관은 절대로 없으셨으며
두루두루 집안 어른들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우기자면, 지끈지끈 두통이 느껴질 때 머리를 꽉 조여매면
관자놀이 마사지를 하듯 혈행에 도움이 되어 증상이 완화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머리에 매는 띠는 거리로 쏟아져 나온 노동자들이나 노점상, 과거 활동가 학생들이
머리에 질끈 동여매는 시위용 뻘건 띠와 목적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똑같이 '시위용'이라지만 드라마 속 아줌마들의 흰 띠는 그래서 더욱 유치하고 진부하다.
앞으로는 제발이지 드라마에서 그런 소품 좀 안 썼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혹 드라마작가 주변의 노친네들은 다들 그런 흰 띠를 생활화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_-;;)

감기몸살이나 신체적인 통증 따위를 드라마에서 표현할 때 또 한 가지 빠지지 않는 상투적인 표현은
바로 "끙... 끙.." 앓는 소리를 내는 것.
엄밀히 말하면 "끙"이 아니라 "으..."나 "어.." 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새어나오는 것인데
그 모습은 제 아무리 상투적이라 해도 크게 바뀔 순 없을 것 같다.
실제로도 근육통과 고열을 수반하는 몸살감기에 걸렸다거나
수술 따위로 생살을 째는 아픔을 겪은 뒤 진통제가 떨어지는 순간이 돌아오면
자기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_-''

누워서 낑낑대다 저도모르게 그런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면 진짜로 웃기긴 한다.
끙...끙.. 거리다 그 소리가 다시 우스워서 킥킥거리다 어느새 다시 으...으... 앓는 모습이란
완전 코미디가 따로없다.

그젯밤, 어젯밤, 이틀 내리 그런 홀로  코미디를 찍었다.
아 물론 생살을 쨌다는 건 아니고 그저 감기 ^^;;
그나마 두통약에 기대어 어렵사리 잡들고 나면 낮동안엔 좀 살만한데
어둠이 내리면 희안하게도 콧물과 기침, 근육통이 딱 낮의 두배로 늘어난다.

아마도 저녁먹고 나면 또 이부자리에 드러누워 코미디를 찍게 될 것 같다.
끙... 끙...
아직은 그래도 킥킥킥.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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