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에 해당되는 글 127건

  1. 2011.07.13 선물이~ 왔어요 14
  2. 2011.07.07 천재인 줄 알았다 3 - 지환편 10
  3. 2011.06.24 <최고의 사랑>이 끝났다 10
  4. 2011.05.15 이러고 놀았다 11
  5. 2011.05.12 카네이션 9
  6. 2011.04.05 가족이 뭔지 10
  7. 2011.04.04 제비꽃 6
  8. 2011.03.27 풀 그림 10
  9. 2011.03.25 천재인 줄 알았다 1 - 정민편 8
  10. 2011.03.13 간만에 지우 그림 21

선물이~ 왔어요

놀잇감 2011. 7. 13. 17:19

(한심하게) 이러고 논다 제2편. 플레이모빌 역시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다는 개미지옥이라는데 아무래도 이미 빠진 것 같다. 위시리스트에 잔뜩 담아만 두고 나중에 스스로 칭찬해줄 일 있을 때 사들여야지 마음먹었던 품목을 선물로 받았다. ㅎㅎㅎ 비 철철 내리는 어젯밤 10시도 넘어서 택배가 와 깜짝 놀랐으나, 부리나케 조립해 갖고 놀며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계속 조물락거리고 있는 걸 본 엄마가 또 늘어난 이 잡동사니는 또 뭐냐고 한숨을 쉬신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희희낙락. 




이번에도 이 둘만 고른 걸 보면 확실히 내 눈엔 남자가 안들어오나보다 했는데, 아직 개봉 안한 미식축구 선수도 내 선물이라니 앞으로는 남자애들도 좀 눈여겨봐야겠다. ㅋ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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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시리즈로 글을 올린다는 건 게으름뱅이에게 역시나 참 어렵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든 없든 괜히 6월 안에 한 편은 써야할 것 같아 혼자 전전긍긍하며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림 사진은 이미 다 확보해놓고도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원. 해서 시작은 6월 마지막날 했으나 마무리를 못해 이제야 끝낸다. 드디어 지우편 하나 남았다. :)

 




위 사진 속에 마구 낙서처럼 생긴 그림 말고 내가 처음 접한 지환이의 작품 사진은 다섯살 때다. 그 사이에도 지환이가 누나 따라 그림을 많이 그렸을 텐데, 원래 큰 동생네 내외는 좀 대범하고 무심한 스타일이라 어린 아들이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을 죄다 잘 모아놓았을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ㅋ

[지환] 2007년 3월, 5세

[누나] 2007년 3월, 5세

[엄마] 2007년 3월, 5세



[고모] 2007년 3월, 5세

[할머니] 2007년 3월, 5세

[할아버지] 2007년 3월, 5세


느낌으로 보아 6작품 모두 한날 한시에 그린 것 같다. 올케가 하필 플래시로 작품사진을 올려놓아 하나하나 따로 다운받고 작품명 확인하느라 땀깨나 흘렸다. -_-; (그러나 할머니 그림이 유독 왜 저리 작아졌는지 이해불가 ㅠ.ㅠ)
어째서 하필 자화상을 동물 느낌으로 그려놓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제 엄마를 제일 예쁘고 사랑스럽게 그린 게 인상적이다. 아래쪽의 고모 그림도 꽤나 정성들인 흔적이 보며 모델로서 아주 흐뭇하다. 뭐니뭐니해도 이 가운데 압권은 오른쪽 아래 할아버지 그림이 아닐지! 할아버지의 대머리가 강조된 느낌이다.
이 그림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도무지 독해 불가능한 글자로 나름 제목을 써놓았다는 사실이다. 일어도 아니고 상형문자도 아니고 저건 어느나라 말일까. ㅋㅋㅋ 

[리본 공룡] 2007년 8월, 5세




지환이도 공룡을 매우 좋아했으나 그림 속 공룡의 형태는 조카마다 확실히 다르다. 녀석의 그림은 죄다 애교스럽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듯.

유치원에 다니기는 해도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을 때라
믿음반 변지환을 <민음바 빈지한>이라고 적었다.
나는 이 그림을 컴퓨터방에 집게로 매달아두었었는데, 몇주일 뒤에 와서 보니 글자 틀린 게 스스로 마음에 걸렸는지 의자에 올라가 제 맘대로 빨간색 매직으로 덧칠하고 있는 걸 현행범으로 발견, 그냥 두라고 간신히 지환이를 말렸다. 뭔가 틀리고 허전한 게 있기는 한데 확실히 아는 건 아닌 듯 '별'로 장식하려 했다는 게 지환이의 설명이었다. ㅎㅎㅎ








[엄마의 두 얼굴] 2007년 9월, 5세



정민이와 준우편에서도 소개했던 <이면전> 출품작 사포 모빌에 당연히 지환이도 참여했다.
곤충모양도 두어개 더 있어, 내방문 앞에 현재 걸려있는 소형모빌에도 하나 포함되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지환이 작품 중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둘이었다.
위는 <기분 좋은 엄마>, 아래는 <화내는 엄마>란다.
ㅋㅋㅋ 천사같이 웃고 있는 예쁜 엄마와 악마 같은 엄마의 화난 표정을 다섯살 짜리가 이렇게 표현했다는 게 너무 기막혀서 한참 깔깔댔다.

작품 발표와 촬영이 9월이란 얘기고, 실제 그린 건 여름방학 중이었을 거다.











이렇게 기발한 그림을 그린 장본인의 사진을 마침 그날 전시장에서 내가 폰카로 찍어왔었다.
시치미 뚝 떼고 자기 작품을 쥐고 있음. ㅎㅎㅎ



이날 전시를 다 보고나서 식구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음식점 테이블에 놓인 메모지를 보더니 지환이는 막 그림혼이 솟구치는 듯 볼펜으로 식구들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 선사했다. 다들 깔깔대며 자기 그림을 받아 넣었는데, 내 그림과 울 엄마 그림이야 지금도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했나 모르겠다. 다행히도 사촌동생 하나는 자기 그림을 찍어 싸이에 올려두는 바람에 확보가능. 주근깨 특징을 잘 잡아내어 제일 큰 웃음을 안겼으나 사진에선 볼펜으로 찍은 점이 잘 안보여 그 느낌이 제대로 안 살았다. (이날의 충격으로 말미암은 것인듯, 사촌동생은 최근 결국 주근깨를 모두 없앴다! ㅋㅋ)

[진이고모] 2007년 9월, 5세

[할머니] 2007년 9월, 5세

[고모] 2007년 9월, 5세


하도 많은 식구들 그림을 그려주다 보니 지쳤는지 막판에 내 그림을 매우 성의없이 그렸기에, 그 다음번에 만났을 때 지환이에게 항의를 했다. 고모 머리가 왜 저렇게 <검정고무신> 주인공처럼 이상하게 생겼냐고. 그랬더니 얼른 새로 그려준 초상화가 바로 이것이다.

[고모] 2007년 9월, 5세


이 그림 역시 고모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이면지에 색연필로 후다닥 성의 없게 그린 건 마찬가지지만 (당시 나는 기필코 파마머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훨씬 귀여워서 흔쾌히 칭찬을 해주었다. ^^;
고모를 그린 거라기 보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다. ㅋㅋ

 















[녹지 않는 눈사람} 2008년 2월, 6세

[할머니와 지환이] 2008년 2월, 6세


6살이 된 지환이는 조물락조물락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도 그림에도 아이디어가 남다른 것 같았다. 
왼쪽, 종이로 만든 녹지 않는 눈사람은 이미 블로그에 자랑한 적도 있지만 이참에 다시 올린다. 고모한테 뭔가를 선물하겠다며 이면지랑 색연필, 스카치테이프 따위를 챙겨들고서 혼자 방문 잠그고 들어가 후딱 만들어 나왔던 작품이다. 오른쪽 그림 역시 여기에 올려 자랑한 적 있었던 할머니 생일 축하용 작품. 그냥 그림도 아니고 밑바탕에 색을 칠해 크레파스를 긁어내는 기법을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요새도 냉장고 옆에 붙여둔 이 그림을 보며 감탄한다.


 

[슬리퍼와 공룡] 2008년 4월, 정민 11세, 지환 6세

이 도자기 작품은 다 지환이가 만든 게 아니고, 오른쪽 작은 슬리퍼와 위에 놓인 나무 모양만 지환이 작품이다. 왼쪽 큰 슬리퍼는 정민누나가, 오른쪽 위 공룡은 우리 막내고모가 만들어 함께 구웠다고 들었다. 슬리퍼도 예쁘지만 난 저 작고 앙증맞은 나무를 빚고 있었을 지환이를 상상할 때마다 헤벌쭉 웃음이 난다.










[신나는 여름] 2010년, 8세

[빗방울 공주] 2010년, 8세

[가을낙엽 꾸미기] 2010년, 8세


아쉽게도 지환이가 일곱살 때 작품은 사진이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여덟살 때 학교에 제출한 이 두 작품도 얼마 전 지환이 방에서 운 좋게 구경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정확한 작품제작(?) 시기는 알 수 없다. 암튼 지환이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신나는 여름> 작품에서 낚싯줄에 매달아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미끼로 사용되는 건 '이상한 여자'다. -_-;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원...
어쨌거나 오른쪽 입체 동화책을 보라! 여덟살 짜리가 입체로 접히는 동화책을 만들어내다니 놀랍지 않은가! (어린이날에 내가 입체 동화책을 사주어 지환에게 영감을 제공했다고 자뻑중;; ㅎㅎ)  비록 창작품은 아니고 기존 동화를 요약하긴 했지만 (처음엔 내용도 지어낸 건 줄 알고 완전 천재라며 거품 물 뻔했다 ㅠ.ㅠ) 입체로 접히는 책의 구조와 오리기 기법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굳게 믿는다. ㅋ

맨 오른쪽 작품은 찍어온 걸 까먹고 있다가 뒤늦게 덧붙인다. 가을 낙엽을 이용해서 꾸미기를 한 모양인데 다른 것들이야 흔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은행잎을 쪼개서 당근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 학교에서도 칭찬을 들은 작품이라고 함. 암, 당연하지. ㅎㅎ

[샤프펜슬의 모험] 2011년 6월, 9세


지환이는 지금도 동화책 만드는 걸 아주 즐긴다. (그러고 보니 준우가 만든 창작 동화책도 본 적 있다! 요즘 애들이 다 그러나? 아님 나의 조카들만 유독?? ㅎㅎㅎ)

그러더니 얼마전엔 나와 경쟁적으로 영어 동화책도 하나씩 만들었다. 텍스트가 중요하므로 그림은 다소 단순한 <샤프펜슬의 모험> 표지 사진을 찍어봤다.

샤프펜슬이 다른 문방구랑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서 떠나고 싶어하는 참에 새가 물어다줘 세상구경을 한다는 모험담이다. ^^;
그러고 보니 지환이의 새도 장욱진 그림을 닮았다. 장욱진 화백이 어린이 그림체를 참고한 거겠지만...

 

 

 

 

 

 

 

 


지환이도 학교 들어가서는 나한테 그림선물을 잘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독촉해도 좀처럼 채색화는 보기 힘든데 얼마전 집에 갔다가 학교 숙제로 낸 글과 그림에 감탄해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글을 쓰는 거였는데, 선생님의 빨간펜 수정이 있기는 해도 그림과 글 모두 훌륭했다. +_+

2011년 6월, 9세(초등학교 2학년)


과학 과목을 좋아해서 나중에 과학자가 되어 로봇과 약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겠다는 내용이다. 연구실의 각종 실험도구 디테일이 재미있는데 왼쪽 위의 나선형 시험관 모양을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끊기지 않게 그렸는지 감탄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유독 많아 돌잔치 때도 난생 첨 보는 실뭉치를 덥썩 잡은 지환이. (다른 조카들은 셋 다 연필을 집었다)
꼭 멋진 과학자가 되거라, 지환아!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는 과학자가 되면 아주 좋겠다고 고모는 한껏 욕심을 부리고 있다. ㅎㅎㅎ


※ 주의: 일부 사진은 클릭하면 '무진장' 커집니다 ^^;;

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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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로 갈수록 처음보다 덜 웃기고 자꾸 안타까워져 본방사수를 안(못)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다운로드까지 해서 본 어제 최종회로 드디어 <최고의 사랑>이 끝났다. 보나마나 연말에 베스트 드라마 집계 당첨 확률 백프로다. 가볍고 경쾌해서 열광했지만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도 꽤 던져준 드라마였다. 심지어 나는 친지 중에 연예인이 있음에도 괜히 싫어하는 연예인들 굳이 콕콕 찝어 싫다고 밝히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왔는데, 댓글 하나하나에 파르르 떠는 독고진이 생각나서 앞으로는 좀 말을 삼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해피엔딩을 결혼과 출산이라는 빤한 결말로 보여주어 실망이라는 사람도 있으나 나로선 흡족하다. 독고진이 심장수술하다 죽지 않았으며, 깨진 유리컵과 함께 나뒹굴었던 감자싹이 죽지 않고 화분에 담겨있는 걸 본 것만으로도 일단 안심한 터라, 사실 어떻게 끝나든 좋다는 생각이었다. 인생이란 언제 또 어떻게 뒤틀릴지 모르는 거고, 뭐니뭐니해도 로맨틱코미디라면 열린 결말이든 확정 결말이든 '그래서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종결되는 동화 같은 마무리가 아무래도 마음 편하다. 현실에선 그런 동화 같은 마무리가 좀 드물어야 말이지. 한편으로는 뭔가 참신하고 새로운 결말을 원하면서도, 결국 똑 떨어지는 해피엔딩이 아니면 못마땅한 이율배반의 심리를 작가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암튼 똑같이 결혼을 강행하고 졸지에 사내아이들을 셋씩이나 이끌고 나왔던 <시크릿 가든>의 결말보다도 <최고의 사랑> 마지막이 나는 더 좋았다.

누가 뭐래도 나는 통통한 스파이더맨 띵똥 라인이었던 터라 마지막 신까지 귀여운 띵똥 형규가 함께 나와주어 더욱 기뻤다. 엄마의 부재 속에서도 띵똥이 그렇게 속깊고 이해심과 인정이 많은 아이로 자라날 수 있었던 건 분명 구애정 고모 덕이 태반이라고 생각하므로, 계속해서 고모네 가족과 함께 하는 건 당연하다. 


밖에서 대중이 뭐라고 쑥떡대건 상관없이 행복한 구애정과 독고진의 일상을 보여주던 닭살스러운 장면 가운데서도 가장 흐뭇했던 건 독고진 부녀의 취침 장면. (큰 사진을 못 구했다;;) 화면 구성 때문임을 알면서도 아가를 소파 바깥 쪽에 뉘여놓아 떨어지면 어쩌나 쓰잘데기 없는 걱정을 잠깐 하기는 했으나, 개인적으로 이런 평화로운 장면 정말 좋다.


 

므흣하게 이 장면을 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저 장면과 유사하게 막내동생네가 연출한 사진이 있다는 걸. 이른바 준우네 삼부자 취침사건이다. 어느 휴일 오전, 다 같이 외출을 하려고 엄마가 먼저 한참 씻고 나오니 침대에서 기껏 깨워 거실로 내몰았던 삼부자는 소파에서 다시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올케가 기막혀 하면서도 애틋한 마음에 찍어놓은 사진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짓다가 괜스레 돌연 울컥했었다. 이젠 더 띵똥과 독고진, 구애정을 볼 수 없게된 허전한 마음을 조카들 사진 보며 극뽀~옥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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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놀았다

놀잇감 2011. 5. 15. 15:22
작년에 워낙 조카들이 어린이날이며 생일선물로 줄곧 레고를 원했기에 올해도 그럴 줄만 알았다. 그래서 레고 선물을 사러 가게 되면 나도 요즘 유행이라는 레고 피규어 랜덤 뽑기를 해보려고 내심 흐뭇하게 벼르고 있었다. 뽑고 싶은 레고 모양 조각을 상상하며 손감각을 연마(?)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카들은 나를 배신했다. 그들이 원한 어린이날 선물은 보드게임 아니면 게임팩. ㅠ.ㅠ 대형할인마트에 가면 어쩐지 나는 산소부족을 느끼며 쉽게 피곤해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러 차몰고 가야하는 그곳에 가고 싶지가 않다. 이마트엘 가야만 레고를 뽑을 수 있다는데... 그저 아쉬워하고만 있는데 막내조카가 나의 안타까움에 불을 질렀다.

나한테는 보드게임 사달래놓고, 제 큰엄마한테선 레고 선물을 받아온 것이다! 그럼 차라리 나한테 레고 사달라고 하고 보드게임은 큰엄마한테 부탁하지!! 그것도 내가 레고 사러 갈 때마다 보며 좋아라했던 토이스토리1 ㅠ.ㅠ


조립하고 나자마자 나도 한참 갖고 놀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어 휴대폰에 저장했다. 사진으로라도 갖고 있어야지 하며... 그러고 나니 레고피규어 열망이 확 도지고 말았다. 그래서 그간 위시리스트에만 넣어놓고 간간이 구경만 하던 플레이모빌을 전격 주문해버렸다. 5월 기념으로 꽃과 아이들을 주제로 나름 선별해서... 

며칠 전 택배가 온날, 나는 희희낙락 조립을 해선 이리저리 늘어놓고 신나게 놀았다. 물론 사진촬영도 했다. 이야기도 만들었다... -_-; 장난감 사모으는 사람들, 이해는 한다고 생각했지만 나까지 동참하게 될 줄이야. 뭐든 오타쿠 기질은 없으니 또 몇번 이러다 말겠지만 암튼 며칠째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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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삶꾸러미 2011. 5. 12. 14:47

꽃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부모님께 달아드리거나 사다드리는 건 어째 좀 쑥스럽고 민망했다. 꽃으로만 따져도 카네이션은 내눈에 별로 안 예쁘다. 부모님도 어버이날 카네이션을 달고 출근하는 걸 자랑스레 여기는 쪽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중고등학생 시절까지는 카네이션을 선물했겠지만 그 이후로는 현실적으로 선물만 내미는 게 편했다. 혹시 꽃을 사더라도 깃에 다는 용이 아니라 바구니째 놓고 보는 쪽을 선호했고. 꽃을 달고 나다녀야 하는 민망함에서 놓여나 부모님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동생들이 결혼을 한 뒤 나는 아예 카네이션을 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올케들이 다 알아서 했으니 말이다. 조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꽃까지 종종 색종이로 만들어와 가슴에 달아드렸던 것도 같고... 암튼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이제 동생들 몫이라고 제쳐두었다. 그런데 지켜보니, 카네이션이 미학적으로 그리 예쁜 꽃은 아니란 건 다들 인정하는 모양인지 카네이션 바구니는 해를 거듭할수록 달라졌다. 내가 카네이션 바구니를 사올 때만 해도 빨간 카네이션에 안개꽃을 약간 꽂은 게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러더니 올케들이 어버이날 꽃을 대기 시작하며 카네이션과 안개꽃에 장미가 혼합되어 화려해졌다. 언제부턴가는 다른 작은 꽃으로 가장자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하기야 수년 전부터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드는 양상이 달라졌다. 꽃을 한 종류로 하던 경향에서 다양하고 다채로운 꽃을 아름답게 섞어 만드는 게 유행이었다. 카네이션 꽃바구니에도 당연히 그런 추세가 적용됐을 것이다.

덕분에 더욱 아름다워진 어버이날 카네이션에 해마다 감탄해왔는데 올해는 정점을 이뤘다. +_+ 두 동생이 가져온 앙증맞은 꽃바구니는 똑같이 카네이션을 활용했으면서도 분위기가 아예 달랐다. 카네이션 별로 안 예쁘다고 툴툴대던 나의 편견이 교정될 정도였다. 다량으로 제작판매하는 바람에 신선도가 떨어져 그 아름다움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어차피 화무십일홍이랬다(잘하면 2, 3주일도 거뜬한 국화는 예외다 ㅋㅋ). 토요일부터 사흘간 한껏 예쁜 자태를 자랑하다 푹 고꾸라져버린 꽃들을 빼버리고 남은 것들만 다시 추려 유리병에 꽂아놓았는데 식탁 센터피스로 아주 딱이다. 밥 한 숟가락 먹고 꽃 한번 쳐다보고 반찬 한번 집어먹고 벌어진 봉오리 한번 쳐다보고... 서양사람들이 정찬 식탁에 왜 꽃을 두는지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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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뭔지

놀잇감 2011. 4. 5. 12:41

친구에게 회사 추천을 했더니 가족 같은 분위기라 싫다고 했다는 블로그 이웃의 포스팅을 보다 생각났다. 아직도 소규모 회사의 경우 구인광고를 낼 때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를 자랑으로 삼는 데가 많지만, 이제 구직자 쪽에선 대개 그걸 식겁하는 조건으로 여긴다. 가족은 하나로도 버겁고 족하다고 말이다.

내가 벌써 구세대라 그런지, 솔직히 나는 얼마전까지도 '가족 같은 회사'가 정말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옛날 조직원의 삶에 충실했던 나를 돌아볼라치면, 그런 가족같은 대우와 처사에 막 감동했었다. 그러고 보면 이십대까지 가족이야말로 나의 영원한 등대이자 울타리, 안식처라고 철썩같이 믿고 살았다. 절대로 내 발목을 붙드는 족쇄일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참 순진하기도 하지. 암튼 가족에 대한 견해가 그토록 아련하고 긍정적이니, 가족 같은 회사라는 말도 좋게만 생각됐던 모양이다. 회사의 경영진과 관리자 측에서 '가족' 운운하는 건 다 노동력 착취와 유리한 위치 선점을 위한 포석이란 걸 나중에 깨닫기는 했지만, '그래도' 관성이랄까 습관이 든 때문인지 그 관계를 떨치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다. 사이비든 아니든 '가족'이라는데.

주말마다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3의 마지막 경쟁미션의 주제는 뜬금없게도 가족이었다. 가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완성하라는 것. 후보 디자이너들의 어린시절 가족사진이 화면에 등장하고, 가족들의 응원 영상이 나타나자 스튜디오는 울음판이었다. 나 역시 깜깜한 거실에 홀로 앉아 TV 앞에서 덩달아 울며 막 짜증이 났다. 아, 정말 억지 감동과 스토리를 짜내려는 찌질한 제작진의 심보가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닌가! 디자인 실력만 평가하면 될 것을 왜 꼭 그렇게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안달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디자이너들도 어느 정도 '신상이 털리는' 상황은 예상하고 수긍했겠지만, 그런 식으로 사생활을 파고드는 제작 태도엔 내가 다 막 화가 나고 불쾌했다. 디자인 경쟁프로그램마저 가족과 배경 자랑의 장이 되거나 동정의 빌미가 되어선 안되는 거 아닌가?

어쨌든 5회미션부터 눈에 들어 개인적으로 열심히 응원하고 있던 디자이너의 경우엔 이십대 중반의 어린 나이임에도 가족이 곧 엄청난 상처이고 아픔이었다는 사실이 이번 가족 미션에서 드러났다. 디자인 외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너무 튀는 외모와 욕설도 서슴지 않는 거친 입담 때문에 나랑은 취향이 잘 안맞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노련한 솜씨가 느껴지는 디자인이 내 눈엔 그저 예쁘고 좋아서 탑3에 뽑히기를 몹시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리나 뉴욕에 있는 유명 패션스쿨 출신의 유학파와 비교되는 순수 국내파에 대한 심정적인 지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을 것에 비하면 국내에서 의상학과나 디자인학원을 다닌 사람들은 아직도 '패션은 본고장인 서양에서 제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대주의 사고에 희생당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국내파라도 내 눈에 예쁘고 멋지지 않은 디자인을 보여주는 후보를 무조건 응원할 수야 없는 일인데, 신주연 씨의 의상은 대체로 훌륭했다. 팔이 안으로 굽는 아마추어인 내 견해로만 그런 게 아니라 우승도 두번이나 했을 정도이고, 미션마다 거의 상위권이었다. 비록 9회 자전거 미션에선 내가 보기에도 너무 아니올시다, 80년대 아줌마옷 같은 투피스를 선보이는 바람에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지만서도...


런웨이에 올라 가족에서 영감을 얻은 각자의 디자인을 설명하며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울먹거리거나 통곡하는 수준이었다. 가족이란 누구에게나 짠한 부분이고 아픔이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가족이 남긴 찢어지고 곪아터진 상처를 그냥 덮어 꿰매어 놓았지만 아무리 애써도 자꾸만 틈이 벌어져 아픔이 삐지고 튀어나온다는 느낌을 고스란히 폭로한 신주연씨의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볼 때는 아예 머리가 멍해졌다. 가족이 뭐라고...

글이란 게 참 묘해서 그런지, 아니면 내가 줏대가 없는 건지 글이 좀 길어지면 처음 쓰려고 생각했던 이야기와 결말이 같아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지금도 내가 어쩌려고 가족 이야기와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이야기를 같이 꺼냈는지 잘 모르겠다. 가족이 멍에이고 상처라도 개인의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던가? -_-; 나도 갈피를 못잡겠다는 것으로 급마무리. 아무리 생각해도 가족은 이제 내게 너무 어려운 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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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투덜일기 2011. 4. 4. 07:19


평년보다 훨씬 따뜻했던 한식 성묘길 나들이. 공원묘지 여기저기 제비꽃이 피어있었다. 인공적인 색채의 요란한 조화가 유일하게 어울리는 공원묘지에서 땅바닥에 잔뜩 수그려핀 보라색 생화가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원래 잡초처럼 무더기로 많이 피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무덤가엔 딱 한송이가 피었다. 무더기로 많았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꺾어서 조카들에게 하나씩 반지를 만들어주었겠지만, 그냥 카메라만 들이댔다. 누렇게 마른 잔디 사이에서 잡초들과 함께 제일 먼저 홀로 피어난 제비꽃. 드디어 완연한 봄이 왔다고 인정하련다. 

십수년 전만 해도 통일동산과 공원묘지뿐, 허허벌판 아무도 없던 곳에 프로방스, 헤이리 마을이 생겨나고 영어마을이 들어서고 이젠 무슨무슨 아울렛까지, 그곳에 잠들어 계신 분들 참 정신 시끄럽겠다 싶게 근방까지 자동차행렬이 엄청나 한숨이 다 나왔다. 대식구라 이젠 인근 식당에서 밥먹기도 어려워 성묘 음복이 진짜로 도시락 싸가는 피크닉이 되어버렸으니 우리에겐 다행인 건가, 불행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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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그림

추억주머니 2011. 3. 27. 16:02


풀 그림 이야기가 나오면 내겐 또 남다른 사연이 있다. 예전에 미니홈피에도 밝혔던 이야긴데, 풀로 그린 조카 그림도 하나 더 있겠다 그 추억도 마저 상기해야겠다. 부모님이 동생들을 데리고 분가하시고 나서도, 나는 초등학교 2학년 중간 무렵까지 본적지이자 출생지인 ***동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들과 살았다. 연년생인 남동생과 입학 터울을 둘 겸,
생일이 여름인데도 제법 똘똘하다는 것만 믿고 제 이름밖에 쓸 줄 모르는 나를 덜컥 7살에 국민학교에 입학시켜놓고, 할머니는 매일 전교에서 제일 작은 1학년 학생인 나를 업어나르셨다. 울 엄마는 또 첫딸 입학을 위해 제일 비싼 최고급 책가방을 사주었다는데 (가죽이었는지 아닌지 기억나지 않지만 암튼 빨간색이었던 그 가방은 무척 재질이 두꺼웠고 열고 닫기 불편했다) 그게 또 엄청 무거워, 할머니가 보기엔 책가방 무게 때문에 애가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단다. ㅋㅋ

늘 교문 앞에서 수업 끝나기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나는 친구들과 가방 들어주기 가위바위보를 했다. 지금도 그때도 가위바위보에 젬병인 나는 당연히 꼴찌였다. 책가방을 앞 뒤로 매고 양손에도 하나씩 친구 책가방을 들었다. 꼴찌에서 두번째는 신발주머니를 모아 들었다. 낑낑대며 학교 앞 언덕길을 내려가는 나를 저 멀리서 발견한 할머니는 고래고래 소리를 치시며 달려왔다. 힘 없는 아이 괴롭히는 나쁜 놈들이라고... 친구들의 엉덩이까지 한대씩 퍽퍽 때려준 할머니는 내가 옆에서 괴롭힌 게 아니라 그냥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것 뿐이라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러고도 분에 못 이기셨는지 할머니는 울먹거리는 친구들에게 집이 어디냐고, 앞장서라고 말씀하셨다. 애들 부모에게 일러 다시는 손녀딸을 괴롭히지 말라고 당부할 작정이었던 거다. 그래서... 화난 그 아이들은 한동안 나와 놀아주지 않았다.  

한글도 못 떼고 들어가 이해력이 많이 떨어졌던 나는 1학년 미술시간 준비물을 알려준 선생님의 설명을 오해했던 모양이다. 미술책을 미리 들춰보았다면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았겠지만, 어린애가 뭘 알았겠나. 늦둥이로 낳은 막내딸도 거의 다 키워놓아 국민학생의 학부모 노릇에 서툴렀을 할머니, 할아버지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풀에 물을 들여오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나는 집에 가서 그대로 전했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고심 끝에 누렇게 말라붙은 (아마도 채 신록이 우거지기 전인듯..) 풀들을 마당에서 따다가 정성껏 물감으로 이런저런 색을 칠해 물을 들여주셨다.

다음날 곱게 '물들인 풀'을 갖고 학교에 간 나는 친구들이 다 나와 달리 '찍어 쓰는 풀통'에 물감을 풀어 색색깔로 물들여온 걸 보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사건은 어린 나에게 제법 큰 충격이었던 듯하다. 부모님 슬하로 옮기느라 전학을 했던 이후 국민학교는 몰라도, 입학한 국민학교 시절의 기억은 거의 사라졌는데도 책가방 사건과 더불어 이 사건은 또렷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그날 나의 담임이셨던 '호복순' 선생님(이 이름도 절대 잊혀지질 않는다^^)은 우는 나를 달래시곤 옆 친구에게 색깔풀을 나눠주라 하셨고, 미술시간은 친구의 준비물을 빌어쓰며 무사히 넘어갔다.

정민공주에게 내가 언제 이 사연을 들려주었는지 모르겠는데, 어린 정민이에게도 몹시 인상적인 이야기였던 듯 가끔씩 불쑥 고모 어렸을 때 미술시간에 '물 들인 풀' 준비물을 잘못 해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서 선생님이 왜 준비물을 잘못 해간 고모를 혼내지 않았는지, 친구는 왜 암말 없이 자기 물감을 나눠주었는지(자기 그림 그릴 것도 모자랄지 모르는데!) 꼬치꼬치 묻곤 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준 날은 어김없이 풀을 쑤어 물감 풀을 만들어 바쳐야 했고.. -_-;

2007년 1월. 장 뒤뷔페의 우를루프 정원 전시회를 함께 다녀온 날도 공주는 위대한 예술가에게 영감을 받았는지 물감풀을 청해 풀 그림을 시도했다. 파란색 풀과 빨간색 풀 두 가지나 만들어야 했는데 찹쌀가루(마침 밀가루가 집에 없었다)를 아낀 탓에 풀이 너무 묽어 다른 때보다 작품엔 열악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작품이 마르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구쟁이 동생이 밟고 지나가는 바람에 사진으로만 남은 공주의 풀 그림을 천재 시리즈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뺐는데 결국 이렇게 올리게 되는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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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더러운 세상이라고 욕하고 싶은 꿀꿀한 분위기를 털어버리는 데는 뭐니뭐니해도 팔불출 고모노릇이 최고다. -_-'; 댓글 수로도 드러나는 지우 그림의 인기에 힘입어 그간 모아둔 조카들의 구김살 없는 그림을 대거 공개할 작정이다. (방문자 많은 거 싫다면서 결국 흥행에 신경쓰는 것 좀 봐라 ㅎ) 연도별로 꼬박꼬박 컴퓨터에 스캔해 두거나 찍어둔 조카들의 그림 폴더를 새삼 열어보며 느낀 행복과 흐뭇함을 이웃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고 솔직한 이유는 그렇다, 그냥 달리 내세울 게 없는 인간의 팔불출 자랑질이다. ^^;; 이런 자랑질 불편하고 귀찮은 분들은 패스하시라고 접어둔다.


 


 2007년 3월에 찍은 사진. 공주가 3학년, 10살 때다. 현재 이 그림은 액자에 들어 왕비마마 거실에 걸려 있다. 그림을 그릴 당시 (2월일지도 모르겠다) 왕비마마가 또 한참 입원해 계셨는데 꽃 좋아하시는 할머니 그림 보고 힘내시라고 정민이가 선물했다. 
이 작품 이후로는 정민이가 우리에게 그림 자랑을 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도 고모할머니한테 그림을 배우러 다니고는 있지만, 예전과 달리 좀처럼 작품 자랑을 하지 않으며 감추려고 하는 느낌이다.




오른쪽 사진은, 역시 공주 10살 때.
9월에 열린 고모할머니의 그룹 전시회 <이면전>에 오브제 모빌 작품으로 조카들 셋(아기였던 지우 빼고)이 모두 함께 참여했었다.
자칫 잘못 보면 손가락 욕을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사포에 그린 모빌 작품을 잡고 있을 뿐이다. ^^; 조카들이 서너 개씩 그린 그림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드리워졌던 이 모빌은 전시회 철거 후, 고맙게도 일부가 나에게로 와 현재 작업실 방문 앞에 매달려 있다.




2008 4월. 11세때. [아기도깨비]


이후 공주의 그림들은 점점 캐릭터 팬시 상품처럼 변해갔다는 후문이다. 왼쪽 사진은 공주의 작품 사진 폴더에 들어있는 가장 마지막 작품으로, 도자기를 빚어 거기에 그림을 그렸다. 채색 슬리퍼도 있는데 그건 나중에 지환이 작품 소개할 때 같이 공개할 작정.

 

 

 



놀라운 천재적 기질이 아직 공주의 머릿속에, 손끝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다고 늘 이야기하며 용기를 북돋고는 있는데, 초등학교 6년간  공주는 이런 솜씨로도 그림 관련 상을 단 하나도 받아오지 않았다. 천재를 몰라본다고 처음엔 마구 분노했는데, 알고보니 학교에 작품을 제출하는 일 자체가 아주 드물었다. 마음에 안든다며 중간에 북북 찢어버리거나 집으로 가져왔다가 미완성인 채로 결국 내지 않는 식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엔 함께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즐거운 놀이였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우리로선 알 수 없다. 물론 나는 언제고 공주의 천재 화가 잠재성이 다시 발현될 것이라 믿으며 묵묵히 기다리자고 마음먹었으나 조바심이 나는 걸 어쩔 수가 없다. 그런데 이 포스팅을 하면서 흔들리는 믿음을 다시 굳히기로 했다. ㅎㅎㅎ


* 폰카로 찍은 사진들도 있어 상태가 조악하지만 그래도 그림은 클릭하면 거의 다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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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지우 그림

놀잇감 2011. 3. 13. 22:08

일본 지진관련하여 그제부터 거의 신이 난듯 특보를 내는 TV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 짜증이 나면서도 자꾸만 보게 되고, 덩달아 망연자실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나는 희희낙락 기운내서 살아야겠다고, 며칠 내리 빌빌거렸으면 이젠 좀 빠릿빠릿 움직여야 한다고 즐거운 포스팅을 기획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계속 올려대는 생각 짧은 기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무튼... 블루고비처럼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 화백 친구는 없지만 다행히도 내겐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려주는 조카들이 있다. 올해로 여섯 살이 됐어도 만으로 따지면 이제 네 살 반 밖에 안된 지우의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고슴도치 고모의 시각이 다분히 작용했을 거라고 믿지만, 미술학원에서도 꼼꼼한 솜씨로 선생님들의 칭찬을 독차지한다니 앞으로 기대해보련다.

제 엄마 생일에 지우가 선물로 그려준 그림이라는데 드물게 채색 전과 채색 후의 작품사진을 모두 입수했다. 제 부모는 색깔을 칠하고 나서 섬세한 디테일이 지워졌다고 속상해하던데, 내가 보기엔 화사하고 봄스러운 색감이며 전체적인 조화가 그저 예쁘기만 하다. 어제 채색 그림 찍어오며 나도 사람 많은 그림 그려달라고 간절히 사정했으나 무시당했다. 애들 방에 걸어놨던데 다른 작품으로 대체된 후에 슬쩍 달래서 가져오든지 해야겠다. 지우가 최근에 그려준 내 그림은 두번 연달아 노래방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그림이다. -_-;; 조카들이랑 노래방 안 간지가 2, 3년은 돼가는구만. 나도 이런 완성도 높은--혹은 실물보다 백배 더 아름답게 그린--그림을 그려달란 말이닷. 연일 야근으로 찌들어가고 있는 제 아빠를 아주 어린왕자처럼 그려놨다. *_*


그림설명: 왼쪽부터 엄마, 아빠, 형아, 지우.
엄마 아빠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게 좋아서 형아가 웃으며 쳐다보고 있고, 자기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형아에게 <구름빵> 책을 꺼내달라고 손으로 '탁' 치는 장면이란다.
각자 입고 있는 옷에 들어간 그림은 엄마-영어, 아빠-공룡, 형아-지렁이, 지우-햇님
채색 전의 스케치를 보면 두 어린이의 눈동자에 표정이 생겼다! 아우 귀여워 ㅠ.ㅠ
엄마는 색칠하면서 스케치에 없던 목걸이도 생겨났다.
구름에 밑에 세로 선은 혹시 '빗줄기'인가 물었더니 수염으로 '할아버지 구름'을 표현한 거란다. 
머리색깔도 어쩜 저렇게 다 다르게 표현했을까.
예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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