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지우 그림

놀잇감 2011. 3. 13. 22:08

일본 지진관련하여 그제부터 거의 신이 난듯 특보를 내는 TV 뉴스와 인터넷 기사에 짜증이 나면서도 자꾸만 보게 되고, 덩달아 망연자실 기운이 빠진다. 그래도 나는 희희낙락 기운내서 살아야겠다고, 며칠 내리 빌빌거렸으면 이젠 좀 빠릿빠릿 움직여야 한다고 즐거운 포스팅을 기획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계속 올려대는 생각 짧은 기자들과 다를 바 없는 이기적인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아무튼... 블루고비처럼 멋진 그림을 그려주는 화백 친구는 없지만 다행히도 내겐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려주는 조카들이 있다. 올해로 여섯 살이 됐어도 만으로 따지면 이제 네 살 반 밖에 안된 지우의 그림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물론 고슴도치 고모의 시각이 다분히 작용했을 거라고 믿지만, 미술학원에서도 꼼꼼한 솜씨로 선생님들의 칭찬을 독차지한다니 앞으로 기대해보련다.

제 엄마 생일에 지우가 선물로 그려준 그림이라는데 드물게 채색 전과 채색 후의 작품사진을 모두 입수했다. 제 부모는 색깔을 칠하고 나서 섬세한 디테일이 지워졌다고 속상해하던데, 내가 보기엔 화사하고 봄스러운 색감이며 전체적인 조화가 그저 예쁘기만 하다. 어제 채색 그림 찍어오며 나도 사람 많은 그림 그려달라고 간절히 사정했으나 무시당했다. 애들 방에 걸어놨던데 다른 작품으로 대체된 후에 슬쩍 달래서 가져오든지 해야겠다. 지우가 최근에 그려준 내 그림은 두번 연달아 노래방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그림이다. -_-;; 조카들이랑 노래방 안 간지가 2, 3년은 돼가는구만. 나도 이런 완성도 높은--혹은 실물보다 백배 더 아름답게 그린--그림을 그려달란 말이닷. 연일 야근으로 찌들어가고 있는 제 아빠를 아주 어린왕자처럼 그려놨다. *_*


그림설명: 왼쪽부터 엄마, 아빠, 형아, 지우.
엄마 아빠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게 좋아서 형아가 웃으며 쳐다보고 있고, 자기는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형아에게 <구름빵> 책을 꺼내달라고 손으로 '탁' 치는 장면이란다.
각자 입고 있는 옷에 들어간 그림은 엄마-영어, 아빠-공룡, 형아-지렁이, 지우-햇님
채색 전의 스케치를 보면 두 어린이의 눈동자에 표정이 생겼다! 아우 귀여워 ㅠ.ㅠ
엄마는 색칠하면서 스케치에 없던 목걸이도 생겨났다.
구름에 밑에 세로 선은 혹시 '빗줄기'인가 물었더니 수염으로 '할아버지 구름'을 표현한 거란다. 
머리색깔도 어쩜 저렇게 다 다르게 표현했을까.
예쁘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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