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하게 시리즈로 글을 올린다는 건 게으름뱅이에게 역시나 참 어렵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든 없든 괜히 6월 안에 한 편은 써야할 것 같아 혼자 전전긍긍하며 자꾸 신경이 쓰였다. 그림 사진은 이미 다 확보해놓고도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원. 해서 시작은 6월 마지막날 했으나 마무리를 못해 이제야 끝낸다. 드디어 지우편 하나 남았다. :)

 




위 사진 속에 마구 낙서처럼 생긴 그림 말고 내가 처음 접한 지환이의 작품 사진은 다섯살 때다. 그 사이에도 지환이가 누나 따라 그림을 많이 그렸을 텐데, 원래 큰 동생네 내외는 좀 대범하고 무심한 스타일이라 어린 아들이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을 죄다 잘 모아놓았을지 아닐지 잘 모르겠다. ㅋ

[지환] 2007년 3월, 5세

[누나] 2007년 3월, 5세

[엄마] 2007년 3월, 5세



[고모] 2007년 3월, 5세

[할머니] 2007년 3월, 5세

[할아버지] 2007년 3월, 5세


느낌으로 보아 6작품 모두 한날 한시에 그린 것 같다. 올케가 하필 플래시로 작품사진을 올려놓아 하나하나 따로 다운받고 작품명 확인하느라 땀깨나 흘렸다. -_-; (그러나 할머니 그림이 유독 왜 저리 작아졌는지 이해불가 ㅠ.ㅠ)
어째서 하필 자화상을 동물 느낌으로 그려놓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고, 제 엄마를 제일 예쁘고 사랑스럽게 그린 게 인상적이다. 아래쪽의 고모 그림도 꽤나 정성들인 흔적이 보며 모델로서 아주 흐뭇하다. 뭐니뭐니해도 이 가운데 압권은 오른쪽 아래 할아버지 그림이 아닐지! 할아버지의 대머리가 강조된 느낌이다.
이 그림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도무지 독해 불가능한 글자로 나름 제목을 써놓았다는 사실이다. 일어도 아니고 상형문자도 아니고 저건 어느나라 말일까. ㅋㅋㅋ 

[리본 공룡] 2007년 8월, 5세




지환이도 공룡을 매우 좋아했으나 그림 속 공룡의 형태는 조카마다 확실히 다르다. 녀석의 그림은 죄다 애교스럽고 귀여운 구석이 있는 듯.

유치원에 다니기는 해도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을 때라
믿음반 변지환을 <민음바 빈지한>이라고 적었다.
나는 이 그림을 컴퓨터방에 집게로 매달아두었었는데, 몇주일 뒤에 와서 보니 글자 틀린 게 스스로 마음에 걸렸는지 의자에 올라가 제 맘대로 빨간색 매직으로 덧칠하고 있는 걸 현행범으로 발견, 그냥 두라고 간신히 지환이를 말렸다. 뭔가 틀리고 허전한 게 있기는 한데 확실히 아는 건 아닌 듯 '별'로 장식하려 했다는 게 지환이의 설명이었다. ㅎㅎㅎ








[엄마의 두 얼굴] 2007년 9월, 5세



정민이와 준우편에서도 소개했던 <이면전> 출품작 사포 모빌에 당연히 지환이도 참여했다.
곤충모양도 두어개 더 있어, 내방문 앞에 현재 걸려있는 소형모빌에도 하나 포함되었지만, 뭐니뭐니해도 지환이 작품 중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 둘이었다.
위는 <기분 좋은 엄마>, 아래는 <화내는 엄마>란다.
ㅋㅋㅋ 천사같이 웃고 있는 예쁜 엄마와 악마 같은 엄마의 화난 표정을 다섯살 짜리가 이렇게 표현했다는 게 너무 기막혀서 한참 깔깔댔다.

작품 발표와 촬영이 9월이란 얘기고, 실제 그린 건 여름방학 중이었을 거다.











이렇게 기발한 그림을 그린 장본인의 사진을 마침 그날 전시장에서 내가 폰카로 찍어왔었다.
시치미 뚝 떼고 자기 작품을 쥐고 있음. ㅎㅎㅎ



이날 전시를 다 보고나서 식구들끼리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음식점 테이블에 놓인 메모지를 보더니 지환이는 막 그림혼이 솟구치는 듯 볼펜으로 식구들 모습을 하나하나 그려 선사했다. 다들 깔깔대며 자기 그림을 받아 넣었는데, 내 그림과 울 엄마 그림이야 지금도 내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했나 모르겠다. 다행히도 사촌동생 하나는 자기 그림을 찍어 싸이에 올려두는 바람에 확보가능. 주근깨 특징을 잘 잡아내어 제일 큰 웃음을 안겼으나 사진에선 볼펜으로 찍은 점이 잘 안보여 그 느낌이 제대로 안 살았다. (이날의 충격으로 말미암은 것인듯, 사촌동생은 최근 결국 주근깨를 모두 없앴다! ㅋㅋ)

[진이고모] 2007년 9월, 5세

[할머니] 2007년 9월, 5세

[고모] 2007년 9월, 5세


하도 많은 식구들 그림을 그려주다 보니 지쳤는지 막판에 내 그림을 매우 성의없이 그렸기에, 그 다음번에 만났을 때 지환이에게 항의를 했다. 고모 머리가 왜 저렇게 <검정고무신> 주인공처럼 이상하게 생겼냐고. 그랬더니 얼른 새로 그려준 초상화가 바로 이것이다.

[고모] 2007년 9월, 5세


이 그림 역시 고모의 잔소리를 피하려고 이면지에 색연필로 후다닥 성의 없게 그린 건 마찬가지지만 (당시 나는 기필코 파마머리가 아니었다;;) 그래도 훨씬 귀여워서 흔쾌히 칭찬을 해주었다. ^^;
고모를 그린 거라기 보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다. ㅋㅋ

 















[녹지 않는 눈사람} 2008년 2월, 6세

[할머니와 지환이] 2008년 2월, 6세


6살이 된 지환이는 조물락조물락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도 그림에도 아이디어가 남다른 것 같았다. 
왼쪽, 종이로 만든 녹지 않는 눈사람은 이미 블로그에 자랑한 적도 있지만 이참에 다시 올린다. 고모한테 뭔가를 선물하겠다며 이면지랑 색연필, 스카치테이프 따위를 챙겨들고서 혼자 방문 잠그고 들어가 후딱 만들어 나왔던 작품이다. 오른쪽 그림 역시 여기에 올려 자랑한 적 있었던 할머니 생일 축하용 작품. 그냥 그림도 아니고 밑바탕에 색을 칠해 크레파스를 긁어내는 기법을 활용할 생각을 하다니, 요새도 냉장고 옆에 붙여둔 이 그림을 보며 감탄한다.


 

[슬리퍼와 공룡] 2008년 4월, 정민 11세, 지환 6세

이 도자기 작품은 다 지환이가 만든 게 아니고, 오른쪽 작은 슬리퍼와 위에 놓인 나무 모양만 지환이 작품이다. 왼쪽 큰 슬리퍼는 정민누나가, 오른쪽 위 공룡은 우리 막내고모가 만들어 함께 구웠다고 들었다. 슬리퍼도 예쁘지만 난 저 작고 앙증맞은 나무를 빚고 있었을 지환이를 상상할 때마다 헤벌쭉 웃음이 난다.










[신나는 여름] 2010년, 8세

[빗방울 공주] 2010년, 8세

[가을낙엽 꾸미기] 2010년, 8세


아쉽게도 지환이가 일곱살 때 작품은 사진이 없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여덟살 때 학교에 제출한 이 두 작품도 얼마 전 지환이 방에서 운 좋게 구경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정확한 작품제작(?) 시기는 알 수 없다. 암튼 지환이의 엉뚱한 아이디어는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신나는 여름> 작품에서 낚싯줄에 매달아 커다란 물고기를 잡을 미끼로 사용되는 건 '이상한 여자'다. -_-;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원...
어쨌거나 오른쪽 입체 동화책을 보라! 여덟살 짜리가 입체로 접히는 동화책을 만들어내다니 놀랍지 않은가! (어린이날에 내가 입체 동화책을 사주어 지환에게 영감을 제공했다고 자뻑중;; ㅎㅎ)  비록 창작품은 아니고 기존 동화를 요약하긴 했지만 (처음엔 내용도 지어낸 건 줄 알고 완전 천재라며 거품 물 뻔했다 ㅠ.ㅠ) 입체로 접히는 책의 구조와 오리기 기법은 놀라운 수준이라고 굳게 믿는다. ㅋ

맨 오른쪽 작품은 찍어온 걸 까먹고 있다가 뒤늦게 덧붙인다. 가을 낙엽을 이용해서 꾸미기를 한 모양인데 다른 것들이야 흔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은행잎을 쪼개서 당근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정말 기발하지 않은가! ^^; 학교에서도 칭찬을 들은 작품이라고 함. 암, 당연하지. ㅎㅎ

[샤프펜슬의 모험] 2011년 6월, 9세


지환이는 지금도 동화책 만드는 걸 아주 즐긴다. (그러고 보니 준우가 만든 창작 동화책도 본 적 있다! 요즘 애들이 다 그러나? 아님 나의 조카들만 유독?? ㅎㅎㅎ)

그러더니 얼마전엔 나와 경쟁적으로 영어 동화책도 하나씩 만들었다. 텍스트가 중요하므로 그림은 다소 단순한 <샤프펜슬의 모험> 표지 사진을 찍어봤다.

샤프펜슬이 다른 문방구랑 말다툼을 벌이다 화가 나서 떠나고 싶어하는 참에 새가 물어다줘 세상구경을 한다는 모험담이다. ^^;
그러고 보니 지환이의 새도 장욱진 그림을 닮았다. 장욱진 화백이 어린이 그림체를 참고한 거겠지만...

 

 

 

 

 

 

 

 


지환이도 학교 들어가서는 나한테 그림선물을 잘 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독촉해도 좀처럼 채색화는 보기 힘든데 얼마전 집에 갔다가 학교 숙제로 낸 글과 그림에 감탄해 얼른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가장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고 영어로 글을 쓰는 거였는데, 선생님의 빨간펜 수정이 있기는 해도 그림과 글 모두 훌륭했다. +_+

2011년 6월, 9세(초등학교 2학년)


과학 과목을 좋아해서 나중에 과학자가 되어 로봇과 약을 만들어 사람들을 돕겠다는 내용이다. 연구실의 각종 실험도구 디테일이 재미있는데 왼쪽 위의 나선형 시험관 모양을 어떻게 저렇게 절묘하게 끊기지 않게 그렸는지 감탄스럽다. 예나 지금이나 호기심이 유독 많아 돌잔치 때도 난생 첨 보는 실뭉치를 덥썩 잡은 지환이. (다른 조카들은 셋 다 연필을 집었다)
꼭 멋진 과학자가 되거라, 지환아! 그림도 잘 그리고 피아노도 잘 치는 과학자가 되면 아주 좋겠다고 고모는 한껏 욕심을 부리고 있다. ㅎㅎㅎ


※ 주의: 일부 사진은 클릭하면 '무진장' 커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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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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