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해당되는 글 78건

  1. 2016.03.01 캐롤 5
  2. 2016.01.18 셜록: 유령신부 3
  3. 2016.01.06 2015년 Best 6
  4. 2015.12.31 2015년에 본 영화 6
  5. 2015.08.03 슬픔이 6
  6. 2015.06.28 영화와 현실 6
  7. 2014.05.27 5월엔 3
  8. 2014.03.01 2월에는 1
  9. 2014.02.03 1월에는 4
  10. 2014.01.06 2013 Best 7

캐롤

놀잇감 2016. 3. 1. 17:06

내리기 전에 빨랑 보러가야지, 아카데미라도 타고나면 괜한 대세거부증이 돋을까봐 게으름뱅이치고는 꽤나 서둘러서 영화를 보러갔다. (근데 결과적으로 오스카는 하나도 받질 못했다! 으이..) 일부러 사전 정보를 하나도 안 찾아보고 갔기 때문에, 배경이 현대가 아니란 것도 몰랐네그려. (스포일러 있음)

 


한줄 평을 쓴다면...
먹먹하게 아름답고 우아한 영화였다. 

벨로가 후기에 적기를.. 영화가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처음부터 보고싶은 영화라고 했던가. 그 마음이 뭔지 나도 알겠다. 눈빛 하나, 클로즈업된 표정 하나까지 장면장면 뭔가 자세히 보고싶은데 감정선을 따라가느라 그럴 여력이 없었다. 

클래식한 올드모빌이 돌아다니는 1950년대 뉴욕 거리, 담배연기마저도 향기로울 것 같은 우아함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캐롤, 자존감도 낮고 우유부단의 극치로만 보였으나 캐롤과 만나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걸 확실히 깨닫는 듯한 풋풋한 테레즈.

캐롤(케이트 블란쳇)이 입고 나오는 코트들(모피 코트와 빨간색 숄칼라 롱코트)이야 워낙 인상적이었지만, 그 밖엔 어떤 어떤 옷을 입고 나왔는지 잘 기억도 나질 않는다. 테레즈(루니 마라)의 체크무늬 빵모자가 처음엔 촌스러웠는데 나중엔 예뻐보였다는 정도?

후기를 좀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에 오히려 시간만 질질 끌다가 기억마저 희미해지고 말았다. 이젠 어느 장면에서 울컥했었는지도 잘 떠오르질 않으니... ㅠ.ㅠ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이 있다"고 포스터 문구로도 적혀 있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맨 처음 테레즈가 백화점에서 캐롤을 봤을 때, 주변 배경이 흐릿하게 지워지면서 캐롤의 모습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을 보면서, 아 맞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혹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찍이 군중 속에서도 한눈에 확 파고들듯 찾아내는 순간이 이런 거였지, 그러면서 덩달아 따라서 설렜던 것 같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매혹된다는 게 어떤 건지, 테레즈한테 마구 감정이입이 된 시선으로 케이트 블란쳇(캐롤)을 바라봤던건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케이트 블란쳇이 캐롤이란 인물을 그만큼 잘 살려낸 게 아닐까. 목소리와 말투도 섹시하기 그지없었는데 나중에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때 보니 케이트 블란쳇한테 사투리(?) 가르친 사람들도 나오더군. 뉴요커나 동부 특유의 말투를 배웠던 걸까. 언어학자에게 물어보고 싶었음.  

찌질한 남자들이 등장해서 짜증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래도 추하게 망가져가기 직전에 마무리짓는 이야기여서 좋았고 그 성숙한 결정의 주체가 캐롤이어서 더 좋았다. 덩치 큰 캐롤 남편이 사랑을 빌미로 매달리며 취해서 큰소리 칠 때 혹시 폭력이라도 쓰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오히려 캐롤한테 뿌리침 당해서 혼자 넘어지는 거 보고 통쾌했고 안심했다. 아... 참 이건 한국 막장 드라마가 아니지.

대상에 대한 사랑이 담겨야 멋진 사진이 나온다고들 하는데, 테레즈가 찍은 캐롤의 사진들이 정말 멋져서 나까지 흐뭇했고, 비록 뉴욕타임스에 들어가서도 회의하는 남자들 옆에 메모지 들고 서 있는 직책이라고 하더라도 테레즈가 자기 꿈을 계속 좇는 것도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딱 둘의 재회 장면으로 끝낸 구성도 마음에 들었고.

워낙 섬세한 영화라 자막번역을 누가 했는지도 궁금했는데(아마도 <캐롤> 책 번역자가 역자후기에서 '남사스러운'이라는 표현을 써서 물의를 빚었단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겠지;;) 내가 싫어하는 이모, 홍모 씨와 달리 괜히 튀지 않고 분위기를 잘 잡아낸 것 같아 이름을 눈여겨봤더니 황석희라고. 영화를 하도 안 보러 다녀서 나로선 처음 보는 이름인 거 같은데, 으음 출판 번역계에서 날리는 김석희 선생이 떠오르면서 '석희'라는 이름이 번역을 잘하는 운명인가 택도 없는 일반화 가설에 잠시 빠졌었다. ^^; 그러고보니 '손석희' 앵커도 있네. 남자이름으로 석희는 글과 말로 먹고 사는 이름일까? 표본 겨우 셋 가지고 참 놔;; 

나중에 원작소설을 읽고 나면 어떤 차이가 있을지 비교하는 재미를 또 누려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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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유령신부

놀잇감 2016. 1. 18. 16:45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마틴 프리먼 커플(?)이 현대가 아닌 빅토리아시대로 돌아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 외엔 사전 정보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이게 정식 영화가 아니라 BBC의 셜록 시리즈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팬들을 위한 TV 스페셜이란 걸 나 역시 통 모르고 극장엘 갔었다. 아니, 다른 스케줄 때문에 TV 시리즈 찍을 시간도 없는 배우들이 언제 만나서 영화를 찍었담,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나야 고맙지만...


째뜬 영화관을 나오며 "이게 뭐야,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푸념하는 관객도 정말 있다는 걸 내 눈으로 보고서야 인터넷을 좀 뒤져보니 ㅋㅋ 영화도 아닌 걸 영화로 포장해 유료상영을 했다며 욕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호불호가 완전히 갈린다고.


하기야 BBC 셜록 팬이 아니라면, TV 스페셜이란 걸 모르고 짜임새 있는 영화 한편을 기대했더라면 열깨나 받았을 것도 같다.

1, 2, 3 시즌을 본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장면들을 삽입한 이야기와 구성, 시나리오 작가이자 셜록의 형으로 나오는 마크 게티스와 각 인물의 인터뷰까지... ㅋㅋ 


<인셉션>이 떠오르는 셜록의 꿈? 무의식 속으로 막 휙휙 시간이동을 하질 않나... 팬이 아니라면 정말이지 불친절하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구성이다. '유령신부' 사건을 해결하는 에피소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거의 완전 곁다리고 전체적인 인상은 2016년이 밝았는데도 아직 시즌4를 보지 못하는 팬들을 나름 달래주기 위한 팬서비스랄까?  


셜록 팬으로선 이나마도 감지덕지, 그간 가물가물 잊었던 지난 시즌을 돌아보고 그리움도 달래는 좋은 기회였으나, 그래도 이런 걸 영화관에 가서야 볼 수 있다는 건 심히 아쉽다. 이런 떡밥 말고 빨리 시즌4를 내놓으란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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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Best

놀잇감 2016. 1. 6. 17:36


2015년을 깔끔하게 끝낼 생각으로 best 목록 뽑기를 시작했는데 에효... 난데없는 감기기운으로 계속 빌빌대느라 새해 시작되고 나서도 한참 지나도록 마무리를 못했다. 나름 건강관리를 한 덕분인지 이놈의 감기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활약하진 못하고 묵직한 두통과 약간의 콧물로 깔짝깔짝 괴롭히고 있는데, 그게 아주 성가시다. 가을에 일찌감치 독감예방주사를 맞고도 감기몸살로 2주 넘게 끙끙 앓고 계신 왕비마마와 한 공간에 사는 사람치곤 그래도 이만한게 장하다 싶지만... 빌빌대려니 짜증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째뜬 2015년 정리와 함께 감기도 말끔히 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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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본 영화

놀잇감 2015. 12. 31. 20:31

올해는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는 지극히 드물고, 죄다 어둠의 경로나 케이블TV, 그도 아니면 모바일서비스로 코딱지만한 화면으로 본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꽤 많이 본 것 같지만, 절반 이상 꼭 보고싶어서라기보다는 그냥 월정액제 안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을 골라봤고, 결국 대체로 뒷북으로 보게 됐다. 원래도 너무 유명한 최신작이나 천만 관객을 자랑하는 영화들은 잘 안보는 성향이 있지만 참... 영화관에 관한 한 게을러도 너무 게을렀다. 벼르고 기다렸던 스누피 영화도, 스타워즈도 아직 못 봤음. ㅠ.ㅠ 선뜻 같이 보러 갈 사람이 없;;다는 게 함정이자 슬픔이다. 그래도 좋았던(것 같은) 영화는 굵게 표시했음.




외화 (15)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엘리제궁의 요리사

Song One

스파이

예멘에서 연어 낚시하기

아메리칸 셰프

킹스맨

킹메이커

심야식당

새 구두를 사야해

토르: 다크월드

월플라워

Everything Must Go

이미테이션 게임

맥베스




애니메이션(5)

빅히어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몬스터대학교

메리다와 마법의 숲

인사이드 아웃



한국영화(7)

상의원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스물

기술자들

간신

무뢰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일부러 찾아가 본 영화들이 아니다보니.. 한국영화는 죄다 그저그랬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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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투덜일기 2015. 8. 3. 23:45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감동적으로 봤다. 영화가 끝나고서... 짬나면 내리기 전에 한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암튼... 아오.. 다들 그랬겠지만 빙봉 때문에 막판에 울었다. ㅠ.ㅠ 눈물의 가치와 슬픔의 역할을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어른이 되고 나면 울 일이 많지 않다. 대놓고 널 울게 만들겠어 장담하듯이 빤하게 슬픈 영화나 현실은 어쩐지 피하고 싶고... 



캐릭터들이 다 사랑스럽지만 역시나 주인공은 슬픔이. 단발머리에 동그란 안경, 터틀넥 스웨터... 패션부터 좀 슬프다. 겨울엔 내가 즐겨 입고 또 좋아하는 차림이라 더 감정이입이 돼서 슬펐나? ㅎㅎ


계속 스트레스 상황이기는 하지만 주말엔 그 정도가 극에 달했고 급기야 위경련이 일어났다. 앉아도, 누워도, 엎드려도... 어떤 자세로 있어도 뭉친 속이 괴롭고 아파서 몇시간을 식은땀 흘리며 낑낑대다가 응급실엘 가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고생을 했다. 하지만 위경련 때문에 응급실 간 사람 따라갔던 경험에 의하면 일단 엑스레이 찍어보고서 진통제였던가 근육 이완제라던가 주사 한 대 놔주고서 의사는 스트레스 상황을 없애야 근본적으로 낫는다고 하나마나 한 소리를 했던 듯. 그래서 그냥 오후부터 무식하게 참다가... 밤중이 되어도 낫질 않으니 자꾸만 병원가자고 다그치는 엄마한테 싫다고, 아파서 말하기도 힘든데 왜 자꾸 말 시키냐고 빽 소리를 지르고는 엉엉 울었다. 어느 순간 아픈데 왜 참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던가...


엄마도 스트레스 요인을 아는 지라, 그래 실컷 울어라 쯧쯧쯧 그러고는 자리를 비켜주셨다. 한참을 꺼이꺼이 울다보면 원래 좀 스스로 웃긴 순간이 찾아온다, 그래서 울다가 웃다가 또 다시 아파서 울다가... 그러고 났더니 꽉 뭉쳐서 꼬여있던 위가 놀랐는지 좀 풀리는 게 느껴졌고 서서히 아픔도 잦아들었다. 휴우... 뻘개진 얼굴 식히느라  찬물로 어푸어푸 세수를 하다가, 슬픔이가 나를 살렸네, 그런 생각을 했다. 내 머릿속에서 기쁨이랑 슬픔이랑 서로 껴안고 있을 것 같은 느낌? ㅎㅎㅎ 아직도 밥만 먹으면 위가 뭉치는 느낌이라 좀 두렵지만, 슬픔이를 중심으로 애들이 다 알아서 잘 달래주겠지.. 그러는 중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디즈니 픽사의 위대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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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

투덜일기 2015. 6. 28. 22:08

줄리엣 비노쉬와 조니 뎁이 나왔던 영화 <초콜릿>. 찾아보니 2000년 작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이고 세월무상. 영화관에 가서도 봤지만 이후 케이블에서도 가끔 해줘서 몇번 더 본 적이 있다. 식탐녀답게 '음식'이 나오는 영화는 재미가 있든 없든 일단 넋놓고 보는 편이라, <초콜릿>은 아마도 조니 뎁에 대한 팬심으로 보러갔다가 초콜릿 열망까지 부풀리게 됐던 것 같다.


아무튼 책이든 영화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서 혹은 기분에 따라서 나이에 따라서 감상 포인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맨 처음 볼 땐 아마도 조니 뎁한테 매혹됐겠고... 이어 줄리엣 비노쉬가 만든 초콜릿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을 법한데... 나중엔 노년의 엄마 때문인지 주디 덴치 이야기가 오래 남았었다. 


영화에서 주디 덴치는 어떤 이유인지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손자를 거의 만날 일 없는 당뇨병환자 할머니다. 줄리엣 비노쉬가 마법의 초콜릿으로 꽉 막힌 마을 주민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영화의 주요 줄거리인데... 주디 덴치는 줄리엣 비노쉬 덕분에 손자와 화해하고, 초콜릿이 죄다 들어가는 음식으로 파티를 연 자리에서 금지된 음식들을 마음껏 먹고는 그날밤 행복하게 눈을 감는다. 


금지된 음식인 달콤쌉쌀한 초콜릿을 마음껏 먹고 죽다니... 영화를 보면서는 강렬한 백합 향에 질식해서 숨을 거두는 방법 만큼이나 낭만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질병 때문에 자기가 너무도 좋아하는 음식이나 행동을 못하게 되는 불행과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소소한 행복 가운데서 양자택일을 해야한다면, 사람들은 대부분 불행한 건강 쪽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그게 이성적, 합리적이기도 하고. 비록 구차한 인생이라고 한탄은 하겠지만서도.


근데 막상 현실에서 용감무쌍하게 죽음의 위협이 뒤따르는 소소한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 영화처럼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버럭 화가 난다. 


사례1. 당뇨병 환자이신 지인의 아버지. 혈당조절용 먹는 약 단계를 넘어서 매일 인슐린 주사기를 배에 푹푹 꽂으셔야 하는 단계로 한 차례 발가락 절제수술까지 받으셨다. 당연히 식사요법이 매우 중요하고,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는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자식들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대도, 간식으로 좋아하는 단팥방을 한꺼번에 두세 개씩 드신단다. 어차피 인슐린 맞을 건데 뭐 어때! 이러면서... ㅠ.ㅠ 혈당조절이 잘 안되면 말초혈관이 또 막혀서 발가락이 남아나지 않을 텐데 어쩌시려고... 아오...


사례2. 과일광이신 우리 엄마. 과일에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이 많이 들어 건강식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과당 때문에 건강한 사람도 과일을 많이 먹는 건 별로 좋지 못하단다. 가령, 건강검진 받았을 때 나더러도 과일은 하루 사과 반개 정도만 먹으라고 했었다. 하물며 당뇨병환자인 우리 엄마야 오죽하랴! 근데 삼시세끼 후식으로 과일을 골고루 한개씩 후딱후딱 해치우셔야 직성이 풀리는 건 도무지 고쳐지는 습관이 아니다. (그나마도 자제해서 하루 세번 과일 한알씩이지, 맘껏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참외 한 광주리도 다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왕비마마의 주장.) 

헌데 요번에 대장내시경을 하면서 용종 4개를 떼어냈고, 이틀간 죽을 먹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당연히 과일도 금지. 헌데 이 노친네 내시경 사흘 전부터 과일을 금지당한 관계로(실은 너무 괴로워하시길래 내가 사과랑 토마토 갈아드렸단 말이다!) 이틀을 더 과일을 굶으려니 죽을맛이었나보다. 아침 댓바람부터 자고 있는 딸을 깨워 과일 먹으면 안되느냐고 성화. 단칼에 안된다고 잘랐는데, 알고보니 벌써 천도복숭아 한개 잡수셨다고. +_+ 정 드시고 싶으면 갈아드린다니깐 아 놔;;;

용종 제거하고 난 상처에 클립으로 찝어놔서 자극적이고 거친 음식 드시지 말라는 건데... 으으으...


사례3. 류마티스 환자 작은아버지. 류마티스 치료약이 워낙 독해서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꽤 오래전부터 들었다. 그래서 간 수치가 높아졌다고... 그러니 조심해야한다고... 하지만 '똥고집'은 집안 내력인듯, 힘든 일은 좀 쉬셔야한다, 술은 절대 안된다...고 주변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완전 무시. 그러더니 이 양반 결국 얼마 전 간성혼수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기야 등산으로 다져진 건강이라 자신하며 술담배 매일 즐기던 울 아버지도 큰소리 치다가 졸지에 가셨으니 그 피가 어디 가랴)  병명은 알코올성 간경화. 아... 기가 막히다 정말. 류마티스 약만도 문젠데 거기다 술까지. 60대 남자들의 무대뽀 정신은 정녕 아무도 못말리는 것인가.


그깟 과일 하루만 더 참지 왜 식탐을 못 버리느냐는 잔소리에 뭐 어때,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는데.. 라며 '아몰랑 화법'을 시전하신 엄마한테 버럭버럭 한참 화를 내고는 독설로 마무리를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니깐!' 나는 괜찮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 요행을 바라다가 큰 코 다친다는 것, 후회할 땐 이미 늦었다는 걸 사람들은 왜 잘 모를까. 물론 나도 큰소리칠 입장이 아님을 안다. 남들 잘 때 자야한다고, 모든 사람들의 몸에 돌아다니는 암 세포를 죽이는 건강한 호르몬은 밤에 자야 나온다고, 스트레스와 화는 암세포를 키우는 자양분이라고... 다 알면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걸 뭐. 그러니깐 반성한다는 얘기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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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엔

놀잇감 2014. 5. 27. 00:55

온 나라가 참담함에 젖었던 5월엔 유독 이상하게 참 많이도 빨빨거리고 다녔다.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은 통 손에 안잡힌다는 핑계로 작업은 뒷전이고... ㅠ.ㅠ 책도 한권 안 읽고.. ㅠ.ㅠ


일단은 경복궁 옆 고궁박물관에서 하는 <궁중채화전>과 <종묘 특별전>을 봤고

(왼쪽이 비단으로 일일이 꽃과 나비 새 등등을 만들어 장식하는 채화전이고

오른쪽 사진이 종묘 특별전. 그릇이며 술잔이며 되게 신기했음) 



전북 완주 운암산엘 갔었고 (밧줄 잡고 암벽을 오르는 짓거리를 몇번이나 한 끝에 정상에도 올랐다 ㅠ.ㅠ 나 이러다 등산인으로 거듭나는 거 아닐까 몰라... ㅋㅋㅋ)

 


정상에서 찍은 사진은 아니고

매번 내가 정상으로 착각했던 어느 능선에서 대아댐과 대아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 헉헉대며 손이 덜덜 떨려서 정사각형 모드로 찍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경북 영주 부석사와 소수서원엘 다녀왔고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알현! 감격했다)

부석사 안양루소수서원 직방재부석사 무량수전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도 올랐었고 (마침 월요일이라 윤동주 문학관은 문 닫았더라)

소나무 아래 보이는 것이 윤동주의 서시가 적혀있던 시비, 그리고 엄청 크게 자라 앵두가 다닥다닥 매달려 익어가고 있던 그 주변의 앵두나무. 



용산 중앙박물관에서 하는 오르세전도 보러 갔었고







또 옛날식 함박스테이크를 판다는 삼청동 그릴데미그라스에도 갔었고

이날 뒷북으로 영화 <역린>도 보았음. 귀찮아서 포스터 퍼오기 생략. 영화보다 난생처음 좌우에서 쌍코골이(왼쪽은 내 일행이고 오른쪽은 남의 일행이었는데 양쪽에서 동시에 졸며 코까지 골다뉘 ㅠ.ㅠ)를 경험한 것으로 감상을 대체해도 될 듯. ㅋㅋ 


그러고는 마감중에 또다시 완주에 내려가 종남산 송광사, 위봉사, 화암사 답사를... 

  

송광사 십자종루 화암사 우화루위봉사 보광명전



이러고 놀았으니 일을 제대로 끝냈을 턱이 있나. 연일 전화벨소리에 덜덜 떨고 있다. ㅠ.ㅠ

그래서 양심상 세세한 본격 후기는 다 안쓰게 될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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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는

놀잇감 2014. 3. 1. 17:04

 

책 3권을 읽고 영화 2편과 뮤지컬 하나를 보았으며 안동에 다녀왔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2(가브리엘 마르케스 지음/송병선 옮김/민음사) 

이게 뭐가 지고지순한 사랑이여! 콜레라가 수시로 창궐하던 시대의 사랑은 뭔가 좀 더 고귀하길 바란 내가 잘못된 건가? ㅋㅋ 아니, 책 읽기 전에 얼핏 '주워들은' 책에 대한 정보가 오해였을지도...  시대에 대한 고발은 들어있을지 모르지만 남성중심의 꼰대스러움에 종종 거부감이 들었다. 첫사랑을 53년간 기다린 건 맞지만... 자기 할짓 다 하면서 그것도 기다린 건가? 그냥 세월을 보낸 거겠지... 그 집요한 집착과 자기합리화는 어떻고.. 흥!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 돌 하르방 어디 감수광(유홍준 지음/창비)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장을 덮은 이후 줄곧... 제주도 가고 싶다! 특히나 담에 가면 '오름'을 특별 공략해볼 심산이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신경숙 지음/문학동네)

안동 고택에 책이 있길래 밤에 후딱 읽었다. 아주 가벼운 단편집. 소설이 아니고 신변잡기 수필을 읽은 느낌? 시간 떼우기엔 좋았지만 뭐 그닥... -_-; 

 

겨울왕국(Frozen, 2013)

이 영화를 두번이나 보고 수시로 유튜브를 찾아 노래를 따라부르는 조카랑 통 대화가 되지 않아 보긴 했지만, 대체 왜 관객수가 천만까지 넘보는 건지 좀 의아;; 노래가 좋은 건 인정. 그치만 내용도 단순하고, 엘사가 변신 후 허벅지 드러내고 엉덩이 씰룩거리며 걸어나올땐 욕나오던데! 애들 보는 만화에서 그리는 여성의 모습이라는 게 대체 왜 그 모양;;

 

관상(2013, 한재림 감독,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김혜수)

뒷북으로 집에서 봤는데 상영시간이 어찌나 긴지 후반부엔 지루해서 혼났다. 이정재의 수양대군이 매력적인 건 나도 인정하겠는데, 역사가 스포일러다보니 송강호의 열연으로도 어쩔 수가 없더군. 암튼 헐리우드나 충무로나 여배우를 소비하는 방식이 참 짜증난다고 느꼈음.

아 참... 아는 게 병이라고, 진선문(창덕궁) 들어갔는데 경복궁 근정전 나와주시고 ㅋㅋ 근정전 바닥엔 전돌 대신 마루가 깔렸고 (어차피 근정전은 행사 때만 쓰는 공간이지 신하가 왕을 알현하러 들어가는 데도 아니라규!) 과거에 갓 급제한 말단 하급 관리가 감히 편전에서 열린 어전회의에 참석하고(편전에는 3품 이상이던가 당상관만 들어갈 수 있거든!) ㅋㅋㅋ 퓨전사극이니 그려러니 다 넘어가야하는데 거슬리는 게 많았다. ^^;  

 

해를 품은 달(훤-김다현/연우-린아/양명-조휘 출연) 

지인 덕에 스태프 할인으로 엄청 저렴하게 봤기에망정이지 제 돈 주고 봤으면 적잖이 실망하고 열받았을 뻔했다. 원작이 아무리 탄탄해도 창작 뮤지컬의 문제점은 역시나 레퍼토리의 부재. 노래가 하나같이 어쩜;;; 가사도 안 들려, 멜로디도 매력없어, 어쩌라는 건지. 그래도 조각보를 이어붙인 느낌의 무대장치나 한국무용과 판소리 느낌이 돋는 몇몇 연출은 좋았다. 서울 공연 마지막날 마지막회에 객석을 거의 꽉 매운 관객수도 좀 놀라웠고, 휴대폰 꺼내보며 시야 방해하는 관객들도 하나 없더니 계속 기립해 박수치던 그들의 매너도 훌륭. 

 

안동 얘기는 아래 포스팅에 길게~ 적었으니 패스.

한두 달에 한번씩 길든 짧든 여행을 다니면 참 좋겠다.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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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놀잇감 2014. 2. 3. 17:38

블로그를 일기삼아 매일 뭔가를 끼적이면 좋겠지만, 도무지 그런 부지런함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고 2014년을 맞아 매달 집계용 월기(? 블루고비 따라하냐? ㅋㅋ)를 남겨볼 생각이다. 그러면 민망해서라도 독서량이 좀 늘까, 아닐까. ;-p

 

1월엔 달랑 책 1권을 읽고 영화 4편과 전시회 둘을 보았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 (반권이라고 해야하나 ㅠ.ㅠ)

인 디 에어(Up in the Air, 2009)

변호인(2013)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2013)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종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중남미 소설 읽기의 일환으로 오래 전에 장만해놓고 계속 겉표지만 구경하다 드디어 시작했다.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동기로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ㅠ.ㅠ 고사 직전이라는 출판계에서 요새 그나마 움직이는 건 드라마에 인용된 책이라고 넋두리들을 한다는데, 아무 맥락없이 드라마에 PPL로 등장하는 책들은 모르겠고 확실히 작가가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책들은 효과가 큰가 보다. 어쩐지 끼워팔기나 묻어가기로만 살아가야 하는 책의 신세가 서글프지만 그래도 아예 주목 못받는 것보다는 낫겠지... 어쨌든 난 이번에 산 게 아니고 사둔지 몇년 된 책이라규~

 

조지 클루니의 영화라 다운 받아놓은지 오래 된 <인 디 에어> 빼놓고는 다 영화관에서 봤다. <그래비티>에서 아주 잠깐 나오고도 존재감이 컸던 조지 클루니에 대한 애정이 되살아나 (한때 온라인에서 '마이클루니'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한 적도 있을 만큼 ER 시리즈 속 클루니의 팬이었다 내가 ㅋㅋ) 벼르기만 했던 <인 디 에어>를 봤고, 조금 울었다.

그러고 보니 네 편의 영화 모두 한줄 감상을 쓰자면 어느 순간 조금씩 울었다는 이야기일 듯.

주변에서도 혹평과 호평이 나뉘었던 <변호인>과 <어바웃 타임>은 그 이유와 한계가 뭔지 알겠지만 대체로 뭐 괜찮았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1월 최고의 영화로 선정. 우와... 감탄했고, 집에 돌아와 나도 여행 상품을 한참 뒤졌다. ^^; 

 

박수근 전시는 방금 포스팅했으니 됐고...

2월 23일까지 경복궁 옆 민속박물관(무료!)에서 하는 <종가>는 제사와 손님맞이를 전통적으로 이어온 종가집의 의미와 자취에 대해서 실제 여러 종가의 유물까지 아기자기하게 마련해놓은 전시였다. (어느 종가에서 종부에게 대대로 내려졌다는 '악어가죽 핸드백'도 있다. ㅋㅋ) 무료라서 유치원생들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 바글바글한다는 것만 빼면 꽤 볼만하고 일부 구간에는 신기한 신문물(일정한 지점을 밟으면 탁한 유리가 촥~ 투명하게 변하며 사당의 제사상과 제주가 나타난다든지;;)을 전시에 응용한 것도 좋았다.

그밖에 상설전시관도 함께 둘러보았는데 민속악기 전시실 앞엔 전화 수화기 모양으로 생긴 걸 귀에 대면 악기 소리가 들린다더니만 주로 지지직~ 소음만 들리거나 고장! 애들 등쌀에 쉬 고장나는 건 이해하겠지만 음질에 더 신경 좀 쓰시지... 쯧쯧...

 

이렇게 적고 보니 꽤나 바지런을 떨며 보낸 것 같지만 사실 1월은 내내 아직 새해가 밝지 않았어, 설날이 남았잖아.. 그러면서 미적거렸다. 이젠 정말 빼도박도 못하는 새해임을 감안하여 2월부턴 좀 더 나사를 조일 것.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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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Best

놀잇감 2014. 1. 6. 23:21

Best 포스팅을 빌미로 한해정리를 한하고 넘어가면 새해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기분은 정말... *.*

괜스레 일감 진도 잘 안나가는 것 같다. 얼른 마무리하고 열심히 일해야지!

 

 

 

Posted by 입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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